2020. 11. 12. 00:04ㆍ완결/《연자软刺》唐酒卿,2017
귀가
죽은척하다 잠든 롼쓰는 엎드린 채로 옆얼굴은 머리카락에 가리워져 있었고 귀끝이 조금 드러나 있었다. 친종이 몸을 지탱하며 그를 보다가 머리카락을 넘기자 그의 왼쪽 귀에 꽂힌 까만색의 작고 가느다란 막대를 볼 수 있었다.
여자 같지는 않다.
완전 멋있었다.
색광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친종은 이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일어나 불을 끄고 이불을 다시 끌어올린 뒤 롼쓰를 제자리로 옮겨 베개를 받쳐주었다. 롼쓰는 이불을 껴안은 채 몸을 뒤집었다. 티셔츠 뒤 목덜미에 화상 자국이 드러나자 친종이 몸을 숙여 가볍게 입김을 불었다. 가볍고 부드러워 마치 꿈속에서 한순간 스쳐가는 깃털같았다.
다음날은 또 산뜻하고 맑은 날이었다.
지난 밤 베개에서 멀어진 롼쓰는 일찌감치 일어나 고개를 들고 줄곧 뒷목을 쥐고 있었다. 나가기 전에 친종이 몇 번 주물러주었다.
"보기 좋다." 이 사람은 여전히 타인의 불행을 즐긴단 말인가. "매일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자서 베개가 다리로 가 있네."
"난 자유를 사랑해." 롼쓰가 그의 발을 툭툭 쳤다. "침대는 나의 자유로운 비상을 묶어둘 수 없어."
"그래, 자전거를 타." 친종은 뒷좌석에 걸터앉았다. "날아."
롼쓰는 힘없이 자전거를 몰며 말했다. "나는 더 높이 날고 싶어——"
체인이 '찰칵' 미끄러지더니 자전거 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차체는 큰 소리를 내더니 꼼짝도 하지 않았다. 친종이 다리를 쭉 뻗어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지탱하며 롼쓰가 헛발질을 하며 격정적으로 부르는 노래를 들었다. "광풍처럼 춤을 춰!"
뒷좌석에서 두유를 빨아마시던 친종 : "......"
"정신차려." 친종은 그의 등을 머리로 들이받았다. "체인이 풀렸잖아, 친구"
"고칠게고칠게고칠게!" 롼쓰는 허리를 짚었다. "이 습관좀 고치면 안되겠냐! 이몸의 허리는 얼마 안 가서 너한테 부딪쳐 부러져버릴거야."
"정말 끊어지면 책임질게." 친종은 자전거를 지탱하며 그가 쪼그려 앉아 페달을 돌리는 것을 보고 있었다. "이따 학교 마치고 가게에 가서 기름 좀 쳐."
"음......" 롼쓰는 체인을 다시 맞물리게 했다. "오후에 다시 얘기해." 그는 자전거에 올라타며 계속 말했다. "오후엔 샤징도 있을 거야."
"그래." 친종은 쓰레기통을 지나갈 때 두유팩을 던져버렸다. "샤징의 존재를 완전 잊고 있었어."
사실 롼쓰도 잊고 있었다. 그가 어제 떠나며 샤징에게 인사를 했는데 샤징은 이미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휴대폰을 살까 생각 중이야." 친종이 말했다. "곧 여름방학이니까 아르바이트를 할 거야."
"같이 해." 롼쓰는 자전거를 돌렸다. "휴대전화를 사서 한밤중에도 게임을 할 거야."
"넌 APP 깔고 글이나 써." 친종이 탄식했다. "내가 저녁내내 생각했는데, 너 계속 펜으로 쓰는 건 불가능해. 휴대전화가 편할 걸." 그는 잠시 뜸을 들였다. "샤징한테 연락하기도 편하고."
"알았어." 바람을 맞서는 롼쓰의 외투를 친종이 허리에 눌러앉혔다. "연락할 거 없는데...... 샤징은 맨날 보잖아."
여기까지 말한 그는 조금 주저하더니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롼쓰는 샤징과 만난지 꽤 됐지만, 이상하게 보고 싶지도 않고, 만나도 설레지 않았다. 그의 심리 상태는 마치 여전히 혼자인 것 같았다——샤징은 꽤 귀엽게 느껴지지만, 그게 다였다.
그렇다. 샤징은 정말 대단히 귀엽다.
왜 그 이후엔 아무런 느낌이 없는 것인가?
"무슨 생각 해." 친종은 손을 내밀어 핸들을 잡아 멈추고 웃으며 말했다. "크악, 내 뒷좌석에 앉은 이 청년은 정말 너무 잘생겼다, 자꾸 뒤돌아서 볼 수 없는 게 안타깝다, 상상 밖에 할 수 없다. 맞지?"
"크악." 롼쓰가 웃었다. "지겹지도 않냐, 이 나르시시즘."
"넌 지겨운가보구나." 친종의 턱이 그의 어깨를 눌렀다. "지겨워?"
"난......"
"지겨워 죽겠다!" 뒤쪽에서 자전거 벨이 크게 울렸다. 쿵자바오가 헉헉대며 자전거를 몰고 있었다. "젠장, 내가 계속 쫓아왔는데 너희 둘 다 기어코 돌아보질 않냐! 진짜 지긋지긋해, 어, '지겨워', '지겹지 않아, 널 제일 사랑해 웅앵웅'." 쿵자바오는 숨을 몰아쉬며 분노했다. "너희 둘 멜로물이라도 찍냐?"
친종은 다리를 들어올려 쿵자바오의 자전거를 걷어찼다. "크악"
쿵자바오는 자전거의 균형을 잡으며 계속 웃었다. "난 이 기회만을 기다렸는데, 뭐 이런 거야? 아주 불편해 죽겠어, 동생? 야, 난 진심이야. 너 이렇게 끈적거리면 그가 지겨워하지 않아? 난 매일 그의 뒤통수만 보는 것만으로도 지겨워 죽겠는데."
"넌 미감이 없냐." 롼쓰는 손을 들어올려 자신의 뒤통수를 훑었다. "이렇게 세련되고 절도 있는 뒤통수는 만년을 봐도 질리지 않는다고!"
"너 나랑 바꿔." 쿵자바오가 말했다. "어디 한번 1만년만 쳐다보자."
"네가 보는 나는 하루만 쳐다봐도 질려." 롼쓰가 말했다.
"롼쓰 너 이 배신자!" 쿵자바오가 주머니 속 사탕 봉지를 내동댕이쳤다. "이몸의 소년 같은 마음이 찢어진다."
친종은 손을 내밀어 사탕 봉지를 받았다. 뜯어보니 박하사탕이었다. 그는 휘파람을 불고 한 개를 까서 입안에 넣었다. 자전거 두 대를 나란히 세우고 세 사람은 서로 비꼬아대며 길을 걸었다.
자오윈린은 학교를 쉬었다. 비록 코뼈가 부러지지는 않았지만, 연골이 부러졌다. 가족들에겐 어떻게 말했는지 몰라도 의외로 롼쓰를 찾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비록 학교에 고자질은 안 했어도 화장실의 동정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복도의 CCTV를 확인한 황자리는 아침 일찍 교실로 가서 용의자 몇 명을 교무실로 불러냈다.
"무슨 일이야, 무슨 일로 다른 사람한테 손을 댄 거야? 전부 학우잖아. 평소에도 수시로 마주치는 사인데 그렇게까지 할 수가 있어, 롼쓰!" 황자리는 무쇠가 강철이 되지 못함을 원망했다.
"넌 말이 안 통하면 바로 손찌검을 하니? 성질머리가 그게 뭐야, 평소에 그렇게 화를 낸 적 없잖아! 그가 뭘했길래, 어?"
"장난친거예요." 롼쓰의 태도는 매우 진지했고, 협조적이었다. "자오코ㅍ...... 크흠, 자오윈린과 저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동창이라 친해요."
쿵자바오는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그가 정색하고 말한 '친해요' 세 글자에 주변 몇 사람의 몸에 소름이 돋았다. 모두 그가 했던 말 '이 일, 아직 끝난 거 아니야'를 기억하고 있었다.
"친해요? 장난으로 대걸레로 때려서 부러뜨려?" 황자리는 책상 위에 있던 목록을 대조했다. "공공기물을 파손하면 배상을 해야 해, 너희들 몇 명은 할 일이 없어 장난을 이렇게 치니? 그리고 너, 계속 웃고 있는데 뭐가 그렇게 신났어? 쿵자바오, 태도 단정히 해!"
"네네, 단정, 단정." 쿵자바오가 똑바로 섰다. "전 제 잘못을 진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제 잘못을 명백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이 싸...... 푸헉."
롼쓰가 그의 발을 밟자, 그는 억지로 말을 바꾸었다. "...... 그들이 노는 걸 막지 않았습니다......"
복도에는 CCTV가 있지만 화장실에는 없었다. 문이 닫히면 교무실로서는 안에서 도대체 누가 손을 댔는지조차 알 길이 없었다. 자오윈린이 병가를 냈지만, 공공기물 파손이 심각해 경고를 받았고, 각자 자신의 몫을 반성해야 하며 월요일에는 깃발 게양 후, 공개적으로 비판 받아야 했다.
"그 자식이 아무 말도 안 하니까, 오히려 내가 일을 더 하는 것 같아." 쿵자바오는 반성문을 쓰며 펜을 입에 물었다. "넌 그가 이러는 게 좋다고 말하는거야?"
"그가 이럴 마음이 있었다면, 매번 맞아서 코피가 날리가 없어." 롼쓰는 빠르게 글을 써내려가며 종이 한 장으로 부족할 지경이었다.
"그가 뒤에서 일처리를 할까봐 걱정이야." 쿵자바오가 깊은 한숨을 토했다. "이 자식은 뒷공작 체질이잖아."
"안 무서워." 롼쓰는 펜 끝을 눌렀다. "그냥 이 일이 계속 이어지는 게 짜증나. 걔 아직도 리닝네 건물에 살아?"
"진작 이사갔지." 쿵자바오는 온갖 지혜를 다 쥐어짜내 '죄송합니다' 라고 공들여 썼다. "중학교 때 이사했어. 지금 사는 집은 아는 사람이랑 엄청 가까워."
"아는 사람?" 롼쓰가 머리를 들었다. "누군데."
"8반 천린." 쿵자바오가 말했다. "사회인 린형 말야, 무자비한 놈이야. 작년에 1:1 농구에서 꼼수를 부렸는데——너도 잊은 거 아니지? 너랑 싸웠잖아."
롼쓰는 펜끝을 멈췄다. "오."
"어때, 기억나?" 쿵자바오는 의자에 기대어 창문을 향해 아래턱을 치켜올렸다. "우리 대각선 건너편 문, 뒷문으로 매일 볼 수 있잖아."
"물론 기억해." 롼쓰는 재빨리 마지막 단락을 끝내고, 펜 뚜껑을 닫아 손가락 사이로 돌렸다. "사회인 린형...... 머리는 밀었고, 상당히 거친데다 농구실력도 무시무시하지."
"무시무시하지 않았으면 널 찾을리 없지." 쿵자바오는 아직도 구멍 투성이 글을 쓰고 있었다. "올해는 별로 안 마주쳤는데 듣자 하니 외지 클럽에서 죽치고 있다더라. 자오윈린도 그랑 어울려 다녔을 거야. 어제 우리가 자오윈린을 시원하게 때려놨으니 천린이 체면을 구겼다고 생각해서 며칠 내로 찾으러 올걸."
"오라고 해." 롼쓰가 말했다. "올해 줄곧 인사를 못했으니까."
오후에 학교를 마친 롼쓰가 교실을 나설 때 마침 친종이 계단을 내려와, 두 사람은 함께 내려갔다. 슬림한 운동복 바지를 입은 다리가 나란히 튀어나오자 롼쓰는 속으로 휘파람을 불었다.
길다.
욕나오게 길다.
게다가 이렇게 잘 생기기까지 했다.
"너 허리를 굽혀서 쳐다보지 그래." 친종은 바지 주머니를 찌르며 다리를 쭉 뻗었다. "타고난 미모는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됐어." 롼쓰는 다리로 그의 것을 밀어냈다. "형 거야 말로 긴 다리야. 네 그 짧은 다리는 볼 것도 없어."
"롼롼 학생." 친종이 말했다. "너 지금 유난히 나를 공격하는 걸 즐기는 것 같은데 스트레스가 많아? 아니면 잠재의식 속 두려움?"
"무서워 죽겠어." 롼쓰가 웃었다. "만족해?"
"거의 재밌을 뻔했어." 친종은 손을 들어올려 농구공을 돌렸다. 교복 소매의 파란 장미가 동작에 따라 아른아른 보였다. "만족 못해. 다시 해."
"무슨 다음 곡 재생하냐?" 롼쓰가 공을 쳐서 자신의 손으로 가져왔다. "정말 너무 무서워요, 종형, 좀 천천히 자라주세요, 놀라서 죽겠어요."
"크악." 친종은 어깨를 그에게 부딪쳤다. "이건 싸우자는 말투잖아."
"알았어." 롼쓰는 웃음을 터뜨렸다. "나도 이 말투는 너무 깐족거린다고 생각해, 한번에 한 대씩 맞아야할듯."
"아." 친종이 그를 쳐다봤다. "해봐, 내가 세어볼게."
"크악." 롼쓰는 공을 쳐서 친종에게 돌려주었다. "이 잘생긴 얼굴을......"
"당연히 아깝지." 친종이 공을 받았다. "아무리 그래도 얼굴을 때리진 않아——허리는 아직도 아파?"
롼쓰는 보라는듯 새끼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난 차마 다른 사람 앞에서 운동복도 못 갈아입었어. 거울을 보니까 네가 뜯어먹은 자국이 뭐 같더라고."
"뭐 같은데? 정직한 타원형 도장이잖아." 친종은 자신의 어깨를 두드렸다. "누가 물어뜯은거랑 비슷하지 않아?"
롼쓰는 이를 보이며 웃었다. "이 몸은 조신하다고."
두 사람은 자전거 보관소에 도착하자마자 샤징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친종은 자전거 열쇠를 손가락으로 한 바퀴 흔들며 말했다. "넌 샤징 태우고 가. 난 쿵자바오의 자전거를 탈게."
"쿵자바오 자전거에 탈 데가 있어?" 롼쓰가 뒷좌석을 두드렸다. "같이 가."
"다리가 짧아서 못 타." 친종은 그에게 열쇠를 던져주었다. "난 히치하이킹 해서 갈게."
"아니," 롼쓰는 눈살을 찌푸렸다. "왜 같이 안 가려는건데?"
친종은 그를 보며 뒤로 물러나 손을 들어올리고 멀리 떨어져서 샤징을 향해 인사를 했다. "178cm의 전구는 네가 밝아서 싫어하지 않더라도 내가 질려. 그렇게 해. 저녁 때 돌아가서 방울 울릴테니까 그때 인사해."
혀끝을 물어뜯은 롼쓰는 친종이 자전거 보관소에서 멀어지는 것을 보고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샤징이 곁으로 올 때까지 그는 아무 동작 없이 다만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집에 데려다 줄게." 그가 말했다.
눈으로는 멀어지는 친종의 뒷모습만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