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 제1장 여름의 모양

2021. 1. 31. 21:18시식코너/《공생共生》你爸爸,2017

제1장 여름의 모양

  

  차이동동(柴东东)이 문 밖에서 들어왔을 때, 루쥬(久)는 창문 앞에 있는 책상에 엎드려 잠시 쉬고 있었다. 햇빛이 그의 머리를 비추어 머리카락을 한층 더 빛나게 했다.

  차이동동은 발소리를 죽여 살금살금 지나갔다. 움직임은 매우 가벼웠지만 여전히 그의 뒤에 있는 책가방에 걸려있던 금속 장식이 몇 차례 맑은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그는 서둘러 한 손을 뻗어 장식을 누르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햇빛을 흠뻑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햇살이 그의 얼굴에 닿아 있어 솜털조차도 금빛 광휘로 도금된 것 같았다.

  차이동동은 눈을 깜빡이며 거의 무의식적으로 입꼬리를 구부렸다. 그는 몸을 살짝 아래로 해 고개를 숙이고 그 잠든 소년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했다.

  

  그 잠든 소년은 눈을 감은 채 갑자기 부드럽게 말했다. "차이동동."

  차이동동은 움직임을 잠시 멈추더니 하하 웃었다. 작은 송곳니 하나가 몰래 뾰족하게 나왔다. 그는 몸을 돌려 책가방을 바닥에 던졌다. "샤오쥬, 너 잠들지 않았구나."

  루쥬는 눈을 감고 작게 말했다. "나는 네 소리에 깼어."

  차이동동은 또 하하 웃었다. "그럴리가, 난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어."

  루쥬는 말없이 천천히 눈을 뜨고 몸을 곧게 폈다. 햇살이 조용히 그의 얼굴에 떨어지고 창문 틈으로 통해 몇 가닥 산들바람이 불어들어왔다. 여름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루쥬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여름이 온걸까?"

  차이동동은 루쥬의 의자 옆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그의 뒤에서 이마의 땀을 닦아내고 웃으먀 말했다. "응, 기말고사가 끝나면 너 데리고 놀러갈게." 그가 말했다. "너랑 같이 해변에서  바람을 쐬고, 너랑 같이 넓은 나무 그늘에서 산책을 할 거야."

  루쥬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살짝 숙여 차이동동의 방향을 보며 눈을 초승달처럼 구부리고 웃었다. "무더운 날 누가 외출해?"

  차이동동이 말했다. "그럼 저녁에 너랑 소공원 산책을 할래. 나뭇잎 냄새도 맡고 사람들이 곁에서 오가는 것도 느낄 수 있어."

  루쥬는 웃더니 갑자기 호기심이 떠올랐다. "차이동동의 여름은 보통 어떤 모양이야?"

  

  차이동동은 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고개를 들어 한참을 고뇌하듯 생각에 잠기더니 무슨 생각이 났는지 미간을 찡그리며 순식간에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변했다. "여름방학 숙제."

  루쥬는 하하 웃었다.

  차이동동은 그를 힐끗 보며 느릿느릿 이어갔다. "그리고 아마 시원한 수박......" 그가 말했다. "저녁에 하늘 넓게 걸린 노을, 집앞에 펼친 돗자리, 주위에서 다같이 딱지를 치다 얼굴이 먼지투성이가 된 친구." 말을 하던 그는 갑자기 말투를 바꾸었다. "말도 마, 멍청하기 짝이 없어!"

  루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살짝 미소를 지은 채 한참 있다가 부드럽게 말했다. "나를 알고난 후에는?"

  차이동동은 갑자기 루쥬를 올려다 보며 입을 벌리고 크게 웃었다. "그럼 여름 내내 네가 되겠지."

  

  루쥬는 느리고 길게 오 소리를 내었다.

  차이동동이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물었다. "그럼 샤오쥬의 여름은 어떤 모양이야?"

  루쥬는 고개를 숙이고 잠시 생각하는 것 같더니 느릿느릿 소리를 냈다. "음......" 그는 말했다. "아마도......"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콘솔게임?"

  차이동동은 바닥에 앉아 가볍게 부러움이 담긴 아 소리를 냈다.

  잠시 후 루쥬는 말을 이었다. "끝없는 학원......" 그가 말했다. "피아노 레슨." 그는 고개를 기울여 차이동동의 방향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림 레슨."

  차이동동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루쥬를 올려다 보았다. 그의 희고 깨끗한 평범한 얼굴을 보고, 그의 눈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차이동동이 물었다. "그럼 나를 알고난 후의 여름은 어떤 모양이었어?"

  루쥬는 차이동동의 방향을 바라보며 조용히 웃었다. "그럼 여름 내내 차이동동이 되겠지." 잠시 멈춘 뒤 그는 가볍게 덧붙였다. "여름뿐이 아니야." 루쥬는 말했다. "사계절 내내 차이동동 뿐이야."

  차이동동은 눈을 깜빡이며 손을 뻗어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손바닥의 열기가 조금씩 뺨으로 전해졌다. 그의 이마에는 집 밖의 뜨거운 공기로 인해 배어나온 땀방울이 걸려 있었다.

  루쥬는 천천히 머리로 책상을 베고 차이동동의 방향을 바라보았다. 태양빛이 조용히 그의 얼굴에 떨어졌다. 그는 눈을 깜빡이며 약간 쌀쌀한 불평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목말라 죽겠어." 그는 차이동동을 향해 가볍게 말했다. "물 좀 따라와 줄래, 차이동동?"

  이 말을 들은 차이동동은 재빨리 일어났다. 그의 움직임에 발치에 있던 책가방의 장식에서 산발적으로 찰랑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는 몸을 돌려 문쪽으로 걸어갔다. "좋아, 내가 지금 물 가져다 줄게!"

  몇 걸음 내딛자마자 뒤에 있는 사람이 갑자기 소리를 내더니 루쥬는 가볍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차이동동."

  차이동동은 영문도 모른 채 돌아서서 루쥬가 천천히 자리에서 쪼그리고 앉는 것을 보았다. 그는 한참동안 바닥을 더듬더니 책가방을 만졌다.

  차이동동은 두 걸음, 다시 한 걸음 나아가 가까이 다가갔다. 조금 당황스러웠다. "샤오쥬, 왜 그래?"

  루쥬는 한 손으로 가방을 한참동안 만져보더니 가방에 있는 장식을 만지자 고개를 들어 크게 웃음지었다. "차이동동, 나 이거 마음에 들어. 나한테 줄 수 있니?"

  차이동동은 고개를 숙이고 루쥬의 손바닥에 조용히 누워있는 금속 공 모양의 물건을 보았다. 가방을 메거나 내려놓을 때마다 장식은 맑은 소리를 냈다.

  같은 반 여학생이 직접 그에게 걸어준 것이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샤오쥬가 마음에 든다면 줄게." 한참 후 그는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샤오쥬가 좋아하는 거라면 난 뭐든 줄 수 있어."

  루쥬는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장식을 떼어내 손 안에 쥐고 고개를 들어 차이동동의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부드럽게 웃었다. "차이동동, 넌 정말 착해."

  차이동동은 손을 뻗어 자신의 뒤통수를 긁적이다 갑자기 무언가 떠올랐다. "오, 맞아, 내가 물 가져다 줄게!"

  그는 말한 후 즉시 밖으로 나갔다.

  

  루쥬는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나, 손을 뻗어 공중을 더듬으며 자신의 의자를 찾아 천천히 돌아가 앉았다.

  여름의 한 줄기 산들바람이 창문 틈을 통해 방 안으로 불어들어와 집 밖의 건조하고 뜨거운 공기가 그의 이마 위 머리카락을 지나갔다. 그의 얼굴 전체가 햇빛을 흠뻑 받아 빛이 났다.

  루쥬는 손을 들어올려 한 쌍의 또렷하지만 공허하고 빛이 없는 눈으로 조용히 자신의 손바닥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 금속 장식이 햇빛을 받아 굴절된 빛 몇 가닥이 벽을 비추고 바닥을 비췄다.

  하지만 루쥬에겐 보이지 않았다.

  그에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원작 : https://www.gongzicp.com/novel-118.html

오디오드라마 : https://www.missevan.com/mdrama/21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