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1. 19:28ㆍ진행중/《살야撒野》巫哲,2017

제13장
아침에 조금 늦게 일어난 쟝청이 눈을 떴을 때는 거의 수업 시간이 다 되어 있었다.
그가 무단 결석한 최장 기간은 이틀이었고 외박한 건 사흘이었다. 하지만 그가 지각한 횟수는 아주 적었다. 왜인지 몰라도 그는 학교에 갈 것이라면 지각하는 것은 그다지 원하지 않았다.
학기가 막 시작된 지금 아직 학교에 가지 않을 생각이 없었던 그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욕실로 달려들어가서 일회용 칫솔을 움켜쥐었다.
평소 호텔에 머무를 때는 이런 것들을 사용하지 않았다. 칫솔이 너무 단단하고 큰데다 치약은 보통 맛이 좋지 않다...... 양치질을 하다보니 왼손의 힘 조절이 잘 안 된 건지 칫솔이 너무 안 좋아서인지 잇몸에 피가 났다.
다시 고개를 들어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잠을 잘 자지 못해 창백했고 보일듯 말듯한 다크서클과 입 속의 치약 거품이 잘 어울려서......
"아......" 그는 거울을 마주보고 거즈로 감싼 손으로 가슴을 쥔 채 앞쪽을 가리키며 고통스럽게 몇 차례 숨을 헐떡였다. "똥...... 똥 속에...... 독이 있어! 아!"
공연이 끝난 후 한참을 즐거워 하던 그는 다시 시간이 이미 다 되어가는 것을 떠올리고 서둘러 얼굴에 물을 끼얹었다.
그가 체크아웃을 하고 뛰쳐나왔을 때, 맞은편 루쟈에서 그를 보고 웃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 그는 어제 구페이가 신경써준 대로 확실히 루쟈를 찾았지만, 500위안과 휴대전화를 제외하고는 옷조차도 자신의 것이 아니었기에 그는 숙박하러 들어가지 못했다.
신분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직원에게 방법을 찾도록 도와달라고 하자 직원은 심지어 경찰을 부르겠다고 큰소리쳐서, 그야말로 엿 같았다.
이 작고 낡은 도시의 허름한 지역에서 숙박 한번 하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그는 이미 구페이의 스웨터를 입었고, 구페이의 패딩을 입었고, 구페이의 충전기를 들었고, 그의 밥을 먹었고, 그의 담배를 피웠다. 정말이지 돌아가서 구페이에게 네 신분증을 빌려달라고 말할 면목은 없었다.
아쉬운 대로 PC방을 찾으려 할 때, 그는 맞은 편에 있는 이 작은 여관을 보고 비로소 구원받았다.
그는 이 작은 여관, 저우쟈(周家)여관을 다시 한번 돌아보며, 기억해두었다가 나중에 회고록을 쓸 때 다시 한 번 되새기기로 했다.
여관 아래층에 있는 작은 가게에서 아침 식사를 샀지만 먹을 시간이 없어 쟝청은 모든 음식을 주머니에 넣고 학교로 미친듯이 달려갔다.
4중에서 이곳까지의 거리는 멀지 않았다. 두 개의 작은 정거장으로, 차가 밀리는 시간이 다 되었다. 하지만 가깝다고 말하기엔 지금 이렇게 달려가는 길은 꽤 죽을 지경이고, 이른 아침이라 아직 차를 잡을 수도 없었다.
교문으로 달려 갔을 때 쟝청은 예비 벨이 울리는 소리를 들었는데, 사방은 마치 슬로우모션 같았다. 교문 주변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예비 벨에 반응하지 않고 음식을 먹고 잡담을 하며 친구들과 학교로 걸어들어가고 있었다. 마치 한가로이 산책하는 것 같았다.
그는 발걸음을 늦췄다. 군중들 사이에서 발걸음을 서두르는 학패가 되고 싶지 않았다.
이 상태에서 그의 이전 학교였다면, 진작 당직 교사가 다가와 욕을 했을텐데, 4중 입구에 서 있는 당직 교사는 성격이 좋아서인지 익숙해져서인지 부드럽게 소리칠 뿐이었다. "빨리, 조금 빨리 걸어! 잠시 후 문 닫고난 뒤에 누가 기어 오르는지 기록할 거야!"
문을 기어올라? 쟝청은 학교 정문을 돌아 보았다.
4중의 문은 여전히 위엄있었다. 2중 구조로 사람 반 높이의 전동문 안에는 두 짝의 커다란 철문이 있었고, 윗면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박혀 있었다.
그는 갑자기 구페이가 어제 늦었다는 것이 기억났다. 문을 기어올라 들어왔다고?
쯧. 가시가 박힌 것을 떠올리자 그는 바짓가랑이 사이로 한바탕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기분이 들었다.
위층으로 올라갈 때 누군가 뒤에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쟝청!"
그가 고개를 돌리자 왕쉬가 커다란 젠빙을 물고 뛰어오는 게 보였다.
"컥, 정말 너네." 왕쉬는 그를 위아래로 보았다. "처음에는 다페이라고 생각했는데 모자를 보니 아니더라고...... 너 어떻게 그의 옷을 입고 있는거야? 이거 걔 옷이지?"
"응." 쟝청은 계속해서 올라갔다.
"무슨 일 있었어?" 왕쉬는 또 그의 손을 쳐다보았다. "시발? 손이 왜 그래? 원숭이야? 너 다페이네 숨어 있었던 거야?"
"아니, 아니야." 쟝청이 대답했다.
"나한테 거짓말 안 해도 돼." 왕쉬는 의리있게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이 일은 나 때문이야. 무슨 일이 일어나면 내가 책임을 져야지. 솔직하게 말해봐......"
"건드리지 마," 쟝청은 얼굴을 돌려 그를 보았다. "내 어깨."
왕쉬는 손을 거두었다.
"등도 건드리지 마." 쟝청이 말했다.
"시발," 왕쉬는 약간 불쾌하게 주머니에 손을 다시 넣고 그의 앞으로 몇 걸음 뛰어넘어 올라 갔다. "예민한 놈."
구페이는 아침 자습에 오지 않았다. 또 지각인지 무단결석인지 알 수 없었다.
쟝청은 책상 위에 엎드려서 앞에 있는 저우징의 몸으로 자신을 가린 뒤 천천히 아침 식사를 했다. 사방에 적어도 다섯 명이 함께 밥을 먹고 있었다.
그는 밥을 먹으면서 탄식했다. 이곳에서 이틀 밖에 안 됐는데 벌써 자신도 모르게 동화되었단 말인가?
그의 아침 식사는 간단했다. 튀김 만두와 두유였는데, 만두의 배추소는 수업중에 먹기에는 냄새가 날까봐 주의가 필요했다.
결과적으로 보니 옆 사람은 부추소 바오쯔, 부추소 샤오빙의 냄새가 났고 어떤 사람은 우육면 한 그릇을 손에 쥐고 후루룩후루룩 마시기도 했다.
1교시는 영어였는데 관례대로 라오루는 들어오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먹는 속도가 느려 아침 자습 시간 내에 다 먹지 못한 사람에게서 바오쯔 반쪽을 빼앗아갔다.
"어이," 저우징은 고개를 돌렸다. "쟝청쟝청."
쟝청은 그를 힐끗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쟝청?" 저우징은 다시 그를 불렀다. "쟝청."
"할 말이 있으면 바로 해." 쟝청은 갑자기 구페이가 왜 그를 상대하기 귀찮아하는지 깨달았다. 이 사람은 무언가 얘기하려면 당신이 반응을 할 때까지 이름을 불러야 한다.
"너 오늘 입은 거 다페이 옷이지?" 저우징이 물었다.
쟝청은 눈썹을 찌푸리며 의자 뒤에 걸어둔 패딩을 보았다. 자신이 아마 구페이가 가장 자주 입는 옷을 입고 온 것 같았다.
왕쉬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고 저우징 이 자식도 알아본 걸 보면 이 반 사람들 중 절반은 그가 구페이의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다시 고개를 숙여 스웨터를 보며, 이 스웨터가 자주 입은 것이 아니기를 비는 수밖에 없었다.
"스웨터도 다페이 거지?" 저우징이 다시 물었다. "어제 다페이 집에서 잤어?"
시발!
쟝청은 그를 무시하고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려 했다.
"에, 쟝청." 저우징은 지금 오히려 책상을 밀었다. "다페이는 왜 오늘 안 왔어?"
"닥치지 않으면 내가 너 때릴 거야." 쟝청은 눈을 감고 말했다.
저우징은 한숨을 쉬고 잠잠해졌다.
교실은 매우 따뜻하고 활활 탔지만 스웨터를 벗기엔 적절치 않고 더군다나 스웨터 속에는 다른 옷도 없었다. 상반신을 탈의한 채로 수업을 들을 수는 없다.
이 구페이는 보기에 꽤 소극적이었는데, 학교에서는 말 한두 마디도 하지 않았고, 누군가와 가깝게 지내는 것도 보지 못했고, 화장실에도 혼자 갔는데, 그가 입었던 옷을 모두가 기억하고 있다.
진짜 신기하네 시발.
2교시는 국어 수업이었는데, 수업이 끝나고 라오쉬가 그에게 다가오더니 눈을 마주쳤다. "쟝청, 이리 와봐."
쟝청이 일어나 잠시 머뭇거리다가 어쩔 수 없이 구페이의 옷을 다시 입고, 라오쉬를 따라 교실에서 나가 복도에 함께 섰다. "무슨 일이에요, 쉬총?"
"구페이가 오늘 수업에 왜 오지 않았어?" 라오쉬가 물었다.
"제가 어떻게 알죠?" 쟝청은 약간 어이가 없었다.
"너 몰라?" 그를 바라보는 라오쉬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고 적혀 있었다. "너 정말 모르는 거야, 아니면 나한테 말하고 싶지 않은 거야?"
"저는 걔랑 잘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그를 감싸주겠어요?" 쟝청은 약간 짜증스럽게 말했다.
"오, 그렇구나." 라오쉬는 한숨을 쉬었다. "네가 그의 옷을 입은 걸 보고 너희가 어제 함께 있었던 줄 알았지. 그래서 왜 그가 오지 않는지 알거라 생각했어."
"...... 오." 쟝청은 대답했다. 이 소리 밖에 낼 수 없었다. 한 마디만 더 했다간 그는 입에서 오래된 피가 뿜어져 나올 것 같았다.
"쟝청아," 라오쉬는 그를 바라보았다. "지난 이틀 동안 구페이와 있으면서 네가 보기엔 그가 어땠어?"
쟝청은 눈이 동그래져서 라오쉬를 쳐다봤다. 그의 앞에 서있는 사람은 그의 담임 선생님이고, 구페이는 단지 그의 짝일 뿐이다. 그가 지금 학교에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그는 정말 소개팅 주선자와 마주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루," 쟝청은 라오쉬의 말을 정정했다. "정확히 말하면 반나절입니다."
"맞아, 어제 오후엔 오지 않았지." 라오쉬는 눈썹을 찡그렸다. "그래서 네가 느끼기엔......"
"전 아무 느낌 없어요." 쟝청은 그의 말을 끊었다. "쉬총, 전 이 사람에 대해 아무런 의견이 없어요."
"구페이는 정말 똑똑해, 다른 모자란 애들과는 달라." 라오쉬는 고집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했다. "만약 그가 마음을 고쳐먹게 만들 수 있다면 그의 성적은 쭉쭉 오를 거야."
"제가요?" 쟝청은 자신을 가리키며 하마터면 당신 잠이 덜 깬 거 아니냐고 물어볼 뻔했다.
"아니아니, 나야." 라오쉬는 웃으며 자신을 가리켰다. "사상 교육은 당연히 담임선생님이 해야지."
쟝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라오쉬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현재 학생들의 마음 속에 있는 그의 지위로 볼 때 이 일의 난이도는 조금 높았다. 저우징조차도 그를 팔아주지 않았는데 하물며 이것은 구페이다.
"난 네 성적이 아주 좋다고 기억하는데," 라오쉬가 말했다. "그의 상대가 돼줄 수 없을까?"
"네?" 쟝청은 놀라서 라오쉬를 쳐다보았다.
짝짓기?
이런 일들은 중학교에서만 접해 왔고, 결말은 흐지부지한게 아닌 바로 이른 연애였다. 뜻밖에도 고등학교 때 이런 일을 마주치니 이 순간 라오쉬는 그야말로 산악회 이모티콘처럼 보였다.
"짝짓기가 아니야." 라오쉬가 설명했다. "평소에 네가 그를 많이 도와주고, 수업 중에는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하고, 풀 수 없는 문제도 풀어주고......"
쟝청은 그를 보며, 도대체 어떤 힘이 구페이가 타인의 감독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환상을 라오쉬에게 심어주었는지 궁금했다.
"이전에는 이징한테 그를 지도하도록 했는데, 이징은 반장이고 책임감이 강하지만 어디까지나 여자아이라 그다지 적당하지 않았어." 라오쉬가 말했다. "그래서 너한테 희망을 걸고...... 성적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 반 친구에게 관심을 좀 가져보면 어떨까."
라오쉬의 표정은 매우 진지했고 그의 목소리는 상의적이라 쟝청은 어떻게 말해야할지 조금 불확실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부드러운 건 먹고 딱딱한 건 먹지 않는 성격으로, 간절하면 받아들였고 위협적이면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라오쉬의 이러한 과하게 순진한 부탁은 그는 정말이지 먹을 수 없었다.
"쉬총," 그도 진심으로 말했다. "저는 당신이 먼저 저에 대해 알고난 후 이 일을 할지 말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성적은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아니에요. 저는 오늘 수업에 책도 갖고 오지 않았는걸요?"
대화는 계속되지 않은 채 수업 시작 종이 울렸다.
구페이는 오전 내내 학교에 오지 않았고, 수업 하는 선생님도 아무도 묻지 않았다. 마치 누가 오고 누가 오지 않는지 그들은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 같았다.
쟝은 학교가 끝나자마자 가장 먼저 교실을 나섰다. 아무런 짐이 없어 옷 한 벌만 가진 채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가는 사람들보다도 더 빨리 달려 학교를 뛰쳐나갔다.
오늘은 운이 좋아서 그는 교문을 나오자마자 택시에서 사람이 내리는 것을 보았고, 안에 있는 승객이 다 내리기도 전에 조수석에 올라탔다.
"시내 쇼핑 센터 말고," 쟝청은 운전기사에게 물었다. "옷을 살 만한 다른 곳이 있나요?"
기사는 잠시 생각했다. "쇼핑 센터."
"어디요?" 쟝청이 물었다.
"시내에 있는 거요." 운전사가 대답했다.
"...... 아," 쟝청은 몸을 뒤로 기대고 눈을 감았다. "그럼 거기로 가주세요."
쇼핑 센터는 매우 촌스러웠다. 쟝청과 판즈가 구이를 먹으러 온 날 아무렇게나 거닐었을 때 볼 만한 게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따질 것 없이 옷만 있으면 되었다.
그는 목을 잘릴 각오로 할인했으니 사지 않으면 사장이 개죽음을 당한다는 가게에 들어가 스웨터와 패딩 하나를 입어보았다.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아 계산을 하고 직원에게 태그를 잘라달라고 부탁했다.
구페이의 옷을 들고 쇼핑몰을 나서며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새로 산 옷의 디자인은 보통이지만 품질은 좋고 따뜻하며 가격도 적당했다. 가격은 확실히 목을 벨 정도는 아니었고 기껏해야 1층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정도였다.
근처 쇼핑몰에서 음식을 좀 먹고나니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 없었다.
아니면 바로 학교로 돌아가서 학교 옆에 있는 세탁소를 찾아 구페이의 옷을 세탁해볼까.
택시는 타지 않았다. 어머니가 그에게 많은 돈을 주었지만, 리바오궈의 상황을 보니 이 돈으로 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사용해야 할 것 같았다...... 그는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는 것을 보았다.
막 걸어갈 때 전화가 울렸다.
리바오궈의 전화였다.
그는 다소 마지못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청청아!" 리바오궈의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학교 마쳤지!"
"네." 쟝청은 계속해서 정류장으로 걸어 갔다.
"어젯밤에는 어디서 잤냐?" 리바오궈가 물었다. "그렇게 크게 화를 내다니, 이웃에서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한 줄 알겠어!"
쟝청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정류장 표지판 아래까지 걸어가 차가 학교까지 가는지 확인하려 했다.
"화는 좀 풀렸냐?" 리바오궈가 다시 물었다. "돌아와서 저녁 먹자, 만두를 만들어 뒀으니 네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먹자꾸나!"
"난......" 쟝청은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한참을 뻣뻣하게 굳어있다가 간신히 한 마디 했다. "쇼핑 센터에 있어요."
"멀지 않아, 19번을 타면 돌아올 수 있어." 리바오궈는 즉시 말했다. "광장 동쪽 출구에 있는 정류장이다!"
쟝청이 옷을 들고 리바오궈네 거리로 돌아왔을 때 멀지 않은 곳에 세탁소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보기에 조금 믿을 수 없어 보였지만 쇼윈도에 옷이 많이 걸려 있어서 그는 잠시 망설이다 구페이의 옷을 가져가서 맡기고 돈을 낸 뒤 저녁 때 찾으러 오기로 했다.
아래층에 도착했을 때 그는 멈춰섰다. 그의 앞에 있는 복도 입구에 유리를 실은 삼륜인력거 한 대가 서 있었고 리바오궈가 그 옆에 서서 차에서 유리 몇 개를 갖고 내린 후 조금 힘들게 되돌아가고 있었다.
자신이 어제 깨뜨린 창문을 바꾸려는 듯했다. 쟝청은 한숨을 쉬며 달려갔다. "제가 들고 갈게요."
"오, 돌아왔구나!" 리바오궈가 소리 쳤다. "움직이지 마, 내가 들면 돼. 떨어뜨리면 꽤 비싸다고!"
쟝청은 실제로 들어올리는 게 쉽지 않은 것을 보고 리바오궈의 손에서 열쇠를 가져가서 집 문을 열었다.
"마음이 잘 통하는구나!" 리바오궈가 고개를 들고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반쯤 소리지르듯 말했다. "봐, 이게 내 아들이야! 나랑 호흡이 척척 맞지!"
"왜 일꾼을 안 부르고 직접 싣고 왔어요?" 쟝청은 방 안을 들여다 보았다. 바닥에는 깨진 유리가 아직 남아 있었다. 그는 부엌에서 빗자루를 가져왔다. "이거......"
"일꾼을 불러?" 리바오궈는 눈을 부릅뜨고 그를 보았다. "그럼 돈이 얼만데! 말해두는데 난 이 유리 몇 장도 외상으로 산 거다!"
"외상?" 쟝청은 빗자루를 든 채 멍해졌다.
"뒷골목 유리 가게 사장은 항상 나랑 마작을 하는데, 먼저 물어봤지." 리바오궈가 말했다. "며칠 있다 운이 붙으면 다시 가서 돈을 주겠다고 말야."
쟝청은 입만 연 채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리바오궈의 신상에는 유리 몇 장 살 돈도 없는가? 유리 값을 걸고 마작을 한다고?
"뒷골목이라고요?" 그는 허리를 굽혀 바닥에 있는 유리조각을 쓸었다. "잠시 후에 내가 가서 돈을 낼게요."
"좋은 아들!" 리바오궈는 유리를 탁자에 올려 놓고 손뼉을 쳤다. "내가 널 많이 아끼는 거 알지! 네 저쪽 집에서 돈을 많이 주지 않았냐?"
쟝청은 그를 돌아보면서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리바오궈가 만두를 가지러 부엌에 갔을 때, 침대에 던져둔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어 열어본 그는 순식간에 조금 말문이 막혔다.
현금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카드의 위치가 바뀌어 있었다. 그는 또 카드 번호를 보고 이전의 번호가 맞는지 확인한 후에야 지갑을 주머니에 넣고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온 몸의 기운이 빠져나갔다.
담뱃갑을 더듬어 담배를 꺼내려던 구페이는 한 갑을 다 피운 것을 깨달았다.
그는 눈썹을 찡그리며 담뱃갑을 한 덩어리로 뭉쳐 발 밑의 땅으로 던졌다.
바닥에는 이 담뱃갑 외에도 담배 꽁초가 있었다.
오늘은 매우 조용했다. 오전에 라오쉬가 몇 번 전화를 걸었고 어머니와 리옌도 있었는데 그는 전부 받지 않다가 나중엔 휴대전화를 꺼버렸다.
세상이 조용해지자 그는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의 두려움을 자세히 느껴볼 수 있었다.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북풍이 점점 더 심하게 불어왔다. 바람은 모자를 뚫고, 귀마개를 뚫고, 마스크를 뚫고 들어와 얼굴을 할퀴었다.
그는 돌아서서 몇 줄로 늘어선 묘비 사이의 길을 따라 걸어 나갔다가 빗자루를 가지고 돌아와 땅에 있는 담배 꽁초를 쓸어버린 다음 묘비 위의 사진을 응시하였다.
하루 종일 이곳에 머무르면서 처음으로 사진을 본 것이었다.
희미한 빛 속에서 사진 속 인물은 유달리 낯설게 보였지만 여전히 그를 섬뜩하게 만드는 기운이 감돌았다.
"저 갈게요." 그가 말했다.
몸을 돌려 떠나려 할 때 그는 누군가가 그의 뒤에 있는 것을 느꼈다.
뒤를 돌아봤지만 소리없이 잠잠한 묘비만 보일 뿐이었다.
다시 앞으로 나아가자 발걸음이 조금 무거워져 구페이는 숨을 들이쉬고 걸음을 재촉했다.
빗자루를 내려 놓는 순간 그의 귓가에 거대한 물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의 호흡이 멈추었고 주위에 갑자기 어둠이 들이닥치는 기분이 들었다.
흐르는 물 소리도 아니고 평범하게 앞으로 헤엄쳐 나가는 소리도 아니었다. 이것은...... 누군가가 물속에서 필사적으로 발버둥칠 때의 소리, 절망적이고, 고통스러운, 거대한 소리였다.
물결이 뒤집히고, 물보라가 튀어오르며 또 잘게 부서졌다. 물결 속에 그를 죽일듯이 노려보는 한 쌍의 눈동자가 있었다.
"왜 나를 구해주지 않는 거야! 말 안 듣는 거냐!"
구페이는 겁에 질려 옆에 있는 쓰레기통을 향해 힘껏 발길질을 했고, 쓰레기통이 넘어지는 소리가 그를 현실로 되돌아오게 했다.
그는 옷깃을 당겨 고개를 숙이고 텅 빈 길을 따라 빠르게 묘지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
이것은 그가 들은 마지막 말이 아니었지만, 아버지가 죽던 그 날 밤새도록 깨어나지 못한 악몽 속에서 되풀이된 말이었다.
아버지는 죽기 전에 말할 시간도 없었고, 말할 수도 없었으며, 그저 필사적으로 발버둥쳤을 뿐이다.
그는 자신이 어째서 그런 말을 꿈꾸었는지 알 수 없었고, 이 말이 몇 년 동안 그를 따라다니며 그가 똑바로 마주할 수 없는 두려움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호숫가에 온몸이 흠뻑 젖은 채 서있는 느낌은 항상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그 때마다 그는 손을 뻗어 옷을 움켜쥐고 말라 있다는 것을 반복해서 확인해야 했다.
묘지 주변은 사실 꽤 번화했다. 정문에서 나오면 바로 큰 길이어서, 구페이는 거의 달음박질치듯 슈퍼마켓에 들어갔다.
주변이 불빛으로 가득찬 뒤에야 그는 온기를 느끼기 시작했고 몸의 뻣뻣함이 서서히 가라 앉았다.
그는 담배 두 갑과 물 한 병, 그리고 오뎅 하나를 사서 휴게실에 앉아 먹고 다시 거리로 나왔다.
길가에서 바람을 피해 담배에 불을 붙였다. 한 모금 빨자마자 손가락으로 꺾어서 버렸다. 토할 것 같았다.
목구멍에 모래를 잔뜩 머금은 느낌이었다.
버스에 타서 물 한 병을 전부 마시고 나서야 겨우 조금 여유로워진 그는 휴대전화를 켰다.
부재중 전화는 주로 라오쉬가 건 것이었다. 다른 사람은 별 중요한 일이 없으면 그가 휴대전화를 끈 것을 알면 전화하지 않을 터였다. 오직 라오쉬만이 충성스럽고 끈질긴 구혼자처럼 끝이 없었다.
부재중 전화를 확인 후 메시지함을 열자 쟝청이 보낸 메시지 하나뿐이었다.
-8시에 옷 갖다 줄게.
쟝청의 프로필 사진을 보자 그는 또 어제 쟝청에게 준 보정 사진을 떠올리고 차창에 기대어 까닭없이 한참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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