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자 제20장

2020. 11. 16. 12:52완결/《연자软刺》唐酒卿,2017

 

 

 

기말

 

 

폭풍우처럼 빠른 이별이었다.

롼쓰는 자신이 진지하게 전혀 슬프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단지 예상 밖이었던지라 이 갑작스러운 '이별' 두 글자에 제압당한 것이었다. 이 이른바 순수한 로맨스는 느닷없이 끝나버렸고, 샤징이 내놓은 이유는 울지도 웃지도 못할 것이었다. 하지만, 샤징이 그럴만한 이유가 없지 않았다는 것을 그는 곧 깨달았다.

 

"슈퍼게이?" 롼쓰가 말했다. "까지는 아닌거 같은데."

"그 정돈 아닌데 상황을 봐야 알아." 쿵자바오가 밀크티를 마시고 있다. "너랑 친종의 경우 꽤 그렇다고 생각해. 너는 마침내 아주 예쁜 소녀와 함께 하게 됐다면서 정작 매일 친종과 함께 있잖아. 너 휴대전화도 없어서 두 사람은 보름이 되도록 별 진전이 없었지?"

"보름 만에 얼마나 진전 돼야한다고 생각하는데?" 롼쓰는 얼음을 깨물었다. "매일 점심도 같이 먹으면서 같이 지냈잖아."

"점심 먹을 땐 내가 있잖아?" 쿵자바오가 말했다. "내가 진실을 말해줄게. 난 네가 샤징에게 관심이 없다고 생각해. 그녀가 넌 여자친구가 필요 없는 것 같다고 한 게 곧 네가 무관심하다는 의미야."

롼쓰는 얼음을 삼키며 밀크티 가게 테이블에 기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파라솔 범위를 넘어간 다리가 태양 아래서 볕을 쬐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진중한 표정으로 쿵자바오를 돌아보았다. 쿵자바오는 그가 잘못을 인정하려 한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가 말한 것은 이런 것이었다. "자세히 생각해보니 정말 꽤 게이 같네."

"......"

"아," 쿵자바오는 샤징을 대신에 불만을 표했다. "샤징에 대해서는 특별한 생각이 없어?"

"특별한 생각은 없어." 롼쓰는 '특별'이라는 두 글자를 또박또박 말했다. "샤징은 다 좋아."

"좋아, 이럴 거면 내가 다른 방식으로 물어볼게." 쿵자바오는 밀크티 잔을 들고 있었다. "샤징 예뻐?"

"예뻐." 롼쓰가 대답했다.

"샤징한테 뽀뽀하고 싶어?" 쿵자바오가 물었다.

"응." 롼쓰는 잠시 머뭇거렸다. "지금은 그다지 생각 없어."

"친종 예뻐?" 쿵자바오가 이어서 물었다.

"쓸데없는 소리야." 롼쓰가 말했다. "걔는 나보다 좀 못하지."

"오." 쿵자바오는 냉담한 얼굴로 갑작스럽게 물었다. "그럼 너 친종한테 뽀뽀하고 싶어?"

롼쓰는 아무 말이 없었다.

"대답 안 하네." 시선을 본 쿵자바오가 밀크티를 단숨에 들이마셨다. "쓰야, 이건 문제가 심각해."

"이 질문을 할 때 넌 무슨 생각이 들었어?" 롼쓰가 말했다. "이런 질문에 양심의 가책은 안 느껴져?"

"전혀." 쿵자바오가 말했다. "내가 그에게 뽀뽀하고 싶은 것도 아닌데."

"이 화제는 아직 끝낼 수 없어." 롼쓰는 팔꿈치를 괴며 말했다. "너 왜 내가 너한테 뽀뽀하고 싶은지는 안 물어봐?"

쿵자바오는 즉시 질겁하며 자신을 꼭 껴안았다.

롼쓰 : "......"

"우린 평생 좋은 형제야." 쿵자바오는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이 몸은 쇠파이프처럼 곧다고."

"난 곧든 굽었든 상관없어." 롼쓰는 교복 외투를 끌어올리고 파라솔을 나갔다.

"난 굶지도 않았고 편식할 지경에 이르지도 않았으니 쿵쇠파이프는 마음을 백번 놓거라."

"아," 쿵자바오는 팔짱을 낀 채 따라나섰다. "됐어. 네가 설레이는 거 나도 알아. 바오형은 이렇게 세심한데다 남자 여자 할 것없이 모든 사람이 쫓아다니니까."

"너 아직 힘이 남아?" 

롼쓰는 그에게 발길질을 했다. 

쿵자바오는 '크악' 하며 앞으로 펄쩍 뛰었다. "진짜 말해봐, 너 샤징을 더 이상 붙잡지 않을 생각이야?"

"안 할 생각이야." 롼쓰는 햇볕을 쬐니 졸음이 왔다. "그렇게 할 거야."

 

기말고사가 다가와서 이번주 체육 수업은 모두 중단되었다. 롼쓰는 자습시간에 오래된 원고를 고쳐서 퇴고했다. 두툼한 노트를 손에 쥐어보니 약간 무거웠다. 그는 시간을 내 원고를 발송했다.

슈신은 단 활동에서 돌아와 보름동안 집에서 쉬었다. 친종의 여가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롼쓰는 매일 열 시 전후까지 발코니 문을 열어놓고 그가 피아노 연습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침에 친종을 부르는 시간이 갈수록 길어졌다. 시험 당일 학교에 가는 길, 친종은 그의 등에 기대어 잠깐 눈을 붙였다.

"어젯밤 몇 시에 잤어?" 자전거 보관소를 나오면서 롼쓰가 물었다.

"두 시." 친종은 기운이 없었다.

슈신이 그의 승급 시험을 신청했는데, 모두 같은 시기에 몰려 기말고사와 함께 준비해야 했다.

"잠깐, 잠들지 마." 롼쓰는 발걸음을 멈췄다. "올라가, 얼른 고사실 찾으러 올라가."

"끝나고 농구장에서 봐." 친종은 손을 흔들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고사실에 10분 정도 앉아있다 벽시계를 보니 감독교사가 들어올 시간이었다. 뒷문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휘파람을 불었다. 친종이 고개를 돌리자 문 옆에 서 있던 롼쓰가 무언가를 던져주었다. 그가 받아서 보니 뜻밖에도 작은 풍유정* 병이었다. 롼쓰는 뚜껑을 여는 시늉을 하고 빠르게 자신의 고사실로 돌아갔다.

*风油精 평유징. [벌레 물린 데나 정신을 맑게 하는 데, 또 소염·진통 등에 효과가 있는 일종의 외용 상비약]

교실 문 앞 첫 번째 줄에 엎드려 있던 샤징은 뚜렷이 보았다. 그녀는 펜뚜껑을 깨물며 고개를 돌려 단짝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난 너무 군더더기 같아......"

친종은 풍유정을 손등에 발랐다. 강한 향에 눈가가 시큰거렸다. 첫 시간에는 어문 독해 문제가 많았는데, 만약 이 향이 주는 자극이 아니었다면 그는 잠들어버렸을 것이다. 잠이 부족해 머릿속은 몽롱했고 글을 지어낼 땐 두세 번 멈춰야 했다.

"넌 10년 동안 피아노를 쳤어." 슈신의 아름다운 손톱이 매섭게 악보를 그었다. "10년이야, 친종. 넌 어째서 영원히 이렇게 밖에 연주하지 못하니? 감정은 누구한테 줬어? 넌 왜 이 일에 마음을 쓰지 않는 거니!"

가슴을 짓누르는 정서가 친종의 가슴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초조하게 만들었다. 그는 손을 들어올려 머리카락을 매만졌지만 목소리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너는 이런 일도 제대로 못 하는구나." 슈신은 실망한 채 그를 쳐다보았다. "내가 너한테 뭘 더 바랄 수 있겠니? 네 꿈이 뭐야? 피아노 아니야? 친종, 왜 좀 더 노력하지 못하는 거니! 넌 어떻게 네 아빠처럼 아무 말이 없어? 침묵으론 영원히 일을 해결할 수 없어! 그건 도피하는 거야! 피하지 마, 앞으로 나가란 말이야!"

친종은 펜끝에 힘을 주어 마침표를 찍었다. 한여름의 건조한 열기가 그를 좁은 새장에 가둔 듯 내리눌렀다. 그에게 보이지 않는 칼과 족쇄가 채워졌다. 궁지에 몰린 짐승은 소리 없이 화를 풀 방법을 찾았다.

그는 도피할 수 없다.

그는 영원히 도피할 수 없다.

숨도 쉴 수 없는 무더위에 등에 맺힌 땀방울이 굴렀다. 분침의 이동에 따라 예정대로 시험을 마치는 벨소리가 울렸다. 감독교사가 펜을 놓으라고 한 뒤 뒷줄부터 앞으로 답안지를 걷기 시작했다. 친종은 펜을 끼운 채 일어나 먼저 화장실에 갔다.

친종은 얼굴에 찬물을 끼얹고 몸을 일으켜 마음을 가다듬었다. 고개를 들자 자오윈린이 보였다.

자오윈린은 예상하지 못한 듯 뒷걸음질을 쳤다. 친종은 그를 무심하게 쳐다보다가 단 몇 초만에 얼굴을 닦고 몸을 돌려 나갔다.

"크악." 자오윈린과 뒤쪽 남학생들은 소리 죽여 말했다. "난 이제 곧 싸우려는 줄 알았어."

자오윈린은 아직 얼굴에 상처가 남은 채 말을 듣고 차갑게 웃었다.

"이미 경고받았는데 누가 감히 이 시간에 손을 쓰겠어?

 

"이 냄새." 롼쓰는 농구장 옆 계단에 앉아 자신의 손등도 살짝 문질러 냄새를 맡아보곤 즉시 미간을 찌푸렸다. "크악."

"명실상부 졸음을 쫓는 신문물이네." 

친종이 발뒤꿈치를 들어올리고 손을 놓자 농구공이 '덜컹'하며 들어갔다.

"오늘 저녁에 우리 집에 갈래?" 롼쓰가 일어나 농구공을 들었다.

"못 가." 친종은 그가 공을 튀기는 걸 보고 있었다. "오늘 밤엔 잠 좀 보충해야겠어."

"그래." 롼쓰가 자세를 잡더니 말했다. "한판 할까?"

"일단 우회해줘." 친종은 교복 소매를 걷어올리고 팔을 벌렸다. "리바운드는 내 거야."

이제 막 도착한 쿵자바오는 계단에 앉아 음료수 병을 두드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GO! GO! GO! 단판 승부야, 이긴 사람이 대장!"

롼쓰는 현란한 페이크 동작으로 친종을 뒤흔들고, 공을 가랑이 사이로 넘겨 늘 하던 대로 사납게 공세를 몰아갔다. 친종은 슬라이드 스텝의 빈틈없는 수세로 물 샐 틈도 보이지 않았다.

쿵자바오가 일어서서 손을 들어올려 음료수 병을 두드리며 고함쳤다. "쓰야! 동생에게 사람됨을 가르쳐줘! 봐주지 마라!"

친종은 롼쓰가 집중할 때의 눈을 좋아했다. 예리한 눈빛이 한층 두드러졌다. 롼쓰의 농구 스타일은 쉴새없이 강한 공격을 예리하게 퍼붓는 것이었다. 치열한 각축전 속에 뜨거운 태양빛을 등으로 직접 받으며, 공수 전환은 재빨랐고 리드미컬한 드리블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두 사람은 팽팽하게 맞서며 반 보도 양보하지 않았다.

초조함과 고민은 깨끗이 사라졌다.

현재 남은 것은 두 사람의 싸움뿐이었다.

여름의 찌는 듯한 더위에 호흡은 점차 무거워졌고 땀은 비오듯 흘렀다. 이렇게 가까이서 겨루다보면 호흡의 빈도가 서로 똑같아지는 듯했고, 분명 서로 닿지 않았음에도 시도때도 없이 제멋대로 뒤엉키는 것 같았다.

"2점슛!" 쿵자바오가 휘파람소리와 함께 판정을 내렸다. "훌륭해! 롼쓰 승!"

롼쓰는 고개를 들어올려 숨을 헐떡이며 두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가리키며 친종을 향해 방자하게 말했다. "방어하느라 고생했어."

"좀 실제적인 걸로 해줘." 친종은 쿵자바오가 던져준 얼음물을 받아들어 한 입 마시고 말했다. "점심은 네가 사."

"가자, 식당으로." 쿵자바오가 두 사람의 어깨를 밀었다. "옆에 새로 생긴 쓰촨요리집에 줄곧 가보고 싶었어."

"어찌됐든 이유가 있어야지." 롼쓰는 땀을 닦았다. "기말 폭망 축하?"

"퉤퉤퉤," 쿵자바오가 말했다. "저주하지마, 이번 방학 때 얻어맞을 거야. 이유는 간단해. 고독한 황금 늑대 세 마리가 다시 모인 역사적 순간."

"아," 친종이 웃었다. "솔로 세 마리."

쿵자바오가 그를 두드렸다. "이건 외로운 늑대야!"

친종은 얼음물을 뺨에 대고나서야 비로소 호흡을 가다듬고 정신이 맑아진 기분이었다.

 

세 사람이 네 가지 메뉴를 주문했다. 모두 훌쩍 자랄 때라 1인분은 더 먹어야 했다. 가장 괴로운 것은 쿵자바오였다. 밥 두 그릇은 괜찮았지만 턱을 괴고 쳐다본 친종과 롼쓰는 전혀 멈추지 않을 기세였다.

"하느님 맙소사." 뚱보는 근심스럽게 말했다. "이런 꼴로 먹는 너희 둘이 2중에서 제일 잘 생긴 걸로 소문이 났다고?"

"너 필요하면 써." 롼쓰가 말했다. "그 칭호가 필요하면 얼마든지 가져가."

"형이 살 빠질 때를 기다려." 쿵자바오는 허리를 쥐었다. "너희 둘 다 택도 없어. 모레 시험 끝나면 방학인데 계획 있어?"

"오래된 규칙대로 농장에 돌아가야지." 마침내 배가 부른 롼쓰가 탕을 담으며 쿵자바오에게 물었다. "넌 아직도 학원에 다녀? 아니면 놀러 가자."

"반드시 다녀야 해. 리닝이 아직 다니거든. 넌 모르겠지만 그 학원에 몇몇 재수없는 놈들이 리닝을 노리고 있어서 내가 지켜봐야해." 쿵자바오는 친종에게 질문을 돌렸다. "쫑즈는 뭐 해?"

"피아노 연습." 친종은 간단히 말했다. "우리 엄마가 작은 공연 계획을 잡으셨어."

"동생 대박인데." 쿵자바오는 곧 흥분해서 일어났다. "어디서 하는데? 우리가 보러 갈게!"

"서두르지 마." 롼쓰가 말했다. "얘 긴장하고 있어."

이 계획에 슈신은 아마 친종의 의견은 묻지도 않았을 것이다.

롼쓰는 그의 눈을 보며 손끝으로 그릇을 떠밀었다. 

친종은 이 그릇의 탕을 마시며 말했다. "오면 좋겠지만, 장소가 너무 멀어.  학원 쉴 수 있어?"

"크악, 쉬기는커녕 낮잠도 못자고 완전 스파르타식이야!" 쿵자바오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럼 못 보겠네...... 정말 유감이야."

"기회는 많아." 롼쓰가 계산을 하러 일어났다. "볼 때가 있을 거야."

친종이 화장실에 간 사이 쿵자바오는 롼쓰를 끌어당겨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가기 전에 일 마무리 안할거냐?"

"무슨 일?" 롼쓰는 병을 따서 다보에 넣었다. "오, 자오윈린이 이제 돌아왔지."

"그거야. 이제 곧 방학인데 어디서 조지지?" 쿵자바오가 말했다. "소구장? 동생한테 알려줘야 할까."

"그는 요즘 일이 많아. 시간 없어." 롼쓰가 말했다. "어린애는 빠지기 딱이지."

"그래도 돼." 쿵자바오가 스프라이트 한 병을 교환했다. "그럼 소구장으로 해? 가까우면 싸우고 도망갈 수도 있고. 천린이 데리고 다니는 뒷골목 양아치들은 모두 흉악하고 쓰레기 같은 일을 도맡으면서 체면도 기준도 없다고 하더라."

"싸워서 뭐해?" 롼쓰는 물을 삼키고 웃으며 말했다. "우리 안 싸울 거야."

"아." 쿵자바오가 그의 가슴을 두드렸다. "쓰형이 싸우지 않겠다니, 이걸로 1년은 웃을 수 있겠어."

롼쓰는 화장실에서 나오는 친종을 보고 고개를 들어 냉차를 깨끗이 마시고는 입을 다물었다.

세 사람은 함께 학교로 돌아왔다. 쿵자바오는 고사실로 들어가고, 친종과 롼쓰는 위층으로 더 올라가야 했다. 올라가는 길에 롼쓰가 친종에게 물었다. "풍유정 갖고 있어?"

"주머니에." 친종이 말했다. "오후엔 잠들지 않을 거야."

"오늘 저녁엔 좀 일찍 자." 롼쓰는 몸을 돌려 당번 학생에게 길을 양보했다. "오후에 자전거 보관소에서 봐."

친종은 확실하게 손짓하고 고사실로 들어갔다가 다시 돌아 나와서 말했다.

"자오윈린이 돌아왔는데 아직 상처가 덜 아물었어. 지금은 정교처가 꽉 잡고 있으니 너 걔한테 시비 걸지 마.'

"생각 좀 해보고." 롼쓰는 그의 주머니에서 사탕을 더듬어 꺼내 입안으로 던져넣었다. "그래,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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