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est(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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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수인생 제3장 - 청경채
제3장 청경채 어릴 적 일은 사람의 일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까. 심리학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깊은 인식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같은 평범한 바쁜 사람들은 일찌감치 그 당시 칠판에 글을 쓰던 예쁜 선생님도, 초등학교 수업 시간이 오후 1교시였는지 2교시였는지도, 1학년인가 3학년인가부터 했던 자연 수업도 거의 기억나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과 의자에 묻은 풀, 비웃음 속에서 유난히 무거웠던 단어, 어느 겨울 연못의 차가운 물과 씻을 수 없는 진흙은 영원히 잊지 못했다. 온 세상이 다 자신을 버린 것 같은 무력감을 잊을 수 없었다. 그 겨울은 매우 춥고 뼛속까지 추웠다. 셰이가 다 자란 후 따뜻한 강남에 와서도 그때의 살을 에는 듯한 매서운 추위는 잊을 수 없었다. 서북풍은..
2020.10.11 -
과문 17장【싹트다】
싹트다비록 전날 밤에 미친 듯이 놀았지만, 더우쉰은 생체 시계의 작용으로 일찍 깨어났다. 육체는 깼지만 그의 삼혼칠백은 아직 일곱 개 구멍에 걸려 있었다. 흐느적흐느적 아래층으로 내려간 더우쉰은 쉬 외할머니의 끝없는 잔소리에 정면으로 부딪히고 말았다.쉬 외할머니의 잔소리는 절대 사람을 짜증나게 하지 않는다. 그녀의 말투는 느릿느릿했고, 음조는 마치 희곡의 대사를 치는 듯했다. 또한 속된 맛도 전혀 띠지 않았다. "네 엄마가 어젯밤에 전화를 두 통이나 해서, 엉망진창으로 울어대서 무슨 일인지 잘 알아듣지도 못했네. 네가 얘기 좀 해봐라. 도망치지 말고 엄마랑 얘기 좀 나누면 안 되겠니? 에휴, 나는 너희 둘이 언제 돌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밖이 저렇게 어지러운데 너희 같은 어린애들이 한밤중에도 집에 돌..
2020.07.28 -
과문 14장【시험 거부】
시험 거부 자신이 쉬시린의 아버지라고 밝힌 정 선생은 이후 6중 앞을 몇 차례 더 배회했지만, 쉬시린은 매번 농구 멤버들과 무리를 지어 따라 쌩하니 지나가며 그를 외면해서 정 선생은 말을 할 기회를 전혀 찾지 못했다.한참 뒤 쉬시린의 전화번호를 어디서 구했는지, 정 선생이 매일 수업이 끝나는 시간을 틈타 조심스럽게 문자를 보내는 바람에 쉬시린은 그를 차단했다.한 달 뒤 그는 쉬시린의 학교로 소포 하나를 보냈는데, 뜯어보니 한정판 축구화 한 켤레와 정 선생이 업무 때문에 곧 출국한다고 적힌 쪽지 한 장이 있었다. 그는 축구화가 가끔 아빠를 떠올릴 수 있는 기념품이 되길 바랐다.안타깝게도 쉬시린에게 이 수법은 통하지 않았다.그는 축구화의 치수를 좀 보더니 아무렇게나 책상 밑에 밀어 넣었다. 다음 날 농구팀..
2020.07.25 -
과문 13장【결정】
결정 더우쉰은 학교가 싫었다. 수명을 낭비하는 기분이 드는 수업 진도나 주변에 소통이 안 되는 또래 얼간이들 전부 그가 학교생활에 미련도 기대도 하지 않게 했다.어릴 때부터 그는 다른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들 또한 그를 데리고 놀지 않았다. 착한 환경은 그를 고립시키고 냉대했으며, 어수선한 환경은 사흘이 멀다 하고 전쟁을 벌였다.더우쉰은 항상 새로운 환경에 도착하면 바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마치 다음 환경은 더 좋아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의 중고등학교 생활 끝자락에 아주 짧은 꼬리만 남았을 때, 비로소 조금이나마 학생에 상응하는 맛을 보게 됐다.하지만 '수박 겉핥기'일뿐이다. 쉬시린은 그를 어디에든 데리고 다녔지만, 남들이 논하는 게임이나 여자아이에 대해서 그는 대화에 끼..
2020.07.25 -
과문 9장【다시, 학부모 상담】
다시, 학부모 상담식사가 일단락되자, 관례대로 자연스럽게 주샤오청의 구구절절한 하소연이 시작되었다. 쉬 외할머니는 드라마 스타일로 길고 짧게 한숨을 내쉬었고, 두 아주머니는 울먹이는 일을 책임졌다. 쉬시린과 더우쉰은 서로가 "적"임을 모른척하며, 제각기 꼼짝도 안 하고 마치 부모를 여읜 듯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쉬진은 주샤오청이 같은 얘기를 되풀이하는 것이 짜증 나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녀는 두 명의 곰아이와 함께 삼각 구도로 저기압을 띠고 있었다. 지하실에 갇힌 도도는 수시로 늑대 같은 울음소리를 내며 비통해했다. 더우쉰은 주샤오청이 그를 다른 집으로 보내 며칠 묵게 하여, 그들 내외가 충분히 싸울 장소를 마련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들 집의 난장판 같은 모양에는 그리 ..
2020.07.19 -
과문 8장【악연】
악연 우타오는 호랑이 가죽을 뜯어 깃발을 만들었는데, 이제 막 절반 뜯자마자 호랑이가 웅크리고 앉아 그를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당장 입장이 곤란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그는 잠시 말문이 막혀 한 마디도 꺼내지 못했다.화장실 안 분위기가 조금 굳어졌다. 때리고 있던 몇 명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우타오는 손을 흔들어 그들을 잠시 기다리도록 시키고, 그 자신은 앞으로 나가 쉬시린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고분고분한 태도로 말했다. "우리 나가서 얘기하자." 쉬시린은 팔짱을 꼈다. "아니, 그냥 여기서 말해." 리보즈가 뒤에서 말참견을 했다. "형님아, 이 말투도 널 위해주는 건데, 네가 이런 식으로 구는 건 부적절하지 않나?" "내 코에 구멍이 안 뚫렸다고, 너더러 숨 쉬어 달라고 할까?" 쉬시린..
2020.07.17 -
과문 7장【집단구타】
집단구타우타오가 누군가와 개인적인 원한이 있으면 쉬시린은 상관없었지만 여전히 그의 명분이 걸려 있다면 더 이상 친구라기엔 부족하다. 월요일 아침, 원래 쉬시린이 당직을 서야 했다. 그는 과일 한 봉지와 간식 한 봉지를 들고 와서 조원들에게 나눠주며 "알람이 고장 나서 못 일어났다"는 핑계를 대었다. 또 웃는 얼굴로 겸연쩍어하며 친구들을 모두 유쾌하게 달래 주어 아무도 그가 게으름을 피웠다고 따지지 않도록 했다. 일을 끝낸 후 그는 정신을 딴 데 팔며 영어 교과서를 아무 데나 펼친 뒤 독경하듯 "중얼중얼"하는 무리에 끼어들고 동시에 마음속으로는 우타오 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다. 더우쉰 때문이었다. 그는 마치 완벽하게 교실 뒤편 창문가의 난이 된 것처럼, 발아래에서 뿌리가 내려 처음부터 교실 안에서..
2020.07.15 -
과문 5장【학부모 상담】
학부모 상담 금요일 수업 사이 시간, 쉬시린과 더우쉰은 방과 후 싸움 때문에 나란히 칠리향의 사무실로 불려 갔다. 쉬시린은 지난 몇 년 간 정말이지 이런 체면 깎이는 일로 창피를 당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세심하게 반성해 보았으나 자신은 이 건에 대해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생각만 들었다. 결국 더우쉰이 너무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음 전학 온 날부터 쉬시린은 이 사람과 자신의 궁합이 맞지 않는다고 느꼈고, 그 후 차이징과 또 뤄빙의 일로 점차 원한이 쌓여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양적 변화에 질적 변화가 생겨 말싸움은 몸싸움으로 변했다. 칠리향은 화를 참을 수 없었다. "말해봐! 쉬시린, 너는 단지서가 어떻게 된 일이야! 왜 싸웠어?" 쉬시린의 아래턱이 은근하게 아파왔다. 싸울 때 부..
2020.07.08 -
과문 3장【더우쉰】
더우쉰 복도로 뛰어든 쉬시린은 2층으로 뛰어올라가, 한 발로 교실 뒷문을 걷어차 열고 들어갔다. 쉬시린은 그대로 누군가가 뒷문에 걸어놓은 교복 외투를 벗겨내어 위에 붙은 먼지를 대충 털어낸 뒤 갈아입었다. 자신의 외투는 돌돌 말아 가방에 집어넣어 책상 아래로 던지고, 한 손으로는 머리카락을 걷어올리며 다른 한 손으로는 차이징의 안경을 벗겨 자신의 콧등에 올려서——외모 변신에 성공했다. 차이징 : "...... 대변활인이야?"쉬시린 : "과찬이야——이 옷은 누가 뒤에 걸어둔 거야?"차이징 : "'외할아버지'인 것 같아." "외할아버지"는 앞 책상에 앉은 형제의 별명으로, 성은 라오老——즉 《소오강호笑傲江湖》에 나오는 "노두자"의 노이며, 전체 이름도 매우 간단하여 "라오청老成"이라고 불린다. 《..
2020.07.06 -
과문 2장【좋지 않은 시작】
1부 - 쪽파青葱 좋지 않은 시작 13년 전, 꽃가게의 어린 청년은 아직 뚜렷하고 곧은 수염을 기르지 못했고, 더우쉰은 아직 세상을 증오하는 중2병 전학생에 불과했다. 그러나 쉬시린은, 그 자신이 인정하든 하지 않든, 확실히 가성비 좋은 곰아이였다—— "저리 가 저리 가." 쉬시린은 그의 집 개를 발끝으로 걷어차고, 개의 주둥이에서 책가방을 빼앗아 가방의 구석에 드러난 담뱃갑을 다시 밀어 넣었다. 개가 무슨 냄새를 맡았는지 히스테릭하게 그를 향해 짖었다. "도도豆豆"라고 하는 개는 대충 보면 여우개, 셰퍼드, 중국 토종개 등 여러 가지 혈통견 같았는데, 즉 여러 가지 의미의 잡종이었다. "사람은 천차만별이지만, 개는 충성스럽고 간사하며 현명하고 어리석다"는 말이 있다. 도도는 개 중에서도 망나니였..
2020.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