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13. 11:56ㆍ완결/《연자软刺》唐酒卿,2017
천린
친종은 색소폰 청소키트를 사러 악기점에 갔다. 그가 막 문을 밀고 들어갈 때 단단한 반삭 머리 하나가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두 사람 다 키가 비슷하게 커서 유리문 앞에서 어깨가 스쳤다.
"잠깐만." 상대방은 갚자기 옆으로 돌더니 목덜미 옆의 타투를 드러내며 친종을 노려보고 물었다. "친...... 종?"
친종은 고개를 돌려 그를 정면으로 보고 곧 누구인지 떠올려냈다. 이런 모양의 반삭 머리는 전 2중에 단 한 명뿐이었다.
"천린." 친종이 말했다. "웬일이야?"
천린은 과장된 손짓을 하며 말했다. "운이 좋네, 마음속으로 마침 생각 중이었는데 이런데서 우연히 마주치다니." 그는 고개를 기울이며 미소를 지었지만, 눈빛은 침울하고 매서웠다.
"사실 내가 생각한 건 롼쓰였지만——널 마주친 것도 나쁘지 않아. 시간 있어? 내가 한 잔 살게."
"됐어." 친종은 그가 유리문을 발로 괴어 멈춘 것을 보고 천린의 눈을 보며 미소지었다. "오랜만에 인사하는 건데 내가 살게."
가로등이 밝혀진 광장 주변은 모두 포장마차였다. 기름진 테이블 위에 아직 마개를 따지 않은 맥주병이 획일적으로 가득 늘어섰다. 천린은 맞은 편에 앉아 휘파람을 불며 하나하나 세어보며 웃었다.
"통이 크네." 그는 병 입구를 튕겼다. "이거 나한테 뇌물 주는 거야?"
"뇌물." 친종은 두 글자를 따라 말했다. "뭐 그런 의미지."
"이 일은 어떻게 해결하든 간에 결국 롼쓰가 얼굴 한 번은 비춰야 하지 않겠어?"
천린은 병 뚜껑을 따서 친종을 향해 들어올렸다.
"너희 둘 요새 역할을 바꾼 거야? 그가 아직 나를 만나지 못할 만큼 비열한 건 아니겠지?"
"자오윈린은 집에 있어?" 친종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만약 그가 용기가 있다면 나도 한번 찾아가서 어떻게 해결할지 상의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천린이 말했다. "콧대를 부러뜨린 걸 대충 할 순 없지. 롼쓰는 연달아 수 차례를 때렸는데 뭘 어떻게 말해야 시원하게 계산이 되겠어."
"그가 그런 능력이 있다면." 친종이 웃었다. "널 찾지도 않았겠지."
"그래서," 천린은 단숨에 반 병을 마시고 친종을 보며 고개를 들었다. "롼쓰더러 나랑 한 판 하자 그래. 어찌됐든 체면은 찾아 와야지. 자오윈린은 지금 나를 따르는데, 학교에서 그다지 좋은 말 안 나오니까 나도 면목이 없어. 우리들은 나와서 살고 있는데...... 쯧, 너도 알지?"
그의 시선은 약간 멸시적이었다. "넌 줄곧 착하구나."
"직속상관의 관리가 엄격해서." 친종이 말했다. "착하게 굴어야 그의 맘이 놓여."
"넌 그의 말을 그렇게나 들어?" 천린은 앉은 자세를 조절하고 친종에게 삿대질을 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너, 작년에 1:1에서 내가 롼쓰한테 부딪쳤더니 네가 출전해서 나한테 적잖이 팔꿈치를 날렸거든. 네 녀석은 얌전한 척하면서 실제로는 뒷공작이 나보다 더 심하지. 너 왜 롼쓰를 따라다니는 거야? 그는 학교 안에서 놀아본 것뿐이잖아. 밖에 나와서도 여전히 쓰형 소리를 들을 만할까? 뒷골목은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야."
지반이 좁아서, 클럽도 몇 곳 없었다. 천린은 그곳에서 명성이 자자했고 고등학교 안에서 그들이 대마를 피웠다는 얘기도 있었다. 이런 식으로 나쁜 일이 알려질수록 천린은 자신을 뛰어난 '뒷골목 인물'로 여기고 자기 만족을 위해 제자를 내려다보는 등 남보다 한수 위인 것처럼 행동해 자신이 배후 큰형님이 된 듯한 착각을 했다. 친종은 천린이 롼쓰를 떠올리지 못하도록 그에게 어떤 기회도 주지 않으려고 했다. 이 일은 여기까지만 얽히면 됐다. 이 사람의 성질머리로는 '체면'을 되찾지 못하면 계속 싸움을 멈추지 않을 터였다.
누가 뒷골목 생활을 한다는 건가?
자식 중 둘째는 못난놈이다. 대체로 바보짓으로 금세 한 대 맞기 일쑤였다.
이런 생각 끝에 친종은 결국 맥주병을 따서 천린과 맞부딪쳤다.
"뒷골목 생활로 치고 다시 얘기할게." 그는 고개를 들어 술을 마셨다.
"그런데 자오윈린 팬 거 나야. 만약 네가 이 일을 반드시 해결하려 한다면 멀리 돌아갈 필요 없어. 내가 여기 있으니까."
"네가 팼다고?" 천린은 테이블 위에 몸을 앞으로 기댔다. "너 이런 배짱이 있었구나."
"누가 알았겠어." 친종은 웃었다.
말이 끝나자 빈 술병이 천린의 머리 위를 향하더니 '퍽' 소리와 함께 조각나 파편이 튀었다. 천린은 갑작스레 습격에 얻어맞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의 머리에 피가 관자놀이를 따라 아래로 떨어졌다. 그는 한줌 문질러 닦아 내고서야 그것을 깨달았다.
"미, 친, 새, 끼!"
천린은 술병을 잡아채 플라스틱 테이블을 사납게 넘어뜨리고 의자를 뒤집어 들었다.
롼쓰가 방울을 울리자, 화장실에서 마스크팩을 붙이던 리친양이 말했다.
"아직 안 돌아왔나봐, 아니면 소리 듣고 진작 나왔을텐데."
"응." 롼쓰는 난간에 기댔다. "집에 안 오고 뭐하러 갔담."
"네가 물어봤어야지." 리친양은 그를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너희 둘은 매번 집에 같이 왔는데, 오늘은 아무 이유도 없이 혼자 왔어?"
"이유......" 롼쓰는 흥취가 떨어졌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어."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
어째선지 줄곧 시시하다. 샤징이 뒷좌석에 앉아 그의 허리를 안았을 때, 그는 뜻밖에도 몇 초 동안 일어나버리고 싶었다. 자전거는 기존보다 가벼웠지만, 별로 빠르지는 않았다. 그는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 그는 샤징을 아주 좋아해야 마땅했다.
마땅히.
"크악." 롼쓰는 종이 위에 마구 동그라미를 그렸다. "지금이 몇 시야!"
"아홉 시." 롼청이 책을 끼고 문을 지나고 있었다. "너 꽤 초조해 보이는데, 작은 학생, 문제가 어렵니?"
"다 썼어요." 롼쓰는 원고지를 덮었다. "아빠, 친 삼촌 이번 달에 친종 보러 와요?"
"아니" 롼청은 안경을 받쳤다. "친 삼촌은 요즘 사업이 바빠서 여름방학에나 볼 수 있을 것 같던데."
슈신도 단모임에 가서 친종이 만날 사람은 아무도 없다——그럼 그는 어디에 간 거지?
롼쓰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펜을 돌리며 시계를 주시하고 있었다. 분침이 '찰칵' 하고 6에 고정되자마자 그는 벌떡 일어나 외투도 입지 않은 채 신발을 신고 '나가서 돌아보고 오겠다'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밖은 춥지 않았고, 동네 가로등이 길을 밝히고 있었다. 롼쓰는 건물 아래에 잠시 서 있다가 도저히 사람이 도착 할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곧 길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주택단지 입구를 나서서 숲길로 갔지만 친종의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
롼쓰는 숲길 끝 편의점에서 물 한 병을 사서 가로등 아래 벤치에 앉았다. 원래 산책하는 사람들이 왕왕 오갔지만 10시를 넘어서자 숲길은 점차 비어갔다. 가까운 풀숲에서 모기들이 롼쓰의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는 손바닥으로 쳐내기도 귀찮았다. 팔을 의자 등받이에 걸치고 고개를 드니 어렴풋이 별이 보였다.
얼마나 지났는지 몰라도 머리 위의 별을 다 세고 나니 옆에 사람 하나가 걸터앉았다.
온몸이 술 냄새였다.
물이 뚝뚝 흐르는 머리카락은 수도꼭지 아래서 아무렇게나 물을 뿌린 것 같았다. 운동복 외투는 온통 밟혀 더러운 발자국이 찍혀 있었고 티셔츠는 팔뚝 위의 긁힌 상처를 드러내고 있었다.
친종이 손을 뻗어 물을 집어가자 롼쓰는 무표정한 얼굴로 병을 들어올려 쥐고 흔들었다. "물이 필요해? 누가 널 건드렸는지부터 말해."
"뒷골목." 친종은 혀끝으로 아랫입술을 건드리며 통증을 느꼈다. "걸어오느라 곧 목말라 죽겠어."
"나한테 개수작부리지 마." 롼쓰는 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잡아 돌렸다. "누가 널 건드린 거야. 나한테 허튼소리 하지마, 친종. 난 빌어먹을 누구보다도 널 잘 알아. 네가 거짓말 해봤자 한눈에 알 수 있어."
친종은 눈을 반쯤 드리우고 흐느끼듯 주먹으로 붉어진 눈꼬리를 문지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너무 아프게 쥐었어."
물이 그의 품 안을 떠났다. 롼쓰는 몸을 일으켰다. 곧 소매를 걷어붙이고 싸울 기세였다. 친종은 뚜껑을 열고 그를 힐끗 보았다.
"보스 날 아껴서라도 일단 앉아서 체면 좀 세워주지 않겠어?" 친종은 고개를 들어 물을 마시더니 자신의 의사를 보충하듯 뺨을 부풀려 고개를 들고 롼쓰를 쳐다봤다.
"귀여운 알을 파는구나." 롼쓰는 쓰레기통 위에 발을 올렸다. "자오윈린 아니야?"
"걘 병원에 있잖아." 친종은 빈 물병을 비틀어서 꽈배기를 만들어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천린이랑 만났어. 내가 선빵 날린 데다가 그도 협상할 생각이 없었으니 이 일은 끝난 거야."
"끝나긴 개뿔이 끝나." 롼쓰가 이를 물었다. "끝나지 않았어!"
그는 극도로 화가나 친종의 얼굴을 거칠게 이리저리 만져보았다.
"감히 이 얼굴에 손을 댔단 말이야? 그 호박 같은 게! XX!"
"XX." 친종이 웃었다. "그럼 넌 그를 호박으로 만들어버리게? 곧 기말인데 우리 시험 끝나고 다시 결판을 내면 안 될까?"
롼쓰의 가슴이 오르내렸고, 친종은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롼롼." 그는 손을 펼쳤다. "집에 가면서 나 좀 부축해 주면 안 될까. 이 숲길은 빌어먹게 길어."
"기대." 롼쓰는 그의 외투를 잡아당겨 어깨에 걸치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두 사람은 휘청거리며 엉겨들었다. "네 머리 지탱하고 똑바로 서서 직접 걸어!"
"쓰읍." 친종은 그의 어깨 위를 덮었다. "너 또 찌를 거야? 너 또 찌르지!"
롼쓰가 그의 허리를 몇 번 찌르자 친종은 사람을 그러모아 독하게 말했다.
"젠장, 나 울어버린다!"
"울든가." 롼쓰가 차갑게 웃었다. "오늘 네가 울음을 안 터뜨리면 내가 한 대 더 때려 줄게."
"크악." 친종은 붉어진 눈으로 그와 마주보았다.
2분 후 롼쓰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친종의 얼굴을 밀쳐냈다. "다시 집어넣어! 울지 마!"
"얼굴 밀지 마." 친종이 말했다. "너무 아파."
"우리 집으로 가, 아빠더러 약 좀 발라 달라고 하자." 롼쓰는 그의 등을 한 대 쳤다. "네가 떡이야? 달라붙지 좀 마, 너 얼굴이 땀범벅이야."
친종은 그의 어깨에 고개를 묻고 잠시 비비적댔다.
"오늘 밤엔 집으로 돌아갈게. 안 그러면 친 이모가 보고 우리 엄마한테 알려주실 거야. 곧 헤어질 건데, 좀 붙어있으면 안 돼? 너도 일부러 나 기다리느라 끈적끈적하잖아."
"네 얼굴은 달보다 커." 롼쓰가 말했다. "누가 널 기다려, 이 몸은 달빛을 감상하며 설레는 연애의 기쁨을 토로하고 있었다고."
"어쩐지 시큼한 맛이 나더라니." 친종은 몸을 떨어뜨렸다. "너 뭐 했어? 이렇게 신이 나있고."
"샤징에게 벽쿵하고," 롼쓰는 옷을 당겨 정리했다. "키......"
친종이 돌멩이를 걷어차서 날렸다.
"키가 몇 센티인지 물어봤지." 롼쓰가 그를 바라봤다. "넌 뭐 때문에 화내는 거야?"
"아니야." 친종은 입꼬리를 끌어당겼다. "네가 짐승인줄 알고."
"형은 순수한 로맨스라고." 롼쓰는 다리를 들어올려 친종의 다리에 부딪쳤다. "꺼져버려."
"존명." 친종은 건물 아래에서 똑바로 서더니 홀연히 웃으며 말했다. "굿나잇."
"물럿거라." 롼쓰는 외투를 그의 몸 위로 던졌다. "내일 봐."
저녁에 샤워를 마친 친종은 머리카락을 닦으며 전화를 걸었다. 잠시 신호음이 울리고 연결됐다.
"친종." 친웨는 아직도 접대 중이었다. 그는 조용한 장소를 찾는 듯했다. "무슨 일이니?"
"아빠." 친종은 거울을 보며 엄지손가락으로 느릿느릿 입술의 상처를 만지며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이번 주말에 같이 당구 한 게임 하실래요?"
"그러자." 친웨는 매우 기뻐했다. "웬일로 네가 먼저 아빠를 만나자고 하네."
"그럼 그렇게 해요." 친종이 웃었다. "몸 조심하시고, 끝나면 일찍 주무세요."
"그래." 친웨는 또 잠시 기다리며 아들과의 통화 시간을 특별히 귀하게 여기듯 세심하게 말했다. "토요일 아침에 내가 데리러 가마. 일찍 자렴."
친종은 전화를 끊고 머리카락을 덮은 채 침대에 쓰러졌다.
이 일은 끝난 건가?
물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번에 롼쓰가 갈아입은 티셔츠가 아직 놓여 있었다. 고개를 돌려 잠시 보던 그는 자신의 변화를 눈치채고 몸을 뒤집어 이불을 누르고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도대체 혈기왕성한 거야...... 아니면 미쳐버린 색광인 거야?
친종은 엎드려서 어떻게든 자려고 했는데, 갑자기 발코니에서 방울이 울렸다. 그는 몸을 돌려 침대에서 내려가 넉넉한 티셔츠를 입고 문을 열었다.
"안 자?" 친종은 문에 기댔다. "벌써 잘 시간이잖아."
"넌 그러고 자게?" 롼쓰는 가정 상비약 상자를 안고 난간에 올라갔다.
"서있어!" 친종은 갑자기 몸을 똑바로 세웠다. "뛰지마, 뛰지마! 1미터는 되는데......"
롼쓰는 이미 난간을 딛고 그의 옆으로 껑충 뛰었다. 1미터의 거리는 비록 넓진 않지만 난간이 협소해서 기량이 부족하면 미끄러지기 쉬웠다. 롼쓰는 도약하여 난간의 한쪽을 밟고 균형을 잡았다.
"하늘에서 굉음이 들리더니, 이 몸께서 눈부시게 등...... 크악!" 롼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친종이 다리를 끌어안아 몸을 어깨에 메더니 빠른 걸음으로 침대에 던졌다.
"너 머리라도 세게 얻어 맞았어?"
"녹이 좀 슬었네." 롼쓰가 일어나서 책상다리로 앉아 말했다. "이리와. 약 발라줄게."
친종이 가장자리에 엎드리자 롼쓰가 그의 허리를 밟았다. "일어나."
"힘들어." 친종은 움직이지 않았다. "괜찮아. 별..... 젠장, 너 밤중에 기습하러 왔지!"
롼쓰는 티셔츠 뒷자락을 직접 걷어올리고 다리에 힘을 주어 그를 얌전하게 만들었다. 곧 그의 다리에 걸터앉아 의료용 면봉을 꺼내들었다.
"너 지금 이게 어떻게 보이는지 알아?" 친종이 물었다.
"사람말로 해." 롼쓰가 요오드팅크를 약간 쏟아부었다.
"...... 관둬." 친종은 직접 웃옷을 벗어던지고 엎드려서 말했다. "위로 좀 올라와서 앉아."
"닥쳐." 롼쓰는 그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한 대 때렸다. "넌 얌전히 엎드려."
친종은 다시 입을 열지 않았다.
이 맛은 정말이지 너무 큰 고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