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식코너/《일급율사一级律师》木苏里,20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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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급율사 제10장 - 재판 방청 (1)
재판 방청 (1) 물어볼 게 뭐가 있겠는가. 옌수이즈는 홀로그래픽 스크린을 바라보며 젊은이여, 너는 진실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고 속으로 말했다. 만약 이런 종류의 실습생끼리 하는 모의 변론까지 신경쓴다면, 은퇴 후 노후 준비도 다 챙긴지 오래겠다. 게다가...... 그는 또 정말 이 재수없는 율소에서 장정 노릇을 하러 돌아온 것도 아니다. 그는 폭발 사건 자료를 손에 넣자마자 사직서를 동문의 책상 위에 올려놓고 꽁무니를 빼면 그만인데 무엇이 걱정인가. 그가 한참 동안이나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을 보자 헨리는 또 참을 수 없었다. 헨리 : 질문 많이 하는 게 부끄러운 거 아니야? 괜찮아, 난 다른 뜻이 아니라 네가 마음의 준비를 못할까봐 걱정돼서 그래. 롼예 : 고마워. 헨리 : 내가 선배님들 몇 명한테..
2020.10.23 -
일급율사 제9장 - 출장 (5)
출장 (5) "1971182 입니다." 등록하고 있던 프런트 청년이 고분고분하게 다시 한 번 보고하였다. 옌수이즈는 즉시 홀로그래픽 스크린을 열어 통신 기록을 휙휙 넘겨보았다. 전체 기록은 가련할 정도로 짧았다. 요 이틀 동안 그에게 통신 요청을 한 번호는 단 두 개였다. 하나는 아파트 서비스 번호, 다른 하나는...... 누구인지 말할 필요도 없다. 구옌은 청년이 건네준 룸 카드를 받아 들고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드디어 자신이 누구의 통신을 끊었는지 반응이 오나보죠?" "실례지만 도리를 따져주시죠. 먼저 끊은 건 분명히 당신이었어요." 두 사람은 앞뒤로 서서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구옌은 7층을 누른 뒤, 쳐다보지도 않고 차갑게 조롱했다. "연결되자 마자 아파트 임대는 연장하지 않겠다는 대사가 나왔는..
2020.10.22 -
일급율사 제8장 - 출장 (4)
출장 (4) "아닌가요?" 구옌이 말했다. 옌수이즈는 머릿속으로 답했다 : 맞아, 틀림없어. 하지만 입으로는 이미 헛소리를 지껄이기 시작했다. 이 사람은 거짓말을 시작하면 편집할 시간마저 절약되어 거의 입을 열면 바로 나온다. "제가 이런 일을 처음 접했다는 얘기는 안 한 것 같은데요?" 구옌은 그를 쳐다봤다. 옌수이즈는 쓸데없는 소리를 시작했다. "저희 아버지도 변호사셨어요. 그를 따라 워낙 많은 사건을 접했죠. 몇 번인가 그가 서재에서 다른 사람과 통화할 때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아서 제가 들은 적이 있는데, 이것보다 열 배는 격렬했어요.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어릴 때라 놀라서 펄쩍 뛰었는데, 나중에는 들어도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옌 대교수는 허튼소리의 정수를 잘 알고 있었다. 너무 구체적으로 말해..
2020.10.20 -
일급율사 제7장 - 출장 (3)
출장 (3) 검증창구는 아주 빠르게 통과했다. 줄을 서는 사람이 많지 않았거나, 어쩌면 이곳에 내리려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드물게 찾아오는 손님들 중 상당수는 구옌과 옌수이즈처럼 업무나 공무로 인한 것이었고, 극소수의 비범한 성간 상인, 그리고 일부 입맛이 기이하여 자기 스스로를 이곳으로 추방한 여행자들이었다. 숲이 크면 별별 새가 다 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하루종일 분주한 데카마의 뉴더항에 비해 주성의 이 항구는 작고 낡은데다 아슬아슬한 게 몇 차례 폭발이라도 겪은 것 같았다. 셔틀은 이틀 간격으로 한 번씩 이곳에 착륙했다가 20분도 채 머물지 않고 황급히 떠났다. 그래서 이곳 스태프들은 일이 없어 곧 곰팡이가 슬 지경인데다 심지어 아르바이트를 겸직하기도 했다—— "손님, 차 필..
2020.10.18 -
일급율사 제6장 - 출장 (2)
출장 (2) 오후에 옌수이즈는 로크에게 율소의 관례상 실습생은 첫날에는 밖에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몇 시간 뒤에 구옌이 관례를 깨버릴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 무슨 출장이요? 어디로 가나요? 구옌은 이번에는 그를 내버려두지 않고 빠르게 답을 보냈다. - 주성(酒城). 주성?? 이 지명을 본 옌수이즈는 한바탕 산소 부족을 겪었다. 주성은 도시가 아니다. 사람들이 그에 대해 말을 꺼낼 때는 흔히 거문고자리 성계의 별 하나를 가리킨다. 하나의...... 쓰레기장 같은 별. 사기꾼, 깡패와 소인배를 대량 생산하는 곳. 요컨대 그 냄새나는 별의 숨막히는 곰팡이 냄새는 수 광년 거리에 있는 사람들도 숨막혀 쓰러지게 할 수 있었다. 물론 실제로 그런 이름을 가진 도시도 있었다——바로 이 별의 수도이다. 그..
2020.10.16 -
일급율사 제5장 - 출장 (1)
출장 (1) "왜? 임대 기간이 끝났어?" 로크는 마지막 포크에 남은 마지막 면을 간신히 삼키며 모호하게 한 마디 물었다. "어쩐지 오늘 아침에 널 봤을 때 아무런 인상도 없더라니, 넌 학교에 잘 있지 않았구나?" 옌수이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자주 있진 않았지." 메이즈 대학교에는 명예의 전당이 있었다. 최고 수준의 명문 학교로서, 자연스럽게 교우 정세가 많이 바뀌었는데 만약 누군가의 이름을 명예의 전당 연혁에 써넣을 수 있다면 그 자신에게 있어 아주 큰 영광이었다. 옌수이즈의 사진은 몇 년 전 로스쿨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중장년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청수한 화풍은 남다른 풍격을 지니고 있었다. 의심할 여지없이, 그는 전체 명예의 전당 중 가장 젊은 사람이었다...... 가장 일찍 죽은 사람이기..
2020.10.16 -
일급율사 제4장 - 실습생 (4)
실습생 (4) 이런 말 한 마디 잘못했다고 사람을 집으로 돌려보내라고 요청하는 풍습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인가??? 아무튼 내가 가르친 것은 아니야, 옌수이즈는 속으로 말했다. 그는 여태까지 화가 난 얼굴로 참을성 있게 '집으로 돌려보내라'고 말한 적이 없다. 그는 웃으면서 꺼지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 꺼질 수 없었다. 그는 폭발 사건의 자료는커녕 구두점 하나도 보지 못했다. 옌수이즈는 아직 접지 않은 홀로그래픽 스크린을 힐끗 보았다...... 10시 15분, 그가 구옌의 수중에 떨어졌다는 발표 이후 지금까지 1시간 하고도 11분이 지났다. 이는 아마도 남십자 법률 사무소의 신기록으로 보인다—— 등록한 지 한 시간 만에 무자비하게 권고사직을 당하다니, 들어본 적도 없다. 어쩌면 상황이 너무 빨리 ..
2020.10.14 -
일급율사 제3장 - 실습생 (3)
실습생 (3) 남십자 법률 사무소의 구조는 현재 시행령 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기초 업무 협력을 전제로 변호사들은 비교적 독립적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업무를 볼 때 서로 관계가 없었다. 인당 하나씩 귀속된 커다란 개인 사무실은 문만 닫으면 다른 사람들을 차단할 수 있었고, 특별한 상황이 없는 한 방해받지 않았다. 옌수이즈는 이런 종류의 '눈 먼 체하고 귀 먹은 척하여 아무도 나를 성가시게 하지 않는' 사무실 환경에 이미 수년 간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미스 피즈는 이를 알지 못했기에 사무실로 이사하기 전 그를 한쪽으로 끌어당겨 낮은 소리로 말했다. "대변호사와 함께 지내기는 쉽지 않아. 새로 온 실습생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는 걸 잘 알고 있어. 작년에 한 젊은 양반은 처음 온 날 화장실도 못..
2020.10.11 -
일급율사 제2장 - 실습생 (2)
실습생 (2) 사실 처음에는 그들 사이의 사제관계가 그렇게까지 엉망은 아니었다. 메이즈 대학교는 신입생이 입학한지 3개월이 되면 자신의 직계 지도자로 교수 한 명을 선택하는 전통이 있었다. 다시 말해 학생들은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교육 과정에 적응하자 마자 신속하고 침착하게 자신의 미래를 위한 길을 명확하게 계획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출발점이 아주 훌륭하나 실제로 집행하면 마치 장난 같았다. 해마다 신입생의 선택 시즌이 되면 선배들이 교내 전자시장에 모여 자애로운 표정으로 선택 공포증 치료, 교수를 차지하기 위한 추첨 번호 등을 제공하는 AI를 직접 만들어 판매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엉터리였던지라 결국 결과는 비슷했다——대부분 학생들은 첫인상이 좋은 교수를 선택했다. 구옌의 성격으로 봤을 때, 옌수이즈..
2020.10.10 -
일급율사 제1장 - 실습생 (1)
실습생 (1) 11월 말, 데카마의 초겨울, 중앙광장의 아침 종소리가 들려왔다. 회색 비둘기가 날개를 치며, 마찬가지로 회색의 먼지 낀 하늘을 스쳐 지나갔다. 어둡고, 춥고, 불길함이 치솟았다. 이 얼마나 좋은 날인가. 집을 털리고 임종을 지키는 사람에게 알맞은 날이었다. 참으로 이 때 옌수이즈(燕绥之)의 심정에 잘 어울렸다.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그는 일급 변호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성간 메이즈대 로스쿨 학장을 지내며 유명인사들이 모인 가든파티에 단정하고 아름다운 차림새로 참석하곤 했는데...... 얼마 안 가서 빈털터리가 되어버렸다. 지금은 오전 8시로, 그는 데카마 서부의 가장 혼란스러운 암시장에서 한 편으로는 느릿느릿 커피를 마시며, 다른 한 편으로는 길거리 상점들의 혼잡한 표지판을 둘러보며 걷고..
2020.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