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식코너/《일수인생一树人生》Priest,20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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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수인생 제5장 - 은원을 지우다
제5장 은원을 지우다 놀란 셰이는 자신이 이미 포위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이들 몇 명이 중학생이며, 학교에 가지 않고 몰려다닌다는 걸 들은 적이 있었다. 그들의 악명은 초등학교 아이들에게도 유명했는데 남자아이들이 그들의 얘기를 꺼낼때면 늘 모종의 불확실한 심리에 '사회생활인'이라는 이미지를 더해 이 작은 건달들을 비할 바 없이 위대하고 두려운 이미지로 떠받들었다. 그들은 사람을 때려 피를 보기도 했고, 몸에 칼을 지닌데다, 경찰서까지 드나들었다고 들었는데...... 셰이는 주변을 힐끗 돌아보았다. 근처에 사람은 고사하고 개 한 마리도 없었다. 그는 지름길을 탐내지 말아야 했다고 후회하며, 간신히 자신의 마음 속 공포를 억누르며 말했다. "나...... 난 빨리 집에 가서 할 일이 있어." 작은 건..
2020.10.15 -
일수인생 제4장 - 아빠 엄마
제4장 아빠 엄마 목을 꼿꼿이 세우고 비협조적인 태도의 왕수민과, 누군가의 압박으로 울부짖기만 할 뿐 감히 말이 나오지 않아 진지하게 상황을 설명할 수 없는 취샤오하오로 인해 담임 리 선생의 머리는 커다란 찻주전자처럼 김이 났다. 학년주임은 왔다갔다 하면서 삶의 지각과 엄숙하고 웅장한 삼관을 이야기한 끝에 위대한 예언자로 변신하여 이대로 가면 그 시커멓고 지독한 감옥이 두 토끼새끼들의 귀착점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당시 장 누나*는 대나무 꼬챙이는 대나무로 만들어졌지만, □□인의 의지는 강철로 만들어졌다고 하였다. 한 사람이 입을 벌리지 않겠다고 마음 먹고 조심한다면 대통령이 와도 방법이 없을 터였다. 리 선생도 결국 왕수민의 입에서 조금의 정보도 끄집어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학년 주임은 손을 크게 휘두..
2020.10.13 -
일수인생 제3장 - 청경채
제3장 청경채 어릴 적 일은 사람의 일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까. 심리학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깊은 인식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같은 평범한 바쁜 사람들은 일찌감치 그 당시 칠판에 글을 쓰던 예쁜 선생님도, 초등학교 수업 시간이 오후 1교시였는지 2교시였는지도, 1학년인가 3학년인가부터 했던 자연 수업도 거의 기억나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과 의자에 묻은 풀, 비웃음 속에서 유난히 무거웠던 단어, 어느 겨울 연못의 차가운 물과 씻을 수 없는 진흙은 영원히 잊지 못했다. 온 세상이 다 자신을 버린 것 같은 무력감을 잊을 수 없었다. 그 겨울은 매우 춥고 뼛속까지 추웠다. 셰이가 다 자란 후 따뜻한 강남에 와서도 그때의 살을 에는 듯한 매서운 추위는 잊을 수 없었다. 서북풍은..
2020.10.11 -
일수인생 제2장 - 은원
제2장 은원 취샤오하오의 지능지수로는 별로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 날은 이번 학기의 마지막 날이었다. 셰이는 마침 저녁 하교 시간 후 당번을 서야 했다. 교실 안의 사람들이 대부분 가버렸고, 못된 녀석들만이 교실 밖에서 날뛰고 있었다. 취샤오하오는 왕수민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한 대 쳤다. "네가 생각해낸 거니까 네가 가!" 왕수민은 소매를 걷어올리며 비틀비틀 교실로 들어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은 '정인군자'인지라, 이런 식으로 남몰래 하는 짓은 품위가 떨어져 얼굴이 화끈거렸다. 마침 셰이가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보니 변비 같은 얼굴의 왕수민이었다. 어째선지 몹시 불편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계속 청소를 하며 이 이웃의 재수 없는 얼굴을 건드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샤오셰가 고개를 숙였을 때 ..
2020.10.09 -
일수인생 제1장 - 악연 시작
제1장 악연 시작 베이신(北新)시 동쪽에 전력공급국 산하의 가족 주택 단지가 있다.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들고 보든 내리고 보든 아는 동료나 동료의 가족이었다. 국영 기업은 복지도 좋았고 일도 수월했다. 아침 9시 5분까지 매일 차 한 잔을 마시며 신문을 보는 등 유유자적한 생활로 인해 이 동네에는 큰 뜻이 없는 기혼 여성들이 많았다. 시비와 헛소리는 이들이 다문 입을 열었다 하면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어제 장씨네 집 그 젊은 부부가 또 싸웠어. 거 참, 그릇이랑 컵이 창문 밖으로 날아와서 지나가던 리 영감이 큰일 날 뻔했다니까." "허허, 그 정도야. 요 전에 장을 보러 갔는데 채소 가게 샤오우네 마누라가 겨우 2마오 때문에 싸우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흉악하더라구. ..
2020.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