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4. 21:48ㆍ완결/《과문过门》Priest,2015
프롤로그
재회
연말이 가까워졌다. 가는 눈이 천천히 내렸다. 서둘러 귀가하던 사람들은 모두 길 위에서 막혀 있었다.
차 안에선 구성진 민요 한 곡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아 분위기가 약간 어색했다.
쉬시린徐西临은 한 손을 핸들에 걸치고 앞을 한 번 보았다. 일렬로 늘어선 차의 엉덩이는 마치 지평선까지 이어져 있는 것 같았다. 브레이크 등이 여기저기서 반짝였다. 언제쯤 이 포위망을 벗어날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또 옆을 한 번 보았다. 조수석에 있는 더우쉰窦寻 선생이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친 채, 한창 멍해져 있었다. 여러 해 동안 보지 못했는데, 더우쉰은 그를 상대할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쉬시린은 속으로 한숨을 쉬고는, 갑자기 빼어난 운전 솜씨를 발휘했다. 그는 길 가의 작은 틈을 이용해서 차 머리를 돌려 옆으로 난 작은 골목 안으로 파고들었다.
더우쉰은 마침내 놀라서 그를 돌아보았다.
곁눈질로 줄곧 그를 주시하던 쉬시린이 즉시 말했다. "골목길로 가면 아마 더 빨리 갈 수 있을 거야. 나는......"
더우쉰이 냉소하며 말을 이어받았다. "되도록 빨리 나를 벗어나겠다고?"
쉬시린 : "...... 가는 길에 꽃을 좀 살 거야."
두 사람이 두 문장을 말하며 거의 동시에 입을 열고, 또 동시에 입을 닫았다. 쉬시린은 눈썹을 찡그리며 버럭 화를 낼 뻔했지만, 다시 꾹 참았다.
"아직도 저 모양인데, 그에게 무슨 화를 내려고?" 쉬시린은 생각하며, 전력을 다해 좁은 골목길을 뚫고 갔다.
북서풍과 개 짖는 소리가 서로 어울려 빛을 발하고, 민요 가수는 곡조가 쇠약한 게, 곧 숨이 끊어질 것 같았다.
쉬시린은 "외할아버지姥爷"라는 꽃가게 앞에 차를 세우고,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나야. 너네 가게 앞인데, 금귤이나 호접란 같은 걸로 화분 몇 개만 줘. 명절 선물용으로 쓸 거야."
전화 너머로 큰 목소리가 수화기를 뚫고 나와, 패기가 좁은 운전석을 가득 채웠다. "샤오린즈小临子, 너 아직도 꽃을 살 마음이 다 있었구나! 내가 밤에 하늘을 봤는데, 네놈 점괘를 봤더니, 네가 머지않아 큰 재난을 당할 거라더라."
쉬시린 : "......"
거리 쪽으로 난 꽃가게 창문이 소리 내어 열리더니 콧수염을 기른 비주류 청년이 나타났다. 이 개념 없는 가게 주인은 휴대폰을 내려놓는가 싶더니 단전에 기를 모아 한층 높은 목소리로 고함을 쳤다. "더우쉰이 돌아왔다는 건 너 들었냐?"
쉬시린은 팔이 두 장 더 자라지 못한 것을 한스러워하며, 손바닥으로 그를 창 안으로 밀어 넣었다.
꽃가게를 마주하고 있는 조수석 창문이 느리게 내려가더니 더우쉰의 얼굴이 나타났다. "들었어."
가게 주인의 얼굴 표정은 마치 목덜미를 잡힌 꿩 같았다.
그 후 가을 매미처럼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는 꽃가게 주인과 얼굴이 물처럼 깊이 가라앉은 더우쉰이 함께 쉬시린을 도와 꽃 화분 몇 개를 차 트렁크로 옮겼다. 떠날 무렵, 꽃가게 주인은 오랫동안 머뭇거리며 얼굴과 귀를 긁적이다가 비로소 조심스럽게 쉬시린을 붙잡고 말했다. "그, 다음 주에 우리 반 모임이 있는데, 너 갈 거야?"
쉬시린은 지금 당장 이 어색한 사람들 틈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 눈꺼풀을 들어올리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다시 얘기해."
가게 주인 : "가자, 이런 식으로 몇 년 동안 얼굴도 안 내밀었잖아."
쉬시린은 그를 보자 화가 나서, 대답없이 손을 내저으며 차의 시동을 걸었다.
30분 후, 쉬시린은 마침내 더우쉰을 그가 묵고 있는 호텔로 데려다 주었다. 더우쉰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차에서 내려, 옆에 선 채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쉬시린은 내심 한숨을 돌렸다. "그럼 이만, 쉬어. 나 먼저 간다."
더우쉰은 처음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곧 외투의 주머니를 뒤져보다가 담뱃갑이 이미 비어 있는 걸 알고 무의식적으로 옆에 있던 사람을 불렀다. "잠깐만......"
쉬시린이 반 미터쯤 나아가던 차를 멈춰 세웠다. "응?"
더우쉰은 "담배 있어?"라는 네 글자를 다시 집어 삼켰다. 쉬시린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게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쉬시린은 담배를 피우지 않고, 필요한 자리가 아니라면 술도 마시지 않았다. 자신이 수습할 수 없는 말썽은 일으키지 않았고, 어린 시절 싸움이 났을 때조차도 정도를 지킬 줄 알았다——그는 어릴 때부터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않아 보였지만, 사실 조심스럽고 보수적인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사람이었다.
쉬시린 : "또 무슨 일 있어?"
더우쉰은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 "네가 모임에 한 번도 가지 않은 건, 나를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야?"
쉬시린 : "......"
더우쉰 이 고지식한 녀석은 이번 생에는 영영 어떻게 자신과 타인에게 여지를 남기는지 배울 수 없을 것이다.
쉬시린은 딱딱하게 말했다. "지난 몇 년 동안은 너무 바빠서 가보지 못했어."
"그럼 올해는 안 바빠?" 더우쉰이 그를 쏘아보았다. "나도 갈 거야. 너는?"
더우쉰이 말을 할 때, 하얀 김이 층층이 옅게 일었다. 겨울 속에 서 있는 그는 마치 붉은색과 초록색이 빠진 백묘와 같았다. 보기 좋긴 했지만, 눈빛은 칼과 같았고, 혀끝엔 칼날을 머금었다. 아름답고 스산한 사람 모습의 흉기였다. 쉬시린은 하마터면 그에게 눈을 찔릴 뻔한 듯, 이도 저도 아닌 태도로 어정쩡하게 부연 설명했다. "확실친 않은데, 일이 있나 한번 볼게."
더우쉰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제자리에 말없이 서서 쉬시린이 예의 바르게 다시 작별인사를 하며 떠나는 것을 보고 있었다.
"나 한 번만 돌아봐 줄래?" 그는 마음속으로 묵묵히 생각했다. "네가 나를 한 번 돌아봐 준다면, 당장 옥상으로 기어 올라가 뛰어내리라고 해도 좋아."
애석하게도 남의 마음을 읽을 줄 모르는 쉬시린은 차창을 닫고 깔끔하게 떠나갔다.
더우쉰은 이 건물에서 뛰어내리지 못했다.
차 안에서 듣기 싫은 민요가 여전히 끝없이 돌아갔다. 쉬시린은 황혼이 에워싼 주위를 통과하며 시야가 조금 분명치 않은 것을 느꼈다——안개가 낀 것 같았다.
이는 그가 더우쉰과 알게 된지 13번째 되는 해였다. 잘 살든, 절교하든, 한평생 살고 싶고, 또 늙어서 죽을 때까지 서로 왕래 없이 살고 싶었다.
이제 와서 휴대폰을 들고 히치하이킹 1을 찾는 귀인과 마침 퇴근하는 김에 개인적으로 손님을 받으려던 사람은, 원수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듯 갑자기 상봉했다. 그들은 깜짝 놀라서 "사진으로 봤을 때 약간 닮았더니, 정말 너일 줄은 몰랐어."를 제외하고는, 어떤 몽진한 애증도 표현하지 못했다.
...... 휴대폰이 울렸다. 더우쉰이 그에게 좋은 평가를 남겨 주었다.
이때 하늘은 맑았고, 땅은 두터웠고, 교통은 여전히 꽉 막혔으며, 지구는 아직 멸망하지 않았고, 남은 세월도 여전히 넉넉했다.
하지만, 그 시절 교사와 집, 책과 필기구는 모두 낡았다.
옛사람만 새 사람이 되었다.
작가의 말 :
비슷한 소재로 bl 《일수인생》과, bg《유광15년》을 썼는데, 모두 재미가 없었어요. 그래서 역사 통계 데이터로 보기엔 어려울 것 같아요. 이 작품 역시 재미없을 수 있습니다.
만약 보기에 별로라면,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또 몇 년이 지나 이 작품도 묵혀서 흑역사가 되면, 또 새로운 걸 쓰겠지요.
=w=
- 顺风车 카풀 매칭 앱. 중국의 차량 공유 서비스인 '디디추싱(滴滴出行)'의 서비스 중 하나. 카풀 형태로 운영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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