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13. 23:02ㆍ완결/《과문过门》Priest,2015
암조
우타오는 낮에 쉬시린과 자주 놀아서 사이가 좋았다. 그는 집이 멀었다. 쉬시린은 가끔 그의 기숙사에 먹을 것을 챙겨서 놀러가곤 했다. 자주 왕래하면서 체육 특기생들과 낯익은 사이가 되었다. 그들은 쉬시린을 친절하게 대하고 훈련하지 않을 때는 우타오에게 끌려와서 같이 공놀이를 하기도 하고, 나가서 군것질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체로 쉬시린은 이들과 깊은 친분도, 충돌도 없었다. 우물물은 강물을 침범하지 않는 법이다.
그는 확실히 기숙사에서 들려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지만, 그래도 직접 본 적은 없었고, 쓸데없는 참견으로 우타오에게 물어보기도 불편했다.
쉬시린은 고개를 돌려서 더우쉰의 책상을 보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물건이 너무 많아 무거워서 여름, 겨울 방학이나 시험이 아니라면 필요한 것만 골라서 집에 가져가고 나머지 대부분은 교실에 남겨 두었다. 하지만 더우쉰은 책상이 텅 빈 채 종이 부스러기 한 조각도 남지 않은 것이 마치 여태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것 같았다.
매일 10여 근의 가방을 메고 다니다니...... 이건 그야말로 병이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설마 누가 그의 고물 더미를 건드리겠는가?
쉬시린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 "어떻게 손봐주게? 한대 치려고?"
우타오는 마치 비밀을 간직한 초능력자인 듯 가볍게 웃었다. 그는 평소 반의 아웃사이더로 지내는 게 익숙했는데, 지금 이 순간 그들 "아싸"들은 마치 모두 스스로 정의롭고 사리에 맞는 이유를 찾은 것처럼 "특출남"으로 미화되었다.
"한 대만 때리기에는 너무 값이 싸지." 특출 난 우타오가 대충대충 말했다.
쉬시린은 갑자기 우타오의 얼굴에 조금 짜증이 나서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마음속으로 말했다 : "넌 이렇게 잘 났으면서, 지난번에 몇 명의 사채업자가 찾아와 차이징을 가로막았을 때는 머리카락도 안 보였구나."
하지만 생각하다 보니 쉬시린도 우타오를 대놓고 난처하게 하진 못해서 그저 이렇게 말했다.
"그만둬. 넌 모르잖아. 오늘 3층 집무실에서 칠리향이 나만 혼낸 거——저놈이 이제 그 어르신네의 보배니까 말썽 피우지 마."
우타오는 달가워하지 않고 곁눈질하며 일부러 쉬시린의 화를 돋우었다.
"칠리향? 그 여편네가 뭘 안다고——이건 내 말이 아니고, 형제여, 그걸 다 참다니, 너는 정말 성격도 좋구나."
쉬시린의 안색이 가라앉았다.
그는 우타오가 순전히 자기들이 시빗거리를 찾아내서 말썽을 일으키려 했지만 이번엔 명분이 없어서 그를 핑계로 삼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확실히 더우쉰을 싫어한다. 하지만 그건 그것일 뿐, 쉬시린은 배가 불러서 사방에서 생트집을 잡아대는 기숙사 무리의 무기로 쓰이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그가 설령 진짜 더우쉰을 어떻게 하고 싶더라도 다른 사람들을 이용해 그에게 화풀이할 필요가 있겠는가?
"나 혼자 그 녀석 하나 손 봐주지 못해서, 어디 가서 도와 달라고 울고불고할 거 같아?" 쉬시린이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우타오를 보았다. "타오 형, 내가 평소 너한테 그렇게 잘해주는데, 너는 아무 일없이 내 몫으로 널 과시하려 하니?"
그는 농담조로 말했지만, 말속에는 연하지도 단단하지도 않은 못이 숨어있었다. 비록 양쪽 모두에게 물러날 길을 남겼지만, 그가 약간 화가 났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게 하였다.
우타오의 안색이 변하자 주변에 있던 몇몇 남학생들도 서로를 쳐다보며 조용해졌다.
하지만 쉬시린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태연하게 우타오의 목을 감고는 직접 상황을 둥글게 되돌렸다. "이 좋은 주말에 쓸데없이 자꾸 기분을 잡치고 그래?——우리 엄마가 이번 주에 남방 출장에서 돌아오시거든. 과일을 좀 갖고 오신다는데, 너 망고나 망고스틴 먹을래?"
우타오는 마음이 심히 불편했다. 하지만 쉬시린은 이미 상황에서 물러났다. 그는 마음속으로 조금 저울질해보았다. 이 작은 불편함은 쉬시린과 갈등을 일으킬 가치가 없다. 그리하여 그는 눈을 떨구고 우물쭈물 물러났다. "...... 망고지. 망고스틴은 귀찮아."
"좋아, 그럼 월요일에 너희 기숙사로 한 상자 가져 갈게."
쉬시린은 우타오의 짧은 머리털을 헤집었다. "깨끗이 씻고 침대 위에서 기다리고 있어."
우타오는 낮은 소리로 욕했다. "시발, 내 머리스타일!"
두 사람은 마침내 이 일의 끝을 맺었다.
낮에는 싸우고, 저녁에 또 우타오와 작은 마찰이 생겼지만 쉬시린의 금요일 하굣길은 여전히 기분이 좋았다. 그의 어머니가 출장에서 돌아오시기 때문이다.
쉬시린은 사실 어머니의 성을 따랐다. 집안에 어머니, 외할머니, 두 아주머니와 강아지 도도가 있는데, 수컷에 포함되는 그 이외에는 온 집안 식구는 위아래로, 개마저도 모두 암컷이었다.
부모님은 일찌감치 헤어지셨다. 어째서 헤어졌는지는 어머니가 그에게 자세하게 말해준 적이 없었다. 단지 간단하게 말할 뿐이었다. "네 아버지는 우리와 살고 싶어 하지 않아."
"아버지"는 쉬시린이 또렷한 기억이 있기도 전에 그의 삶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여러 해 전, "이혼"은 아직 동네 사람들을 떠들썩하게 만들 수 있는 일이었다. 쉬시린이 기억하는 당시, 동네에는 전문가급 수다쟁이들이 많았다. 일이 없을 땐 그의 머리통을 쓰다듬으며 한바탕 "동정" 어린 비아냥을 늘어놓곤 했다——이는 모두 그의 서너 살 전후의 일이다. 그 나이 때의 어린이는 기억이 불완전하다. 쉬시린은 그의 친아버지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기억나지 않았지만, 어째선지 그들의 생김새와 그들이 내뱉은 말들은 똑똑히 기억했다.
그들이 말하는 내용을 그 당시에는 확실히 알아듣지 못했지만, 행간에 숨은 악의를 느끼는 데에는 머리를 쓸 필요가 없었고, 코로 냄새만 맡아도 알 수 있었다.
한 번은 유언비어가 쉬시린 어머니의 귀에 들어갔다. 그 어르신은 즉시 8센티미터의 하이힐을 밟으며 돌진했다. 저속한 말도 쓰지 않고 아줌마 떼와 설전을 반복하며, 적은 수단으로 수많은 전설적인 승리를 이루어냈다.
쉬시린의 어머니의 본명은 "쉬샤오후이徐晓惠"였는데, 이혼 후 직접 "쉬진徐进"으로 바꾸었다. 이전에는 변호사였다.
그녀는 보통 체격에 강한 성격을 가졌다. 그 싸움에서 완승을 거둔 후, 아예 시원스럽게 그 짐덩어리를 그녀의 어머니에게 버려둔 채 자기는 그 법률사무소를 관두고 사업에 뛰어들어 소매를 걷어붙이고 분투했다.
쉬진 여사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없는 자식은 남에게 얕보이지 않지만, 가난한 아버지의 자식은 그럴 수 있다는 것을.
퇴직 후 그녀는 여러 해 동안 모은 인맥으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서 직접 회사를 조직했다. 국경을 넘나드는 인수합병 건에 법률자문과 관련 방안 설계 업무를 제공하는 것이 전문이었기에 온종일 세계 각지를 돌아다녔다.
회사 실적이 좋아지면서 집안 사정도 계속해서 좋아졌다. 이전의 쥐 세 마리 눈 네 개이던 낡은 주택단지에서 이사를 나왔다. 그들 집의 현재 환경은 매우 훌륭했다. 이웃들은 모두 예의바를 뿐만 아니라 서로 간에 거리를 두는 법도 알고 있었다. 쉬시린은 다시는 누구의 손가락질도 받지 않았다.
쉬시린에 대해 말할 것 같으면, 어릴 때부터 그를 키워준 외할머니는 그와 가장 친하고, 그를 총애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남자 어린이들은 선천적으로 강함에 대한 동경이 있는 터, 결단력 있고 화끈한 성격의 쉬진이 그에게 영향을 더 크게 미쳤다.
쉬시린이 집에 돌아왔을 때, 쉬진은 이제 막 전화 통화를 마치고는 그에게 다가오라는 손짓을 했다.
쉬시린 : "왜 그래요, 미녀?"
"너한테 얘기할 게 있는데......" 쉬진은 그의 얼굴을 똑바로 보더니 그의 턱을 쥐고 말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누구랑 싸웠어?"
"아, 엄마! 손톱이 너무 뾰족해요!" 쉬시린은 일단 투덜거리고 이어서 말했다. "안심해요. 내가 깔끔하게 마무리했으니까, 칠리향은 엄마를 귀찮게 하지 않을......아야!"
쉬진은 그의 턱에 든 멍을 호되게 내리눌렀다. "선생님 별명 부르는 거 한 번만 더 들리면, 너......"
쉬시린이 고개를 젓고 꼬리를 흔들며 그녀를 향해 불량하게 웃었다. "때릴 거예요?"
쉬진은 이 훤칠하고 말 많은 개자식을 훑어보았다. 그를 때려 봤자 자기 손이 더 아플 것 같았다. 그래서 말했다. "녹음해서 너희 담임선생님께 들려 드릴 거야."
"......"
역시 변호사 출신답다.
쉬진이 말했다. "네 청즈橙子 의모가 귀국하셨어. 최근에 남편이랑 싸우고 이혼을 하는 바람에 집안이 엉망진창이래. 그래서 아이를 우리 집에 보내 며칠 묵게 하고 싶다는데, 괜찮을까?"
"재울 수밖에 없죠. 불쌍해라." 쉬시린은 개의치 않고 가방을 내려놓으며 일언지하에 동의했다.
"청즈"는 어렸을 때 부르던 애칭이다. 실제 이름은 "주샤오청祝小程"으로, 쉬 할머니의 의붓딸이자 쉬시린의 의모였다.
두 집안은 할아버지 때부터 대대로 인연이 있었다. 주샤오청이 어렸을 때는 굉장히 사이가 좋았다. 그녀의 부모는 직업상의 이유로 그녀를 보기가 어려워서, 아이를 쉬진의 집으로 보내어 1년 넘게 자라도록 했다.
나중에 두 집안은 각기 자리를 잡았다. 두 지역이 떨어져 있고 지난 몇 년 동안 교통이 그다지 편리하지 않아서 점차 연락이 적어지다가 최근 3, 4년 사이에야 다시 사이가 좋아졌다.
주샤오청은 대단한 미인으로, 마치 꽃송이처럼 아름다웠고 마흔이 넘어도 남들이 뒤돌아볼 확률이 한창때와 같았다.
다만 애석하게도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이 없었다. 교태 부리는 걸 제외하면 잘하는 것도 없었고, 심지어 운도 그리 좋지 않았다. 부자에게 시집을 갔지만, 그 부자는 알이 굵은 인간쓰레기였다.
주샤오청은 부잣집 마님의 신분을 포기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반죽음 상태로 결혼생활을 유지했다. 더는 살아갈 수 없을 때까지 유지한 뒤 그녀는 진기한 일을 해냈다——
주샤오청 동지는 집을 내팽개치고, 쓰레기 남편의 신용카드를 들고 미국에 가서 불교 신자가 되었다. 눈으로 보지 않으면 화날 일도 없는 법이었다!
....... 이 일로 말할 것 같으면, 시간을 막론하고 장소, 그리고 사람까지 모두 기이한 문제점으로 가득 차 있다. 주샤오청이 아닌 평범한 사람은 해낼 수 없을 것이다.
중년을 지나면서 그녀는 사업에 관심도 없어지고, 가정을 꾸리기도 싫어졌다. 주변의 또래들과 점차 공감대도 없어져 외로움과 고민을 피할 수 없었던 그녀는 더더욱 쉬진을 자신만의 나무굴로 여겼다——자신이 결혼에 실패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쉬진과 동병상련하였다.
샤오청은 귀국할 때마다 자신의 집엔 가지 않더라도 쉬진부터 붙잡아 자신의 마음속 괴로움을 털어놓아야 했다.
쉬진은 그녀와의 동병상련이 귀찮았다. 그녀는 사실 어렸을 때부터 이미 주샤오청이 짜증 났었다. 평소 언변이 좋은 쉬진 여사는 입이 없는 조롱박이 되어 "응응응" 아니면 "좋지좋지좋지"로 일관했다. 또한 평균 3초마다 앉는 자세를 바꿔대서 마치 화장실이 급한 것 같았다.
안타깝게도 그녀 자신이 귀찮아해 봤자 소용이 없었다. 그녀의 친어머니와 친아들은 모두 주샤오청을 좋아했다.
주샤오청은 어렸을 때 활기차고 영리했다. 반항기가 특별히 길었던 쉬진과 비교하면 진정한 "따뜻한 솜 저고리" 1였다. 쉬 외할머니는 1년 넘게 주샤오청을 제자식처럼 기르고 보살폈다.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쉬시린의 경우, 그가 주샤오청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첫째, 그녀는 대단한 미인이고, 둘째, 큰 미인은 올 때마다 빈손으로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정판 운동화와 시계, 전자제품......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그녀가 사주었다.
누군가의 친엄마 주샤오청은 그리 좋지 않지만, 의모일 때 그녀는 백이십 점을 맞을 수 있었다.——어차피 쉬시린은 선물을 받고 바로 도망가서, 그녀가 하염없이 훌쩍이며 염불을 외는 것을 들어줄 쉬진만 남겨놓았다.
"맞다, 엄마, " 쉬시린이 무심결에 물었다. "청즈네 애는 몇 살이나 됐어요? 남자야, 여자야?"
쉬진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맞아, 아직 몰라. 나한테 말도 안 꺼냈어."
알고 보니 주샤오청은 매번 그녀에게 하소연을 길게 늘어놓기만 하고 결국 과부가 수절하는 것처럼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조금도 그녀의 고독을 떠나지 않으려 했다. 아이 이야기는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쉬시린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주샤오청에게 환생 당한 아이는 분명 전생에 극악무도했기에 이번 생에서 이런 불행을 겪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생각 중일 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같은 지역의 유선전화였다.
쉬시린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야, " 낮게 가라앉은 차이징의 목소리가 반대편에서 들려왔다. "공중전화로 걸었어. 너랑 얘기할 게 있어서."
쉬시린은 차이징의 목소리를 들으니 바로 놀리고 싶어 져서 자연스럽게 눈웃음을 띠고 물었다.
"왜 오늘 나랑 개인적인 '일'을 얘기하고 싶은 거야? 무슨 일인데?"
차이징은 대답했다. "라오황이 나한테 여가시간에 그가 정리하는 걸 도와달라고 시키는 거, 너도 알지?"
"라오황"은 그들 반의 국어 선생님인데, 재임용된 어르신이었다. 자상하고 차이징의 재능을 많이 아껴서 그의 집 사정을 알게 된 뒤로 어떻게 해서든 그가 돈을 벌 수 있을만한 일을 찾아주었다. 그는 항상 차이징에게 초고 정리를 위한 책을 모아 오도록 시켰는데, 전부 가벼운 업무이면서 돈은 후하게 쳐주었다.
쉬시린 : "응, 왜?"
"라오황의 사무실에서 잠시 있었는데, 갈 때가 되니까 우리 반에 수학 답안지를 두고 온 게 생각이 난 거야. 바로 돌아가서 좀 찾아봤는데, " 차이징은 말을 이었다. "복도에서 타오 형이랑 6반의 그 키 큰 애 목소리가 들렸어......"
"육상팀 리보즈李博志?" 쉬시린은 올라가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이 리보즈의 명성은 아주 나빴다. 지난 학기에는 재수반 사람들과 충돌하여 교외에서 싸우다 처분을 받았었다. "뭐라고 말했어?"
"더우쉰을 어떻게 하려는 것 같았어. 너도 언급했고." 차이징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 생각엔 오늘 이 이야기가 나왔을 때 네가 꽤 기분 나빠했던 것 같아서, 너한테 알려주는 거야."
- 부모와 딸의 관계를 드높이는 표현, 관심과 배려, 이해와 도움, 정서적 교감을 형상화. 아들은 못하는 그런 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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