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22. 02:37ㆍ완결/《연자软刺》唐酒卿,2017
쓰다듬다
롼쓰의 한쪽 머리는 심하게 부딪쳐 친종의 쉰 목소리뿐만 아니라 그도 덩달아 숨을 헐떡이며 이마에 멍이 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롼셩리가 서둘러 탁자를 내려두고 돌아보니 롼쓰가 손을 흔들어 그를 불렀다.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킨 롼쓰는 친종과 부딪친 무릎도 아팠다. 친종의 손바닥은 그의 등을 강하게 쥐었고 곧게 선 등허리를 더듬어 얇은 티셔츠를 사이에 두고 생생하게 불이 붙었다.
"너 빨리 일어나." 친종은 눈을 감았다. "더 누르면 토할 거야."
"왜 불을 안 켜." 롼셩리는 두 사람을 차례대로 쳐다봤다. "어두운데서 모기라도 불러 모으는 거냐?"
"할아버지." 롼쓰는 여전히 무릎이 아팠다. "정말 정확하게도 밟으셨네요."
"어서 들어가서 보자꾸나." 롼셩리가 재촉했다. "멍은 안 들었는지, 집에 약주가 있으니 너희 둘 다 좀 닦자꾸나.
결과적으로 친종의 턱에만 멍이 들었을 뿐이었다. 롼쓰는 자신의 이마가 이렇게 무적인 줄은 몰랐다며 샤워를 마치고 거울에 한참을 비춰보았다.
욕실 밖에서 친종이 소리쳤다. "안에서 뭐해?"
"내 잘생긴 얼굴 감상 중이야." 롼쓰는 티셔츠를 껴입고 문을 밀어열었다. "네 턱 좀 보자."
친종은 침대 위에 앉아 순순히 그가 손가락으로 들어올려 보는 것을 보다가 시선을 그의 옷깃에서 드로즈로 떨어뜨렸다. "이거 누가 산 거야?"
"네 거야." 롼쓰는 손을 떼고 침대에 올라가 양반다리를 하고 머리카락을 닦았다. "실수로 잘못 집었는데 그렇다고 도중에 나와서 덜렁거릴 수는 없잖아?"
"네가 도중에 나와도 난 상관없어." 친종이 말했다. "이거 신축성이 있어 다행이네."
롼쓰는 수건으로 그의 머리를 뒤덮어 마구 문질렀다. "꼬마뚱땡아, 너 말 한번 재미있게 하는구나. 신축성이 있어 다행이라니, 찢어질까봐 걱정돼서 그래?"
"아," 친종은 고개를 숙였다. "알았어, 입으라고."
"샤워나 하러 가." 롼쓰가 말했다. "속옷 챙기는 거 잊지 말고."
친종이 나올 때쯤 롼쓰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침대의 헤드램프만 켜고 얇은 담요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친종이 허리를 굽혀 살펴보니 작은 상자 하나가 뒤집혀 있었다.
"어디서 난 거야?" 친종은 머리를 털며 머리카락 사이의 물방울을 롼쓰의 얼굴에 튀겼다.
"제대로 좀 닦아." 롼쓰는 머리를 들고 담요를 젖히고 말했다. "들어와서 봐."
두사람은 바싹붙어 함께 담요를 뒤집어썼다. 헤드램프를 마주본 친종은 분위기가 아주 경건하다고 느꼈다. 롼쓰는 상자를 가리키며 그에게 물었다. "너 이 상자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알아?"
"몰라." 친종은 유난히 간절하게 말했다. "제발제발 말해주세요."
"보물(宝贝)." 롼쓰가 말했다.
"응." 친종이 말했다. "나 불렀어?"
롼쓰 : "......"
"넌 아직도 이런 식으로 불리는 게 좋아?" 롼쓰는 그를 쳐다보았다. "애기야애기야애기야——만족해?"
"완전 역겨워." 친종은 티셔츠 아랫단을 들어올려 턱까지 흐른 물기를 닦았다. "그래서 이게 뭔데?"
롼쓰는 대답없이 한바탕 뒤적이더니 손바닥만한 낡은 주머니를 찾아 친종의 눈앞에서 흔들었다. 친종은 웃음을 띠었다. "어쩐지 못 찾겠더라."
"그땐 창고에 너무 깊이 숨어있었어." 롼쓰는 주머니 입구를 열었다. "또 위치도 잘 몰랐고. 잃어버렸을 때 네가 너무 오래 울어서 하마터면 내 베개가 잠길 뻔했어. 아마 할아버지가 찾아서 할머니에게 맡기셨을 거야."
이것은 작은 돈주머니로, 할머니가 면바지 조각으로 꿰매 만들어 두 사람에게 준 것이었다. 친종은 둘이서 페트병을 모아 번 돈을 넣어두었는데, 여름방학이 끝났을 때는 찾을 수 없었다. 줄곧 울던 그를 롼쓰가 농장에서 끌어내 집으로 돌아갔고,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있었다.
롼쓰는 안에 든 동전과 마오화를 손바닥 위에 털어 하나씩 세어보았다. "6위안 2마오 8펀." 그가 말했다. "너한테 아이스바 사줄 수 있겠다."
"누가 아이스바래, 이거면 밀크티도 충분히 마실 수 있어." 친종은 고개를 숙여 쳐다보았다. "그때는 일련번호대로 수집해서 네 노트에 줄줄이 붙이려고 했었어. 완전 멋있지."
"왜 내 노트에 붙이려던 건데?" 롼쓰가 물었다. "붙이면 네 건 없어지잖아."
"너한테 주고 싶었어." 친종은 고개를 기울여 그를 보았다. "전부 너한테 주고 싶었어."
침대의 헤드램프가 어슴푸레하게 빛났다. 두 사람은 가까이 있다보니 서로의 목욕용품 향을 맡을 수 있었다. 롼쓰는 뒷머리가 뻣뻣해졌지만 소리내 웃으며 친종의 뺨을 톡톡 두드렸다. "아이 착하다, 그치만 형한테 주더라도 형은 너 간식 사주는 데 다 쓸거야."
"희롱하지 마." 친종이 말했다. "한번 만지는데 50위안."
"크악." 롼쓰는 동전을 털었다. "이걸로는 못 만지겠어."
"돈이 없으면 다른 것으로 대체해도 돼." 친종은 담요를 아예 머리 위까지 뒤집어 쓰고 머리로 받친 채 롼쓰에게 말했다. "또 뭐가 있어?"
"우리 아빠 새총." 롼쓰가 꺼내서 보여주었다. "신사 숙녀 여러분, 보십시오. 이 새총으로 말할 것 같으면 소의 힘줄처럼 질기고 나무의 질은 튼튼하며 비록 쏘진 못하지만 진열품으로서 예술적인 미감을 지녔답니다. 20위안부터 시작해, 먼저 부르는 사람이 임자입니다."
담요 아래는 고요했다.
"씁." 롼쓰는 눈썹을 찌푸렸다. "호응 좀 해주지 않을래!"
"20위안이 없어." 친종은 드로즈를 가리켰다. "주머니가 없어서 빈털터리야. 호응을 하려고 해도 할 게 없어."
"됐어." 롼쓰는 새총을 되돌려 놓았다. "그냥 아빠 솜씨나 한번 감상해봐. 이 새총은 보통 못생긴 게 아니...... 우리 엄마거다." 그는 낡은 노트를 꺼냈다. 옅은 남색을 바탕으로 지난 세대의 스타 사진을 덧대어 놓았고 가장자리는 모두 누렇게 변해 있었다.
"리친양 동지의 시집." 롼쓰는 페이지를 넘겨보았다. "현대시, 어디보자...... 지기를 어찌 찾으랴...... 시대감이 느껴지는 제목이네. 글도 괜찮다."
친종은 페이지가 깨끗하고, 글씨가 또렷하고 수려한 것을 보고 마음속에서 우러나 말했다. "자이시 동지는 어머님께 좀 배우도록 해."
"난 기질에 걸맞게 와일드한 타입이거든." 롼쓰는 몇 장을 넘겨 산문을 보았다. "이전에 외할아버지가 말씀하시길 우리 엄마는 소녀 시절에 감정이 넘쳐서 시를 쓴 게 교과서보다도 두꺼웠대. 그걸 베이징으로 보냈더니 출판사에서 그녀를 초대했는데, 외할아버지가 걱정돼서 안 보내는 바람에 한 시대의 시인으로서의 창작 기회를 놓쳤어. 엄마는 졸업한 뒤에 또 뭔가를 쓰려했지만, 이미 펜을 어떻게 잡아야할지도 잊어버렸다는 걸 깨달으셨대."
친종은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래서 내 생각엔," 롼쓰는 손끝으로 종이를 매만졌다. 자신을 견지하는 건 일리가 있어. 옳고 그른 건 누구도 알 수 없고, 장래의 일을 정확히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없어...... 적어도 자신을 포기하고 다른 사람과 타협하는 것은 이미 타오르기 시작한 열정에게 못할 짓이야. 우리 엄마는 아직도 문학의 꿈을 잊지 않고 있어. 그녀가 꿈에 그리던 곳을 유랑하지 못한 건 아마 문학 소녀 평생의 여한일거야. 창작이라는 건 결코 들어본 적이 없는 이야기를 하는 거야. 항상 제멋대로지. 오고 싶을 때는 파도처럼 세차게 밀려들고, 가고 싶을 때도 저항할 수 없이 빠르게 달려가버려. 이런 종류의 재능을 타고나는 것은 너무 어렵고, 누구도 자신이 그렇다고 확신할 수 없어. 게다가 타고났다 한들 타협하려드는 자신을 이길 수 있는 것도 아니야. 우리 엄마가 가지 못한 곳, 나는 가고싶어——난 반드시 갈 거야."
롼쓰는 페이지를 평평하게 펴서 덮은 뒤 맨 아래 깔아두고 친종에게 말했다. "꿈을 숨겨뒀다가 완성했을 때 다시 파헤쳐, 감회따윈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나 자신에게 왕관을 씌우고 상을 주는 거야. 자신에게 '이것이 이 몸의 일생이다. 나는 정말 멋있다'고 말해주는 거지.
타인을 대할 때는 어찌됐든 절제하고 예의바르게 대하되, 방자함은 반드시 자신에게 남겨둬야해. 그리고 자신이 욕심을 부리도록 내버려두고...... 난 그렇게 생각해."
롼쓰의 피어싱은 어슴푸레함 속에서 결코 반짝이지 않았지만, 그에게는 반짝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를 바라보던 친종은 손을 뻗어 그를 끌어안고 싶었다——마치 자신의 꿈을 안고 싶었던 것처럼.
"분위기가 이렇게 좋은데," 롼쓰는 '쯧' 소리를 냈다. "넌 무슨 할 말 없어?"
담요 아래서 호흡이 마주했다. 다리와 다리가 바로 옆에 있었고, 팔뚝과 팔뚝은 바싹 붙어있었다. 어두운 조명 속에서 뜨거운 체온이 살갗에 닿아 분위기는 아주 편안하고 특별히 적당했다......
"생일 축하합니다." 친종이 작은 소리로 노래했다. "생일 축하합니......"
"......"
가슴 속 가득한 문학은 모두 개에게 먹였다.
"누가 생일이야!" 롼쓰가 말했다. "젠장."
"생일 같은 분위기였는 걸." 친종은 손을 들어올려 담요를 받쳐들었다. "촛불 불기 딱이야. 아니면 넌 무슨 생각인데?"
"이건 화끈한 분위기였어." 롼쓰는 작은 상자를 힘껏 덮고 담요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그냥 황서나 같이 봐!"
"미친." 친종이 말했다. "큰형아, 네 체면은요?"
"여기 있네." 롼쓰는 배낭을 활짝 열어 시원하고 자극적인 표지의 잡지 두 권을 꺼냈다. "바오바오의 특별추천."
친종은 베개로 그의 얼굴을 덮었다. "너 설마 아직도 나한테 보여줄 생각이야?!"
"사양 마." 롼쓰는 불빛을 줄이고 담요 아래로 돌아왔다. "보는데 돈 안 받을 거니까 양심이 쪼그라들어도 감사할 것 없어. 쪽쪽."
황서, 황서 속 이미지, 황서 속...... 별로 재미 없다. 한차례 뒤적여본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마주보았다. 롼쓰는 헛기침을 하고 예의를 차리며 물었다. "실례지만 님...... 딱딱하신지요?"
친종은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하하."
"......" 롼쓰는 말했다. "이건 아닌 거 같아."
두 사람이 한데 붙어있을 때도 일으킬 수 있었던 그 기운이 이렇게 평온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두 사람 모두 전부 보고난 뒤에도 마음을 비운듯 무미건조한 모양으로 조금의 기복도 없었다. 조금...... 아주 조금의 반응도 없었다.
"아마 입맛이 다른가봐." 롼쓰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더 강한 입맛이 필요한 걸지도 몰라."
"변태는 물러가라." 친종은 또박또박 말하고 베개 위로 쓰러져서 손을 뻗어 불을 꺼버렸다. "자자."
"안 돼."
롼쓰는 담요를 반쯤 끌어당기고 그와 등을 맞댔다. "조금 더 얘기하자, 방학인데 일찍 일어날 필요 없잖아."
"난 피곤해." 친종은 이를 악물었다. "젠장 피곤해 죽겠어."
"...... 애기야, 너 무서워."
친종은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 롼쓰는 한참이 지나도 잠들지 못했다. 그는 양을 세며 몸을 뒤척이고 잠시 눈을 감고 누워있었다.
무더운 날씨였다. 밤중에도 더운 와중에 한창 뜨거운 두 남학생이 부대끼며 자려니 머지않아 티셔츠가 땀으로 축축해졌다. 얕은 잠을 자던 친종이 부주의한 틈에 뒷허리의 옷자락이 말려올라가 단정하고 탄탄한 허리선이 드러났다. 줄곧 감춰져 있던 속옷의 가장자리가 기복했다.
롼쓰는 보지 못한 채 친종의 피부를 만나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그는 생각하고 있다.
쓰다듬으니 꽤 편안하다.
곧 자신의 코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 그는 과감하게 손을 떼고 즉시 몸을 굴려 휴지를 뽑은 뒤 기세등등한 코피를 눌렀다.
"미친." 롼쓰는 가볍게 경악했다.
젠장 생각 좀 한 거 가지고.
이럴 것까진 없잖아?!
아침에 양치질을 하던 친종은 불확실하게 물었다. "너 어젯밤에 나 꼬집었어? 자꾸 등허리가 간지러웠어."
"내가 뭐하러 널 꼬집어?" 롼쓰는 물을 눌러 뿌리고 문 옆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아니! 손끝 하나 안 건드렸어!"
친종은 의심스러운듯, 몸을 돌려 티셔츠를 걷어올리고 등허리를 거울에 비쳐보았다. "왜 그렇게 다급해? 네가 그러니까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진짜," 롼쓰는 진지하게 말했다. "안 쓰다듬었어."
"쓰다듬어?" 친종은 입을 헹구고 말소리를 길게 늘였다. "크......"
"크악." 롼쓰는 치약을 짰다. "네 그 의심하는 말투, 내가 너한테 뭘 할 수 있겠어? 네 등허리를 훑기라도 할까?"
말소리가 끊기자 두 사람은 몇 초 동안 이상스러울만치 조용해졌다. 친종은 미묘한 눈빛으로 말했다. "너...... 하려면 해. 아무튼 난 신경 안 써."
롼쓰는 입안에 치약을 쑤셔넣었다. "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