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22. 21:01ㆍ완결/《연자软刺》唐酒卿,2017
연못
아침은 좁쌀죽과 할머니표 채소절임이었다. 황금빛의 좁쌀죽은 진하고 걸쭉했다. 절인 배추를 손으로 적당한 크기로 찢어 고기만두를 곁들여 먹으면 기분이 상쾌해졌다.
밥을 먹고 난 뒤 두 사람은 밀짚모자를 쓰고 채소밭의 잡초를 뽑기 시작했다. 롼셩리는 나무 아래 안락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지켜보고 있었다. 채소밭은 면적이 크지 않아 빨리빨리 움직이니 시간이 많이 필요 없었다. 롼쓰는 딸기 곁에 쪼그려 앉아 순서대로 잎을 헤집으며 샅샅이 뒤져 딸기 네다섯개를 줍더니, 뜰의 물독에서 깨끗이 씻어 두 사람의 입에 넣어주었다.
친종은 옆에서 물을 떠내어 얼굴을 씻었다. 태양이 뜨자 곧 뜨거운 햇살이 뒷목을 뜨겁게 달궜다.
"자, 두개." 롼쓰는 그의 입안에 딸기를 집어넣었다. "지금 딱 달콤하게 잘 익었어."
"향기가 나." 친종은 혀끝으로 살짝 맛보았다. "오후엔 뭐 해?"
"낚시." 롼쓰가 말했다. "새로운 이야기를 쓸까 생각했는데...... 아무런 영감이 없어서 낚시를 좀 해보려고. 그러면 느낌이 올지도 몰라."
"오늘은 15일이야." 친종이 말했다. "지난번에 수정한 원고를 다시 보내야 하잖아."
"아마 무릎 꿇어야할 걸." 롼쓰는 사과나무 아래 서서 손을 뻗어 기지개를 켰다. "다 고쳤지만 아무래도 힘이 부족해. 난 단숨에 시원하게 처리하는 게 잘 맞지만 대대적인 수정은 정말 머리 아프고 고치면 고칠 수록 나빠져. 이번에도 안 되면 나중에 벽돌 나르러 가야지, 뭐 ."
"서두를 거 없어." 친종은 옆에 매달린 자두를 따서 물에 천천히 씻었다. "어제 오는 길에 보니 위쪽 집들이 아직 마당을 못 치웠던데 내가 며칠 가서 일 좀 할까 해." 그는 자두를 롼쓰에게 던지며 말했다. "돈 벌어서 롼롼 형아 사탕 사줘야지."
"감동이네." 롼쓰가 한 입 베어무니 달콤한 즙이 농후했다. "그래도 너무 많이는 하지마, 체력은 남겨서 돌아와야지."
"체력을 남겨서 뭐하게?" 친종은 햇볕을 쬐며 나른하게 말했다. "뭐, 하, 게."
"친종." 롼쓰가 몸을 굽혀 그에게 물을 뿌렸다. "불결해 죽겠어."
"크악." 친종은 재빨리 피했다. "뿌리지 마, 이 물은 햇볕을 받아서 뜨거워 죽겠단 말야!"
오후에 두 사람은 기세등등하게 낚싯대를 들고 동쪽의 큰 연못으로 갔다. 결국 찻주전자를 든 롼셩리에게 걷어차여 되돌아왔다.
"내 물고기가 놀랐잖냐!" 노인은 사람을 쫓아냈다. "뒤쪽에서 놀고 있어."
그래서 두 사람은 집 뒤에 있는 작은 연못에 갈 수밖에 없었다. 작은 연못과 집앞의 연못은 서쪽에서부터 좁은 수로로 연결되어있었다. 수로에는 갈대가 가득했고 가장자리의 얕은 웅덩이에는 새끼손가락보다 작은 치어가 가득했다. 주변에는 과일나무가 울창했고 뒤편 풀밭은 들꽃이 무성해 옅은 초록색을 띠고 있었다. 가지와 잎 사이로 떨어져 부서지는 햇살이 머리와 어깨에 내려앉았다.
롼쓰는 작은 접이식 의자를 펼쳐 세우고 밀짚모자를 쓴 뒤 낚싯바늘에 미끼를 꿰어 던지고 자세를 잡았다. 그는 오늘 진한 까만색 피어싱을 착용했다. 아주 작았고, 까만 머리카락과 잘 어울렸다.
"큰 연못에는 연꽃이 피었던데, 뒤쪽 갈대가 명확하지 않아?" 친종이 말했다.
"글쎄, 남겨뒀다가 할머니가 매년 쫑즈를 싸는데 쓰셔." 롼쓰는 다리를 펴고 막대를 몸에 놓은 뒤 밀짚모자를 내려쓰고 눈을 감아 마음을 가라앉혔다. "다른 집은 다 일반 쫑즈인데, 우리 집은 끈끈한 쫑즈야."
친종은 강가의 풀밭을 따라 내려가다가 끝자락에서 우회해 강변으로 갔다. 어렸을 적 두 사람은 늘 이곳에서 진흙을 갖고 놀며 마음껏 돌을 펼쳐놓았었다. 친종은 불행히도 둥지에서 떨어져 굶어 죽은 작은 새 한 마리를 묻어주기도 했다. 그는 강가에 오랫동안 서서 수면에 놓인 외나무 다리와 건너편에 나무를 심기 위해 새로 판 구덩이를 바라보았다.
친종은 자신의 귀착점은 이곳일 거라고 느낄 때가 많았다. 그의 기억 속 따뜻한 색의 조각들은 모두 이곳에 있었다. 어느 부분이든 롼쓰의 모습이 있어 그는 종종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지만, 뭐 어떠랴.
그는 롼쓰만 보면 곧 가야 할 방향을 뚜렷이 알 수 있었다.
방자함은 자신에게 남겨두어야 한다.
친종이 돌아왔을 때 롼쓰는 잠이 들어있었다. 굴러떨어진 낚싯대의 부표가 물속에서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었지만 그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친종은 그물을 돌 밑에 깔고 입구를 묶어 물고기를 물 속에 담가두었다. 그는 작은 의자 옆에 쪼그리고 앉아 밀짚모자의 한쪽을 살짝 들어올렸다.
롼쓰는 깊이 잠들어있었고 호흡이 미약했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은 햇볕을 쬐어 포슬포슬했고, 피어싱은 조용하면서도 방자해보였다.
"일어나." 친종이 가까이 다가갔다. "물고기가...... 나 너한테 뽀뽀할 거야."
롼쓰의 옆얼굴은 열기로 살짝 붉어져서 혈색이 건강하고 매끄러워보였다. 이마에 드리운 머리카락은 땀으로 살짝 젖은 채 흐트러져 반질반질한 이마를 드러내고 있었다.
친종은 3초 간 기다렸다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마에 입을 맞췄다.
나무 그늘 속에 따뜻한 빛무리가 떨어졌다. 그는 눈을 감고 롼쓰의 이마 가운데 붙어 지척의 숨소리를 들었다. 이 얼굴의 모든 부분을 그는 마음속에 또렷하게 새겨두고 있었다. 심지어 롼쓰의 호흡 빈도까지도 제 손금을 보듯 훤했다. 새장은 도망치려는 심장을 가두었고 창살은 범람하려는 애정을 억눌렀다. 이따금 발코니에서 롼쓰를 바라볼 때면 친종은 그가 그렇게 가까이 있음에도, 또 그토록 멀게 느껴졌다. 그들은 이 세계의 어떤 문제에 관해서든 토론할 수 있지만 다른 종류의 관계로 변할 수 있다고 단언할 방법은 없었다.
성별.
이런 문제로 골치 아픈 것은 확실히 안 될 일이다.
해질녘이 가까워서야 깨어난 롼쓰는 불편하게 자는 바람에 몸을 돌리다 땅바닥을 구를까봐 조마조마했다. 꿈속에서도 친종에게 자신을 받아달라고 말하려했다. 그는 얼굴을 덮은 밀짚모자를 벗고 똑바로 앉아 실눈을 뜨고 앞을 보았다. 친종이 바짓가랑이를 걷어올리고 못 안에 서서 물고기를 잡고 있었다.
"유치해." 롼쓰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혼자서 얼마나 논 거야?"
"두 시간 정도." 친종은 고개도 들지 않았다. "넌 땅에 곤두박질칠까봐 걱정도 안 하되냐."
"무서워 죽을 뻔했어. 꿈에서도 무서웠어." 롼쓰는 어깨를 주물렀다. "크기가 너무 커서 곤란했어. 몸을 움직이다 물속 빠지는 줄 알았네." 또 몸을 일으키더니 친종이 든 물컵을 보았다.
"몇 마리 잡았어...... 이건 또 왜 잡았어?"
작은 조개가 물병 아래쪽에 귀엽게 누워 있었다. 깨끗이 씻은 껍데기는 짙은 색에서 손톱같은 색으로 그라데이션되어 있었다.
"부럽지." 친종은 물컵을 들어올려 그에게 보여주었다. "이건 피할 수 없는 인연이야."
"내 건?" 롼쓰는 머리카락이 한움큼 눌려 뒤집어진 걸 한 손으로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 펴고 있었다. "한 마리만 키우면 얼마나 외롭겠어. 하나 더 같이 키워야지."
"아," 친종이 말했다. "잊어버렸어. 네가 잡아."
롼쓰는 그를 쳐다보았고, 그도 롼쓰를 쳐다보았다. 롼쓰는 머리카락을 누르며 언짢은 기색으로 과장되게 탄식했다. 친종은 곧 웃어버렸다. "지금 잡을 수 있지?"
"내가 너한테 부탁하는 거 같잖아." 롼쓰는 바지를 걷어올린 뒤 신발을 벗고 연못에 펄쩍 뛰어들었다. "혼자만 잡다니 양심 없는 동생."
친종은 그가 뛰어내리는 바람에 물벼락을 맞아 온몸이 쫄딱 젖어버렸다.
"컥." 친종은 다리를 들어올려 그를 향해 물을 걷어찼다. "물고기가 다 튀어나갔잖아!"
"나한테 빌어." 롼쓰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물을 뿌리고 길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내 고기잡이의 어린 왕자라는 칭호는 거저 얻은 게 아니라고."
"고기잡이의 어린 왕자님," 친종이 말했다. "미친 뭐 이런 칼슘 부족할 것 같은 이름을 지었어."
"칼슘 부족도 네 식견 부족보단 나아." 롼쓰는 물에 달려들어 그를 향했다. "자자, 서로 상처입혀보자고, 시크남 쫑!"
"고마워." 친종이 회답했다. "방탕한 롼!"
연못의 물이 마구 튀어 날렸다. 친종은 손으로 물컵을 덮고 조개가 떨어지지 않게 한 뒤에 달려들어 온몸을 적셨다. 롼쓰는 결국 돌덩어리 아래를 뒤져 조금 큰 조개 한 마리를 찾아 친종의 물컵에 던져넣었다.
"갈 때 잊지 말고 병에 연못물 채워 가." 롼쓰는 젖은 티셔츠를 비틀어 짰다. "집에 돌아가서 수돗물 쓰면 안 돼."
"한 사람 당 한 마리 아니야?" 친종은 땅으로 올라와 신발을 들어올렸다. "넌 아들 필요 없어?"
"난 같이 기르자는 말이야, 갈라놓으면 안되는 게 당연하잖아." 롼쓰는 그와 함께 신발을 들고 풀밭을 밟으며 맨발로 되돌아가다 두 걸음 만에 또 "크악" 하며 몇 번을 뛰어올랐다. "찔렸어!"
"신어...... 크악!" 등에 짐을 진 친종은 한 손으로 롼쓰의 다리를 부축할 수밖에 없었다. "말은 하고 들어가야지!”
"삐삐쫑, 가자!" 롼쓰는 그의 물컵을 받아들고 한 손으로 앞을 가리켰다. "집을 향해!"
"죽자사자 일만 하는 청년 친종." 친종은 롼쓰를 등에 업고 갔다. "감동적인 형제애였다. 가여운 롼롼 동지를 일만년 동안 변함없이 보살폈다. 베테랑에게도 롼쓰의 비위를 맞추기란 쉽지 않았다. 칭찬을 잘 해야할 뿐만 아니라 체력도 좋아야하니 나 스스로도 감동해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왜 네 눈에 눈물이 고이겠어." 롼쓰가 웃었다. "다 네가 울보기 때문이지."
"약아빠졌어." 친종이 말했다. "꽉 좀 안아, 좀이따 땅에 떨어뜨려도 책임 안 질 거야."
"목 졸라 죽일까봐." 롼쓰는 머리를 숙여 그의 얼굴 옆에서 돌아보고 말했다. "쫑쫑, 이...... 네 몸에 무슨 냄새야?"
"그건 내 몸에서 나는 냄새가 아니야." 친종이 말했다. "우리 두 사람 냄새야. 연못 비린내."
두 사람은 한동안 걷다가, 뒤뜰에 있는 그네 곁에 닿았을 때 갑자기 참지 못하고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너무 구려!" 그리고 ‘크악’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고 있던 롼셩리는 고개를 기울여 보더니 우렁차게 소리쳤다. "롼쓰! 너는 다리가 없냐? 몇 살인데 동생한테 업혀다녀!"
"친종이 저를 꼭 업어야 한다잖아요." 롼쓰는 무고하게 말했다. "이런 깊은 애정은 사양할 수 없어요."
친종: "......"
"너 양심은?" 친종은 그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발이나 찔려버려!"
"크악크악크악!" 롼쓰는 맨발로 땅위를 껑충껑충 뛰어다녔다. "진짜 찔렸어!" 그리고는 리듬을 타며 노래하기 시작했다. "모차모차! 이 마귀의 발걸음......"
"미친놈!" 친종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가서 샤워나 하고 와."
연못 비린내는 여력이 넘쳐 두 사람은 뜨거운 물에 족히 한 시간을 담그고 있었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푹 쪄서 눈앞이 아물거릴 때가 돼서야 기어나와 밥 두 그릇을 대충 퍼먹고 일제히 침대에 널부러졌다.
"결국." 얼굴을 베개에 파묻은 친종이 물었다. "느낌은 왔어?"
"하." 롼쓰도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대답했다. "잠만 잤더니 털 한 가닥 정도 느낌 왔어."
"그러니까, 모기한테 밥이나 줬다는 거구나." 친종은 고개를 기울였다. "내일도 먹이러 갈 거야?"
롼쓰는 힘없이 팔을 움직였다. "피를 너무 많이 잃었어...... 씁!"
친종은 손을 거두었다. "그래도 꽤 우렁차네."
"무슨 짓이야." 롼쓰가 말했다. "날 때려잡으면 안 되지. 내일은 안 갈 거야. 모기가 너무 많아."
"그럼 난 내일은 일 하러 갈게." 친종이 말했다. "집에 얌전히 있어."
"너 누구한테 말하는 거야?" 롼쓰는 고개를 들고 괴었다. "넌 할 수 있어 친종. 네 입이면 하루만 아바바바해도 거저 점령할 수 있어."
"대왕은 가르치는데 일가견이 있구나." 친종이 대답했다. "훌륭한 스승이 훌륭한 학생을 배출하는 법이지."
"그래, 제자야." 롼쓰는 몸을 뒤집었다. "스승을 위해 안마 좀 해보거라."
"열심히 일하면서 한마디 불평도 없는 친종." 친종은 몸을 일으켜 그의 위로 기울여 지탱한 채 사람을 잠시 봤더니 어이가 없었다. "누가 안마할 때 정면으로 눌러? 나 이대로 올라타?"
"올라탄다고?" 롼쓰는 재빨리 일어나 앉았다. "너 어디에 올라타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