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귀신无关鬼神 - 와사비군

2022. 5. 13. 23:09시식코너/【etc】

원문 출처 : https://allcp.net/forum.php?mod=viewthread&tid=8194 (가입 후 로그인 시 무료로 열람 가능)

 

무관귀신

저자 : 와사비군

 

내용 소개 : 친구를 구하기 위해 몸을 바친 나의 이야기. 명혼에 대한 기묘한 호감에서 나온 HE문.

 

 

🔻

 


요즘 정신이 좋지 않아서 나는 늘 한밤중까지 집에 혼자 앉아 멍하니 있다. 친구는 멍하니 있을 때 사람이 가장 위험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혼이 하늘 밖으로 나가면 깨끗하지 않은 물건이 몸에 붙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반년 동안 멍하니 있었지만, 여전히 멀쩡했다. 아무것도 듣지 못했고,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좀 유감이다.
멍하니 있을 때 나는 보통 텔레비전을 켜고 뉴스 녹화를 틀어 놓는다. 나는 그 얼굴이 예쁘지만 온 세상이 인민대표대회를 열고 있는 것처럼 엄숙한 여자 아나운서가 인정머리 없는 목소리로 하루의 사건을 똑바로 전하는 것을 되풀이해 들었다.
지도자의 연설, 국외 쿠데타, 식품 위기, 교통사고 따위.
나는 들었지만 들리지 않았다. 마음 밖을 헤매는 것은 그야말로 우화등선하여 나 자신이 볼 수 없을 정도로 위축되었다. 하지만 별 수 없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이미 음택阴宅 장사를 그만두었으니 당연히 의뢰인도 찾지 않을 것이다. 만약 친구가 있었다면 틀림없이 나를 끌고 나갔을 것이다. 아무리 못해도 나와 함께 게임을 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이미 오랫동안 그를 보지 못했다.
그가 춘절에 고향에 돌아간 이후로 나는 다시는 그를 보지 못했다.

 


1


그의 집은 우리 집과 다르다. 구체적으로 어떤 법이 다른지 분명히 말할 수 없지만, 어쨌든 방술 도법 따위와 관련이 있다. 이번 춘절에 집에 돌아가는 것도 별일 없었는데, 주로 요 몇 년 동안 그는 나와 함께 어울려서 지냈기에 집안이 조급해서 그를 불렀다. 그가 떠나기 전에 내가 세어 보았는데, 그가 그 당시에 말한 결혼하지 못하고 여자를 만져서는 안 되는 연한이 마침 끝난 것을 발견했다. 이렇게 되면 아마도 평생사가 결말을 맺을 테니 나는 한바탕 그를 놀려주었다. 그는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았지만, 그의 말에 반응하고 리액션도 빠르며 드물게 장황한 말을 꺼내 농간을 부렸다.
나는 그가 그러는 것을 보고도 물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친구는 이가 꽉 물고 말을 잇지 않았다. 몇 번이나 구걸을 했지만 재미없어서 나는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나에게 친구는 천왕 노자 같은 인물은 아니지만 대단한 사람이다. 무슨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어도 어느 정도 지나면 좋아질 것이다. 나는 기껏해야 그가 부리는 대로 움직이는 것뿐이다. 그 녀석은 음택 일에 종사한 이후로 지금까지 나에게 사양의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가 말하지 않아도 나는 말해야 하기에 그가 가는 그날 나는 그를 데려다주었다. 내가 그를 그렇게 아쉬워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친구의 정신 상태가 나날이 나빠져서였을 뿐이다. 떠나는 날 나는 심지어 그가 도중에 다른 사람에게 유괴당하지 않을까 의심할 정도였다. 그가 짜증 난 걸 본 때는 드물지 않았지만, 이렇게 심각하게 된 것은 정말 처음이다. 처음에 나는 그가 가족이 그를 간섭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어쨌든 우리가 이렇게 많은 해 동안 함께 살면서도, 그는 집과 연락 한 번 하는 일이 드물었다. 나중에 이 모습을 보고 나는 또 뭔가 더 중요한 일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차에 태워 주며 나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아직도 생각했다. 나는 별로 걱정 안 되기도 했다. 불과 몇 시간 정도이다. 그의 집은 바로 이웃 성에 있지만 기차가 없어 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나는 이전에 차를 타고 천지가 뒤집히도록 토한 경험이 생각나서 특별히 그에게 화메이 한 봉지를 준비해 주었는데, 그가 방금 얼떨떨해서 들었는지 모르겠다. 차에 오르기 전에 나는 특별히 그에게 집에 도착해서 나에게 문자를 보내라고 당부했는데, 이때 또 그에게 일깨워주었다.

결국 그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빨리 문자를 보냈다. 내 짐작에 4시간의 자동차 거리에다 그가 시내에 도착하면 차를 갈아타고 시골로 내려가야 하는데, 아무래도 예닐곱 시간은 걸린다. 그러나 12시에 그를 차로 데려다주었는데, 겨우 5시 반에 그가 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때 나는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고 있었는데 휴대전화 소리가 들렸지만 손에 찬거리 두 포대와 간식 두 포대를 들고 있어서 상관하지 않고 집에 가서 다시 보려고 했다.
엄동설한에 땅이 얼어서 집에 돌아갈 때 장갑을 잊은 손은 이미 빨간 빠오즈가 되었다. 이는 모두 길이 막힌 탓이다. 도로가 얼어서 수시로 차량이 미끄러져 뒤차가 바로 앞차를 들이받았다. 다행히 시내가 몹시 막혀서 차의 속도가 느리지 않았으면, 수리비를 손해 봤을 것이다. 경계선만 그렇게 당기면 더욱 막힌다. 6시 반까지 계속 고생해서야 나는 집에 도착했다.
집안에 사람이 하나 없어 썰렁하다. 나는 미지근한 물에 십여 분 손을 담그고 심심해서 텔레비전을 켰다. 집안의 텔레비전은 본래 평범한 것이었는데, 나중에 음택을 처리해 돈을 좀 벌자 친구가 아주 큰 스크린으로 바꿔 주었다. 막 샀을 때는 비쌌지만 효과는 정말 좋았다. 경기를 볼 때 특히 high 해서 나처럼 비정식 축구팬조차도 친구와 함께 방방 뛸 수 있었다.
텔레비전 스포츠 채널에서 하키를 방송하고 있는데, 나는 어차피 알아볼 수가 없어서 채널을 바꾸었다. 몇 바퀴를 왔다 갔다 해도 재미가 없으니 차라리 뉴스 채널을 보기로 한다. 관례적인 지도자 연설, 유럽 정세 동란, 경제 위기 등으로 인해 나는 거의 잠들 뻔했다. 손을 담근 물이 식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반응했다.
나는 일어나서 물을 비우고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을 보다가 그제야 이전의 문자를 알아차렸다. 내가 열어 보니 내용이 없이 빈 문자였다. 문자 발송에 또 문제가 생겼거나, 친구가 원래 이렇게 보냈을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 전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때 내가 받은 것은 일반적으로 "당신의 메시지 수신이 완료되지 못했습니다"라고 적힌 파편 메시지였다. 후자의 경우 친구가 정신이 흐리멍덩한 채 송신 버튼을 만지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나는 즉시 그에게 물음표를 보냈는데, 텔레비전에서 마침 긴급 속보가 방송되는 것을 들었다.

 


2

 

사실 나는 그 엄숙한 여자 아나운서가 조난 중인 버스의 운행 차수를 읽을 때까지 정말 연상하지 못했다. 나는 시간표에 맞추어 친구의 출발 시간을 알아냈기 때문에 차수에 대해 인상이 있다. 그러자 나는 완전히 당황하여 무의식적으로 친구에게 전화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곳에서는 줄곧 받지 않았다.
10여 통의 전화를 한 후에야 나는 이런 헛된 행동을 멈추었다. 마음이 초조하니 사람은 더욱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밖에 나가 찾지 못하는 것이 한스럽다. 그런 무력감은 평생 두 번 다시 맛보고 싶지 않다. 다행히 친구를 따라 다소나마 세상 물정을 알게 되어 스스로도 냉정해지도록 강요할 수 있었다. 나는 텔레비전 앞에 쪼그리고 앉아 뉴스를 지키기로 했다.
막 정신없이 사고 소식을 듣고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도 주의하지 않고 전화를 하기 시작해 귀에는 두근두근 온통 자신의 심장박동이었다. 통화 알림음도 들리지 않았고 텔레비전 소리는 말할 것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일이 그렇게 무섭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몇 개의 지방 뉴스 채널을 왔다 갔다 하며 보도를 기다렸다.
이전에 텔레비전을 보면 늘 뉴스 속보가 많고 짜증이 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막상 기다려보고 나서야 빈도가 정말 형편없이 낮다는 것을 발견했다. 온몸에 오한이 나도록 기다려서야 뉴스 재방송이 시작되었다. 아나운서가 애도사처럼 나지막하게 기사를 읽자 내 마음도 따라서 가라앉았다.
노면이 얼어서 그 중형 버스는 두 성의 경계를 잇는 산길에서 절벽으로 전복돼 떨어졌다.
나는 그 부근에 가 본 적이 없지만 지형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곳은 구릉지대로 절벽이 그리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남쪽으로 산에 나무가 많아서 차량이 전복돼도 다른 사고가 없으면 사상자가 크지 않다.
그렇긴 하지만 인명피해가 있으면 친구일 수도 있어 안심이 안 된다. 화면이 있으면 좀 나을 수도 있을 텐데 TV에서 계속 생중계가 안 되는 것을 보아 아마 날씨가 나빠서 취재 기자도 갈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급해 죽을 지경인데, 가장 짜증 나는 것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매번 그런 것 같다. 친구는 늘 나를 도울 방법이 있지만, 나는 늘 그를 도울 수 없다.

아무리 우울하고 자책해도 달라질 게 없었다. 방 안에서 안절부절못하며 뉴스 재방송을 몇 번 본 후에 나는 마침내 냉정해졌다. 바로 이때 나는 조금 이상한 것을 느꼈다.
뉴스를 하나하나 볼 때마다 점점 메시지가 늘어났다 : 도로 구간이 봉쇄되고 이미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해서 부상자를 구조하고 있는데 사상자 수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내 주의를 끄는 것은 오히려 처음에 방송된 내용이다. 지나가던 차주의 설명에 따르면 차량이 옆으로 전복된 시간은 오후 5시 20분 경이다——
친구가 나에게 보낸 문자는 오후 5시 반에 발송한 것이다!
그러니까 친구가 그때 살아 있었다는 뜻이다.
이 생각은 결코 나를 크게 안심시킬 수 없었다. 문자가 절벽에서 옆으로 미끄러질 때 잘못 눌러서 보낸 것일 수도 있다. 설령 그때 그가……살아서 맑은 정신으로 일부러 이 문자를 보냈다고 해도 지금도 그렇다고 설명할 수는 없다……나는 이런 생각을 쫓아내고 문득 한 가지를 깨달았다 :
이 교통사고 후 가장 먼저 보낸 문자에 담긴 가장 큰 메시지는 사실 구조 요청이다.
친구가 나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다.
내가 가면 무슨 소용이 있을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지갑과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재빨리 뛰어나갔다.

 

 

3

 

거리에 나가서야 나는 비로소 내 무의식적인 행동이 얼마나 현명하지 않은지 깨달았다. 길에 얼음이 얼어서 차의 속도가 느린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춘절이라 사람이 많고 차가 많아서 빠르게 시내를 나가려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가까스로 빈 택시를 잡았는데, 상대방은 내가 목적지를 말하는 것을 듣자마자 고개를 저었다.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 방금 교통사고가 발생한 곳에 누가 가기를 원할까? 더군다나 지금은 이미 늦었다. 하지만 이 시간대에 빈 택시를 한 대 더 잡을 확률도 너무 낮다. 나는 마음이 급해지자 친구가 말한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비록 지금은 귀신을 쫓는 일이 아니지만 이치는 비슷할 것이니, 차라리 몸에 지닌 값나가는 것과 지갑을 모두 기사 앞에 펼쳐놓고 어찌 됐든 가달라고 했다.
기사는 나에게 겁을 먹고 잠시 망설이다가 미터기를 켰다. 이렇게 차가 막힐 때, 차는 시내를 나가기만 하는 데도 한 시간이다. 다행히 러시아워가 점점 지나가서 길에 차가 적어지니 속도는 자연히 좀 빨라졌다.
아무리 빨라도 도착하지 않았다. 나는 마음이 초조해서 얼굴에도 자연히 드러났다. 기사는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입을 열어 말을 걸었다. "더 빨리 가면 차가 뒤집힐 겁니다. 날씨가 괴상해서 고속도로에 올라가도 속도를 못 내요."
나는 "응" 소리를 내고는 갑자기 택시에 교통 방송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나서 급히 기사에게 물었다. 그는 깨달은 김에 라디오를 켜고 나에게 가족이 그곳에서 사고가 났냐고 물었다. 내가 친구라고 말하자 기사가 나에게 동정의 눈빛을 던지며 호사다마라고 했다. 잠시 후에 또 나에게 그 아가씨는 틀림없이 평안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나는 그가 오해한 것을 알았지만 설명하기도 귀찮았다. 차 안의 방송을 진지하게 듣고 있으니 그야말로 초등학생이 수업을 듣는 것 같았다.
듣자 하니 상황이 전에 말한 것보다 좀 더 좋은 것 같다. 차가 뒤집힌 후 버스는 절벽의 나무에 끼어 완충을 한 후에 처박혔는데, 절벽이 높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했고 첫 번째 부상자도 구조했다. 아이를 데리고 있던 한 여성이 구급차에 오르기 전에 호흡을 멈추었고, 다른 10여 명 중 두 명은 중상을 입었지만, 생명의 위험은 없었다.
솔직히 죽은 사람이 여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내 마음은 사실 다행이다 싶었다. 동정심은 당연히 있지만, 자기를 돌볼 겨를이 없는 상황에서는 탄식할 기력이 없다. 친구가 아니라는 말만 할 수 있을 뿐, 그렇지 않으면 나는 상상할 수가 없다……

한 시간 반 후에 차는 교통사고가 발생한 시 관할 구역에 들어갔다. 그동안 버스에 있던 모든 부상자들은 구급차에 의해 이 도시의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고맙게도 다른 사망자는 없었다. 기사가 자발적으로 시내 병원으로 가는 노선으로 바꾸었고 나는 조수석에 앉아 기쁨과 슬픔을 소화했다.
이것은 친구가 처음으로 사고가 난 건 아니지만 내가 그와 잘 알게 된 이래 처음으로 내가 그의 곁에 없을 때 난 사고다. 친구의 기분이 어떤지 나는 추측할 수 없지만, 나는 오히려 예상치 못한 공포를 느꼈다. 그 공포감은 부골지저처럼 길에서 나를 침식하고 있어 친구의 생명이 위험하지 않다는 소식조차 쫓아낼 수 없었다. 친구를 만나기 전에 나는 사실 미신을 믿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후에 그렇게 많은 것을 알게 되었지만 모두 체계적인 것뿐, 징조나 감응 같은 일반인의 의식이 능동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늘 기분에 너무 영향을 받아 불길한 기운까지 느껴진다.
살아만 있으면 돼.
나는 최선을 다해 자신을 위로했다. 친구의 상처가 아무리 무거워도 사람이 살기만 하면 된다. 상처가 심해도 치료할 수 있다. 요 몇 년 동안 음택을 매매하여 번 돈은 병을 치료하는 데 문제가 없다. 어떤 증세가 있든 행동이 불편하든 함께 대처해 나가면 어쨌든 살아갈 수 있다.

시간은 나의 엉터리 생각 속에서 조금씩 지났다. 기사가 옆에서 호들갑을 떨며 부를 때까지.
"왜 그래요?" 나는 가까스로 마음을 가다듬고 물었다.
기사는 차의 속도를 늦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미혹된 표정을 지었다. "길이 틀렸어요."
"무슨 말이에요?" 나는 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길을 잘못 들었다고요?"
기사는 분명히 다른 사람이 그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듯, 나를 노려보았다. "그럴 리가. 이 길은 내가 이틀 전까지도 지났는데, 잘못 들 리가 없어요."
창밖을 내다보니 캄캄해서 가로등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 9시가 넘었고 날씨도 정상인 셈이어서 길목을 잘못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다만 나는 십여 분 전에 우리가 톨게이트를 지나 고속도로를 나온 것을 기억한다. 당시 톨게이트 표지판에 있는 지명은 문제없었고, 거기서부터 지금까지 모두 이런 도로 상황으로 갈림길조차 없었다.
마음속의 불길한 예감이 점점 커졌다. 나는 아마도 귀신 이야기의 가장 고전적인 장면을 만난 것 같다.

귀신에 홀렸다.

 


4

 

일반적으로 귀신에 홀려 길을 잃는 것은 밤길을 걷는 사람이 스스로 마음이 불안하고 혼자 있을 때 일어나는 일이다. 현재 나의 상황은 당연히 마음이 편치 않은 조건에 부합된다. 다만 옆에 노련한 운전기사가 있는데도 여전히 귀신에 홀렸다는 건 누군가가 진을 쳤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귀신에 홀린다는 것은 주위의 상징물을 분별할 수 없고, 두 다리의 길이가 일치하지 않아 부자연스럽게 빙빙 도는 현상이라고 과학적으로 해석된다. 귀신에 홀리는 것을 실제로 겪은 사람들은 모두 이런 해석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안다. 일반적으로 귀신에 홀리는 곳은 넓이가 빙빙 돌기에 충분한 광활한 장소가 아니라 밤의 오솔길이다. 실제로 귀신에 홀렸을 때 사람은 길을 확실히 알고 있다. 이런 사람은 길을 잘못 들지도 않고 우회하지도 않았는데 아무리 걸어도 길의 출구를 찾지 못한다. 더군다나 우리는 이번에 차에 있어서 다리의 길이가 다르다는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나 과학적 해석도 일리가 있다. 주위의 상징물은 귀신에 홀리는 데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가로등만 보고 상징물을 통해 어디에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막았다. 본래 심야에 고속도로를 나온 후의 일반 차도에서는 정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가 이 길을 이렇게 오랫동안 돌아다녔는데도 차를 한 대도 만나지 못했으니, 이 일은 틀림없이 인위적인 것이다.
나는 기사에게 차를 세우도록 하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려가 잔돈 몇 장을 태웠다. 전에 한담을 할 때 친구가 말했듯이 귀신에 홀리는 것은 귀신이 약탈하는 것과 같다. 길을 돌아서 지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의 의미는 바로 이 길은 내가 다니는 길이니 돈을 남겨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에게 행인은 틀림없이 명폐를 휴대하지 않을 텐데 귀신이 돈을 달라고 해도 쓸 수 없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코웃음을 치며 그건 다 의미지 명폐는 귀신도 마찬가지로 쓸 수 없다고 말했다. 단지 귀신을 존중한다는 뜻을 표해 그의 욕망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나는 알 듯 말 듯 대답하며, 모처럼 징그럽지 않고 자신을 해하지 않는 수법이라 인상이 남았는데, 지금 와서 쓸모가 있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차로 돌아와 몇 킬로미터를 달리자 과연 갈림길이 보였다. 기사 아저씨는 분명히 나에게 약간의 두려움과 경외심을 느꼈다. 보아하니 얘길 꺼내려고 해도 감히 나에게 입을 열지 못할 것 같아서 나도 기꺼이 한가로웠다. 아무래도 아직 마음이 답답하다.
막 모퉁이를 돌 때 나는 일부러 뒤돌아보았는데, 갈림길에 공사로 인해 돌아가는 팻말이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우리가 고속도로를 나왔을 때는 이 팻말이 없었을 것이다. 길에 차가 없는 것이 바로 귀신에 홀리게 되는 관건이다. 만약 친구가 나에게 이런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자면 아마 우리는 날이 밝을 때까지 몇 시간을 기다려야만 길에서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 내가 이 국면에 말려든 건지, 아니면 원래 목표였는지 모르겠다. 원래 목표였다면, 왜? 친구 찾는 것을 막아야 하는가?

시내 병원에 가는 것이 사고가 난 곳보다 훨씬 가깝다. 우리는 귀신에 홀려 30분이 넘게 걸렸고, 결국 11시 전에 병원에 도착했다. 나는 이때 면회 시간이 아닐 것임을 알았지만 친구를 한 번 만나고 싶어서 기사에게 지갑을 남기고 은행카드를 들고 병원에 갔다.
병원 같은 곳은 음기가 강하다. 이것은 중개인 위엔전袁阵이 나에게 말한 것이다. 나는 전에 친구가 기절한 것을 아직도 기억하는데,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러나 친구는 깨어나서 오히려 한바탕 웃었다. 그는 병원의 음기가 심하지만 양기 충돌이 없기 때문에 가장 안전하고 귀신이 나타나도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보다는 오히려 나처럼 운이 강한 사람이 병원에 들어가는 게 더 위험하다고 한다. 내가 생각해 보니,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금까지 30년을 살며 진료소에 들어간 횟수가 적지 않지만 지금까지 입원한 적이 없다. 드물게 밤에 병원에 들어온 것도 자신 때문이 아니다. 다행히 친구는 생명의 위험이 없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정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을 것이다.
자정이 되었는데도 병원 로비에서 여전히 누군가가 당직을 서고 있었다. 내가 묻자 상대는 바로 알아듣고 입원부의 3층을 가리키며 부상자들이 모두 그곳에 있다고 말했다. 나는 친구의 상황을 묻고 싶었지만, 어디인지 아니까 가서 다시 이야기하기로 했다. 입원부 아래에는 차가 가득 서 있고 경찰차도 한 대 있었다. 내가 3층에 올라가 보니 경찰 하나가 남아서 기록장을 들고 의자 위에 앉아 조금씩 졸고 있었다. 옆에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부상자의 가족인 것 같았는데, 이때 한 사람이 부상자를 부축하여 수속을 밟으려고 준비했다. 나는 상황을 한 바퀴 둘러보았는데, 아마도 상황이 특수해서인지 병실의 문이 모두 열려 있었고, 면회를 금지하지 않았다. 한 칸씩 걸어갔는데 안에는 친구가 없었다. 나는 마음이 급해서 그 경찰을 깨워서 다른 부상자의 상황을 물었다.
그 경찰은 바쁠 때 정신이 없었는지 반분 동안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위층을 가리켰다. "응급실에 세 명이 더 누워 있어요." 내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또 한마디 덧붙였다. "생명의 위험은 없습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고 올라갈 준비를 하자, 경찰이 나를 끌고 먼저 등록하라고 했다. 나는 지금이라도 급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의 기록을 찾아 자신의 이름을 서명하려고 했다. 부상자들은 대부분 깨어 있었고, 다른 몇몇 춘절 귀가 관련한 신분증도 남아 있어, 기록장에는 이름이 가득했다. 나는 이리저리 뒤적였지만, 친구의 것을 찾지 못했다.
경찰은 내 말을 듣고 매우 놀랐다. 그는 현재 병원 안의 부상자들이 모두 이미 등록되었음을 확신했다. 나는 소름이 끼쳤다. 친구는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5


길에서 귀신에 홀린 데다 친구의 최근 저조한 기분을 연상하여 나는 온몸에 오한이 났다. 내가 다정해서 모든 것을 내 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이렇게 뚜렷한 연관성을 우연의 일치로 흘려보내는 것은 분명히 적합하지 않다. 나는 휴대전화를 꺼내 친구의 메시지를 또 열었다. 텅 빈 페이지에는 맨 위에 적힌 친구의 휴대전화 번호만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다. 휴대전화 속 다른 사람의 번호는 나는 모두 이름을 저장하고 있는데, 친구의 것은 굳이 외운 것이다. 그것도 몇 년 전에 아주 흉험한 집을 만났을 때 친구가 나에게 외우라고 했는데, 당시 휴대전화가 잘 안 돼서 연락이 안 될까 봐 두려웠다. 나중에는 습관이 되어 휴대전화를 몇 개 바꾸었지만 줄곧 이 번호를 저장하지 않았다. 이제 낯익은 걸 보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나는 친구가 점치는 기술을 다소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가 며칠 전에 이 일을 느꼈는지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그는 나에게 말하지 않았고, 나도 단서가 없었다. 나는 위엔천도 능숙하다는 것을 기억하고 전화를 걸었다. 비록 이전에 그는 몇 가지 일을 일으켰지만 일이 평정된 후에 정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친구는 예전과 같이 간단하게 설명한 후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와 접촉하는 것을 제한한 적이 없었다. 아마도 다시 그를 자기편으로 대했을 것이다.
위엔천은 한밤중에 나의 전화를 받고 이불에서 끄집어내져 처음에는 화를 냈지만 나중에 내가 대충 말한 것을 듣고 무거워졌다. 그는 친구가 그에게 최근에 재난이 있다는 등의 일을 언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설날이 되면 더러운 것이 마구 퍼질 때지만 친구는 원수를 지은 적이 없고 평소에 집 장사도 잘 되니 이런 일이 생기지 말아야 했다. 나는 그가 나를 위로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해 말을 많이 하지 않고 그에게 친구의 집 소식을 알아봐 달라고 한 후 고맙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부근에서 여관을 마음대로 찾아 하룻밤을 보냈지만 사실 한밤중에도 나는 눈을 붙이지 못했다. 마침내 경찰이 출근할 때까지 기다려 나는 또 병원에 갔다. 오늘 그곳에 있던 경찰이 바뀌었다. 내가 사람을 찾는다는 말을 듣더니 기세등등하게 나에게 증명서를 달라고 했고, 또 줄곧 나에게 가족도 오랜 친구도 아닌 사람을 왜 찾는지 물었다. 내가 성질을 억누르고 한참 동안 설명한 후에야 그는 비로소 나에게 자료를 좀 보게 했다. 예상대로 기록원 안에는 여전히 친구가 없었지만, 나는 수화물 칸에서 친구의 여행 가방을 보았다. 그것은 일찍이 내가 그에게 준 여행용 가방인데, 큰 브랜드였지만 아쉽게도 실용적이지 못했다. 친구가 떠나기 전에 짐은 내가 직접 챙겼으니, 나는 당연히 똑똑히 기억한다. 하물며 옆에 화메이가 들어 있다고 표시된 비닐봉투도 있다. 보고 나니 친구가 확실히 차에 탄 건 맞다. 다만 사람이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라졌다.
병실 안의 어떤 아저씨는 마음이 매우 좋아서 내가 초조해하는 것을 보고 주동적으로 와서 말을 걸었다. 그는 길에서 확실히 내가 묘사한 젊은이가 그의 옆에 앉았지만, 차가 사고가 난 곳까지 가기 전에 내렸다고 말했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친구의 고향은 이웃 성에 있는데, 틀림없이 그 구간이 지나서야 도착할 것이다. 그가 도중에 내려서 뭘 한 건지 모르겠다.
옆에 또 한 여자 아이가 우리의 말을 듣고 다가왔는데, 그녀는 친구가 어느 정류장에서 내렸는지 기억했다. 그 지명은 나도 잘 아는데, 전에 우리 둘은 그곳에서 집 한 채를 구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집은 별다른 것이 없어서 곧 팔리기도 했다.
나는 마음이 불안해서 급히 두 사람과 작별 인사를 하고 친구를 찾으러 출발했다.

친구가 내린 곳은 여기서 멀지 않다. 바로 옆에 있는 현성이다. 나는 버스 정류장에 가서 버스를 탔는데 차 안에서 위엔천의 전화를 또 받았다.
위엔천의 소식도 그리 좋은 소식은 아니다. 그는 친구의 고향에서도 친구와 연락이 안 되고 친구의 가까운 친척은 가지 않았고 그곳에 살지 않아서 고향에서는 친구의 행방에 주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지막에 그는 또 나에게 일이 있으면 그를 찾으라고 몇 마디 위로했다. 나는 위엔천이 그때 이후로 의리가 더 강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결코 아무런 생각도 없고, 그에게 말하기도 쉽지 않다. 단지 마음이 더욱 이상할 뿐이다. 가까운 친척이 없는 이상 친구는 이번에 도대체 왜 돌아가야 했을까?
아니면 그는 돌아갈 생각이 없었고, 애초에 그가 내린 곳으로 가려던 것일까?

길에서 나는 친구에게도 전화를 몇 통 걸었지만 줄곧 아무도 받지 않았다. 나는 자꾸 전화를 걸면 전원이 꺼져서 꺼질까 봐 많이 걸지도 못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도착해서 다시 얘기하는 수밖에 없다.

 

 

6

 

나는 친구가 탄 그 버스가 현성에 정박하는 곳에서 내렸다. 시간이 바로 오전인 데다 춘절 연휴가 가까워지자 길에 사람들이 북적였는데 모두 설맞이 장을 보는 사람들이다. 이 현의 눈은 심하게 내리지 않아서, 노면의 그것들은 이미 적잖이 녹았다. 나는 길가에 노점을 벌인 행상인과 청소부를 찾아 물어봤지만 결과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생각해 보니 지금의 유일한 단서는 바로 이 현의 그 집이라, 실례가 되든 말든 간에 기억 속의 주소로 직접 찾아갔다.
문을 연 사람은 젊은 아가씨였는데, 이는 나를 매우 놀라게 했다. 잘못 기억하지 않았다면 그때 이 집은 한 쌍의 신혼부부에게 팔렸는데, 계산해 보니 겨우 1년이 넘은 사이에 어떻게 주인이 바뀌었을까? 나는 단지 몇 가지 변명을 늘어놓을 수 있을 뿐인데, 부동산 중개인의 신분은 여전히 변하지 않아서 위층 집을 보러 왔는데 집안 구조를 보고 싶다고 했다.
이 말은 친구가 예전에 나와 집을 볼 때 썼던 말이다. 나는 내가 개의치 않는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 이렇게 오래 기억할 줄은 나 자신도 몰랐다.
그 아가씨는 오히려 응하지 않고 차갑게 나를 쳐다보며 말없이 문에 기대어 나를 쫓아내지도, 맞아주지도 않았다.
나는 조급하게 진일보한 권유를 생각했지만 상대방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 아가씨——나중에 나는 그녀의 이름이 두리리杜莉莉라는 것을 알았다——는 나를 매섭게 노려보더니 방문을 열고 들어갔지만 문을 닫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들어오라는 뜻으로 짐작하고 즉시 따라갔다.
내가 상상했던 것과 달리 두리리는 내막을 알고 있었다. 문을 닫자마자 그녀는 나를 향해 물었다. "우리 오빠 찾으러 왔어요?"
그러고 나서 그녀는 나에게 그녀는 사실 친구의 죽마고우라고 말했는데, 그녀는 친구를 오빠라고 불렀다. 여기까지 말하고 그녀는 입가에 웃음을 띠었는데, 직감적으로 나는 그것이 그다지 즐거운 웃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우리가 사는 도시에 친구를 찾으러 왔는데, 결국 그에게 이곳에 안치되었고 어제서야 한 번 찾아왔다고 했다.
이렇게 하면 말이 통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중점을 기다렸다.
친구는 도대체 무엇을 하러 간 걸까? 짐도 안 챙기고……이 현성까지 달려온 이유는 뭐지?
두리리는 나를 매우 싫어하는 듯, 또 나를 한 번 노려보고서야 이어서 말했다.
그녀는 내 친구의 운명에 겁이 있으며, 서른 살이 되는 해에 있다고 했다. 나는 깜짝 놀랐다. 올해는 친구의 서른 살 본명년이며——춘절 전까지다. 나는 황급히 이 일을 누가 그에게 말했는지 캐물었다. 잘못 기억하지 않았다면, 친구가 말했듯이 점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 정확하게 계산하는 것은 요절하는 일이다. 나는 이 삼십겁이 길에서 점쟁이가 함부로 꾸며낸 것이길 진심으로 바랐다.
안타깝게도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두리리는 그들의 고향은 고루한 풍조를 중시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풍수오행이 모두 매우 훌륭하고 모든 아이가 땅에 떨어질 때마다 부모가 그들에게 점을 쳐서 부모가 자녀에게 준 희생으로 삼았다. 하늘이 그들에게 아이를 하사해 준 것에 감사하고 아이의 일생을 평안하게 보우해 준 것에 감사하는 것이다. 친구의 이 점괘는 그의 부모가 점친 것이었다.
나는 괘상이라면 파해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두리리는 당연히 있다고 거들떠보지도 않고 비웃었다. 나는 마음이 좀 안정되었는데, 결과적으로 그녀의 다음 말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젊은 세대로 그녀가 친구와 함께 지냈을 때부터 바깥의 교육을 접하고 이런 방식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어른들이 자손들의 인생을 장악하기 위해 함부로 지어낸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부모님의 말씀을 그는 전혀 듣지 못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잊어버렸다. 나중에 그들이 한두 살 나이를 먹고 부모가 직접 말하는 것을 듣고 나서야 그들은 비로소 이런 미신을 점점 믿게 되었다.
내 생각에 친구는 그때부터 풍수를 접하기 시작했을 것이고 아마도 나와 함께 음택을 보기 얼마 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부터 친구는 이 재난을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을 텐데, 두리리의 말투는 어떻게 들어도 친구는 아직……
여기까지 물었을 때 두리리는 괴로워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가족들이 젊은 세대의 반항에 매우 화가 나서 그들을 내버려 두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하기 쉽지만, 친구의 이번 겁은 혈광지재血光之灾로 목숨을 잃을 것이다. 친구는 오만한 성격에 아예 집안을 발칵 뒤집고 뛰어나왔다. 그녀는 굴복한 몇 명과 1년 동안 집에 갇혀 있다가 풀려났다. 나중에 그녀는 친구의 부모 입에서 파해법을 알아내고 나서야 친구에게 달려와 그와 통화를 하려고 했는데 결국 친구는 원하지 않았다.
나는 친구의 부모가 초래한 결과라고 의심했다. 어쨌든 호랑이는 독해도 자식을 먹지 않는데 천하의 부모의 마음이야. 하지만 친구가 이렇게 자신의 목숨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지 몰랐다. 그와 음택을 매매한 경험을 생각하면 그는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성향이 아닌 것 같았다. 나는 마음이 긴장되어 질문을 많이 했다. 두리리는 여전히 나를 마주 보지 않았지만, 말투가 좀 누그러졌다. 나는 그녀의 슬픔을 알아듣고 점점 좋지 않은 추측이 생겼다.

 


7

 

두리리가 겁에 대응하는 방법을 말하고 나서야 나는 친구가 왜 거부했는지 이해했다.
이 대응 방법은 알고 보니 친구가 띠와 상충하는 해인 스물아홉 살에 결혼을 하고 서른 살에 한 아이를 낳아 겁을 보낸 후에 그의 고향에서 만 10년을 지내는 것이었다.
솔직히 나는 이 모든 것이 겁에 대응하는 조건이라고 그다지 믿지 않았다. 아마도 정말 친구의 생각대로 어른들이 사심을 끼고 그들을 속박하려는 것일 테지만, 그는 모험을 할 수 없다.
그래서 그는 하지 못했다.
그가 또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진정으로 더러운 것을 만진 사람은 몇 년 안에 아이를 낳을 수 없다. 우리가 요 몇 년 동안 일한 것만으로도 아이를 원한다면 선천적인 장애는 말할 것도 없고, 사산도 가능하다. 그는 이렇게 다른 사람을 해칠 수 없다.
나는 이 이야기를 두리리에게 했는데, 결과적으로 두리리는 또 나를 놀라게 했다.
그녀는 원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나에게 친구가 나와 이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가 틀림없이 많은 음기를 품고 있다는 것도 알았지만, 그녀는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친구를 좋아해서 친구에게 시집갈 수 있다면 기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곳에서 태어난 이상 그들 집안에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테니 그녀도 큰 손상은 없을 것이다.
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으니 나는 물론 기뻤지만, 또 왠지 모르게 침울했다. 하지만 나는 친구가 마지막에 이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 않았다면 두리리는 지금 이러고 있지 않을 테니까. 내가 그녀에게 친구가 왔냐고 물었을 때가 이미 올해였는데 그녀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당시 그들은 겁의 대응 조건에 완전히 부합되었는데, 어째서일까……
하지만 그게 관건이 아니다. 관건은 지금, 친구가 어떻게 됐는 지다.
그동안 나는 비록 마음이 초조했지만 표현하지 않은 것은 친구가 이미 서른의 겁을 푸는 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그에 대해 맹목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어서, 그가 반드시 해결할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방금 그가 그의 곤궁을 가장 능히 해소할 수 있는 일을 벗어났다는 말을 듣고 나는 진정으로 불안해졌다.
나는 듀리리에게 올 때 버스 사고가 났고 귀신에 홀리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듀리리는 안색이 심각했다. 그녀는 이것이 겁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만약 친구가 버스에서 내리지 않았다면 사고를 당했을 것이다. 그리고 귀신에 홀리면 구조 시간이 늦어지고 중간에 반드시 변고가 생겨서 그를 죽게 할 것이다.
이 말을 들으며 나는 식은땀이 났다. 친구가 왜 혼자 떠났는지 원망스러웠다.
두리리는 또 기분이 나빠졌다. 그녀는 구국을 욕하고 이어서 말했다. "너 아직도 몰라? 오빠는 틀림없이 너를 연루시키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야, 이 나쁜 놈아!"
그런가? 나는 조금도 감동할 수 없다. 이 녀석은 평소에 나를 그렇게 시원시원하게 일에 끌어들였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이르자마자 관두다니, 근본적으로 남보다 못한 것이다!
그러나 그가 떠난 것이 집으로 돌아가 해결책을 찾으려 한 것이라고 생각하니 나는 또 조마조마했다. "그가 연말에 돌아간 이상 그가 이전에 줄곧 겁을 풀 방법을 알지 못했던 게 아니야?"
"겁을 풀긴 개뿔! 풀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야! 그는 안 했고! "
두리리는 마침내 화를 냈다. "그는 그냥 널 품에서 평생 지키고 싶었던 거라고! 시발! 이 나쁜 놈아!"
나는 멍해졌다. "뭐라고?"
"그는 결혼하자마자 집에 돌아가야 했어! 네가 아직 여기 있으니, 가기 아쉬웠겠지."

 

 

9

 

만약 정말 이것 때문이라면, 나는 차라리 정말 그가 죽도록 내버려 두고 싶다.
누가 이런 걸 신경 쓴다고! 나더러 너랑 같이 집에 가자고 해도 문제없어! 10년을 있어도 문제없어! 그래, 나는 이기적이야. 나는 죽는 게 무서워. 하지만, 나는 네가 이렇게 없어지는 게 더 무서워! 돈을 충분히 벌고 음택 장사를 그만둔 이후로도 나는 너와 함께 안 산 것도 아니고 어디 나가 소일한 적도 없는데, 너는 왜 내가 너와 함께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나는 이렇게 친구에게 으르렁거리고 싶었는데, 또 자신이 그럴 입장이 아닌 것을 깨달았다.
급선무는 그를 되찾는 것이다.
내가 두리리에게 그가 갈 법한 곳을 물었더니, 그녀는 모른다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녀는 내가 침착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한 것 같았다. 그녀는 내가 발을 동동 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친구의 감정에 대해 나는 스스로 분별할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오직 내가 그를 죽게 둘 수 없다는 것뿐이다. 다른 일에 관해서는 그가 어떻게 하든지 상관없다.
두리리에게 내가 알아낸 행방을 말하자마자 그녀는 곧 알아차렸다. 이쪽 현성과 그들 고향 사이의 한 길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그 길은 마침 음양도를 가로질러 춘절이 되면 백귀야행이 있는데 친구는 아마도 이 길을 이용하여 이 겁을 속여 순조롭게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을 것이다.
다만 집에 돌아가서 어떻게 겁을 풀지는 아직 귀찮은 문제다.
나는 두리리와 오랫동안 상의를 했는데, 마지막에 확정된 겁을 푸는 방법은 오직 하나였다.
친구의 띠와 상충하는 해인 스물아홉 살에 결혼을 하고 서른 살에 한 아이를 낳아 겁을 보낸 후 그의 고향에서 만 10년을 지내는 것.
유일한 차이는 친구의 부재로 명혼冥婚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 명혼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명혼은 죽은 사람의 혼사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친구가 이미 죽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가? 하지만 두리리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명혼은 확실히 남녀가 약혼한 후에 남자가 혼전사망해도 여자는 예정대로 시집을 가는 혼인 의식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 남자의 죽음도 헤아려볼 만하다. 고대의 명혼은 남자가 집에서 급사한 후에 거행되는 것이 아니었다. 만약 당신이 밖에서 생사를 알 수 없는 3년 여행 끝에 죽었는데 여자가 시집와서 수절을 하는 것도 명혼이라고 불렀다. 명혼은 선산에 고혼이 떠도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친구의 행방은 불분명하지만, 어떤 사건을 만났을 가능성이 높으며, 대체로 명혼의 조건에 부합된다.
다만 웃어른에게 절할 때는 "신주패神主牌"와 신부가 혼례를 올려야 한다. 이 신주패란 제사를 지낼 때 모시는 죽은 사람의 이름이 적힌 위패다. 각지의 관습이 다른데 친구의 고향에서는 태어나자마자 있는 것으로, 죽기 전에는 혼주패魂主牌, 죽은 후에는 신주패라고 부른다. 두리리의 뜻은 고향에 가서 이런 명혼을 치러 신주패와 혼인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명혼을 하는 것도 상대방의 뜻에 부합해야 한다. 보통 죽은 사람을 상대하기 전에 향을 피운다. 향을 다 탈 때까지 도중에 멎지 않으면 귀신이 동의한다는 뜻이다. 지금은 친구의 생사가 불분명하니 당연히 이렇게는 할 수 없다.
듀리리는 나에게 친구가 무슨 신호를 남겼냐고 물었다. 내가 한차례 떠올려 보니 그 빈 메시지뿐이었다. 두리리는 놀랐다. 그녀는 빈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남기는 것은 쫓길까 봐 걱정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만약 귀신이 혼을 빼앗으려 한다면 빈 신발을 주면 다시는 당신을 찾지 못할 것이다. 여기까지 말하고 그녀는 악독하게 웃으며 오빠가 네가 재앙 덩어리인 것을 깨닫고 너와 멀리 떨어지기로 결정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친구가 나에게 이런 문자를 남긴 의미는 아마도 내가 추적하는 것을 바라지 않아서일 것일 것이다. 참으로 잔인하고 악랄한 자식이다.
하지만 두리리가 이왕 안 된다고 했으니 다른 게 있어야 한다. 명혼은 다른 것과 달리 반드시 상대방의 선산이 있는 곳에서 해야 한다. 즉, 친구의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물건을 찾으러 돌아간 들 이렇게 한 번 고생하고 이웃 성에 가도 결국 춘절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지갑을 펼쳐보니 안에 우리 집 각 방의 열쇠가 걸려 있었다. 나는 영감이 떠올라 두리리에게 이걸로 가능하냐고 물었다. 그녀는 멍해졌다. 이후 나는 열쇠가 사실 매우 효력이 있는 법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풍수를 믿는 사람들은 모두 집 밖의 사람과 함께 살 수 없으며, 적어도 같은 방 안에는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방의 문은 방 한 칸에 있어서는 사람의 명문命门과 맞먹는다. 일단 같은 방에 살면 열쇠를 나눠야 하는데, 그 열쇠는 곧 명문을 파하는 법기와 같아 매우 위험하다.
나는 이에 대해 조금도 개의치 않는 친구의 태도를 회상했다. 그리고 예전에 음택을 매매하러 갈 때 우리는 늘 호텔에서 한 방에서 잤다. 심지어 나는 그의 방 열쇠도 하나 가지고 있어 이 말을 의심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친구가 위엔천과 한 방에서 자는 것은 싫어했기에,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럼 친구는 나를 무척 믿는 것일까? 나는 마음속이 쓴 지 단지도 모른 채 그저 답답하게 생각했다.



나 갑자기 BE가 생각이 안 나. 어떡해QAQ.

(그전까지 이 글은 BE다, 첨부터 그랬다, 사람이 죽는다 운운 감안하고 보라고 계속 강조했었던 와삽...)

 

 

10

 

한참을 끈질기게 조르고 나서야 두리리는 친구 고향으로 가는 차를 따라가는데 동의했다. 사실 그녀는 몰랐다. 만약 그녀가 정말로 동의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녀를 미행했을 것이다. 이 정도의 기술은 대학 때 친구를 따라 연습해 낸 것이다.
차에 도착해서 밤새 잠을 못 잤던 나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앉아서 잠이 들었다. 깨어났을 때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온몸이 괴로웠다. 마치 나쁜 꿈을 꾼 듯했지만 구체적으로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친구 꿈을 꾼 건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이 전설 속의, 한가한 사람은 군주를 꿈꾸지 않는다는 것인가?
옆에 앉은 두리리를 돌아보니 눈이 좀 붉어진 게 울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듯했다. 단지 그녀는 울 수 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을 뿐.
나는 친구가 살아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길 한가운데서 두리리는 전화를 받더니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 내가 그녀에게 친구의 소식이 있느냐고 묻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굳은 얼굴로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속으로 넘겨짚자, 그녀는 결국 친구가 마을 밖의 음양도에 도착해서 무사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친구의 능력에 대한 믿음은 있었지만 걱정은 피할 수 없었다. 여기까지 말하고 나서야 나는 마음이 놓였다. 이어질 명혼에 대한 위화감은 있었지만, 친구의 평안을 위해서는 다행이었다.
차는 두 시간 남짓 가서 도착했다. 친구 집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궁벽해서 차에서 내린 후 우리는 또 삼륜 오토바이를 타고 마을로 들어갔다.
외진 곳이지만 이 마을은 초라한 느낌이 전혀 없다. 마을에 들어서면서부터 집집마다 대문이 높았다. 길은 눈과 진흙으로 어지럽지만 마을은 오히려 매우 깨끗해서 마을 사람들이 매우 신경을 쓰는 것을 알 수 있다.
명혼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겁을 파하기 위해서일 뿐이라, 정식으로 도를 지킬 것 없이 부모 앞에서 절만 하면 된다. 도중에 두리리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나에게 이곳의 거처를 가르쳐 주었지만 친구 집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마음이 이상해서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마을 가장 안쪽에 있는 집을 가리키며 바로 그곳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왜……내가 아직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두리리는 설명을 해주었다. 친구의 어머니는 난산으로 돌아가셨다. 친구는 아버지와 줄곧 친하지 않았는 데다 반항한 일도 겹쳐 부자 관계는 더욱 별로였다. 요 몇 년 동안 친구가 나와 함께 있어서 집에 돌아오지 않는 것을 안다면 거의 나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다. 말미에 특별히 나는 백부에게 시달려도 상관없으며 명혼을 지체하면 좋지 않다고 한마디 덧붙였다.
나는 생각했다. 나의 역할이 바로 열쇠를 보내는 것인데, 무엇을 지체시킬 수 있겠는가? 그러나 손님이 주인이 하자는 대로 따르는 것이다. 오늘은 이미 음력 29일이 되었고 내일은 섣달그믐이다. 나는 또 무슨 일이 생기지 않도록 두리리의 안배를 모두 들어야 했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였는데 산속은 일찍 어두워졌고, 마을 사람들은 전등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두리리는 칠흑 같은 마을에 있는 불이 켜진 몇 가구를 가리키며 모두 성에서 돌아와 겁을 피하고 있는 젊은이들이라고 말했다. 나는 텅 빈 어두운 방을 보고 침을 삼켰다. 친구가 이런 환경에서 자랐을 줄은 몰랐다.
내 인상에 친구는 대학 때부터 성격이 좀 괴팍했지만 사귀기 어렵지 않아 곧 친해졌다. 이후에 그가 꽤 괴벽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어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지금 모두 이 마을이 일으킨 것이라고 생각하니 원망을 금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이곳만이 그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불이 꺼진 후 나는 두 가의 객실 침대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비록 이 삼십겁의 해법을 알았지만, 나는 여전히 친구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었다. 이런 알 수 없는 불안 때문에 나는 한밤중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고, 결국 옷을 걸치고 외출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두리리의 말에 따르면 친구는 음양도에서 길을 빌려 돌아오고자 했다. 그럼 이제 이 마을로 돌아왔겠지. 낮에 두리리에게 물었을 때 그녀는 친구가 괜찮다는 말만 할 뿐이었다. 나는 정말 그를 만나고 싶다.
막 눈이 내렸는데, 밤은 의외로 맑았다. 달빛이 눈밭을 밝게 비추자, 등불이 켜진 몇 가구가 지금 한 집만 남은 것이 보여 마음이 동해 가서 소식을 알아보고 싶었다.
두 가의 정원을 나가기도 전에 누군가 불렀다. 뒤돌아보니 두리리였다. 그녀는 잠에 취해 눈이 거슴츠레한 것이 분명히 침대에서 막 기어 내려왔을 것이다. 그녀가 나를 위아래로 한 번 훑어보더니 입가에 웃는 듯 마는 듯, "하루도 못 기다려?"라는 의미가 떠올랐다. 나는 좀 곤란해서 얼버무리려던 참에 두리리가 또 말했다. "이 마당을 나가지 마. 신랑 신부는 결혼 전에 볼 수 없어. 이건 규칙이야."

 

 

11

 

뭐?!
나는 이 말에 얼떨떨해졌다. "신랑 신부는 너랑 친구잖아?"
두리리는 눈살을 찌푸렸는데, 분명히 내 말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내가 할 수 있다면 너를 뭐하러 데려왔겠어?"
"나는……열쇠 때문인 줄 알았어."
"열쇠 맞아." 두리리는 짜증을 참지 못하고 설명했다. "그 녀석이 나랑 결혼하기 싫어해서 널 끌고 온 거야. 그리고 그가 너에게 준 증표를 가지고 너희 둘을 명혼시켰고."
"……어째서 나야!" 나는 완전히 속은 기분이다.
"하?" 두리리는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 바보야? 겁을 건너기 위해서야. 넌 내가 내일까지 아이를 낳을 수 있을 것 같아?"
정말……터무니없다! 나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두리리를 쳐다보았다. "설마 나라고 할 수 있겠어?"
"넌 당연히 안 되지. 하지만 넌 남자니까 필요 없어. 음혼은 원래 죽은 사람을 속이는 데 쓰였는데, 지금은 네 양기로 이 겁을 속였으니 어린애가 있는 척하면 돼. 쳇, 그렇지 않았으면 그놈의 가장이 너희를 결혼도, 의식도 못 치르게 했을 거야.
그렇다면 말이 되긴 하……지만, "내 기억으로는 고향에서 10년을 보내야 했던 것 같은데?"
"그렇지, 너 싫어?" 두리리는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입을 오므렸다. 누가 좋아하겠냐.
하지만 친구를 위해서라면 안 될 것도 없다.
명혼은 명목일 뿐, 10년을 지내는 것이 진정한 난제다. 하지만 나도 워낙 놀기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친구만 있다면 10년 동안 여기서 지내는 것도 할 수 있겠지.
그만 있다면……
아니, 그는 바로 여기에 있잖아. 나는 갑자기 이 점을 생각했다. "그는 마을에 있지 않아? 왜 명혼을 해야 돼?"
두리리는 신기하다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너 정말 오빠랑 결혼하고 싶은 거야?"
"무슨……당연히 아니지!" 나는 자신의 망설임에 대해 매우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사실이었고 나의 반박은 기세가 떨어졌다.
"명혼은 귀신을 속이는 거야. 일단 둘 다 그 자리에 있으면 진짜가 돼. 시간이 늦었어. 얼른 자."
두리리는 하품을 하고 곧장 돌아갔다. 나도 묵묵히 방으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더욱 잠이 오지 않았다.

다음날 날씨는 과연 밤과 같이 맑았다.
명혼은 단지 형식적인 것일 뿐, 뭘 더 처리할 필요도 없다. 나는 또 밤새 잠을 자지 못했고, 그동안 친구 걱정으로 잠이 많이 모자라서 반응이 더욱 둔했다. 내가 깨달았을 때는 이미 신주패를 안고 친구 집 사당문 앞에 서 있는 상태였다.
의식에 불과했기 때문에 마을에서 농담으로도 구경하러 온 사람이 전혀 없었고 두리리조차도 오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오는 내내 뒤에서 누군가 따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내가 틀리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바로 그였다.
나는 아침에 두리리가 가르친 예의를 겨우 회상하며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나아갔다. 친구의 아버지는 분명히 이 의식에 대해 호감이 별로 없어서 사당 안에 서서 나의 예를 허투루 받고는 소매를 뿌리치고 가버렸다. 나는 어쩔 줄 몰라 텅 빈자리에 서서 마지막 일배를 어떻게 위패와 함께 해야 하는지 기억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나를 따라오던 사람이 나타났다.
나는 그를 보면서 웃어야 할지 욕해야 할지 몰랐다. 그는 아무런 반응 없이 내 품에 있는 신주패를 가져가면서 자연스레 내 손을 잡았다.
"마지막 일배는 이렇게 하는 거야."

요즘 정신이 좋지 않아서 나는 늘 한밤중까지 집에 혼자 앉아 멍하니 있다. 친구는 멍하니 있을 때 사람이 가장 위험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혼이 하늘 밖으로 나가면 깨끗하지 않은 물건이 몸에 붙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반년 동안 멍하니 있었지만, 여전히 멀쩡했다. 아무것도 듣지 못했고,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좀 유감스럽다.
멍하니 있을 때 나는 보통 텔레비전을 켜고 뉴스 녹화를 틀어 놓는다. 나는 그 얼굴이 예쁘지만 온 세상이 인민대표대회를 열고 있는 것처럼 엄숙한 여자 아나운서가 인정머리 없는 목소리로 하루의 사건을 똑바로 전하는 것을 되풀이해 들었다.
지도자의 연설, 국외 쿠데타, 식품 위기, 교통사고 따위.
나는 들었지만 들리지 않았다. 마음 밖을 헤매는 것은 그야말로 우화등선하여 나 자신이 볼 수 없을 정도로 위축되었다. 하지만 별 수 없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이미 음택 장사를 그만두었으니 당연히 의뢰인도 찾지 않을 것이다. 만약 친구가 있었다면 틀림없이 나를 끌고 나갔을 것이다. 아무리 못해도 나와 함께 게임을 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이미 오랫동안 그를 보지 못했다.
그가 춘절에 고향에 돌아간 이후로 나는 다시는 그를 보지 못했다.
두리리의 말에 따르면, 그날 그는 나와 마지막 일배를 끝냈는데, 이 명혼 때문에 1년 동안 사당에 갇혀 면벽한다고 했다.
나는 일이 친구가 고의로 계획해서 이렇게 된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그를 탓할 뜻은 없었다.
결국 결과는 좋은 것이다.
면벽의 연한이 곧 지나니 아마 친구는 머지않아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남은 9년은 대체로 견디기 어렵지 않을 테지.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