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22. 23:53ㆍ시식코너/《일급율사一级律师》木苏里,2018
출장 (5)
"1971182 입니다."
등록하고 있던 프런트 청년이 고분고분하게 다시 한 번 보고하였다.
옌수이즈는 즉시 홀로그래픽 스크린을 열어 통신 기록을 휙휙 넘겨보았다.
전체 기록은 가련할 정도로 짧았다. 요 이틀 동안 그에게 통신 요청을 한 번호는 단 두 개였다. 하나는 아파트 서비스 번호, 다른 하나는......
누구인지 말할 필요도 없다.
구옌은 청년이 건네준 룸 카드를 받아 들고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드디어 자신이 누구의 통신을 끊었는지 반응이 오나보죠?"
"실례지만 도리를 따져주시죠. 먼저 끊은 건 분명히 당신이었어요."
두 사람은 앞뒤로 서서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구옌은 7층을 누른 뒤, 쳐다보지도 않고 차갑게 조롱했다.
"연결되자 마자 아파트 임대는 연장하지 않겠다는 대사가 나왔는데, 끊지 않으면, 서비스 점수가 몇 점인지 물어보기라도 할까요?”
"직전에 아파트에서 메시지를 받았는데, 조금 후 음성 확인을 하겠다고 했어요. 그 직후 당신 연락이 왔고요."
옌수이즈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 선생님께선 어찌 그렇게 타이밍을 잘 잡으신담?"
생트집을 잡고 억지를 부렸다.
구옌의 얼어붙은 얼굴을 보니 화가 치민 것 같았다.
"게다가——" 옌수이즈는 또 말했다.
아직도 말할 게 남았다고?
구옌은 정말 그에게 화가 나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는 짤막하게 헛웃음을 짓고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큰 걸음으로 걸어 나갔다.
"누구라고 왜 얘기를 안 했어요?"
옌수이즈는 유유히 그를 따라 길을 걸으며 연달아 물었다.
"한 마디만 했으면 나중에 오해도 없었을 거잖아요? 그리고 전 당신 통신번호를 갖고 있지 않아요."
구옌에게 그의 통신 번호가 있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필경 등록증과 뒤에 첨부된 전자 문서 안에 모두 기재돼 있을테니까.
옌수이즈는 이렇게 말하더니, 또 홀로그래픽 스크린을 꺼내 고개를 숙인 채 걸으면서 구 대변호사의 번호를 저장했다.
"실습생 매뉴얼."
구옌이 갑자기 입을 열더니 발걸음도 갑자기 멈추었다.
"매뉴얼? 그 재수없는 매뉴얼은 또 왜요?"
옌수이즈도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물어보았다.
그는 현재 이 물건의 목소리만 들어도 머리가 아프고, 늘 그 안에 무한한 함정이 묻혀 있다고 느껴졌다. 구옌은 손 가는 대로 찍은 스크린샷으로만 그를 자극할 수 있었다.
"피즈는 매뉴얼에 변호사의 연락처를 열거하고 3줄의 하이라이트와 굵은 고딕체로 당신들이 기억해두길 지시해뒀습니다."
구옌이 말했다.
옌수이즈는 어리둥절해졌다.
"그...... 이거요? 난 왜 못 봤지."
"왜냐하면 당신은 수입부터 봤으니까요."
"......"
구옌은 룸 카드 한 장을 꺼내 자기 앞의 방을 열고 들어가서 등을 켰다.
옌수이즈는 자신에게 조금 이유가 충분치 않다는 생각에 통신 문제는 더 이상 거론하지 않으려고 되는 대로 딴소리를 했다.
"실습생 자료는 하나도 안 봤다고 하지 않았어요? 어떻게 그렇게 매뉴얼 내용을 자세히 알아요."
"요 며칠 간 틈틈이 연구했습니다."
"그걸 연구해서 뭐 하려고요?"
시간이 남으면 너의 사건 자료를 보는 게 좋지 않을까?
구옌은 몸을 돌려 현관에 기대고 있어 마침 방으로 들어가는 길을 막았다.
"당신을 해고할 만한 명확한 규정을 찾기 위해서죠."
"?"
구옌은 말을 끝내고 다른 룸 카드를 옌수이즈의 코트 주머니에 넣고, 그대로 문 밖을 가리키며 유달리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꺼지세요."
이어서 옌수이즈는 방의 문과 마주하고 있었다.
쾅 하는 소리가 났다.
"......"
옌수이즈는 눈썹을 들어올리며 속으로 말했다 : 좋아, 이 구절은 내가 말로도 가르치고 시범도 보였더니 잘 배웠군.
그는 주머니 가장자리에서 곧 떨어질 것 같은 카드를 꺼내 방 번호를 한 번 훑어보았다. 바로 옆 방이었다. 느긋하게 카드를 긁고 방으로 들어갔다.
이 호텔은 데카마의 그거서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깨끗하고 쾌적한 편이었다. 적어도 방안에는 바깥에서 나는 부랑자와 술고래가 뒤섞인 냄새는 나지 않았다. 심지어 산뜻한 향의 실내 향수 한 병도 있었다.
침대와 소파가 있고, 실내 온도도 적당했다.
이번 출장은 그의 거처 문제를 아주 적절하게 해결하여, 비록 얼마 머물지는 못했지만 이미 퍽 괜찮았다.
그는 그날 정오에 구옌의 전화를 끊고, 오후에 바로 사무실에 밤에 사람이 머물러도 되는지 물었다. 바보라도 그 두 마디 말로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물며 구옌은 그의 전 재산이 가련하게도 5022서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터였다.
그래서 이번 출장 통지가 어떤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지 추측하기도 어렵지 않았다.
그의 이 성질 나쁜 학생은 단지 성질이 나쁠 뿐, 마음은 꽤 부드러워 보인다.
옌 대교수는 모처럼 양심을 발견해 창가에 서서 잠깐 자숙하며 몇 분 전 새로 저장된 그 통신번호로 메시지를 보냈다.
'방 괜찮네요. 감사합니다.'
예상대로 상대방은 한 글자도 돌려주지 않았다.
옌수이즈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흔들고는 마음 속으로 침대 위에 있으니 네 녀석과 논쟁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침대는 있는데 갈아 입을 옷이 없었다. 필경 그가 올 때는 양손이 텅비어 있었다.
출장 통지가 갑자기 온 것은 아니지만, 이는 옌수이즈의 원래 습관이었다. 그는 손에 많은 것을 들고 다니기 싫어해서 스마트 기기와 광컴퓨터, 변호사복 외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직접 현지 조달하곤 했다.
옌수이즈는 대충 정리한 후 곧 룸 카드를 들고 문을 나섰다.
주성이라는 곳은 그에게 결코 낯설지 않았고, 어디로 가야 할지도 뻔했다. 그는 입구에서 차를 잡아 목적지를 알리고, 곧 자신을 돌보려 등받이에 기대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가다듬은지 몇 초 안 되어 반지가 진동했다.
옌수이즈가 눈썹을 찌푸리며 눈을 뜨니 홀로그래픽 스크린에 새로운 메시지가 떠 있었다.
이름 : 성질 나쁜 학생
내용 : 외출했습니까?
옌 대교수는 이렇게 여러 해 동안 무엇을 하고 어디로 가야할지 전부 자기 혼자 결정했고, 보고하는 버릇이 없었다. 이런 메시지를 느닷없이 접하니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2초 동안 멍해 있던 그는 비로소 '쯧' 소리를 내고는 성질을 꾹 참고 대답했다.
"네, 뭐 좀 사러——"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통신이 들어와 인터페이스가 도중에 잘렸다.
"???"
통신을 연결하니 상대방이 말했다.
"구옌입니다."
옌수이즈는 쓸데없는 소리라고 생각하며 답했다.
"알아요. 번호 갖고 있으니까요."
"어디죠?"
"불법 차량 안."
앞좌석 운전 기사 : "......"
구옌은 2초 동안 침묵하다 말했다.
"...... 어디로 가려고요?"
옌수이즈가 말했다.
"쌍월거리에서 갈아입을 옷을 좀 사려고요. 이제 막 차를 탔는데 당신 연락이 왔네요."
"말도 없이 외출을 합니까?"
옌수이즈는 조금 웃고 싶었다.
"말하면 대답해주시나요?"
"......"
구옌은 마치 그에게 막힌 듯 잠시 후 다시 말했다.
"내가 좀 이따 가죠."
"괜찮아요. 금방 살거예요. 10분도 안 걸려요."
옌수이즈가 말했다.
"데리고 온 실습생이 문제라도 일으키면 전적으로 내 책임입니다."
구옌이 말했다.
"당신은 주성이 어떤 곳인지 잊었습니까?"
옌수이즈는 속으로 물론 잊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주성에 온 횟수가 너의 두 배는 될텐데, 내 안전보다 네 안전을 더 챙겨야 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이번에 그는 입조심을 하며 이 대화를 질질 끌지 않았다.
그리하여 옌 대교수는 참은지 2초만에,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서는 더 설득력 있는 말을 할 수 없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요. 그럼 도착해서 기다릴게요."
"먼저 차 번호판부터 보내요."
"?? 왜요?"
"혹시 사고라도 나면 당신 시신을 수습할 단서가 될테니까요."
"......"
구옌은 괴담을 끝내고 전화를 끊었다.
옌수이즈는 홀로그래픽 스크린을 한참 동안 노려보더니 결국 단념하고 자동차 번호를 한 줄 두드렸다.
'EM1033'
쌍월거리는 매우 특이한 곳이었다. 인근의 유일한 '부자상업지구'인데 하필이면 넓고 지저분한 '빈민굴'에 박혀 있는 것이 마치 껌이 잘못 붙은 것처럼 시커멓고 더러운 색 조각에 황백색 패치워크를 해둔 느낌이었다.
불법차량 운전기사는 땅딸막한 중년 남자로, 쌍월거리 입구에 차를 세우고 옌수이즈에게 손짓으로 인사했다.
"미안하지만, 선생님, 여기서 세워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집에 급한 일이 생겨서요. 앞에 쌍월거리가 있으니 즐거운 시간 보내십쇼"
"감사합니다."
옌수이즈는 모처럼 주성에서 정상적인 운전기사를 만나 차비를 내고 내렸다.
운전기사가 자기도 운전석에서 내려 낡은 통신기를 들고 차 문에 기댄 채 옌수이즈를 향해 끄덕이며 웃을 줄 누가 알았으랴.
"넌 도착했냐?"
주변이 시끄러워서 운전기사는 어쩔 수 없이 전화기 너머 사람에게 소리를 질렀다.
"나? 난 벌써 길목에 있는데 못 봤어? 빨리 와서 좀 도와. 30분 전에 곧 도착한다고 하지 않았어?——그래그래그래 내가 말 그만 할게. 아무튼 빨리 와 !"
옌수이즈는 함부로 듣고싶지 않았지만, 호들갑스러운 목소리는 그의 귀를 뚫고 들어왔다.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운전기사를 향해 미소를 보이고는 발을 돌려 쌍월거리의 환한 불빛 아래로 걸어갔다.
옌수이즈는 아이쇼핑 같은 취미는 없었다. 그가 물건을 사려고 할 땐 언제나 목표가 정확했다. 속전속결. 그래서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가게로 달려가서, 주성에서 갈아입을 옷을 고르려했다.
막 가게에 들어섰을 때, 그의 손의 반지가 때마침 갑자기 진동해 하마터면 손가락이 다 떨려 부러질 뻔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옌수이즈는 또 어떤 성질 나쁜 학생이 귀찮게 굴려는 줄 알았는데 뜻밖에 아니었다.
그의 손가락이 울리게 만든 주범은 실습생 로크였다. 이 열성적인 반푼이는 어떤 심리에서인지 모든 실습생을 그룹 채팅방에 초대했다.
2분 전, 안나 양이 캡처 한 장을 보냈는데, 통지서 내용을 찍은 것이었다.
통지 내용은 모든 실습생은 일주일 후 시험이 있고 시험 결과는 초기 성적으로 등록되며, 실습 기간이 끝나기 전 말기 성적과 함께 종합 점수를 매겨 거취를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로크 : 한 명당 소송 건 하나를 골라 모의 변론을 하는 거야.
안나 : 너도 통지서 봤어?
로크 : 두 시간 전에 선생님이 나한테 알려주셨어. 그의 체면을 잃지 않도록 잘 준비하라고 말야.
필리다 : 나는 왜 통지를 못 받았지?
옌수이즈는 공교롭게도 자신 또한 못 받았다고 속으로 말했다.
로크 : 아직 통지 전일지도 모르지? 어차피 늦어도 내일까진 알게 됐을 거야. 우선 각자 어떤 소송을 고를지 의논해 보자.
필리다 : 한번 볼게.
옌수이즈는 캡처화면 안에 열거된 소송을 살펴봤다. 모두 다섯 가지로, 죄질과 유형은 각기 달랐다. 그는 이 학생들이 먼저 고르고 남은 것을 받으려 했다. 어떤 것이라도 상관 없었다.
몇 초 후, 그룹 알림은 다시 진동하기 시작했다.
로크 : 골랐어. 나는 강도 할게.
필리다 : 나는 납치.
안나 : ...... 그럼 나는 고의 살인이 좋겠어.
헨리 : 불법 구금.
옌수이즈는 손가락을 움직여 메시지를 보냈다.
롼예 : 그럼 난 너희들 모두를 잡아들이는 수밖에 없겠네.
일동 : ???
시험 내용은 이렇게 내부적으로 배분되었다. 옌수이즈가 웃으며 화면을 막 닫으려던 차에 또 누군가가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헨리 : 안나와 로크 미리 축하해.
로크 : ?
안나 : ?
헨리 : 너희 못 들었어? 초기 심사 담당 교사는 홉스와 진 두 명의 변호사가 맡았어. 그래서 기본적으로 너희 두 사람은 1등 아니면 2등이니 점수 걱정할 필요가 없지.
필리다 : ...... 어디서 들었는지 몰라도, 증거도 없이 그런 말은 안 하는 게 좋아.
헨리 : 그때 가서 봐봐. 그런데 사실 난 상관없어. 걱정해야 할 것은 롼예야.
옌수이즈는 한참 후에야 반응해서 자신을 말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생각해본 뒤 한 글자로 대답했다 : 오.
헨리 : .............................. 너는 이유도 안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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