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급율사 제6장 - 출장 (2)

2020. 10. 16. 23:05시식코너/《일급율사一级律师》木苏里,2018

 

 

출장 (2)


오후에 옌수이즈는 로크에게 율소의 관례상 실습생은 첫날에는 밖에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몇 시간 뒤에 구옌이 관례를 깨버릴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 무슨 출장이요? 어디로 가나요?

구옌은 이번에는 그를 내버려두지 않고 빠르게 답을 보냈다.

- 주성(酒城).

주성??

이 지명을 본 옌수이즈는 한바탕 산소 부족을 겪었다.

주성은 도시가 아니다. 사람들이 그에 대해 말을 꺼낼 때는 흔히 거문고자리 성계의 별 하나를 가리킨다. 하나의...... 쓰레기장 같은 별. 사기꾼, 깡패와 소인배를 대량 생산하는 곳.

요컨대 그 냄새나는 별의 숨막히는 곰팡이 냄새는 수 광년 거리에 있는 사람들도 숨막혀 쓰러지게 할 수 있었다.

물론 실제로 그런 이름을 가진 도시도 있었다——바로 이 별의 수도이다.

그래서 어떻게 이해해도 좋지만, 결코 사람들의 호감을 살 수는 없었다.

그를 이 별에 가게 하느니 그의 목에 줄을 매어 창 밖에 매달아두는 게 나을 터였다. 죽으면 모든 일이 끝난다.

옌수이즈는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시원하게 답장을 보냈다.

- 안 갈게요.

- ?

- 그 이름만 봐도 머리가 아파요. 안 갈게요.

옌수이즈는 손가락으로 이마를 괴고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상대편은 다시 몇 초 간 침묵을 지키다가 회신했다.

- 난 분명 당신이 이제 막 입사한 실습생인 걸로 기억하는데, 본인은 고급 동업자라고 생각하나 봐요. 내가 미친 겁니까, 아니면 당신이 미친 겁니까?

"......"

짙은 풍자의 맛이 그의 얼굴을 때렸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임을 인정해야 했다...... 옌수이즈는 줄곧 이 사실을 잊고 있었다.

 

옌 대교수는 입술을 움직이며 자조했다. 인물 설정을 잊어버리다니 확실히 부끄럽다.

그가 손가락을 움직여 다시 회신하려던 참이었다. 상대편이 캡처 화면 두 장을 더 보냈다——

첫 번째 장은 실습생 매뉴얼 내용이었다. 출장 시 일 수에 따라 추가 수당을 지급함. 하루 120서.

두 번째 장도 실습생 매뉴얼 내용이었다. 태도 평가 시 C급 이하의 실습생은 상황을 감안하여 상응하는 수당을 공제함.

"......"

따귀를 한 대 얻어맞았다. 이 학우, 너의 수완이 좋아졌구나.

어느 유명한 교수는 일찍이 말했다. 어떤 의도든 돈으로 가난뱅이를 협박하는 이는 금수만도 못한 물건이라고.

유명한 교수는 이 의견을 내다버리고 회신했다.

- 가요. 지금 갈게요.

- 그보다, 하루 종일 실습생 매뉴얼을 들고 다니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피곤하지 않으세요, 구 선생님?

구옌은 다시 답장하지 않앗다. 아마 더 이상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

저녁 무렵, 옌수이즈는 뉴더항의 로비 문 앞에 서 있었다.

이곳은 데카마의 교통 중심지로 12개 항구에서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셔틀과 비행선이 쉴 새 없이 오갔다.

셔틀은 속도가 빠르고 행성 사이를 가능한 한 짧은 노선으로 이동해 비즈니스에 적합했다. 단점은 궤도 변경 횟수와 천이 횟수가 비교적 많아 체질이 허약한 사람에게는 부적합하다는 것이었다.

비행선은 항로가 좀더 낭만적이고 안정적이며 여유로워서 여행용으로 더 적합했다.

옌수이즈와 구옌 같은 경우는 기본적으로 평생을 셔틀에 못박혀 있어야 한다.

저녁 무렵엔 낮보다 기온이 낮았다. 옌수이즈는 검은색 코트의 깃을 세우고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한 바퀴 둘러보다가 곧 구옌을 발견했다. 인파를 사이에 두고 그를 향해 손가락을 들어올려 자신의 위치를 알렸다.

"정말 눈에 띄는 움직임이야. 시력이 조금만 나빴으면 아마 내년에 찾아야 했을 걸."

옌수이즈는 고개를 저으며 퉁명스럽게 한 마디 비꼬았다.

살짝 열린 입술 틈으로 하얀 입김이 눈앞으로 흩어져 얼굴이 반쯤 가려졌다.

그가 구옌 앞으로 걸어가자 구옌은 눈썹을 미세하게 찌푸린 채 그를 보고 있었다.

"뭘 봐요?"

"아무 것도."

구옌은 시선을 거두고 자신의 스마트 기기를 꺼내 화면을 쓸어보았는데, 말투는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다.

"어떻게 이제서야 도착했죠?"

"6시라고 하지 않았어요?"

옌수이즈가 주머니에서 한 손을 꺼내어 길고 깨끗한 손가락으로 로비의 전광판을 가리켰다.

"6시 정각, 1초도 틀리지 않았어요. 뭐가 문제죠?"

"대학 교섭 수업은 얼굴로 들었습니까?"

구옌은 로비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몸을 돌리는 순간 잿빛의 양모 코트 밑단이 펄럭이며 몸에 꼭 맞는 셔츠 허리가 조금 드러났다.

"골든타임 10분 안 배웠어요?"

골든타임 10분이란 10분 일찍 도착하는 것을 말하는데, 상대적으로 늦어진 사람보다 심리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상대방은 자신이 늦을 뻔한 것에 대해 먼저 미안해하기 때문에 입을 열기도 전에 이미 기세가 한 단계 오른 것이다.

옌수이즈는 당연히 알고 있다. 이 수업은 그가 요구해서 개설된 것이었다. 하지만 본인은 이 이론을 실천에 옮기지 않았다.

원인은 단순하다. 그는 지각만 아니라면 마지막 1초를 남기고 도착하더라도 10분이나 기다린 상대에게 조금의 미안한 마음도 없었다. 이리 하든 저리 하든 조금도 거리낄 게 없었다. 정, 정, 당, 당.

그는 이를 훌륭한 심리적 소질이라고 부르며 지켜왔다.

구옌은 대개 파렴치하다고 표현했다.

"그 수업은 들고나서 그대로 내다버렸어요."

옌수이즈는 그를 뒤따라가며 유유히 대답했다.

"일찍 도착하면 상대가 저에게 빚을 지는 거고, 제가 지각하면 제가 상대에게 빚을 지는 거예요. 한쪽의 기세에 눌리기보단 서로 빚지지 않는 편이 더 좋잖아요."

하물며 누가 나를 누를 수 있단 말인가. 꿈도 크다.

옌수이즈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그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을 뿐만 아니라 뻔뻔스럽게도 실천에 옮긴 것이다——

두 사람은 표 검색을 통과하고 셔틀 안에 걸터앉아 있었다. 옌수이즈는 손가락으로 반지를 더듬어 홀로그래픽 스크린을 띄워 여기저기 몇 차례 터치했다.

곧 구옌의 반지가 진동했다.

"당신이 보낸 건가요?"

그의 스마트 기기는 마찬가지로 반지 형태로, 단순하고 대범한 스타일이었다. 오른손 새끼손가락에 끼워져 있어 언뜻 보면 지극히 무난한 반지로 보여, 그의 하얗고 긴 손가락을 돋보이게 했다.

그런데 보아하니 갑자기 진동하는 그 느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단순히 성가신 실습생에게서 온 메시지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뭐죠? 승차권?"

구옌이 착신 메시지를 힐끗 보니 전자 탑승권 한 장이었다.

옌수이즈는 부드러운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장치를 여민 뒤 마음 편히 말했다.

"뉴더항에 올 때 든 교통비, 청구하는 거예요."

"......"

셔틀의 시트는 매우 편안한데다 안마 기능이 탑재돼 있어서 이틀 밤을 꼬박 앉아 있어도 다리가 붓거나 허리가 시큰거리는 일이 없었다. 쉴 때는 자동으로 조절되어 침대 모양으로 알맞게 바뀌었다.

옌수이즈는 익숙한 듯이 의자 옆 서랍에서 열독 렌즈를 꺼내 콧등에 걸었다.

과거의 일반적인 안경처럼 생겼지만, 디자인은 오히려 정교하고 치밀하여 매우 우아했다. 이는 시력 교정용은 아니었다. 옌수이즈의 손가락이 렌즈 프레임 가장자리를 가볍게 두드리자 눈앞에 곧바로 도서 목록이 떠올라 그는 내키는대로 한 권을 골라 시간을 보냈다.

구옌이 그를 힐끗 보더니, 무심코 미간을 다시 찡그렸다. 그는 몇 초가 지나서야 무표정한 모습으로 돌아와 차갑게 말했다.

"한 가지 상기시켜드리자면, 이번 셔틀은 15시간 동안 앉아 있어야 하니 중간에 잠을 자 두는 게 좋을겁니다. 셔틀에서 내리면 곧바로 구치소로 갈 거니까, 내가 당신을 위해 수면 보충할 시간을 줄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마세요."

"구치소?"

옌수이즈는 렌즈를 살짝 내렸다.

"당사자를 만나러 가나요?"

"네."

"몇 시간 됐는데요? 보석 안 했어요?"

옌수이즈가 물었다.

"보석 능력이 없어 재판을 받아야 합니다."

옌수이즈는 눈썹을 약간 찡그렸다.

"어떻게요? 누구?"

일반적으로 보석은 성가신 절차가 아닌 기본적인 흐름이었고, 대부분 동의하여 순조롭고 간단했다.

오히려 거절당하는 경우가 더 드물었다.

옆에 앉은 낯선 사람이 통로를 사이에 두고 그들을 힐끔거렸다. 분명히 몇 개의 단어들을 듣고 궁금해 하는 눈치였다.

구옌은 이런 자리에서 특정한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아예 의자를 조절해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때 가서 얘기해요."

옌수이즈의 습관도 그와 비슷했기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돌려 책을 계속 읽었다.

하지만 잠시 후, 그는 또 무언가 떠올린 듯이 구옌을 톡톡 치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구옌은 눈을 감고 마음을 가다듬으려다 말을 듣고 그를 힐끔 보았다.

"말해요."

"출장비 선불 가능한가요?"

구옌은 입술을 움직여 한 마디를 짜냈다.

"지금 셔틀에서 내리든지, 아니면 입을 다물든지 하세요."

말을 마치자 마자 아예 눈을 감더니 다시는 다른 사람을 상대하려 하지 않았다.

네네네, 지금 선생은 너니까 네 마음대로 하세요.

옌수이즈는 자신의 성질을 거스르지 않고, 고개를 돌려 의자를 조절한 후 이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그가 깨어났을 때는 셔틀의 음성 안내 방송이 첫 번째 정거장에 곧 도착할 것임을 알리고 있었다.

첫 번째 정거장은 바로 주성이었다.

옌수이즈가 완전히 깨어나기 전에, 얼핏 구옌이 이제 막 그에게서 눈을 떼고 선실 문을 바라보는 것처럼 보였다. 살짝 주름진 미간은 펴지지 않은 채였다.

"???"

그는 몇 초 지나서야 반응을 보였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콧등을 집으며, 내가 자는 사이 또 어디가 너를 불편하게 한 거냐고 속으로 말했다. 심지어 나는 자고 있었는데, 네가 보기엔 내가 뭘 하는거 같았길래?

하지만 그 생각은 덜 깬 머릿속을 몇 바퀴 돌았을 뿐, 셔틀에서 내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이미 깨끗하게 잊어버렸다.

온 별에서 풍기는 쉰내가 너무 지독해 정신을 차리기에 박하유 1톤을 통째로 삼키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었다.

옌 대교수는 전신을 털고 발걸음을 돌려 구옌의 뒤에 섰다.

"뭐 하는 겁니까?"

한창 검증 창구에 줄을 서 있던 구옌이 물었다.

"이 술에 취할 것 같은 저녁 바람을 좀 막으려고요."

옌수이즈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

하지만, 이때 구옌은 구치소에 연락하느라 바빠서 그를 냉대할 겨를이 없었다.

통신을 보낸 지 몇 초 되지 않아 저 쪽에 바로 연결되었다.

구옌은 이어폰을 끼우고 있었는데 저 쪽에서는 분명 사전에 그와 통화를 한 듯 연결되자마자 바로 주제에 대해 말하기 시작해서 구옌은 몇 초 동안 잠자코 듣다가 말했다.

"죄송하지만, 그 분과 연결해주세요."

상대는 확실히 승낙했다.

또 몇 초 후, 구옌은 침착한 얼굴로 말했다.

"조슈아? 저는 구옌이라고 합니다. 지금부터 당신 사건은 제가 전적으로 책임질겁니다. 두 시간 후에 만나러 가겠습니다."

 

대강 들은 옌수이즈가 미처 뭐라 하기도 전에 자신의 스마트 기기도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가 스크린을 띄워보니 또 하나의 생소한 통신번호였는데, 매우 짧아서 사람이 이용하는 게 아닌 듯했다.

"안녕하세요."

그는 좀 궁금해져서 받았다.

"안녕하세요, 실례지만 롼예 선생님이신가요? 여긴 메타세쿼이아 아파트예요."

상대방은 연락한 이유를 분명하게 말했다.

옌수이즈 "???" 그 재수없는 아파트가 또 확인 전화를 한 것인가?

"아파트? 잠깐만요, 당신들은 저와 이미 음성 통신을 하지 않았나요?"

그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상대방이 그보다 더 어리둥절했다.

"아니에요, 선생님. 이번이 처음이에요."

"......"

그 전에 한 마디도 마음에 안 들던 그 고약한 성미는 누구란 말인가?






작가의 말 :

이 글은 여전히 주로 플롯을 이야기하고 있어. 수많은 영미법계와 대륙법계가 뒤섞여 있고, 또 순전히 쓸데없는 소리도 많아. 그래서...... 만약 사법고시를 준비 중이거나 법조계 기말 시험을 앞둔 친구가 있다면...... 당신들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도망쳐. 나는 이 글이 너희들에게 정신오염을 일으킬까 봐 걱정 돼. 가오카오를 앞둔 아이들이 하루종일 죽을 병으로 누워있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웃으며 문병객들이 어디서 왔는지 묻는 것과 같아......

 

 

 

 

 

메모

조슈아 : 约书亚

 

작가의 말은 마구잡이로 번역했슴다. 앞으로 계속 할지는 고민을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