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16. 15:35ㆍ시식코너/《일급율사一级律师》木苏里,2018
출장 (1)
"왜? 임대 기간이 끝났어?"
로크는 마지막 포크에 남은 마지막 면을 간신히 삼키며 모호하게 한 마디 물었다.
"어쩐지 오늘 아침에 널 봤을 때 아무런 인상도 없더라니, 넌 학교에 잘 있지 않았구나?"
옌수이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자주 있진 않았지."
메이즈 대학교에는 명예의 전당이 있었다. 최고 수준의 명문 학교로서, 자연스럽게 교우 정세가 많이 바뀌었는데 만약 누군가의 이름을 명예의 전당 연혁에 써넣을 수 있다면 그 자신에게 있어 아주 큰 영광이었다.
옌수이즈의 사진은 몇 년 전 로스쿨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중장년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청수한 화풍은 남다른 풍격을 지니고 있었다. 의심할 여지없이, 그는 전체 명예의 전당 중 가장 젊은 사람이었다......
가장 일찍 죽은 사람이기도 했다.
지금쯤이면 그 사진은 '고인 명예의 전당'으로 옮겨져 추모받고 있을 것이다.
이 일은 자세히 생각할 수 없었다. 자세히 떠올릴수록 그는 곧 속이 안 좋아졌다.
아무튼, 명예의 전당 일원으로서 그는 인생이 풍부하고 다양했으며 지극히 바빴다. '학장'이라는 직함을 이고 널따란 사무실에 앉아 뭐든 그가 원하는 대로 안배했었지만, 그가 실제로 메이즈 대학교 내에 머물던 시간은 결코 많지 않았다.
보통 학교나 로스쿨에 중요한 일이 있어야 며칠간 학교에 머물며 갖가지 일을 처리했고, 그김에 잠시 시간을 짜내어 학생을 화나게 만들러 갔다.
모 학생을 화나게 만들었다.
학교에 있지 않을 때도, 그는 대부분 난루의 율소에 있지 않고 자신의 집 안에 있었다. 이 때문에 일찍이 웃긴 상황도 있었는데——
6년 전 데카마가 전면 개편할 무렵, 모든 사람은 신상 정보를 재차 등록해 확인받아야 했다. 물론 이런 문서는 예전처럼 한 글자 한 글자를 데이터베이스에 작성할 필요는 없었다. 기본적으로 자산 카드 사용 실태 등 자동 분석에 의해 생성된 것으로 본인이 확인하고 서명만 하면 되었다.
문서에는 평소 거주지라는 항목이 있었다. 이는 시스템이 당신이 어떤 지역에 머무르는 시간과 빈도에 따라 자동으로 선별한다.
옌수이즈가 문서를 확인하러 갔을 때, '평소 거주지'란이 줄줄 올라오더니 결국 튀어나온 것은 다섯 글자였다——
장거리 셔틀.
문서를 관리하는 작은 아가씨는 곧 웃음을 터뜨리며 의자로 떨어졌다.
아무리 고아한 표정을 지어도 '공중 곡예사' 옌 교수의 파래진 얼굴은 가릴 수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파래졌다 한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니었을 것이다.
옌수이즈는 이어폰을 빼서 손 안에 쥐고 장난을 치다가 또 묵묵히 아파트에서 온 그 메시지를 보았다.
내일 임대 기간이 끝난다는 것은 오늘 반드시 이사를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물론 그는 온 살림을 외투 주머니에 넣을 수 있어서 짐을 옮길 필요는 전혀 없었다. 요점은 새로 들어갈 곳을 찾아야 한다는 것인데......
전 재산이 5022서인데, 식비와 교통비를 제하면 어디에 살 수 있겠는가?
"새로운 곳을 못 구했어?"
안나가 추측하고 물었다.
그녀는 맞은 편에 앉아 있었는데, 홀로그래픽 스크린 단면에 곡도가 있어 다른 사람이 내용을 볼 수 없었다. 물론 그녀는 남의 정보를 엿보는 취향도 없었다. 단지 옌수이즈가 점심 식사를 거르는 것을 보고 관심을 보인 것이었다.
옌수이즈는 고개를 들고, 아랑곳하지 않으며 말했다.
"찾는 중이야."
"그냥 학교에 돌아가서 살지?"
로크가 제안했다.
"우리 기숙사는 남십자에서도 가깝고, 실습 기간에는 보조금도 나와."
보조금은 로스쿨의 특산물이다. 매년 실습 기간에 로스쿨은 성실하게 실습에 참가하는 학생에게 특별히 돈을 나누어 주며 이름은 '실습생 장학금'이라고 했는데, 짧게 말하면 보조금이고, 비교적 길게 말하자면 다음과 같았다——자네들 실습생은 돈을 못 받아 죽을 지경인 거 알고 있어. 그러니 돈을 좀 보내 목숨은 구해주겠다.
사실 많은 것도 아니다. 매일 40서, 월간 교통비를 커버하고 나면 간신히 조금 남길 수 있었다.
"모기 고기도 고기야."
로크가 한 마디로 보조금을 칭찬했다.
옌수이즈는 속으로 말했다.
'나도 모기 고기는 먹을 수 없다는 걸 알려줘서 대단히 고마워'
그 같은 사칭 위조 학생이 율소에서 시늉하는 것도 모자라 학교에까지 가는 것은 가만히 앉아서 들통나길 기다리는 꼴이다. 그는 습관적으로 직접 학장 사무실 문을 열까봐 두려웠다.
게다가, 학교에는 폭발 사건 자료가 있는가?
없다.
오후가 되어도 커다란 사무실은 여전히 옌수이즈 혼자 독점하고 있었다.
구옌은 분명 밖에 나가면서 어디로 가는지 알려주는 습관이 없었다. 그래서 옌수이즈는 그가 도대체 무엇을 하러 갔는지도 몰랐다. 그가 오늘 사무실에 돌아오지 않더라도 놀라지 않을 터였다. 필경 그 자신도 이전에 이렇게 살았기 때문이다.
접어둔 문서는 아주 얇은 몇 개뿐이라 보기엔 그렇게 거슬리지 않았다. 옌수이즈는 정리를 서두르지 않고 먼저 이들 문서 중에서 '폭발 사건'을 검색했다.
광컴퓨터의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더니 폭발 관련 문서 자료가 걸러져 나와
옌수이즈의 눈 앞에서 한 장 한 장씩 스스로 접히며 쌓여갔다.
편하긴 편한데...... 젠장, 이건 좀 너무 많은 거 아니야?!
게다가 하나의 사건에 그치지 않고 50건이 넘어 갔다.
옌수이즈는 팔짱을 끼고 의자 등받이에 푹 기대어 그야말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남십자 율소는 지난 5년 동안 다른 일을 하지 않고 각종 폭발 사건만 연달아 맡았단 말인가??
"롼?"
옌수이즈의 머리가 아프던 차에 로크가 문을 두드리고 기웃거리면서 도둑놈처럼 들어왔다.
"넌 얼굴에 스타킹을 덮어쓰고 다시 오는 게 낫겠어."
옌 대교수는 기분이 별로일 때 웃으면서 타인을 비꼰다.
당한 사람은 헤헤 하고 웃고는 문으로 들어왔다.
옌수이즈는 생각했다...... 너 노잼이야.
"구 변호사님 아직 안 돌아오셨어?"
로크는 살금살금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그 두 여학생이 왜 이 사무실로 오고싶어 했는지 알지 못했다. 어쨌든 그는 구 변호사의 그 정적이고 차가운 사진 같은 얼굴을 보자마자 알지도 못하면서 겁부터 났다.
"그가 돌아왔으면 네가 감히 문으로 들어올 수 있었겠어?"
옌수이즈가 정곡을 찔렀다.
"못하지. 그는 우리 선생님보다 친해지기 어려워 보여."
로크가 입을 실쭉거렸다.
그의 선생님은 홉스라고 하는데, 은발에 매의 눈을 가졌고 야위었지만 근엄했다. 걸출한 기질을 가진 나이 든 변호사였다. 하지만, 냉담하게 말하자면 마치 구옌의 아버지 같았다.
"넌 서류 정리 어떻게 했어? 난 좀 무식하게 했는데."
로크가 말했다.
"뭐?"
"난 손이 떨려서 그 리스트를 영구 파쇄란 안으로 집어넣었어."
"어느 리스트?"
옌수이즈는 반응하지 않았다.
"어? 너 아직 안 봤어?"
로크는 손가락으로 네모 모양을 그리며 말했다.
"그 리스트는 문서를 어떤 순서로 정리해야 하는지, 먼저 볼 것과 나중에 볼 것 등을 열거해둔 거야."
"오, 그 리스트?"
옌수이즈가 말했다. 그는 몸을 곧게 펴고 앉아서 손가락을 그에게 뒤집었다.
"난 아직 못 봤어. 파쇄 했어도 괜찮아. 그 변호사에게 다시 한 부 보내달라고 해."
로크가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우리 선생님? 무리무리무리, 무서워."
"......"
"그리고 그 분은 외출했어."
로크는 자신이 그렇게 겁먹은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한 마디 덧붙였다.
"그 분은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당사자를 만나러 간댔는데, 나는 안 데리고 갔어."
옌수이즈는 위로의 말을 했다.
"별일 아니야. 그 분은 외출 이유를 그럭저럭 알려주기라도 했잖아."
나의 그 분은 떠나기 전에 나를 한 번 쳐다보지도 않았거든.
"그리고, 보통 첫날은 실습생을 데리고 가지 않아."
옌수이즈는 담담하게 말했다.
"실습생은 갑자기 하루 종일 일을 찾아서 하기 시작해야하고, 변호사에게는 갑자기 전문적으로 폐를 끼치는 꼬리가 생겼으니, 양쪽 다 냉정해야 할 필요가 있거든."
"......" 뜻밖에도 꽤 일리가 있다.
"찾았다."
옌수이즈는 목록의 일부분을 찾아 '문서 표지, 문서 목록, 위탁 계약서' 등 자료명을 열거하며 목록을 찾아냈다.
"맞아맞아, 이거야."
"좋아, 넌 돌아가. 내가 네 광컴퓨터로 한 부 보내줄게."
로크가 너무 고마워해서 옌수이즈는 자신이 그에게 문서 한 부를 전달한 게 아니라 일백만서를 보냈다고 의심할 뻔했다.
남십자 율소는 각 변호사 사무실이 독립되어 있지만, 공통의 인사 사무관을 두고, 내부인 간 연락만 전문적으로 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옌수이즈는 연락망에서 로크를 찾아 리스트를 전송했다.
그가 마침 화면을 접으려 할 때 얼핏 연락망 속 구옌의 이름이 보였다. 옆의 상태 표시는 현재 연결이 가능하다는 것을 뚜렷이 드러내고 있었다.
옌 대교수는 이를 2초 동안 보다가 갑자기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그는 눈썹을 추어올리고 구옌의 이름을 터치해 한 마디를 보냈다——
- 구 변호사님, 밤에 사무실에 머물러도 될까요?
팔평생을 돈 문제를 겪어본 적 없는 옌 대교수는 임대가 만기된 이상, 적당(히 품격있고 저렴)한 새 집을 물색하기도 쉽지 않아 요 며칠 우선 사무실에서 그럭저럭 지낼 계획이었다.
어쨌든 그는 예전에도 바쁠 때 사무실에서 밤을 보내는 일이 적지 않았기에 경험이 풍부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은 한참동안이나 반응이 없었다.
옌수이즈는 스크린을 바라보며 자신의 성질을 달래고 참을성 있게 다시 한 번 보냈다——
- 구 변호사님?
1분 정도 지나자 드디어 메시지 알림이 울렷다.
옌수이즈가 눈꺼풀을 들어올려 보니, 구옌은 한 마디 말도 없이 즉석에서 찍은 캡처 한 장을 보내 왔다.
이건 무슨 물건인가?
옌수이즈가 터치해서 열어보니 그 이미지는 실습생 매뉴얼에 적힌 한 구절을 캡처한 것이었다.
'칭하고, 실습생은 반드시 지도 변호사를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한다. 이에'
이 구절은 전문도 아니고 도중에 잘린 채로, 상대방이 얼마나 성의가 없는지를 알 수 있었다. 아마 손 가는 대로 바로 찍어서 보냈을 것이다.
옌 대교수는 미소지으며 대화 창을 바라보다가 마음 속으로 말했다 : 선생님????
이 학우 너는 아마 간덩이가 부었을 거야.
이런 무질서한 서열에도 그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손은 쓸 수 있었다.
옌수이즈는 비강으로부터 코웃음을 치며, 홀로그래픽 스크린을 터치해 간덩이가 부은 구옌에게 세 번째 메시지를 보냈다.
- 네, 구 선생님. 저는 밤에 사무실에 머물겠습니다.
이번에는 잠시도 지나지 않아 구옌의 글자를 금처럼 아껴 쓴 두 글자가 돌아왔다.
- 이유
'길거리에 노숙하는 걸 피하기 위해' 이런 황당한 사정을 어떻게 자신의 학생에게 알리겠는가. 비록 이 학생에게 전혀 학생다운 모습이 전혀 없음에도 말이다. 옌수이즈는 그래도 체면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그는 한 마디의 허세를 부렸다.
- 잔업, 권종 정리
구옌은 아주 오랫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의 이러한 분투 정신에 충격을 받은 듯했다.
다시 1분 후, 구옌의 대답이 왔다.
- 집으로 돌아가서 하세요.
나는......
옌 대교수는 화가 나서 의자 등받이에 털썩 기댔다.
네 맘대로 해라. 내가 집이 있으면 젠장, 잔업을 할 필요가 있겠어??
그는 자신의 생애에 있어 가장 큰 잘못은 구옌과 같은 재수없는 물건을 가르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졸업한지 몇 년이 됐는데, 아직도 정확하게 그를 짜증나게 만들 수 있다니.
다행히도 이런 답답함은 오래 가지 못했다. 저녁 무렵 옌수이즈의 한 손에 닫혀 있던 대화 창이 갑자기 살아난 것이다.
구옌이 새로 보내온 메시지였다.
- 6시, 뉴더 항으로 와요.
- 무슨 일이죠?
옌수이즈는 마지못해 대답했다.
- 출장
- ?
메모
홉스 : 霍布斯
뉴더 항 : 纽瑟港
혹시 제대로 된 발음 아시면 언제든 찔러주세요 ㅠ-ㅠ
'시식코너 > 《일급율사一级律师》木苏里,2018'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급율사 제7장 - 출장 (3) (0) | 2020.10.18 |
---|---|
일급율사 제6장 - 출장 (2) (0) | 2020.10.16 |
일급율사 제4장 - 실습생 (4) (0) | 2020.10.14 |
일급율사 제3장 - 실습생 (3) (0) | 2020.10.11 |
일급율사 제2장 - 실습생 (2) (0) | 2020.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