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급율사 제7장 - 출장 (3)

2020. 10. 18. 21:45시식코너/《일급율사一级律师》木苏里,2018

 

 

출장 (3)


검증창구는 아주 빠르게 통과했다. 줄을 서는 사람이 많지 않았거나, 어쩌면 이곳에 내리려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드물게 찾아오는 손님들 중 상당수는 구옌과 옌수이즈처럼 업무나 공무로 인한 것이었고, 극소수의 비범한 성간 상인, 그리고 일부 입맛이 기이하여 자기 스스로를 이곳으로 추방한 여행자들이었다.

숲이 크면 별별 새가 다 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하루종일 분주한 데카마의 뉴더항에 비해 주성의 이 항구는 작고 낡은데다 아슬아슬한 게 몇 차례 폭발이라도 겪은 것 같았다.

셔틀은 이틀 간격으로 한 번씩 이곳에 착륙했다가 20분도 채 머물지 않고 황급히 떠났다.

그래서 이곳 스태프들은 일이 없어 곧 곰팡이가 슬 지경인데다 심지어 아르바이트를 겸직하기도 했다——

"손님, 차 필요하세요?"

"항구에서 도심까지 굉장히 먼데, 선생님들 서비스 필요하시오? 어디든 데려다 드릴 수도 있고 무료로 관광 가이드를 해드릴 수도 있소. 어...... 만약 당신들이 필요하다면 말이지."

"철새 시장, 지하 양조장, 동굴 거래소—— 이야, 도박 한 판 하실 손님 있습니까!"

낯익은 장면, 익숙한 고함 소리, 고막이 윙윙거릴 정도로 시끄러웠다. 검증 창구부터 로비를 빠져나갈 때까지 줄곧 몰아붙였다.

옌 대교수는 남들이 그를 향해 떠들어대는 게 너무 싫어 이곳을 정말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러 가지 업무로 인해 부득이하게 찾아오지 않을 수 없었다.

"간신히 조용해졌네. 곧 얼굴이 굳어서 웃음을 멎지 못할 뻔했어."

옌수이즈는 로비 문을 나서자마자 곧 손으로 코트를 털고 답답한 숨을 누르며 말했다.

"계산 착오예요. 여기 오기 전에 항상 마스크를 썼다는 걸 기억해야했는데."

구옌은 눈꺼풀을 들어올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입술조차도 움직이지 않았다.

옌수이즈는 그도 곧 질식할 것 같지만, 교양과 예의에 얽매여 얼굴에 나타나지 않는 것이라고 의심했다. 다시 말해, 구 학우의 성격에 근거하자면, 비단 태도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안면 신경 마비에서 더욱 반신불수로 변할 것이다.

"저쪽 모퉁이로 가요. 여기는 모두 안의 직원들이 독점해서 차를 잡을 수 없어요."

옌수이즈는 맞은 편의 먼지투성이 건물 하나를 가리켰다.

"가죠."

"나도 알고 있습니다."

구옌의 목소리는 마찬가지로 가라앉아서, 그도 호흡하기가 몹시 힘든 것을 알 수 있었다.

"난 어째서 당신도 알고 있는 건지 이상할 뿐이에요. 전에 자주 와봤습니까?"

길을 건너던 옌수이즈의 발걸음이 잠시 멈칫하더니, 즉시 입을 열어 아무렇게나 말했다.

"어려서 세상물정을 모를 때 사기를 당해 이곳을 여행한 적이 있는데, 인상이 너무 강해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구옌은 '하' 소리를 내며 시공을 넘어 어려서 세상물정을 모르는 옌수이즈를 비웃었다.

"알고 계신가요——"

옌수이즈가 바람을 피해 이제 막 모퉁이에 발을 딛자마자, 두세 대의 차가 수상하게 꺾어서 나왔다. 그는 손을 들어올려 아무렇게나 한 대 막아서더니 문을 열고 고개를 돌려 구옌에게 말했다.

"수많은 대학이 교사 윤리 평가 제도를 두고 있는데, 보통 학생들을 조소하고 비꼬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실직하기 마련이에요. 예를 들면 당신처럼 이렇게 걸핏하면 '하' 소리를 낸다거나."

웃으며 말을 끝낸 그는 곧 차 안으로 들어가 구 학우에게 좌석의 반쪽을 남겨주고 차 문을 그대로 열어두었다.

이 제도는 구옌은 당연히 알고 있고, 모든 학생이 다 알고 있었다. 메이즈대는 이런 익명 평가를 강사부터 학장까지 모두 적용했는데, 교수와 학생의 교내 위상을 더욱 평등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

로스쿨의 교수 하나는 해마다 터무니 없이 높은 평점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다름아닌 그들의 저 입만 열면 사람을 비꼬아대는 학장이었다.

평가를 종합해보면 대개 '유머러스함', '고아하고 침착함', '그는 무섭지만 굉장히 존경함' 따위의 표현이 많았다.

사실상......

헛소리를 요구해서 헛소리를 한 것이다.

구옌은 차 문을 지탱한 채 높은 곳에서 옌수이즈를 한 번 내려다보더니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문을 닫아 성가신 실습생을 차단하고 자신은 조수석에 올라탔다.

"......"

앉기 싫으면 말라지.

"선생님들, 어디로 가십니까?"

운전기사는 재빨리 양쪽을 몇 번 쳐다보더니 옌수이즈와 구옌 두 사람이 대답하기도 전에 이미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차는 크게 커브를 틀고 무모하게 길에 올랐다.

주성은 생활수준이 매우 낙후돼 있어서 아직 산업 과학 기술 혁명을 몇 번 겪지 않은 원시 데카마와 같았다.

이곳은 산업에 안정적이라고 할 수 없다. 별 어디에서도 믿을만한 현지인을 구할 수 없었고 다른 곳에서 끌어올 수도 없었다. 대외적으로는 교통이 불편하여 마치 어슴푸레하게 잊혀져 가는 성간 먼지 같았다.

"암시장, 술집 아니면 카지노?"

기사가 헤헤 웃으며 물어봤다.

"이곳에 온 사람들은 언제나 이 몇 가지 장소를 떠나질 못 해요. 물론 더 있죠——음, 말 안해도 아시겠죠!"

그 기사는 마치 술에 크게 취한 듯이 의미심장하게 끝소리를 끌며 혼자 '히죽히죽' 웃기 시작했다.

"거기 아가씨가 그렇게 자극적이라니까!"

구옌 "......"

옌수이즈 "......"

구 대변호사는 뒷좌석에 앉은 실습생을 향해 '당신은 정말 차를 잘 잡았다'는 듯한 눈빛을 보였다.

옌수이즈는 원래 조금 유감스러웠지만, 앞좌석 누군가의 마치 무덤가에 있는 듯한 얼굴을 보고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코트 자락을 정리하고 안전벨트를 찰칵 소리나게 채운 뒤 입술 틈으로 네 글자를 내보냈다.

"구치소로."

기사 ".............................."

아까 히죽히죽거리던 사람이 이제는 마치 고래 한 마리를 통째로 삼킨 것 같다. 차 전체가 기이한 커브를 두어 번 돌고나서야 비로소 다시 진정되었다.

"어디 가신다고요????"

"주성 외곽의 렁후(冷湖) 구치소."

"꼭 입구에 내려드려야 합니까?"

"......"

 

구 대변호사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깨질 듯 팽팽하게 얼어붙었지만, 그는 이 기사의 태도에 적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성의 대로를 꽉 채운 기사들은 다 비슷하기 때문이다.

셔틀이 서는 항구는 렁후 구치소에서 결코 가깝지 않아 구옌 이전에는 이 일대를 방문하지 않았다. 스마트맵에서도 가는데 거의 1시간 30분이 걸리는 걸로 나타났다.

결국 이 기사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마치 손님 두 명이 아니라 폭탄을 태운 것처럼 다급하게 달렸다.

그리하여 그들이 구치소에 도착한 시간은 예상보다 1시간 앞당겨졌다.

 

"그리하여, 방금 골든타임 10분이 골든타임 1시간으로 변했네요."

옌수이즈가 말했다.

구치소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세워준 기사는 차를 돌려 쏜살같이 달아나며 짙은 배기가스를 내뿜었다.

"배기가스 냄새가 저녁 바람보다 훨씬 낫다니."

옌수이즈가 또 말했다.

"여기서 계속 냄새를 맡고 있을거면 내가 먼저 출입 신청을 하죠."

구옌은 냉담하게 말하고 자신의 실습생을 기다리지도 않고 발을 들어 바로 가버렸다.

옌수이즈는 한숨을 쉬며 큰 걸음으로 따라갔다.

"좋아요, 자, 우리 그럼 그 당사자의 상황을 말해볼까요."

옌수이즈는 구옌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본업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조슈아·데일, 14세, 강도 혐의로 고발됨."

전체 성간 연맹 안에서 각 성계와 각 천체 사이의 발전 속도는 결코 같지 않다. 지역에 따라 사람들의 수명의 길이도 모두 다르다. 일반적으로 장수하는 데카마같은 곳은 평균 수명이 250세에 달하고, 비교적 수명이 짧은 주성은 100세에도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어쨌든 소년 시절의 연령 구분에 있어서는 성간 연맹 모두가 일치했다——

18세부터 성년이다.

비록 천년 묵은 자라가 될지언정 18세에 성년이 되고, 성년이 된 후 이 세상을 얼마나 오래 뛰어다닐지는 자신의 일이었다.

성간연맹의 통행형법전에는14세, 16세의 연령대에 중요한 요점이 있다——

만 14세가 되면 몇 가지 중죄에 대해 형사 책임을 져야 한다. 만약 부주의하게 2년이 지나 만 16세가 되었을 때 법을 어긴다면, 무슨 일을 저질러도 도망갈 수 없을 것이다.

운 나쁘게도 만 14세부터 해당하는 그 중죄에는 마침 강도죄도 포함되어 있었다.

"14세? 생일이 지났어요?"

옌수이즈가 말했다.

"강도 사건을 저지르기 이틀 전에 만 14세가 됐습니다."

"그는 정말이지 잘 자랐군요."

옌수이즈가 평가했다.

이 사람은 지인이든 낯선 사람이든 입을 열면 똑같아서 순수한 풍자인지 친근감을 나타내기 위한 건지 알아볼 수 없었다. 어떤 구절이 호감을 가졌는지 어떤 구절이 나쁜 감정을 가졌는지 들어서는 구분할 수 없다.

구옌이 그를 한 번 보고 입술을 움직여 무언가 말하려는 듯했다.

옌수이즈는 전혀 주의하지 않고 또 물었다.

"그럼 보석은 어떻게 된 거예요? 이치대로라면 미성년자인데다 아직 선고 전이니 보석은 너무 정상적인 일이잖아요. 심지어 우리가 애쓸 필요도 없이, 이건 심사관이 처리해야할 일이에요."

법원이 유죄를 선고하기 전에는 용의자를 무죄로 추정하여 무고한 이를 오인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

이는 연맹 전체에 통용되는 업계 수칙이었다. 이런 수칙 때문에 보석으로 풀려나는 것이 정상이다.

"그건 다른 곳의 이치이지 이곳은 아니에요."

구옌이 대답했다.

"어째서요?"

옌수이즈는 약간 의아했다.

"여긴 이전에도 특수 취급은 없었어요."

"이전?"

구옌은 고개를 돌려 옌수이즈를 보았다.

"당신이 이전 상황을 어떻게 압니까?"

좋지 않다. 말이 헛나왔어.

옌수이즈는 곧 편안하게 말했다.

"사례. 몇 년 동안 다른 건 몰라도 사례는 결코 적게 보지 않았을 걸요. 이전에는 주성 보석도 어렵지 않았어요. 적어도 작년 연말에는 정상이었어요."

구옌은 시선을 거두고 말했다.

"그럼, 당신의 각고의 노력은 작년까진가보군요. 최근 몇 달 동안의 새로운 사례는 분명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옌 대교수는 마음속으로 눈을 부라렸다 : 왜 아니겠어, 몇 달 동안 받은거라곤 추모 뿐인데 보긴 뭘 봐.

"주성은 해가 갈 수록 퇴보하고 있어요. 최근 몇 달 동안은 특히 혼란스러웠고. 사람을 봐가면서 대우하는데 보석도 물론 예외는 아닙니다."

구옌은 간략하게 설명했다.

옌수이즈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나는 불과 반년 밖에 안 잤는데, 어째서 눈을 뜨니 세상이 뒤바뀌어 있는 것인가?

그는 아직 사건의 구체적인 자료를 보지 않았기에 눈먼 소리를 할 수 없어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렁후 구치소는 완전히 독립적이고 폐쇄적인 곳으로, 북적이는 허름한 집들은 구치소에서 200~300미터 떨어진 곳에서 마침표를 찍고 곧죽어도 반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이 근처 사는 사람들도 이곳은 돌아다니기 싫어하는데 아마도 재수가 없어서 꺼리는 것일 터였다.

그래서 구치소 입구는 주성 전체 중 유일하게 깨끗한 공터일 가능성이 높다. 새들은 똥을 참으며 조금 더 날아가서 이곳을 피해야 했다.

그런데 옌수이즈와 구옌은 이 새가 똥도 누지 않는 곳에서 아이 하나를 주웠다.

7~8살 정도 돼보이는 마른 여자아이가 며칠 동안 씻지 않았는지 모를 얼굴로 담 모퉁이에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지나치게 커다란 눈은 구치소 대문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이 소녀는 귀신한테 배우기라도 했나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네요."

옌수이즈는 거의 다 지나간 뒤에야 갑자기 다리 언저리에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소녀는 반응이 좀 둔하여 약 2초가 지나서야 구치소 대문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들어 옌수이즈를 바라보았다.

고개를 들자 소녀의 좋지 않은 안색이 드러났다. 누르스름하고 빛이 없으며 양 볼의 가죽은 마른데다 약간 쉰 듯한 냄새가 났다.

그러나 이때 옌수이즈는 이 유독한 공기를 원망하지 않았다.

소녀가 이 낯선 사람이 허리를 굽히는 것을 보니 마치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소녀는 조금 무서워했다. 무의식적으로 뒤로 두 걸음이나 쪼그라들었고, 등이 차가운 돌담에 부딪혀 더 물러서지 못하자 굉장히 가련해 보였다.

"저 인신매매범처럼 생겼어요?"

옌수이즈가 고개를 돌려 구옌에게 물었다.

구 대변호사는 처음으로 그와 같은 편에 서서 고고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꺼져.

"키우고 싶어요?"

구옌이 그에게 한 마디 물었는데 말투가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아 묻는 그대로인지 빈정거림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필경 이 방면에 있어 사제지간은 통하고 있었다.

옌수이즈는 짤막하게 웃음소리를 내고 몸을 똑바로 세웠다.

"정말 상상력이 대단하시네요. 전 그렇게까지 호인이 아니랍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멀리 보이는 허름한 거리를 향해 턱짓을 했다.

"이 지방은 거리 열 개 사이 골목길 열 개 모두 노숙자가 있어서 주성 전체를 다 사서 고아원을 지어야 다 양육할 수 있을 걸요."

말을 마친 그는 구옌을 향해 자신의 손에 있는 반지를 흔들어보였다.

"5022서로는 다음 생에나 가능하겠죠."

구옌은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글쎄요. 아마 다음 생에는 더 가난할지도 모릅니다."

"...... 위로를 정말 잘 하시는군요."

"과찬입니다."

"......"

"소녀가 절 좋아하지 않는 것 같으니, 가죠."

두 사람은 시간을 보고 20분의 여유를 두고 발을 들어 구치소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두어 걸음 걸은 뒤 옌수이즈는 또 무슨 생각에선지 몸을 돌렸다. 그는 코트 주머니에서 한 손을 꺼내어 허리를 구부리고 소녀 앞에 펼쳐놓았다. 손바닥에는 초콜릿 하나가 누워 있었다.

"하나 밖에 안 남았는데, 먹을래?"

소녀는 벽에 붙어서 그의 눈을 몇 초 동안 쳐다보더니 갑자기 손을 뻗어 그 초콜릿을 집어들고는 다시 움츠러들었다.

"배가 고프면 몸놀림이 민첩해지지."

옌수이즈는 눈썹을 추스르고 몸을 돌려 가버렸다.

조금 멀리 갔을 때, 뒤에서 어렴풋이 작은 소리의 말 한 마디가 들려왔다.

"...... 고맙습니다."

옌수이즈가 고개를 돌려보니 그 소녀는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 쪼그리고 앉은 채 구치소 대문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게 마치 그를 전혀 보지 못한 것 같았다. 다만 한쪽 볼에 불룩하게 과자를 물고 있을 뿐이었다.

"셔틀에서 15시간을 있으면서 정찬은 두 입도 먹지 않더니, 오히려 간식은 챙겼나보군요."

구옌이 말했다.

옌수이즈는 태연한 얼굴이었다.

"조금씩 여러번 먹는 거죠. 단 것도 포함해서."

사실 그는 현재 약간 저혈당이 있었다. 너무 오래 잔 후유증인지 유전자 일시 조정의 후유증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당류를 좀 갖고 있으면서 정신이 혼미해지지 않도록 해야 했다.

물론, 이러한 이유는 확실히 구옌에게 밝힐 내용은 아니었다. 

구치소 대문은 철옹성같이 잠겨 있었고 옆에는 문을 지키는 경호원 몇 명이 서 있었다.

구옌은 전자 자물쇠 옆으로 걸어가 새끼손가락의 스마트 기기를 태그했다. 미리 신청해둔 모든 회견은 전자 자물쇠와 동기화되며 스마트기기 내 신분정보 검증을 통해 성공적으로 통과할 수 있었다.

삑—— 

대문이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렸다.

이 대문은 아마 인근 지역에서 가장 선진 기술일 것이다. 수십년 전 어느 배부른 재단이 후원한 것인데, 당초 그 재단은 주성 정부를 배후에서 일으켜 세우고 이 재수없는 별의 거의 모든 주요 장소를 새롭게 바꾸며 마음먹고 통치를 원조하려는 듯한 자세를 보였다.

꿈은 좋았지만, 현실은 좀 처참했다.

아무튼 재단은 현재 이미 몰락 귀족이 되었고, 애초에 후원했던 것들도 시류에 따라 구시대의 것이 되었다.

구치소 안은 어두컴컴하고 협소했으며 복도는 좁고 작았다. 창문은 더 작았다. 억압감이 농후했지만, 결코 조용하지는 않았다.

주성 특유의 혼란스러운 호통과 욕설, 각종 저속한 말로 가득차 끊임없이 귀를 맴돌았다. 이 시끄러운 소리들은 모두 칸칸이 폐쇄된 좁은 문 안에서 상대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것이었다.

옌수이즈는 긴 복도를 걸으며 조상 8대가 모두 연루되었지만, 그는 이에 관해 매우 익숙하다는 듯 아주 태연하게 걸었다.

철책 문밖에서 한 명의 건장한 교도관이 스턴건을 쥐고 서 있었다.

"누구시오, 누굴 보러 왔습니까?"

옌수이즈가 웃었다.

"변호사입니다. 신청했고, 조슈아·데일을 보러 왔어요."

막 입을 열던 구옌 "......"

교도관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데일? 당신들 정말 성격도 좋구만."

그는 말하면서 의미불명의 웃음을 지었는데, 비아냥거림이거나 혹은 다른 무언가였다.

옌수이즈는 한결같이 태연자약했다.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구옌 "......"

교도관은 비강으로부터 콧방귀를 뀌고는 돌아서서 여성에게 손짓해 철책 문을 열도록 했다.

"갑시다. 날 따라오시오."

기타 지방에서는 미성년자와 성인은 대부분 분리되어 있다. 하지만 주성에서는 한 곳에 뒤섞여 있었다.

교도관은 곧 두꺼운 강철로 된 좁은 문 앞에 멈춰서 문을 향해 입을 삐죽 내밀었다.

"저기——당신들이 만나려는 데일이오."

"대단히 감사해요."

옌수이즈가 말했다.

구옌 "......"

교도관은 문에서 움직임이 가능한 사각형으로 된 눈만 나올 정도로 작은 창구를 들어올려 굵고 무거운 목소리로 안에다 소리를 질렀다.

"망나니! 네 변호사들이 널 만나러 왔다!"

창가에 바로 파란 눈이 드러났다. 눈빛만 봐도 조금도 우호적이지 않고, 심지어 차가운 적의를 품고 있었다.

곧, 안에 있던 사람은 갑자기 손을 들어 몇 사람 앞에서 탁 소리를 내며 매섭게 창을 닫았다.

옌수이즈 "......"

그는 대놓고 웃으며 구옌에게 물었다.

"만나기로 한 거 확실해요?"

이게 약속한 태도로 보여? 무슨 농담이야.

하지만 그는 여전히 웃음을 그치지 않은 채 뒤에 있던 구 대변호사가 벽에 등을 기대고 곧은 자세로 서서 그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

 

옌수이즈는 무의식적으로 '당신은 이 죽은 사람 같은 얼굴로 누굴 성묘하는 거냐'고 물으려 했지만, 말이 나오기도 전에 갑자기 자신이 이 구 대변호사의 일을 얼마나 빼앗았는지 알게 됐다.

정말 습관적으로 사람을 죽였군.

그는 코를 막고 어색하게 기침을 하며 옆으로 한 발 물러섰다.

"에? 왜 그렇게 뒤에 가 있으세요?"

구옌 ".................."

이런 파렴치한 인간은 평생 보기 드물다.

구옌은 그를 잠시 냉랭하게 바라보고 입술을 움직였다.

"계속 하시죠? 롼 대변호사님?"

옌수이즈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당신이 선생님이잖아요. 이리 오세요."

어색함을 달래기 위해 이 사람의 얼굴로는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었다. 어차피 지금은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

그는 말을 마치자 마자 닫혀있는 작은 창을 가리키며 물었다.

"셔틀에서 분명히 당신이 그와 교신하는 것을 들었는데, 이 녀석은 어째서 태도를 바꾸고 사람을 못 알아보는 거죠?"

실수를 한 뒤 화제를 돌려 얼굴 하나 붉히지 않는다. 구옌은 이 실습생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춥지도 덥지도 않게 대답했다.

"교도관에게 그에게 통지해달라고 하고 내가 끊었어요. 만약 일방적으로 통지한 것도 대화로 친다면 대화한 적이 있죠."

교도관은 태도가 당당했고 익숙한 모양으로 창을 가리켰다.

"전했소. 창문을 열고 들려줬지."

옌수이즈 "......"

진심으로 탄복했다.

옌수이즈가 자리를 내줬으니 구옌이 당연히 주도권을 넘겨받아야 했다. 그는 그 철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실례지만, 문을 열어주십시오."

"확실하오? 이런 태도로 또 보겠다고?"

교도관은 말은 이렇게 하면서 문을 열었다. 문을 여는 순간 그는 허리춤의 스턴건을 움켜쥐고 여차하면 바로 사용하겠다는 자세를 취했다.

옌수이즈는 그의 손을 제지하며, 그런 식으로 준비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사실 그와 구옌 두 사람은 앞뒤로 걸어 들어갔는데, 그 조슈아·데일이라는 사내녀석은 별 반응이 없었다.

그는 그곳에 앉아 차갑게 두 사람의 눈을 바라보다 비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렸다.

그제야 옌수이즈는 이 재수없는 물건의 모양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새까만 긴 머리를 뒤로 땋고 있었는데, 며칠 동안 씻지 못해 어수선했다. 새파란 두 눈은 수척하고 여윈 뺨 때문에 더욱 커보였고, 눈구멍은 깊이 패여 있었다. 

구옌보다도 입술이 얇아 입을 오므리고 있으면 강한 까칠함을 띠고 있었다.

기실 이런 종류의 까칠함은 구옌에게도 있지만,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적당하기 때문에 그 느낌은 냉철한 영준함으로 바뀌어 보였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곰자식은......

열네 살 밖에 되지 않아 까칠하게 굴어도 센척하는 느낌이 있었다.

"내가 사건을 맡게 된 변호사야. 전에 너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어."

구옌이 말했다.

옌수이즈 "......" 이렇게 좋게 말할 줄도 아셨어요?

조슈아·데일도 그가 말하는 '대화'가 불편한 듯 심각한 혐오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고, 그는 마치 모든 감정이 방금 닫힌 창문으로 표현된 듯 더 이상 말하고 싶은 욕망이 없었다.

"내가 여기 온 건 단지 너와 한 번 대면하려는 거야. 네가 내 얼굴을 알아볼 수 있도록."

구옌은 상대방의 침묵을 아랑곳하지 않고 냉담하게 말했다.

"지금 네가 어떤 태도든, 다시 만날 때는 나에게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말해줬으면 좋겠어."

이 말이 조슈아·데일의 어느 점을 찔렀는지, 그는 마침내 목소리를 냈다.

"말해 달라고요? 지난번, 지지난번 변호사도 염병, 그렇게 말했는데, 결과는요?"

그는 철옹성 위에 발을 내디뎠다.

"난 아직도 이 구역질나는 곳에 갇혀 있다고요!"

"시험해봐도 돼."

구옌은 그의 정서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말투도 여전히 냉담했다.

"시험은 지랄! 난 죄 없어! 내가 한 짓이 아니야! 무슨 근거로 나를 여기에 앉혀놓고 하나 하나 찾아와서 나보고 시험해보래! 능력이 있으면 나를 빼주고 다시 말해! 능력이 없으면 꺼져——"

조슈아데일은 고함을 지르며 거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했다.

옌수이즈는 옆에서 웃었다.

"몇 마디 했다고 피가 터져나올 것 같은데, 너처럼 이런 꼴이면 어떻게 보석을 해주겠어? 장담하건대 재판관이 네 얼굴을 보면 바로 고개를 돌리고 기각 신청을 할 걸."

조슈아·데일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그를 노려보았다.

"또 이런 허튼 소리! 보석이 가능했으면 내가 지금 여기서 멍때리고 있었겠어?!"

"보석은 문제가 안 돼."

구옌은 그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다음에 만날 땐 모든 사정을 남김 없이 얘기해 주겠다고 약속해야 해."

그가 사람을 쳐다볼 때면 상대방은 저도 모르게 솔직한 기질을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진짜 선생님이 된다면 그를 대하는 학생은 아마도 고양이를 본 쥐 같아질 것이다.

조슈아·데일은 억지로 몇 초 버티다가 다시 힘없이 그의 눈 앞에서 주저앉았다.

그는 마치 모든 힘을 다 써버린 듯 조각상처럼 앉아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 욕지거리를 하며 이성을 잃진 않았지만 여전히 구옌의 말을 믿지 않는 게 분명했다. 한참이 지나고나서야 그는 마침내 비실비실 입을 벌리고 낮은 소리로 조롱하며 말했다.

"나갈 수 있으면 내가 당신을 할아버지라고 불러주지. 꺼져, 사기꾼아."

 

이런 화법을 처음 봤을 땐 다소 감개무량했겠지만, 만약 매일 보고 매년 보게 되면 정말 아무런 동요도 일지 않았다.

사기꾼 옌수이즈와 사기꾼 구옌은 침착하게 잇따라 방을 나섰다.

교도관은 손이 근질근질한 얼굴로 그의 사랑하는 스턴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당신들 변호사는 정말이지......"

말을 하고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조금도 체면을 차리지 않고 문을 닫아버렸다.

좁은 방 안에서 목도 쉬고 힘도 다 빠진 사람은 무표정하게 앉아 있다가 무릎을 굽혀 머리를 파묻고 등을 웅크린 뒤 다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구치소에 비해 바깥은 환하게 트여있어 언뜻 보기엔 눈이 부시기까지 했다.

옌수이즈는 손가락으로 눈을 가리고 홀로그래픽 스크린을 열어 시간을 보았다.

"아직 2시도 안 됐는데, 가죠. 치안법원으로 가서——절 왜 그렇게 보세요?"

구옌은 그의 눈을 잠시 바라보다 눈을 떼고 말했다.

"아닙니다. 그냥 당신은 실습생으로서 이런 일을 처음 해봤을텐데 반응이 좀 의외라고 생각했어요."

옌수이즈 "............"

그래...... 이건 실로 좋은 문제거리야.

 

 

 

 

 

메모

조슈아·데일 : 约书亚·达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