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자 제1장

2020. 10. 27. 10:56완결/《연자软刺》唐酒卿,2017

 

 

 

연자(软刺)

 당주경(唐酒卿)

 

 

 

 

울보

 

 

견디기 어려운 폭염이었다. 특히 점심 식사 후 주위가 고요할 때면 사람들은 찜통 안에서 몽롱하게 졸곤 했다.

롼셩리(阮胜利)는 헤진 자국이 있는 낡은 밀짚 모자를 쓰고 낚싯대를 받쳐든 채 눈을 가늘게 뜨고 앉아 연못의 수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주변은 갈대숲이었다. 종종 잠자리 몇 마리가 날아와 수면을 스치며 잔물결을 일으켰다. 노인은 매우 평온하여, 조금도 서두르지 않으며 곁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손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네 아버지가 수탉에게 쪼여 도망갔단다'까지 말하자 팔이 무거워졌다. 작은 밀짚 모자가 반쯤 비뚤어진 채로 롼쓰(阮肆)는 이미 그의 팔에 기대 잠이 들어있었다.

롼셩리가 팔을 흔들며 말했다.

"일어나, 여기서 자지 말고 돌아가서 자자."

물가엔 모기가 많아서 롼쓰의 팔에 물린 자국이 몇 개 생겨 있었다. 그는 잠에서 깨 졸린 눈으로 몇 번 긁더니 하품을 크게 하며 말했다.

"할아버지, 물고기 잡았어요?"

"저 돌에 그물을 눌러 놨으니 네가 할머니께 가져다 드리렴. 잉어 두 마리란다."

롼셩리가 말했다.

롼쓰가 줄을 잡아당기자 그물 속에서 크지도 작지도 않은 물고기 두 마리가 활기차게 뛰어올랐다. 그는 줄을 등 뒤로 던지고 재빠르게 되돌아 갔다. 그물 주머니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 그의 엉덩이에 길을 냈다.

연못은 사실 집 바로 뒤에 있어서 그는 몇 발짝만에 바로 도착했다. 살구나무가 연못을 둘러싸며심겨 있었다. 나무에는 차양을 쳐 두었고, 아래로는 그가 탈 그네를 만들어 놓았다. 막사 아래에는 비둘기 둥지가 있었다. 롼쓰가 달려가자 막 아래 모여 있던 비둘기들이 우르르 날개를 치며 온 바닥에 털을 날렸다.

롼쓰는 부엌에 뛰어들어 통을 끌어내서 그물을 집어넣고 물 몇 바가지를 부었다. 그 잉어는 활력이 넘쳐 그의 얼굴에 물보라를 튀겼다.

"암살인가."

롼쓰는 한 손으로 얼굴의 물을 훔치며 비틀거리더니 몇 걸음 뒤로 가서 바가지를 둥글게 휘두르며 고함을 질렀다.

"호위! 호위! 짐을——"

그 대사는 갑자기 끊어졌다. 잉어들이 꼬리를 기운차게 휘둘러서 '철퍽철퍽' 통에 부딪히는 게 마치 박수를 치는 것 같았다.

롼쓰는 그 김에 따라서 박수를 치더니 물고기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만, 너무 그렇게 열광적이지 않아도 돼. 이걸로 충분해. 물론 내가 너무 인기가 많아 어쩔 수 없겠지만......"

"누구랑 얘기하니, 응?"

부엌 뒷문의 자그마한 계단에서 줄곧 채소를 다듬던 할머니가 그의 원맨쇼를 들으며 말했다.

"감정 이입을 잘해, 내가 진작 너희 엄마한테 노래를 배우게 해서 나중에 배우를 만들라고 했는데."

"그건 가수예요."

롼쓰는 바가지를 몸 앞에 놓고 기타 치는 동작을 하며, 록 팬인 할머니를 향해 노래를 불렀다.

"맞은편 아가씨 여길 봐요, 여길 봐, 여길 봐."

"나 이 노래 알아."

할머니는 머리를 흔들며 따라서 흥얼거렸다.

"여길 봐, 여길 봐......"

"아,"

롼쓰가 말했다.

"할머니, 유행을 잘 아시네요.”

"네 엄마가 하루 종일 틀어 놔."

할머니는 채소 잎을 털며 말했다.

"생쥐는 쌀을 사랑해도 알고 있지."

"생쥐는 쌀을 사랑해, 엄마는 대체 무슨 노래를 듣는 거야."

"네 엄마는 사랑이 왔다 갔네를 즐겨 들어."

할머니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채소 씻게 물 한 바가지만 갖다 주렴. 네 할아버지는 아직도 앉아 계시니? 아이고, 더워 죽겠는데, 땀띠 생기겠다."

롼쓰가 물을 건네며 말했다.

"저녁 때 할아버지랑 같이 목욕할 거예요. 우리 아빠는 목욕만 하면 땀띠가 안 난다고 했어요."

"생각났다."

할머니는 채소에 묻은 물을 다 털어내고 롼쓰에게 말했다.

"네 아빠가 저녁 때 샤오쫑즈* 데리고 오실 거야."

*친종의 애칭 小粽子 먹는 쫑즈 ‘ㅠ’

롼쓰는 바가지를 놓아둘 틈도 없이 할머니를 따라가며 말했다.

"누구? 친종(秦纵)? 친종이 온다고요? 걔는 피아노 배워야 되잖아요!"

"여름 방학 내내 배웠어."

할머니가 말했다.

"개학하기 전에 며칠 놀러오라고 했는데, 너 계속 혼자 재미없다고 하지 않았니? 마침 너랑 같이 놀러 오는 거지."

"아니......"

롼쓰는 단호했다.

"나 혼자 노는 게 좋아요! 걔는 왔다 갔다 하기도 불편한데 나중에 아빠한테 돌려 보내라 해야겠어요. 친(秦) 할아버지의 큰집에는 애들이 아주 많으니 거기 가서 놀라고 해요."

"너 예전엔 그 아이랑 노는 걸 좋아하지 않았니?" 할머니가 의아하게 말했다.

"걔도 널 좋아해서 어렸을 때 날마다 밭에서 흙발로 놀았잖니."

"...... 그게 얼마나 오래 전 일인데요, 할머니."

롼쓰는 흥이 빠졌다.

"걔는 너무 울어요."

"넌 이렇게 클 때까지도 적잖이 울고, 아직 침대에 오줌도 싸면서."

할머니는 그를 끌어당기며 진지하게 말했다.

"저녁 때 물을 너무 많이 마시지 마라. 침대에 오줌을 쌀 뿐만 아니라 눈도 부어. 기억해 둬라."

"기억해요기억해요."

롼쓰는 뛰어나가다가 또 고개를 돌려 반박했다.

"난 침대에 오줌 안 싼지 오래됐다고요!"

 

롼쓰는 친종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모들끼리 사이가 좋다보니 해마다 모이곤 했다. 예전에 그가 잡아서 주머니에 넣고 있던메뚜기가 친종의 머리 위로 뛰어올랐는데, 이 녀석은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입에 넣은 밥을 삼키지도 못하고 양 볼을 부풀린 채 훌쩍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이건 메뚜기야."

롼쓰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작은 메뚜기를 집어 들어 친종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이건 사람 안 물어."

그리고 먹는 자세를 취하며 그를 놀렸다.

"먹을 수 있어."

친종은 그 메뚜기가 눈앞에서 발을 뻗으며 수염이 떨리는 것을 보더니 몸을 돌려 아빠의 품에 안겨 온 천지가 울리도록 울었다.

"롼, 롼롼, 벌, 벌레 먹어!"

롼쓰는 돌아보자마자 그의 어머니에게 얻어 맞고 메뚜기를 압수당했다. 다음 날 친종은 여전히 그를 따라다니며, 그의 소매를 붙잡고 방에서 마당 밖까지 쫓아가며 줄곧 중얼거렸다.

"벌레는 먹으면 안돼. 롼롼 벌레를 먹으면 안돼."

롼쓰는 그의 메뚜기를 생각하며 이 일에 대해 꽁해 있었다. 또 메뚜기뿐 아니라 새총, 팽이, 카드게임도 친종 때문에 모두 리친양(李沁阳)에게 몰수당했다. 친종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그를 따라다녔다. 그는 친종은 어떻게 이렇게 울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는 눈도 아프지 않은가?

"아마 물로 만들었을 거야."

쿵자바오(孔家宝)는 이 얘기를 듣고 아이스바를 와삭 깨물며 말했었다.

"그럼 넌 아직도 매년 걔랑 같이 놀아? 난 네가 아예 끼고 사는 줄 알았어. 내가 때려서 울면 안 된다고 해야겠다. 걔가 여자애였다면 좋았을텐데. 울어도 괜찮고. 걔네 엄마가 그렇게 예쁘니까 걔도 예쁠 거야."

내 생각에 그는 진흙이랑 돌로 만들어진 것 같아.

롼쓰는 생각했다.

어떡하지? 친종이 오면 데리고 놀아야 되는데, 조금만 방심해도 울어버릴 거야. 울기 시작하면 둑이 터진 듯이 울텐데.

접는 의자를 들고 돌아온 롼셩리는 천막 밑에 앉아있는 롼쓰가 한숨을 내쉬는 걸 보았다. 그는 밀짚모자를 벗고 가볍게 롼쓰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물었다.

"왜 한숨을 쉬어? 어린애는 한숨 쉬는 거 아니야."

"할아버지."

롼쓰는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비통하게 말했다.

"홍수가 날 거예요."

 

롼청(阮城)이 늦게 와서 롼쓰는 이미 잠이 들었다. 그는 어렴풋이 아빠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잠기운을 이길 수 없어 결국 눈을 뜨지 못했다. 밤에는 더 더워졌다. 롼쓰는 등에 땀이 흐를 정도로 자다가 이불을 걷어찼는데, 말랑말랑한 덩어리가 차였다.

이 말랑말랑한 사람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롼롼(软软)."*

*롼쓰의 애칭. 롼쓰의 성 ‘阮’과 연하다, 부드럽다는 의미의 ‘软’의 발음이 같아요.

롼쓰는 다리를 이불 위에 올리고 몸을 구르며 깊이 잠이 들어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그 사람은 이불을 잡아당기지 못하고, 크게 울지도 못하여 몸 밑에 깔린 작은 담요를 싸매고 조용히 양을 셌다.

다음 날 롼쓰의 이불은 반쯤 떨어져 있었고, 햇빛에 눈이 부셔 깼을 때는 아직도 잠기운이 남아 몸을 뒤집어 고개를 베개 아래로 파고 들어갔다.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렸다.

"곰돌이 푸!"

그의 드로즈 뒷면에는 곰돌이 푸 프린팅이 있었다. 그 소리를 들은 롼쓰는 깜짝 놀라 일어나서 엉덩이를 가리며 눈썹을 찌푸렸다.

"곰돌이 푸가 어때서!"

눈 앞에서 친종은 강아지를 안고 앉아 있었다. 롼쓰는 '하' 소리를 내고 말했다.

"너 언제 왔어?"

또 말했다.

"보긴 뭘 봐! 넌 아직도 티거 입으면서."

친종은 눈을 비비며 뒤 돌아서 그에게 보이며 말했다.

"티거 맞아. 난 어젯밤에 왔어...... 롼롼, 안녕!"

"친종 어린이." 롼쓰가 말했다.

"형이라고 부르세요."

친종은 이미 침대 옆 작은 의자에서 자신의 양말을 찾아 신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롼롼 안녕."

그리고 고개를 흔들며 읊조렸다.

"만날 땐 Hello, 헤어질 땐 Goodbye, 아침엔......"

롼쓰가 기어오더니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침에는 고양이를 찾아요, 나도 알아. 등 보이지 말고 너 솔직히 말해봐, 너 어젯밤에 나 걷어찼어?"

친종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일어서서 자신의 작은 멜빵바지를 입었다.

롼쓰가 말했다. "거짓말 아니지?"

친종은 벨트를 채울 줄 몰라서 멜빵을 매듭지어 묶으며 말했다.

"아니야...... 롼롼, 내 바지가 고장났어."

하지만 롼쓰는 잽싸게 티셔츠를 입고 침대 밑으로 미끄러지듯 내려가 신발끈을 묶으며 그를 외면했다. 그는 멜빵을 잡아당기며 침대 가장자리에 '철퍼덕' 주저앉으며 롼쓰를 깜짝 놀라게 했다.

"바지가 고장났어."

눈 언저리가 붉어진 친종이 불쌍하게 말했다.

"롼롼."

"스톱!"

롼쓰가 즉시 일어나서 손을 들어올려 흔들며 말했다.

"스톱, 참아, 내가 봐줄 테니까 너 울면 안돼! 뭐가 고장났는데?"

친종은 흐느꼈다.

"잠, 잠그질 못 하겠어."

롼쓰는 신발을 내딛으며 그에게 말했다.

"돌아서서 나 봐봐."

친종이 몸을 돌리니 롼쓰가 멜빵을 당겨 다시 걸어주며 말했다.

"고장난 거 아니야. 이거 괜찮아. 엎드리지 마, 엎드려서 뭐해!"

"조,”

친종은 고개를 돌리고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롼롼, 너무 조여."

롼쓰는 그를 느슨하게 해주고, 또 그의 등에 양 손을 대고 호통쳤다.

"이제 너에게 평생의 공력을 전수하니, 넌 이제부터 대협(大侠)이다. 대협은 울지 않아."

'대협'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는 친종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말했다.

"그런데 대하(大虾)...... 너 대하가 우는 거 본 적 있어?"

*대협과 대하의 발음이 같습니다........... 발음장난 너무 많앙 ㄴ(^_T )ㄱ

"대협, 대——협이라고."

롼쓰는 갑자기 그들 사이에 세대차가 너무 깊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했다.

"넌 천룡팔부 안 봤냐!"

친종은 고개를 저었다.

"사조영웅전은?"

친종은 계속 고개를 저었다.

"...... 에반게리온은?"

친종은 물었다.

"그건 뭐야?"

롼쓰는 갑자기 포를 받쳐든 자세를 취하며 친종에게 말했다.

"나를 봐, 초전자포! 초쿨! 최강! 한 발이면 전부...... 너 이거 안 봤지?"

"안 봤......"

친종은 그가 재잘거리는 것을 보며 주저하며 다시 말했다.

"나...... 나 봤어."

롼쓰는 믿지 않았다.

"그럼 대사 몇 마디 들려줘봐."

친종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더니 다시 롼쓰를 올려다보며 당황한 눈빛을 보였다. 롼쓰가 신발끈을 묶으며 다시 말했다.

"안 봤으면 마. 내가 갖고......"

"봤, 나 봤어! 초전자포, 초초, 초쿨, 최강!"

친종은 롼쓰의 이전 동작을 서툴게 따라하며 마지막에 '쾅' 소리를 냈다.

콧물이 안 나왔으면 완벽했을텐데.

"...... 나랑 같이 CD로 보자."

롼쓰는 고개를 숙이고 씩 웃으면서 테이블 위의 티슈를 뽑으며 친종에게 말했다.

"코 풀어."

친종은 코를 쥐어짜며 힘껏 '푸' 소리를 냈다. 롼쓰는 싫다는 듯이 말했다.

"입 말고 코로 내쉬어야지."

친종은 억울했다.

"너 너무 꽉 쥐었어."

롼쓰 "......"

그는 숨을 깊이 들이쉬며 친종을 보고 말했다.

"너——"

친종이 '흥' 하고 한 무더기를 풀자 롼쓰는 혐오스럽다는 듯 티슈를 들고 쏜살같이 튀어나가 재빨리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돌아보니 친종은 벌써 침대에서 내려와 신발을 끌며 그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그는 소매를 뿌리치고 또 돌아가서 친종의 신발끈을 묶어주어야 했다.

 

 

 

 

 

 

 

 

연자 간 좀 보고 가시라고 1장만 번역해봤습니다. 계속 할지도 모르고... 안 할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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