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31. 00:47ㆍ완결/《연자软刺》唐酒卿,2017

조개
결국 할머니가 저녁 때 만든 것은 국수였다.
롼쓰와 친종은 머리를 맞대고 면을 빨아들였다. 흔들리는 이는 생각지도 못하고 온 머리에 땀을 흘리며 먹었다. 식사 후 롼셩리를 따라 숲길을 돌며 연못 주변을 산책했다. 롼쓰는 그의 작은 자전거를 밟으며, 친종과 함께 자갈길 위를 덜컹거리며 달렸다.
친종은 흔들리느라 계속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롼, 롼, 롼......"
"똑바로 말해, 부르지 말고!"
친종의 이마가 바퀴의 '덜커덩' 소리와 함께 롼쓰의 등에 부딪혔다. 그는 힘겹게 말했다.
"자, 잠깐 기다려!"
롼쓰는 멋있게 브레이크를 잡았고, 중고 자전거는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그가 물었다.
"뭘 기다려?"
친종은 다리를 흔들며 고개를 들어 그를 향해 입술을 오므리고는 조금 겸연쩍은 듯이 말했다.
"신발이 떨어졌어."
롼쓰가 고개를 돌려보니 한 짝이 저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방향을 돌렸다. 길이 울퉁불퉁해서 그가 빠르게 밟으면 밟을수록 뒷자리의 친종은 흔들리느라 더욱 콩알같아졌다. 롼셩리가 고개를 돌렸을 때, 친종이 롼쓰의 드리프트에 따라 몸이 쏠리며 심지어 날아가려 하고 있는 게 보였다.
롼셩리는 '헉' 소리와 함께 몸을 돌려 쫓아갔는데, 어찌 따라잡을 수 있겠는가. 친종의 상반신이 밀리면서 즉시 팔꿈치의 살가죽이 쓸렸다. 이 녀석은 몇 초 동안 멍하게 있다가 곧 입을 열어 울려고 했다. 입을 벌리니 이 한 개가 따라 나와 떨어졌다.
하루 동안 이가 두 개 빠진 친종 어린이는 몹시 괴로워 하며, 그의 이를 기념하기 위해 한 바탕 울어야 했다. 그렇게 그는 길가에 앉아 그의 이를 들어올리고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롼쓰를 보고 흐느끼면서 말했다.
"더, 더 이상 괴, 괴물 걱정은 안 해도 돼......"
"......"
롼셩리가 친종을 안아 올리자, 그는 이를 꽉 쥔 채 목놓아 '할아버지'를 부르짖으며 롼셩리의 어깨 위에 엎드려 천지를 뒤흔들 정도로 오열했다.
친종은 팔에 약을 발랐다. 쐐기풀에 쏘인 붉은 자국이 유난히 불쌍했다. 밤에 잘 때는 몸을 옆으로 해서 팔을 말리면서 자야했다. 롼쓰는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 뒤척이다 가까스로 입을 열었지만, 친종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 롼쓰는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며 이후 며칠 간 친종을 감히 못살게 굴지 않았다. 그는 연못에서 작은 조개를 잡아 유리잔에 담아서 친종에게 주었다. 롼청이 데리러 왔을 때, 친종은 조개와 함께 차에 탔다.
두 사람이 차창에 엎드려 롼셩리와 할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롼셩리는 롼쓰에게 밀짚모자를 씌우고 허리를 굽혀 친종을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
"다음에 또 와서 할아버지랑 놀자꾸나."
친종이 고개를 끄덕이자 롼셩리의 모습이 멀어지기 시작했다. 롼쓰는 밀짚모자를 쓰고 차창으로 고개를 내밀어 손을 흔들며 말했다.
"할아버지! 주말에 다시 올게요!"
롼셩리는 알았다는 의미로 손을 들어올려 밀짚모자를 흔들었다. 롼쓰는 앉지도 않고 여전히 창가에 엎드려 이별을 아쉬워했다. 햇빛이 측백나무 숲을 통과해 롼쓰의 얼굴을 스쳐갔다. 그는 밀짚모자를 눌렀다. 해질녘의 바람이 불어 티셔츠를 휘날렸다. 그는 차가 숲길을 돌아서 뒷짐을 진 롼셩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눈을 빛내다 비로소 털썩 주저앉았다.
친종은 롼쓰에게 위로가 필요하다고 느껴 고개를 기울여 그를 바라보았다. 롼쓰가 친종에게 익살스런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울보, 잘 가."
곧 개학인데, 친종과 그는 같은 학교를 다니지 않아 학기 중에는 거의 만날 수 없었다. 개학하면 롼쓰는 4학년이 되고, 친종은 그보다 한 학년 아래였다.
"그거 잘 길러야 해."
롼쓰가 몸을 지탱하며 가까이 가 친종이 안고 있는 물잔 속 조개를 보며 말했다.
"할아버지가 조개에 진주를 키워서 겨울방학 때 가지고 놀러 오라고 하셨어."
말을 꺼냈더니 그는 또 한 주 동안 친종과 있었던 일들이 떠올라 뒷통수를 쥐어뜯으며 말했다.
"겨울엔 너 안 괴롭힐게."
친종은 고개를 숙여 조개를 보고, 또 고개를 들어 그를 보며 말했다.
"그런데 겨울에는 피아노 연습을 해야 해."
롼쓰는 '오' 소리를 내고,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마주보았다. 잠시 후 그는 묵묵히 친종의 손을 잡았다.
"아, 친구여 안녕, 아, 친구여 안녕, 안녕......"*
앞에서 계속 귀를 기울이던 롼청 : "......"
*啊朋友再见吧 이태리 가곡 번안곡이라고 합니다. youtu.be/q-tM3cUSshU 30초쯤부터 해당 가사ㅋ
가는 도중 친종이 잠이 들어 물잔이 반쯤 기대어졌다. 조개는 유리 사이에서 살랑살랑 흔들리며 줄곧 껍데기를 닫고 있었다. 가로등이 점차 많아지고, 건물이 조금씩 빽빽해져 갔다. 등받이에 기대어 몽롱하게 있던 롼쓰는 억지로 정신을 차렸다. 집으로 돌아가는 익숙한 길목에 다다랐기 때문이었다.
롼청은 친종도 데려다 줘야 했기에, 동네에 롼쓰부터 내려주고 먼저 올라가도록 했다. 롼쓰는 등에 가방을 메고 문을 열고 뛰어내리려다가 또 고개를 돌려 친종을 밀었다.
"친종, 나 집에 간다. 바이바이?"
친종은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켜서 그의 가방끈을 붙잡은 채 잠시 멍하게 있다가 손을 놓으며 말했다.
"...... 롼롼, 바이바이."
"형이라고 해!"
롼쓰는 차에서 뛰어내리고 친종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아무 말 없던 친종은 롼청이 시동을 걸자 곧 뒷창에 엎드려서 내다보았다. 그는 줄곧 바라보았다. 보고 있던 롼쓰는 약간 서글픈 느낌이 들었다.
다음에는 잘 해줘야겠다.
생각을 끝낸 롼쓰는 다시 손을 흔들었고, 친종도 곧 대답하듯이 손을 흔들었다. 차는 동네를 빠져나가 차량 행렬에 섞여 보이지 않게 되었다.
롼쓰의 집은 이층으로, 발코니에 가득 심긴 야래향과 라벤더가 만발하여 한창 향기가 나는 때였다. 롼쓰는 날듯이 위층으로 뛰어 올라가 문을 열고 돌진해 가방을 내던지고 팔을 벌려 소리쳤다.
"리친양 동지! 다녀왔습니다! 따뜻하게 안아 주세요!"
팩을 붙인 리친양은 슬리퍼 발로 '다다다' 달려와 몸을 숙여 롼쓰를 안으며 징징거렸다.
"아들, 너무 보고싶었어!"
롼쓰가 코를 킁킁대더니 즉시 말했다.
"내가 없는 사이에 몰래 훠궈를 먹다니!"
리친양은 그의 가방을 들고, 손을 들어 팩을 꾹꾹 누르며 말했다.
"당연히 네가 보고 싶어서지! 보고 싶은데 보질 못하니 훠궈를 먹으며 너를 떠올렸어."
또 그의 뒤를 바라보며 말했다.
"샤오쫑즈는?"
"아빠가 데려다 주러 갔어요."
롼쓰가 신발을 벗으며 말했다.
"나가기 전에 내가 일부러 롼청 동지에게 샤오쫑즈를 데리고 와서 놀라고 했는데."
리친양은 소파에 다시 앉았다. TV에서는 궁중암투극을 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다리를 꼬며 고개를 치켜들고 말했다.
"그는 잊은 게 틀림 없을 것이야."
"내일 데려다줄 틈이 없나보죠."
롼쓰는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방은 크지 않았지만, 발코니로 통해 리친양이 일부러 그를 위해 남겨준 것이었다. 방에는 침대가 없이 다다미가 깔려 있었다. 책상 위에는 에반게리온 피규어를 제외하고는 책으로 가득 차 있었다.
교사인 롼청은 누워 있던 담벼락 한 쪽을 직접 수리해 붙박이 책장처럼 만든 뒤 매일 퇴근 후 옆에 앉아 책을 읽었다. 롼쓰는 그 영향을 받아 책에 푹 빠져 있었다.
롼쓰는 책가방을 의자 등받이에 걸치고, 그의 피규어를 한 번 죽 훑어보았다. 부엌에서 냄비 뚜껑이 튀어오르는 소리가 들려 그는 소리쳤다.
"엄마! 또 뭐 태웠지!"
"으응."
리친양은 긴장한 채 한 곳을 응시하면서 대답했다가 몇 초 후에야 반응이 와서 허둥지둥 일어나 부엌으로 달려 들어가 어이쿠 하며 말했다.
"너희 아빠 드릴 우유를 데우고 있었는데!"
그리고 또 말했다.
"왜 이렇게 정신이 없담!"
이불 위에 엎드리고 있던 롼쓰는 후다닥 일어나 거실로 가서 롼셩리와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 집에 도착했어요, 할아버지."
리친양이 우왕좌왕거리는 소리가 등 뒤로 들려 수화기를 든 채 돌아본 롼쓰에게 롼셩리가 물었다.
"네 엄마가 또 부엌에 들어갔니?"
"아,"
롼쓰가 대답했다.
"아빠한테 우유 데워주려고 하셨대요."
"빨리 말려라."
할머니가 수화기로 다가와 말했다.
"말려! 냄비 바꾼지 얼마 안 됐는데, 걔가 자꾸 부엌에 드나들면 아무리 많이 준비해도 소용이 없다."
"그래요그래요"
롼쓰가 참다 못해 웃었다.
"제가 막았어요, 할머니."
"내가 너희 아빠한테 음식을 들려 보냈으니까 냉장고에 넣지 말고 싱싱할 때 빨리 먹어 치우렴."
할머니는 말하자마자 또 근심하며 말했다.
"내가 아침에 바오쯔를 쪄서 너한테 들려 보냈어야 너도 먹을 게 있을텐데."
"괜찮아요."
롼쓰가 대답했다.
"응?"
할머니는 잘 듣지 못했다.
"뭐라고 했니?"
"괜찮다고 했어요!"
롼쓰는 큰 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할머니! 두 분 일찍 주무세요. 할아버지! 바이바이!"
"에"
롼셩리도 가까이 대고 말했다.
"끊어끊어, 씻고 자렴."
전화를 끊고 눌어붙은 냄새를 맡던 롼쓰는 화장실에 가는 길에 테이블 위에 놓인 리친양의 우유를 보며 아빠를 조금 동정했다. 리친양은 팩을 뜯고 물을 찍으며 말했다.
"너도 좀 줄까? 우유를 마시면 잠 자는데 도움이 된단다."
"전 배불러요."
롼쓰는 간곡하게 말했다.
"너무 배불러. 무리예요. 여기서 또 마시면 토할거같아요."
"그러면,"
리친양은 아쉬운 듯 말했다.
"네 아빠더러 다 마시라고 해야겠어."
롼청은 들어오자마자 신발을 벗고 부엌으로 들어가 안경을 밀어올리고 소매를 걷어붙였다. 리친양은 슬리퍼를 끌며 뒷쪽에서 고개를 내밀고 경쾌하게 말했다.
"빨리, 조금만 있다가 정리해. 내가 우유 데워 놨어. 따뜻할 때 한 잔 마셔."
롼청은 두말없이 몸을 돌려 우유를 한 입 마셔보더니, 리친양을 향해 칭찬하듯 어깨를 짚고 삼켜버리고 침착하게 말했다.
"감동해서 울 것 같아."
롼쓰는 이를 닦으며 웅얼웅얼 말했다.
"저도 감동해서 울 것 같아요."
친종은 등을 켜지 않고 베개에 엎드려 침대 머리맡의 물잔을 보고 있었다. 헐거워진 뚜껑이 미끄러져 책상에 떨어졌다. 작은 조개가 느리게 펼쳐지더니 미세한 거품을 토하며 껍데기 속 젖빛을 드러냈다.
거실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친웨(秦跃)가 지독하게 취해서 돌아왔다. 슈신이 문을 열고는 닫지 않은 채 손을 놓았다. 친웨는 똑바로 서지 못하고 문에 기대어 미끄러져 땅으로 주저앉았다. 그는 신발장을 짚으며 몸을 받쳤지만, 일어서지 못한 채 중얼거렸다.
"너 뭐하는 거야."
슈신이 말했다.
"너 뭐하는 거야?"
그녀는 차가운 눈으로 친웨의 옷깃의 붉은 자국을 보며 말했다.
"차라리 돌아오지 마, 친웨. 밖엔 당신을 편안하게 해줄 방법이 있는 요정들이 가득하니까."
친웨는 손을 들어 얼굴을 문지르고 문가에 기대 슈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식으로 말하지마, 슈신."
"난 듣기 좋으라고 얘기하는 거 아니야."
슈신은 테이블에서 담배 하나를 집어 소파에 앉아 불을 붙였다. 그는 담배를 끼고 창문 쪽으로 몸을 틀어 입술 사이로 천천히 연기를 내뱉은 뒤 몇 초 있다 말했다.
"난 단을 이끄느라 바쁜데, 넌 뭐 하느라 바빠? 친웨, 요 일주일 동안 친종도 한 번 보러 가지 않았잖아. 오늘 밤에도 롼청이 데려다 줬어."
그녀는 흘겨보며 냉소를 지었다.
"원하지 않았으면 애초에 낳지를 말든가, 이젠 아빠 시늉도 안 하고 싶어? 아버님도 탐탁찮으실텐데, 응?"
"말 함부로 하지 마."
친웨가 휴대전화를 꺼냈다. 화면이 빛나며 줄곧 진동하고 있었다. 그는 여러 번 끊었지만 상대방은 꾸준했다. 친웨는 한숨을 내쉬며 슈신의 냉소 앞에서 휴대전화를 사납게 내던졌다.
휴대전화는 식탁 다리에 부딪쳐 바닥에 떨어지더니 진동을 멈췄다.
친종은 이불을 끌어 머리 위에 덮어썼다. 그는 물잔을 덮어 작은 조개를 품에 안은 채 이불 아래 웅크렸다.
"단을 이끄느라 바빠, 그래, 당신은 바쁘지. 친종은 롼 삼촌의 농장에 보내면 딱이네? 낳아만 놓고 기르질 않았잖아. 당신은 한 달에 몇 번이나 집에 돌아온다고?"
친웨는 넥타이를 당겨 풀고 외투에서 담배를 꺼내 고개를 들고 문에 기대어 불을 붙였다. 그가 말했다.
"아버지는 무슨 상관이야. 아버지를 방패로 삼지 마. 벌써 몇 번째야? 나랑 우리 아버지는 서로 의지하며 산지 오랜데, 아버지가 내 사정 모를 줄 알아?"
테이블 위에 담뱃재를 튕기며 허리를 곧게 펴는 슈신은 눈 언저리가 빨갰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태도를 유지하며 말했다.
"목소리 낮추지 못해!"
"지금 무슨 연기야!"
친웨는 현관의 캐비닛을 걷어차 뒤엎는 소리와 함께 일어서서 입 안의 연기를 뱉어냈다. 그는 손을 약간 떨고 있었다. 그가 예전에 총을 쥘 때는 절대 떨린 적이 없었는데, 총을 쥐지 않게 된 현재 이 손은 벌벌 떨려 꼴불견이었다. 불똥이 손등에 화상을 입히자, 그는 아예 손가락으로 담배를 비벼 꺼버리며 말했다.
"아, 지금 뭘 담는 거야? 넌 진작 떠나고 싶었어, 무슨 단을 이끄느라 시간이 없어? 서랍 안에 합의서 있지 않아? 당신이 꺼내 와, 우리 이제 담판을 짓자."
슈신은 얼굴을 펴지 않고 손가락으로 눈 가를 닦고는 고개를 돌려 다시 한 번 말했다.
"당신 목소리 낮추랬지!"
친웨가 갑자기 달려들더니 그녀를 소파 위에 누르고 발버둥치는 손을 꽉 잡은 채 연달아 물었다.
"당신 떠나려는 거야? 슈신, 너 떠나려는 거냐고? 넌 나를 벗어나려는 거야, 그렇지?"
술기운이 얼굴을 덮치자 슈신은 비명을 지르며 격렬히 저항했다. 그녀는 친웨의 배에 발길질을 하며 팔의 힘을 빼고 손을 들어올려 그의 뺨을 때렸다. 손바닥 소리는 상당히 컸다. 그녀는 머리가 헝클어진 채 빠르게 호흡하며 소파 위에 누워있었다. 얼굴에 분노가 가득할 때도 그녀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당장 갈 거야!"
그녀는 힘이 빠져 쉰 목소리로 말했다.
"친웨! 넌 이미 끝장이야! 네가 총을 잡지 못하는 날부터 끝장이었다고! 난 더는 못 참아!"
그녀는 흐느끼며 말했다.
"난 못 참아, 친웨...... 넌 처음부터 끝까지 정신 못 차리고 영원히 네 불행에 빠져서 여태 나와 친종을 보지 않았어. 난 정말...... 난 이제 지쳤어!"
친웨는 목울대를 굴렸다. 그는 뺨을 맞은 후부터 아무 말이 없었다. 그는 분명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슈신의 울음 소리를 듣자 갑자기 망연해졌다. 슈신은 그를 밀치고 침실로 들어가 옷가지를 챙겼다.
친종은 엄마에게 잡아 끌려 빨갛게 된 팔뚝을 쳐다보았다. 그는 침대에서 내려올 때 부딪쳐서 무릎이 아팠다. 어두컴컴한 불빛 아래서 바닥의 휴대전화와 유리는 마치 지리멸렬한 사진 같았고, 친웨의 축 처진 어깨는 잡초가 우거진 언덕 같았다.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는 친웨의 눈은 흐릿하고 빛이 없었다. 친종이 그를 향해 손을 내밀자 물잔이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져 부서졌다. 물과 유리가 함께 튀어올랐다. 어질러진 틈에 떨어진 조개는 속살을 거두어들일 틈도 없이 트렁크에 치여 '우지직'하며 껍데기가 부서져 뭉개진 살 덩이가 되었다.
"내......"
친종은 조개를 집으려 했지만, 친웨에게 이혼서류를 내던진 슈신이 그를 힘껏 끌고 밖으로 나갔다.
문이 '쾅' 닫혔고, 친종은 아무것도 집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