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자 제2장

2020. 10. 29. 09:32완결/《연자软刺》唐酒卿,2017

 

 

젖니


녀석이 아침에 일어나면 바지를 입는 것부터 이를 닦는 것까지, 롼쓰가 모두 도와야 했다. 친종의 키가 너무 작아서 세면대에 손이 닿지 않자, 롼쓰는 그에게 바로 작은 의자를 가져다주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거울을 마주하고 이를 박박 세심하게 닦았다.
"랄랄라!" 친종은 치약을 입에 물고 웅얼거렸다. "스스로 닦아요."
롼쓰는 입을 헹구고 수건을 머리에 덮은 채로 노래했다.
"랄랄라 하루에 세번씩, 건강하고 하얗고 튼튼해져요. 이 광고를 누가 몰라, 너 빨리 닦아, 다 닦고 밥먹으러 가자."
"하얘?"
친종도 입을 헹구고, 작고 하얀 이를 드러내 롼쓰에게 보여주며 기대에 차 물었다.
"진짜 하얗고 튼튼해졌어?"
롼쓰는 수건을 끌어내려 그의 얼굴을 마구 문질러 닦고는 사람을 끌어당겨 부엌으로 달렸다.
"하얘하얘하얘."
"튼튼하진 않아?"
친종은 손가락 끝으로 이를 만지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흔들리는 것 같아."
롼쓰는 부엌으로 들어가 계란찜의 향을 맡느라 친종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듣지도 못하고 건성으로 '응' 하고 대답했다. 할머니는 두 사람이 오길 기다렸다가 폭신한 계란찜을 담은 작은 그릇을 한 사람당 하나씩 건넸다. 계란찜은 매끈하고 부드러웠다. 한 숟가락 파서 입에 넣으니 간장을 곁들인 계란 향이 목구멍을 후끈후끈 달구었고 혀끝엔 뒷맛이 감돌았다.
친종은 한 입 먹고 혀끝으로 이를 건드려봤는데, 먹을수록 이 이가 흔들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한 편으로 열기를 호호 불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롼쓰에게 물었다.
"너도 이가 흔들려?"
빠르게 먹어치운 롼쓰는 그 말을 듣고 다가가 앞니를 보고 말했다.
"너 이 빠진거 아냐?"
친종은 깜짝 놀랐다.
"빠졌어? 전부 다 빠졌어?"
그는 즉시 입을 벌렸다.
"몇 개 있는지 세어 봐봐."
롼쓰가 말했다.
"우리 엄마가 말했는데 이갈이하면서 빠지는 걸 젖니라고 부른대."
말을 마친 그는 자신이 이갈이 하던 때를 떠올리며 눈썹을 찌푸렸다.
"난 아팠던 걸로 기억하는데, 너 아파?"
친종이 고개를 가로젓자 롼쓰는 곧 말했다.
"그럼 괜찮아. 삼키면 안되는 것만 잘 기억해 둬."
친종은 조금 긴장했다.
"혹시 잘 때 삼키면 어떡해?"
"그럼 그게 네 뱃속에서 싹을 틔울 거야."
계란찜을 다 먹은 롼쓰는 친종의 그릇을 보며 전혀 개의치 않고 말했다.
"목구멍에서부터 자라나서 무시무시한 이빨 괴물로 변해."
친종의 눈언저리에 곧바로 물이 범람하기 시작하더니 근심에 싸였다. 그는 슬퍼하며 계란찜을 덥석덥석 먹었다. 마치 이를 뱃속에서 먼저 눌러 죽이려는 것 같았다.

오전에는 크게 덥지 않아서 롼쓰는 동쪽 숲을 달리며 산딸기를 따고 있었다. 친종이 그를 따라 썩은 잡초 속을 힘겹게 걸어갔다. 지면은 울퉁불퉁했고 쐐기풀로 울울창창해서 친종은 얼마 안 가서 팔이 붉어졌다. 롼쓰가 그를 몇 번 불어주었지만, 쏘인 곳은 여전히 따가웠고 점점 두드러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돌아가서 할머니한테 약 발라 달라고 하자."
롼쓰가 나무막대로 수풀을 때리자 도마뱀이 놀라서 도망갔다.
친종은 그의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기고, 손가락으로 붉은 곳을 누르며 말했다.
"간지럽기도 하고...... 좀 아프기도 하고."
"긁지 마."
롼쓰는 그의 하얗고 보드라운 팔뚝이 온통 불그스레해진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손잡아 줄게."
친종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의 종아리는 짧았고, 부러진 나뭇가지와 수풀을 넘기에는 다소 힘이 들었다. 롼쓰는 서둘러서 그를 이끌어 번쩍번쩍 뛰어넘어갔다. 뒤에 있던 친종이 부러진 나뭇가지에 걸려 그의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기며 풀더미로 넘어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롼쓰의 바지는 주루룩 무릎까지 끌어내려져 곰돌이 푸의 커다란 얼굴이 햇빛 아래 훤하게 드러났다. 그는 하마터면 넘어질 뻔하다가 재빨리 몸을 돌려 바지를 끌어올리고 부끄러움에 화를 내며 말했다.
"친종 동지! 내가 조직을 대표해 널 엄중하게 벌하겠다! 내 바지는 왜 잡아 당겨!"
그리곤 친종이 여전히 풀숲에 박혀 있는 걸 보고 재빨리 일으켜세웠다. 다행히 쐐기풀숲은 아니었다. 하지만 친종이 고개를 들자 눈물 방울이 탄알처럼 튀어 롼쓰를 허둥대게 만들었다.
"너 왜 울어."
롼쓰는 그의 얼굴을 닦아주고 먼지도 한 움큼 닦았다.
친종은 원래 입술을 오므리고 눈물을 흘렸지만 이번에는 소리를 내며 오열하기 시작했다.
"울지 마!"
롼쓰는 손을 번쩍 들어올리고 말했다.
"울면 안 닦아준다!"
"롼, 롼."
친종은 울면서 입안에 있던 이를 손에 뱉고는 그걸 보고 더 슬피 울며 말했다.
"나 이가 빠졌어."
그리고 뭔가 떠올라 딸꾹질을 하더니 눈물을 머금은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괴물은 안 자라겠다!"
"...... 정말 잘 됐구나."

나무막대를 받치고 한 손은 자꾸 땅으로 미끄러지려 하는 친종을 밀어올리느라 온 얼굴이 땀 투성이가 되었다.
"친종, 너 왜 이렇게 무거워?"
친종이 그의 목을 감싸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많이 먹어서."
롼쓰는 숨을 고르더니 갑자기 나무막대를 버리고 친종의 양 무릎을 받쳐들고는 단숨에 뜰로 뛰어들며 고함을 질렀다.
"할아버지! 살려주세요! 친종이 쏘였어요! 이
까지 빠졌어요!"
그는 뜰에 닿자마자 또 재빨리 몸을 돌려 뛰어나오더니 급하게 주변을 뛰어다니며 말했다.
"할아버지! 칠면조가 또 와서 사람을 쪼아요!"
그 커다란 칠면조는 늘어진 붉은 살을 흔들며 흉신처럼 날개를 펼치고 쫓아왔다. 롼쓰는 사람을 중심으로 주변을 미친듯이 돌았지만 이 닭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아아아악' 소리치며 쫓아다녔고, 친종도 덩달아 '아아아악' 소리를 질렀다. 롼쓰가 틈을 내어 질문했다.
"너는 왜 악악거려!"
친종은 그의 목을 팽팽하게 붙들고 위로 오르더니 흥분한 채로 말했다.
"저게 내 엉덩이를 쪼아먹어!"
이 닭귀신은 정말 영리해서 어른이 나오지 못한 틈만 골라 롼쓰를 쫓아 앞의 숲길까지 갔다. 롼쓰는 땀투성이었다. 만약 큰 수탉이라면 그는 무섭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이 칠면조는 살이 축 늘어지고 날개털은 새까만데다 매우 비대했다. 그를 따라잡기 위해 날듯이 달리며 깃털을 흔들며 기세등등한 것이다.
여러 차례 고개를 돌려 이를 본 친종은 그 과장된 흉포함에 놀라 요동치는 목소리로 혼란스럽게 말했다.
"저게 왜 우리를 쫓아와?"
"몰라!"
롼쓰는 말을 끝내지 못하고 다리를 접질러 온몸이 앞으로 튀어나가며 심하게 넘어졌다. 자갈길에 손바닥이 호되게 쓸렸다. 등에 낀 친종은 그를 깔고 넘어져서 다행히 아프지 않았다. 롼쓰가 손을 들어올려 손바닥의 피를 닦았다. 그는 벌컥 화가 나서 일어나 돌멩이를 골라 집고 자세를 잡아 소리쳤다.
"와라! 누가 무서워할 줄 알고! 덤벼!"
칠면조는 그에게서 몇 걸음 떨어진 곳으로 날아가 공중에서 부리로 쪼아댔다. 늘어진 살이 흔들리고 꼬리깃은 시위하듯 떨렸다.
친종은 본래 울어야 마땅했지만, 입을 벌리자 또 다른 이가 흔들리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 순간 현재 상황을 잊고 경악하면서 말했다.
"롼롼! 내 이가 또 흔들려!"
"이갈이 한다고 했잖아! 젖니는 다......"
롼쓰는 칠면조를 향해 돌을 던지며 큰 소리로 말했다.
"너 먼저 가!"
돌멩이에 놀라 튀어오른 칠면조는 날개를 활짝 펼치고 친종의 등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친종의 등을 몇 번 밟고는 그의 머리를 빌려 롼쓰를 향해 도약했다.
친종은 그대로 있었다.
"내 이......"
닭발에 밟힌 롼쓰는 즉시 고함을 질렀고 칠면조는 깃털을 흔들며 마구 날뛰었다.
롼쓰의 머리를 보호하던 팔이 여러 군데 쪼였다. 그는 몸을 웅크리고 칠면조의 발톱을 잡아당겼지만, 이 닭은 힘이 너무 세서 한사코 끌려오질 않았다. 잠시 후 친종은 머리에 닭털을 붙인 채, 완승을 거둔 칠면조가 자랑스럽게 가슴털을 흔들며 유유히 떠나는 것을 보았다.
롼쓰가 머리를 감싸안고 이를 악물고 말했다.
"...... 다 뽑히는 거야."

할머니가 친종에게 약을 발라주고, 점심으로 부드러운 것을 만들어 주었다. 배불리 먹으면 곧 낮잠을 자야 한다. 친종은 침대에 누워 뺨을 쓰다듬으며 이가 빠질까봐 걱정했다.
"괴물이 생기면 어떡해?"
친종이 말했다.
"우리는 칠면조도 못 이기는데."
"나한테 초능력 전자포가 있어."
롼쓰는 졸려서 정신이 없어 입에서 나오는 대로 대답했다.
"초쿨, 최강...... 너 울지 마."
친종은 그와 얼굴을 맞대고 말했다.
"칠면조가 쪼아서 아파?"
눈을 반쯤 뜬 롼쓰는 잠기운에 둔해져서 잠시 헤매다 대답했다.
"그럭저럭 괜찮아."
그는 손을 뻗어 친종의 어깨 위를 가볍게 쥐고, 지친 말투로 말했다.
"이런 느낌이야. 너 빨리 자."
친종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롼쓰는 몸을 굴려 베개에 얼굴을 반쯤 파묻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잠이 안 와?"
친종이 고개를 끄덕이자 롼쓰는 눈을 감은 채 잠시 몰두하다 말했다.
"좋아. 내가 너한테 이야기를 해줄게. 먼저 좋다고 말하고 그 다음부터는 듣기만 해."
그는 눈을 뜨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옛날에 신데렐라가 있었는데......"
"유리 구두를 갖고 있어." 친종이 곧바로 말했다.
롼쓰는 쯧, 혀를 차고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옛날에 어떤 기사가 있었는데, 그는 엄청 쿨했지만 엄청 외로웠어. 그는 혼자 살고, 술을 좋아했어. 하루는 누군가 그에게 마왕이 세계를 멸망시키려 한다고 얘기했는데......"
"그가 세계를 구하러 갔다고?"
친종이 물었다.
"아니."
롼쓰는 베개에 얼굴을 비벼댔다.
"그는 마왕이 더 멋있다고 생각해서 마왕을 찾아 같이 세계를 멸망시키려고 했어."
친종의 놀란 표정을 보고 롼쓰는 말없이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그가 너무 쿨해서 아무도 같이 가려는 사람이 없었어......"
"쿨한데 왜 아무도 같이 안 가?"
친종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
롼쓰는 약간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왜냐 하면 쿨한 사람은...... 음...... 자유를 좋아하는데, 그와 함께 자유를 찾으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거든."
"그럼 마왕을 찾으러 가지 않았어?"
친종은 더욱 의아해졌다.
"아!"
롼쓰는 머리를 감싸안고 세게 문지르며, 작은 담요를 끌어당겨 친종의 머리에 뒤집어씌우고 짜증스럽게 말했다.
"무슨 질문이 이렇게 많아! 그냥 자!"
한참 후 친종은 조용하게 말했다.
"그는 마왕을 찾았어?"
"응."
롼쓰는 다리를 친종의 배 위에 얹고 잠들기 직전이었는데, 친종이 듣더니 또 물었다.
"그는 마왕을 찾아서 싸울 거야?"
"안 싸워."
롼쓰가 웅얼거렸다.
"롼......"
"뭐!"
롼쓰는 화가 나서 말했다.
"...... 너 다리로 나를 너무 꽉 눌렀어."
친종은 조심스럽게 팔을 펼치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나 숨을 못 쉬겠어."
롼쓰는 다리를 접고 굴러서 그에게 등을 보이고 잠들었다.

낮잠을 달게 자고 일어나면 잠깐 멍해 있기 마련이다. 롼쓰가 깨어났을 때는 더워 죽을 것 같았다. 그의 등은 거의 전부 푹 젖어있었다. 친종은 다리 하나로 그의 팔을 눌러서 발가락을 그의 얼굴에 붙이고 있었다. 돌아봤더니 그 스스로 시곗바늘 방향으로 돌아서 베개도 빠뜨리고 있는 걸 발견했다. 그는 친종의 다리를 밀어 젖히고 몸을 돌려 베개를 건져낸 뒤 엎드린 채 햇빛이 드는 유리 쪽으로 등을 보였다.
친종을 보니 꿈에서도 이를 걱정하며 잠을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하여 자세도 별로 변하지 않았다.
친종의 엄마는 슈신(舒馨)이라고 하는데, 좀 유명한 성악가로 아주 아름다웠다. 롼쓰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슈싱의 인상은 손이었다. 피아노를 치는 가늘고 길고 하얀 손.
친종의 손은......
롼쓰는 손을 뻗어 친종의 손가락을 살짝 건드려봤는데 아니나다를까 매우 부드러웠다. 이 두 손도 피아노를 친다고 하니 앞으로 그의 엄마처럼 예뻐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자아이라 조금은 거칠 수도 있다.
롼쓰는 또 자신의 손을 보았다.
"보기 좋아."
친종이 갑자기 소리를 내서 롼쓰는 깜짝 놀라 손을 늘어뜨렸다.
"왜 진작 소리 안 냈어!"
친종은 아직 정신이 흐릿해 햇빛에 쬐이는 얼굴을 반쯤 가리고 머리만 비켜 피한 뒤 말했다.
"넌 뭐하고 있어."
롼쓰는 침대 시트를 몇 번 파며 말했다.
"수영."
갑자기 친종이 벌떡 일어나 굳은 얼굴로 롼쓰를 향해 엎드려서 이를 보였다.
"빠졌어? 아직 있어?"
롼쓰는 열심히 쳐다보고 말했다.
"아니...... 잠깐만, 또 하나가 없어졌다."
"진짜?!"
친종은 목구멍과 배를 만져보고는 어리둥절하게 말했다.
"먹어버렸다."
"나한테 맡겨."
롼쓰가 비장하게 그의 어깨를 툭 쳤다.
"두려워하지 말게, 동지. 나의 초능력 전자포로 그것을 소멸시키겠다. 괴물이 자라려면 아직 몇 분 남았는데 뭔가 하고싶은 말이라도 있나?"
친종은 그의 비장한 표정에 겁을 먹고 잠시 머리를 싸매더니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계란찜 한 그릇 더 먹고 싶어."

 

 

 

 

 

 

양치하면서 부르는 노래는 원래 아래 CM송이었는데

옹알이를 한국어로 살릴 방법을 찾지 못해 거의 자작곡이 되어버렸습니다.^^

youtu.be/sSy4C29Bb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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