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24. 22:10ㆍ완결/《연자软刺》唐酒卿,2017

노래하다
"만족시켜드리죠." 몸을 일으킨 롼쓰는 친종에게 달려들어 몸 위를 덮쳤다. "어떠냐!"
"크악." 친종은 누운 채로 압박을 당해 기침을 했다. "젠장, 이건 곰이 안아주는 거잖아."
"곰 아니고 돈도 필요 없어." 롼쓰는 팔뚝으로 단단히 끌어안았다. "너 몇 살이야?"
"아직 미성년이야." 친종은 단단히 끌어안겼다. "아직 아기라고...... 아오, 너 이렇게 안는 게 어딨어!"
"쫑 아가를 귀여워해주는 거야." 롼쓰가 물엇다. "안아주니까 편하지 않아?"
"빨리 일어나." 친종은 고개를 들고 숨을 내쉬었다. "목 졸려 죽겠어."
롼쓰는 나지막하게 웃었다. "신에게 부탁하는 건 쉬워도 돌려보내기는 어려운 법, 네가 말만 하면 일어날까? 이몸은 그렇게는 못 해."
고개를 든 친종이 그의 귓가에서 숨을 헐떡였다. 소리는 마치 비오는 밤처럼 어두컴컴하고 불분명한 가운데 모호하게 귀로 휘감겨들어 그의 가슴을 질퍽하게 핥아 어지럽혔다.
"그게 뭐야." 친종이 낮게 말했다. "직남은 이렇게 안 해."
"아," 이 말을 들은 롼쓰는 갑자기 머리가 굳더니 혀까지 굳어서 희미하게 답하는 수밖에 없었다. "응."
"롼롼." 친종은 잠시 멈칫했다. "너 날 찌르고 있어."
크악.
크악!
롼쓰는 벌떡 일어나 얇은 담요를 아래로 미끄러뜨렸다. 두 사람은 앉아서 서로 마주보았다. 공기는 덥고 건조했고, 끈적끈적하게 흐르는 땀이 티셔츠에 닿고 있었다. 호흡의 빈도는 마치 같은 채널에 있는 것 같았다. 친종은 강하게 끌어안기는 바람에 숨을 헐떡였고 롼쓰는 자신도 알수 없는 이유로 헐떡였다. 그는 등뼈에서 솟구치는 저릿함이 온몸 구석구석에 퍼지는 것 같아 손가락조차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
조금 비정상적이다.
제기랄 비정상일 건 또 뭐야.
그는 생각했다.
총을 닦다 오발할 수도 있지, 뭐가 문제인가?
"너," 친종은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 기침을 했다. "손을 안 댄지 너무 오래 된 거 아니야?"
롼쓰는 머리카락을 쥐었다. "꽤 오래 되긴 했는데......"
"그럼 좀 해." 친종은 몸을 돌렸다. "직접 훑어서 끝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롼쓰는 그의 뒤쪽에 쓰러져 담요를 끌고 와서 허리의 절반을 덮었다. "잠이나 자."
두 사람은 등을 맞대고 있었다. 롼쓰는 친종이 도대체 잠든건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그는 눈을 흐리멍텅하게 뜬 채로 줄곧 멍해있다 새벽이 돼서야 정신을 잃었다. 잠자리가 불편할 때는 현실의 빛과 그림자가 번잡한 꿈자리와 겹쳐져 뒤얽히곤 한다. 반쯤은 뜬눈으로 초조했던 롼쓰는 현기증이 나는 것 같았다. 가장자리의 친종은 몸을 옆으로 누운 자세로 줄곧 움직이지 않았다. 롼쓰는 몇 번이나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자신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없었다. 마당의 수탉이 울기 시작하자 그제야 친종이 몸을 일으키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날이 아직 일러서 반쯤 걷힌 커튼에 짙은 남색의 아침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롼쓰는 실눈을 뜨고 친종이 침대 옆에 서서 자신을 등진 채 티셔츠를 벗는 것을 보았다. 탄탄하고 단정한 등이 흐릿한 시야에 펼쳐졌다. 몸을 굽혔을 때는 허리 라인이 매우 훌륭했고 팔뚝의 곡선과 잘 어울려 힘이 느껴졌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젊은 남성의 몸이다.
"무슨 생각으로 훔쳐보는거야." 친종이 고개를 돌렸다. "보기 좋아?"
"이건 정정당당하게 보는 거야." 롼쓰는 손을 들어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이른 아침부터 뭐하냐."
"옷 입어." 친종은 깨끗한 티셔츠를 입고 몸을 돌려 침대 머리맡에 놓인 밀짚모자를 집어들고 롼쓰에게 말했다. "넌 좀 더 자. 할머니가 아직 안 일어나셨어."
"그래, 너 혼자 놀러 가." 롼쓰는 하품을 하고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가라."
친종이 집을 나서자 졸린 얼굴이던 사람이 날렵하게 일어나 앉더니, 얇은 담요를 열어젖혀 보곤 다시 풀썩 쓰러졌고, 약간 믿기지 않는 듯 천장을 바라보며 잠시 멍하게 있었다. 그리고 그는 정말로 손을 아래로 내밀어 번민으로 이를 갈며 자력갱생하였다.
롼쓰가 일어났을 때 친종은 이미 외출한 뒤였다. 그는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강아지풀을 입에 물고 섬돌 위에 쪼그려 앉았다. 롼셩리가 뒤에서 그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여기서 뭐한다고 한숨쉬고 있어?" 롼셩리가 물었다.
"할아버지는 몰라요." 롼쓰는 고개를 돌리고 손짓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그, 쇠파이프 아세요? 아주 곧은 그런 거, 그게 왜 갑자기 조금 구부러졌는지...... 난 이미 여자친구도 만들어봤는데...... 이게 무슨 일이에요?"
"네 말이 아주 뒤죽박죽이구나." 롼셩리는 눈썹을 찌푸렸다. "무슨 일인지 말해봐, 쇠파이프는 뭐고 여자친구는 뭐냐."
"그러니까 할아버진 모른다고요." 롼쓰는 이를 갈아 풀의 껍질을 벗겼다. "저도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해보는 중이에요."
"너 여자친구를 만들다니," 롼셩리도 쪼그려 앉았다. "언제 여자친구를 만들었니?"
"꽤 됐어요." 롼쓰는 지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가 시간이 어딨어서? 네 아빠는 네가 요새 공부하느라 바쁘다고 하던걸?" 롼셩리는 섬돌에 앉아 담뱃대를 툭툭 털었다. "네 엄마도 알고 있니?"
"할아버지." 롼쓰는 풀의 심지를 따버렸다. "이 슬픈 일에 대해선 말할 것도 없어요. 우리 쇠파이프에 대해 토론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오늘은 쫑즈가 일찍 나간 거 같더구나." 롼셩리가 되물었다. "둘이 싸웠어?"
"아니요." 롼쓰가 말했다. "제가 걔랑 어떻게 싸워요."
"그에게 양보하는 거냐?" 롼셩리는 곁눈질을 했다. "드디어 좀 형다워졌구나."
"항상 그랬는걸요." 롼쓰는 한숨을 쉬었다. "난 걔랑 싸울 수 없어요...... 우리 둘이 입씨름 할 게 뭐가 있겠어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그래요. 걔의 그 성질, 비록 지금은 내향적이고 시크하게 굴지만 말다툼하기 시작하면 물살이 용왕사를 날려보낼 지경인데 나랑 어떻게 싸움을 일으킬 수 있겠어요. 아니, 우리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죠? 걱정 마세요. 괜찮아요."
"그럼 너는 쪼그려 앉아서 무슨 한숨을 쉬고 있었어?" 롼셩리가 말했다. "네 할머니가 창가에서 한참을 보면서 걱정했단다."
"아니에요." 롼쓰는 창문 넘어 할머니에게 손을 흔들며 읊조렸다. "쇠파이프 생각하는 거예요......"
이 몸의 쇠파이프는 곧다.
이 말은 지금 듣기에 조금 헛소리 같다.
롼쓰는 날이 점차 뜨거워지는 것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떠도 참지 못할 정도로 눈이 부시자 그냥 일어나서 창문을 두드렸다. 노부인이 또 안에서 디스코 음악을 스피커로 켜두어서 롼쓰는 창문을 열고 소리를 질렀다. "할머니! 점심으로 산뜻한 냉채 먹어요. 제가 채소를 따올테니까 녹두탕 좀 더 끓여주세요."
노부인은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 돋보기안경을 끼고 바느질을 하면서도 뜻밖에 롼쓰가 하는 말을 말끔히 알아들었다. "어, 그래그래."
롼쓰는 고개를 들어 해를 한 번 보더니 말했다. "전 그리고 애 더위 먹지 않게 수박이랑 얼음물을 챙겨야겠어요. "
점심 때 할머니는 친종을 위한 냉채 두 종류를 싸주었다. 하나는 쪽파와 두부를 버무린 것이었고 하나는 연근무침이었다. 쪽파두부냉채는 청량감이 뛰어났고, 연근 무침은 한번 확실히 말해둘 필요가 있다. 홍고추는 중량을 보좌하며 '매운맛'을 조절하는 역할을 했고, 연근은 시원하고 아삭아삭하며 약간의 단맛이 있어, 산초의 알싸함과 홍고추의 화끈거리는 매운맛을 강조해 혀끝에 묵직한 얼얼함과 함께 충만한 개운함을 가져다 주었다. 무더운 날씨에는 점심 때가 가장 힘들기에 '매운 맛'으로 입맛을 돋우고 '시원함'으로 달래주어 등의 땀방울과 더불어 혀끝에 군침이 한바탕 돌아 즉시 사람의 식욕을 자극해 밥을 팍팍 먹게 만들었다. 식후에는 시원한 녹두탕을 가볍게 마시거나 달콤하고 맛있는 수박을 먹어 여름날의 시원한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친종은 한 통 꽉 채운 흰쌀밥을 먹고 냉채도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이마엔 땀이 밴 채 나무 그늘 아래서 온 몸이 개운했고 힘이 회복되는 기분이었다.
롼쓰는 수박 한 덩이를 찍어 입에 넣고 시원하고 달콤하게 목구멍으로 미끄러뜨리며 말했다. "뜰이 이렇게 넓은데 언제까지 너 혼자 해야 해? 토마토가 이렇게 많은데."
"사람이 차례로 올 거야." 친종은 덩굴을 짜서 만든 커다란 바구니를 끌어내려 롼스에게 보여주었다. "비주얼 좋지."
"이렇게 줄줄이 서있는 걸." 롼쓰는 시야를 크게 해서 보았다. "확실히 열매는 실하네. 오늘 전부 따야 해?"
"다 못 딸 것 같아." 친종이 말했다. "이 집 할아버지랑 상의해서 내일 오후까지 끝내기로 했어."
"그래." 롼쓰는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네 견문을 넓혀주기 위해 형의 기술을 보여주겠어."
"아," 친종은 롼쓰를 배알했다. "오늘은 토마토의 어린왕자님이시군요."
"꺼져." 롼쓰는 찬합을 닫았다. "가자, 같이 해."
이런 키작은 식물을 수확하는 것은 매우 번거롭다. 키가 작은 사람은 허리를 굽혀야 하고, 키가 큰 사람은 쪼그리고 앉아 조금씩 따야 했다. 따는 방법도 아주 중요했다. 예쁘게 따고 싶다면 가위를 써야 했다. 장시간 쪼그리고 앉아있으면 다리가 저렸고 머리 위로는 바로 태양이었다. 더위에 푹 찌다보면 더위를 먹기 쉬워 햇볕에 눈이 가물가물하고 머리가 무거워지며 다리는 휘청이게 된다.
롼쓰는 개가 더위를 타는 것처럼 거의 혀를 내밀 뻔했다. 등 뒤는 타는 듯한 감각으로 화끈거렸고 , 반복되는 움직임은 사람을 쓰러져 잠들고 싶게 만들었다.
두 사람은 같은 길에 쪼그리고 앉아 등을 맞대고 땄다. 큰 바구니는 천천히 옮겨졌고, 안에 담긴 토마토는 점점 높이 쌓여갔다.
"정신 차리게 뭔가 자극적인 말 좀 해봐." 롼쓰는 머리를 흔들었다. "곧 여기 쓰러져서 잠들어버리고 말거야."
"자극적?" 친종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경력 4년 봄, 등자경은 유배되어 파릉군의 태수가 되었다. 이듬해①......"
롼쓰 : "......"
"집어치워." 롼쓰는 땀을 닦았다. "노래나 해봐."
"②난 살짝 한 입 맛보았어 날 사랑한다는 너의 말, 네가 주었던 부드러움을 아직도 음미하고 있어. 난......"
친종은 날아가는 리듬을 따라 날아가는 음으로 태양 아래서 한껏 노래했다. 목소리는 나쁘지 않았지만, 한 마디로 설명하기 힘들었다.
한 마디로 설명하기 아주 힘들었다.
롼쓰는 욕을 하고 싶기도, 웃고 싶기도 했다. 땅바닥에 쪼그려앉은 채 한참 동안 머리를 파묻고 있더니 참지 못하고 어깨를 덜덜 떨었다.
"그냥 담기나 하면 안 돼?" 친종은 별수없이 토마토를 바구니 안으로 집어던졌다. "감히 또 그래 봐?"
"크학." 롼쓰는 웃으면서 말했다 ."네 체면을 위해 내가 이렇게나 오래 참았어."
"노래는 개뿔을 불러." 친종은 '싹둑' 가위질을 했다. "부르긴 뭘 부르냐고."
"솔직히 말해서, 독보적인 스타일이야." 롼쓰가 말했다.
친종은 맘이 누그러진 듯 고개를 돌렸다——
"독보적으로 듣기 힘들어." 롼쓰는 토마토 하나를 닦아 한 입 베어물었다. "네 길치 만큼이나 무적이야."
친종 : "......"
"난 좀 울어야겠어." 분노한 친종은 토마토를 바구니 안으로 집어던졌다.
롼쓰는 쪼그려앉은 채 방자하게 깔깔 웃었다.
"색소폰을 부는 건 독보적으로 좋아." 롼쓰가 말했다. "색소폰이 이미 점령해버려서 입을 더 사용할 방법이 없으니까. 피아노를 연주하면 누군가 친선생에게 노래를 청할 수도 있거든. 그럼 난 무대 아래서 웃겨 죽고 말거야."
"어찌됐든." 친종은 몸을 돌려 바구니를 잡아끌었다. "난 노래 부르는 게 좋아. 노래를 부르면 즐거우니까!"
롼쓰는 머리에 땀을 흘려가며 웃었다.
"불러." 그가 말했다. "지금 당장 불러, 난 북을 몇 번 칠지도 계산해뒀어."
친종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응시하였다. "호랑이 두 마리, 호랑이 두 마리, 빠르게 달리네 빠르게 달리네, 한 마리는 귀가 없고......"*
롼쓰는 이미 웃느라 고개를 숙인 채 앞을 똑바로 볼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친종 : "......"
작가의 말 :
① : 《악양루기(岳阳楼记)》 범중엄
② : 《Sweet(甜甜的)》 주걸륜
*친종이 마지막에 부른 동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