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야 제2장 / 양, 아, 치, 들

2021. 1. 9. 02:51진행중/《살야撒野》巫哲,2017

제2장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장청은 갑자기 이 호칭이 이상하다고 느꼈고, 생각은 이상하게 중단되었다. 무슨 말인지 순식간에 기억나지 않게 되었다.

  10년이 넘은 그의 삶에서 그의 부모와 가족은 하나 뿐이었다. 관계가 좋든 나쁘든 그의 어머니는 션이칭(沈一清)이라는 여자이며, 아버지는 장웨이(蒋渭)라는 남자, 결코 친하지 않은 남동생...... 지금은 느닷없이 한 세트가 추가되었다. 리바오궈와...... 그가 이미 잊어버린 몇 개의 이름들.

  정말 힘을 쥐어짜기 힘들다.

  그와 그의 가족과의 관계는 확실히 매우 긴장되어 있었다. 부모든 동생이든 닿기만 하면 화가 났고, 화가 나면 폭발했다. 그는 거의 1년 동안 동생과 말을 하지 않았다. 언제나 침착하고 자제적인 어머니조차도 각종 옳지 못한 행동을 보였다.

  하지만 이 상태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계속 이어지며 집에 가고 싶지 않고, 부모님을 보고 싶지 않고, 또 부모님과 판박이 같은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더라도...... 이 순간이 소원이 성취되듯 그의 눈앞에 다가왔을 때는 오히려 사람 전체가 멍해졌다.

  멍하다.

  매우 멍하다.

  어머니가 '너에게 알려줄 것이 있다'고 말한 순간부터 몇 달간의 냉전과 수속 과정은 모든 것이 회복 할 수없는 꿈과 같았다.

  대부분의 경우 그는 너무 많이 괴롭지 않았고 많은 고통을 겪지 않았다.

  단지 멍할 뿐이다.

 

  "추워?" 리바오궈가 돌아서서 몇 번 기침을 하고 물었다. "원래 살던 곳보다 더 추우냐?"

  "네." 장청이 마스크 속에서 대답했다.

  "집에 돌아가면 따뜻할 거다." 리바오궈가 말하고는 큰 소리로 기침을 하면서 그의 얼굴에 침방울을 튀겼다. "네가 쓸 방 한 칸을 따로 치워뒀단다."

  "감사합니다." 장청은 손을 들어 마스크를 끌어올리며 대답했다.

  "아버지한테 고마울 게 뭐 있어?" 리바오궈는 기침을 하는 한 편 웃으면서 등을 몇 번 두드렸다. "아버지한테는 고맙다는 말 하는 거 아니야!"

  장청이 반응하지 않자 손바닥으로 몇 차례 더 강하게 쳤다. 장청은 차가운 숨을 들이쉬고 기침을 하고 싶어졌고, 리바오궈의 기침을 들으니 더 기침을 하고 싶었다. 그가 몇 번 더 때리자 그는 곧바로 몸을 굽히고 미친듯이 기침을 해 하마터면 눈물이 나올 뻔했다.

  "넌 몸이 별로 좋지 않구나," 리바오궈가 그를 쳐다보았다. "운동을 해야겠다. 내가 네 나이 땐 곰처럼 강했어."

  장청은 아무 말 없이 허리를 굽힌 채 팔을 뻗어 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리바오궈는 즐거워하며 웃었다. "단련하라! 내가 앞으로 네 뒤를 봐 주마!"

  장청은 몸을 일으키고 그를 쳐다보았다.

  "가자." 리바오궈가 또 손바닥으로 그를 때렸다.

  "건드리지 마세요." 장청이 눈썹을 찌푸렸다.

  "응?" 리바오궈는 깜짝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뭐?"

  장청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마스크를 아래로 내렸다. "내 등 치지 말라고요."

 

  리바오궈의 집은 낡은 골목길에 있었다. 길 양쪽으로는 생활감 가득한 각종 음식, 의복, 일용품 등 작은 상점이 늘어서 있고 상점 위로는낮은 주거용 건물이 있었다.

  장청은 고개를 들어 각종 전선이 엉켜있는 것을 쳐다보며 주위를 둘러 보았는데, 외벽은 색이 바랜 건지 어두워서인지 본래 색을 알 수 없었다.

  그는 가슴속에 알 수 없는 맛이 가득한 채로 리바오궈를 따라 복도로 들어가 잡화와 야채 더미를 지나서 1층의 가장 안쪽 문 앞까지 걸어갔다.

  "상태가 예전만큼 좋지 않아." 리바오궈가 문을 열면서 말했다. "하지만 내 것이 곧 네 것이란다!"

  "내 것은 네 것!" 리바오궈가 문을 열고 고개를 돌려 그의 어깨를 두드려댔다. "네 것은 내 것! 이게 바로 친부자지."

  "건드리지 말라고 했어요." 장청은 조금 짜증이 나서 말했다.

  "이야," 리바오궈가 집에 들어가서 불을 켰다. "정말 버릇없다. 어른한테 이런 식으로 얘기하다니. 내가 말해 두는데 네 형이랑 누나는 이런 식으로 나에게 편하게 굴지 않는다. 너도 줄곧 집에서 자랐다면 내가 진작 때려가며 가르쳤을텐데...... 자, 너는 이 방에서 자라...... 이 방은 원래 네 형이 쓰다가......"

 

  장청은 리바오궈가 말하는 것을 듣지 않고 트렁크를 방으로 끌고 들어갔다. 이 집은 방이 두 개인 집이다. 이 대가족이 과거에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청소했다는 이 방은...... 제대로 청소하지 않았을 것이다. 눈 없이 코만 사용해도 판단할 수 있을 만큼 먼지 냄새에다 약간의 곰팡이 냄새가 섞여 있었다.

  낡은 옷장 하나, 책상 하나, 선반 하나, 이층 침대 하나. 위층은 잡동사니가 쌓여 있었지만 아래 침대는 청소했고 시트와 이불은 모두 새로 바꾼 것이었다.

  "물건은 뒀다가 내일 정리해." 리바오궈가 말했다. "우리 친부자는 먼저 몇 잔 마셔야지."

  "뭘 마셔요?" 장청은 멍해져서 휴대전화를 흘끗 쳐다보았다. 거의 10시가 다 되었다.

  "술이지," 리바오궈는 그를 바라보았다. "10년 넘게 본 적이 없다. 그러니 어찌 우리가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있겠냐!"

  "...... 됐어요." 장청은 약간 말문이 막혔다. "마시고 싶지 않아요."

  리바오궈는 눈을 한 바퀴 크게 뜨고 3초 정도 노려 보더니 다시 눈을 줄여 웃으며 말했다. "안 마셔본 건 아니지? 고등학교 다니면서......"

  "마시고 싶지 않다고요." 장청이 그의 말을 끊었다. "자고 싶어요."

  "잔다고?" 그는 몸을 돌려 나가더니 또 다시 돌아와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그래 넌, 자라, 자거라."

 

  장청은 방의 문을 닫고 거의 5분 동안 서있다가 옷장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얼굴을 향해 돌진하는 나프탈렌 냄새에 멍해졌다. 문 두 개짜리 옷장 안에는 이불, 담요, 낡은 솜옷, 그리고 가장자리 마감이 좋지 않아 프린지 상태인 수건이 가득 차 있었다.

  이 느낌은 설명하기 어려웠다. 장청은 현재 떠난지 몇 시간 밖에 안된 집과 가족이 그립지 않다고 확신했지만, 진심으로 미친듯이 자신의 방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그는 트렁크에 든 옷을 아무렇게나 몇 벌 꺼내 옷장에 걸고 나머지는 트렁크에 넣어둔 채 옷장 아래에 쑤셔넣었다. 또 향수 한 병을 꺼내서 옷장에 열 번을 뿌리고 나서야 옷장 문을 닫고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휴대전화가 울려 살펴 보니 '엄마'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전화를 받았다.

  "도착했니?" 저편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장청이 대답했다.

  "이 집 만큼 조건이 좋지 않지." 어머니가 말했다.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필요할 거야."

  "필요 없어요." 장청이 말했다.

  어머니는 잠시 멈칫했다. "샤오청, 나는 아직도 네가 그런 생각을 하지 않길 바라는데......"

  "생각 안 해요." 장청이 말했다.

  "지난 십여 년 동안 집에서 널 나쁘게 대하지 않았다. 네 아빠와 나는 네가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너에게 한 번도 알려주지 않았잖니?" 어머니의 목소리는 습관적인 단호함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알고 있잖아요." 장청은 말했다. "게다가 이미 쫓겨났고요."

  "너 잊지 마, 새해를 맞았을 때 아버지는 너에게 화가 나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걸! 아직 퇴원도 못 하셨어!" 어머니는 목소리를 높였다.

  장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폐렴으로 입원한 것이 자신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후에 어머니가 한 다른 말들은, 그는 신기하게 전혀 듣지 못했다. 이것은 그의 능력이었다. 그가 듣고 싶지 않은 것은 정말로 그의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머니의 엄격하고 공허한 비난과 그가 전적으로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는 의사 소통 방법은 그를 붕괴시키는 기폭장치였다.

  그는 듣고 싶지 않았고, 그를 불편하게 만드는 이 이상한 환경에서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았다.

  전화가 끊겼을 때, 그는 이미 이전에 무슨 얘길 했는지, 어머니는 무슨 말을 했고 자신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할 수 없었다.

 

  샤워를 하고 싶어진 장청이 일어나 문을 열고 거실을 들여다보니 아무도 없었다.

  그는 목청을 가다듬고 몇 번 기침을 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당신...... 있습니까?" 그는 거실로 걸어 들어갔다. 리바오궈를 뭐라고 불러야할지 정말 알 수 없었다.

  이 집은 매우 작아서 침실과 부엌, 화장실의 모든 문을 거실에서 볼 수 있었다. 리바 오궈는 집에 없었다.

  마작 하러 갔겠지. 길목에서 사람을 마중하기 전에도 틈을 내서 몇 번 쳐야하는 사람.

  "자아——마작하자——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 장청은 노래를 부르며 화장실 문을 열었다. "자아——샤워하자——어차피......"

  화장실에 온수기가 없다.

  "어차피......" 그는 계속 노래하며 화장실에 연결된 부엌을 뒤돌아 보았다. 온수기는 보이지 않고 수도꼭지에 있는 전기 히터만 보였다. "어차피......"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못하고 집안을 두 바퀴 돌아 온수기가 없는 것을 확신한 후 그는 당황스럽고 답답해서 수도꼭지를 내리쳤다. "시발."

  그는 하루 동안 밖에서 어슬렁거린 뒤 샤워를 하지 않고는 잠을 잘 수 없었다.

  결국 그는 방으로 돌아가 트렁크에서 접이식 물통을 꺼내 속옷 바람으로 물통에 물을 받아서 화장실에 들어가 들락날락, 반은 씻고 반은 닦아가며 샤워를 했다.

  그가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바퀴벌레 한 마리가 그의 발 근처를 지나갔다. 그는 피하려고 튀어올랐다가 하마터면 문에 부딪힐 뻔했다.

 

  방으로 돌아와 전등을 끄고 억지로 잠을 청하려 했을 때 장청은 방에 커튼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창 밖이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유리가 너무 더러워서였다.

  그는 이불을 끌어 덮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또 이불을 당겨 냄새를 맡았고, 깨끗하다는 것을 확인한 후 안도의 한숨을 쉬려 했는데 이미 한숨조차 쉴 기분이 아니었다.

  30분 정도 눈을 감고 있었지만 눈이 시큰거리고 잠도 오지 않았다. 앉아서 담배를 피우려고 하자 마침 휴대전화가 울렸다.

  확인해보니 판즈(潘智)의 메시지였다.

  -미친, 너 갔어? 지금 어떤 상황이야?

  장청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판즈의 번호로 전화를 걸고는 담배를 물고 창가로 걸어가 창문을 열려고 했다.

  창문은 먼지와 녹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판즈가 전화를 받을 때까지 한참을 애썼지만 창문은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았다.

  "청?" 판즈는 도둑처럼 목소리를 죽였다.

  "젠장." 장청은 손가락이 뭔지 모를 것에 찔리자 얼굴을 찌푸리며 욕을 내뱉고 창문 열기를 포기했다.

  "넌 상황이 어때?" 판즈는 여전히 목소리를 억누르고 있었다. "오늘 위신이 네가 떠났다고 하던데? 떠날 때 알려준다고 했잖아, 내가 너한테 들려 보낼 물건을 한 무더기 샀는데!"

  "나한테 보내줘." 장청은 외투를 입고 담배를 문 채 거실로 나가 현관문을 열고 한 발짝 내딛다가 열쇠가 없다는 것이 떠올라 돌아와서 거실 창문을 열었다.

  마음속 초조함이 폭풍과 같아서, 한 푼이라도 더 있으면 분노의 군가를 부를 수 있었다.

 

  "이미 가버렸어?" 판즈가 물었다.

  "응." 장청은 창틀에 기대어 어두운 바깥 거리를 바라보았다.

  "어때? 그 친아버지는 어때?" 판즈가 또 물었다.

  "너 할 짓이 없냐?" 장청이 말했다. "지금은 말하고 싶지 않아."

  "참나, 내가 널 내보낸 것도 아니고," 판즈가 쯧 소리를 냈다. "나한테 무슨 화풀이야. 애초에 너희 어머니가 '입양인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했을 때 전혀 망설이지 않아놓고 지금은 불쾌하냐!"

  "망설이지 않은 것과 불쾌한 것은 상충하지 않아." 장청은 연기를 내뿜었다.

  바깥의 텅빈 도로에 갑자기 작고 여윈 사람이 튀어나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놀라운 속도로 지나갔다.

  장청은 멍해졌다. 아까의 구먀오라는 어린 소녀가 생각났다. 이 낡은 도시에는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들이 꽤 많다.

  "내가 갈까?" 판즈가 갑자기 말했다.

  "음?" 장청은 반응하지 않았다.

  "너 보러 간다고 말했어." 판즈가 말했다. "며칠 후면 개학이잖아, 너한테 내가 산 물건도 줄 겸 갈게."

  "됐어." 장청이 말했다.

  "나한테 고집 부리지 마. 이 일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어. 지금은 내가 너한테 온기를 줄 수 있어." 판즈는 한숨을 쉬었다. "내가 가서 위로해줄게."

 

  "어떻게 위로하게," 장청이 말했다. "입으로 해주게?"

  "이 미친 놈의 장청, 너 체면 좀 챙길 수 없겠니!" 판즈가 목소리를 높였다.

  "네가 이렇게 열정적으로 천리길 배달을 온다는데 내가 체면 차릴 필요가 뭐 있어? 서둘러서 너한테 협조해야지." 장청은 담배 꽁초를 들고 집 안을 몇 바퀴 돌아 담뱃재가 잔뜩 덮인 팔보죽 단지를 발견했다. 그는 그것을 열어보기도 전에 내용물의 묵은 담배 냄새에 하마터면 토할 뻔했다.

  장청은 담배 꽁초를 던져 넣고 뚜껑을 닫았다. 이 순간 그는 평생 담배를 피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낯설고 기분 나쁜 환경, 낯설고 기분 나쁜 '친족'.

  장청은 원래 이런 상황에서 불면증에 시달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침대에 눕자 그전까지 잠을 이룰 수 없었던 고통이 사라졌고 의외로 졸리다는 것을 깨달았다. 졸린 것 뿐만 아니라 졸리고 피곤한 정도가 보름동안 철야하며 집중 복습 한 이후의 느낌이었다.

  정말 갑작스럽다.

  눈을 감은 후 의식을 잃은 듯이 잠이 들었다.

  밤새도록 꿈도 꾸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첫 번째 느낌은 온몸이 시큰시큰 쑤시고 아픈 것이었다. 일어나서 침대에서 내려오자 장청은 자신의 정체가 사실은 부두에서 큰 짐을 싣는 노동자이고 아직 일주일도 일하지 않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휴대전화로 시간을 확인해보니 이제 막 8시가 넘어 꽤 이른 시간이었다.

  그가 옷을 입고 방을 나서니 집 안의 모든 것이 어제 밤과 동일하게 유지되어 있었다. 다른 방의 빈 침대도 그대로였다.

  리바오궈는 밤새도록 돌아오지 않았는가?

  장청은 눈살을 찌푸렸다. 세수를 하고나니 조금 미안했다. 어제 자신의 태도는 별로 좋지 않았다. 리바오궈는 그를 끌고 술을 마시려 했을 뿐 악의가 있는 것이 아니었고, 그저 습관이 다른 셈인데 퉁명스럽게 거절했다. 이것 때문에 밤새 돌아오지 못한 건 아닐까?

  그는 망설이다가 휴대전화를 꺼내 리바오궈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 밤에 같이 술은 마시지 않았지만 같이 아침식사를 하는 것은 괜찮았다.

  전화를 거는 순간 문 밖에서 열쇠 소리가 들리고 잠금장치도 따라서 울리더니 족히 이삼십 초가 지나서야 문이 열렸다.

  리바오궈는 차가운 공기를 머금은 채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어두웠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일어났어?" 리바오궈가 그를 보고 큰 소리로 말했다. "일찍 일어났구나. 잠은 잘 잤니?"

  "...... 그럭저럭이요." 장청은 대답과 동시에 그의 몸에서 나는 짙은 담배 냄새를 맡았다. 설명할 수없는 불쾌한 냄새는 마치 예전에 타던 빨간색과 초록색 열차에서 맡던 냄새와 같았다.

  "아침은 먹었어?" 리바오궈가 외투를 벗어서 텉ㄹ어대니 냄새가 더 강해져서 작은 거실은 이상한 냄새로 가득 찼다.

  "아니요." 장청이 말했다. "아니면 우리......"

  "나가면 아침식사를 팔고 있다. 꽤 많으니까 가서 먹어." 리바오궈가 말했다. "난 졸려 죽겠다. 정오까지 잘테니까 너 혼자서 먹어."

  장청은 그가 다른 방에 들어가 아무것도 벗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는 것을 보고 조금 할말을 잃고 물었다. "어젯 밤에...... 뭐 하러 가셨어요?"

  "마작, 손맛이 나빴는데 어제는 괜찮았어! 네놈이 내게 복을 가져왔구나!" 리바오궈는 즐겁게 목청을 돋우어 말하다가 눈을 감았다.

  장청은 테이블에 놓아둔 열쇠를 갖고 돌아서서 나갔다. 자신이 미안하다고 느낀 게 정말 순진한 일이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눈이 그치고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공기를 쓸고 갔다.

  작은 거리는 밤보다 낮에 더 활기차서 차도 있고 폭죽 소리도 들렸지만 모든 것이 밝아지자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쇠락한 꼴이 드러났다.

  장청은 길거리를 몇 번 오가다 마침내 바오쯔 가게에 들어가 바오쯔 몇 개를 먹고 순두부 한 그릇을 마셨다. 그는 몸이 아픈 게 가라앉긴 커녕 깨어난 것처럼 더 불편했다.

  그는 아침 식사를 한 후 감기에 걸릴 것 같아 옆에 있는 작은 약국에 가서 약 한 통을 샀다.

  약을 산 후 길가에 서 있자니 또 조금 막막했다. 돌아갈까?

  이상한 냄새를 풍기며 잠이 든 리바오궈의 모습이 그를 심란하게 만들었고, 돌아가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잠을 잘까, 아니면 멍하니 있을까?

  약국 앞에 몇 분 동안 서 있던 그는 걸어다니면서 얼마나 머물지 모를 이곳을 익히기로 했다.

 

  목적없이 골목길을 따라 큰길까지 걸어 갔다가 다시 돌아서 이전의 골목길과 평행한 또 다른 골목으로 들어갔다. 장청은 이 길에서 바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있는지 보려 했다.

  그는 이 작은 거리에서 작은 악기점과 아기자기한 아이스크림 가게를 보았지만 이 두 곳을 제외한 다른 가게들은 이전 거리의 가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작은 마트처럼 꾸민 잡화점에 멈추어 문을 밀고 들어갔다. 물을 한 병 사서 먼저 약을 먹으려 했다.

  가게 안에서 레몬향이 나는 라디에이터의 온기가 그의 얼굴 위를 덮쳐옴과 동시에 그는 출입구에 멈춰섰고 조금 고개를 돌려 나가고 싶었다.

  카운터 앞 작은 공간에 네 사람이 의자에, 어쩌면 그냥 기대어서 비좁게 앉아 있었다.

  그가 들어서자 원래 이야기를 나누던 몇 사람이 모두 말을 멈추고 일제히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장청이 이 네 사람을 바라보니 외모에서부터 표정, 옷과 기질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얼굴에 한 마디씩 적혀있는 것 같았다.

  양, 아, 치, 들.

  돌아서서 바로 나갈지 물을 가지러 다음 진열대로 갈지 망설이는 장청의 시야 옆으로 진열대 앞의 세 사람이 보였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사람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먼저 온 바닥에 흩어진 머리카락과 반질반질한 둥근 머리통이 보이더니 곧 한 쌍의 큰 눈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