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야 제4장 / "그는 자기 친아버지를 죽였어!"

2021. 1. 10. 21:04진행중/《살야撒野》巫哲,2017

 

제4장

 

  구페이가 오토바이를 가게 밖으로 몰고 나갔다. 구먀오는 스케이트보드를 움켜쥐고 시원스럽게 뒷좌석에 올라 팔을 그의 허리에 두르고 얼굴을 그의 등에 붙였다.

  "얼굴 좀 보자." 구페이는 고개를 돌렸다.

  구먀오는 얼굴을 들어 그를 보았다.

  "아직 눈물이 보여. 닦아." 구페이가 말했다.

  구먀오는 손등으로 눈을 비비고 소매로 코밑을 문질렀다.

  "어휴." 구페이는 한숨을 쉬었다. "네가 남자애였으면 아주 거칠었을 거야."

  구먀오는 미소를 지으며 얼굴을 다시 등 뒤에 붙였다.

 

  구페이는 오토바이 시동을 걸고 나갔다. 목적지는 확실하게 시내의 쇼핑센터였다. 구먀오에게 이른바 '특식'이란 쇼핑센터의 고기 뷔페만을 의미했다.

  이 작은 소녀에게는 어떤 면에 있어서는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완고한 고집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외식할 때 한 집에서만 먹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소도시의 가장 큰 장점은 아마도 중심지가 하나 뿐이라 어느 구역에서든 들리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고깃집에 사람들이 제일 많을 시간이라 그들이 도착했을 때는 안쪽에 빈 테이블이 거의 없었다.

  "오늘 혜택은 어떤 게 있죠?" 구페이는 종업원에게 물어보며 쿠폰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꺼내고, 또 구먀오의 머리를 톡 쳤다. "넌 가서 자리 잡아 둬."

  구먀오가 스케이트보드를 바닥에 내려놓고 한 발로 밟아 타자 그도 재빠르게 발로 밟았다. "걸어가."

  "스케이트보드를 카운터에 보관해 드릴까요?" 종업원이 웃으며 물었다.

  구먀오는 고개를 저으며 재빨리 허리를 굽혀 스케이트보드를 들어 팔에 안았다.

  "자기가 가지고 있을 수 있어요." 구페이가 말했다.

  구먀오는 스케이트보드를 안고 안쪽으로 달려갔다.

 

  "젠장,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배고파졌잖아." 판즈는 침을 삼켰다. "난 진심이야. 내일 모레 보러 갈게. 나 데리고 먹으러 가. 우리가 여기서는 그 가격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종류를 먹을 수 있겠어?"

  "너희 가족은 새해를 맞아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러 가나보지?" 쟝청은 휴대전화를 끼운 채 한 손에는 접시를, 다른 한 손에는 집게를 쥐고 느릿느릿 걸으며 삼겹살, 차돌박이, 삼겹살, 차돌박이...... 사실 선택할 수 있는 요리가 얼마나 있든 그에게 있어서는 비슷했다. 그가 좋아하는 것은 이 몇 가지뿐이었다.

  "그게 같을 수 있어?" 판즈는 다소 낮아진 어조로 말했다. "지난 학기에는 설날을 맞아 같이 구이를 먹으러 갔다가 고기는 커녕 사람 구경도 못했잖아."

  "오면 호텔에서 묵어." 쟝청은 집게를 내려놓고 고기 위에 다른 접시를 얹은 다음 계속해서 집어올렸다. "내가 직접 주문해야 하는데 나는 지금 아무것도 할 힘이 없어."

  "나는 너 있는 데서 지내면 되잖아." 판즈가 말했다.

  "안 돼." 쟝청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는 지금 살고있는 집에 사람을 데려오고싶지 않았다. "네가 2인실을 예약하면 내가 넘어갈게."

  "...... 너 그 친아버지랑 관계가 별로 안 좋아?" 판즈는 잠시 생각했다.

  "아직 관계가 시작되지도 않았어." 쟝청은 고기 두 접시를 받쳐들고 또 맥주 한 병을 집어들었다. "좋고 나쁘다 말할 정도가 아니......"

  자신의 테이블에 도착한 그는 어리둥절해졌다.

  4인용 테이블의 의자 하나에는 스케이트보드가 놓여 있었고, 또 하나에는 남색 옷의 민둥머리가 앉아 있었으며, 테이블 위에는...... 작은 분홍색 꽃무늬의 초록색 니트 모자가 놓여 있었다.

  "구먀오?" 쟝청은 조금 놀라서 그녀를 바라 보았다.

  구먀오는 전혀 놀라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스케이트보드를 테이블 밑에 내려놓았다.

  "너......"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접시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구먀오가 이미 기대에 차서 불판을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 그는 손을 뻗어 구먀오 앞에서 흔들었다. "누구랑 왔어?"

  구먀오는 일어서서 입구 쪽을 가리키더니 손을 몇 번 흔들었다.

  쟝청이 고개를 돌리자, 그와 똑같이 놀란 구페이가 보였다.

 

  "우리 다른 테이블을 찾아보자." 구페이가 걸어왔다. "이 테이블은 이미 오빠가 앉아 있어."

  구먀오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침을 삼키며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종업원이 저 쪽에 테이블이 몇 개 더 있다고 했어." 구페이가 안쪽을 가리켰다.

"저 쪽으로 가자"

  구먀오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은 채 앉아서 그를 올려다 보았는데, 얼굴에 아무런 표정이 없어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었다.

구페이는 잠시 그녀와 교착 상태를 유지하다가 쟝청을 쳐다보았다.
  "응?" 쟝청도 그를 쳐다보았다.

  "너 혼자야?" 구페이가 물었다.

  "응." 쟝청은 대답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종업원이 다가와 화덕을 켜고 종이를 깔자 그는 고기 몇 점을 올려 놓고 솔을 준비했다.

  "그럼 우리......" 구페이는 망설이는 듯 한참 후에야 말을 끝냈다. "같이?"

  쟝청은 눈을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특별한 대답을 하고 싶었다. 너 예뻐 보이려면 가서 이불을 빨아 와.

  하지만 맞은 편에서 민둥머리 구먀오가 커다란 두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어서, 이는 입 밖으로 낼 만한 말이 아니었다. 그는 고기에 양념을 몇 번 바른 뒤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구페이가 말하고 다시 구먀오를 가리켰다. "여기 앉아서 기다려. 먹을 걸 가져 올게."

  구먀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구페이가 떠난 후 쟝청은 또 종이 위에 차돌박이 몇 점을 깔고 구먀오에게 물었다. "너 어느 거 먹을래? 삼겹살이랑 차돌박이."

  구먀오는 차돌박이를 가리켰다.

  "삼겹살도 맛있어. 지글지글 구우면 윤기가 자르르...... 난 대여섯 접시는 먹을 수 있어." 쟝청은 고기를 뒤집어 기름을 조금 발랐다. "너 매운 거 먹어?"

  구먀오는 고개를 저었다.

  쟝청은 잘 굽힌 차돌박이 한 점을 그녀 앞의 접시에 올려놓았다. "먹어봐."

  구먀오는 머뭇거리며 구페이가 걸어간 방향을 바라보았다.

  "괜찮아......" 쟝청은 갑작스레 구먀오의 뒷통수에 있는 눈대중으로 5센티미터 정도 돼 보이는 뚜렷한 흉터를 보고 조금 놀라서 말을 끝내지 못했다.

  구먀오는 구페이가 보이지 않자 고개를 숙이고 차돌박이를 입에 넣고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삼겹살도 맛봤어?" 쟝청이 그녀에게 물었다.

  구먀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삼겹살을 한 점 더 집어다 놓고, 그 김에 테이블 위에 있던 모자를 집어 옆에 있는 의자 위에 두고는, 또 참을 수 없어 혀를 차며 물었다. "모자는 누가 사준 거야?"

  구먀오는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고기를 먹었다.

  먹을 때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이 꼬마 아가씨는 아마도 그가 만난 사람들 중 이 문구를 가장 완벽하게 실천한 사람일 것이다.

 

  구페이는 빠르게 음식을 가져왔지만, 음식을 드는 기술은 확실히 그에게 못 미쳤다. 한 번 가서 세 접시를 가져왔는데, 방금 그가 판즈와 통화중이 아니었다면 한 번에 여섯 접시는 거뜬했을 것이고, 다 먹은 뒤 과일을 조금 가져오는 게 보통이었다.

  4인용 테이블은 벽에 붙어 있었다. 구먀오는 맞은편 바깥 쪽에 기대어 앉아 맛있게 먹고 있었고, 쟝청은 안 쪽에 앉아서 고기를 굽고 있었다. 구페이는 조금 망설이다가 그의 옆에 앉았다.

  쟝청은 마지못해 그의 음식을 가져와서 굽는 걸 도와주려 했는데, 구페이는 손을 뻗어 구먀오의 머리를 가볍게 찔렀다. "마실 건 직접 가져 와."

  구먀오가 일어나서 음료 코너 쪽으로 가자 구페이는 재빨리 일어나 맞은편에 앉았다.

  쟝청은 그를 힐끗 보고는 삼겹살과 차돌박이를 계속 구웠다.

  "열이 나는데 이런 기름진 걸 먹어?" 구페이가 물었다.

  "응?" 쟝청은 동작을 멈추고 그가 한창 굽고있는 설떡을 쳐다보았다. "알아?"

  "내가 널 끌고 들어갈 때 손이 뜨거웠는데 모를 수 있겠어?"

  "끌어?" 쟝청은 자신이 마치 찢어진 마대자루처럼 구페이에게 머리채를 잡혀 가게로 끌려들어가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안 그러면 내가 널 안고 들어가?" 구페이는 또 베이컨 몇 조각을 올렸다. 두 사람이 반씩 차지하고 구우니 보기에 꽤 조화로웠다.

  쟝청은 화제를 이어나가는 방법을 알 수 없어서 삼겹살 한 점을 먹었다.

 

  마실 것을 가지러 갔던 구먀오는 병 몇 개를 안아들고 돌아와서 맥주를 한 병씩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네 병 모두 내려두니 뜻밖에 오렌지 주스 한 잔도 있었다.

  "너 진짜 대단하다." 쟝청은 조금 충격을 받아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나도 안 흘렸어?"

  구먀오는 고개를 저으며 테이블에 앉아 맥주 한 병과 오렌지 주스 한 잔을 그의 앞으로 내밀었다.

  "나는 안......" 그는 구먀오만 오렌지 주스를 마시게 하려 했지만 입을 열자마자 구먀오가 이미 맥주 한 잔을 잔에 붓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너......"

  구먀오는 두 손으로 잔을 받쳐들고 크게 한 모금 마시고는 상쾌한 숨을 내쉬며 손등으로 입을 닦았다.

  쟝청이 구페이를 힐끗 보았더니 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구먀오 쪽은 보지도 않은 채 상추잎에 삼겹살을 말아넣고 있었다.

  "쟤 술 마시는데?" 쟝청은 참을 수 없어서 물어보았다.

  "응, 고기 구워 먹을 때 마셔." 구페이는 잘 말린 상추쌈을 그에게 건넸다. "평소엔 안 마셔."

  쟝청은 쌈을 쳐다보았다.

  구페이는 말도 없이 그냥 들고 있었다.

  "...... 고마워." 그는 별 수 없이 받아들고 한 입 베어물었다.

  "삼겹살만 먹으면 느끼하지 않아?" 구페이가 물었다.

  "괜찮아, 난 좋아해." 쟝청이 말했다.

  구페이는 또 구먀오에게 두 개의 쌈을 싸주고 그에게 한 마디 물었다. "넌 이곳 사람이 아니지? 말투로 봐서는."

  "아니야." 쟝청이 대답했다. 그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갑자기 짜증이 났다. 삼겹살과 차돌박이로 손쉽게 눌러두었던 불쾌함이 머리를 내밀려 했다.

  "리바오궈는 너랑 무슨 관계야?" 구페이가 계속해서 물었다.

  쟝청은 어리둥절해졌다. 구페이가 어떻게 리바오궈를 알 수 있는가? 하지만 이 의문은 금세 심란함 속에 가라앉았다. 그는 불판에 고기 몇 점을 떨어뜨렸다. "너하고 무슨 상관인데?"

  구페이는 눈을 들어 그를 쳐다보고 말없이 웃었다. 그는 맥주 한 병을 집어 들어 쟝청의 앞에 있는 맥주병에 살짝 부딪치고 한 모금 마신 후 계속 고기를 구웠다.

 

  쟝청은 낯선 사람과 한 테이블에서 얼굴을 맞대고 식사를 한 것은 처음이었다. 원래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지금은 더 할 말이 없게 되었다.

  맞은 편 구페이는 더 이상 말할 흥미가 없어 보였다. 술 한 입, 고기 한 입 즐겁게 식사하고 있는 구씨 여동생은 아마도 진짜 벙어리인 것 같았다.

  침묵 속에서 쟝청은 머리에 피가 몰린 채로 고기 네 접시를 먹었다. 구페이가 여러 차례 가지러 나간걸 보아 그녀도 거의 비슷하게 먹은 것 같았다.

  그녀는 쟝청이 다 먹고나서야 젓가락을 내려놓고 의자에 기대어 배를 문질렀다.

  "배불러?" 구페이가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오빠보다 잘 먹네." 쟝청은 참지 못하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너 어떻게 왔어?" 구페이도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이따 데려다 줄게. 마침 지나가는 길이야."

  "오토바이?" 쟝청이 물었다.

  "응." 구페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주운전에다 과적까지?" 쟝청이 물었다.

  구페이는 아무런 말 없이 비웃음인지 뭔지 모를 귀신 눈빛으로 그를 한동안 쳐다보다가 마침내 구먀오의 어깨를 두드렸다. "가자."

 

  구페이가 구먀오를 데리고 나간 후 쟝청은 일어나 고기 반 접시와 작은 상추잎 접시를 가지러 갔다.

  구페이가 조금 전에 싸준 상추 삼겹살은 느끼하지 않고 산뜻한 게 꽤 맛있었다.

  고기 반 접시를 다 먹고나서 그는 돌아갈 때는 걸어가면서 소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밖은 너무 추웠다. 그는 쇼핑센터 입구 가죽 커튼 뒤에 움츠리고 서서 휴대전화로 차를 부르려 했지만 5분이 지나도 주문 받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판즈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역이 두 개고 시간도 다른데 어느 역 표를 사면 돼?"

  "동부역," 쟝청이 말했다. "난 동부역 밖에 몰라."

  "그래." 판즈가 말했다. "내일 오후 네 시에 나 데리러 와. 조금 이따 집 주소를 보내주면 근처 호텔을 찾아볼게."

  "아마 없을 걸." 쟝청은 그 지역의 전반적인 느낌을 회상했다. 호텔이 있을 곳이 아닌 것 같았다. "아무데나 예약해. 여기 그렇게 넓지도 않아."

 

  전화를 끊은 뒤 마침내 누군가가 주문을 받았다. 차에 탄 쟝청은 온몸이 불편한 기분이었다.

  아마 이것은 물갈이일 것이다. 평소 감기도 거의 걸리지 않는 사람이 환경이 바뀌자 뜻밖에도 연약한 한 송이 꽃으로 변했다. 오전 내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먹었는데도 전혀 나아질 기미가 없이 패배 직전이었다.

  그는 눈을 감고 한숨을 쉬었다.

  요 며칠동안 집안에 숨어 새해를 맞이한 사람들이 다 밖으로 나왔는지 도로에 차가 꽤 많았다. 기사가 엑셀러레이터와 급브레이크를 번갈아가며 맹렬하게 운전한지 10분 만에 쟝청은 뱃속이 뒤집히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전체가 30분도 안 걸리는 가까운 거리였지만 그는 구페이네 길목이 보일 때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고 말조차 할 수 없어서 차문을 몇 번 두드렸다.

  "여기?" 기사가 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차문을 몇 번 두드렸다.

  기사가 차를 세우자, 그는 문을 열고 방귀가 폭발한 것처럼 차에서 뛰어내려 길가의 쓰레기통 옆으로 달려가 토하기 시작했다.

  이 처참한 장면은 그 자신도 차마 볼 수 없었다.

  한바탕 천지가 뒤집힌 후 마침내 평온해졌다. 다만 머리가 터질 것처럼 아팠다. 그는 손으로 담벼락을 지지하고 주머니에서 휴지를 찾으려 했지만 한참동안 잡히지 않았다.

  발바닥에서 불이 나기 시작했을 때 옆에서 작은 팔 하나가 뻗어나왔는데, 손에 휴지 몇 장을 들고 있었다.

  그는 휴지를 움켜쥐고 입을 막아 몇 번 닦은 뒤에야 옆을 힐끗 보았다.

  이 세상에는 정말이지 우연의 일치가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

 

  구먀오는 그녀의 초록색 모자를 쓰고 옆에 서 있었고, 세 걸음 떨어진 뒤쪽에는 연극을 보는 듯한 표정의 구페이가 보였다.

  "고마워." 쟝청은 구먀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창피한데다 돌아서서 떠날 수도, '보긴 뭘 봐'라며 한 마디 할 수도 없는 상황이 참으로 억울했다.

  구먀오가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쥐고 앞으로 당겼다. 아마도 그를 부축해 가려는 듯했다.

  "안 해도 돼." 쟝청은 손을 빼내었다.

  구먀오는 다시 그의 손을 쥐고 여전히 그를 부축하고 싶어했다.

  "진짜 안 해도 돼, 난 괜찮아." 쟝청이 말했다.

  다시 손을 빼려 했지만 구먀오는 그의 손을 쥐고 놓지 않았다.

  "얼먀오......" 구페이가 걸어왔다.

  구먀오는 여전히 손을 놓지 않았다.

  쟝청은 그녀와 소통하는 방법을 알 수 없었다. 여러가지 불편한 일에 조금 짜증이 난 그는  구먀오의 손을 힘껏 뿌리쳤다. "부축 할 필요 없다고 했어!"

  구먀오는 손을 그대로 허공에 둔 채 움직이지 않고 멍하게 있었다.

  쟝청의 죄책감이 미처 퍼지기도 전에 그는 갑자기 사납게 목이 조여지는 것을 느꼈다. 구페이가 뒤에서 옷깃을 세차게 잡아당겨 그를 비틀거리게 만들었다.

  "젠장......" 그는 고개를 돌리는 동시에 팔꿈치를 뒤로 질렀다.

 

  구페이의 손이 그의 팔꿈치를 받아쥐었고, 옷깃을 쥔 손은 다시 팽팽해져서 그는 구페이에게 닿도록 몸을 기대는 수밖에 없었다.

  목이 졸리자 그는 다시 한바탕 토하고 싶어졌다.

  "그녀는 널 아주 좋아해." 구페이는 그의 귓가에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거든. 양해 좀 부탁할게."

  쟝청은 나는 씨발 17년 살면서 이런 방식으로 부탁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많은 말을 하기는 불가능했고, 단지 잇새로 몇 글자 짜내는 수밖에 없었다. "토할 것 같아."

  구페이는 손을 놓았다.

  그는 벽을 지지하고 두어 번 헛구역질을 했지만 아무 것도 토하지 못했다.

  구페이가 물 한 병을 건네주었다. 그는 받아서 비틀어 연 뒤 몇 모금 마시고 천천히 다가가서 구먀오를 바라보았다. "난 괜찮아, 부축 하지 않아도 돼."

  구먀오는 고개를 끄덕이고 구페이의 곁으로 물러났다 .

  "난 돌아갈게." 그는 반쯤 마신 물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는 앞쪽 길목으로 걸어갔다.

  빌어먹을!

 

  쟝청이 리바오궈의 집에 돌아가서 문을 열자마자 음식 냄새가 났다.

  리바오궈는 거실에 서서 휴대전화의 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쟝청이 말을 꺼내려다 주머니 속에서 휴대전화가 울려 확인해 보니 리바오궈의 번호였다. "당신......"

  리바오궈는 휴대전화 벨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돌려 큰 소리로 외쳤다. "오! 언제 돌아왔어, 내가 전화하려던 참인데!"

  "방금 들어왔어요. "쟝청은 문을 닫았다. "...... 못 들었어요?"

  "귀가 좋지 않아." 리바오궈가 자신의 귀를 가리켰다. "정확하게 들으려면 머리를 갖다 대야 해."

  "오." 쟝청이 대답했다.

  "어디 갔었냐?" 리바오궈는 부엌으로 들어가 탕 냄비를 갖고 나왔다. "나는 너 밥 먹이려고 한참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저는......" 쟝청은 망설이다가 고기 뷔페에 간 것을 말하지 않았다. "병원에 다녀왔어요."

  "병원에 가?" 리바오궈는 곧바로 소리를 지르더니 손을 내밀어 그의 얼굴을 몇 번 짚어보았다. "아파? 어디가 아픈데? 열이 나나? 물갈이 하는 건가!"

  "괜찮아요, 약 먹었어요." 쟝청은 이 점심 식사를 위해 짙은 담배 악취가 나는 누리끼리한 손을 바라보며 손바닥도 마주치지 않았다.

  "아프면 병원에 갈 것 없이 옆 거리 아파트 단지에 잘 봐주는 의원이 있어." 리바오궈가 말했다. "입구가 좀 쑥 들어가 있어서 잘 보이지 않는데 작은 슈퍼마켓 옆이야."

  "오," 쟝청은 잠시 생각했다. "작은 슈퍼마켓? 그 구페이네......"

  "네가 구페이를 어떻게 알아?" 리바오궈는 조금 놀라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이제 막 왔는데 벌써 그랑 얽혔다고?"

  "아뇨." 쟝청은 설명하기가 귀찮았다. "아침에 뭘 좀 사러 슈퍼마켓에 갔었어요."

  "내가 너한테 말해두는데," 리바오궈의 목소리가 커졌다. 원래도 컸지만 지금은 특히 더 컸다. "너 그랑 어울리지 마라, 그놈은 무슨 좋은 물건이 아니야!"

  "...... 오." 쟝청은 외투를 벗어 방 안으로 던져넣었다.

  리바오궈는 그를 쳐다 보았다. 아마도 그가 왜인지 묻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는 잠시 기다리다 쟝청이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자 가까이 다가와서 말했다. "내가 왜 그가 좋은 물건이 아니라고 했는지 알아?""

  "왜인데요?" 쟝청은 사실 이러한 것들에 관심이 없었지만 그래도 맞장구 쳐주며 한 마디 물었다.

  "그는 자기 친아버지를 죽였어!" 리바오궈가 말하면서 더 가까이 다가오자 흥분한 침방울이 그의 얼굴 반쪽에 튀었다. 

  쟝청은 벌떡 일어나 피하고 얼굴을 거칠게 몇 번 문지른 뒤 화를 내려다가 갑자기 반응했다. "뭐? 누구를 죽여요?"

  "자기 친아버지!" 리바오궈는 반쯤 고함치듯 말했다. "친아버지를 익사시켰다니까."

  쟝청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리바오궈의 신이 난 표정을 보아하니 자신이 원한다면 오후 내내 이런 종류의 소문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유감스럽게도 쟝청은 믿지 않았다.

  "친아버지를 죽였는데 감옥에 안 들어갔어요?" 그는 탁자 옆 의자에 앉아 팽팽해진 미간을 꼬집었다.

  "벌써 몇 년 전 일인데 무슨 감옥이야?" 리바오궈도 앉았다.

  "직접 본 사람도 없어."

  "본 사람이 없구나......" 쟝청이 미소를 지었다.

  "무슨 일인지는 다 알아. 경찰이 왔을 때, 그의 아버지는 호수 안에 있었고 그는 물가에 있었는데 그 표정이......" 리바오궈는 계속해서 혀를 찼다. "한눈에 봐도 그의 짓이지...... 너 먹어봐라, 음식이 입에 좀 맞냐?"

  쟝청은 말없이 갈비 한 대를 집었다.

  "그집 얼먀오를 위해서였을 거다." 리바오궈는 아마 그가 믿지 않는 것을 눈치챘는지 신빙성을 높이려는 듯 설명을 덧붙였다. "아버지가 내던져서 머리가 피투성이가 됐는데, 구해낸 후부터는 말도 못하게 됐거든."

  "아." 쟝청은 갈비를 문 채 대답했다. 구먀오의 머리 뒤쪽에 있던 충격적인 흉터가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