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14. 13:12ㆍ진행중/《살야撒野》巫哲,2017
제5장
판즈가 전화를 걸었을 때 쟝청은 마치 겨울잠을 자는 것처럼 잠들어 있었다. 그는 전화벨이 한참을 울린 뒤에야 멍하니 전화를 받았다. "...... 응?"
"젠장, 내가 이럴 줄 알았어." 판즈가 말했다. "개눈을 뜨고 몇시인지 봐봐."
"4시야?" 쟝청은 일어나서 정신을 차리고 휴대전화를 눈앞에 가져와 시간을 보려 했지만 여전히 눈앞이 흐릿했다.
"3시 반!" 판즈가 말했다. "네가 이럴 줄 알고 내가 미리 부른 거야."
"늦은 거 아니잖아." 쟝청은 일어나 앉았다. "좀이따 나가서 역 입구에서 기다릴게."
"어느 입구?" 판즈가 물었다.
"출입구가 한 개뿐이야." 쟝청은 창밖을 흘끗 보았다. 더러워서 불투명 유리같은 효과가 있는 창으로도 오늘 날씨가 좋고 금빛 찬란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끊어."
옷을 입고 침대에서 나와보니 그는 자신이 훨씬 편안해진 것을 느꼈다. 잠을 충분히 못 잔 것을 제외하면 어제의 아무나 붙잡아 패고 싶었던 불쾌함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시간을 계산해 보니 어제 오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잠을 잤다. 하루 종일 걸을 때마다 조금씩 휘청거렸다.
리바오궈는 어디로 갔는지 집에 없었다.
쟝청은 이 '집'이 아주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어머니가 파양을 원할 때 리바오궈는 여러 차례 달려 왔었다. 비록 자신이 그를 만나길 원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이제 사람이 이곳에 오자 아들을 데려오겠다고 생떼를 쓰던 리바오궈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리고 전설 속의 형제 자매는 이틀이 지나도록 만나보지 못했다.
쟝청은 새로운 '집'에 대한 관심도 기대도 없었지만, 매일같이 눈을 뜨면 생기가 전혀 없는 이 방에 혼자 있는 것이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 집이 아파트 건물이 아니었다면 그는 백 년은 된 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안팎으로 도저히 사람이 살아갈 수 없을 만큼 퇴락되어 보였다.
이는 판즈가 이곳에 머물도록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원래 섬세하면서도 깨끗한 피아노가 놓여 있던 방과 비교하면 판즈는 이삼일 정도 통곡할 것이다.
사실 그의 집에 들어오지 않아도, 동부역의 모습만으로도 판즈를 한동안 울부짖게 만들지도 모른다.
"미친." 판즈는 커다란 트렁크를 끌며 등에도 큰 가방을 멘 채 그를 보자마자 감격에 젖었다. "여기 정말이지 나랑은 좀 안 맞아!"
"그럼 돌아가." 쟝청은 역의 매표소를 가리켰다. "빨리, 표 사러 가."
"형제의 정은!" 판즈가 말했다. "너 보려고 그 먼 거리에서 이 많은 것들을 끌고 왔는데! 넌 감동해야 하는거 아니냐!"
"정말 감동했어." 쟝청이 말했다.
판즈는 그를 한참 동안 노려보다가 두 팔을 펼쳤다. "난 정말 좀 보고 싶었어."
쟝청은 다가가서 그를 끌어안았다. "난 그럴 틈이 없었어."
"너 왜 친구가 나 하나 뿐인줄 알아?" 판즈는 그를 놓아주었다.
"알아." 쟝청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멍청해서."
그는 친구는 적지 않지만 모두 있으나 마나 한 놈들이라 함께 어울려다니며 빈둥거리고 사소한 일에 부딪히면 뭉쳤고, 큰 일에 부딪히면 뿔뿔이 흩어지곤 했다.
오직 판즈만이, 중학교 3학년이 돼서야 같은 반인 걸 알게 되어 아직 3년이 채 안 됐지만 견고한 사이였다.
이 작고 낡은 도시에 온 후 그가 유일하게 그리워한 것은 판즈였다.
"기사님 여기 아세요?" 판즈는 택시에 타자마자 물었다.
"그럼 모르겠어요?" 기사는 웃으며 말했다. "여기서 최고로 좋은 호텔이에요."
"꽤 잘 골랐네." 쟝청이 한번 훑어보았다.
"고르긴, 거기서 제일 비싼 방이야." 판즈는 주머니를 한참 뒤져 라이터를 꺼내어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 "마음에 들어?"
쟝청이 라이터를 보니 그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반질반질한 표면에 아무런 장식 없이 맨 아래 알파벳 두 자만 새겨져 있을 뿐이었다. 그는 가까이 다가가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뭘 각인한 거야? 경찰(警察,jingcha)?"
"J, C, 네 이니셜." 판즈가 말했다. "쿨하지."
"...... 정말 쿨하다." 쟝청은 주머니에 라이터를 넣었다. "너 며칠 있을 거야?"
"이틀." 판즈는 한숨을 쉬었다. "곧 개학이야."
"개학이 어때서 한숨이야." 쟝청이 말했다.
"답답하지, 뭐. 수업, 시험, 숙제, 문제지," 판즈는 눈썹을 찌푸렸다. "나도 너처럼 별 노력 없이 배우고 싶어. 수업도 안 듣는데 10등 안에 들면 나도 한숨 안 쉬지."
"누가 노력을 안 해?" 쟝청은 그를 비딱하게 바라보았다. "내가 밤을 새가며 복습한 걸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중요한 건 내가 열흘 밤을 새도 소용없다는 거야." 판즈는 목소리를 길게 빼고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미친, 나 내가 왜 이렇게 널 보고 싶어 했는지 알았어. 네가 가버리면 시험칠 때 나한테 답을 보여줄 사람이 없잖아!"
"학교를 그만둬." 쟝청이 말했다.
"인성이?" 판즈는 그를 노려보았다.
쟝청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판즈는 이 작은 도시가 결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호텔은 의외로 마음에 들었다. 그는 방에 들어가 침대 위, 침대 아래, 화장실, 욕실을 샅샅이 점검했다. "괜찮네."
"뭐 좀 먹으러 가자." 쟝청은 시간을 확인했다. "고기 구워먹으러 갈까?"
"응." 판즈는 트렁크를 열었다. "널 위한 또 다른 선물이 있어."
"응?" 쟝청은 침대 옆에 앉아 대답했다.
"먼저 맞혀볼래?" 판즈는 상자를 꺼냈다.
쟝청은 상자를 훑어보았다. 상자에는 크고 작은 포장을 한 각종 먹을 것들이 가득차서, 다른 것은 넣을 수 없는 상태였다.
"틴휘슬." 그가 말했다.
"젠장." 판즈는 웃으면서 맨 아래에서 까맣고 긴 케이스를 꺼냈다. "추측하기가 너무 쉬운 거야, 아니면 우리 둘이 너무 잘 통하는 거야?"
"추측하기가 너무 쉬운 거." 쟝청이 케이스를 넘겨받아 까만색 틴휘슬을 꺼내 보았다. "괜찮네."
"수사크, D." 판즈가 말했다. "내가 잘못 산 건 아니지? 예전 거랑 같은 거 맞아?"
"응." 쟝청은 아무렇게나 두어 번 불었다. "고마워."
"다시는 부수지 마. 내가 준 거니까." 판즈가 말했다.
"응." 쟝청은 틴휘슬을 잘 챙겨넣었다.
그는 사실 화가 나서 물건을 부수는 버릇은 없었다. 결국 그는 십 몇 년을 '억제'하도록 교육 받아왔기 때문에 싸워서 사람을 때릴 수는 있지만, 물건을 부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지난번에 틴휘슬을 부순 것은 정말이지 화풀이할 곳이 없어서였다. 올라가서 아버지와 싸울 수는 없었다.
오늘 밤에 돌아가지 않아서 리바오궈에게 문자를 보낼지 전화를 할지 잠시 망설이다 마침내 전화를 선택했다. 리바오궈는 한참 후에야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동정을 듣고 바로 마작 중인 것을 알았다. 쟝청은 어이가 없었다. 어머니가 리바오궈의 버릇을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아니...... 아마도 자신의 존재로 인해 망가진 가족 분위기에 비하면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친구가 저를 보러 와서 오늘 밤엔 돌아가지 않고 호텔에 있을게요." 쟝청이 말했다.
"친구가 왔어?" 리바오궈는 몇 번 기침을 했다. "그럼 친구랑 놀지, 무슨 전화를 걸고 그래. 난 무슨 일이 있는 줄 알았네."
"...... 그럼 끊을게요." 쟝청이 말했다.
리바오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전화를 끊었다.
"너의 그 아버지," 판즈는 그를 쳐다보았다. "어떤 사람이야?"
"모르겠어. 흡연, 기침, 코골이, 마작." 쟝청은 총정리했다.
"너도 흡연에, 기침에...... 누가 기침을 안 해......" 판즈는 분석을 시도했다. "흠......"
"짜증나." 쟝청이 그의 말을 끊었다.
"고기." 판즈가 손을 흔들었다.
고기를 구워 먹는 것은 사실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판즈는 아주 흡족하게 먹었다. 쟝청 자신은 오히려 어제처럼 먹지 못했다. 어쨌든 큰 병이 막 회복된 한 송이 연약한 꽃이었기에.
그러나 그가 고깃집에서 나왔을 때는 자신이 그래도 배가 부르다고 느꼈다.
"너 기분 별로구나." 판즈가 말했다. "오늘 삼겹살 괜찮았는데 그렇게 조금 먹다니......"
"좋은 관찰력이야." 쟝청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분이 별로긴 했지만, 어제 열이 나고 토했다는 것을 판즈에게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
"잠시 산책 좀 하자." 판즈는 배를 문질렀다. "여기 뭐 재미있는 곳 있어?"
"아니." 쟝청은 말하고 조금 생각해본 뒤 한 마디 추가했다. "몰라."
"에이, 너 새로 갈 학교는 어디야?" 판즈가 문득 말했다. "가볼까?"
"지금?" 쟝청은 옷깃을 잡아 당겼다. "안 가."
"그럼 내일. 어차피 휴일이라 사람도 없을텐데 학교가 어떤지 보러 가자." 판즈는 그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전에 전학 수속하는 동안 안 봤어?"
"내가 가봤는지 안 가봤는지 너 모르겠어?" 쟝청은 약간 짜증이 났다.
"맞아, 너 방금 왔지." 판즈는 웃었다.
새로운 삶과 새로운 환경은 모두 심란했지만, 판즈는 그에게 약간의 위안을 가져다 주었다. 미지와 생소함이 가득한 곳에서 간신히 그의 곁에 있는 익숙한 사람이었다.
쟝청은 밤새 잠을 못 자고 판즈와 수다를 떨었지만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쨌든 이전에 두 사람이 운동장 가장자리에 앉아 수다를 떨었던 것처럼,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누군가와 이렇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날이 밝을 무렵에야 잠시 선잠에 들었다가 8시가 넘었을 때 아래층에 있는 대형 트럭의 확성기 소리에 깨어났다.
"젠장, 여기 도시 아니야?" 판즈는 이불을 끌어안았다. "어떻게 대형트럭을 호텔 아래까지 몰아올 수 있지?"
"모르지." 쟝청은 눈을 감았다.
"조식 있던데, 지금 가져다 달라고 할까?" 판즈가 그에게 물었다.
"마음대로." 쟝청이 말했다. "너 잤어?"
"아마 잤을 걸." 판즈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 일정은 어떻게 돼?"
"이따가 학교에 가보자." 쟝청이 말했다. "그 다음에 여기 무슨 놀 만한 곳이 있는지 찾아보자. 아마 한겨울이라 없을 것 같지만."
"괜찮아, 나는 정신적 즐거움을 중시하는 사람이니까." 판즈가 말했다. "난 너를 보러 왔고, 너를 봤으니까 됐어."
"아니면 나는 잠시 잘테니까, 너는 옆에 의자를 두고 앉아서 나를 보면 되겠네." 쟝청이 말했다.
"야," 판즈가 다가와서 잠시 동안 그를 쳐다보았다. "너 요 며칠 동안 별로 말을 안 해봤지?"
"왜?" 쟝청은 하품을 했다.
"이번에 널 보니까 예전에 비해서 말이 많아서. 답답했던 거 아니야?"
"...... 아마도." 쟝청은 잠시 생각해보았다. 정말로 할 말도 없고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전학할 학교는 지도 상 리바오궈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 쟝청은 어떤 학교인지 확인하지도, 관심을 갖고 물어보지도 않았다.
고등학교 편입 수속은 매우 까다로웠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끈질기게 수속을 밟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는 기본적으로 모든 일에 흥미가 없어져서 싸우러 갈 기분도 들지 않았다.
마치 그의 몸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간 것 같았다. 그는 마치 진흙탕 속에서 적당한 저지대를 찾아 몸을 웅크려 일을 매듭지은 기분이었다.
판즈는 노선을 알아본 뒤 그를 끌고 가서 버스를 탔다.
"알고있어? 버스에서 보이는 게 도시의 가장 진정한 기질이라는 거." 판즈가 말했다.
"응." 쟝청이 그를 바라보았다.
"이 말 되게 철학적이지 않아?" 판즈는 다소 자랑스럽게 물었다.
"응." 쟝청은 계속 그를 바라보았다.
판즈는 눈을 부릅뜨고 그와 잠시 서로를 마주보았다. "오, 이 말은 네가 한거였지."
쟝청은 그의 손을 쥐고 흔들었다.
차에 사람이 많지 않았다. 소도시에서의 이동은 눈에 띄게 수월했다. 사람이 붐비지 않아서 얼굴에 달라붙는 머리카락도 없었고, 사람들이 많아 차에 타지 못하는 상황도 없었고, 차 안에서 인파에 떠밀려 내리게 되는 상황도 없었다.
"이 차는 우리 쪽 차보다 훨씬 편하네." 차에서 내린 판즈는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는 휴대전화의 지도를 보았다. "4중, 500미터 더 가면 길목에 도착해."
"못 들어가게 할 거야." 쟝청이 옷깃을 잡아당겼다.
"그럼 외부를 보고 주변을 돌아다녀야지. 이제부터 네 주요 활동 범위는 바로 이곳이잖아." 판즈는 휴대전화를 들고 그를 향해 눌렀다.
"뭐하냐." 쟝청이 그를 쳐다보았다.
"사진 찍었어." 판즈가 말했다. "위신이 내가 여기 올 걸 알고 울며불며 무릎을 꿇고 네 최신 사진을 찍어 달라잖아. 여자애한테 거절의 말을 꺼내기는 좀 힘들어서......"
"너한테 돈을 줬겠지." 쟝청이 말했다.
"넵." 판즈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쟝청은 그를 쳐다보며 참지못하고 웃었다. "뻔뻔한 놈."
"너희 둘은 정말 끝난 거야? 난 그애가 꽤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판즈는 또 휴대전화를 들이대고 몇 장 더 찍었다.
"별로 재미 없어." 쟝청이 말했다.
"그녀가 여자이기 때문인가요? 그래서 재미가 없나요?" 판즈는 인터뷰를 하듯이 휴대전화를 쥐고 계속 그를 마주했다.
쟝청은 그를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 생각엔 여자친구나 여자를 찾는 게 낫다고 봐, 남자를 찾으려면 힘도 들고 아직 환경도 별로 좋지 않아." 판즈는 휴대전화를 내려두었다. "인터넷에 고여있는 부녀자들에게 미혹돼지 마, 삼차원으로 나오면 그 사람들은 흔적도 없다고."
"사실 너도 말하고 싶은 거 꽤 오래 참은 거 아니야?" 쟝청이 말했다.
"쉬는 날 널 못 만나서 말할 일이 없었어." 판즈는 가슴을 쥐었다. "A가 B가 될 때까지 참았다고."
"너 돌아가기 전에 내가 속옷 세트를 선물해줄게." 쟝청이 말햇다.
"다 왔어." 판즈가 앞을 가리켰다. "제4중학교...... 문이 꽤 크네. 우리 학교보다도 커."
교문은 열려 있었고, 안으로 들어 가자 경비원은 그들을 한 번 보고는 별 말을 하지 않았다.
"신경 안 쓰나?" 판즈가 말했다.
"신경 안 써서 기분 나빠?" 쟝청은 그를 곁눈질하며 보았다. "얕잡아보는 건지."
"돌아서 가자." 판즈는 팔을 휘둘러 뻗으며 기지개를 폈다.
"그런데......" 쟝청은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꽤 크다."
"그렇지, 우리 학교는 도심 금싸라기땅이라 넓히고 싶어도 무리니까." 판즈가 말했다. "이 학교는 시원시원하니까 운동장도 클 거야...... 구장 한 번 볼까?"
"응." 쟝청이 대답했다.
그와 판즈가 가장 관심 있는 것은 아마도 구장일 것이다. 원래 학교에는 몇 개의 실내 농구 코트가 있었다. 축구장은 학교 건물을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모두 파내는 바람에 비록 그들은 축구를 하진 않았지만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에 비해 이 4중은 훨씬 쾌적했다.
축구장도 있고, 이렇게 추운 날임에도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공을 차고 있었다.
옆으로는 야외 농구 코트 두 개와 배구 코트도 있었다.
"실내로 들어가볼까?" 판즈는 팔로 그를 건드렸다.
지난 며칠 동안 답답했던 쟝청의 기분은 4중 캠퍼스를 통해 크게 해소되었다. 리바오궈의 집과 그 근처의 거리와 비교하면 이 넓은 공간은 마침내 숨을 내쉴 수 있는 기분이라 매우 기뻤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쉬고 뱉은 뒤 판즈의 어깨를 툭 쳤다. "가보자."
실내 코트는 그리 크진 않았지만, 배구, 배드민턴, 농구 코트가 다 있었는데 다만 공간을 겹쳐 사용해야 했다.
농구 코트 두 곳 모두 사람들이 있었고, 누군가 들어오는 게 보이자 모두가 쳐다보았다.
판즈는 걸음을 멈칫했지만 쟝청은 이러한 시선을 무시하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천천히 가장자리에 있는 몇 개의 의자 쪽으로 걸어가 앉았다.
그는 꽤 오랫동안 공을 만지지 못해서 다른 사람이 플레이를 즐기는 모습을 보려 했다.
코트에 있던 사람들은 잠시 그들을 지켜보다가 다시 경기를 시작했다.
"교내 팀 훈련인가?" 판즈가 옆에 앉아 물었다.
"아닌데," 쟝청이 말했다. "취미 수준이야."
"가서 플레이 할래?" 판즈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둘도 끼자."
쟝청은 발을 그의 앞으로 뻗고 흔들었다. 오늘은 스니커즈를 신었다.
"에효," 판즈는 뒤로 기대며 머리를 팔로 받쳤다. "우리가 언제 또 같이 플레이할 수 있을지 모르는데."
"스타일 바꾸지 마. 너랑 안 어울려." 쟝청이 말했다. 코트에 있는 누군가가 보기 좋게 3점슛을 던지자 그는 크지 않은 목소리로 외쳤다. "나이스 슛!"
그 사람은 그를 쳐다보고 웃으며 포권을 했다.
비록 코트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판즈와 함께 앉아 경기를 보고 있는 느낌은 그에게 짧게나마 편안함을 주어 모든 짜증나는 사건들을 잘라냈다.
내일 판즈가 돌아가면 먼지투성이 생활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만 하지 않으면 되었다.
그는 코트에 사람들을 쳐다보느라 또 안으로 누가 들어오는 걸 눈치채지 못하다가, 몇 사람이 멈춰서서 설명하기 힘든 표정으로 입구쪽을 바라보았을 때 비로소 정신이 들었다.
"어쩐지 구경거리가 생긴거 같은데?" 판즈가 옆에서 약간 신이 난 채 작게 속삭였다.
"무슨......" 쟝청은 고개를 돌려 보고 어리둥절해졌다. "구경?"
1, 2, 3, 4, 5, 6, 여섯 명이 들어왔다.
쟝청은 너무 놀라서 하마터면 어금니가 뽑힐 뻔했다.
양, 아, 치, 들 네 명과 뒤에는 물을 샀을 때 돈을 받은 그 분이 있었고, 야구 모자를 쓴 구페이가 제일 끝에서 걷고 있었다. 모자는 그의 머리에 있는 강렬한 인상의 음표를 가리고 있었다.
쟝청은 자신의 얼굴 기억 능력에 다소 탄복했다. 열이 나서 정신이 없을 때도 이 모든 얼굴을 기억할 수 있다니.
낯선 도시의 낯선 학교에서 그가 만난 여섯 명의 낯선 사람을 동시에 마주치는 것은 기적이었다.
쟝청은 아마도 판즈에게 전염된 듯, 막이 오르길 기대하는 심정으로 그들 몇 명이 천천히 걸어오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구페이는 트레이닝 바지에 농구화를 신고 있었고, 한 명은 손에 공을 들고 있는 게 경기를 하러 온 모양이었다.
"다페이?" 코트의 누군가가 말했다.
"아." 구페이가 대답했다.
"뭐하러 왔어?" 그 사람이 물었다.
"공놀이 하러." 구페이의 말투는 매우 차분했다. 적의는 전혀 없었다.
"...... 전부 다?" 남자는 머뭇거리다 또 물었다.
"노약자랑 병자는 안 해." 말을 마친 구페이는 외투를 벗어 의자에 던지려고 고개를 돌렸다가 쟝청이 의자에 앉아있는 것을 보자마자 침으로 사레가 들려 한참동안 기침을 했다.
쟝청은 '좋은 쇼를 보고 싶었는데 쇼가 시작되기도 전에 끝나서 너무 실망했다'는 표정으로 시선을 거두었다. "이런 우연이."
"좋은 아침." 구페이가 말했다.
"같이 할 거야?" 코트에 있던 사람들이 물었다.
"아니." 쟝청이 대답했다.
구페이 무리는 여섯 명 중 세 명은 플레이할 준비를 하고 나머지 세 명은 쟝청과 판즈 옆에 앉았다.
돈을 받은 그 분은 쟝청 가까이에 앉아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난 리옌이야."
"쟝청," 쟝청은 그의 손바닥을 치고 또 판즈를 가리켰다. "내 절친 판즈."
"둘 다 4중에 다녀?" 리옌이 그들을 살펴보았다. "이전엔 너희를 본 적이 없는데."
"앞으로 다니게." 쟝청은 너무 많이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너희들은 다 4중에 다녀?"
뒤쪽의 다른 두 사람은 모두 웃기 시작했는데, 고의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목소리에는 습관적인 조롱이 배어 있었다. 리옌은 그들을 돌아보았다. "우리가 학생처럼 보여?"
"누가 알겠어." 쟝청은 조금 언짢았다. "누군가 잡아두고 쳐다보는 버릇은 없거든."
리옌의 안색은 삽시간에 나빠지더니, 고개를 돌려 코트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다시는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
뒤에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그들 사이의 분위기를 느끼지 못했는지 누군가가 말했다. "다 페이는 고2야."
"오." 쟝청이 대답했다.
이런 우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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