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9. 05:15ㆍ진행중/《살야撒野》巫哲,2017
제3장
진열대 앞의 반질반질한 머리통은 구먀오였다. 삭발을 한 소녀는 더 이상 어린 소녀라는 것을 알아볼 수 없었고 입은 옷도 남성용 회남색 패딩이라 눈이 아니었다면 장청은 그것이 구먀오임을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의 뒤에는 구페이가 전기 면도기를 든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그를 보고 조금 놀랐는지 전기 면도기의 움직임이 멈추어 있었다.
구페이는 어제와 달리 니트 풀오버와 캐주얼 팬츠 차림으로 편안하고 느슨해 보였다.
그의 용모와 기질은 한눈에 봐도 네 명의 친구와는 동류가 아니었고, 군중 속에서도 매우 눈길을 끄는 그런 종류였다.
온몸으로 '나는 그들의 큰형님이다'라는 기운을 내뿜고 있다.
장청은 줄곧 자신이 건달처럼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성질이 나빠서 때로는 자신조차 놀라기도 했는데, 아마도 반항기가 만성화되어 지나가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그는 평온했고, 다만 물 한 병을 사고 싶을 뿐이니 인간에게든 짐승에게든 절대적으로 무해해 보일 터였다.
그래서 마트인 척하는 이 잡화점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쳐다보며 '무슨 시비를 걸러 왔냐'는 얼굴로 침묵을 유지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구페이가 입에 물고 있던 담배의 담뱃재가 구먀오의 맨 머리에 떨어져,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두드렸다.
장청은 이런 사람들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는 큰 소년으로, 각종 '뭘 봐'를 겁내지 않았다. 특히 몸과 마음이 이중으로 불편할 때에는.
그는 진열대 앞으로 걸어가 생수 한 병을 가져왔다.
눈을 들어 구페이를 보니 그는 이미 진열대 저편으로 걸어가 몇 통의 감자칩 앞에서 다시금 그를 쳐다보더니 한 마디 했다. "어서 오세요."
"너희 가게?" 장청이 물었다.
"응." 구페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우연이네." 장청이 말했다.
구페이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고, 그도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서 손에 있던 물을 던지고는 돌아서서 카운터 앞으로 걸어갔다.
"2위안." 한 사람이 카운터 뒤쪽으로 걸어가 손을 탁자 위에 받치고 그를 눈으로 쫓았다.
장청이 그를 흘끗 쳐다보니, 나는 좋은 새가 아님 4인조는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이전에는 빛이 어두워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는데, 이 때 등불 아래서 훑어보니 이 사람은 가늘고 긴 눈을 제외하고는 어린 소녀처럼 곱게 생겨서 오히려 구페이보다도 구먀오의 누나...... 오빠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10위안을 꺼내 건네주었다. 그 사람은 돈을 받고 고개를 숙여 금전등록기를 몇 번 누르더니 다시 그를 쳐다보았다. "다페이(大飞) 친구? 나는 너를 본 적이 없는데."
"아니," 장청은 약 두 알을 까서 입에 넣고 물 뚜껑을 비틀어 연 뒤 몇 모금 마셨다.
"아니야?" 그 사람의 시선이 그의 어깨 너머로 뒤편을 훑어보더니 거스름돈을 탁자 위에 놓았다. "오."
약을 먹은 후 장청은 절반 밖에 마시지 않은 물을 문 옆의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 출입구의 커튼을 젖히고 나갔다.
"헤이, 작은 병 하나를 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뒤에서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낭비야."
"...... 잊어버렸어." 장청이 말했다.
정말이다. 작은 병을 사서 다 마시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아마도 온몸이 쑤시고 아픈 게 더 심해진 탓에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 것 같았다.
문앞에 선 그는 가게에 들어가기 전에 어디로 가려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돌아가? 어디로 돌아가? 리바오궈...... 아니, 그의 새로운 집?
집 안의 열악한 환경과 리바오궈의 천지를 뒤흔드는 코골이를 생각하니 그는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서 곧 전혀 숨을 쉴 수 없다고 느꼈다.
눈앞에 온통 검은 막이 펼쳐지더니 금빛 꽃이 피었다.
장청은 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 마치 회전하며 아래로 가라앉는 마대자루 같았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참 멋있다.
구먀오는 자신의 맨 머리를 만지며 스케이트보드를 들고 문 밖으로 나갔다.
"모자." 구페이는 옆 의자에서 자신의 외투를 집어 들고 주머니에서 작게 뭉친 초록색 꽃무늬 니트 모자를 꺼내 그녀의 머리 위로 던졌다.
구먀오는 모자를 몇 번 잡아당겨서 반듯하게 썼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스케이트보드를 끌며 가게 문을 나섰다가 재빨리 되돌오더니 카운터를 두 번 두드렸다.
"왜 그래?" 리옌(李炎)은 카운터 위에 엎드려 그녀의 모자를 잡아당기고는 눈을 들어 구페이를 쳐다보았다. "진짜 초록색 모자를 짜 주다니......"
"얘가 직접 고른 색이야." 구페이는 전기 면도기를 치우고 구먀오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야?"
구먀오가 문을 가리켰다.
"개라도 있어?" 구페이는 의자를 옆으로 차버리고 문으로 걸어가 커튼을 들어올렸다.
물을 사서 반 병을 마시고 반 병은 내다버린 대부호가 문 밖 인도에 엎드려 있었다.
얼굴로 대지를 끌어안고 있다.
"어이." 구페이가 걸어나와서 발끝으로 이름이 뭔지도 모르는 그의 다리를 가볍게 찼다. "너 괜찮아?"
대부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허리를 굽혀 바닥에 엎어진 대부호의 얼굴을 보았다. 대부호의 코끝이 땅바닥에 눌려있는 것을 발견한 그는 손을 내밀어 머리를 조심스럽게 기울여 정상적으로 숨을 쉴 수 있도록 한 뒤 다시 가게를 향해 소리쳤다. "어이! 여기 하나 쓰러져 있어."
리옌이 먼저 나와서 그 광경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찔렀어?"
"네가 찔렀겠지." 구페이가 대부호의 얼굴에 손을 대자 뜨거운 온도가 느껴졌다. "열이 있어."
"열이 나서 이렇게 기절하기도 해?" 리옌은 조금 놀라서 고개를 돌려 밖으로 나온 몇 명의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어떡해? 120에 전화해?"
"내버려 둬." 류판(刘帆)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중에 이모가 눈치채고 경찰에 신고하면 경찰은 분명 우리들 짓이라고 할 걸. 난 어제 나왔다고......"
"끌고 들어가." 구페이가 말했다.
"끌고...... 너 아는 사람 맞아?" 류판이 물었다.
"끌라면 끌어야지, 혹시 다페이가 모르더라도 그가 건드렸으니까." 리옌이 말했다. "진짜 경찰에 신고할 이모가 있어도 경찰이 널 찾아서 물어보진 않을 거라고 생각해."
"열이 나서 기절 했는데 대본도 쓰지 않아서 죄송하네요." 구페이가 말하면서 땅바닥의 대부호를 차근차근 뒤집었다. "서둘러."
몇 명이 다가와서 사람을 가게에 데리고 들어가 구페이가 평소 쉬는 작은 방 안으로 던져넣었다.
"이 침대는 나도 제대로 자 본 적 없는데." 사람들이 나간 후 리옌이 쯧 소리를 냈다. "어디선가 나타난 허약한 닭이 즐길 수 있다니."
"너도 나가서 얼굴부터 쓰러지면 내가 바로 들여와서 침대 위에 올려 놓을게." 구페이가 말했다.
"체면 좀." 리옌이 말했다.
"네가 제일 필요해." 구페이가 그를 밀쳤다. "나가."
"어어," 리옌은 가만히 서서 고개를 돌려 낮은 소리로 말했다. "이 사람이 네 친구가 아니라고?"
"응," 구페이는 조금 더 힘을 써서 그를 밀어내 비틀거리게 한 뒤 문을 닫았다. "어제 얼먀오(二淼)를 주웠던 사람이야."
"얼먀오를 주웠다고?" 리옌은 크게 놀랐다. "완전 좋은 인연이잖아."
구페이는 그를 무시하고 카운터 뒤에 앉아 휴대전화를 들고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제법 잘 생겼어." 리옌은 카운터에 엎드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구페이는 그를 쳐다보았지만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구먀오가 다가가서 구페이의 눈앞에 손을 펼쳐 뻗었다가 다시 손가락을 구부렸다.
"먹어, 두 달 동안 네가 얼마나 살이 쪘는지 봐, 아무도 너랑 놀아주지 않잖아." 구페이는 주머니에서 10위안을 찾아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 "얼굴이 동그래졌어."
얼먀오는 그를 무시하고 고개를 숙여 주머니에 돈을 넣고 가볍게 두드린 다음 스케이트보드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살이 쪘든 말았든 까까머리만으로도 아무도 쟤랑 놀지 않을 걸." 리옌은 한숨을 쉬었다.
"까까머리 아니어도 아무도 안 놀아줘." 구페이는 계속 게임을 했다. "어릴 때부터 친구가 없었잖아. 누가 벙어리랑 놀려고 하겠어."
"그런 말 하지 마." 류판이 한 켠에서 말을 이었다. "게다가 정말 벙어리도 아니고 그냥 말을 안 하는 건데 뭐가 대수야."
"어휴, 이런 식으로 계속되면 어떡하냐." 리옌은 다시 한숨을 쉬었다. "학교에 가면 좋지만, 가기 싫으면 안 가는거고. 이게 다 다페이하고만 얘기하면서부터......"
"이 세상은 네가 걱정해주지 않으면 십중팔구는 파괴될 거야." 구페이는 그의 말을 끊었다. "평화상 신청서를 보내봐."
"젠장." 리옌은 탁자를 치고 류판 옆의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가게 안은 침묵이 흘렀다. 라디에이터 곁에 앉아 있는 류판과 다른 사람들은 눈빛이 흐리멍텅하고 무기력해 보였다. 이 상태는 조금 무섭기도 하고 얼굴이 아래로 무너지고 있어서 물건을 사러 왔던 세 명의 사람들은 전부 커튼을 들추자 마자 몸을 돌려 가 버렸다.
"너희들," 구페이가 탁자를 두드렸다. "가."
"어디로 가?" 리옌이 물었다.
"아무데나 가." 구페이가 말했다.
"나가기 싫어." 류판은 기지개를 켰다. "너무 추워서 갈만한 데도 없어."
"들어오는 사람들이 너희들한테 놀라서 도망가잖아." 구페이는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이따가 또 누군가 들어오면 우리가 너한테 잡아다 줄게." 류판은 미소를 지으며 손뼉을 쳤다. "누구도 도망치지 못하게 하겠어."
"빨리 꺼져," 구페이가 말했다. "성가셔."
"꺼져꺼져꺼져꺼져," 류판은 혀를 차며 일어서서 사람들의 의자를 발로 찼다. "우리 구 어르신이 또 경기를 일으켰으니 조금 더 있으면 우리한테 칼을 휘두를 거야."
사람들은 움직이기 싫어했지만 전부 일어나 작은 소리로 불평하며 외투를 입고 나갔다.
리옌은 마지막으로 뒤를 따르다가 나가기 전에 돌아서서 말했다. "안에 아직 하나 있는 건 안 쫓아내냐?"
구페이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커튼을 들추고 나갔다.
담배를 다 피운 구페이가 시간을 확인하니 쓰러진 대부호는 거의 20분을 드러누워 있었다. 일반적으로 어떻게든 정신을 잃으면 몇 분 후에 깨어나야 한다.
그가 작은 방의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니 대부호는 아직 깨어나지 않고 눈을 감은 채 이전과 같은 자세로 누워 있었다.
"어이," 구페이가 다가가서 그를 밀었다. "너 나 있는데서 죽지 마."
대부호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구페이는 그를 잠시 바라보았다.
대부호의 얼굴은 조금 더러웠지만 생김새는 볼 수 있었는데, 약간 처진 눈꼬리가 팽팽했다.
누굴 봐도 눈에 거슬리는 그가 보기에 잘 생긴 편이었지만, 어제 처음 봤을 때 이 사람의 온몸에 가시가 돋힌 듯한 기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시는 아주 작았지만 그는 느낄 수 있었다.
몇 분간 지켜보던 그는 이불을 들추어 대부호의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신분증과 무슨 회원 카드 몇 장이 들어 있었다.
장청.
그는 지갑을 다시 집어넣고 대부호의 귀에 대고 소리쳤다. "어이!"
"음." 대부호가 마침내 움직이며 작게 끙끙거렸는데, 듣기에 불쾌함이 가득했다.
구페이는 다시 침대 옆을 걷어차고 돌아서서 나갔다.
장청은 자신이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
눈을 떴을 때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기억을 잃은 것 같았다.
한참 후에야 떠오른 마지막 장면은 흙발에 짓밟힌 더러운 눈이 덮인 땅바닥이 덮쳐오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기절했다고?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그는 앉아서 몸을 덮고있는 이불을 젖히고, 고개를 숙여 자신의 진흙 투성이 옷을 보더니 또 재빨리 이불을 끌어당겨서 확인했다. 얼마 묻지는 않았지만 그가 몇 번을 두드려도 진흙은 떨어지지 않았다.
물을 찾아서 비벼야 할까 고민하던 중 그는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
나는 누구인가? 장청.
나는 어디에 있는가? 모른다.
아주 작은 방은 리바오궈가 준 것보다 훨씬 깨끗이 청소되어 있었다. 그는 이불을 내던지고 방의 문을 열었다.
밖에 있는 세 줄의 진열대를 보았을 때 장청은 그가 여전히 구페이의 가게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깨어났네." 구페이는 카운터 옆에 있는 안락 의자에 기대어 그를 한 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숙이고 계속 휴대전화를 가지고 놀았다.
"응," 장청은 옷에 말라 붙은 진흙을 두드려 털었다. "고마워."
"천만에." 구페이는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널 들여놓지 않으면 골치 아파질 것 같아서 그랬어."
"오," 장청은 작은 방을 돌아보았다. "저 이불...... 더러워졌어."
"뒤편에 수돗가가 있어." 구페이가 말했다. "가서 빨아."
"뭐?" 장청은 멍해졌다. 약간 화를 내고 싶었지만 적당한 흠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구페이의 말은 논리적으로 잘못된 점이 없었다.
"빨기 싫으면 뭘 묻고 그래." 구페이의 시선은 마침내 휴대전화를 떠나 그의 얼굴에 떨어졌다.
장청은 말없이 눈을 부릅뜨고 그를 마주보았다.
구페이가 그를 집안에 들여보낸 것은 본래 그를 감격시킬 일이었지만, 구페이의 현재 태도는 참으로 감격이 쏙 들어가게 만들었다. 그가 화를 내지 않은 것은 조금전까지 어지러워서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잠시 노려본 후 구페이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휴대전화를 가지고 놀았다.
그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바깥의 태양은 아주 훌륭했다. 북풍 속 유일한 따뜻함이었지만 효과는 거의 없어서 여전히 추웠다.
지독한 두통에 장청은 주머니에서 스키 모자를 꺼내 쓰고 외투의 모자도 덮어썼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아마도 정신을 잃고 30분 정도 잤는지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진 않았다.
비록 그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지만.
그는 길가에 서서 양쪽 길을 보다가 결국 한동안 앞으로 계속 나아가다가 두 길 사이의 갈림길을 찾은 뒤 되돌아오기로 했다.
돌아가서 리바오궈의 코골이를 듣고 싶지는 않지만 옷을 갈아 입어야 했다.
진흙 투성이 눈을 밟으며 그는 갑자기 조금 외로워졌다.
예전에는 이런 식으로 밖에서 보낸 날도 적지 않았고, 가끔은 집에 가지 않고 며칠씩 어슬렁거릴 수도 있었는데 지금처럼 외로움을 느낀 적은 없었다.
왜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포기와 추방당한 것에 대한 강한 상실감 때문일 수도 있고, 어쩌면 이 생소하고 낡은 환경 때문일 수도 있고, 어쩌면 주변에 친구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고, 어쩌면...... 단지 병 때문일 수도 있다.
휴대전화가 울려서 장청이 확인해보니 위신의 메시지였다.
-나 후회하고 있어.
그는 한숨을 쉬며 답신했다.
-대장부는 일언이 중천금이야.
위신은 다시 답장 하지 않았다. 화가 난 건지 체면이 상한 건지, 아니면 화를 참는 건지 화를 터뜨릴 적절한 기회를 찾으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는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다시 넣고 콧등을 쥐었다.
좀전에는 신경 쓰지 않았는데 이제서야 코가 아픈 것이, 쓰러졌을 때 땅에 코를 박은 듯했다.
쯧.
그는 콧등에서 코끝까지 조심스럽게 짚어가며 부러진 부분이 없는지 확인한 다음 다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몇 걸음 앞으로 걸어가자 앞에 작은 길목이 보였는데, 그가 찾으려던 갈림길일 터였다.
그가 시선을 거두기 전에 초록색 머리통이 길목을 돌아 나오더니 바람처럼 지나갔다.
장청이 이 초록색 머리통이 스케이트보드를 탄 구먀오인 것을 확인했을 때, 그녀는 이미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갔고, 얼굴을 명확하게 보기에는 너무 빨랐다.
스케이트보드 소녀여.
그가 머리를 돌려 흘끗 쳐다보니 이 잘 생긴 꼬마 아가씨는 애석하게도 머리가 깨끗이 깎여 있었다.
친오빠인지 모르겠지만, 머리가 엉망진창이면 미용실을 찾아 짧게 다듬기가 그렇게 어려웠을까? 이 추운 날 꼭 전부 밀어버리고...... 초록색 모자?
장청은 자신의 눈이 침침한건지 알아보기 위해 다시 돌아보았지만 구먀오는 이미 날아가서 작은 점이 되어 있었다.
머리를 아직 되돌리기 전에 또 세 대의 자전거가 길목에서 튀어나왔다.
굉장히 낡았지만 경적을 딸랑딸랑 울리며 매우 빠르게 달렸다.
"젠장, 이렇게 빠르다니!" 경적을 울리던 자전거에 탄 사람 하나가 소리쳤다.
장청은 멍해졌다. 이 말의 의미는...... 구먀오가 또 괴롭힘을 당하고 있어?
그는 동정할 겨를도 없이 공연히 한바탕 짜증이 났다.
도대체 여기는 무슨 빌어먹을 지방이야!
그가 새로운 '집'으로 돌아 왔을 때, 리바오궈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코는 덜 골았지만, 장청이 집에 들어온 이후로 그는 계속 폐가 찢어질 듯이 기침을 했다.
그는 견딜 수 없어서 몇 번 쳐다봤지만 리바오궈는 눈을 감고 푹 잠든 모양이었다.
그는 잠을 자면서 기침을 할 수있는 능력이 없었다. 자면서 기침을 하면 반드시 깨어났다. 이는 아마도 리바오궈의 특수 스킬일 것이다.
장청은 옷을 갈아입고 트렁크에서 수건을 찾아 적신 뒤 더러운 옷을 깨끗이 닦았다.
그런 다음 침대에 앉아 멍하게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옆 방의 리바오궈는 기침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코골이가 다시 시작되었다.
그는 자신의 기분을 형용할 수 없었다. 이 사람은 그의 친아버지이고 그의 몸에는 같은 피가 흐르고 있다.
자신은 분명히 이런 집안에서 태어 났고, 이 가족의 다른 구성원들을 만난 적은 없지만 리바오궈는 이미 커다란 글자로 쓰인 전방의 고에너지였다.
한동안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피했지만 현재 이곳에 앉아 집 안팎에 가득한 퇴폐함을 보니, 확실히 더 이상은 피해갈 방법이 없었다.
오래 전에 그는 부모님과 입양에 대해 토론한 적도 있었다.
별로 의미 없다. 어떤 것들은 뼈에 새겨져 있어 후천적인 육성으로는 당해낼 수 없다.
당시 부모님이 어떻게 대답했는지 그는 이미 기억이 뚜렷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이 했던 그 말들만 기억났고, 이제는 그 말들이 그의 얼굴을 호되게 때리는 것 같았다.
말하자면, 남동생의 성격은 부모님을 닮아 빈틈없고 말수가 적어 조용하며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자신은 말을 많이 하지 않는데도 완전히 달랐다......
이웃들도 정말 한 집안 사람 같지 않다고들 했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그의 몸 안에 새겨진 어울리지 않는 격이었다.
리바오궈가 마치 사레가 들린 듯 갑자기 심하게 기침을 하더니 오랫동안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깨어났는지 장청에게 그의 욕지거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다시 코고는 소리가 났다.
장청은 갑자기 무서워졌다.
강한 질식감을 동반한 공포였다.
그는 일어나서 거실로 나갔다. 열쇠를 갖고 나가 한 세트 맞추고 나간 김에 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기로 했다. 몸이 정말 불편한 것이 아마 열이 나는 것 같았다.
구페이는 가게 밖에 있는 화단가에 쪼그리고 앉아 구먀오가 그의 앞을 세번째로 뽐내듯이 지나쳐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그의 얼굴은 얼어서 빨개져 있었다.
그녀가 네 번째로 지나갈 때 구페이는 그녀에게 손짓을 했다. 그녀는 재빨리 멈춘 뒤 고개를 돌리고 천천히 그의 앞으로 미끄러졌다.
"집에 가서 밥 먹자." 구페이는 일어섰다. "가서 물건 잘 놔둬."
구먀오는 스케이트보드를 끌고 가게로 들어갔다.
구페이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지 궁리했다.
1분 후 가게에서 구먀오의 비명이 들려왔다.
그는 담배를 버리고 가게 안으로 뛰어들었다.
비명 소리는 뒤편 화장실에서 들려왔다. 그는 뒷문으로 달려나가 화장실 문을 밀어 열었다. 구먀오는 눈을 가리고 세면대를 마주한 채 멈추지 않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구페이는 손을 뻗어 수도꼭지를 잠근 뒤 그녀를 안아들고 화장실에서 나와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쉿...... 진정해, 물은 없어......"
비명을 멈춘 구먀오는 그의 목을 끌어안고 어깨에 엎드려 작게 말했다. "배고파."
"나도 배고파." 구페이는 한 손으로는 그녀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스케이트보드를 집어 들었다. "우리 특식 먹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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