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2. 01:58ㆍ진행중/《살야撒野》巫哲,2017
제14장
묘지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노선은 매우 길어서 도시를 절반 정도 돌아야 했다. 구페이는 차창에 기대어 흔들리다 두 정거장도 못 가 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때는 집까지 아직 한 정거장이 남아 있었는데, 시간은 벌써 8시가 지나 있었다.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여다 보았지만 쟝청은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듯했다.
구먀오의 메시지 하나가 있었다. 단 네 글자였다.
-밥먹었다.
아래층 이웃이 작은 식당을 하는데, 가끔 그가 집에 늦게 돌아와 밥을 하지 않을 때면 구먀오가 혼자 이웃집에 찾아가서 밥을 먹곤 했고, 월말에 구페이가 다시 찾아가서 계산해주었다.
그래도 가끔은 어머니가 변덕스럽게 한 두 끼를 요리하곤 했는데, 어머니의 요리는 맛이 아주 좋아서 그와 구먀오도 좋아했다. 하지만 한 번 먹기가 매우 어려웠다.
-아래층에서 먹었어?
-응
구페이는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다시 넣고 문으로 걸어가 차에서 내리기를 기다렸다. 이 어린 소녀는 점점 쿨해지더니 타이핑할 때조차 말을 아꼈다.
8시가 넘은 시간은 겨울의 구시가지에서는 이미 꽤 늦은 시간이다. 그들의 낡고 또 낡은 몇 개의 골목으로 말할 것 같으면 기본적으로 심야인 셈이라 이 때 가게는 모두 문을 닫고 마작하는 것 외에는 더이상 외출하는 사람이 없었다.
구페이가 자신의 집 가게로 걸어갈 때 멀리서 문 앞에 서있는 사람이 보였다. 그가 희미한 빛을 빌려 그 사람을 보니 인도와 도로를 왔다갔다 뛰어다니며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다.
쟝청?
그가 발걸음을 재촉해 걸어가자 확실히 알아볼 수 있었다. 목을 웅크린 채 손을 주머니에 넣고 문앞 계단으로 뛰어올랐다가 또 아래로 뛰어내리는 쟝청이었다.
"시발!" 그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쟝청은 고개를 돌리고 그를 보더니, 얼어붙어서인지 화가나서인지 몰라도 매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시발 어째서 내일 오지 않고?"
이 말을 들은 후 구페이는 그가 얼었다는 것을 확신했다. 목소리가 떨리고 이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미안." 구페이는 열쇠를 꺼내면서 말했다. "버스가 운전을 느리게 했어."
"아니," 쟝청이 그의 가게의 닫힌 문을 가리켰다. "너희 집 장사 정말 맘대로 한다."
"응?" 구페이가 그를 쳐다보았다.
"옆집 의사가 이제 막 가면서 말했는데, 오후부터 문을 닫았다고 하던데." 쟝청이 말했다.
"그래?" 구페이가 문을 열자 가게 안의 라디에이터 열기가 쏟아져나왔다. "오늘은 우리 엄마가 있었는데 오후에...... 무슨 일이 있었나봐."
"비켜비켜, 비켜비켜......" 쟝청은 그를 뒤따라 밀어내며 가게에 들어가 제자리에서 한참을 뛰어오르다가 의자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시발, 얼어 죽겠네."
"너 언제 왔어?" 구페이는 전기 히터를 가져와 그의 옆에 켜주었다.
"7시 50분." 쟝청은 옷을 담은 봉투를 계산대 위에 던졌다.
"그렇게 일찍?" 구페이는 깜짝 놀랐다.
"나는," 쟝청은 자신을 가리켰다. "어렸을 때부터 시간을 잘 지키도록 교육받았어."
구페이 그를 쳐다보다가 조금 지난 후 한 마디 했다. "왜 도착했을 때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내가 말하면 네가 바로 올 수 있어?" 쟝청이 말했다. "게다가 내 휴대전화는 너무 추워서 켜지질 않아."
"그럼 왜 먼저 돌아가지 않고," 라고 말했다. 구페이는 컵을 가져다가 레몬 한 조각을 넣고 뜨거운 물 한 컵을 부어 그에게 건넸다. "내가 지나갈 때 가져와도 되는데."
"너 무슨 쓸데없는 말이 그렇게 많아?" 쟝청은 컵을 들고 한 모금 마시며 히터를 노려보았다.
구페이는 다시 묻지 않았다. "네 옷은 내일 아침에 가져다 줄게. 내가 가져가서 세탁했어."
"아?" 쟝청은 머리를 들어 그를 보았다. "피 때문에 빨기 쉽지 않았을텐데."
"괜찮아. 아무튼 빨았어." 구페이가 말했다.
"고마워." 쟝청이 말했다.
"별말씀을." 구페이는 계산대 뒤에 앉은 채 계산대에 다리를 올려 놓았다. "주된 이유는 빨지 않으면 혐오스러운데다 네가 가져가지도 않아서야."
"...... 시발," 쟝청이 말했다. "난 당연히 잊고 있었지."
대화가 끝난 후 두 사람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구페이는 계산대 뒤에 편안하게 반쯤 누워서 휴대전화를 가지고 놀았고, 쟝청은 가지고 놀 휴대전화가 없어서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는 이 시간이면 노름방 외에는 거의 문을 닫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구페이는 아마 그가 가기를 기다렸다가 문을 닫을 참인 듯했다.
하지만 그는 가고 싶지 않았다.
오늘 리바오궈의 집은 심하게 떠들썩했다. 리바오궈가 왜 갑자기 미쳐서 사람들을 집에 불러 마작을 하는지 모르겠다.
점심 때 리바오궈는 자신이 깨뜨린 두 개의 창문을 아주 능숙하게 고쳤고, 그는 꽤 탄복했다. 손재주나 힘은 역시 이 부모 세대의 사람이 훨씬 나았다.
그러나 그는 정신을 차리길 기다려주지 않았다. 리바오궈가 그를 위해 만들었다고 떠들던 만두를 열 개도 먹지 않았을 때 갑자기 대여섯명의 남녀가 들이닥쳐 방을 가득채웠다.
전후좌우로 그를 에워싸고 구경하며 각종 질문을 하며 면전에서 의논을 하기도 했다.
정말이지 수지가 맞는 장사네. 아들을 키우는 데 남들이 이렇게 많은 도움을 주다니.
너 봐봐, 대도시에서 자란 아이는 정말 다르네!
너희 양부모님은 돈이 많다지?
돈 많겠지, 이 차림새랑 기질을 봐 쯧쯧쯧......
마지막으로 중장년 이모티콘 여성이 말했다. 딱 봐도 친생이야, 봐봐봐봐, 바오궈를 어찌나 닮았는지! 거푸집이네!
쟝청은 이를 악물고 파프리카를 만들려 했지만 이 말을 듣자마자 곧 참을 수 없었다.
닮아?
닮긴 네 할애비를 닮아! 네 조상이랑 거푸집이겠지!
그가 사람들을 거칠게 헤치고 곧장 방으로 돌아가서 문을 내던지듯 닫자 그들은 그제서야 포기했다.
그런 다음 그 냄비의 만두를 먹어치웠는데, 심지어 쟝청이 미처 먹지 못한 세 개의 만두까지도 모두 먹어치웠다.
쟝청은 자신이 매일같이 각종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을 느꼈다. 왼쪽을 보면 불가사의가, 오른쪽을 보면 상식이하라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오후에 수업을 마치고 그가 복도 입구에 도착했을 때 인기척만 들어도 그 패거리들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오늘 밤에도 떠나지 않을 기세라 그는 문으로 들어가지도 않고 바로 돌아섰다.
그 날 그가 먹고 싶었지만 먹지 못한 만두 집에 가서 만두를 먹고, 구페이에게 메시지를 보낸 후 다시 가게 안에서 숙제를 모두 마쳤는데, 마지막으로 실내에 그 혼자만 남게 되자 그는 비로소 몸을 일으켰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외로움이 있었다.
그는 과거의 생활로 돌아갈 수 없었고, 그의 앞에 놓인 삶에 녹아들 수도 없었다. 온갖 낯선 것들에서 유리되어, 가족도, 친구도, 마음 편히 머무를 수 있는 곳도 없었다.
온 몸이 공중에 매달려 있는 것 같았다.
구페이의 가게에서 거의 30분 가까이 멍하게 있던 쟝청은 머리를 돌려 구페이를 보았다. 그는 여전히 똑같은 자세로 고개를 숙이고 휴대전화 화면을 보고 있었다.
"너 문 닫으려고 기다리는 거 아니야?" 쟝청이 물었다.
구페이는 화면을 보며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
"빨리 닫고 싶으면 난 갈게," 쟝청이 말했다. "급하지 않으면 난 조금 더 있을 거고."
구페이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았다.
뭘 하길래 이렇게 몰입하고 있단 말인가? 쟝청은 머뭇거리며 일어나 계산대에 엎드려 그의 휴대전화를 힐끗 보았다.
멍청이 게임 애○팡!
"시발." 그는 참지못하고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어떻게 이걸 하면서 다른 사람의 말도 듣지 못할 수가 있는가!
그가 레벨을 보니 상당히 어려웠고, 3번의 이동 밖에 남지 않았지만 만약 매 이동마다 헛걸음하지 않는다면 이 레벨을 통과할 터였다. 구페이는 아마도 계산 중인 것 같았다.
그는 엎드린 채 계산하기 시작해 어느 것을 먼저 움직여야 할지 재빨리 찾아냈지만 진정한 신사는 체스게임을 볼 때 말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조용히 기다렸다.
구페이는 계속 움직이지 않았다.
쟝청이 계산대 위에 거의 5분 동안 엎드려 있었는데도 그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그 전의 시간까지 계산하면 그는 멍하게 이 3걸음을 내버려둔지 30분은 되었는데......
쟝청은 오전에 라오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구페이는 정말 똑똑해...... 이걸 똑똑하다고 한 거야?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손가락을 내밀어 구페이에게 정확한 수를 가리켜 주려고 했다. "너 여기 안 보여?"
손가락 끝이 구페이의 눈가를 지나 화면에 닿기도 전에 구페이가 갑자기 고개를 확 들고 손가락을 움켜쥐더니 그대로 비틀었다.
"아!" 쟝청은 소리를 질렀다. 힘은 그리 강하지 않았지만 깜짝 놀라는 바람에 곧바로 화가 치밀어올라 구페이의 명치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시발 돌았냐?"
구페이는 손을 놓았다.
"너 병 있지!" 쟝청은 손을 털었다. 다행히도 왼손 손가락을 사용했다. 오른손이었다면 상처가 벌어졌을 것이다.
구페이가 일어서자 쟝청은 이 사람이 화가 나서 싸우려드는 건 아닌지 그의 움직임을 주의깊게 보았다.
"난......" 구페이는 휴대전화를 한쪽 옆으로 던지고 컵에 물 반 잔을 부어 마셨다. "난 방금 잠들었었어."
"뭐?" 쟝청은 깜짝 놀랐다.
"미안." 구페이가 그의 손을 보았다. "다친 건 아니지?"
"넌 눈을 뜨고 자?" 쟝청이 물었다.
"그건 정신이 나간 거야, 난 네 말을 듣지 못했어." 구페이는 다시 자리에 앉아 휴대전화를 들고 쳐다보았다. "너 방금 어딜 움직여야 할지 말하려고 한 거야?"
"응." 쟝청이 그를 바라보았다.
"어딘데?" 구페이가 물었다.
"스스로 알아내." 쟝청이 말했다.
구페이는 머리를 숙이고 보더니 화면을 스와이프하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아' 소리를 내었다.
"죽었어?" 쟝청이 그를 바라보았다.
"응." 구페이가 대답했다.
"너 혹시......" 쟝청은 입을 다물고 남은 말을 삼켰다.
"멍청이냐고?" 구페이가 그를 거들었다. "그래서 내가 멍청이 게임을 하는거잖아."
"아니, 너 오른쪽 상단에 있는 세로 폭탄 못 봤어?" 쟝청이 말했다. "마침 같은 색 폭탄이라 넌 한 걸음만 더 움직이면 깰 수 있었는데......"
쟝청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구페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
그런 다음 그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두 번 스와이프했다.
쟝청은 그를 노려보았다.
"깼어." 구페이는 느긋하게 한숨을 내쉬고 그를 바라보았다. "고마워."
"꺼져." 쟝청은 어이가 없었다.
구페이는 계산대에 휴대전화를 던지고 기지개를 켰다. "오늘 숙제 있어?"
"쓸데없는 소리." 쟝청이 말했다. "숙제가 없는 날도 있냐?"
"너 아직 안 했어?" 구페이가 물었다.
쟝청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베끼게 좀 빌려줘." 구페이가 말했다.
쟝청은 여전히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와 별로 친하지도 않은 채 같은 자리에 앉은지 이제 이틀 된데다 그나마도 하루 반나절은 만나지 못한 짝이 뜻밖에도 숙제를 빌리는데 말투에 조금의 부탁하는 어조도 들어있지 않았다.
"부탁이야, 숙제 좀," 구페이는 한숨을 쉬었다. "베끼게 빌려줘. 고마워."
쟝청도 한숨을 쉬었다. 한숨을 쉬자 그는 또 조금 웃고 싶은 기분이었다.
"오늘은 숙제가 많아서 한참 베껴야 해." 그는 그의 책가방에서 몇 권의 숙제 노트와 답안지를 꺼내어 계산대 위로 던졌다. "내일 아침에 갖다줘."
"답안지는 필요 없어. 난 갖고 있지도 않아." 구페이는 노트를 집어들고 펼쳐보았다. "이 글씨는 정말 학패랑은 거리가 먼데."
"베낄거면 베끼기나 해." 쟝청이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었다. 그의 글씨는 분명 못생겨서, 글자 한 줄로 취권 한 세트를 할 수 있었다. "거지가 쌀이 거칠다고 투덜거리네."
구페이는 일어나서 가게 안을 두 바퀴 돌고 나서야 책가방을 구석에서 꺼내었다. 노트를 탁자 위에 내려놓자 휴대전화가 울렸다.
그가 눌러보더니 음성 메시지인지 아니면 외부스피커인지 한쪽 옆에 앉아 있던 쟝청도 똑똑히 들었다.
"형님! 형...... 아 시발! 내가 잘못했어! 형님 내가 잘못했어...... 내가 앞으로 얼마나 멀리 가야...... 멀리...... 아! 때리지마때리지마! 시발 때리지 말라고 사람...... 죽겠다고!"
음성 속 사람이 처참하게 비명을 지르며 용서를 비는 소리를 듣고 쟝청은 멍해졌다.
"됐어." 구페이가 휴대전화를 들고 말했다.
쟝청은 그를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이거 어제 나무에 처박은 사람이지?"
"응." 구페이는 가방 속을 족히 열 몇 번은 뒤져서 펜을 꺼냈는데, 몇 번 그어보니 말라 있어서 그는 쟝청을 쳐다보았다. "펜 있어?"
쟝청은 펜을 뽑아 그에게 건넸다.
학사에도 결국 등급이 있다. 판즈도 학사지만 구페이와 비교해보면 그는 그야말로 순결한 작은 쓰레기였다. 적어도 판즈는 펜 한 자루는 가지고 있었다.
구페이는 고개를 숙이고 숙제를 베끼기 시작했는데, 숙제를 베낄 때 오히려 상당히 집중하여 모르고 보면 그가 열심히 공부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쟝청은 잠시 앉아있다가 더 이상 머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줄곧 여기 앉아서 구페이가 숙제를 베끼기를 기다릴 수도 없어서 그는 일어났다. "난 갈게."
"난 네가 갈 데가 없는 줄 알았는데." 구페이가 숙제를 베끼며 말했다.
축하합니다! 정답입니다!
쟝청은 말하지 않았다. 일종의 창피하고 씁쓸한 무력감이 들었다.
"갈 데 없으면 그냥 있어. 리옌이랑 류판도 할일 없을 때 여기 와서 널부러져 있는 걸." 구페이가 말했다.
"갈 거야." 쟝청은 자신이 다른 사람의 눈에 이미 양아치들과 어울려 다니는 것으로 보인다고 생각하자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져 하마터면 화를 낼 뻔했다.
그는 커튼을 맹렬히 들어올리다 똑같이 맹렬히 돌진해 들어오려던 사람과 부딪혔다.
"개자식!" 부딪친 사람은 여자였는데, 그들이 떨어지기도 전에 그녀는 욕을 했다. "개자식아!"
쟝청은 그야말로 경악하여 화도 나지 않은 채 눈을 크게 뜨고 여자를 쳐다보았다.
"길 막지 마!" 여자는 그를 힘껏 밀었다. "구페이, 이 개새끼야!"
쟝청은 그녀에게 밀려 비틀거리며 몇 걸음 뒤로 물러나 여자의 얼굴을 똑똑히 보고는 멍해졌다.
소개도 추측도 필요없이 틀림없는 구페이의 어머니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눈과 코가 똑같이 생겼다.
"왜 또 지랄이야?" 구페이는 펜을 던지고 일어나 눈썹을 꼬집었다.
"너 무슨 짓 했어!" 여자는 앞으로 달려가 구페이를 손바닥으로 때렸다.
구페이는 그녀의 손을 붙잡고 쟝청이 있는 쪽을 쳐다보았다.
"그......" 쟝청은 너무 난처해서 눈을 어디다 둬야할지 알 수 없었다. "아주머니, 저는 갈게요."
"가긴 어딜 가!" 여자가 고개를 돌려 달려들더니 그의 팔을 붙잡았다. "너 이 개자식이랑 한 패지! 너도 가지 마!"
"뭐...... 뭐라고요?" 쟝청은 온 사람이 멍해졌다.
"너희들 무슨 짓을 한 거야!" 그 여자는 손바닥으로 그의 팔을 때렸다.
쟝청은 구페이처럼 그녀의 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녀는 어디까지나 구페이의 어머니였기에 그는 어색하게 계속 맞는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 여자는 매우 아름다웠다. 하지만 이렇게 미친 듯한 상태를 그는 좀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신 부끄럽지도 않아?" 구페이가 팔을 잡은 채 그녀를 옆의 의자로 뿌리치며 손가락으로 얼굴을 가리켰다. "한 번만 더 미친 짓 해 봐!"
여자는 마침내 더이상 달려들지 않고 단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난 네 엄마야, 내가 연애하는게 어때서, 사람을 때려서 날 다시 못 만나게 만들고...... 넌 내가 평생 과부로 살길 바라지!"
구페이는 안색이 좋지 않았고 손이 조금 떨렸다.
쟝청은 만약 그가 여기에 없었다면 그가 어머니의 따귀를 때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가 떠나 구페이가 어머니의 따귀를 때리더라도 그는 가야 했다. 구페이의 심정을 그는 아마도 체득하고 있을텐데, 자신이 리바오궈와의 관계를 남들에게 보이고 싷지 않은 것과 같을 것이다.
그는 입구로 물러나서, 구페이가 쳐다볼 때 문을 가리켰다.
구페이는 다소 피곤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재빨리 커튼을 젖히고 밖으로 달려나갔다.
온몸에 스며든 난처함과 동질감이 차가운 바깥 바람을 몇 차례 맞자 드디어 가라앉았다.
시발, 이게 무슨 귀신장난이야!
그는 눈썹을 찡그렸다. 이 재수없는 곳에 정상인이 하나라도 있을까?
그의 뒤에서 바퀴가 지면과 마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익숙한 소리였다. 그가 재빨리 고개를 돌리니 아니나다를까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다가오는 구먀오였다.
가게 입구를 지날 때 아마 안의 소리가 들렸는지 그녀는 잠시 멈칫했지만 멈추지 않고 땅을 걷어차 날듯이 달려왔다.
쟝청 앞으로 다가와 손짓을 하자 쟝청은 조심하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보드를 밟고 뛰어올라 쟝청 앞을 스쳐 지나가면서 앞쪽에 침착하게 착지한 후 멋있게 몸을 돌려 멈췄다.
"왜 집에 가지 않았어?" 쟝청은 그녀가 대답하지 않을 것임을 알았지만 그녀를 바라보았다.
구먀오는 말없이 스케이트보드에서 내려 발끝으로 스케이트보드를 가볍게 차서 쟝청의 발 옆으로 미끄러뜨렸다.
"나더러 타라고?" 쟝청이 물었다.
구먀오는 고개를 끄덕이고 모자를 당겨 썼다.
"나 탈 줄 알아." 쟝청은 손을 비볐다. "하지만 안 탄지 오래됐어."
구먀오는 여전히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쟝청은 뜻밖에도 그녀의 눈빛에서 작은 도발을 보았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너, 나한테 도전하는 거야?"
구먀오는 옆에 있는 가로등 기둥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그를 쳐다보았다.
"요오," 쟝청은 책가방을 눈 더미 옆에 던지고 스케이트보드를 밟았다. "여자애가 꽤 기백이 있는데."
구먀오는 턱을 들어올려 빨리 하라는 신호를 했다.
쟝청은 초등학교, 중학교 때 힐리스나 스케이트보드 따위를 좋아했지만 중학교 3학년이 지나 시험을 볼 때가 되자 어머니는 '공부와 무관한' 것들을 모두 없애버렸다.
그는 숨을 들이마시고 바닥을 차고 미끄러져 나갔다.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그는 이곳 지형에 익숙하지 않았는데, 다행히도 구먀오의 것은 더블 보드로 그가 가장 익숙한 보드라 적응하기 쉬웠다.
일정 거리를 미끄러져 나간 뒤,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니 구먀오가 뒤를 따라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리니 구먀오는 곧바로 박수를 쳤는데, 그는 따라서 박수를 쳐야하는지 아니면 재촉받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스케이트보드를 타는데 어린 소녀가 달려서 따라잡을 수 있다니...... 꽤 웃기기도 했다.
구먀오는 달리면서 깡총 뛰어올라 알리(Ollie) 동작을 했다.
어린 소녀 앞에서 체면을 구길 수는 없어 그는 신중하게 보드를 밟고 앞의 작은 눈 더미를 뛰어넘은 뒤 틈을 내어 구먀오를 가리켰다.
구먀오의 눈이 밝아지더니 약간 흥분하여 폴짝 뛰어와 손을 번쩍 들고 손가락을 튕겨 소리를 냈다.
이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는 쟝청을 조금 부끄럽게 만들었고 유난히 낭랑했다.
착지 후 그는 다시 길 끝까지 앞으로 미끄러졌다. 이번에는 매우 빠르게 미끄러져 구먀오는 그를 따라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방향을 돌리고 뒤로 미끄러졌을 때 계단을 험하게 뛰어올랐다가 다시 내려와 코부터 처박힐 위험에 처했지만 운이 따라주어 넘어지지 않았고 그저 한 번 흔들리기만 했다.
스케이트보드는 꽤 답답함을 풀어주는 물건이었다. 보드를 밟으면 주변 사람들은 바람처럼 지나가고, 짜증스럽고 무료하고 초조한 것들도 모두 뒤로 날아가버렸다.
비록 한겨울 바람을 맞으며 이런 일을 하기엔 너무 추웠지만 상쾌했다.
돌아오는 길은 약간 경사가 있어 속도는 훨씬 빨라졌는데도 천천히 돌아 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가 구먀오를 힐끗 쳐다보니 마침 구먀오는 기대하는 눈빛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그는 땅을 내려다보고, 구먀오의 곁을 지날 때 큰 눈더미를 뛰어넘을 작정이었다.
현재 속도는 아주 좋았다. 쟝청이 바람을 안고 앞으로 나아가자 눈더미는 빠르게 다가왔다.
그가 도약을 준비하려던 순간 눈앞의 땅에 작은 벽돌 하나가 있는 것이 보였다.
시발!
이 벽돌은 그가 반드시 지나는 길에 있었고 지금의 다소 익숙하지 않은 기술로 피하기는 불가능했다. 먼저 뛰어오를 수 있지만 떨어질 때는 여전히 그 눈 더미 위일 터였다.
......이 점프의 고도를 높이는 수밖에 없다.
그는 보드를 밟고 힘껏 뛰어올랐다.
하지만 운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아마도 날씨가 너무 추웠거나 너무 긴장한 탓일 것이다. 요컨대 지금 그의 이 힘은 부족했고, 다리를 회수하기에도 부족해서...... 그는 이미 착지점을 판단했다.
보드의 머리는 아마도 눈 더미 위에 박혀들어갈 것이다.
그 자신은 당연히 앞쪽의 인도로 내동댕이쳐질 것이다.
가자! 날자! 소년!
짧은 비행 이후 그의 판단대로 보드의 머리 부분은 눈 더미에 꽂혔는데, 그가 날아가 떨어지는 순간 갑자기 눈앞에 누군가가 있는 것이 보였다.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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