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3. 19:24ㆍ진행중/《살야撒野》巫哲,2017
제15장
어떤 법칙이 있다. 당신이 빨간불을 만난다면, 가는 내내 빨간불이 함께할 것이다. 속도를 올리든 줄이든 항상 마주치게 된다.
아마 이와 같은 경우가 한 가지 더 있다면, 당신이 누군가의 앞에서 체면을 잃는다면 그를 볼 때마다 체면을 잃게 될 것이다. 아무리 불가능하다 여기고 조심한다 해도 체면은 늘 자신의 것이 아닐 것이다.
바로 지금처럼. 구페이는 5분 전만 해도 그의 어머니와 삿대질을 하고 있었는데, 5분 후에는 마치 신이 도운 것처럼 인도에 나타나 그가 망신당하는 모습을 참관하러 온 것 같다.
짧은 비행 시간이었지만, 쟝청은 인간의 두뇌가 순식간에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깊이 체득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그는 구페이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는데, 그의 얼굴 표정은 품 속에 20근의 화약을 품고 언제든 터뜨릴 수 있다고 말하는 듯했다.
예를 들면, 그는 자신의 이 각도가 기분이 좋지 않은 구페이와 정확하게 부딪힐 것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면, 그는 이 충돌하는 힘이 강한 관성으로 인해 매우 강할 것을 알았고, 구페이는 아마도 부딪쳐 쓰러질 것이라고 추측했다.
예를 들면, 그는 즉시 자신의 손을 옆으로 옮겨야 된다는 것을 알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두 사람이 부딪힐 때 그의 손바닥에 가까스로 생긴 딱지가 즉시 눌려 찢어질 것이다.
......
간단히 말해서 그가 두 팔을 벌리고 태양을 향해 달려가는 듯한 모습으로 구페이를 향해 날아 갔을 때, 구페이의 얼굴 표정은 헤아리기 어렵게 변했다.
쟝청은 구페이의 몸에 단단히 부딪쳤다.
'쿵' 소리가 났다.
육신이 나무에 부딪히는 소리가 매우 크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데 이어 사람이 사람에게 부딪히는 것도 이렇게 입체적인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의 이마가 먼저 구페이의 쇄골을 쳤고, 이어서 입은 어디를 쳤는지 몰라도 그는 이로 지퍼 같은 것을 깨문 기분이었다. 그 이후 전후를 분간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몸의 여러 부위가 빠르든 느리든 모두 구페이의 몸에 부딪혔다.
구페이는 그에게 부딪혀 비틀거리지도 못한 채 뒤로 기울어져 땅위에 내동댕이쳐졌다.
바로 뒤따라 그도 내동댕이쳐졌다.
부딪쳤을 때 이미 고통을 느낄 수 없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땅에 쓰러졌는데도 정말 아프지 않았다. 비록 구페이가 뚱뚱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아래에 깔려 있었다.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을 때 쟝청은 심지어 주위에 한바탕 눈 안개가 피어오른 것 같은 착각까지 들었다.
그가 이것이 환각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데는 몇 초가 걸렸다. 구페이 몸 아래에는 눈이 없었고 벽돌이 깔린 인도 뿐이었다.
이렇게 곤두박질친 두 사람은 조금 정신이 혼미했다.
쟝청은 구페이가 낮게 중얼거리는 '시발' 소리를 듣고나서야 정신이 돌아왔고, 상처가 없는 왼손을 아래로 내려 지탱하고 재빨리 일어나려 했다. "미안......"
손은 방향을 잘못 찾아 구페이의 갈비뼈를 지탱했다.
"시발!" 구페이는 고통스러워 소리를 질렀다. "너 이 X신 자식!"
솔직히 말해 쟝청은 기분이 매우 상했다. 구먀오의 난폭한 판때기 놀이가 가져다준 쾌감은 단지 짧은 수단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고, 거기다 하룻밤새 초등학생과 길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노는 것으로 전락한 것이 말할 수 없이 답답했다.
지금 구페이의 이 말이 나오자 그는 곧 조금 화가 났지만, 결국 구페이에게 부딪힌 것은 그였고 충격이 가볍지 않은데다가 구페이의 외투 지퍼까지 없어져 있었다.
"저리 꺼져!" 구페이가 팔을 휘둘러 그를 뿌리쳤다.
"시발 이 아저씨야, 내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말을 한 쟝청은 이가 시큰시큰 아프고 입안에 무언가 들어있는 것 같았다. 그가 고개를 돌려 퉤 뱉자 지퍼슬라이드 반쪽이 나왔다.
땡그랑.
소리가 아주 낭랑했다.
이 움직임을 들은 그는 바로 입안이 시큰거리고 아팠다. 자신이 어떻게 지퍼슬라이더를 물어뜯었는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고, 앞니가 아직 제자리에 있는지 핥아서 확인해볼 용기도 없었다.
"있는 척하기가 그렇게 쉬운 줄 알아! 빌어 먹을 바구니 가져다 사방팔방 돌아다니면서 아무거나 주워담지 마!" 구페이는 아마 가볍지 않게 내던져진 듯 욱한 표정으로 매섭게 그를 쳐냈다. "학패!"
"꺼져 새끼야," 쟝청은 그에게 밀쳐져 땅바닥에 주저앉더니 갑자기 소리쳤다. "너 손 한 번만 더 움직여 봐!"
구페이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의 복부를 힘주어 걷어찼다.
쟝청은 순간 세상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눈앞에 구페이 그 망할 물건만 남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땅에서부터 펄쩍 뛰어올라 구페이에게 발길질을 했다.
구페이는 재빨리 옆으로 비켜서서 그가 헛발질을 하게 만들었지만, 쟝청은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그를 뒤쫓아 등을 밟았다.
"시발!" 구페이가 손을 돌려 그의 종아리를 잡아당겼다.
쟝청은 다시 땅에 쓰러지면서도 다른 다리로 구페이의 얼굴 쪽을 걷어차는 것을 잊지 않았다.
구페이는 팔뚝으로 막은 뒤 그의 몸으로 달려들어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미친! 손이 정말이지 묵직했다!
빌어먹을 개 같은 물건!
쟝청은 왼쪽 눈에 작은 기차가 지나간 것처럼 별이 번쩍이는 것을 느꼈고, 다른 것을 돌볼 겨를도 없이 손을 번쩍 들어 구페이의 턱을 세게 밀쳤다. 구페이는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는 기회를 틈타 다시 팔꿈치로 구페이의 갈비뼈를 찍으려 했지만...... 그는 성공하지 못했다. 구페이는 빠르게 반응하여 그의 손목을 잡아챘다.
다음 수는 그가 상상도 하지 못한 것으로, 손가락으로 정확히 그의 손바닥에 있는 상처를 눌렀다.
"아——" 쟝청이 고함을 지르자 마치 스위치를 켜듯이 눌러대서, 그는 다리를 구부려 구페이의 등을 무릎으로 강하게 내리쳤다.
구페이는 앞쪽으로 무너져 내리며 그의 머리를 손으로 지탱해 눌렀다.
음험한 자식, 멍청한 게임이나 하더니, 그럼 그렇지!
그는 고개를 기울여 구페이의 손목을 물었다.
"아!" 구페이는 아픔에 소리를 질렀고 그는 무는 힘을 놓지 않았다. 구페이는 얼른 그의 뺨을 쥘 수밖에 없었다.
이 개 같은 자식의 손 힘은 매우 강했다. 쟝청의 뺨이 찢어지는 것처럼 한바탕 시큰거리고 아팠다.
그러나 이 때 그는 확실히 앞니가 있었고, 뿐만 아니라 힘도 있었다.
전황은 한창 멍청한 교착 상태로 발전하고 있었는데, 두 사람이 땅에서 헤어지기 아쉬워할 때 옆에서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구페이?"
한창 요란하게 싸우던 두 사람은 소리는 들렸지만 조금도 동작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너 한 대, 나 한 대 때리고 있었다.
"구페이!" 그 사람은 소리를 지르고 잠시 멈춘 뒤 다시 목청껏 외쳤다. "쟝청? 네가 왜...... 일어나! 둘 다 나를 따라와!"
쟝청은 사실 첫번째로 들었을 때 라오쉬의 목소리임을 알았지만 라오쉬가 왜 갑자기 지금 이 시간에 이곳에 나타났는지 물어볼 겨를도 없었다.
"둘 다 멈춰!" 라오쉬가 다가와 두 사람에게 발길질을 했다. "뭐 때문에 이래? 배가 불렀구나!"
그들 둘은 마침내 동시에 멈추었다.
단지 멈추었을 뿐, 마치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동작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구페이는 한 손으로 그의 옷깃을 움켜쥐고 다른 한 손으로 그를 잡고 있었는데 두 사람 모두 무릎으로 반쯤 땅을 버티고 서서 함부로 손을 떼지 못했다. 손바닥을 누르고 손목을 물어뜯은 이후 상대방이 어떤 유치원생 같은 유치한 수법을 쓸지 그들 둘 다 판단할 방법이 없었다.
"손 떼!" 라오쉬가 다가와 두 사람의 팔을 한참동안 잡아당겨 마침내 그들을 갈라놓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라오쉬는 구페이를 노려보았다. "너 왜 짝을 때리고 있어!"
"내가 그를 때리는 것 밖에 못 봤어요?" 구페이는 손을 들어 입가를 문질렀다. "눈이 멀었나?"
라오쉬는 화가 치민 구페이의 말을 신경쓰지 않고 고개를 돌려 또 쟝청을 바라보았다. "너는 또 무슨 일이야? 너처럼 착한 애가 어째서 오자마자 다른 사람과 싸움질을 해?"
"내가 말했죠." 쟝청은 손을 뿌리쳤다. 손바닥에는 감각이 마비되어 통증이 없었다. "성적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고요. 그 어떤 선생님도 내가 착한 애라고 말하지 않았어요."
"하이고!" 라오쉬는 길 건너를 가리키며 구페이에게 말했다. "저기 네 여동생이지! 어린애가 겁먹은 것 좀 봐라!"
쟝청은 그제서야 구먀오가 여전히 옆에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는 마음이 조금 불안해져 고개를 돌려 쳐다보고는 멍해졌다. 구먀오는 길 건너 돌 의자에 앉아 뺨을 괴고 차분하게 이쪽을 보고 있었다.
혹은 차분한 것이 아니라 차갑고 무관심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쟤는 싸우는 거 안 무서워 해요." 구페이가 말했다.
쟝청은 더 이상 말을하지 않았다. 구먀오는 확실히 좀 이상했다...... 전에 그가 손을 다쳤을 땐 구페이가 구먀오의 시야를 조심스럽게 막았었다. 구먀오는 피를 무서워할 터였다.
하지만 지금 그와 구페이는 싸우느라 이 땅을 거의 다 쓸어버릴 뻔했는데도 그녀는 의외로 무관심한 표정이었다. 쟝청은 구페이가 사람을 나무에 처박았을 때 그녀가 고개도 들지 않고 밥을 먹었던 것을 떠올렸다.
이 어린 소녀는 어떻게 된 일인가?
"너희 둘 정리해." 라오쉬는 그 두 사람의 입에서 아무 것도 나오지 않자 별 수 없이 바닥에 있는 책가방을 가리켰다. "내가 마침 가정 방문 중이라 망정이지, 먼저 너희들 싸움에 대해 얘기해야겠다."
가정 방문?
쟝청은 조금 놀랐다. 독한 북풍을 맞으며 9시 이후에 가정 방문을 위해 찾아온 담임 선생님...... 정말이지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누구네 집을 방문해요?" 구페이는 옷을 정돈하고 지퍼를 올리기 위해 고개를 숙였을 때 지퍼슬라이더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그는 얼굴을 돌려 쟝청을 바라보았다.
쟝청은 눈을 부릅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보긴 뭘 바 시발, 내가 먹었다!
"내가 여기까지 왔는데 누구 집에 갈 수 있을거 같아?" 라오쉬는 한숨을 쉬었다. "당연히 너희 집이지."
구페이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 몸을 돌렸다. "그럼 가죠."
"잠깐만," 라오쉬는 아마 그가 그렇게 간단히 수긍할 것은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난 아직 너희 둘이 왜 싸웠는지 알고 싶은데."
"심심풀이요." 구페이가 머리를 돌려 그를 보았다. "갈 거예요, 말 거예요?"
라오쉬는 가정 방문을 먼저 해야 할지 두 사람의 싸움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할지 고민되어 한 걸음 가다 멈추고 물러선 다음 생각해보고 또 한 걸음 나아갔다.
"전 돌아갈게요." 쟝청은 그와 박자를 맞춰주려 했다. "감사합니다, 쉬총."
라오쉬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쟝청은 몸을 돌려 길목으로 걸어갔다.
뒤에서 구페이가 휘파람을 불었다. 쟝청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는 구먀오를 불렀을 것이다. 예상대로 즉시 구먀오의 스케이트보드 바퀴가 바닥을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오늘 밤은 정말이지...... 상쾌하구나.
리바오궈네는 여전히 노름판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도박 테이블 앞에 젖어있던 사람들은 마치 일평생이 눈앞의 한 평짜리 정사각형 밖에 남지 않은 것 같았다. 호기심과 소문은 모두 오가는 열 몇 장의 패를 이겨낼 수 없었다.
점심 때 잠깐 구경하고 토론한 후 시야에서 사라진 쟝청이 집에 돌아왔을 때는 아무도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단지 리바오궈만이 한 마디 했다. "왔냐? 우리는 밥 먹었는데, 너 뭐 좀 먹을래?"
"나한테 상관 마세요." 쟝청은 말을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외투를 벗어보니 쓸린 부분이 모두 먼지투성이였고, 긁혀서 찢어진 곳이 두 군데 있었다.
망할, 그는 눈썹을 찡그렸다. 바로 오늘 산 옷인데!
추측건대 얼굴도 그다지 보기 좋지 않을 것이다. 그는 방 안을 몇 번 돌아보고 나서야 거울이 없는 것을 깨닫고 휴대전화를 꺼내 켜려고 했다.
주인의 예열을 거쳐 전화가 따뜻해지자 비로소 켜는데 성공했다.
그는 카메라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이마가 약간 부어 있었지만 심각하지는 않았고, 아랫 입술이 조금 찢어져 있었는데 아마 구페이의 외투 지퍼에 찍힌 것 같았다.
다른 곳은 약간의 찰과상 뿐, 그럭저럭 괜찮았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지금 자신이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없었다.
사실, 이 싸움은 좀...... 제멋대로였다. 이치대로라면 그는 평소 이런 식의 진흙탕 속에서 장난치는 돼지같은 싸움을 하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무언가를 쏟아낸 기분이었다.
그는 결코 구페이와 어떻게 싸울지 확정하지 않았고, 그저 싸우고 싶었고, 찢고 싶었고, 힘을 쓰고 싶었고, 자신의 몸을 둘러싼 알 수 없는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구페이로 말할 것 같으면 그에게 이끌려서인지 몰라도 사람을 한 손으로 휘두를 수 있으면서 무식하게 바닥을 구르며 손바닥을 누르고, 시발! 그를 따르는 패거리들에겐 왜 보여주지 않는가!
이것 봐, 너희들의 큰형님은 굴러다니는 지렁이다!
쟝청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이미 거즈 아래에서 피가 배어나와 있었다.
그는 책가방을 뒤졌다. 오늘 동네의원에서 가져온 알코올과 탈지면 등이 다행히 눌려서 깨지지 않았다.
그는 거즈를 떼어내고, 소독을 위해 왼손을 사용하여 힘겹게 오른손을 씻었다. 왼손은 익숙치 않아서 몇 차례 상처를 찌르는 바람에 그는 아파서 거의 눈물이 떨어질 뻔했다.
정말 울고 싶었다. 그는 항상 우는 건 의미없는 일이라고 여겼지만, 방학한 후부터 이곳에 온 현재까지의 오랜 시간 동안 그는 가끔씩 울고싶은 기분을 억눌러야 했다.
언젠가는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참지 않고 실컷 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드디어 집 안의 노름판이 흩어져 있었다. 거실 소파에서 두 남자가 자고 있었고 리바오궈는 침대에서 코를 골며 하늘과 땅을 뒤흔들고 있었다.
세수를 끝낸 그는 1초도 지체하지 않고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학교에 도착하기 전에 물류에서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3일, 늦어도 내일까지 가져가지 않으면 요금이 부과될 겁니다!"
"집까지 배달은 안 해주세요?" 쟝청은 한숨을 쉬었다.
"가능하죠. 200층 아래까지는." 상대방이 말했다. "그 위로는 따로 비용을 내야 합니다."
쟝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돈을 아까워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매우 기쁘고 안심되었다.
"내 생각엔 당신이 직접 가져가는 게 좋을 거예요." 상대방이 꽤 자상하게 말했다. "여기 짐차가 많아요, 한 대 불러 끌고 가도 100위안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쟝청이 말했다.
다음 날은 토요일이라 적당했다.
그는 생각해보니 다시 조금 걱정이 되었다. 지금 그의 방은 침대 하나와 장롱 하나로 거의 가득 차서 책상도 비집어 넣은 판인데, 자신의 그 물건들은 어떻게 갖다 놓아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 아마도 어머니가 싹 정리해서 물건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는 마스크를 쓰고 교실에 들어갔다. 이마의 부기는 거의 가라앉은데다 머리카락이 반쯤 가려서 봐서는 모를 정도였고 오늘 입은 옷은 구페이의 옷도 아니었기 때문에 자리로 걸어가 앉아있으니 아무도 그에게 무슨 이상이 있는지 알아채지 못했다.
어제 라오쉬가 방문해 구페이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몰라도, 구페이는 놀랍게도 아침 자습 종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교실로 들어섰다.
눈을 들어 그를 쳐다본 쟝청은 곧바로 멍해졌다.
구페이의 얼굴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었고 턱 옆에 아주 약간의 찰과상이 있었는데...... 그를 멍하게 만든 것은 이 자식이 뜻밖에도 안경을 썼다는 것이다!
미친! 무슨 학패 흉내냐!
쟝청은 그를 노려보았다.
이상한 것은 구페이를 보고 놀란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점인데, 이 말인즉슨 그가...... 평소에도 안경을 자주 쓴다는 것인가?
이에 그는 판즈가 떠올랐다. 판즈도 약간 근시였지만 그는 안경을 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내 성적이 이 모양인데 안경을 끼면 무슨 염치야!" 판즈는 말했었다. "차라리 흐리게 보고 말지!"
인간 판즈의 기개를 보라, 그는 심지어 펜도 여러 자루 있다......
구페이는 걸어와서 그의 앞에 봉투 하나를 던져놓고 앉았다.
쟝청은 봉투를 열어 들여다보았다. 안에는 스웨터와 숙제 노트가 들어 있었다.
시발! 숙제!
그는 어제 싸운 이후 뜻밖에도 숙제를 돌려받는 것을 잊은 것이다!
때리고 싸운 사람에게 숙제는 베끼게 하고 무슨 짓거리인지.
"아직 부기가 안 가라앉았어?" 구페이가 옆에서 말했다.
쟝청은 얼굴을 돌려 그를 쳐다보며 그의 말투에 미안한 마음이나 남의 불행을 즐기는 낌새가 있는지 알아내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구페이의 이 말에는 오늘은 금요일이야나 마찬가지로 아무런 감정도 들어있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페이," 저우징이 그들의 책상에 기댔다. "다페이!"
구페이는 안경을 밀어올리고 그를 바라보았다.
"다페이?" 저우징이 얼굴을 돌렸다. "어이, 다페이......"
구페이는 그의 뒤통수를 때렸다.
"너 어제 왜 안 왔어? 놀러갔었어?" 저우징은 뒤통수를 문지르면서 물었다.
"아니." 구페이가 말했다.
"나는 네가 지난 학기처럼 무단결석하고 여행간 줄 알았어." 저우징이 말했다.
구페이는 한숨을 쉬며 그를 바라보았다. "너는 수업 하루 빼먹고 여행 가냐?"
"...... 그치, 하루로는 시간이 부족하지." 저우징이 말했다. "아, 너......"
"꺼져." 구페이는 간단한 마무리 멘트를 사용했다.
오늘 수업은 지난 이틀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선생님은 자기 이야기만 하고, 학생들은 자신의 일만 가지고 놀았다. 모두가 행복하고 평화로웠다.
구페이도 평소와 같은 모습이었다. 먼저 멍청이 게임 애○팡을 하더니, 아마 하트를 다 썼는지 이어폰을 끼고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쟝청은 참지 못하고 그의 얼굴을 여러 번 훑어보았다.
구페이 이 인간은 눈빛만 보지 않는다면 사실 꽤 온화한 느낌을 주는데, 옷차림도 모두 편안한 스타일과 색조라서 안경을 쓰고 나니 그야말로 어울리지도 않는 학패 코스프레로 보였다.
그가 가진 이런 종류의 신비로운 기질에 쟝청은 확실히 조금 놀랐다.
몇 번을 본 뒤에야 그는 선생님에게 주의를 돌렸다. 선생님의 수업이 아무리 형편없어도 들어야 했고, 자신이 책상에 엎드려 비몽사몽이더라도 중점 내용은 들어야 했다.
쟝청은 전부터 자신이 공부하지 않아도 시험 성적이 잘 나오는 유형의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한 적이 없었다. 그는 자신이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의 이런 교실 환경과 학습 분위기는 정말이지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학교 성적을 그리 중요하게 여기진 않았지만, 4중에 온 이후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결코 원하지 않았다.
마지막 영어 수업에서 라오루는 매우 열정적이었다. 내일이 주말인 탓인지 교실에 있는 사람들 모두 기분이 흐리멍텅 떠 있어서 그는 고함을 쳐서 모두를 깨우려 했다.
쟝청은 책상 위에 반쯤 엎드려 진지하게 필기를 하고 있었다.
"오늘 숙제에 대해 얘기해보자!" 라오루는 수업이 끝나갈 무렵 손바닥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너희들 숙제로는 전시회도 열 수 있을 거다! 이렇게 쉬운 숙제도 못해서 모양이 백 종류는 되다니!"
"우리 반 백 명 아닌데요." 왕쉬가 말을 이었다.
반 전체가 웃음을 터뜨렸다.
"너! 왕구일(九日)!" 라오루가 교편으로 가리켰다. "쓰레기 만두가 뜻하는게 바로 너다! 인류의 기관이 다 퇴화해도 분명 네 주둥이는 남을 거야!"
왕쉬는 조금 불쾌해져 책상을 밀쳤다.
"불쾌하면 수업 끝나고 내 집무실로 와!" 라오루는 으르렁거리고 왕쉬가 어떤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또 교편으로 쟝청 쪽 방향을 가리키더니 구페이를 찔렀다. "구페이!"
"네." 구페이가 고개를 들었다.
"네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네가 말해봐! 숙제 베꼈지? 베낀 거지!" 라오루는 연거푸 말했다. "베낀 거야 아니야! 그냥 베꼈는지 말았는지 네가 말을 해봐! 맞아 틀려!"
구페이는 한참을 기다려도 대답할 틈을 찾을 수 없었다.
"너 숙제 베꼈어! 베끼는데 꽤 기술도 필요했지, 안 그래? 안 그래?" 라오루는 책상을 두드렸다. "한 문제도 틀리지 않았어! 한 문제도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 누구 걸 베꼈어!"
이번에는 그가 구페이에게 대답할 시간을 주었다.
구페이는 잠시 침묵하다가 손가락을 세워 저우징을 가리켰다. "얘요."
"저우징!" 라오루는 즉시 소리지르며 저우징을 가리켰다. "너 정말 훌륭하구나! 이번 학기 평가에 다른 사람들을 돕는 것을 좋아한다고 덧붙여주기라도 할까?"
저우징은 깜짝 놀랐다. 고개를 돌리자 구페이가 자신을 가리키고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보였다.
라오루는 숙제를 붙들고 한바탕 욕을 해대며 수업이 끝날 때까지 교편을 휘두르다가 팔 아래 끼고 교실을 나갔다.
"시발," 저우징은 고개를 돌렸다. "너 누구 거 베꼈어?"
구페이는 그를 힐끗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우징은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일어섰다. "됐다, 네 맘대로 해라."
저우징이 떠난 후 쟝청은 구페이를 보며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좀 이따 얼먀오가 학교 문앞에서 기다리고 있을텐데," 구페이가 가방을 챙기며 말했다. "너 걔랑 같이 가."
"응?" 쟝청은 어리둥절해졌다. "나는 막 걔네 오빠랑 싸워서 같이 가기 싫은데."
"그러든가." 구페이가 말했다.
"그래, 시발." 쟝청은 약간 화가 났다. "그럼 바로 가볼게."
구페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잠시 후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도움 부탁해, 고마워."
"참나, 정말 애썼다." 쟝청은 갑자기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게." 구페이가 말했다.
*왕쉬는 왜 왕구일로 불리나요?
-> 왕쉬의 旭 자를 쪼개서 九日로 읽는 것입니다. (알려주신 ㅃ님 감사합니다 ㅠ.ㅠ)
원래 발음은 '주르'가 맞지만 구일이가 더 마음에 들어서 그냥... 제맘입니다 ^.^
여기까지 무료분입니다!
유료분부터는 비밀번호를 걸 예정입니다.
비밀번호 안내는 16장 번역과 함께 들고 올게용 ꔷ̑◡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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