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야 제12장 / 오늘 밤, 우리 우정에 건배~^^

2021. 1. 31. 09:04진행중/《살야撒野》巫哲,2017

제12장



  쟝청은 자신도 상당히 상당히 엉망이라 여겼고, 수업을 빼먹고 싸우면서 줄곧 많은 문제를 일으켰지만, 아직까지 눈밭에서 사람을 때려 쓰러뜨린 후 집으로 돌아가 식사를 한 적은 없었다.

  "야," 그는 구페이를 따라 가게로 들어가 눈을 부릅뜨고 구페이를 쳐다보며 의자를 깔고 앉았다. 그는 구먀오의 면전에서 직설적으로 말할 수 없어 불분명하게 상기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그...... 정말 상관 없어?"

  "안심해, 괜찮아." 구페이가 그를 쳐다보았다. "조금 있으면 일어나서 직접 갈 거야. 콧대를 좀 고쳐야 할텐데...... 넌 그래도 착하네. 원숭이들을 맞닥뜨렸을 땐 어떻게 걱정을 안 했지?"

  "너 그를......" 쟝청, 문 쪽을 가리키며 한참 동안 말을 골랐다. "재워버렸어?"

  구페이는 그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얼굴에선 억눌린 미소를 볼 수 있었다.

  "됐어." 쟝청은 자리에 앉았다. "내가 저지른 것도 아닌데."

  구페이는 고개를 숙이고 식사를 계속했다. 그도 밖에 있는 사람이 '일어나서', '직접 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아마 환경이 달라서일 것이다. 그가 어릴 때부터 자라온 환경은 아무리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더라도 언제나 '도(度)'가 있었다. 그러나 구페이, 이 허름하고 오래된 도시와 주변의 사람들을 보라, 그는 분명 이런 일에 대해서는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그는 구페이에게 정말로 감사해야 했다. 그가 문 앞의 눈 위에 엎드려 '잠들어' 있었을 때 그를 얼어죽게 두지 않은 것에 대하여.

 

  그는 이전에 이렇게 두 번이나 밥을 먹어서, 구페이 남매와 밥을 먹으면서 침묵을 지키는 것에 익숙해졌다. 구먀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할 말이 없었다. 구페이는 말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이렇게 먹으면 먹는 시간이 절약되어 10분이면 거의 다 먹게 되었다.

  젓가락을 내려놓고 고맙다는 말을 하려 했는데 문 밖에서 고통스러운 욕설이 들려왔다. 잠에서 깨어난 그분의 인기척일 터였다.

  쟝청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귀를 기울였다.

  이 사람은 심하게 욕설을 했는데, 아마 코가 부러졌거나 혹은 다른 어떤 뼈가 부러진 것 같았다. 함부로 내뱉는 말들은 한귀로 듣고 흘린 리바오궈의 이웃집 싸움 스타일과 비슷했다.

  아마도 동네 문화일 것이다.

  그러나 그 속에는 그가 구페이를 쳐다보는 것을 참지 못하게 만드는 유난히 튀는 문장이 하나 있었다.

  "내가 네 엄마랑 떡쳤다, 그래서 어쩔 건데!" 그 남자의 욕설은 약간 발음이 어눌했지만 그래도 들을 수 있었다.

  구페이는 그와 눈을 마주친 이후 또 탕 한 모금을 마시고 한 마디 했다. "우리 엄마 남자친구......"

  "뭐?" 쟝청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양고기 두 근을 먹고 놀랐다. 그 남자는 매우 역겨웠지만 그래도 서른 쯤이었고 구페이의 어머니는 스무 살에 그를 낳았어도 거의 마흔이 다 되었을 것이다.

  "중 하나." 구페이는 말을 끝냈다.

  "아?" 쟝청은 멍해졌다.

  "배불리 먹었어?" 구페이가 물었다. "아직 고기가 있는데 배 안 부르면 더 집어 가."

  "배불러 배불러." 쟝청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얼먀오, 정리해." 구페이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구먀오는 즉시 일어나 여러 개의 밥 그릇을 아주 능숙하게 모으고, 또 젓가락을 한 손에 쥐고서 뒷문으로 받쳐들고 나갔다.

 

  쟝청은 이 광경을 보고 즉시 조금 불쾌해졌다. 리바오궈가 말했던 '이런 일은 여자들이 해야 한다'는 말이 떠오른 쟝청은 손을 내밀어 정리를 거들 준비를 했다.

  "앉아 있어." 구페이가 그를 제지했다. "걔가 치우면 돼."

  "이런 일은 여자가 해야 하니까?" 쟝청은 그를 흘겨보았다.

  구페이가 놀라며 웃었다. "내가 말했어?"

  "무언 중에 다 들어있어." 쟝청은 저녁 때 리바오궈네 가족의 엉망진창인 태도를 떠올리자 가까스로 진정시킨 분노가 다시 분출되고 싶어 꿈틀댔다. 

  "나," 구페이가 자신을 가리켰다. "요리."

  쟝청이 그를 바라보았다.

  "구얼먀오," 구페이는 또 뒷문에서 돌아오는 구먀오를 가리켰다. "설거지."

  쟝청은 여전히 그를 바라보았다.

  "잘못된 거라도 있어?" 구페이가 물었다.

  "아." 쟝청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위로 솟구치던 분노는 순식간에 전부 머쓱함으로 변했다.

  "아?" 구페이도 그를 바라보았다.

  "...... 아." 쟝청은 정말 무슨 말을해야할지 몰랐다.

  구페이는 그를 상대하지 않고 일어나 계산대 뒤에 앉아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그는 떠나고 싶었지만 교양 없이 남의 집에서 식사를 하고 젓가락을 놓자 마자 떠날 수 없어 탁자에 앉아 구먀오가 두세 번 뛰어다니며 탁자 정리를 끝내는 것을 보고 있었다.

  구페이에게 담배를 빌리려던 찰나 담배를 문 구페이가 일어나서 구먀오를 따라 뒷문으로 나갔다.

  가게에 남은 것은 빈 탁자를 마주하고 멍해진 그 자신 뿐이었다.

  시발.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판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손자.

  -할아버지! 잡담 시간?

  -시간 없어.

  판즈는 음성 메시지를 보내왔다. "너 시발 할 짓이 없어서 날 갖고 놀아? 난 이제 막 엄마한테 혼나서 밥도 못 얻어먹고 있는데!"

  쟝청은 듣자마자 웃겨서 그에게 음성으로 답장했다. 족히 20초는 웃었다.

  웃은 뒤 그는 일어나서 뒤쪽의 구페이 남매가 뭘하는지 보려고 했다. 별일 없으면 돌아가야 할 것이다.

 

  뒷문으로 나가니 작은 안뜰이었고, 몇 개의 점포가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화장실과 작은 부엌이 있었다.

  문을 나선 쟝청은 바람에 얼굴을 얻어맞으며 서둘러 부엌으로 갔다.

  구페이는 문에 등을 대고 서 있었고 구먀오는 싱크대 앞에 서서 따뜻한 물로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어린 소녀는 아주 집중하는 표정으로 능숙하게 설거지를 했다.

  한동안 그것을 본 쟝청은 구페이가 이곳에 서있는 의미에 대해 약간 모호한 기분이었다. 구먀오는 더 이상 어린 아이가 아니고, 그녀에게 설거지를 시킨 이상 하면 그만이지, 어째서 이곳에 서서 지켜봐야 하는가?

  "그럼......" 그는 목청을 가다듬었다.

  구먀오는 설거지에 너무 몰두해서 그런지 그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듯 진지하게 설거지를 계속했다.

  구페이는 고개를 돌렸다. "응?"

  "나는 슬슬 가볼게." 쟝청이 말했다. "혹시 입지 않는 외투 있어? 하나만 빌려줘."

  "없어." 구페이가 말했다.

  "시발?" 쟝청이 그를 바라보았다. "무슨 의미야?"

  "항상 입는 것 뿐이야." 구페이가 말했다. "방 안 캐비닛에서 직접 꺼내 가."

  "...... 오, 고마워." 쟝청은 몸을 돌려 옷을 가지러 가려 했다.

  "청형." 구페이가 그를 불러세웠다.

  쟝청은 멈춰섯다. 구페이가 구먀오를 따라 그를 청형이라고 부르자 그는 조금 이상했지만, 어째선지 또 꽤 편안하게 들려 하마터면 우리 동생 무슨 일이냐고 대답할 뻔했다.

  "얘 설거지 끝나면 인사하고 가." 구페이가 말했다.

  "응." 쟝청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 담배 한 대만."

  구페이는 주머니에서 담뱃갑과 라이터를 꺼내서 그에게 건네주고 고개를 돌려 구먀오가 설거지 하는 것을 계속 지켜보았다.

 

  쟝청은 문가로 걸어가 담배에 불을 붙이고 구먀오가 설거지를 하는 것을 함께 지켜보았다.

  불확실하고, 물어보기도 쉽지 않지만, 쟝청은 구먀오가 평범한 아이들과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구페이가 설거지하는 것까지 지켜봐야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긴장할 거면,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혼자 ​​길거리를 날아다니며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왜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일까.

  정말 이상하다.

  여기 사람들은 다 이상하다.

  때때로 그는 모든 것이 허상이라고 느껴졌다. 이런 거리와 광경, 그가 보는 이런 사람들, 이런 일들 모두 그다지 현실감이 들지 않는다. 오직 판즈와 연락할 때만 그는 실제 세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초월한 것인가?

  다른 시대? 다른 공간?

  이세계?

  자신의 생각에 자신이 놀라 몸을 떨었다.

  구페이가 마침 돌아서서 그를 쳐다보았다. "넌 방 안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쟝청은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

 

  설거지를 마친 구먀오는 그릇을 정리하고 부엌을 돌아서 나갔다. 쟝청을 지나쳤을 때는 그를 보지 못한 듯하여 쟝청은 그녀를 따라 가게로 들어갔다. 그녀는 사람을 찾을 때가 되자 그제야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너 되게 잘 하네." 쟝청은 그녀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구먀오는 조금 쑥스럽게 코를 문질렀다.

  "그럼," 쟝청은 허리를 굽혀 그녀에게 말했다. "나는 갈게."

  구먀오는 구페이를 힐끗 본 뒤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또 보자?" 쟝청이 손을 들어 그녀에게 흔들었다.

  구먀오도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쟝청은 미소를 지었다. 원래 '내일 보자'는 그녀의 인사를 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것이 뜻밖에도 무언극일줄은 몰랐다.

  구페이는 방에 들어가 긴 패딩을 꺼내 그에게 가져갔다.

  "고마워." 쟝청은 옷을 들고 한번 보았다.

  "모자, 장갑, 목도리, 마스크?" 구페이가 물었다.

  "...... 필요없어." 쟝청이 말했다. 다 해서 겨우 몇백 미터 거리였다. "충전기...... 충전기 몇 개 있어?"

  구페이는 또 방에 들어가 충전기를 가져와서 그에게 주었다.

  "고마워." 쟝청은 그것을 받아서 주머니에 넣었다.

  "...... 누군가가 너를 주먹으로 때려도 습관적으로 고맙다고 하지 않아?" 구페이가 말했다.

  "네가 한 번 실험해보는 게 어때?" 외투를 입은 쟝청은 커튼을 걷어 올리고 나갔다.

 

  구페이는 기지개를 펴고 휴대전화를 들어 시간을 보더니 구먀오의 머리를 가볍게 토닥였다. "자, 우리도 집에 가자."

  구먀오는 빠르게 달려가 문과 창문을 모두 닫은 후 스케이트보드를 안고 가게 밖에 서서 그를 기다렸다.

  그는 계산대 안의 돈을 정리한 후 불을 껐다.

  "오늘은 걸어갈 거야, 신누나가 우리 오토바이를 몰고 갔어." 구페이는 가게 문을 잠갔다. "이따 집에 가면 넌 바로 방에 들어가서 숙제하는 거다. 다 해야 나올 수 있어."

  구먀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스케이트보드를 내려놓고 발로 땅을 밀치며 달려나가 십여 미터 이상 나가더니, 무엇인가에 걸려 스케이트보드에서 떨어졌다.

  구페이는 웃으며 휘파람을 불었다.

  구먀오는 그를 무시하고 일어나 스케이트보드를 밟고 또 달려나갔다.

 

  집에 돌아 왔을 때는 8시가 조금 지나 있었다. 거실의 불과 TV가 모두 켜져 있었고 어머니 방의 문은 닫혔지만 문틈 아래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구먀오가 숙제를하기 위해 방에 들어간 후 구페이는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

  방 안에서는 답이 없었다.

  "나 1분 뒤에 들어가." 구페이가 한 마디 했다.

  부엌에 가서 물을 끓여 자신이 마실 차를 우린 후 그는 다시 어머니의 방 문 앞으로 돌아가 두 번 두드린 뒤 문을 열었다.

  문은 잠겨있지 않았고, 잠글 수도 없었다. 지난번에 어머니가 자살하겠다고 소란을 피웠을 때 그가 자물쇠를 부쉈고, 줄곧 수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가." 어머니는 창가에 있는 작은 소파에 앉아 손에 전화기를 든 채 눈으로는 타는 듯이 그를 노려 보았다. "나가! 누가 들어오라고 했어!"

  "그 자식이랑 통화하는 거야?" 구페이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 놈이랑 얘기하지 마, 전화 끊지 않으면 내가 내일 그 자식 찾아갈거니까, 누가 그 자식 일하는 가게에 찾으러 가도 부스러기 하나 안 남아 있을 줄 알아."

  "너......" 어머니는 그를 흘겨 보고 전화기를 귀에 대고 말했다. "말해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개새끼야!"

  어머니는 휴대전화를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아니, 너 뭐가 문제야? 네 엄마 연애를 끝장내려고 해, 간섭이 너무 많은 거 아니니! 우리 집에는 아무런 유산도 없잖아! 누가 뺏어가기라도 할까봐 그래?"

  "당신의 그 어린 남자들 중에서 한 놈만 골라봐, 믿을 만한 놈으로." 구페이는 차를 마셨다. "내가 간섭하나."

  "누가 믿을 만하지 못하다는 건데!" 어머니는 눈썹을 찌푸렸다. "짜증나 죽겠어."

  "누가 믿을 만한데?" 구페이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당신이 그들에게 돈을 안 쓰면, 누가 당신을 상대해줄까?"

  "왜 상대를 안 해!" 어머니는 소파를 두드렸다. "내가 그렇게 못생겼니? 내가 만약 못생겼으면, 네가 어렸을 때부터 잘 생겼단 소리를 들을 수 있었겠어?"

  "응." 구페이는 침대 머리 옆 탁자에서 작은 거울을 들고 자신의 얼굴을 비추었다. "잘생김."

  "너......" 어머니는 입을 열자마자 그에게 말문이 막혔다.

  "나더러 네 엄마가 젊었을 땐 정말 예뻤다고 다들 말해줬어." 구페이는 거울을 내려 놓았다. "젊었을 때라는 게 뭔지 알아? 지금은 당신보다 아름답고 젊은데다 멍청하기까지 한 여자애들이 많단 소리야. 당신의 그 푼돈 아니면 어느 이삼십대 남자가 당신같은 사십대랑 연애를......"

  "나가나가나가!" 어머니는 소파에서 뛰어내려 그를 문 밖으로 밀어냈다. "난 더 이상 너랑 할 말 없어, 나가!"

  구페이는 손바닥을 뒤집어 그녀의 손목을 쥐었다. "계산대에서 돈 가져가지 마. 아무리 조금 가져가도 난 안 세어봐도 알 수 있어."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으로 돌아가 문을 쾅 닫았다.

 

  구페이는 거실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차를 두 모금 마시고 리모컨을 들어 채널을 몇 번 돌렸다. 이 시간대에는 한결같이 엄마와 고부, 시누이, 처남이 몸싸움을 하거나, 아니면 의심스러운 전적에 관계없이 쓰레기남을 사랑으로 녹이는 성모마리아 드라마였다.

  채널을 몇 번 훑어본 후 그는 TV를 끄고 방으로 들어갔다.

  컴퓨터를 켠 그는 숙제와 오늘의 사진 보정 사이에서 망설임 없이 사진을 선택했다.

  숙제는 하든 안 하든, 시험에서 떨어지는 건 마찬가지이다.

  그는 카메라에서 컴퓨터로 사진을 전송하고 먼저 NG컷을 삭제한 다음 다시 볼만한 가치가 있는 사진만 골라 남겼다.

  얼먀오는 다 좋았다. 어린 소녀는 사진을 찍기만 하면 웃지도 않고 엄숙한 얼굴로 학교를 폭파해버릴 것 같았지만 그래도 꽤 멋있게 보인다.

  거리 풍경 몇 장은 좋지 않았다. 너무 어수선하고 배경이 복잡하다. 일몰 때 몇 장은 괜찮았는데, 다리 위로 붉은 코트를 입은 사람이 지나가고 있는 이 사진의 색은 특히 좋았고...... 쟝청, 쟝청, 쟝청 이 몇 장......

  그는 눈썹을 꼬집으며 비교해본 뒤 첫 번째 한 장을 남겨두고 다른 몇 장은 삭제했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그는 사진 보정을 시작했다.

 

  사진을 보정하는 것은 상당히 귀찮은 일이지만, 그는 꽤 의미 있는 일이라 여겼고, 수업 시간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최근 이 음악 플레이어는 그가 너무 격렬하게 조율해 두어 개인방송국의 곡 하나하나가 쿵쿵 울리며 그가 보정을 위해 마우스를 클릭할 때마다 전기가 통하듯 한바탕 뒤흔들렸다.

  그는 노래를 끊고 자신의 하드 드라이브의 재생 목록으로 바꾸자 적잖이 조용해졌다.

  몇 곡이 랜덤 재생된 후 낯익은 기타 소리가 울리고, 이어서 피아노, 다음으로 여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나는 발을 헛디뎠어, 나는 곧 날아오를 거야......위로 올라가면 아득한 미망이, 아래로 내려가면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 세상은 텅 비어 있다고......

  구페이는 마우스를 움직여 다음 노래를 클릭했다.

  몇 년이 지났다. 처음 썼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 듣기엔 조금 유치했다. 여성의 목소리는 딩주신인데, 나른하고 허스키한 목소리는 의문과 몸부림을 띠고 있어 오히려 잘 파악되었다.

 

  쟝청의 사진 보정을 마치고 그가 시간을 힐끗 보니 거의 11시였다. 시간은 이렇다. 필요할 땐 없고, 필요 없을 땐 아무리 보내려 해도 가지 않는다.

  그는 기지개를 켜고 화면 전체를 점령한 쟝청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빛이 좋고, 분위기도 좋고, 소년의 경멸어린 표정도 좋고, 카메라 렌즈를 직접 보지 않는 눈빛도 훌륭했다.

  예전에 연습하던 시절 딩주신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돈을 써서 데려왔던 모델보다 훨씬 강한 카메라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사진을 약간 축소하여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저장 한 다음 메이투슈슈(美图秀秀)를 열었다.

  탈색, 어둡게, 필터 추가, 몽환, 별빛......

  마지막으로 이미지에 문자 추가——비통한 노래, 방자하게 돌아다니는 밤은 더욱 고요한 것 같아.

  저장하여 쟝청에게 전송했다.

  Last Of The Wilds*, 쟝청의 ID는 마치 그가 학패임을 설명하는 것 같지만 구페이에게 영어는 병음 읽기와 다를 것 없었다. 하지만 이 곡을 들어본 적이 있는데다 백파이프가 마음에 들었었다.

  또 쟝청의 프로필 사진을 보니, 배경에 옆얼굴이 매우 분명치 않지만 코를 보면 쟝청 자신임을 알아볼 수 있어...... 꽤 잘 찍힌 사진이었다.

*Nightwish - Last of the wilds https://youtu.be/GwES9M0isVM

 

  2분도 지나지 않아 쟝청이 그에게 답장했다.

  - 너 무슨 병 있지......

  그는 웃었다.

  - 왜?

  - 너 사실 이모티콘 제작자지! 왜 나를 아예 산악회 이모티콘으로 만들지 않고? 오늘 밤, 우리 우정에 건배~^^

  - 너 필요해? 내가 만들어줄게

  - 꺼져

  구페이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한참을 웃다가 또 하나를 보냈다.

  - 왜, 마음에 안 들어?

  - 인성이?

  구페이는 웃으며 원본 사진을 보냈다.

  쟝청은 반응이 없다가 몇 분 후에야 또 한 마디 회신했다.

  - 한 장? 다른 건?

  - 없어, 다른 사진들은 잘 찍히지 않아서 지웠어

  - ...... 너 자신에 대한 요구치가 너무 엄격하구나. 나한테 보내주고 지우면 안 돼?

  - 오늘 오후에는 네가 삭제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던가

  쟝청은 답장하지 않았다.

  구페이는 휴대전화를 내려두고 일어나서 뻣뻣해진 팔다리를 움직이며 방을 나갔다.

 

  구먀오의 방에는 이미 불이 꺼져있었다. 그는 문을 살짝 열고 안을 들여다 보았다. 어린 소녀는 숙제를 마치고 몸을 씻은 뒤 이불을 둘둘 감고 푹 자고 있었다.

  그가 자신의 일을 할 때는 남들이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구먀오도 기억할 뿐 아니라 믿을 수 없게도 어머니조차 알고 있었다...... 어머니는 언제 외출했는지 쥐죽은 듯이 조용해 그를 조금도 방해하지 않았다.

  구페이는 눈살을 찌푸리며 문 옆에 걸려 있던 자신의 외투를 꺼내 지갑을 더듬어 들여다 보았다. 안에 있던 큰 지폐가 모두 없어졌다.

  "시발." 그가 작게 중얼거렸다.

  방으로 돌아가 휴대전화를 들고 류판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페이? 나올래? 우리 마침 술 마시고 있어." 맞은편에서 류판의 유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옌이랑 우리 다 여기 있어."

  "난 안 가, 졸려서 자야겠어." 구페이가 말했다. "내일 나랑 어디 좀 가자."

  "어디로 가?" 류판이 즉시 물었다.

  "지난번에 말했던 그 음반 가게." 구페이가 말했다.

  "사장부터 직원까지 모두가 자신의 음악적 지식을 강요하던 그곳?" 류판이 물었다.

  "사장님은 진짜 대단하거든." 구페이가 말했다. "나는 다리가 가는 메뚜기를 찾고 있어."

  "알았어. 넌 없어도 돼." 류판은 한숨을 쉬었다. "네가 가기엔 부적절한 곳이야, 내가 사람을 데리고 갈게. 무슨 효과가 필요해?"

  "우리 엄마만 봐도 돌아서서 도망가는 효과." 구페이가 말했다.

  "좋아." 류판이 대답했다.

 

  전화를 끊은 후 전화가 울리더니 쟝청의 메시지가 왔다.

  -고마워.

  구페이가 그의 프로필을 보니 이미 방금 보낸 사진으로 바뀐 것을 알았다.

  -프로필 사진을 바꿨네?

  -그래, 꽤 분위기 있어.

  구페이가 웃으며 전화를 내려두고 씻을 준비를 하며 문으로 걸어가는데 전화가 다시 울렸다.

  그는 돌아가서 살펴 보았다.

  - 옷은 내일 하루 더 입어야할 것 같아, 방과후에 옷을 사러 갈 시간이 있어서

  - 세탁도 안 하고 돌려주게?

  -..... 너 결벽증도 있어?

  - 없어. 아니면 이불과 옷 중 하나를 골라서 빨아.

  - 옷은 내가 잘 빨아 줄게.

 

  구페이는 하품을 했다. 오늘은 밤에 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지 많이 졸렸다.

  그는 씻은 후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가 한밤중에 추위를 느끼고 일어나 그제서야 이불을 덮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이미 집에 아무도 없었다. 어머니는 밤새도록 돌아 오지 않았고 구먀오는 이미 혼자 학교에 갔다. 그가 시간을 보니 아침 자습은 고사하고 1교시 수업도 이미 반이 지나 있었다.

  "아——" 그는 소리를 길게 빼며 기지개를 켜고 느릿느릿 준비해 집을 나섰다.

  아래층에 도착하자마자 라오쉬의 전화를 받았다. "너 이번 학기에 또 이따위로 하는 걸 보니 퇴학을 원하나보구나!"

  "늦잠을 잤어요." 구페이가 말했다.

  "오늘은 네가 무슨 변명을 하든 관계 없어." 라오쉬가 말했다. "오늘 점심 때 나랑 얘기 좀 하자! 내가 널 맡은 바 책임을 져야겠다!"

  "...... 무슨 책임을 진다는 거예요?" 구페이가 물었다.

  "넌 나한테 아쉬운 소리 좀 해!" 라오쉬가 말했다. "전에 네 일에 대해 몰랐었는데 내 과실 이었다! 이제 내가 알았으니까 책임지겠어!"

  구페이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내 무슨 일이요?"

  "네 아버지의 일," 라오쉬가 간곡히 말했다. "네 담임선생님으로서 네가 나한테 마음을 열어놓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내 일은 당신이랑 관계 없어요,"  구페이가 말했다. "당신이 누구든, 내가 맘껏 패버릴 수 있다는 거 믿을 수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