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생 제6장 이 밤

2022. 1. 31. 03:14진행중/《부생附生》柳满坡,2020

이 밤

 

하루 종일 잔 주웨이싱은 졸리지 않아서 방에 들어가 책상 앞에 앉아 그 잡지들을 눈여겨보았다. 패션 오락, 재경 가십, 모두 종이가 저질이고 인쇄가 조잡하다. 몇몇 스타의 얼굴이 빈번하게 나타났는데, 한쪽 옆의 달력에도 배경으로 찍혀 있었다. 외모가 아주 좋고 페이지는 달라도 모두 남자들이다.

 

이 발견은 주웨이싱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달력만 남기고 모두 뭉쳐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또 악리서를 뽑아 보니 책은 매우 새것이고 아무런 필기도 없었다. 마치 처음 펼친 것처럼 주인과 서먹한 모습이었다.

 

고개를 들어 창밖을 내다보고 주웨이싱은 넋을 잃었다. 그의 앞길은 마치 지금 바라보는 영갑리 풍경과 같았다. 큰 암흑 덩어리와 뒤섞여 몇 개의 집만 드문드문 불빛을 띠고 있다. 퍼져 나오는 빛은 온통 남루하고 어지러우며 또 아득했다.

 

홀연히 창밖의 바로 맞은편 집이 밝아졌다.

 

웨이싱의 집은 7동 401호이고, 창문은 6동 407호와 마주하고 있다. 두 집은 각각 다른 동의 머리와 꼬리에 속하며 서로 마주보고 있다. 주웨이싱은 큰방이고 맞은편은 작은방이다.

 

지난 세기의 많은 구식 아파트는 지을 때 안전과 일조 거리가 지켜지지 않았고, 두 동 사이가 5미터만 돼도 이미 넓고 적당한 편이라 위험이 적지 않았다. 이 정도 거리에 주웨이싱은 건너편을 아주 훤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책상, 침대, 수납장 등의 가구는 여러 가지 재료로 만두를 빚은 것처럼 사방의 낡은 벽면에 전부 밀어 넣었고 실내가 수북하여 발 디딜 틈이 없다. 인테리어는 오히려 그들 집보다 조금 새것이지만 주인은 정리를 할 줄 몰랐고, 옷과 바지를 마구 집어던져놓았다. 문고리까지도 러닝셔츠가 걸려 있었다.

 

쳐다보던 주웨이싱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하고 일어나 블라인드를 내리려고 했다. 그 러닝셔츠가 걸린 문고리가 바깥에서 비틀리며 열리더니 키가 큰 남자가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들어왔다.

 

이제 막 샤워를 끝낸 듯 그는 상체에 옷을 걸치지 않았고, 아래엔 검은색 트레이닝복 바지를 헐렁하게 걸쳐 묶지 않은 허리 밴드가 걸음을 따라 흔들렸다. 보리빛 몸매는 탄탄하고 늘씬하며 흉근과 등근육, 복근이 몹시 완벽하고 아름답다. 물기가 덜 닦인 건지 피부 자체가 가진 청춘 필터인지 불빛 아래 은은한 물광이 반짝였고, 활기찬 역량감이 넘쳐 선이 가는 주웨이싱과는 완전히 극과 극이다.

 

남자가 문에 들어서자 뒤에서 고함소리가 따라왔다.

 

"쟝이! 너 엄마가 너한테 묻고 있잖아! 안 들려? 너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

 

다음 순간 문이 조금 열리더니 커다란 꽃무늬 잠옷을 입은 여자가 들어왔다. 그녀의 키는 남자의 어깨에 불과했고 겉모습은 젊어 보이지만 목소리는 약간 나이들어 오랫동안 담배를 핀 것처럼 귀에 거슬렸다.

 

쟝이라고 불린 남자는 성가시다는 듯 몸을 돌려 머리에 덮은 수건을 잡아당겼다.

 

"더워서, 밀었어."

 

키가 큰 남자는 목소리가 아주 낮아 몸속에 눌려 울리는 것 같았고, 듣기 좋은 것 말고도 소년의 도약감이 충만해 마치 한 번 불 붙이면 두 번 터지는 폭죽처럼 가만히 둬도 터져 나올 듯한 위력이 느껴졌다.

 

"너 머리에 구멍이라도 났니? 아니면 무슨 머리를 밀고 그래?" 쟝이의 어머니는 수건을 벗긴 뒤 드러난 대머리 한 알을 가리키며 그의 이마를 찌르려 했다. "내가 모를 줄 알아, 너 오전에 또 누구랑 싸웠다면서?"

 

"쯧, " 쟝이는 불쾌하게 고개를 돌리며 그 손가락을 벗어났다. "아니 시발 엄마가 나더러 물 채운 생선을 샀다고 가서 정산하라고 들볶았잖아? 그리고, 내 머리 건드리지 마."

 

"내가 그를 찾아가라는 건 이치를 따지라는 거지 너더러 사람을 패라는 거니? 거꾸로 너더러 배상하라고 찾아오면 어쩌려고?" 쟝이의 어머니의 태도는 그보다 더욱 악질이다. "너 돼지 대가리야? 네 아빠랑 똑같아, 똑같이 멍청해!"

 

쟝이는 개의치 않는 듯 수건을 옆으로 던지고 탁자에서 담배를 집어 입에 물었다.

 

"또 담배 피워! 저번에 침대 시트가 다 타버릴 뻔했잖아! 다음부턴 굴러나가서 피고 들어오라고 했지!" 비록 먀오샹쉐苗香雪의 온몸에는 분노가 가득했지만, 그녀의 잔소리는 전부 쟝이의 왼쪽 귀로 들어가 오른쪽 귀로 나왔다. 그녀는 한참을 재잘거리다 몸을 돌려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넌 언제 내가 신경 안 쓰게 해 줄래? 널 어디다 쓰려고 낳았을까!"

 

맞은편 문이 쾅 소릴 내며 내팽개쳐지자 주위는 다시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주웨이싱은 등을 돌린 그 남자가 나른하게 목을 돌려 등근육을 잡아당기고, 또 책상 위의 라이터를 집어 물고 있던 담배에 불을 붙이는 것을 보았다.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들이마시고 담배연기를 두어번 뱉어내더니 그 남자는 갑자기 고개를 옆으로 기울여 똑바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충분히 봤어?" 쟝이는 가볍게 물었다. 미간은 짜증스러운 듯 구겨져 있었다.

 

숨이 막힐 듯 답답한 더위에, 집안에는 에어컨이 없어 두 집의 창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철망으로 만든 난간뿐이라 바깥의 소리는 자연히 거침없이 전달되어 조금도 막힘이 없다.

 

주웨이싱은 뜻하지 않게 눈에 띈 데다 또 질문을 받고 그 사람의 시선까지 마주치자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

 

하지만 그는 훔쳐보고 엿들으려던 것이 아니다. 이제 막 내리려던 블라인드는 무슨 이유에선지 반쯤 내려오다 걸려 한쪽은 높고 한쪽은 낮아 아무리 잡아당겨도 내릴 수 없었다. 주웨이싱은 이렇게 10분을 헛되이 보내며 남의 집안일을 목격해서 얼굴은 차분했지만 속은 몹시 난처했다.

 

대답을 찾지 못해 고개를 숙여 시선을 옮기고 묵묵히 손에 힘을 주는 수밖에 없었다.

 

오전에 시장에서 소란을 피운 그 남자들 중 하나가 바로 자기 집 맞은편에 살고 있을 줄은 몰랐다. 노점상 앞에서 그는 헝클어진 짧은 머리였는데 이때는 푸르게 그루터기만 남아 주웨이싱은 체격으로 사람을 알아보았다. 외모에 대해서는 비로소 똑똑히 보았다.

 

이마뼈와 정수리가 옹골지고 눈썹뼈와 코뼈는 꼿꼿하다. 얼굴 윤곽은 말랐지만 안와가 깊고 한쌍의 눈과 입술은 똑같이 얇고 날카로워 의외로 뛰어난 얼굴이다. 타인의 외모를 쉽게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주웨이싱도 초면에 뛰어난 얼굴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쉽게도 잘생겼지만 기질은 좋지 않고 좀 지랄......좀 사납다. 미간에 흉터와 어깨에 용문신이 잘 어울릴 것 같은 그런 사나움. 어쩐지 동네 사람들이 무서워하더라니. 상대방은 아직 자신의 몸에서 시선을 옮기지 않았다. 어렴풋한 연기 속도 꿰뚫을 것처럼 방자하고 직접적이다. 주웨이싱은 무형의 협박을 받아 신경이 팽팽해지면서 오전의 흐릿함과 어지러움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이 남자는 손에 라이터를 쥐고 주웨이싱을 보면서 손가락 사이로 불을 켜고 놀았다. 가볍고 작은 찰칵 소리가 주웨이싱의 귓가를 스쳐 괜히 공기의 흐름이 느려지고 분위기가 굳는 기분이 든다.

 

눈앞에 검은 별이 튀어나오고 다리에 힘이 빠졌다. 완고한 블라인드가 마침내 성공적으로 내려와 주웨이싱의 당황스러움을 차단하고 두 개의 따가운 시선을 격리시켰다.

 

주웨이싱은 땀을 흘리며 벽에 기대어 지친 숨을 내쉬었다.

 

남의 눈에 띈 걸로 자신은 왜 이렇게 당황하는 걸까? 상대의 눈빛이 너무 맹렬해서일까, 아니면 감정이 조금만 흔들려도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후유증인 걸까.

 

주웨이싱은 후자의 영향이 조금 더 크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아직 침착하지 못한 것 같다. 일이 생기면 더 냉정해야겠다고, 주웨이싱은 반성했다.

 

이때 밖에서 울리는 소리가 주웨이싱의 떠돌던 사고를 되돌려놓았다.

 

잠시 귀기울인 후 주웨이싱은 밖으로 나갔다.

 

현관문이 열리고 어두운 거실에 사람의 그림자가 서 있었다.

 

주웨이싱이 불을 켰다. 그는 놀라지 않았는데 검은 그림자는 갑자기 밝아진 빛에 깜짝 놀라 한바탕 와르르 소리를 냈다.

 

한 남자가 구부정한 등에 마대자루 한 짐을 지고 있었는데 놀라는 동안 안의 물건이 전부 쏟아졌다. 바닥에는 페트병이며 골판지, 각종 쓰레기가 가득 떨어져 있었다.

 

남자는 얼른 주우려다가 문가에 있던 슬리퍼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조심해."

 

웨이싱이 주의를 주며 도와주려 했는데 자신의 움직임에 상대방이 더 두려워하며 황급히 뒤로 피하려 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가 마치 뱀이나 전갈인 것처럼 기겁했다.

 

주웨이싱은 뜻밖이라 그 자리에 서 있을 뿐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상대방은 큰 셔츠에 노인 바지를 입고 있었고 발밑에 깔린 운동화는 누렇고 낡았으며 발끝이 터지고 밑창은 떨어져 있었다. 신발 가장자리는 검게 먼지가 끼어 있다. 그의 오른손은 왼손보다 한마디 짧았고 부자연스럽게 몸 옆에 움츠리고 있다. 눈의 초점이 모이지 않았고 초조할 때 안구가 어지럽게 돌아다녔고 오관이 함께 경련하여 보통 사람 같지 않다.

 

웨이싱이 관찰하는 것을 눈치챈 그는 눈을 여러 번 깜빡이며 마대자루를 끌고 문밖으로 뒷걸음질 치며 입안으로 모호하게 말했는데, 웨이싱은 몇 번이나 듣고 나서야 가까스로 말의 내용을 분별해냈다.

 

"집에 안 둬......나 집에 안 둬......더러운 거 없어, 집에 안 둘 거야......"

 

안타깝게도 자루의 입구가 꽉 묶이지 않아 안쪽의 폐품들은 그의 동작에 따라 점점 더 많이 굴러 떨어져 사방에 흩어졌다.

 

상대방이 두려워하는 바람에 주웨이싱은 감히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현관문만 바라보며 손발이 묶여 있었는데, 바로 뒤에서 조용히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웨이천微晨......"

 

작은방의 문이 열리고 할머니가 그곳에 서 있었다. 현관문을 향해 다시 소리쳐 불렀다.

 

"웨이천, 멀리 가지 마라. 물건은 문 앞에 놔둬, 내일 내가 너 데리고 팔러 갈 테니까. 가져갈 사람 없다. 시간이 늦었으니까 들어와서 밥 먹어."

 

할머니가 말하자, 주웨이싱은 문밖에서 멀어졌던 발걸음 소리가 멈추었다가 다시 천천히 돌아와서 복도에서 바스락거리며 한바탕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들었다.

 

주웨이싱이 당황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할머니는 그에게 설명해주었다. "이게 네 형이야. 어렸을 때 병이 나서 장애가 있다. 머리도 좋지 않으니 너는 그와 따지지 마라. 그도 네가 뭘 하든 방해하지 않을 거다."

 

주웨이싱은 이미 그 남자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할머니가 차분하게 이런 말을 하자 마음속이 조금 답답했다. 잠시 멈칫한 주웨이싱은 쪼그리고 앉아 문가에 흩어진 페트병을 하나씩 주워 들었다.

 

골판지와 병을 안고 문밖으로 나가니 과연 주웨이천이 허리를 굽혀 낡은 마대자루를 만지작거리며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감추려는 듯했다. 상대를 다시 놀라게 할까 봐 주웨이싱은 폐품을 조용히 그의 뒤에 내려놓고 다시 집안으로 되돌아가 더러워진 바닥을 쓸었다.

 

할머니는 이미 방으로 돌아갔다. 주웨이싱도 머뭇거리다 큰방으로 돌아갔지만 문을 꼭 닫지 않고 살짝 열어둔 채 뒤에서 묵묵히 바깥 동정을 지켜보았다.

 

한참 동안 보물을 잘 배치한 주웨이천이 돌아오더니 주웨이싱이 보이지 않자 눈에 띄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능숙하게 부엌 탁자에서 할머니가 밥을 말아 남겨둔 것을 찾아 데우지도 않고 젓가락을 들고 입안으로 쓸어 넣었다. 장애를 가진 손 때문에 그의 밥 먹는 자세는 이상했지만 속도는 무척 빨라 배가 고픈 듯했다.

 

허겁지겁 먹고 주웨이천은 설거지를 했는데 동작은 주웨이싱보다 훨씬 능숙했고, 동생이 정리하는 것을 잊은 조리대까지 깨끗이 닦았다.

 

형이 싱크대 앞에 비스듬히 서서 행주를 문지르는 뒷모습을 보며 주웨이싱은 천천히 문을 닫았다. 제자리에 잠시 서 있다가 책을 볼 마음이 없어졌고, 주웨이천이 들어오기 불편할까 봐 위층 침대로 올라가 헤드라이트를 끄고 책상 위의 작은 등 하나만 켜 두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웨이천은 샤워를 마친 듯 물기를 머금고 들어왔다. 바닥을 쿵쿵 찍던 걸음은 방문에 들어서서 위층의 신형을 보자 순식간에 가벼워지더니 살금살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웨이싱은 물론 잠들지 않았지만 형이 자신 때문에 잠을 잘 못 자는 것으로 느낄까 봐 눈을 붙이는 척하며 살짝 열린 눈꺼풀 사이로 아랫사람의 동작을 쳐다보았다.

 

주웨이천은 옷장 옆 플라스틱 상자에서 셔츠를 꺼내 입었는데 소매에 구멍 몇 개가 훤히 뚫려 있었다. 상자를 덮을 때 덜그럭 소리가 나자 주웨이싱은 바로 뒤돌아보며 긴장한 채 이쪽을 살폈다. 불쾌하게 했을까 봐 몹시 두려워하다가 동생이 미동도 하지 않는 것을 보자 비로소 안심하고 바쁘게 움직였다.

 

책상 옆에서 모기향을 하나 꺼내어 불을 붙이니 은은한 향냄새가 방 안을 채우기 시작했다. 주웨이싱은 이 향기롭고 매캐한 냄새가 생소해서 참지 못하고 몇 번 더 맡아보고는 무심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기침을 몇 번 했다.

 

다음 순간 이미 아래층 침대로 갔던 주웨이천은 즉시 몸을 돌려 모기향을 책상 아래로 옮겼고, 몇 차례 위치를 조정하여 위층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고 나서 다시 불을 끄고 누웠다.

 

잠들기 전, 그는 주웨이싱의 슬리퍼를 똑바로 돌려 내려오면 바로 신을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웨이싱은 꼼짝도 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았다.

 

주웨이천은 피곤했는지 누운 지 2분 만에 가볍게 코를 골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웨이싱은 잠이 오지 않아 천장을 바라보다가 또 방안을 바라보았다.

 

불이 꺼졌는데도 방안은 매우 밝았다. 맞은편 남자의 작은방 불빛이 자신의 전혀 빛을 가리지 못하는 블라인드에 비쳐 들어와 그들이 강제로 무료 공유하게 만들었다.

 

방안의 물건들 윤곽이 선명하게 비쳐 주웨이싱은 자신의 옷이 가득 차 있는 옷장을 보고, 또 형의 셔츠가 들어있는 작은 플라스틱 상자를 보고, 자신의 똑바로 놓인 슬리퍼를 보고, 또 형이 구석에 놓아둔 낡은 슬리퍼를 보고, 모기향을 보고, 컴퓨터를 보고, 그의 값비싼 플루트 케이스를 보다가 마지막에는 책상에 놓인 완전히 새것인 악리서에 시선을 떨어뜨렸다.

 

할머니는 형이 그를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할머니의 맞은 맞았다. 형은 그를 돌봐주었다. 하지만 형은 그를 두려워한다.

 

그는 주웨이천이 처음 자신을 보던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 놀라움과 두려움, 그리고 끝없는 조심스러움. 그는 할머니가 자신을 처음 보았을 때의 눈빛도 잊을 수 없었다. 그가 그날 느낀 냉담함과 소원함은 사실 할머니가 자신의 이런 결말에 대해 "그럴 줄 알았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그는 또 그 이웃 아주머니의 말을 떠올렸고, 쟈오 아주머니의 간청을 떠올렸고, 할머니가 접어서 상자에 채운 은원보를 떠올렸고, 무심코 들여다본 그 통장을 떠올렸다.

 

주웨이싱은 옆으로 누운 채 손가락으로 어깨를 가로질러 자신의 등에 대고 무의식적으로 날개뼈의 붉은 문신을 쓰다듬었다.

 

그는 생각했다. 주웨이싱, 너는 이전에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좋은 물건도 아니었던 것 같아.

 

이 밤을 그는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이렇게 허튼 생각만 하고 있었다.

 

이상한 것은 맞은편 남자의 집에도 밤새 불이 켜져 있는 것이다. 습관적으로 낮과 밤이 뒤바뀐 것일까, 아니면 그도 걱정거리가 있어 깨어 있는 것일까? 한여름의 긴 밤, 그가 왔다 갔다 하는 발걸음 소리, 그가 라이터를 켜는 소리가 매미 소리와 함께 이따금씩 울렸다. 그는 담배를 여러 대 피웠는데, 옅은 담배 냄새는 407호 창턱에서부터 401호까지 끊겼다 이어졌다 하며 방안의 모기향과 섞여 복잡하게 엉켰다. 그 맛은 매콤하고 또 달콤하며 매캐하면서 도취되기도 했다. 쓸쓸함 같기도, 삶 같기도 했고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었다.

 

이 밤은 기묘하고 기이하다. 어떤 사람이 창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방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건물 하나를 사이에 두고, 빛과 어둠을 사이에 두고, 당신과 함께 밤새도록 잠 못 이루는 시간을 보낸다.





작가의 말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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