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31. 18:00ㆍ진행중/《부생附生》柳满坡,2020
동틀 무렵
여름은 날이 일찍 밝아온다. 햇살이 퍼져 주웨이싱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방을 나갈 때 형은 아직도 아래층 침대에서 작게 코를 골고 있었다.
죽을 끓이던 할머니는 그를 보고 조금 의외인 듯했다. 웨이싱은 그녀에게 아침인사를 하고 욕실에 들어가 씻었다.
밤새 잠을 못 잤지만 정신은 나쁘지 않았다. 자신을 깨끗이 정돈한 주웨이싱은 또 어제 수돗가에 쌓아두었던 더러운 옷을 빨고, 잇달아 주웨이천이 갈아입은 것까지 빨았다.
주웨이싱의 손은 가늘고 희고 매끄러워 처녀보다 부드러웠다. 막일은 고사하고 예전에는 아마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살았을 것이다. 지금은 서투른 솜씨로 그 더러운 옷들을 비벼 빨면서 허리를 반쯤 구부리고 있어 머리에 피가 몰렸다. 몇 분 안 되어 일어나 똑바로 서서 두어 번 심호흡을 하고 나서야 어지럽지 않았다. 집에 세탁기가 없는데 어르신의 불편한 다리를 생각하면 여름엔 괜찮아도 겨울의 무거운 옷은 할머니가 과거에 어떻게 빨았는지 모르겠다. 주웨이싱은 조금 마음이 불편했다.
일을 끝내고 복도에 가서 널어놓으며 출근하는 이웃 몇 사람을 마주쳤다. 자신에게 던지는 그들의 눈빛으로 이전에 그다지 친하지 않은 사이였음을 알 수 있었다. 청대콩을 까던 노부인은 아예 뜻뜨미지근하여 경멸할 가치도 없다고 여기는 것 같다.
주웨이싱은 계속해서 빨래를 널었는데,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던 듯하다. 주웨이천의 그렇잖아도 낡은 옷가지는 충격에 약하여 걸어놓았을 때 몇 개의 새로운 구멍이 더 생겨 있었는데 참혹해서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주웨이싱은 착잡했다.
괴로워하던 참에 몇 차례 쿵 소리가 옆에서 터졌다.
주웨이싱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4층 복도에서 한 남자가 매우 짜증스럽게 문을 두드리고 있었는데, 위치를 보면 그의 집 화장실이다.
남자의 스타일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상체는 벗고 아랫도리는 헐렁헐렁한 채 허리 매듭을 묶지 않았다. 조리 슬리퍼를 끌며 졸린 눈으로 자신의 푸른 껍질만 남은 머리를 움켜쥐고 불쾌하게 투덜거렸다. "......문 열어, 문 열어, 덜 끝났냐고, 먀오샹쉐!"
화장실 안에서 뒤따라 욕설을 퍼부었다. "재촉하지 마, 달걀귀신아, 엄마 이제 막 들어왔어."
욕먹은 쟝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문을 내리쳤다. "시발 안에서 한 시간 넘게 있었어, 너 혹시 똥통에 빠진 거 아니야? 계속 안 나오면 이 몸께서 바지에다 똥 싸버릴 거야! 먀오샹쉐, 먀오샹쉐, 듣고 있냐!"
그들의 목소리는 사적인 내용이라 하여 수그러들지 않았고 발코니를 통해 사방팔방 퍼져나갔다.
그러나 난처한 주웨이싱과 달리 영갑리 주민들은 이에 대해 모두 침착하고 자연스러웠다. 출근길에 머리도 돌리지 않고 노부인은 여전히 청대콩을 벗기고 있었으며 3층에서 꽃에 물을 주던 아저씨도 손 한번 떨지 않았다.
그래서 주웨이싱의 시선은 더욱 특이하게 보였고 그 남자도 예민하게 눈치챈 듯 옆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주웨이싱은 겉으로 티 내지 않고 시선을 거두고 집안으로 돌아가려 했는데 그들의 복도에서도 욕설이 들리기 시작했다.
"어느 빌어먹을 멍청이가 복도에다 쓰레길 버려서 길을 막았어, 사람들이 걸어 나갈 수가 없잖아!"
"네가 멍청이라고 부른 그 사람 안 멍청해, 지금은 쓰레기만 주워 팔아도 얼만데, 정말 돈 벌 수 있어."
"그래, 우리보다 훨씬 총명하네, 더러운 물건을 제 집 앞에 두면 안 되는 줄도 알고."
주웨이싱이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몇 사람이 주웨이천이 어제 발코니 쪽에 놓아둔 마대를 계단 입구로 걷어차고 있었다. 그 물건은 사실 크지 않고 포개 놓아서 사람의 왕래에 지장이 없지만 상대의 눈에는 여전히 거슬렸다.
주웨이싱은 멍해졌다가 얼른 자루를 단단히 잡아당기며 고개를 들고 두 명의 젊은 여자를 쳐다보았다. 방금 403호에서 나왔을 것이다.
이전의 악명 탓인지 상대방은 주웨이싱을 마주하자 눈에 띄게 움츠러들었다. 그가 아직 말이 없는 것을 보고 허리를 펴고 콧방귀를 뀌더니 혐오스러운 듯 그를 돌아서 걸어갔다.
주웨이싱은 공동구역을 점유하는 것은 자기 집의 잘못임을 알았지만, 그녀들이 형에게 불손한 말을 해 미안한 마음을 거두었다. 다만 묵묵히 물건을 아래층으로 내려놓아 더 이상 길을 막지 않도록 하려 했다.
그때 누군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웨이싱......웨이싱."
주웨이싱이 한 바퀴 돌며 발코니를 둘러보았다. 쟈오 아주머니가 아래층에서 한 손으로 그를 향해 인사하며, 다른 손으로는 포동포동한 사내아이를 이끌고 있었다.
쟈오 아주머니가 말했다. "웨이싱아, 그 빨래 몇 벌 네가 널어놓은 거니? 그냥 걸기만 하면 안 돼, 집게로 집어놔야지, 안 그러면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날아갈 거야. 그럼 할머니가 남의 집 두드려서 되찾아와야 해."
주웨이싱은 말을 듣고 서투르게 쟈오 아주머니의 지도에 따라 다시 차례차례 말려두었다. 두 사람은 4층을 사이에 두고 원격 수업을 하듯 구령 하나에 동작 하나를 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됐어됐어, 룽룽이 데려다주고 내가 가서 널어줄게. 네 그 폐품도 갖고 내려오지 않아도 돼. 내가 시장 지날 때 고물상더러 너희 집 가서 받아오라고 할게."
쟈오 아주머니는 말을 마치고 손자를 끌고 갔다. 그녀의 손 옆에서 줄곧 주웨이싱을 응시하고 있던 그 어린 남자아이는 참지 못하고 그를 향해 웃으며 또 수줍게 손을 흔들었다.
매우 단순한 행동이었지만 주웨이싱이 여태까지 얻은 것 중 가장 진실한 감정에서 나온 웃음이었다. 의심도, 동정도, 지나친 조심스러움도 없다. 그도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어린아이를 향해 흔들었고 입꼬리를 가볍게 들어 올렸다.
아이가 멀리 간 후 주웨이싱은 돌아섰는데, 맞은편 키 큰 남자가 아직도 가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이미 거의 다 타버린 담배를 물고 문에 반쯤 기대서서 나른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마치 연속극을 보는 것 같다. 어설프지만 무료였고, 레퍼토리도 다양해서 그의 무료한 시간을 간신히 달래주는 것처럼.
주웨이싱의 눈빛을 보자 남자는 오만불손하게 그를 보며 눈썹을 추켜올리더니 시멘트로 된 난간에 담배를 눌러 껐다.
주웨이싱은 그가 할 말이 있는 줄 알았는데, 사람이 입을 열기도 전에 남자 뒤의 문이 열렸다.
먀오샹쉐가 안에서 나왔다. 큰 꽃무늬 잠옷을 잔꽃무늬 원피스로 갈아입고 옅게 화장한 얼굴은 매우 화사하고 기질이 넘쳤다. 기껏해야 마흔 살도 안 돼 보여 그렇게 큰 아들이 있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웠고 아들과 화장실 입구에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아무렇게나 소리치는 것은 더욱 상상하기 어렵다.
먀오샹쉐는 손에 든 플라스틱 부채로 쟝이의 머리를 후려치며 불쾌한 듯 말했다. "너 어르신에게 말을 그따위로 해, 재촉에 재촉에 재촉에 아주 혼이 났네, 바지에 진짜 싸는 거 본 적도 없어. 됐어됐어, 빨리 들어가. 이따 아침 먹고 나랑 같이 파출소나 가자."
그녀가 내민 손은 자연스럽게 쟝이에게 민첩하게 외면당했다. "쯧, 안 가. 일 있어."
"네가 무슨 일이 있어? 이 소송이 나 혼자만의 일이니? 나는 더 이상 네 아버지를 위한 게 아니야, 너를 위해서야, 집을 위해서라고. 너 생각해봐, 소송에서 이기면 우리가 얼마를 받을 수 있는데......"
쉴 새 없는 잔소리는 쟝이가 격렬하게 문을 닫는 소리에 그대로 차단당했다.
"망할 자식!!!"
먀오샹쉐는 원망스럽게 욕을 퍼부었지만 그녀도 진짜 쟝이와 따지려는 건 아니었다. 살쩍을 쓸어 올리며 눈을 들어 주웨이싱 쪽을 보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주 할머니, 안녕히 주무셨어요."
주웨이싱이 돌아보니 할머니가 이미 집 밖으로 나와서 자신이 쪼글쪼글하게 널어놓은 빨래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먀오샹쉐의 인사를 듣고 주 할머니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더우푸화豆腐花를 샀는데, 시장에 새로 생긴 노점이에요. 좀 갖다 드릴게요. 마침 손주도 있으니 같이 드세요." 먀오샹쉐는 매우 열정적이고 기질이 활기차 보였다. 주웨이싱에 대해 그녀의 태도는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지만, 그다지 큰 관심도 갖지 않았다.
주 할머니는 거절했다. "아니야, 우린 아침 먹었어. 고마워."
"오, 그래요." 먀오샹쉐도 두말하지 않고 흔쾌히 수긍하고 가버렸다.
남은 주 할머니는 발코니에 있는 옷을 몇 번 더 쳐다보고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아직 배가 고픈 주웨이싱은 그녀의 뒤를 따랐다. 문에 들어서자 급히 나오는 주웨이천이 보였다. 그는 얼른 쟈오 아주머니의 방금 제안을 전했다.
주웨이천은 자신이 밖에 쌓아둔 폐품이 안심이 되지 않아 직접 살펴보기를 고집했다. 주웨이싱을 스쳐 지나간 뒤에도 긴장하고 피하는 듯한 태도는 주웨이싱에 대한 반발심이라기보다는 자신을 향한 주웨이싱의 혐오를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였다.
주웨이싱도 바로 과한 선의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이전 성격을 모르지만 지금의 그는 분명히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차라리 실제 행동으로 차근차근 표현하고 싶었다.
어젯밤을 지나며 주웨이싱은 이미 앞으로의 생활에 대해 대략적인 계획을 세웠다. 그의 현재 상황으로 볼때 높은 수준의 야망은 필요없다. 실용적이고 안전한 것이 상책이다. 다른 건 몰라도 주웨이싱은 적어도 가족과 친구에게 떳떳하고 자기 자신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고 싶다.
속으로 결정을 내렸지만 얼굴은 여전히 담담하고 냉정했다. 할머니가 그릇을 들고 죽을 담는 것을 보고 그는 다가가 상 차리는 것을 도왔다.
사실 반찬은 몇 개 안 된다. 월과 한 접시, 무말랭이 한 접시, 그리고 찐 고구마 세 개.
주웨이싱은 가장 큰 그릇을 맞은편 형의 자리에 두고 먹게 하려 했지만 주웨이천은 들어와서 바로 아무 그릇이나 집어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았다.
주웨이싱이 젓가락을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할머니는 그릇을 두드렸다. "먹자, 그는 신경 쓰지 마, 습관이야."
주웨이싱은 참고 조용히 아침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식사를 마치고 고물상이 찾아오자 주웨이천과 할머니가 물건을 건네러 나갔고, 돌아올 때 주웨이천은 낡은 10 콰이 짜리 한 장을 쥔 채 부자연스러운 오관이 희색으로 가득했다.
할머니도 돈을 쥐고 돌아왔는데 뚜렷한 붉은색 세 장으로, 탁자로 다가와 주웨이싱 앞에 놓았다.
주웨이싱은 영문을 몰랐다.
할머니가 말했다. "방금 파출소에서 전화가 왔어, 네 사고에 대해 몇 가지 물어볼 게 있다는구나. 너 가는 김에 필요한 것 좀 사라."
주웨이싱이 돈을 보고도 가만히 있자, 할머니는 그가 부족해서 불쾌한 것으로 여겼다. "집안에 지금 이것밖에 없어, 부족하면 내가 은행에 가서 찾아오마."
머릿속에 그 빽빽하던 통장이 스쳤고 주웨이싱은 서둘러 일어섰다.
"저는......"
그는 싫다고 말하고 싶었고, 자신이 벌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의 그는 현재 가진 것이 하나도 없고 사회환경에 대한 이해도 없어 경제력이 없는 데다, 자력으로 아르바이트는커녕 이력서를 인쇄할 1콰이 5마오도 낼 수 없다. 그는 할머니에게 거짓으로 사양할 처지가 아니었다.
"저는......이거면 충분해요." 결국 주웨이싱은 이 한마디만 하고 붉은 지폐 세 장을 받아 들고 생각해보더니 또 한 장을 뽑아 돌려주었다. "이백이면 돼요. 그렇게 많이 필요 없어요."
할머니도 그에게 사양하지 않고 백을 돌려받은 후 잠시 멈추었다가 말했다. "급히 가지 않아도 돼, 몸이 좀 더 좋아지면."
주웨이싱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괜찮아요, 오늘 갈게요."
파출소는 멀지 않아서 할머니는 그를 막지 않았다. 주웨이천도 나가려 하자 할머니는 그에게 반복해서 신경 써주며 찬물 한 병을 가져가도록 했다.
주웨이천은 등에 너덜너덜한 가방을 메고 할머니가 준 물병을 품고 늠름하게 나섰다. 그는 주웨이싱과는 다른 방향인 천람광장을 향해 갔다. 그곳은 모두 고급스러운 큰 상점가로 쓰레기통에도 값나가는 물건이 많을 것이다.
주웨이싱은 형의 뒷모습을 보고, 또 익숙한 할머니도 보다가 아무 말 없이 다른 쪽을 향해 걸어갔다.
작가의 말 :
어떤 장은 태반이 헛소리 같겠지만 나중에 여러분은 되돌아와서 헛소리들을 다시 보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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