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문 11장【엄친아】

2020. 7. 22. 00:38완결/《과문过门》Priest,2015

엄친아

 

 

눈 깜짝할 사이에 첫 번째 월례고사 성적이 대규모의 천둥번개처럼 학생들에게 연쇄 공습을 감행했다. 기습은 하루 종일 이어졌다. 도처에 난민이 넘쳐날 정도는 아니었지만, 한 무리의 곰 아이들은 모두 시들어버렸다. 수업이 끝난 후 추격전을 벌이며 장난을 치는 현상은 잠시 자취를 감추었다. 시험을 망친 마음은 슬피 울어 난리가 났고, 시험을 잘 본 아이들도 이런 때에는 믿는 구석이 있다는 티를 낼 수 없었다.

 

요컨대, 반 전체가 겸허하게 머리를 숙이고 묵념하며 청명절[각주:1]을 앞당겼다.

 

쉬시린은 과연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시험을 그다지 잘 보지 못해 가장 성적이 잘 나온 수학마저 10점이 깎였다.

 

하지만 그는 별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어쨌든 이것은 그만의 개인적인 법칙인데, 학기마다 첫 번째 월례고사를 망친다. 아직 방학 동안의 들뜬 기분에서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다음 시험은 첫 번째 시험보다 나아지고, 기말이 되면 해당 학기 들어 최고의 성적을 받을 수 있다.

이후 방학이 끝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같은 패턴이 반복되었다.

 

그 자신은 이런 법칙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어쨌든 수능 시험 전에는 여름방학을 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앞자리의 위이란은 살기등등하게 종이를 구기고 있었고, 쉬시린은 뒤로 고개를 젖히고 팔짱을 끼고 있었다.

위이란이 고개를 돌리더니 손을 들어 목을 그으며 베는 동작을 했다. 작은 종이쪽지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 "과목 대표가 수학 만점자가 있다고 했는데, 이 개자식이 혹시 너야?"

 

쉬시린은 자신의 수학 답안지를 들어 그녀에게 보여주며, 우거지상을 하고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위이란은 생각에 잠긴 듯 눈썹을 찡그리더니 돌아서서 뤄빙에게 물으러 갔다.

 

1반에는 수학 과목 "삼총사"가 있는데, 바로 뤄빙, 쉬시린, 위이란이다. 수학 선생님이 수업을 하다 불행히도 문제 풀이가 막히면 언제든 이들을 불러 "구원"받을 수 있었다. 수학 시험의 최고점은 기본적으로 그들 세 사람이 돌아가면서 차지했다.

 

쉬시린이 고개를 기울여 차이징을 보니 그는 시험지에 점수가 표시된 구석을 접고 있었다. 그가 또 시험을 잘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차이징은 다소 편향되어 있다. 수학과 물리는 줄곧 힘들었다. 그는 거듭 노력해봤지만 성적은 늘 이도 저도 아니었다. 특히 이번 학기는 아르바이트로 인해 정신력과 체력을 너무 많이 써서 이 두 과목의 성적은 갈수록 나빠졌다.

 

칠리향조차도 그가 문학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원하지 않았다

 

차이징은 대외적으로 문과의 전공 선택 폭이 좁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는데, 쉬시린은 이것이 엉터리임을 알고 있었다.

진정한 이유는, 6중은 이과에 편중돼 있어서 문과 심화반을 편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문과를 선택하는 것은 바로 심화반에서 일반반으로 "격하"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이를 문과 교원의 배치 불량이라는 것을 모르니, 그들은 학생이 심화반 수업을 따를 수 없다고 느껴 일반반으로 도망치는 것으로 여길 것이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을 흘려보내기 바빠서, 남이 전과했는지 격하했는지 관심이 없다. 비록 할짓이 없어 눈치챈 사람이 이렇게 말해도, 차이징의 예민한 자존심을 전부 부정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그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쉬시린은 순간적으로 "너는 일주일에 일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 그러면 안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 말이 허리를 쿡 찌르는 게 아니라 아예 때리려는 것 같아 꾹 집어삼켰다. 그는 가정 형편이 좋음에도 여전히 극도로 일이 없어 수시로 따분한 고민을 하거나 살기 어렵다고 느끼는데, 그에 비해 차이징의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쉬시린은 묵묵히 자신의 수학 시험지를 수정해서 한쪽에 놓아두었다. 이렇게 두고 저녁에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그가 떠나면, 차이징은 자기 걸 들고 가서 대조해볼 수 있었다.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렸다. 쉬시린은 열심히 공부 중인 차이징을 방해하지 않고 가방을 정리해 들고 일어섰다. "타오 형, 갈까?"

 

우타오는 힘없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오늘 저녁에 훈련이 더 있어."

매 시험이 끝날 때마다 우타오는 훈련을 "추가"했다. 그는 마치 반의 주류 분위기에 섞이질 못해 별 수 없이 새로운 길을 찾아 자신의 "주업"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 같았다.

 

위이란 그 미친 여자는 앞에서 극도로 흥분하여 소리를 질렀다. "도대체 누구야? 도대체 누구냐고! 안 돼, 아무래도 내가 죽어야 해, 이 어르신이 도대체 어느 가축의 손에 패배한 거냔 말이야!"

그녀는 머리카락을 도처로 흐트러뜨렸다. 황금머리 사자왕 사손[각주:2]이 주화입마에 빠진 것 같았다. 쉬시린과 라오청은 눈을 마주 보며, 늦가을 매미처럼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한 채 벽에 바싹 붙어서 철수했다.

 

늘 시끌벅적한 패거리 중 그들 둘만 남았다.

 

"이번 수학 소황서 답안지 값을 받았거든. 저녁에 꼬치 먹을래? 내가 쏠......" 라오청이 말을 하다 말고 얼이 빠지더니 쉬시린을 툭 밀었다. "에이, 저기 더우쉰 아니야?"

 

쉬시린이 고개를 들어 보니, 매일 수업을 마치면 제일 먼저 집에 가는 더우쉰이 놀랍게도 교실 뒷문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서 있었다. 마치 문신[각주:3] 같았다.

 

라오청 : "쟤 뭐 하는 거야? 보초 서?"

 

"누구 기다리는...... ?" 쉬시린이 그다지 자신 없는 말투로 말했다. "어쩌면, ?"

라오청이 의아해했다. "너 그거 질문이야?"

 

쉬시린 : "너 기다려봐, 내가 시도해볼게."

라오청 : "......"

"시도해본다"는 거야?

 

쉬시린은 단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더우쉰의 눈앞을 걸어서 지나갈 뿐이었다. 더우쉰이 눈꺼풀을 들어 올려 그를 보았다. 마치 앉아서 먹이를 기다리던 큰 고양이처럼, 그는 도도한 걸음걸이로 조용히 뒤를 따라 걸었다.

 

라오청은 어안이 벙벙했다.

쉬시린은 별 수 없이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은 부피가 너무 커서 휴대하기가 매우 불편해, 꼬치는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와 더우쉰의 이런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쉬시린도 사실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서로 만나서 웃으며 은원을 없앨까?

하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입을 열어 묻기도 거북했다. 비록 싸움은 했지만 뒤이어 화가 가라앉고 나자 싸움의 이유가 너무나도 시시하게 느껴져, 늘 입가에 걸려있는 것이 오히려 그가 옹졸해 보인다.

 

쉬시린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칫하자 더우쉰도 따라서 멈추었다.

 

쉬시린은 떠보듯이 입을 열었다. 그는 수일 만에 처음으로 더우쉰에게 사람의 말을 했다. "밀크티 마셔?"

더우쉰은 고개를 숙인 채, 신발 끝으로 땅바닥의 작은 돌멩이를 파내고 있었다. "...... 마셔."

 

5분 후, 두 사람은 각자 밀크티를 한 잔씩 물고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입안이 점령되어 말을 안 하니 오히려 어색하지 않았다.

 

꽃집을 지날 때, 더우쉰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가게 안에 있는 몬스테라를 가리켰다. "이 화분 하나 주세요."

 

쉬시린이 돌아보고 문득 떠올렸다. 할머니가 원래 기르던 몬스테라 화분이 죽어서, 매일 새것으로 바꾸고 싶다고 중얼거렸는데, 쉬진과 쉬시린은 하나같이 건망증이 심했기에 사드리는 걸 맨날 까먹었다.

 

쉬시린은 마른 땀을 흘렸다. "이리 줘, 이리 줘, 돈은 내가 낼게."

더우쉰은 다투지 않고 묵묵히 물러났다. 외할머니는 어디까지나 남의 가족이지, 그의 것이 아니다.

 

집에 가서 쉬시린은 신발을 갈아 신자마자 화분을 끌어안고 외할머니 방에 뛰어들어...... 도도의 발을 밟았다.

도도는 처량하게 소리를 지르고, 뒤돌아서 쉬시린의 바짓단을 물어뜯으며 털이 난 자라처럼 그를 방으로 끌고 들어갔다.

 

쉬 외할머니 : "어찌 이렇게 덜렁거리니...... 어머나!"

쉬시린 : "할머니, 보세요! 더우쉰이 할머니 드리려고 샀어요."

 

신발을 갈아 신고 있던 더우쉰이 우뚝 멈추었다.

 

쉬 외할머니의 수다스러운 목소리가 방 안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가 너한테 몇 번을 말해도 알아듣질 못하더니, 다른 사람은 어찌 한 번 말한 걸 기억했다니? 거기다 두 아주머니를 도와서 설거지도 하고, 너는 뭐야? 에휴, 더우쉰 좀 보고 배우거라!"

쉬시린은 히죽거렸다.

 

쉬 외할머니는 또 종종걸음으로 방을 나오셨다. "고맙다, 샤오쉰. 너무 기쁘고 행복하구나. 빨리 와서 할머니가 너에게 무슨 맛있는 걸 남겼는지 봐라."

 

쉬시린 : "저는요?"

쉬 외할머니는 그를 흘겨보았다.

 

쉬시린은 고개를 숙이고 도도와 눈을 마주쳤다. ", 총애를 잃었어."

도도는 원한이 가득해 그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고, 바짓단을 호되게 잡아당겼다.

 

"올이 풀렸잖아! 똥개야!"

 

칠리향 그 부도덕한 사람은 구체적인 점수와 반 석차, 학년 석차가 적혀 있는 성적표를 모두에게 나눠주고 집으로 가져가 부모님의 사인을 받아오도록 했다.

 

10시 반, 야근을 하고 돌아온 쉬진은 하품을 하며 쉬시린이 전해주는 성적표를 건네받았다. 그녀는 쓱 훑어본 뒤 사인을 하며 빈정거렸다. ", 아들, 지난 학기에는 너희 반에서 5, 이번 학기에는 10등이라니 두 배나 늘었어. 대단한 기세인 걸. 너무 잘했다!"

 

쉬시린은 이가 보이게 웃으면서 그녀에게 응석을 부렸다——쉬진이 화난 게 아닌 걸 알고 있었다.

쉬진은 지금까지 그에게 높은 성적을 강요하지 않았다. 스스로 마음속에 계산이 있는 만큼만 나오면 되고, 그녀가 보기엔 100번의 시험 중 첫 번째 시험일뿐, "마음속에 계산이 있는 것" 만큼 중요하지 않았다.

 

......물론 이는 비교군이 없을 때의 얘기였다.

 

더우쉰의 성적표를 받아 든 쉬진 여사는 아무리 마음이 넓다 한들 거대한 차이에 목이 메었다.

쉬시린이 몰래 한 번 봤더니——알고 보니 위이란이 말했던 그 "가축"은 바로 더우쉰이었다! 이번 시험은 모두 여섯 과목이었는데, 더우쉰은 그보다 80여 점이 높았다!

 

화가 치밀어 오른 쉬진은 많은 세부사항이 떠올랐다. 그녀는 일찍 일어나서 늦게 자는 더우쉰과 비교하면 그녀의 아들은 그야말로 먹고 마시고 놀 줄 아는 게으른 당나귀라는 것을 깨달았다. 엄친아 더우쉰은 숙제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자발적으로 하는 데다 스스로 다른 재료까지 확장할 줄 안다. 게다가 책을 읽든 일을 하든 관계없이 건성으로 한 적이 없다—— 설거지까지도 쉬시린보다 깨끗하게 한다!

 

정말이지 비교돼...... 젠장 열 받아 죽겠네.

 

쉬진은 3초간 참고, 더 이상 참지 못해 고개를 돌려 쉬시린을 향해 전형적인 명대사를 발사했다.

"더우쉰 좀 보고 배워, 넌 뭐 하는 거니!"*

쉬시린 : "......"

 

쉬진은 단전에 기를 모아 청산유수로 쉬시린에게 한차례 "엄마다움"'을 보여줄 생각이었는데, 이와 동시에 쉬 외할머니가 입을 열고 한 마디 했다 : "너 또 이제서야 들어온 거니? 밥은 먹었어? 뭐 먹었니? 또 밖에서 아무거나 마구 먹고 다니는 거냐? 에휴, 말 좀 해봐라, 먹지도 않고 잠도 안 자는데, 매일 얼굴에 올리는 화장품은 무슨 소용이니......"

 

쉬진은 머리가 터질 것 같다. 그녀가 이제 막 "엄마"가 되려 하자마자 자신의 "엄마"에게 혼나버렸다. 그녀는 급히 입을 다물고 자리를 뜨려 했다.

 

이때, 쉬시린의 시선이 쉬진의 손에 있던 택배 상자를 스쳤다. 그는 얼핏 택배에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을 본 것 같았다.

 

"에이, 엄마......"

쉬진은 한 손으로 문을 괸 채 의아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쉬시린 : "그건 뭐예요?"

쉬진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협력사에서 보낸 물건인데, ?"

쉬시린은 눈을 깜빡이며 "" 하고는 아마 자신이 잘못 본 것이라 여겼다. 필경 그와 그의 어머니 모두 성이 쉬 씨이니, 자기 눈이 삐었을 것이다. 쉬진은 그의 물건을 함부로 건드리지 않을 터다.

그는 재빨리 주의력을 옮겨 더우쉰에게 질문했다. "그 뭐야...... 너 영어 답안지 집에 가져왔어?"

더우쉰 : "."

 

쉬시린은 약간 긴장하며 그를 보았는데, 더우쉰은 더욱 긴장하며 대답했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은, 마치 그들 두 사람이 말이 아니라 폭탄을 서로에게 던지고 있는 것 같다!

쉬시린은 갑자기 조금 웃겨서 혼자 소리 내어 웃었다.

더우쉰은 그가 무엇 때문에 웃는지 전혀 몰랐지만, 일부러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유도 모른 채 따라 웃었다.

 

이번에는 아마 정말로 만나서 웃음으로써 은원이 사라진 것 같다.

 

 

 

 


 

  1. 중국의 명절 중 하나로 성묘하는 풍습이 있음 [본문으로]
  2. 金毛谢逊 의천도룡기의 등장인물. [본문으로]
  3. 문신. 수문신. [옛날, 대문짝에 붙이던 귀신의 형상으로 대문을 지켜 잡귀를 쫓고 불행을 막아준다는 귀신.] (에듀월드 중중한사전) [본문으로]

'완결 > 《과문过门》Priest,2015'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문 13장【결정】  (1) 2020.07.25
과문 12장【혼란】  (3) 2020.07.25
과문 10장【얼음을 깨다】  (2) 2020.07.19
과문 9장【다시, 학부모 상담】  (1) 2020.07.19
과문 8장【악연】  (0) 2020.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