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문 10장【얼음을 깨다】

2020. 7. 19. 23:46완결/《과문过门》Priest,2015

얼음을 깨다

 

 

더우쉰은 성적이 우수한 문제 학생으로, 선생님이 부모님을 모셔오라고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교사들은 처음에는 그의 집 사정을 모른 채 이 아이의 덕행만을 보고, 그들 온가족을 학교에 불러 청소년 심리 건강 상담을 받게 하지 못하는 것이 늘 한스러웠다. 하지만 이후 사정을 대충 이해하고 나면 대부분 보고도 못 본 척, 흐지부지 넘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이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부모님을 불렀던 것은 더우쉰이 동급생과 싸움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그가 다니던 기숙학교에도 쉬시린처럼 무리가 따르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더우쉰을 눈엣가시로 여겼다. 다만 그쪽 "쉬시린"은 이쪽 쉬시린처럼 다툼을 중재하여 좋게 넘어가려 하지는 않아서, 하루가 멀다 하고 그의 따까리들을 데리고 더우쉰을 따끔하게 손보려 했다.

더우쉰은 천성적으로 가만히 당하기만 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자신은 남들보다 한수 위라고 생각해 모든 저능한 것들의 소위 "위협"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양쪽의 감정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마침내 밤이 깊었을 때 단체로 기숙사를 탈출해 손을 쓰려했다.

더우쉰은 이틀을 계획하여 각종 천시지리를 이용해 혼자서 다섯을 쓰러뜨렸다. 또 상대편 원군이 오기 전에 그들 기숙사의 사감을 불러내어 정당방위며 우수한 전적을 주장했는데......아쉽게도 학교의 인가를 받지 못해 결국 부모님을 모셔오게 되었다.

 

당시의 선생님이 더우쥔량에게 전화를 했을 때 그는 성가셔하며 더우쉰의 할아버지에게 떠넘겼다. 할아버지는 본래 관심병[각주:1]을 앓고 있었는데, 전화를 받고 학교에 가기 위해 서두르다가, 결국 집 현관에서 병이 도져 쓰러졌다.

더우쉰의 할머니는 먼저 돌아가셨다. 할아버지는 손자를 기숙학교로 보낸 후, 가사도우미도 거절하고 혼자 살아도 줄곧 정정해 보였기에 자식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뜻밖에도 병이 도져 시신이 온통 차게 식은 후에야 발견되었다.

 

이후로 그 선생님은 두 번 다시는 감히 그의 부모를 찾지 않았다.

 

더우쉰은 6중의 긴 복도에서 등에 가방을 메고 말없이 쉬진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이때 수업 종료 시간은 이미 지나 있었다. 교실 안은 조용했고 빛 바랜 석양 한줌만 남아있었다. 더우쉰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소리 없이 걸었다. 복도에는 쉬진 여사의 하이힐 소리만 들렸다.

쉬진은 그다지 부드럽고 친절한 여성은 아니었다. 뒷모습까지도 다른 사람보다 생각이 많아 보였다. 더우쉰은 그녀 앞에서는 쉬 외할머니 앞에서만큼 편안하게 있지 못했다. 하지만 어찌됐든 미국 비구니 주샤오청보다는 훨씬 나았다.

 

쉬진은 느닷없이 전화번호 한 줄을 읊더니 고개를 돌려 그에게 물었다. "잘 외웠어?"

더우쉰은 어리둥절한 채 망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내 전화인데 24시간 내내 켜져 있어." 쉬진이 말했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으면 선생님께 그냥 이 번호로 직접 연락하라고 하면 돼. 너 엄마한테 맞은 적 있어?" 

 

더우쉰 : "......"

그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주샤오청은 한번 만나보기도 어려웠으니, 맞아볼 영광은 그야말로 없었다

 

"들고 있어." 쉬진이 자신의 핸드백을 더우쉰에게 넘겨주었다.

 

더우쉰은 영문도 모른 채 받아들었다. 쉬진은 곧 회사에서 가지고 온 서류철을 꺼내어 손을 휘둘러 더우쉰의 엉덩이를 때렸다.

그다지 아프지 않아 더우쉰은 피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 수 없어 얼떨떨한 채 멍청히 서 있었다. 가방을 든 채 몇 대 맞자 눈이 조금 커진 것이 약간 놀란 것 같았다.

 

쉬진이 말했다. "선생님이 과제를 내주는 게 널 일부러 괴롭히려고 그러니? 너 잘되라고 하는 거 아니야?" 

더우쉰은 묵묵히 고개를 젓고, 또 끄덕였다.

 

"만약 네가 과제가 너한테 부적합하다고 느낀다면, 왜 선생님과 직접 소통하지 않니? 선생님 나이가 몇인데 네가 교실에서 대들고 뒷수습이 안 돼, 다른 학생이 흉내를 내면 그녀는 어떻게 일하겠어? 어른이 일을 하는 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하는 거고, 누구도 쉽지 않아. 너희 같은 곰자식들은 용돈을 가지고 도처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고의로 다른 사람의 일을 방해하고, 그런 자기가 멋있다고 생각하니?"

더우쉰은 또다시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누가 선생님한테 대들 때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하는가?

 

"선생님이 너한테 호의를 베풀었는데도 너는 그걸 감사히 여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번민으로 돌려줬어." 쉬진은 한마디로 이 일을 매듭지었다. "네가 말해봐, 네가 개자식이야, 아니야?"

그녀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더우쉰은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자신이 개자식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화가 나 죽겠네." 쉬진은 그의 손에서 자신의 가방을 가져갔다. "이제 막 회의 시작했는데 너희 학교에 불려 나와서 꾸중을 들었잖아——너 집에 돌아가서 일주일 동안 두 아주머니 설거지 도와드려야 해."

 

더우쉰은 "집에 돌아가서"라는 말에 매우 민감하게 고개를 들고 쉬진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화장이 약간 번진 것을 발견했는데, 아마도 고칠 시간이 없었을 것이다. 갑자기 무척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쉬진은 매우 바쁘다. 쉬 외할머니의 잔소리에 따르면 그녀는 일주일에 100시간이 넘게 일할 때도 있다. 출장 갔다 돌아오면 개도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는데 이런 쓸데없는 일로 그를 위해 특별히 오게 만들다니, 이는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게 조용히 발을 들여놓으려던" 더우쉰의 당초 생각과 배치되는 상황이었다.

 

더우쉰은 자신이 마땅히 "고맙습니다, 아주머니"라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한 마디만으로는 너무 짧은 것 같았다. 어색할 만큼 짧아 말을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그는 생각했다."뒤에 '폐를 끼쳤어요' 같은 말도 덧붙여야 하지 않을까?"

뭔가 이상한 것 같다. 이는 쉬진이 방금 그에게 설거지 벌을 준 것과 비교해보면 너무 예의를 차리는 것 같아 적당하지 않다.

 

그가 한창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사이 앞에서 손을 흔들며 쉬진을 향해 다가오는 쉬시린이 보였다.

이리하여...... 그는 또 말을 받을 타이밍을 놓쳤다.

 

더우쉰은 자신에게 무슨 결함이 있는 건 아닌가 생각했다. 그의 뱃속에다 신랄하고 까칠한 것을 호출하면 바로 떠올라 입만 열면 다른 사람에게 집어던질 수 있다. 간혹 듣기 좋은 말을 하려고 하면 늘 꾸물거리고 머뭇거리기만 반복하니, 참으로 똥을 먹어도 따끈함을 못 따라가는 격이었다.[각주:2]

 

쉬시린이 달려와 아첨을 하며 쉬진의 가방을 넘겨받았다."마망, 제가 들어 드릴게요."

쉬진은 그를 손바닥으로 한 대 때렸다. "저리 꺼져, '마망' 두 자만 들으면 소름이 끼쳐. 내가 보기엔 너 이번 시험 망친 것 같은데?"

 

쉬시린은 확실히 시험을 망쳤다. 이 때문에 너무 급하게 아첨해버렸다. 그는 무심결에 고개를 돌려 더우쉰을 훑어보았다.

 

더우쉰은 잠시 멈칫했다. 그는 쉬진이 까닭 없이 학교에 오지 않았을 거란 사실을 깨달았다. 틀림없이 쉬시린이 알렸을 것이다. 이로서 지난번에 2강의동 화장실에서 있었던 일에 하나가 더해져 더우쉰은 이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 쉬시린은 재빨리 시선을 돌려 그를 상대할 마음이 없어 보였다.

 

쉬진을 불러오는 것은 쉬시린에게 있어서는 식은 죽 먹기일뿐, 더우쉰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의 어머니 주청즈를 위해서이다. 그 미국 비구니는 비록 물건이 좀 아니지만 쉬시린에게는 언제나 꽤 잘해주었다. 그녀가 이왕 그들의 집에 아이를 맡겼으니 어쨌든 성실하게 맡아주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마는 한 마다.[각주:3]——이는 쉬진이 어렸을 때부터 그에게 가르쳐준 것이다.

 

교문을 나서며 쉬진이 시계를 보니 저녁 식사 시간이 다 되어 있었다. 그녀는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에게 회의록을 보내도록 하고, 고개를 돌려 서로를 외면 중인 두 곰아이에게 말했다. "나는 이따 돌아가서 야근해야 해. 이렇게 하자. 나랑 같이 가서 저녁 먹고 너희들끼리 택시 타고 집으로 돌아가. 설거지는 하루 연기해서 내일부터 하고."

 

쉬시린은 이를 듣자마자 월례고사를 망친 일을 기억 뒤편으로 던져버렸다——그들 모자는 죽이 잘 맞아 정크푸드를 즐겼는데 아쉽게도 집안 부엌을 총괄하는 것은 쉬 외할머니였다. 외할머니는 젊었을 때 대청의[각주:4]를 불렀는데, 지금까지도 먹을 것에는 양생을 중시하며 아주 세심하게 신경쓰셨다. 시간이 지나면 입안이 싱거워서 두루미가 줄을 서서 나올 지경이었다.

 

쉬시린 : "뭐 먹을 거예요?"

쉬진 : "피자헛!"

쉬시린은 위선적으로 한 번 거절했다. "안 되는데...... 할머니가 맨날 엄마 살쪄서 이런 것들 먹으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나 안 뚱뚱해, 이건 복스럽다고 하는 거야!" 쉬진 여사는 눈썹을 찌푸렸다. "네 할머니 같은 봉건 잔당은 아직까지도 다 큰 여자의 허리둘레가 두 자를 넘어가면 '허리'라고 할 수 없고 '중간'이라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데 이게 다 무슨 소리니? 이런 건 비판해야 해!"

 

쉬진 여사는 자신의 정당한 비판을 끝내고 또 뒤에 멍하게 있는 더우쉰을 불렀다. "집에 가서 외할머니께 말씀드리면 안 된다. 알겠지? 설거지 한 달 동안 하고 싶으면 배신하든가."

 

더우쉰은 처음으로 이런 반동세력에 강제로 가입해야 했다. 한참을 눈을 부릅뜨고 쉬진의 눈 멀뚱멀뚱 바라보고 나서야 그는 간신히 반 박자 느린 반응을 할 수 있었다. 그는 매우 부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얘는 무뚝뚝하고 고집도 센데 어찌 둔하기까지 하지?" 쉬진은 생각했다. "정말 걱정스럽다."

 

쉬진은 두 사람을 차에 태워 피자헛에 데리고 갔다. 입구에서는 그들 둘에게 외투를 벗어 가방 안에 쑤셔 넣으라고 강요했다. 냄새가 배지 않도록, 집에 갔을 때 개가 냄새를 맡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쉬시린이 앞장서서 달려 들어가더니 그 자리에서 선언했다. "샐러드 3.3미터 높이로 쌓을 거야!"

 

입구에 있던 종업원이 듣고는 얼굴이 온통 파랗게 질렸다.

더우쉰은 외투를 넣어서 하마터면 지퍼를 잠그지 못할 뻔한 가방을 메고, 무표정하게 생각했다. "너무 쪽팔려."

 

쉬시린과 더우쉰이 그다지 상대방과 어울리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 쉬진은 급하게 그들이 평화롭게 함께 지내길 강요하지 않고 기다리려고 했다. 그녀는 셀프 샐러드볼 두 개를 사서 그들에게 알아서 하도록 했다. ", 누가 더 높이 쌓는지 보자."

 

작은 그릇을 받쳐 든 더우쉰은 자신이 유치원으로 되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다시 쉬시린을 보니, 그는 뜻밖에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어린아이들 틈에 섞여 들어가 있었다. 아이들의 키는 사인 함수로 배열되어 있었는데, 쉬 단좌는 뻔뻔스럽게도 90º였다.

 

"너무 쪽팔려." 더우쉰은 마음 속으로 단지 이 한 마디만 굴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월요일 아침, 더우쉰은 평소처럼 일찍 학교에 가서 자습을 하지 않았다. 그는 먼저 아래층에서 쉬 외할머니의 "아름다움은 꽃과 같고, 세월은 유수와 같구나"를 들으며 영어 단어를 외웠다. 단어는 금방 다 외워버려 더우쉰은 참으로 할 일이 없어 또 교과서에서 그리 지루하지 않은 본문을 골라 외우기 시작했다. 지긋지긋해질 때까지 기다리니 그제야 옆에 있는 쉬시린의 방에서 작은 기척이 느껴졌다.

 

"작은 기척"이란 여섯 대의 알람시계가 동시에 목을 길게 빼고 울부짖으며 생긴 협주곡으로, 노래방의 방음벽도 뚫어버릴 만큼 기세가 대단했다.

 

더우쉰은 그제서야 자신의 책을 잘 정리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동시에 쉬시린을 기다리기로 한 자신의 결정을 후회했다. "그의 머리는 얼굴을 받치는 쟁반 역할을 하기 위해 자란 거 아니야? 쟁반이 이렇게 오랫동안 쉬어야 해?"

 

5분 후, 쉬시린은 부리나케 아래층으로 뛰어내려 가다가 식당에 있는 더우쉰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 생각했다. "쟤는 왜 여태 안 꺼졌지? 약을 잘못 먹었나?"

 

두 사람은 같은 식탁에 앉아 먼저 서로를 향해 무언의 욕을 한바탕 하며 아침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들었다.

아침을 다 먹고 나면 또 등교를 함께 하는 어색한 상황을 면할 수 없다.

 

더우쉰은 불편한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생각했다. "개를 산책시킨다고 생각하자."

쉬시린도 침착한 표정으로 생각했다. "젠장, 불길한 놈이 수행하니 오늘은 분명 운이 나쁠 거야."

 

두 사람은 앞뒤로 집을 나섰다. 1미터 떨어져서 앞에서는 돌아보지 않고, 뒤에서는 따라잡지 않았으며, 이렇게 서로 모르는 사이처럼 함께 학교에 갔다.

 

길 위에서, 더우쉰은 내내 무엇인가 잊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그는 자기 자리에 앉아서 뒷줄에 앉은 바보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쉬시린을 보고서야 마음이 겨우 미세하게 움직였다. "맞아, '좋은 아침'이라고 해야 했어."

 

그러나 이미 늦었다. 그의 좋은 아침 소리는 미처 나오지 못한 채 또 유효기간이 지나고 말았다.

 

 

 


 

  1. 冠心病 1.관상동맥성심질환 2.관상동맥의 죽상 경화증 3.관상 동맥 질환 [본문으로]
  2. 吃屎都赶不上 느리다, 굼뜨다는 의미의 속담 [본문으로]
  3. 是一 서로 다른 일을 연루해서 생각하지 말라는 의미 [본문으로]
  4. 연극에서 여배우를 가리키는 말 중 하나로 청의가 연기하는 배역은 대부분 현모양처나 구시대의 정절열녀라고 함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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