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8. 00:26ㆍ시식코너/《일수인생一树人生》Priest,2009
제1장 악연 시작
베이신(北新)시 동쪽에 전력공급국 산하의 가족 주택 단지가 있다.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들고 보든 내리고 보든 아는 동료나 동료의 가족이었다. 국영 기업은 복지도 좋았고 일도 수월했다. 아침 9시 5분까지 매일 차 한 잔을 마시며 신문을 보는 등 유유자적한 생활로 인해 이 동네에는 큰 뜻이 없는 기혼 여성들이 많았다. 시비와 헛소리는 이들이 다문 입을 열었다 하면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어제 장씨네 집 그 젊은 부부가 또 싸웠어. 거 참, 그릇이랑 컵이 창문 밖으로 날아와서 지나가던 리 영감이 큰일 날 뻔했다니까."
"허허, 그 정도야. 요 전에 장을 보러 갔는데 채소 가게 샤오우네 마누라가 겨우 2마오 때문에 싸우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흉악하더라구. 아이고, 놀라서 우리 집 남편은 하마터면 심장마비를 일으킬 뻔했어. 우리 아들은 110에 전화를 걸려고 했다니까."
"아서라, 경찰이 할 짓이 없어서 자기네 집 앞 시시한 일에 상관 하겠어."
"시시해? 시시해? 민중의 신변 안전이 위협을 받았는데 이게 시시해? 그건 그렇고... 경찰 하니까 어제 또 왕씨네 녀석이 선생님한테 목을 붙잡혀 끌려왔는데, 아침에 나가서 보니까 이마에 큼지막하게 멍이 들었더라고. 걔네 엄마 말로는 덩치큰 녀석이랑 싸웠다네. 쯧쯧, 얘는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말이 서툴러, 하루가 멀다 하고 선생님이 부모를 찾게 하니,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나. 내가 보기엔 20년 후에는 집에나 틀어박혀 있을 거 같아."
중년 부인은 마치 아직도 할말이 남았다는 듯 혀를 차며 어슬렁어슬렁 출근길에 올랐다. 이 부인의 입에서 나온 '왕씨네 녀석'이라는 말은 결코 좋은 의미가 아니었다. 왕수민(王树民)은 이 해에 겨우 7살로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는데, 지명도가 매우 높고 온갖 짓궂은 짓은 도맡아서 했다. 성적이고 뭐고 그에게 있어서는 뜬구름일 뿐이었다.
그야말로 사흘만 내버려두면 말썽을 피우는 전형적인 예라고 선생님들은 입을 모았다.
"너는 태어난 이후로 쭉 사회주의에 먹칠을 해온거야."
왕수민의 아버지 왕다솬(王大栓)은 문화 수준이 높지 않았고, 조부의 일을 이어 전력 공급국에 들어갔다. 그는 체격이 탄탄하여 왕수민을 때렸다 치면 귀신조차도 놀라게 했다. 그 원숭이 아이는 매를 맞을 때마다 처참하게 소리를 질러대어 이웃 사람들 모두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왕수민의 어머니 자구이팡(贾桂芳)은 안경을 쓴 가짜 지식인으로, 키가 크지 않고 길을 걸을 때면 서슬이 시퍼런 게 마치 살아있는 탱크 같았다. 왕다솬을 꽉 잡고 있었고, 덜렁이 왕수민의 동지였는데, 30년 후에는 그의 노모를 언급만 해도 모두 토끼처럼 얌전해졌다. '몽둥이 아래서 효자 난다'는 옛말이 있는데, 하필이면 그 집 왕수민은 엉덩이에 박힌 굳은살이 옥스퍼드 사전의 두께를 따라잡을 때까지 '효자'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왕씨 부부는 맞벌이로 출근했고, 일할 땐 모두 일하고 쉴 땐 모두 쉬어야 해서 평소 이 재수없는 아이를 가르칠 시간이 없었다. 왕수민 어린이는 이렇게 여유로운 '삼불관' 환경에서 무럭무럭 자랐다. 네 살 때는 물에 불린 라면을, 다섯 살 때는 전기밥솥으로 밥과 음식을 데워 먹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끓인 물에 냉동만두를 삶는 법을 배우는 등, 많은 사람들이 평생 갖지 못하는 기능을 습득했다. 여섯 살 때부터 열쇠를 목에 걸고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때 왕씨 어머니 자구이팡은 도처에 얘기하고 다녔다.
"우리집 까까머리는 어디에 버려놔도 굶어죽진 않을 거야."
보통 이럴 때면 셰이(谢一)의 어머니 황차이샹(黄采香)은 고개를 끄덕이며 잘 어울려주었는데, 그집은 왕씨 집에 셰이를 보내 밥을 먹이곤 했다. 이 어린이에게는 자기가 직접 뭔가를 익혀 먹는 것은 기대할 수 없었다. 식견이 부족하기로는 이미 천인공노할 정도였는데, 전설에 의하면 한번은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하마터면 유괴를 당할 뻔한 걸 다행히 탕후루를 파는 아주머니가 보고 급히 데려왔다고 한다.
왕수민과 셰이는 동갑인데 키는 머리 반개가 차이났다. 말하자면 두 사람은 소꿉친구라고 부를만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위층 아래층에 살았고, 같은 유아원과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다. 왕수민은 셰이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위층 아래층에 살면 얼굴을 보지 않기가 쉽지 않아 그의 마음을 괴롭혔다. 생각해 보라, 하루가 멀다 하고 그들 집에서 그의 음식을 먹고, 그의 동화책을 읽고, 그의 부모로부터 칭찬을 받으며 자신과 좋고 나쁨을 비교당한다. 자구이팡의 눈에 셰이는 마치 천상의 구름과 같고 왕수민은 지상의 썩은 진흙과 같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셰이가 꼴보기 싫다는 것이었다. 무슨 남자애가, 남자라면 술과 고기를 크게 먹고 허리를 굽혀 버드나무 한 그루를 뽑는 대승려 노지심(鲁智深)은 물론 적어도 사내대장부 무송(武松)처럼 술을 세 그릇은 마셔야 호랑이도 때려눕힐 수 있다! 하지만 그들 집의 아래층 셰이는?
왕수민은 무협소설에서 '기생오라비(小白脸)'라는 단어를 처음 알았을 때 거리낌없이 이 소꿉친구에게 이 단어를 붙였다.
길가에 산책하는 노인들은 셰이를 보면 곧 모성이 폭발하여 머리를 만지고 얼굴을 꼬집었다. 그 작은 얼굴은 반짝반짝하게 생겼고, 땀구멍 하나도 보이지 않아 한스러울 지경이었으며, 한 쌍의 도화안에다 턱은 작고 날카로우며, 입술이 붉고 이는 새하얬다. 주머니에는 평생 손수건 한 장을 넣고 다녔다.
손수건, 그 손수건! 왕수민은 꽃이 수놓아진 하얀 천을 보자 마자 자기 집 엄마가 욕을 하면서 필사적으로 자신의 얼굴에 묻은 흙을 닦아주던 모습이 떠올랐다. 자구이팡의 힘은 쯧, 마치 그 어린 진흙 원숭이의 얼굴 가죽을 한 꺼풀 벗겨내려는 것 같았다.
네가 말해봐, 여자애 말고 누가 그런 걸 몸에 지니고 다녀? 그 셰이 뿐이야. 사람 곁을 지나가면 아이고 이것 봐, 몸에서 향기까지 나네! 학교 안의 거친 녀석들은 이를 놀리기를 좋아했는데, 먼 곳에서부터 셰이를 향해 외쳐댔다.
"셰이 누이, 엄마 크림을 얼마나 많이 바른거야? 셰이 누이, 너 오늘 왜 꽃무늬 치마를 안 입었냐?"
이 때 왕수민은 보통 옆에서 무심한 듯 웃다가 한 편으로 셰이의 귀 끝에 분홍빛이 도는 것을 보았지만, 셰이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그후 토끼새끼 왕수민은 남의 곤란함을 틈타 괴상한 소리를 몇 번 질렀다.
"셰 마마, 진짜 안 돌아보십니까? 제가 만약 당신이라면 화를 못 참을텐데! 형제들, 너희들은 참 사람도 아니야. 왜 여학생을 괴롭혀? 이따 선생님한테 이를거야!"
만약 말을 너무 심하게 하면 셰이는 가끔 걸음을 멈추고 하얀 셔츠 아래로 작은 주먹을 불끈 쥐고 버티다가 입을 오므리고 교실로 돌아가곤 했다. 선생님은 착한 아이는 싸움을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 때 인정머리 없는 놈들은 뒤에서 떠들어댔다.
"오, 오, 기생오라비, 눈치가 없대요! 셰이는 기생오라비, 셰이는 눈치가 없대요!"
'남자'의 가장자리에도 닿지 못하는 이 녀석들은 '기생오라비'라는 의미심장한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분명했다. 듣기로 셰이의 그 수려한 미목과 사랑스러운 마음이 들게하는 용모는 그의 아버지와 판박이라고 했다. 셰이의 어머니 황차이샹은 외모는 평범했지만, 사람은 좋았다. 누구든지 따뜻하고 섬세하게 대했고 쉽게 화내지 않았다. 일이 없을 때는 책을 들고, 오늘은 양실추(梁实秋), 내일은 임어당(林语堂), 모레는 잭 런던으로 바뀔지도 몰랐다. 사내 도서관에서 아무도 보지 않는 책을 모두 빌려보았고, 일반 잡지도 한참동안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황차이샹은 어릴 때부터 책과 공부를 좋아했지만 농촌에서 상급학교로 진학해 나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졸업 후 업무를 맡아 전력공급국에서 기술자로 일했다.
셰이의 아버지 셰서우줘(谢守拙)는 그녀에게 신세를 지고 있었다. 동네 노인들은 이따금 셰서우줘를 마주치면 모두 싱글벙글 웃으며 "샤오셰는 복도 많지!" 하고는 몸을 돌리면 곧 눈을 희게 뜨고 "퉤, 기둥서방."이라며 멸시했다.
전해지는 얘기로 셰서우줘는 이발소에서 셰이의 엄마를 만났다고 했다. 그 청년은 아주 눈에 띄었고 입은 꿀을 바른듯 달았는데, 황차이샹은 책을 잔뜩 읽었지만 사탕발림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곤두박질쳤다. 두 사람은 한 달도 안되어 유행에 따라 초고속으로 결혼했는데, 어느정도 지내고 보니 정말이지 그럴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잘생긴 것으로 밥을 대신할 수는 없었고 셰서우줘(谢守拙)는 전혀 우직(守拙)하지 않았다. 일을 해서 돈을 버는 재주는 없으면서 먹고 마시고 외도하며 도박에 빠지고 안마방에 드나드는데는 정통하지 않은 게 없었다. 그 꼴은 그의 아버지 리자청(李嘉诚)을 꼭 닮았는데, 그의 주머니에 든 게 100위안 밖에 안된다는 것을 겉으로 보기엔 절대 알 수 없었다. 부패하고 사치스러운 생활의 유일한 경제 원천은 바로 그의 착실한 부인이었다.
한마디로 성미는 도련님이나 팔자는 건달이었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어린 소녀는 절대 구석진 곳의 정품 카피 나부랭이를 알아선 안 되며 날개가 달린 새인간을 천사로 삼고 백마를 탄 당승을 우상으로 삼아야한다는 것이었다.
셰서우줘는 술을 많이 마시면 아내와 아이를 괴롭히며 손찌검을 하기도 했다. 왕다솬과 자구이팡은 그 꼴을 볼 수 없어 두 사람을 며칠간 그들의 집에 머무르게 하곤 했다. 셰서우줘는 술이 깨면 또 후회하며 아내를 달래서 집으로 돌아갔는데, 이때 열 손가락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왕가네 대문에 머리를 부딪혀 회개의 뜻을 나타내지 못하는 게 한이라는 듯, 그야말로 고금의 남자들이 여자를 속이던 수법을 모조리 배워 활용하여 굳게 맹세했다.
그렇게 황차이샹은 불행하게도 화를 내지 않고 다시 사의를 갖고 집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싸우고, 또 달래고, 또 싸우고, 또 달래고......
셰이는 어린 시절을 이런 분열된 상황에서 천천히 보냈다. 어렸을 때부터 남들보다 걱정거리가 많았고, 말이 많지 않았으며 철이 들었다. 왕다솬은 '이 아이는 너무 기운이 없고 활발하지 않다'고 했고, 왕수민은 '세 번을 걷어차도 찍소리도 안 하는데, 입이 싼 게 차라리 낫다'고 했다.
그래도 여덟 살이 되기 전까지는 왕가네 새끼 토끼가 이따금 학교에서 잔꾀를 부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왕수민과 셰이는 원한이 깊더라도 겉으로는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깊은 원한은 3학년 상반기 기말고사 이후 마침내 터져버렸다.
관례대로, 셰이는 반에서 1등을 했고, 왕수민은 반에서 31등을 했다...... 반에 속한 어린이는 모두 32명이었다. 32등은 특수반 아이였는데, 그는 11살이 되어서야 3학년이 되었다. 1학년 때 1년 유급, 2학년 때 1년 유급, 3학년도 1년 유급할 참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이후 학교에서 유급 제도를 없애버렸다. 아, 주제가 삼천포로 빠졌다.
그래서 왕수민의 담임 선생님은 걱정을 하게 되었다. 이 아이는 씩씩하고 늠름한데다 멍청하지 않고 누구보다 영리한데 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인가? 온종일 여학생들의 필통에 죽은 도마뱀을 넣어두거나 선생님의 의자에 풀이나 발라대는데, 혹시 소아 ADHD인 것일까?
중년의 여 선생님은 결국 참지 못하고 반 아이들이 성적표를 받기 전에 왕수민을 직무실로 들고 가 한바탕 호되게 꾸짖었다.
그것은 실로 지독한 욕이었다. 왕수민은 풀이 죽어 교실로 돌아와 시무룩하게 자리에 앉았다. 옆에 있던 아이는 곧 천하가 어지러워질 것을 두려워했다.
"왜 그래? 선생님이 너 괴롭혔어?"
왕수민은 씩씩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셰이를 흘겨보았다. 머릿속이 쉴새없이 떠들어대며 침을 튀기는 노부인의 '넌 셰이 좀 보고 배우렴'하는 말 소리로 가득해 마치 머리에서 힘줄이 불에 타는 것 같았다. 엉덩이 아래 의자가 견딜 수 없이 불편해졌다.
옆 자리 아이는 취샤오하오(崔小浩)라고 하는데, 포동포동한 이 꼬마는 나쁜 생각으로 가득한 게 전문적인 멍청이 참모였다. 그는 상황을 눈치채고 샐쭉였다.
"아이고, 저 셰 대우등생은 선생 손 안의 돼지가 아니냐!"
멍청한 참모의 말은 분명 불합격이었다. 성어는 그에게 있어 아직 고난이도였다.
그러나 성어든 뭐든 관계없이 왕수민은 화가 확 솟구쳤다. 머릿속에서 작은 악마가 깃발을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취샤오하오는 끊임없이 선동질을 하며 팔꿈치로 그를 건드렸다.
"샤오수즈, 넌 왜 그런 시들시들한 거랑 어울리는 거냐?"
"개뿔이, 너나 어울리겠지!"
"너희 둘은 맨날 집에 같이 가잖아. 나는 걔랑 같이 안 가는데."
"걔네 집이 우리 집 아래층이라 엄마가 시킨 것 뿐이야."
"누가 알겠어, 어차피 네 얘기잖아. 누가 증명해준 것도 아니고."
왕수민은 화를 냈다.
"그럼 네가 말해봐, 무슨 증명이 필요한데?"
취샤오하오 이 나쁜놈은 진짜로 눈알을 굴려 유치한 아이디어를 떠올려내고 그 말을 듣자마자 왕수민의 귓가에 대고 이러쿵저러쿵했다.
왕수민은 그래도 양심이 좀 있었던지라 이때 생각을 해보더니 주저하였다.
"아니......"
취샤오하오는 즉시 얼굴에 경멸을 나타냈다.
"너 걔 좋아하는 거 아냐? 기생오라비랑 노는 걸 좋아하고, 여자애랑 노는걸 좋아하네, 쳇"
마지막 이성이 날아가버린 왕수민은 결심했다.
"해봐! 해봐! 취샤오하오 네가 말해봐. 내가 정말 증명하면 너희들은 앞으로 내 동생이야!"
"빨리 해!" 취샤오하오는 엄지손가락을 쫙 폈다. "마마잃은 중천공이야!"
작가의 말 :
새로운 글을 시작했어, 많이들 성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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