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13. 03:21ㆍ시식코너/《일수인생一树人生》Priest,2009
제4장 아빠 엄마
목을 꼿꼿이 세우고 비협조적인 태도의 왕수민과, 누군가의 압박으로 울부짖기만 할 뿐 감히 말이 나오지 않아 진지하게 상황을 설명할 수 없는 취샤오하오로 인해 담임 리 선생의 머리는 커다란 찻주전자처럼 김이 났다.
학년주임은 왔다갔다 하면서 삶의 지각과 엄숙하고 웅장한 삼관을 이야기한 끝에 위대한 예언자로 변신하여 이대로 가면 그 시커멓고 지독한 감옥이 두 토끼새끼들의 귀착점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당시 장 누나*는 대나무 꼬챙이는 대나무로 만들어졌지만, □□인의 의지는 강철로 만들어졌다고 하였다. 한 사람이 입을 벌리지 않겠다고 마음 먹고 조심한다면 대통령이 와도 방법이 없을 터였다. 리 선생도 결국 왕수민의 입에서 조금의 정보도 끄집어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학년 주임은 손을 크게 휘두르며 최후의 수단을 썼다.
"부모님 모셔와! 부모님 모셔와!"
*중국의 공산당 열사 장주쥔. 대나무 꼬챙이에 열 손가락이 박히는 고문을 당했지만 공산당원의 의지는 강철로 주조됐다는 말을 남기며 버텼다나 뭐라나 필터링 된 단어는 공산당인가봐요...?
부모님이 오는 것을 본 왕수민의 뻣뻣한 목은 즉시 호랑이 앞의 토끼로 퇴화하여 낮은 목소리로 사정을 털어놓았다. 싸움은 옳지 않았지만 그래도 불의에 대응한 인간 친화적 행동으로서, 어떤 면에서 보면 왕수민 학우의 정의감은 격려할 만했기에 리 선생도 더이상 말을 꺼내기가 난처했다. 모처럼 왕다솬과 자구이팡도 평생 한 번의 이치를 따져 리 선생 앞에서 보충적으로 왕수민의 머리통을 두어 번 두드리는 것 외에는 그를 난처하게 하지 않았다.
왕수민을 다시 교실로 돌려보냈지만, 이미 오전 3교시 수업을 마칠 시간이 되었다. 취샤오하오에 대해서는...... 응, 이 자식은 삼관이 부정하여 재교육을 위해 남겨졌다.
상대적으로 일찍 발달한 아이들이라도 3학년이 선생님에게 저항을 할 때면, 또래의 눈에는 이런 하극상이 '쿨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왕수민이 교실로 돌아왔을 때 마침 사상품덕을 가르치는 자오 선생이 교실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 선생님이 떠나자마자 작은 개자식들은 곧 그를 둘러싸고 웅성거렸다. 반삭머리의 장진구이(张金贵)가 그의 어깨를 한 대 쳤다.
"이야 형님아, 가오가 제법인데. 넌 리선생님 얼굴 못 봤지? 그......"
왕수민은 차갑게 장진구이의 손을 밀어내고 주위 사람들을 한 바퀴 곁눈질했다. 원숭이 새끼들은 한동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상상 속의 떠들썩함은 나타나지 않았고 당사자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하여 너는 나를 보고 나는 너를 보며 무슨 상황인지 확실히 알 수 없었다.
다만 왕수민이 군중을 헤치고 셰이 옆으로 가는 것이 보일 뿐이었다. 예쁜 남자 아이는 여전히 자신의 자리에 앉아 마치 주변의 일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것처럼 다음 수업의 교과서를 보고 있었다. 왕수민은 한 발로 의자를 밟고 책상을 '쾅' 쳤다.
"너희들한테 말해두는데, 오늘 모두 똑똑히 들어둬!"
이 동정은 정말 너무 커서 세상사에 관심이 없는 셰이마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그를 응시했다.
이 눈빛이 왕수민에게 큰 격려를 주었음이 분명했다. 이 꼭두각시 큰형님은 닭피처럼 목을 가다듬고 고함을 질렀다.
"오늘 이후로 셰이는 내 둘도 없는 절친이야. 누가 그를 괴롭히면, 곧 나를 괴롭히는 거나 다름없는 줄 알아!"
뭇 꼬맹이들이 멍해졌다. 셰이의 눈이 빠르게 반짝이더니, 그는 곧 고개를 떨구었다. 펜을 쥔 손이 팽팽해졌다.
왕수민은 예리한 눈으로 문앞의 익숙한 그림자를 스쳐보더니 신속하고 단정하게 자리에 앉았다. 수학선생님이 기침 소리를 내며 좋은 일을 할 생각이 없는 망할 아이들이 몰려 있는 것을 보고 있었다.
"뭐 하는 거야? 곧 수업인데 왜 아직도 꾸물대고 있어?!"
우르르, 다시 뿔뿔이 흩어졌다.
왕수민은 자신이 평생 그렇게 개다리로 산 적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 하루종일 셰이의 몸 앞뒤로 붙어 다녔다. 할 말은 찾을 수 없고 대답하기 싫어 죽을 지경인 셰이를 보며 마음이 이상하게 개운치 않았지만, 그가 등에 메고 있는 책가방의 지워지지 않는 얼룩과 아무리 눌러도 펴지지 않는 책장을 볼 때마다 이런 불편함은 곧 삼켜버렸다.
왕다솬과 자구이팡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었기에 그 집 아이가 장난을 치는 것도 결국은 양심적이었다.
셰서우줘는 더욱 신출귀몰해져 사흘이 멀다 하고 집을 나가 빈둥거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황차이샹이 살아 있을 때의 작은 집은 볼 수 없게 되었다. 온 집안에 낡은 술병이 가득 찼고, 의욕이 없거나 천둥처럼 요란하게 코를 고는 남자만 있었다. 황차이샹은 셰서우줘에게 무엇이었을까?
그녀는 생전에 그의 좋은 안색을 본적이 거의 없었지만, 그녀가 죽으니 그도 마치 넋을 잃은 것 같았다. 거리의 다 큰 처녀와 아낙네들의 얼굴을 붉히게 만드는 오관은 술기운에 덮였고 사람도 말라서 모양이 바뀌었으며 가득한 수염은 면도하는 것도 잊고 눈에는 핏발이 가득했다.
그녀는 예쁘지 않고 요염하지 않아 그의 마음을 얻지 못했지만, 그의 생활 필수품이었다. 잃어버리고 나서야 귀한 걸 알았는지 마치 혼이 빠져나간 것 같다. 이 사람은 어릴 때부터 총애를 받았다. 윗사람과 여인의 총애를 받아온 그는 한평생 성장하지 못했다.
자구이팡이 말하길, 그저 셰이만 고생이었다.
셰이는 황차이샹처럼 책을 좋아했다. 손바닥만 한 신화자전이라도 그는 오후 내내 반듯하게 들고 앉아 있을 수 있었다. 이 아이는 문자에 대해 타고난 듯 예민했고, 글씨 또한 단정하고 또박또박 잘 썼다. 작문을 하면 어문반 선생님이 범례로 삼곤 했다.
황차이샹이 살아 있을 때는 몰래 용돈을 주어 책을 사도록 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셰서우줘가 화를 내고 큰 소리로 욕을 했다.
"어르신 부양은 안하고 둘이서 쓸데 없는 책이나 들여다보다니 집안 망치는 여편네가 집안 망치는 새끼를 기르는구나."
현재는 자구이팡만이 이를 기억해 늘 셰이에게 자신의 직원용 대출카드를 빌려주어 도서관에서 책을 몇 권 빌려보도록 했다.
이는 셰서우줘의 눈에 띄어선 안 되었다. 그 남자는 황차이샹과 관련된 것은 보이는 족족 찢어버리고 셰이는 또 얻어맞았기에 왕 씨네 집에 두고 몰래 가서 보아야 했다.
작은 아이는 공처럼 웅크리고 앉아 자라려 하지 않고 눈썹을 찌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피부 아래엔 건강하지 못한 청백색이 드러나 일년 내내 혈색을 볼 수 없었다. 여전히 말하는 것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자 고모와 왕 삼촌과는 나날이 친해졌다. 이 세상에는 늘 이렇게 그를 잠시 동안 기꺼이 머무르게 하는 자리가 있었다.
아마 어린아이가 뒤끝이 없거나 혹은 왕수민이 확실히 과실을 저지르지 않도록 변했을 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자 셰이와 그의 관계도 상당히 완화된 듯했다. 결국 자 고모가 왕 씨네 집에 받아주어 고개를 들어도 보이고 숙여도 보이니 어색하기도 쉽지 않다. 하물며 웃는 낯에는 침을 못 뱉는 법이다.
그러나 온화한 분위기 속에서도 왕수민은 자신과 이 작은 이웃 사이가 무언가로 막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매번 셰이의 표정을 볼 때마다 마음속으로는 말못할 답답함으로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었다.
완화되었을 뿐, 친해진 것이 아니었다. 셰이는 늘 꿈속에서 해처럼 환하게 웃는 아이를 본다. 그는 진지하게 리 선생님이 그를 찾는다고 말한다. 이어, 얼음같이 차가운 물이 범람해 그의 머리 위를 넘어 그의 손발이 경련하듯 떨리고 숨을 쉴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갑자기 놀라서 확 깨어나면, 셰서우줘가 욕설을 퍼부으며 문을 박차고 실없이 걸어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행복한 아이는 결국 불행한 사람이 어느 정도까지 불행할 수 있는지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런데 학교에서 왕수민이라는 짝퉁 토패왕의 보살핌을 받자 시비를 거는 사람은 확실히 많이 줄었다. 게다가 셰이는 아름답게 자랐고 품행도 방정하여 선생님들은 그를 아끼고 안쓰러워했기에 오히려 정말로 그렇게 힘들지 않은 나날이었다.
어린 시절은 항상 너무 빨라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여름방학이 되었다. 셰이는 마치 시간에게 뽑혀나온 듯 수려하고 사랑스럽던 어린 아이가 삽시간에 자라 소년의 모습이 되었다.
어떤 아이는 끊임없이 재잘거리는 어머니가 잔소리를 끝낸 후 주머니에 몰래 용돈을 넣어주는데, 셰이는 여름방학을 틈타 학교 앞에 있는 작은 서점에서 사장님을 도와 가게를 보았다. 하루에 5위안을 주고 점심도 챙겨주어 한 달에 150위안을 벌 수 있었고 하는 일 없이 책을 읽을 수도 있었다.
한 학우는 가난한 아이가 일찍 집안일을 맡는다는 이야기를 때때로 언급했다. 사장이 나이가 많아 도울 사람을 찾으려 하니 그는 속으로 묵묵히 기억해두고 학교가 파한 후 직접 서점으로 달려가 사장님과 시간과 가격을 상의하였다. 여름 그늘에 하얀 셔츠를 입은 예쁜 소년이 책을 들고 작은 서점 문에 기대어 앉아 있으니 왠지 모르게 훨씬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작은 서점의 장사가 뜻밖에도 학기중보다도 나아졌다.
월말에 계산을 하자, 사장은 기분이 좋아 그에게 50위안을 더 주었다. 그 시절 200위안은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에게 여전히 엄청난 금액이었다. 어쨌든 이번 학년의 잡비와 책값으로는 충분했다. 남은 걸로 문구와 노트를 더할 수도 있었다. 그는 셰서우줘에게 입을 열고 싶지 않았고 자 고모의 호의를 받아들이는 것도 할 수 없었다.
말하자면, 친척과 친구의 도움이라면, 술은 술로 갚고 차는 차로 갚으면 된다.
황차이샹이 살아있을 때 입에 달고 살던 말 중 하나는 무엇이든 타인의 인심에 빚을 져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 세상에서 그를 가장 아끼는 사람은 9년 밖에 함께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가 한 말을 그는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기억했다.
하지만 셰이는 '거금'을 들고 사장님과 작별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잃어버렸다. 학교 근처에는 작은 서점 외에 오락실도 있었다. 당시 PC방이 아직 나오기 전이라 오락실이 골목을 휩쓸어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눈엣가시로 여겨질 때였다. 열 살쯤 된 토끼새끼들은 머리카락을 장작처럼 염색하고 이쑤시개를 꼬나물기만 하면 자신이 사회의 이단아가 된 줄 알았다. 돈을 구하지 못해 게임하는 걸 구경만 하다가 어쨌든 조금은 비뚤어지고 싶었다.
셰이라는 어린 양은 진작부터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전문적으로 보초를 서는 작은 깡패가 기다리다가 그가 돈을 받자마자 길에서 가로막았다. 셰이가 돌아올 땐 이미 늦은 저녁이었다. 서점을 나서면 바로 골목이었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서점 주인이 준 돈을 꽉 쥐어 지폐에 있는 점자 무늬를 느꼈다. 발걸음이 모처럼 가벼워졌다. 마음속으로 묵묵히 콧노래를 불렀다.
이 일은 자 고모를 속일 수 없었다. 개학하기 전에 그녀는 잡비나 책값 등의 문제를 묻곤 했다. 그녀에게 알리면 욕먹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이미 사내대장부라고 여겼다. 어머니는 안 계시고, 셰서우줘는 계산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늘 스스로에게 기대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길 원했다.
공부를 잘하고 장차 큰일을 하는 것. 이는 그의 어머니가 평생 동안 제일 보고싶어하는 소원이었다.
갑자기 뒤에서 호의를 품지 않은 발자국 소리가 꾸물꾸물 들려와 셰이는 마음을 졸이며 뒤를 돌아봤다. 작은 골목의 다른 한 쪽에서 누런 털 하나가 비딱하게 그를 쳐다보며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는데, 그 뒤에 몇 명의 패거리가 더 있었다. 누런 털은 그가 뒤를 돌아보자 누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여어, 동생 이거 잘 생겼네. 조금 천천히 가지. 같이 놀러도 가고, 연락하고 살자, 친구야."
셰이는 입을 오므리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골목길 가로등이 갑자기 밝아져 그는 깜짝 놀랐다. 앞에서 반 촌짜리 남자아이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담배를 물고, 귀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는데, 입을 벌리니 저질 담배 연기가 그의 얼굴로 뿜어져 나와 사레가 들려 계속 기침을 했다.
누런 털이 쫓아와서 팔을 뻗어 그의 어깨 위에 내려놓았다.
"너 어딜 계속 가냐? 우리랑 놀기 싫어?"
작가의 말 :
위세등등한 이야기는 많이 썼는데, 이런 종류의 생활에 밀접한 고락이 뒤엉킨 건, 어휴...... 나 스스로 나를 학대했어.
'시식코너 > 《일수인생一树人生》Priest,2009'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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