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10. 01:40ㆍ시식코너/《일급율사一级律师》木苏里,2018
실습생 (2)
사실 처음에는 그들 사이의 사제관계가 그렇게까지 엉망은 아니었다.
메이즈 대학교는 신입생이 입학한지 3개월이 되면 자신의 직계 지도자로 교수 한 명을 선택하는 전통이 있었다. 다시 말해 학생들은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교육 과정에 적응하자 마자 신속하고 침착하게 자신의 미래를 위한 길을 명확하게 계획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출발점이 아주 훌륭하나 실제로 집행하면 마치 장난 같았다.
해마다 신입생의 선택 시즌이 되면 선배들이 교내 전자시장에 모여 자애로운 표정으로 선택 공포증 치료, 교수를 차지하기 위한 추첨 번호 등을 제공하는 AI를 직접 만들어 판매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엉터리였던지라 결국 결과는 비슷했다——대부분 학생들은 첫인상이 좋은 교수를 선택했다.
구옌의 성격으로 봤을 때, 옌수이즈는 그는 틀림없이 추첨 번호를 뽑은 게 아니라 정직하게 선택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스승을 존경하고 도리를 중하게 여긴다'는 것을 설명하는데, 이 산길을 오르는 구 학우는 여전히 지나가길 시도했다. 다만 도중에 누가 쥐약을 먹였는지 한 마디 말도 없이 절벽으로 뛰어내릴 줄 몰랐을 뿐이다.
옌수이즈는 이따금 양심이 발현해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았지만, 늘 몇 분 안 돼서 다른 사람이나 다른 일에 의해 중단되었다. 그래서 그는 오랫동안 구 학우가 왜 자신에게 그렇게 불만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후 구옌이 졸업하고 나면 자신도 더는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을 터였다.
......
계단 중간에서 반 분 동안 옌 대교수는 정신을 놓고 있었다. 그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구옌은 이미 옆으로 몸을 돌려 이 실습생들이 지나가도록 양보하고 있었다.
한 때 데리고 있던 학생을 이런 상황에서 다시 만나니 옌 대교수는 약간 견딜 수 없이 감개무량했다.
그래서 그는 2층 모퉁이에서 몸을 돌릴 때 아래를 한 번 내려다보았는데, 마침 계단 맨 아래 칸에 있던 구옌도 이어폰을 뽑고 눈을 들어 그를 보았다.
옌수이즈가 멈칫했다.
하지만 구옌은 아주 짧게 내키는 대로 그를 흘끗 보고는 곧 쌀쌀하게 시선을 거두었다. 표정은 전혀 변하지 않았고 심지어 걸음걸이의 빈도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 시선을 거두는 동시에 그는 이미 아래층 문을 밀어 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이는 완전히 낯선 사람의 태도였으며, 또 정상적이었다. 옌수이즈는 단지 눈썹만을 고른 뒤 이에 대한 걸 머리 속으로 던져버리고 발을 돌려 실습생들의 끝자락에 붙어 2층의 한 회의실로 들어갔다.
"방금 지나온 곳들은 변호사 분들의 집무실입니다."
인사를 주관하는 미스 피즈가 말했다.
"물론, 집무실에서 그들의 그림자를 찾을 수 없을 때가 더 많은데, 오늘은 운이 좋았어요. 마침 전부 자리에 계십니다. 방금 계단에서 만난 분들을 포함해서요. 여러분도 인사를 했죠, 어떤 정신 나간 선생님을 제외하고 말이죠."
정신 나간 옌수이즈 선생님이 반응하여 손을 들어올리고 웃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아마 너무 긴장했나 봐요."
사람들 : "......"
이것이야말로 순수 허튼소리에 속하는 말이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알아볼 수 있었다. 그가 긴장하긴 개뿔!
피즈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괜찮아요.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하는 젊은이는 제가 불같은 성격이라는 것을 잠시 잊게 하거든요."
미스 피즈는 보기에 굉장히 친근해 보였기에 몇 명의 여학생이 용기를 내서 물어보았다.
"방금 아래층으로 내려간 변호사님들 모두 실습생을 받으시나요? 전부?"
피즈는 '대단히 익숙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도 '네, 전부.'라고 대답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한 분 예외가 있어요."
"어떤 분이요?"
피즈가 웃었다.
"답을 말하면 여러분 얼굴이 두 배로 늘어날 거라고 생각해요. 왜냐 하면 제가 그 당시 누구보다도 길게 늘어났거든요."
"아——알았어요."
그 두 여학생은 말을 길게 늘였는데 분명히 그녀의 뜻을 알아 들었다는 의미였다. 이는 아마 얼굴을 밝히는 사람들의 암묵적인 룰인 듯했다.
다른 몇 명의 남자들은 알아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전기 봉을 밟은 금발은 틀림없이 모르는 듯, 그녀들이 주고받는 걸 텅빈 얼굴로 보고 있었다.
옌수이즈는 인재를 선별하는 교학자의 관점에서 그 금발을 한 번 보았는데, 이 우둔한 아이의 커리어가 이미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했다. 대화 이해력이 이렇게 걱정스러워서야 법정에 서도 울면서 사람들에게 밀려날 것이다.
그러나 그 몇 여학생들이 서운해 할 때, 옌수이즈는 오히려 마음속으로 손뼉을 치며 웃었다. 천만다행으로, 관짝 같은 얼굴의 구 학우는 실습생을 받지 않았다. 그렇지 않고 자신이 만에 하나라도 그의 수하로 들어가는 재난을 당한다면, 사제간 서열이 엉망으로 꼬여 매우 난처할 것이다.
"그는 왜 실습생을 받지 않나요?"
와중에 이 화제에 대해 아직 여운을 즐기고싶은 활발한 여학생이 있었다.
피즈도 싫증나지 않은 게 분명했다.
"실습생에게 화를 낼까봐, 그는 사무관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얼버무린 거짓말일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요? 그는 성격이 나쁜가요?"
"그건 아니에요, 다만......"
피즈는 마땅한 형용사를 찾을 수 없는 듯 결국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요컨대, 아가씨들은 꿈도 꾸지 말란거죠."
옌수이즈는 옆에서 한참동안 여유를 갖고 들으며 생각했다. 그 당시 구 학우의 성격으로 볼 때, 실습생을 받지 않는 이유는 그 자신이 화를 낼 게 걱정돼서가 아니라 사무관이 실습생이 그에게 화를 낼 것을 걱정해서였을 가능성이 컸다.
확실히 가능했다.
피즈가 이곳에서 사람들과 잠시 잡담을 하다 보니 아래층으로 일을 보러 내려갔던 변호사 몇 명이 잇달아 위층으로 돌아와 회의실로 들어왔다.
사람들이 모두 앉은 후 피즈는 한 바퀴 둘러보고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모어는? 오늘 그가 실습생들을 보러 사무실에 온다고 했던 걸 기억하는데, 아직 안 왔어?"
"난 오늘 아직 그를 본 적 없는데."
잿빛 머리카락과 눈을 가진 근엄하게 생긴 변호사가 말했다.
"그가 시간이 있다는 게 확실해?"
"먼저들 이야기하고 있어. 내가 연락해 볼게."
피즈는 말을 마치자 마자 가느다란 스틸레토 힐을 딛고 나갔다.
이야기라고 했지만, 사실 이는 분위기가 비교적 느슨한 면접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긴장을 늦춰도 면접이고, 내용은 과거 직접 체험한 것들을 중심으로 하며 이는 등록증 후면에 첨부된 전자 서류에 근거하고 있었다.
옌 대교수는 우아하고 느긋한 미소를 띠고 다른 실습생을 바라보며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결국 그의 등록증은 암시장에서 구해온 것이기 때문에 전자 서류도 당연히 가짜였다. 학생을 사칭한 바에야 겸허해야만 했다. 아무래도 말을 많이 하면 결점이 드러나기 쉽다. 그래서 옌수이즈의 과거 경력에는 표창 수상이나 대외활동 란은 모두 공백이었다. 얼핏 보면 마치 문서를 불러올 수 없는 랜카드 같았다.
게다가 그는 지나치게 편안하고 느긋한 모습으로 뻔뻔하게도 변호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앉았다.
그렇게 40여 분 간의 '면접' 과정에서 실습생들은 무의식중에 그를 면접관으로 의식하기에 이르렀다. 변호사들 역시 자신의 진영 사람이 적진에 스파이로 잠입했다는 듯이 반응이 없었다. 심지어 여러 차례 흥에 겨워 좌우로 고개를 끄덕일 때도 옌수이즈를 향해 한 마디씩 말을 걸었다.
"이번 실습생들은 다 괜찮은데?"
꼬리 큰 늑대 옌 교수도 인사치레로 웃어주었다.
"괜찮네요."
분위기가 화기애애하여 주객 모두 즐거워했다.
그 변호사들은 회의실을 떠날 때까지 모두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옌수이즈는 이 결과에 대해 물론 기뻐했다. 그는 면접 시험을 반사할 필요 없이 몇 명의 변호사가 이미 눌러주었다.
하지만 10분 후, 그는 곧 웃을 수 없었다——
피즈가 급하게 위층 변호사 사무실과 아래층 사무관 사무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느라 또각거리는 하이힐 소리가 멈추지 않았는데, 뜻밖의 골칫거리들에 시달리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진짜 이럴 거야? 너 확실해? 나는 왜 이게 아주 악독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지?"
반쯤 닫힌 문밖에서 피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속이 빠르고 약간...... 누군가를 고소하다 여기는 뜻도 있었다.
"확실해. 내가 방금 그에게 말했잖아."
나지막한 남자의 목소리가 대답했다.
"어디 다쳤어?"
"쯧——" 그 남자가 말했다.
"웃지 말고 그렇게 해. 넌 어서 들어가. 저 어린 학생들을 안에 방치해두지 말고."
회의실 안의 사람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어리둥절해졌다.
곧이어 피즈는 문을 들어서며 목청을 가다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러분 태도가 아주 훌륭해서 일부 변호사들이 모두 만족스러워 하고 있어요. 하지만 한 가지 안타까운 소식이 있답니다. 실습생을 받기로 했던 모어 변호사가 셔틀 사고를 당해 두 개의 별 사이에 끼는 바람에 보름이 지나도 돌아오지 못한다고 해요. 이에 따라 당초 예정됐던 실습생을 다른 유능한 변호사가 맡게 되었습니다."
옌수이즈는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의 육감은 항상 선택적으로 영험했다. 확률은 반반으로, 불길할 때만 효과가 나타났다. 말이 씨가 된다고, 속칭 까마귀 주둥이라고도 한다.
피즈는 계속해서 말했다.
"구체적인 배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미스 필리다, 딘 변호사가 기꺼이 당신과 함께 일할 것입니다. 헨리, 축하해요. 엘비스 변호사가 당신 선생님이 될 겁니다......"
그녀는 일일이 다른 사람의 이름을 밝히고, 마침내 고개를 돌려 옌수이즈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방금 말씀드렸듯이, 너무 미안해요. 다시 한 번 모어 변호사를 대신해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그래도 축하해요. 구 변호사가 당신의 선생님이 될 거니까요. 행운을 빕니다."
"......"
'행운을 빕니다'라지만, 그 말투는 아무래도 '알아서 잘 해봐'에 가까웠다.
옌 대교수는 마치 얼굴에 액체 질소를 한 통 뒤집어쓴 것처럼 미소가 얼어붙어 곧 금이 갈 것 같았다.
몇 초 후에야 그는 비로소 느릿느릿 해동되어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나는 당신네 그 훌륭한 변호사를 화나게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하지만 장담할 수는 없어요.
필경 그 당시에는 늘 화나게 만들었었다.
그리고......
옌수이즈는 마음속으로 미소 지으며 말했다 : 당신은 구옌에게 가서 말해야 했어. 젊은이들의 건강에 주의하고 알아서 잘 하라고 말이지.
이리하여 30분 후 옌수이즈는 피즈가 사람을 불러 설치한 실습생 책상에 앉아 대변호사 책상 뒤에 앉은 구옌과 마주하게 됐다.
옌수이즈는 말없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
구옌도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
너무 상을 치르는 분위기라 순간 누가 누구를 조문하는지, 누구의 컵에 든 게 더 순수한 고양이 똥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메모
菲兹 : 피즈
迪恩 : 모어
菲莉达 : 필리다
飞梭 : 셔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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