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급율사 제3장 - 실습생 (3)

2020. 10. 11. 12:58시식코너/《일급율사一级律师》木苏里,2018

 

 

실습생 (3)

 

 

남십자 법률 사무소의 구조는 현재 시행령 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기초 업무 협력을 전제로 변호사들은 비교적 독립적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업무를 볼 때 서로 관계가 없었다. 인당 하나씩 귀속된 커다란 개인 사무실은 문만 닫으면 다른 사람들을 차단할 수 있었고, 특별한 상황이 없는 한 방해받지 않았다.

옌수이즈는 이런 종류의 '눈 먼 체하고 귀 먹은 척하여 아무도 나를 성가시게 하지 않는' 사무실 환경에 이미 수년 간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미스 피즈는 이를 알지 못했기에 사무실로 이사하기 전 그를 한쪽으로 끌어당겨 낮은 소리로 말했다.

"대변호사와 함께 지내기는 쉽지 않아. 새로 온 실습생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는 걸 잘 알고 있어. 작년에 한 젊은 양반은 처음 온 날 화장실도 못 가서 점심 때 보니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더라구. 왜 그러냐 물었더니 사무실이 폐쇄적이고 조용해서 선생님 눈에 조금이라도 거슬릴까봐 두려워서 주의를 끌지 않으려고 움직이질 않았다는 거야."

"의지력이 대단한 분이네요. 감탄했어요."

옌수이즈가 칭찬했다.

"웃지 마."

피즈는 계속해서 말했다.

"당신이 앞으로 구 변호사를 따라다니는 시간이 사무실에 머무는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곳에서 소속감을 가지면 좋겠어. 당신 책상이 구 변호사만큼 크진 않지만 사무실 중 적어도 3분의 1은 당신 소유니까 마음대로 사용해. 어려워하지 말고 떳떳하게."

그녀 스스로 의식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옌수이즈는 그녀가 그 이야기를 할 때 말투가 꼭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하지만 미스 피즈는 확실히 크게 걱정했다. 옌수이즈는 굉장히 떳떳했을 뿐만 아니라 하마터면 또 주객이 전도될 뻔했다.

그는 늘 정신차리고 보면 무의식중에 이곳이 자신의 사무실이라고 느꼈다. 그는 법정 대변호사 자리에 앉아있고, 그의 앞에 비스듬히 서서 얼어붙은 얼굴로 커피를 마시는 구 학우야 말로 자신을 짜증나게 하는 실습생이었다.

심지어 그는 몇 차례나 입을 열어 상대에게 업무를 주려 했다. 다행히 그는 충분히 빠르게 반응해서, 매번 입을 여는 순간 귀신같이 빠르게 멈추고 다시 침착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그는 이런 반응을 커피의 온도가 너무 높은 탓으로 돌렸다. 컵 입구에 자욱한 하얀 안개는 한눈 팔기 쉽게 만들었고, 게다가...... 이 사무실의 분위기는 너무 낯익었다.

언뜻 보기에 그의 학장 사무실과는 그야말로 한 배에서 태어난 것 같았고 그가 있던 난루의 대변호사 사무실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옌수이즈가 전경을 한 번 둘러보니 마음 속에 기이하게도 한 가닥 기쁨과 위안이 느껴졌다.

비록 사제 관계는 별로 좋지 않았지만 어쨌든 내재적으로 전승된 것이 있는 것이다. 보라, 심미가 전해지지 않았는가?

그는 해처럼 웃으며 배치가 좋다고 칭찬하려 했지만, 입을 열어 한 자 꺼내기도 전에 구옌이 이미 커피잔을 내려두고 정중하게 첫마디를 하였다.

"저는 실습생을 받을 생각이 없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대단히 듣기 좋았고 어조는 아주 차분했다. 만약 말하는 내용을 무시한다면, 사람들은 '그가 말하는 걸 조금 더 듣고 싶다'는 충동이 들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옌수이즈는 그를 만난 첫날도 아니었고, 그는 기본적으로 이런 종류의 착각에 대해서 이미 생리적 면역 상태에 이르러 있었다.

더구나 그가 말한 내용은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실습생을 받을 생각이 없다고? 정말 공교롭게도,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해. 사실 넌 나를 어떤 변호사에게든 직접 넘겨줄 수 있잖아. 네가 없는 곳이면 어디든 좋아.

옌수이즈가 이 말을 좀 다듬어서 덜 화가 나는 표현으로 바꾸어 막 말을 하려던 참에, 구옌이 손가락으로 커피잔을 살짝 돌리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직전까지 당신을 맞기 위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어요. 실습생에게 어떻게 업무를 안배할지 구체적으로 묘사한 체험 매뉴얼을 통해 당신들이 바빠서 발 디딜 틈도 없이 번거롭게 하지 않을 수 있다는데, 저는 여태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때문에 당신이 제대로 된 실습 기간을 보내게 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옌수이즈는 눈썹을 추켜올렸다. 구 학우가 법정이 아닌 곳에서 이렇게 길게, 얼핏 듣기에 전부 사람 같은 말을 하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물론, 단지 사람 같은 말일 뿐, 기분 좋은 것과는 거리가 멀었고, 말하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아무 표정도 없었고 말투도 여전히 차가웠다.

옌수이즈는 실습 기간 동안 정확히 무엇을 경험할지, 혹은 구옌이 어떻게 업무를 안배할지에 대해 그다지 흥미가 없었다. 말하는 내용 자체보다 오히려 구옌이 이런 식으로 말을 잘하는 모습이 훨씬 흥미로웠다.

하지만......

너는 억지로 받은 실습생에게는 말을 좋게 하면서, 자신이 직접, 엄숙하게 심사숙고해서 선택한 직계 선생님을 대할 땐 어째서 일말의 좋은 얼굴도 없었던 거지?

옌수이즈는 속으로 한바탕 한탄했다. 그래도 괜찮다. 현재 바뀐 신분과 환경이라면 이 구 학우와도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지 모른다. 적어도 이러한 시작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이 느낌은 오래 가지 못했다. 그의 책상에 있는 사무용 광컴퓨터가 갑자기 홀로그래픽 문서를 줄줄이 쏟아냈기 때문이었다.

구 대변호사는 본래 말수가 적은 성격이라 방금 말한 긴 단락으로 친절한 말의 한계에 이르렀다. 그래서 몇 마디 더 하는 대신 명쾌하게 피즈가 사전 제작한 실습생 매뉴얼을 옌수이즈에게 보낸 것이었다.

"우선 보세요."

구옌이 말했다.

"저는 통화 좀 하겠습니다."

옌수이즈는 손가락으로 홀로그래픽 스크린을 쓸어보았다. 다행히 안내서의 내용은 생각보다 많지 않고, 쓸데없는 말이 적고 전체적으로 군더더기가 없었다. 게다가 어린 실습생들의 심리와 잘 어울리고 약간의 생동감까지 있었다. 확실히 미스 피즈의 스타일이었다.

실습 내용과 율소의 몇몇 규정들을 그는 모두 일소했다.

사실상 그는 안내서 전체를 자세히 보지 않았는데, 어디까지나 그는 진짜 신인도 아니고 이곳에 실습하러 온 것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받치고 아무렇게나 페이지를 넘겨보던 그의 시선이 한 줄의 숫자에 멈추었다.

실습 기간의 급여——하루에 60서(西).

학생 한 명에게 60서는 무슨 개념인가 하면, 하루 세 끼를 먹기에 꼭 알맞으니 한 푼도 더 생각지 말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 또한 데카마 내 율소의 보편적인 상황이었다. 실습생 모두 율소에 오기전까지는 기본적으로 폐를 끼치는 것을 묵인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일명 대변호사가 실습생에게 임무를 배치하면, 마음 속이 온통 피범벅이 된다. 왜냐하면 당신이 이런 것들을 다 하기까지 기다리고나면 십중팔구는 다시 해야 했고, 원래 하던 일을 두 배로 늘리는 것과 같은 수정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이 중 일부 실습생은 대변호사의 과로 또는 사망 가능성을 높이는 데 탁월한 기여를 했다.

당신은 나에게 폐를 끼치고 생명의 위협까지 야기했는데, 나는 학비를 받지 않으면서 당신에게는 많은 돈을 내야 한다니, 헛된 꿈 아닌가?

이 점은 실습생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런 종류의 보조적 급여에 대해서도 이견이 없었다. 어쨌든 앞으로 인상될 때가 있을 것이다. 

옌수이즈는 급여 액수를 보고 먼저 속이 시끄러웠고, 이 가련한 학생들을 대신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갑자기 지금의 자신이 바로 그 '가련한 학생' 중 하나라는 사실이 기억나 한숨은 곧 사레가 들려 막히고 엄청난 기세로 기침을 했다.

그가 고개를 괴고 숨을 돌리고 있을 때, 구옌의 목소리가 어느샌가 가까이 와 있었다.

"정확한 시간과 장소는?"

"아바섬?"

"안 가."

그는 여전히 누군가와 통신을 하며 자연스럽게 물이 담긴 잔 하나를 실습생의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옌수이즈는 멍하니 고개를 들고 그를 보며 구 학우가 약을 잘못 먹었을 가능성을 생각했다. 뜻밖에도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다니?

결국 구옌이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시선을 아래로 드리운 채 서늘하게 말하는 것이 들렸다.

"안내서에 도대체 무슨 이상한 게 쓰여있길래 그렇게 온 얼굴이 빨개져서 거의 숨을 못 쉬는 겁니까?"

"......"

훌륭해, 그 맛 그대로야, 독성이 사방으로 퍼지는군.

그는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지 않아 통신 속 사람 소리는 아주 작았고 옌수이즈에게 가까워졌을 때야 간신히 몇 구절이 들렸다.

"뭘 숨을 못 쉬어?"

한 남자의 목소리가 물었다.

"너 누구랑 말하고 있어?"

옌수이즈는 뜻밖에도 상대방의 목소리가 약간 귀에 익었지만 어디서 들어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실습생." 구옌이 말했다.

"그렇군." 상대가 말했다.

"그래서 너 진짜 안 올거야? 내가 이렇게 간곡하게 초대하는데 체면도 안 봐줘? 우리집 제타도 따라왔어."

구옌의 표정은 순식간에 더욱 굳어버렸다.

옌수이즈는 곧 그의 표정이 변한 원인을 알게 되었다.

"넌 다른 별로 서핑하러 가면서 그 물을 무서워하는 개를......"

옌수이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물을 무서워하는 개는 매일 밤 두 시 정각에 잠을 자고 너보다도 시간을 잘 지키는데, 이런 똑똑한 개를 하루종일 데리고 다니지 않으면 내 마음이 편치 않을 거야."

"......"

상대방은 한담에 능하여 한참을 계속 지껄였는데, 아마 구옌을 어떤 연회나 다른 무언가에 참가하도록 설득하려는 듯했다. 하지만 구옌이 이미 자신의 책상 곁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옌수이즈는 이후 내용을 들을 수 없었다.

그후 상대가 뭐라 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명쾌하게 몇 마디로 이야기를 끝냈다——

"아니."

"시간 없어."

"출정."

옌수이즈가 뒷맛을 곱씹어보니, 상대의 목소리가 여전히 귀에 익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누군지 생각나지 않았고, 구옌은 이미 통신을 끊고 그를 보고 있었다.

"매뉴얼 다 봤습니까? 궁금한 게 있나요?"

옌수이즈는 고개를 흔들다가, 또 무슨 생각이 났는지 도중에 잠시 멈추었다.

"아, 잠깐만요."

말을 마친 그는 자신의 반지 모양 스마트 기기를 조작해 자산카드 인터페이스를 열어 잔고를 보았는데, 순식간에 질식감이 올라왔다. 이전에 암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남은 돈을 계산해보니 그가 일주일 살기에도 부족했다.

그리하여 그는 고개를 들고 구옌을 향해 미소지었다.

"한 가지 질문이 있는데요."

구옌은 턱짓을 해 그에게 계속 말하라는 뜻을 표시했다.

"급여 가불이 가능한가요?"

"......"

구옌은 그를 보며 무표정하게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당신이 한참 동안 보고 얻어낸 게 이 질문인가요?"

"어......"

꼬리만 큰 늑대  옌 교수도 얼굴 가죽이 곧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2초 후, 구옌은 차분한 얼굴로 내선 통신을 켜고 말했다.

"피즈, 이 실습생에게 석 달치 급여를 전해주고, 곧장 집으로 돌아가라고 해줘."

"......"

좀전에 구 학우와 확실히 잘 지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자신은 아마 하룻밤 지난 쉰 밥을 먹은 것일 터였다.

 

 

 

 

 

 

 

 

 

메모

 

光脑 : 광컴퓨터

亚巴岛 : 아바섬

吉塔 : 제타

南卢 : 우선 난루... 뭔가 줄임말 같기도 하고? 뜻을 찾지 못했습니다 ㅠ0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