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자 제10장

2020. 11. 7. 01:31완결/《연자软刺》唐酒卿,2017

 

 

 

밀크티

 

 

2중 옆의 소위 조명구장이란 곳도 10시쯤 되면 별로 재미가 없었다. 가로등 아래 날벌레가 맴돌았다. 친종은 어깨에 외투를 걸치고, 눈 앞에 날아온 날벌레를 쫓으며, 눈길은 줄곧 한창 이별을 아쉬워하는 중인 작은 커플을 향하고 있었다. 롼쓰는 그가 기다리기 귀찮아하고 있다는 게 등 뒤로 느껴졌다. 그는 손을 등뒤로 넘겨 친종에게 좀더 기다려달라는 손짓을 했다.

친종은 박하사탕을 '우드득' 하고 깨물었다.

무슨 할 말이 저렇게 많을까.

 

20분 후 두 사람은 함께 되돌아갔다. 동네 숲길엔 사람이 몇 명 없었고, 밤 공기는 선선했다. 두 사람은 느릿느릿 걸으며 주머니를 뒤척였다. 

"안 데려다 줘?" 친종이 입을 열었다. "누이 말야. 한밤중인데."

"필요없어." 롼쓰가 다가와 몸을 기대고는 손을 친종의 바지 가장자리를 따라 미끄러뜨려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더니 사탕을 만져 꺼내며 말했다. 

"걔네 아버지가 차를 밖에 세워두고 기다리고 계셔. 내가 데려다주면 안 좋게 생각하실거야."

친종은 곁눈질을 했다. "남자친구를 만날 때 아빠도 데려오다니, 당신들 진도가 빠르네."

"쯧," 롼쓰는 돌연 한 발짝 물러서더니 친종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 시큼한 맛을 어떡할까."

친종을 응시하는 그의 눈동자는 약간의 농담기와 오만함을 띠고 있어 마치 도발하는 것 같았다. 또 마치——

"너 누이를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

가로등이 '치직'소리를 내며 깜빡였다. 친종은 롼쓰를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두 사람은 현재 키가 비슷했다. 친종이 이런 식으로 다가오니 얼굴에 그림자가 져서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는 뜻밖에도 바로 반박하지 않고, 한 마디 했다. 

"네 머리는 과연 당나귀에게 걷어차였구나"

롼쓰는 경박하게 짤막한 휘파람을 불었다.  "농담도 못해, 너 오늘 무슨 안 좋은 일 있었어? 왜 이렇게 매사 불쾌해 하지?" 그는 팔을 뻗어 친종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형이 너 대신 해결해줄게."

"날이 더워서 그래. 별 일 아니야." 친종이 말했다. "어깨에서 내려가. 더워."

"성격하고는." 롼쓰가 말했다. "방금 쿵자바오랑은 무슨 얘기 했어?"

"고독한 황금 늑대 조직의 몰락과 주석 동지가 도의를 저버린데 대한 잡담."

친종은 그가 사탕껍질을 벗기는 것을 보고 눈을 사방으로 돌려 쓰레기통을 찾다가 아무 말 없이 받아 들어 손 가는데로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의 체격을 봐서는 황금곰일 것 같은데, 어째서 고독한 황금곰 모임이 아닌거야?"

잠깐 뜸을 들인 롼쓰는 말했다. "앞으로 아침에는 기존대로 하지만, 방과 후에는 누이도 같이 가야해."

"그래." 친종은 돌멩이를 살짝 차며 싱겁게 말했다. "따라오라고 해."

"170cm의 전구*와 함께라니 더욱 체면이 서겠다." 롼쓰가 웃었다.

*전구 : 연인 사이에 끼는 등 눈치없는 훼방꾼

"아침에 아래층으로 갈테니까 매일 일찍 일어나야 해, 조상님."

두 사람이 건물 아래에 이르자 친종이 말했다.

"돌아가서 알람 맞춰볼게. 넌 일어나면 종 흔들어서 나 불러 줘.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그건 기분 봐서." 롼쓰는 계단을 몇 걸음 뛰어올라가더니 다시 몸을 돌려 말했다. "이 일은 우리 엄마한테 비밀이야."

"기분 봐서." 친종은 사탕 껍질을 쓰레기통에 던지며 말했다. "맨입으로 비밀을 지키라고? 너 참 순진하구나."

"그래." 롼쓰는 복도에 기댔다. "대단해, 친종. 점점 더 수완이 좋아지는데? 입막음값으로 뭐가 필요해?"

친종은 매우 유감이라는 듯 말했다.

"넌 여자애도 아니라서 높이 안아들고 키스도 못 하잖아. 다른 건 별 의미 없어."

"어느 여자애가 너를 높이 들어올릴 수 있겠어?"

몇 계단 아래로 껑충 뛰어내린 롼쓰는 곁에 쪼그리고 앉아 친종의 다리를 끌어안았다——결국 들어올리지 못했다.

오히려 친종에게 허리를 잡혀 들어올려졌다.

미처 방어할 틈도 없었던 롼쓰는 "크악" 소리만 냈다.

"둘이서 뭐 하는 거야." 마침 발코니에 옷을 걷으러 나온 리친양이 난간에서 몸을 기울여 신기한 듯 쳐다보며 말했다.

"심야 스페셜 프로그램? 두 명의 게2*를 남몰래 따라가는......"

*원문은 基友인데 gay를 뜻하는 인터넷 용어라고 하는군요...

"헐" 친종은 롼쓰를 내던지듯 내려놓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이모도 저 단어를 알아?"

"웨이보 좀 하시거든." 롼쓰는 발이 얼얼해 몇 번 뛰더니 그의 팔꿈치를 당겨 말했다. 

"아! 너 진짜 내던지다니, 내가 널 쓰레기통에 내던질 게 안 무서워?"

"아," 친종은 웃음 소리를 냈다. "조금."

"집으로 들어와." 리친양이 말했다.

"종종, 오늘 밤 우리 집에서 자. 그럼 너희 둘 계속 얘기할 수 있잖아."

"무슨 소리야, 할 말은 무슨, 매일 보는데 지겨워." 롼쓰는 부랴부랴 복도로 들어갔다. "집에 가 집에 가."

"친 이모," 친종이 리친양을 부르니 롼쓰가 또 고개를 돌려 경고하려 했다. 그는 느릿느릿 말했다.

"안녕히 주무세요."

말을 마친 그는 웃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인 일요일, 친종이 일어났을 때 롼쓰는 이미 집에 없었다. 그는 난간에 엎드려 햇볕을 쬐며 한참 동안 방울을 울렸지만 롼쓰가 나오지 않는 것을 보고 밖으로 데이트를 하러 나갔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오전에 피아노 연습을 조금 하던 중 집안의 전화가 울렸다. 받아 보니 쿵자바오였는데, 주변이 소란스러운 것이 거리에 있는 듯했다.

뚱보는 목청을 돋우어 물었다. "동생아, 놀러 나올래? 롼쓰도 여기 있어."

"어딘데?" 친종이 물었다.

"춘광거리. 방금 놀이공원이 열렸어. 너 빨리 와, 우리는 거기 있을......"

"안 가." 친종은 악보를 뒤적이며 말했다. "리닝도 있지? 178cm 전구가 끼면 너무 뜨거울 걸."

"와야지." 쿵자바오가 말했다.

"예전엔 다 같이 놀았잖아. 리닝은 오늘 주먹밥도 싸왔어. 샤징(夏婧)이랑 같이 직접 만들었다고." 리닝 얘기에 그는 금세 흥분하기 시작했다. "와라와라와라! 놓치면 완전 아쉬울 걸......"

샤징은 롼쓰의 작은 여자친구이다.

롼쓰가 전화를 바꿔 물었다. "너 혼자 집에서 뭐하게?"

"피아노 연습." 친종은 건반을 두드렸다.

롼쓰는 슈신이 매달 그의 연습량을 정해두고 기한 내 끝내지 못하면 벌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머뭇거리다 말했다.

"그래 그럼. 오후에 돌아갈 때 젠빙궈즈 사갈게."

전화를 끊으니 쿵자바오가 자신을 경멸의 눈초리로 보고 있는 것을 깨닫고 롼쓰는 휴대폰을 그에게 돌려주었다. 쿵자바오는 말했다.

"34도의 더운 날에 젠빙궈즈를 사다 준다고?"

"...... 아무 생각이 없었어."

 

친종은 낮에 잠을 자지 않고 오후 4시 가까이 되도록 연습했다. 흑백의 건반이 손가락 아래서 폴짝이며 곡을 만들어냈지만, 그가 피아노에서 즐거움을 얻기란 매우 어려웠다. 지금도 그는 슈신이 내준 숙제를 끝내기 위해 피아노를 칠 뿐, 매일 문제를 풀고 본문을 외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피아노도 결코 그에게 성취감과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 그래서 슈신에게도 실망감만 안겼다.

'감정'이 없는 곡은 누구의 마음도 움직일 수 없다. 심지어 연주자 자신의 마음도 열지 못하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겠는가. 비단 음악뿐 아니라 어떠한 창작이든 모두 '느낌'에 뿌리를 두고 있다. 감정은 보이지 않게 주입되어 어느 곳에서든 듣는 이의 감각을 고무시킨다.

4시가 되자 친종은 조금의 미련도 없이 몸을 일으켰다. 그는 발코니로 나가 벨을 울렸지만, 롼쓰는 아직 돌아오기 전이었다. 냉장고에 차가운 음료가 없자, 친종은 아예 밖으로 나가 밀크티 가게로 갔다.

 

친종은 그리운 아저씨와 인사를 나누고 아이스티를 기다리고 있었다. 뒤에서 누군가 가느다란 목소리로 '아' 소리를 냈다. 고개를 돌려보니 뜻밖에도 샤징이었다.

샤징은 달콤한 외모로 남자 아이의 정신을 빼앗는 타입이었다. 그녀는 보조개가 보이도록 웃더니 친종을 기억하는 듯 열정적으로 말했다.

"그...... 남동생이지?"

친종은 싸늘하게 말했다. "누구시죠?"

샤징은 3초 동안 어색해하다 약간 겸연쩍어 하며 말문을 열었다. "...... 난...... 롼쓰의......"

친종은 이번엔 예의바르게 웃으며 아주 빠르게 말을 이었다. "안녕, 너도 밀크티 좋아해?"

샤징은 고개를 끄덕이며 귓가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예전엔 몰랐는데, 롼쓰가 데리고 와줘서 여기를 알게 됐어."

친종은 작게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이따 집에 놀러 와."

샤징은 조금 멍해졌다. 약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가면 내가 밀크티 타줄게. 그의 집 밀크티 가루도 산 거거든."

친종은 아이스티를 한 모금 마시고는 샤징에게 한쪽 눈을 깜빡였다.

"다음에 봐."

이 표정은 롼쓰에게 어울릴 법했다. 롼쓰의 용모는 방자함을 타고나 잠깐 얼굴만 내밀어도 알려지는 타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며칠 전에 친종을 봤을 때, 샤징은 줄곧 그가 친해지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롼쓰와 그는 한쪽은 제멋대로였고, 한쪽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가 눈을 깜빡이자 의외로 매우 마음이 동했다.

샤징은 가슴이 뛰는 걸 진정시키고 나서야 친종이 이미 떠난 것을 깨달았다. 그녀의 단짝 친구가 곧 어깨에 기대오며 말했다.

"이게 그 친종이구나......"

"롼쓰의 친한 동생." 샤징은 얼굴을 가리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어젯밤엔 제대로 못봤는데, 너무 잘 생겼어!" 그녀는 뒤에서 연신 '아아아' 하며 발을 굴렀다.

단짝 : "......"

 

빈 컵을 '우당탕' 던져 넣고 친종은 롼쓰의 집으로 직행했다. 문을 몇 번 두드리고 열었더니 롼쓰가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다리를 들어 문을 가로막았다.

"솔직히 말해." 롼쓰는 고개를 기울여 그를 훑어보았다. "어디 갔었어."

"외톨이의 쓸쓸함을 탐문하지 마." 친종은 시선을 아래로 옮겼다.

롼쓰가 시선을 눈치 채고는 다리를 곧게 펴며 말했다. "타고난 미모는 어쩔 수 없어. 2중에서 이보다 더 긴 건 없을 걸."

"와아" 친종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너무 멋있다, 와우, 우주 제일 멋있다."

"...... 망할."

두 사람은 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친종이 문으로 들어오자 롼쓰는 턱으로 냉장고를 가리켰다.

"젠빙궈즈는 없으니까 아이스크림 먹어."

"오늘 재밌었어?" 친종은 숟가락과 아이스크림을 들고 다다미에 올라갔다.

롼쓰는 책장 아래 빈백에서 3DS를 갖고 놀며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그런대로."

그의 방에는 책장을 새로 만들어 다양한 장르의 소설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고 만화책도 많았다. 책상 아래 선반에는 188x260mm 표준 규격의 가죽 덮개 노트가 빽빽이 쌓여 있었다. 이 노트들은 모두 가장자리가 닳아 있어 다 쓴 노트임을 알 수 있었다. 책상 위에는 뚜껑이 닫히지 않은 펜이 몇 장의 원고지 위에 누워 있었다. 롼쓰의 습관은 원고지에 대강 줄거리 초안을 늘어놓은 뒤 노트에 본문을 쓰는 것이었다.

침상 곁에는 알토 색소폰 하나가 놓여 있는데, 그것은 재작년에 롼쓰가 모아둔 원고료로 친종에게 사준 생일선물이었다. 두 사람은 슈신에게 줄곧 감추고 있었다. 친종은 할 일이 없을 때 와서 연습할 수 있었는데, 독학의 효과는 아주 비범했다.

"빨리 먹어." 롼쓰는 한쪽 발을 친종의 다리에 걸친 채 이를 갈며 몬스터 헌터에 몰두중이었다. "이 몸께 지원이 필요하다!"

"기다려." 친종이 말했다. "이제 먹기 시작했어."

롼쓰는 점점 초조해졌다. 친종은 자신의 허벅지를 누르는 힘이 강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갑자기 일어나 아이스크림을 재빠르게 갖고 가더니 3DS를 친종의 손에 쥐여주었다.

"먼저 깨고 먹어!" 롼쓰는 장담했다. "이건 내가 들고 먹여줄게."

용의 꼬리치기는 가장 당해내기 어려운데다, 휠윈드는 더더욱 쓸 수 없었다. 롼쓰는 보통 대검을 사용하는데, 다른 무기에 비해 둔중하여 풍부한 경험을 요했고, BOSS 공격이 들어오는 타이밍을 완벽하게 파악해야 했다.

친종은 능숙하게 조작하여 멋드러지게 꼬리를 자르고 머리를 벴다. 롼쓰가 가리키면 그는 공격했다. 신이 난 롼쓰는 환호성을 지를 때마다 저도 모르게 아이스크림을 한 입 퍼먹었다.

"크악" 친종은 머리를 들 필요도 없었다. "먹여준다면서!"

"너무 흥분해서 잊어버렸어." 롼쓰는 또 한 입 퍼먹었다.

친종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고개만 기울여 '악' 소리를 냈다. 롼쓰는 안타까워하며 또 몇 차례 휘저었다.

친종이 말했다. "안 줄거면 안 깨줄거야!"

"크악" 롼쓰는 곧바로 그의 입가에 갖다 바쳤다. "드릴게요드릴게요"

"침 투성이잖아." 친종이 싫어하며 피했다.

"침이 뭐 어때서, 침이 뭐 어때서!" 롼쓰는 숟가락을 그의 입안으로 욱여넣었다. "말이 많아."

아이스크림을 머금은 친종은 틈을 내어 롼쓰의 눈을 쳐다봤다. 결국 전세가 불안했던 롼쓰는 그가 시선을 돌리는 것을 보고 흥분한 나머지 그의 관자놀이를 들이받았다.

친종은 부딪힌 눈이 시큰거려 엉뚱한 곳을 공격했고 결국 BOSS의 꼬리에 나동그라져 고양이 수레를 탔다.*

친종&롼쓰 : "......"

*몬헌에서 플레이어가 탈진하면 고양이가 수레로 데리고 갑니다.

 

"동지, 장외 관중이 출전 선수를 방해하지 않는 것은 상식이다. 맞아, 틀려? 어?" 

친종은 아직도 믿기 어렵다는 듯 억울한 표정이었다. "게다가 내 아이스크림도 먹었어."

롼쓰는 손을 들어올려 그의 얼굴의 땀을 닦았다. "한 판만 더 하면 내가 밀크티 타줄게."

"오, 밀크티." 친종은 캐릭터를 조작해 NPC 앞을 미친듯이 빙글빙글 돌았다. "X같은 밀크티."

롼쓰 : "......"

어허, 화가 나버렸구나.

 

 

 

 

작가의 말 :

봐줘서 고마워요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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