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자 제11장

2020. 11. 7. 12:58완결/《연자软刺》唐酒卿,2017

 

 

 

어색함

 

 

"밀크티...... 가 왜?" 롼쓰가 말했다.

"날씨가 더워서 마시기 싫어." 친종은 새 게임을 시작했다. "아이스티로 줘."

"집에 아이스티가 없어." 롼쓰가 다리를 쭉 뻗으며 말했다. "우리 아빠가 마시기만 하면 설사를 하는데 어떻게 다시 사겠어."

두 사람이 1인용 소파에서 부대끼니 지금이야말로 덥고 땀이 나서 미칠 때였다. 롼쓰는 에어컨을 틀어주고 소파에 드러누워 친종의 목 뒤로 팔을 걸친 채 그가 조작하는 모습을 보았다.

"무슨 고민 있으면 나한테 말해." 롼쓰가 물었다. "너 어디가 그렇게 답답하니?"

"심리 상담이야?" 친종은 화면을 응시하며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했다. "선생님, 저는 가슴이 아파요."

"가슴이 아프다," 롼쓰는 다시 한 번 반복하더니 말했다. "그래, 내가 주물러 줄게."

친종은 잠시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그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그럼 서둘러, 곧 죽을 거야."

롼쓰는 늘어진 채로 움직이지 않고 고개만 돌려 친종을 보고는 탄식하며 말했다.

"백주대낮에 양가의 아들을 유혹하고 가슴을 주무르도록 시키다니."

"누가 제안했는데?" 친종은 무릎을 들어 그의 다리를 집적거렸다. "롱다리 형, 비켜 봐. 나도 다리 좀 펴게."

"안 비켜." 롼쓰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너 방금 아이스티 사러 갔었지?"

"응." 친종이 말했다. "샤징을 만났어."

"이렇게 더운 날에 걔가 아직도 집에 안 돌아갔다고?" 롼쓰가 몸을 뒤척이자 친종은 거의 떨어질 뻔했다. 롼쓰가 말했다. "둘이 대화 좀 나눴어?"

"인사를 했지." 친종이 말했다. "꽤 귀엽게 생겼더라."

"당연히 귀엽지." 롼쓰는 갑자기 친종의 옷깃을 잡아끌어 말했다. "이상한데, 평소에 낯 가리지 않아? 네가 누군가를 칭찬하는 건 들어본 적이 없어."

친종은 몸을 굽히며 끌려가 손으로는 게임을 하며 말했다.

"못 들어봤어? 아첨이 내 전문인데. 맨날 너 칭찬하잖아."

"문제가 있어." 롼쓰가 말했다. "진짜 인사만 했어?"

친종은 그의 얼굴을 위에서 아래로 쓱 훑어보았다. "네 얘기 좀 하다가 집에 놀러 오라고 했어."

"여자애더러 오라가라 하면 듣기에 좋지 않지." 롼쓰는 손을 풀었다. "그런데 요리 솜씨는 정말 좋았어."

친종은 칼로 머리를 터뜨리며 게임을 클리어했다. 그는 3DS를 롼쓰의 배 위로 던지고 몸을 괴며 말했다. "우리 자세 좀 바꿀 수 있을까?"

"땅이 요만한데 어떻게 바꿔."

"아니," 친종은 그를 내려다 보았다. "이 자세는 꼭 내가 너한테 키스하려는 거 같잖아."

"...... 꺼져."

 

친종은 저녁 때도 돌아가지 않았다. 그의 집에 사람이 없어 리친양과 롼청은 그를 데리고 밥을 먹었다. 친종은 롼청에게 요리를 많이 배워서 부엌에서 보조를 하며 칼을 쓰는 자세도 좀 갖추게 되었다. 식사 후 롼쓰와 번갈아 샤워를 한 친종이 방으로 돌아오니 롼쓰가 책상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었다.

친종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머리를 닦으며 책장에서 만화책을 찾아 소파에 앉아서 보았다. 펜이 막힘없이 써내려가는 소리가 들렷다.

"말 좀 해." 롼쓰는 펜을 멈추지 않고 말했다. "테마만 좀 고쳤는데 너무 조용해서 못 견디겠어."

친종은 페이지를 헤집었다. "새로운 글이야?"

"아니," 롼쓰는 어쩐지 초조하게 펜 끝으로 원고지를 찍으며 말했다. "지난번에 퇴짜 맞은 원고."

롼쓰는 매달 새 원고를 보냈다. 두툼한 원고지를 깔끔하게 제본해서 보내면, 한 달 가까이 기다려야 회신을 받곤 했다. 롼청의 침실에 컴퓨터가 있었지만, 롼쓰는 이 일을 프라이버시로 여겨 친종을 제외하고는 쿵자바오에게도 잘 얘기하지 않았기에, 롼청의 컴퓨터로 메일을 보내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가 보낸 것은 대부분 단편소설로, 모험담 등을 다루는 잡지사가 이러한 친필 원고의 귀착점이 되곤 했다. 하지만 책상 아래 있는 20여권의 노트는 롼쓰에게 있어 7할은 폐고였고, 다른 사람은커녕 친종에게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장시간동안 고속으로 수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야기를 창작하는 데 있어서는 더욱 그랬다. 머릿속에서는 줄거리가 빠르게 진행되지만, 손의 속도는 쉽게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굳은살이 박이는 건 별 일 아니었다. 긴박한 시간이 문제였다. 밤을 새워 원고를 해도 마감일을 맞출 수 있을지 확실치 않았다.

롼쓰는 초조하게 몰두하는 와중에 말했다. "한 곡 불어줘."

거실에서 TV를 보던 친종은 색소폰을 한 번 닦아 발코니 문을 밀어 열었다. 롼쓰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 몸을 그에게로 틀었다. 저녁 바람이 느리게 불어왔다. 건물 아래의 어슴푸레한 가로등이 발코니를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고, 야래향 꽃봉오리의 향이 퍼졌다. 그는 롼쓰의 티셔츠를 입고 가슴엔 러버덕 프린팅까지 있었지만, 내리깐 눈은 유달리 매력적이었다.

I Believe 이 곡은 친종이 오랫동안 배운 지금도 약간은 어색했다. 하지만 이는 전혀 방해되지 않았다. 그가 이따금 사람을 부르는 듯한 눈빛을 보내올 때면 손가락 끝이 저릿했다. 테너 색소폰의 느리고 낮은 소리가 여름밤에 색다른 맛을 부여해 롼쓰는 점차 꽃향기를 맡을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이유 모를 부드러움 속으로 빠져들어 곡조를 따라 수면에 떠 있는 기분이었다. 완전히 긴장을 늦출 수 있는 시간은 사실 드물다. 이때 비로소 그는 문학에 쫓겨 막다른 골목에 몰린 초조감에서 벗어나 고집스러운 생각을 버릴 수 있었다. 졸졸 흐르는 물이 가볍게 손끝을 스치며 의식을 아무 생각없이 표류하도록 했다. 표류를 끝낸 뒤 느낌이 온다면 계속 하고, 그렇지 않으면 잠을 잘 것이다.

 

곡이 멈췄을 때 롼쓰는 조금 느낌이 있었지만, 이는 분명 원고 집필에 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코끼리 하나를 접어 친종에게 던졌다. "상이야."

말을 마치고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이불 위를 뒹굴었다.

"상 고마워." 친종이 말했다. "자리 좀 남겨주지 않을래?"

롼쓰는 팔을 휘저으며 뻔뻔스럽게 말했다. "

"여긴 모두 형의 지반이야——아아악!" 등을 누르는 무게에 롼쓰는 피를 토할 뻔했다. "너 올해 또 많이 컸구나!"

"어떻게 안 크겠어." 친종은 계속 눌렀다. "내년이면 너보다 커질걸."

"퉤" 롼쓰는 발버둥치며 말했다. "깔려 죽겠다! 내 허리! 빨리 일어나!"

"죽을 수 없어." 친종은 몸을 일으켜 지탱했다. "넌 안돼, 롼롼."

"롼은 무슨." 롼쓰는 손을 뒤로 해 그의 허리를 더듬더니 손으로 쥐어 왔다 갔다 했다. "허리가 꽤 매끈한데."

"희롱하지마, 깡패야" 친종은 롼쓰의 손을 잡아당겨 멈췄다. "어딜 더듬어?"

"큭" 롼쓰는 웃음 소리를 냈다. "내가 어딜 더듬었다고 그래."

"......"

친종은 갑자기 몸을 낮추더니 이를 물고 말했다. "아무렇게나 말하지 마."

이 말 이후 한참이나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던 두 사람은 갑자기 동시에 ‘크악’하며 제각기 물러났다. 롼쓰는 몇 번 굴러서 요의 가장자리에 달라붙더니 이불을 허리 위까지 끌어당겼다. 친종은 이불이 없어 그에게서 등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스탠드를 아직 끄지 않아 어두컴컴한 방 안에 애매하고 뜨거운 불길이 일었다.

이런 미친, 어딘가 문제가 생긴 게 틀림없다.

롼쓰는 드로즈를 끌어당기다 화들짝 놀라 또 속으로 '크악' 소리를 질렀다.

두 사람이 서로 등을 맞대자 도처에 어색함이 가득했다. 분명히 거리가 있는데 또 마치 바싹 붙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여름 밤의 건조한 더위가 온몸으로 옮겨와 손바닥에도 땀이 맺혔다. 이제 막 붙어있던 등이 뜨겁고 축축해졌다——

친종은 갑자기 몸을 일으켜 기어왔다. 롼쓰는 깜짝 놀라 두근거리며 곧바로 일어나 앉아서 이불을 끌어당겨 특정 부분을 가리고 친종이 몇 번 더 곁으로 기어오는 것을 지켜봤다. 

"뭐하는......"

친종은 손을 뻗어 스탠드의 스위치를 눌렀다. "불 끄고 자야지."

두 사람은 잠시 어둠 속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있었다. 잠시 후 친종이 물었다. "뭐하는?"

롼쓰는 꿋꿋하게 끝을 맺었다. "...... 거야."

친종이 이불을 끌어가자 롼쓰가 도로 잡아당겼다. 두사람은 교착 상태로 대치했다.

"넌 이렇게 두껍게 덮어서 땀띠라도 만들게?"

"땀띠는 무섭지 않아, 다만...... 콜록." 롼쓰는 조금 힘을 풀었다. "알았어, 다 끌어가진 말고......"

이불이 '주르르' 전부 끌려갔다. 친종은 끌어당기자마자 베개 위로 쓰러져 이불의 반을 몸 아래에 눌렀다. 롼쓰는 악 소리도 못 내고 먼저 베개를 당겨 가랑이를 가렸다.

"강호의 도의에 대해 좀 말해도 될까?" 롼쓰는 그의 허벅지를 발로 걷어찼다. "아무튼 반씩 나눠. 너 혼자만 가릴 거야?"

"아," 친종은 이불을 젖혔다. "난 안 가려도 상관없는데."

"......" 롼쓰가 말했다. "너는 좀 가려주면 좋겠다."

두 사람 다 드로즈 차림의 혈기 왕성한 대장부니...... 그 뭐...... 도 정상이지.

롼쓰는 정신이 산란하여 가까스로 잠이 들었는데, 꿈도 엉망진창인데다 온통 친종의 얼굴이었다. 다음 날 알람이 힘차게 소리를 지르자 이불 아래 롼쓰는 머리를 마구 문지르고는 손을 내밀어 조용하게 만들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롼쓰는 머리가 까치집이 된 채 몸을 일으켰다. 친종이 탄식하며 손을 들어 빛을 가리더니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말했다. "응?"

롼쓰가 냉소했다. "너 젠장, 날 찌르고 있잖아."

친종은 잠시 정신을 차리더니 태연한 기색으로 물었다. "뭘 찔러?"

"이 몸의 존귀한 엉덩이!" 롼쓰가 성질을 냈다.

친종은 몸을 뒤집으며 거침없이 말했다. "그럼, 선생님께서도 똑같이 돌려주시죠.“

"...... 미친 놈," 롼쓰는 베개에 고개를 들이받고 아무렇게나 머리를 문질러댔다. "아니지 내가 미쳤지."

다시 고개를 들어보니 친종은 또 잠들어 있었다. 롼쓰는 그의 엉덩이를 발로 밟으며 소리쳤다. "일어나일어나! 빨리!"

양치질을 할 때 친종은 아직 기운이 없었는데, 거울을 통해 롼쓰가 물뿌리개로 머리털을 누르는 것을 보고는 옆에 기대서 끊임없이 웃었다.

"넌 잘 때마다 지구를 한 바퀴씩 돌더라." 친종은 치약을 물고 말했다. "샤징 꿈 꿨지?"

친종은 입을 헹구고 롼쓰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곤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려 아침을 먹으러 갔다. 롼쓰는 한참동안 털을 눌러도 가라앉지 않아 어쩐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학교에 갈 때 변함없이 친종을 태웠지만, 친종은 뒷자리에 앉아 계속 말이 없었고 롼쓰도 입을 열기 귀찮았다. 계단을 오르려 할 때 친종이 '나 간다'라고 말하자 롼쓰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갔다.

 

"웬일이야." 쿵자바오는 통통한 손가락으로 신중하게 종이별을 접고 있었다. "너희 두 사람도 화를 내는구나?"

"내가 언제 화났다고 했어?" 롼쓰는 책을 돌리며 말했다. "화도 안 났고, 싸우지도 않았어. 걔가 왜 오는 동안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했는지 모르겠어."

"너 무슨 짓 했어?" 쿵자바오가 종이별 단지를 흔들며 말했다. "걔가 너랑 대화를 안 한다고? 설마요. 네가 개같은 짓을 수없이 했는데도 한 번도 널 무시한 적 없잖아."

또 감탄하면서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동생은 사람이 너무 좋아. 성격 대박."

"크악" 롼쓰는 인정하지 않았다. "꼭 내가 문제여야 해?"

"아니면?" 쿵자바오가 말했다. "이건 그냥 뻔한 일 정도가 아니야."

"이 자식 진짜 질이 나쁘다고. 평소 얌전한 척하는 거에 속지 마." 롼쓰는 책을 내던지고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일이 있으면 풀어야지,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무슨 의미야."

"나쁘다 쳐도 너한테 못되게 군 적은 없잖아." 쿵자바오는 진지하게 말했다. "너 솔직히 말해. 무슨 짓 한거 아니야?"

"......" 롼쓰가 말했다. "내가 뭘 해?"

"너......" 쿵자바오가 그에게 접근했다. "너 어젯밤에 동생한테 뭔가 저지른 건 아니지?"

크악.

크악크악크아악.

롼쓰는 즉시 말했다. "...... 이렇게 믿음직스러운 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어? 내가 할 수 있겠냐고?"

"그냥 물어본건데," 쿵자바오가 말했다. "어젯밤에 애를 괴롭히거나, 이불을 빼앗거나, 사람을 차는 꿈이라도 꿨어? 넌 뭘 말하는 거야?"

"......"

그는 코끝을 만지며 멋쩍게 말했다. "아니야."

"그거 정말 이상하네." 쿵자바오가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네가 그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고선 가타부타 하는 것도 의미없어."

"시간 잡든가." 롼쓰는 별 수 없이 말했다. "오후에는 샤징 봐야 해."

"나 아직 너한테 물어볼 틈이 없었는데, 샤징이 너한테 자오윈린 얘기 한 적 있어?"

"없어." 롼쓰는 고개를 돌렸다. "왜 또 자오윈린 얘기가 나와?"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쿵자바오는 별이 담긴 유리병에 '생일 축하해'라는 문구를 넣었다. "예전에 샤징을 쫓아다녔는데 샤징이 안 받아줬다더라고. 난 그가 널 찾으려고 벼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알이 아플 정도로 한가한가보네." 롼쓰는 펜으로 그의 책 한 켠에 동그라미 하나를 그렸다.

"난 요즘 그가 누군지도 잊어버릴 정도로 바쁘다고."

"네가 뭐가 바빠." 쿵자바오는 별 단지를 매만졌다. “다음 주 리닝 생일이야. 우리더러 집에 놀러오라고 했어. 너랑 친종도 잊어버리지 마."

 

 

 

 

작가의 말 :

【게2가 왜 혼나는지 모르겠어,  분명히 어젯밤엔 꽤 괜찮았는데.】

온라인 급구.

읽어줘서 고마워요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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