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16. 00:34ㆍ진행중/《살야撒野》巫哲,2017

제6장
쟝청은 조금 불쾌해져서 팔짱을 낀 채 다리를 길게 쭉 뻗고 있었다.
조금 전 코트에서 뛰던 사람들은 수준이 형편 없었다. 만약 그가 운동화만 신었어도 판즈와 함께 2대5는 문제 없었을 터였다. 그래도 그들이 뛰는 모습을 보는 것은 재미있었고, 우월감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구페이와 두 친구가 코트에 등장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구페이의 실력은...... 아주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이는 틀림없이 그들의 원래 학교였던, 도심의 고등학교 경기에서 수많은 여학생들의 비명을 끌어모으는 종류였다. 그와 함께 나온 양아치들 중 '아'와 '들'의 수준도 상당히 좋았다. 그들이 잡화점 의자에 앉아 있던 건달 같은 모습에서 호흡을 맞추는 모습이 되자 상당히 보기 좋아졌고, 그들 쪽에 있는 두 사람은 다소 군더더기 같아졌다.
쟝청도 이러한 플레이에 대해서는 그렇게 우월감이 들지 않았다.
그는 구페이에 대해 특별한 혐오감은 없었지만 어떠한 호감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한 편으로는 잘 했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억지로 교정하여 잘 하긴 무슨, 멋진 척 허세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 사람 잘 한다." 판즈가 약간 감응한 듯 말을 꺼냈다. "너 어떻게 아는 사이야?"
"원래 있던 팀에 비하면 보통 수준이야." 쟝청이 말했다.
"네 농구팀?" 판즈가 말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리옌이 도발적인 어조로 말했다. "그럼 너, 상대팀이랑 교체하지 그래?"
쟝청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싫어."
"싫어? " 리옌은 얼떨떨했다. 그가 기꺼이 응전할 줄 알았지, 거절할 줄은 몰랐다. "왜? "
"맞혀봐." 쟝청은 일어나서 체육관 입구로 걸어갔다.
판즈는 멍해진 몇 명의 사람들을 내버려둔 채 기지개를 켜며 따라갔다.
"이 무명의 허풍쟁이 같으니." 체육관을 나오자 판즈는 목을 움츠렸다. "그놈들이랑 원한이라도 있어?"
"나 여기 온지 3일 됐어." 쟝청이 말했다.
"그렇지. 누군가와 얽히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야." 판즈는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넌 지금 누굴 봐도 마음에 안 들테고."
"너도 아직 거기 포함이야." 쟝청은 그를 쳐다보았다.
판즈는 웃으면서 다가왔다 "야, 진짜 그 고2는 어떻게 알게 된 거야?"
"......이웃." 쟝청이 말했다.
"너랑 같은 층?" 판즈가 물었다.
"옆에 있는 거리." 쟝청은 간단히 대답했다.
"아." 판즈가 대답했다.
사실 그는 판즈가 이 개념에 단번에 반응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모두 폐쇄된 주택단지에서 자라서 이웃은 두 종류였는데, 하나는 같은 동이고 다른 하나는 같은 단지 사람이었다. 전자는 인사나 하는 사이였고 후자는 힐끗 쳐다보는 사이였다.
옆에 있는 거리, 이런 종류의 이웃을 그들은 그다지 접해본 적이 없었다.
쟝청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가 사실은 변형기(变形记)*에 참여하기 위해 이곳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반항 청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중국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산은 없어? 눈 보러 가자." 판즈는 손뼉을 쳤다.
"이렇게 추운 날에 산을 오르겠다고? 머리가 얼어붙을까봐 무섭지 않아? 안 그래도 잘 돌아가지 않는데." 쟝청이 말했다. "눈 본 적 없어?"
"우리가 있는 곳보다 눈이 많잖아." 판즈는 팔을 그의 어깨에 걸쳤다. "청얼(丞儿), 형이 너 데리고 바람 좀 쐬러 가겠다잖아. 사는 곳이 바뀐 거? 뭐 그리 큰 일이라고. 부모가 바뀐 거? 뭐 그리 큰...... 이건 좀 크긴 한데, 내가 하려는 말은......"
"그래, 등산 가자." 쟝청은 그의 웃긴 소리에 팔을 흔들었다. "망할 등산이 뭐 그리 큰 일이라고."
농구를 한 후 구페이는 몸이 후끈해진 것을 느꼈다. 지난 며칠간 잠에서 깨지 못한 듯한 느낌이 마침내 사라졌다. 그는 마침내 유쾌함으로 가득해져 돌아가기로 하고, 외투를 입은 뒤 코트의 사람들을 몇 번 돌아보며 눈인사를 했다. "고마워."
"그만 하게?" 누군가 한 마디 물었는데 아마도 습관적인 듯했다.
"한 판 더 해?" 구페이가 말했다.
몇몇 사람들은 말없이 난처한 표정을 보였다.
구페이는 웃으며 지퍼를 당겨올렸다. "가자."
체육관을 나온 후 류판이 몇 번 펄쩍펄쩍 뛰어올랐다. "노잼. 내가 스포츠센터에 가자고 했잖아. 너는 굳이 너희 학교에 와야 했냐."
"넌 얼마나 유잼을 원하길래." 구페이가 말했다.
"고등학생이랑 하려니 재미가 개뿔도 없잖아." 류판이 말했다.
"너도 고등학교 나온지 2년 밖에 안 됐잖아." 리옌이 그를 곁눈질했다.
구페이는 가운데 손가락을 세워 류판의 눈앞에 내밀었다. "네 마음대로 말하려면 날 일대일로 이기고 나서 해."
몇 사람이 웃었다.
"씨발." 류판이 그의 손을 쳤다. "뭐 좀 먹으러 가자. 배고파."
"나는 안 가." 구페이는 휴대전화를 보았다. "집에 갈 거야."
"가게로 돌아가게?" 리옌이 물었다. "오늘은 가게에 너희 어머니 계시지 않아?"
"얼먀오 데리고 건강검진 가야 해. 지난번에 결과지 가지러 오늘 오라고 했거든." 구페이가 말했다. "그녀가 병원에 한번 가려면 한참을 달래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려."
"우리는 저녁에 놀러 갈게." 류판이 말했다.
"다시 얘기 해." 구페이는 차 키를 꺼냈다. "나는 간다."
"넌 항상 말도 없이 가더니," 리옌이 말했다. "오늘은 왜 이렇게 친절해, 익숙하지 않게."
"너 덜 맞았지." 구페이는 몸을 돌려 떠났다.
재미 없는 날은 매우 느리게 지나가지만, 조금의 재미라도 있다면 폭포처럼 콸콸 쏟아지는 걸 막을 수 없다.
판즈가 가져다 준 조금의 여유와 즐거움은 매우 빠르게 지나가버렸다.
"너 진짜 그 간식 더미 안 가져 가?" 쟝청은 대합실에 서서 스크롤 중인 안내 메시지를 보고 있었다.
"내가 가져간다고 하면, 네가 지금 호텔로 돌아가서 가져다 줄 거야?" 판즈가 말했다.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 난 그냥 할 얘기가 없어서 아무 얘기나 한 거야." 쟝청이 그를 쳐다보았다.
"그것들은 다 너 먹으라고 가져온 거야. 네가 한동안 사먹을 데가 없을까봐." 판즈는 한숨을 쉬었다. "말해봐, 노동절엔 네가 돌아올래, 아니면 내가 다시 올까?"
"난 안 돌아가." 쟝청이 말했다. "내 말은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거야."
"괜히 무뚝뚝하게 굴긴." 판즈가 말했다. "그럼 내가 올게, 그때 반 친구들 데려와서 같이 노는 거 어때?"
"그때 가서 얘기하자." 쟝청은 벽에 기대어 말했다. "원래도 그렇게 친하다고 할 정도는 아닌데, 몇 달 못 만나면 굳이 오고싶어 할 사람이 없을 걸. 여기가 관광 명소도 아니고."
"응, 그럼 나중에 상의해보자." 판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잠시 침묵했다. 줄곧 앉아있던 판즈는 갑자기 일어나 쟝청을 바라보았다.
"무슨 짓이야!" 쟝청은 그에게 깜짝 놀란 펄쩍 뛰어올랐다. "입닥쳐! 너 때릴 거야."
"안아줘." 판즈가 팔을 벌렸다.
"젠장." 쟝청은 조금 할 말이 없어져 팔을 펼쳐 그를 끌어안았다.
"나를 잊지 마." 판즈가 말했다. "진짜로 말하는 거야."
쟝청은 가볍게 한숨을 내 쉬었다 "노동절에 보러 와. 난 잊지 않을 거야."
판즈는 웃었다. "좋아."
개학을 앞둔 며칠 동안 리바오궈는 한 끼만 먹었을 뿐, 나머지 식사 시간에는 내내 집을 비웠다.
쟝청은 처음엔 직접 국수를 만들려고 했는데, 부엌에 들어갔을 때 엉망진창으로 내던져진 냄비와 그릇, 기름찌꺼기가 묻은 각종 양념통을 보고 갑자기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며칠 동안 그가 음식 배달 앱으로 주변 1km 이내에 있는 관심이 가는 모든 식당에서 밥을 먹자 마침내 개학 날이 되었다.
첫 날 그의 새 담임 선생님이 전화했을 때 쟝청은 조금 의외였다.
"네 아버지가 줄곧 전화를 안 받으셔서." 담임 선생님이 말했다.
이는 그리 의외가 아니었다. 그는 귀가 나쁜데다 항상 마작 테이블에 있다. 쟝청은 리바오궈가 마작을 하는 집 아래를 여러 번 지나쳤는데 매번 요란한 소리가 들렸었다.
담임 선생님의 성은 쉬(徐)였는데, 그 아저씨의 목소리는 매우 열정적이어서 새로운 환경에 대한 쟝청의 불안감을 조금 덜어주었다.
학교에 등록하러 가는 날 아침에는 일찍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판즈의 말대로 전에는 이런 큰 눈을 본 적이 없었다.
꽤 시원하다.
교문에 들어선 그는 주변의 학생들을 살펴보았다. 보기엔 비슷하지만 같은 고등학생이라도 수많은 낯선 얼굴의 생소함은 유달리 강렬했다.
그는 그 중에 구페이의 얼굴이 있는지 특별히 주의를 기울였지만 보지 못하였다.
"쟝청, 이름 좋네." 담임 선생님 쉬 아저씨는 실로 아침에 술을 마신 아저씨 같은 아저씨였다. "난 쉬 씨야, 쉬치차이(徐齐才). 네 담임 선생님이고 너희들에게는 국어를 가르친단다. 반 아이들은 전부 나를 라오쉬나 쉬총이라고 불러."
"라오쉬......총." 쟝청은 그를 향해 단정하게 허리를 굽히며 이 호칭은 부르기에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우선 우리 둘이 이야기 좀 하다가, 잠시 후 아침 자습이 끝나면 1교시 국어 수업에 같이 가자." 라오쉬는 옆에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앉아."
쟝청은 앉았다.
"고2에 전학은 정말 드문데," 라오쉬가 우으며 말했다. "특히 우리 학교로는...... 내가 이전 성적표를 잠깐 봤더니 성적이 정말 좋던걸."
"괜찮은 편이죠." 쟝청이 말했다.
"괜찮은 게 아니라 아주 좋아. 겸손해하지 마." 라오쉬는 웃은 뒤 한숨을 쉬며 조용히 말했다. "우리 학교로 오기엔 좀 아깝네."
쟝청은 말없이 라오쉬를 바라보았다.
이 이야기는 그의 이전 담임선생님도 했었다. 아쉽지만 그곳에는 교사도 학생도 수업의 질도 부족해서...... 그런데 라오쉬도 똑같이 말하니 쟝청은 상당히 의외였다.
"내가 보기에 네 이과 성적이 문과 성적보다 좋은데," 라오쉬가 말했다. "왜 문과를 선택했지?"
쟝청은 이 질문에 답하기가 쉽지 않았다. 부모가 이과를 선택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이런 중2감 가득한 대답은 할 수 없었다. 그는 비록 이런 일을 여러 차례 겪어 왔지만 여전히 말을 꺼내면 자신이 일곱 빛깔로 반짝반짝 빛나는 바보로 느껴졌다.
그는 한참을 망설이다 한 마디 했다. "우리 담임 선생님이 좋아서요. 문과반이시거든요."
"그렇구나." 라오쉬는 잠시 멈칫했다. "그럼 네가 나도 좋아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 이제 와서 이과반으로 옮기기엔 좀 번거로우니까."
"오." 쟝청은 그의 얼굴을 보았다.
라오쉬는 잠시 그를 마주보더니 웃기 시작했다. 그도 한참 따라 웃었다. 이 담임 선생님은 꽤 호감이 갔다.
1교시 예비종이 울리자 라오쉬는 파일철을 팔 아래에 끼고 USB 메모리를 주머니에 넣었다. "자, 내가 반에 데려다 줄게."
"응." 쟝청은 책가방을 어깨에 던져멘 뒤 그를 따라 집무실을 나갔다.
라오쉬에 따르면 4중은 그다지 좋지 않지만 캠퍼스는 상당히 크고, 강의동의 배치가 독특했다. 다른 반은 모두 학년으로 나뉘었는데, 2학년과 3학년 문과반은 3층짜리 낡은 건물에 배치되어 있었고 계단을 경계로 왼쪽은 2학년, 오른쪽은 3학년이었다.
쟝청은 자신이 곧 숙명론의 팬이 될 것 같았다. 전학을 와도 낡은 건물에 배치될 수 있다니. 바닥은 놀랍게도 여전히 널빤지였다. 얼마나 닳았는지 본래의 색을 알 수 없는 바닥은 사람들로 하여금 두 발을 몇 번만 굴리면 3층에서 1층으로 직행할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이 건물은 오래된 건물이야." 라오쉬가 그에게 소개했다. "낡았다고 과소평가하지 마. 디자인이 아주 과학적이라 선생님들이 이쪽 교실에서 수업할 때는 마이크를 쓰거나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뒷줄의 학생들까지 잘 들을 수 있거든."
"오." 쟝청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반은 3층이야." 라오쉬는 계속 말했다. "멀리까지 볼 높이는 아니지만 운동장을 볼 시야는 넉넉하지."
"응." 쟝청은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학교는......" 라오쉬가 걸으면서 말하다가 계단 모퉁이를 돌아 위를 보더니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외쳤다. "구페이! 너 또 지각이야!"
이 이름에 쟝청은 눈썹이 펄쩍 뛰는 걸 참을 수 없었다. 곧바로 고개를 들어 흘끗 쳐다 보니, 위층을 천천히 오르던 사람이 입에 우유 한 팩을 문 채 고개를 돌렸다.
역광에도 불구하고 쟝청은 이것이 동명이인이 아닌 바로 구페이임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쉬총, 좋은 아침." 구페이는 우유를 입에 문 채 웅얼거리고 쟝청의 얼굴을 흘끗 보았다. 아마 그도 쟝청처럼 이런 종류의 만남에 더 이상 놀라지 않는 듯했다.
"지각했는데도 어슬렁거리다니, 왜 아예 기어 올라가지 않고!" 라오쉬가 그에게 삿대질을 했다. "개학 하자마자 이렇게 나태하지!"
구페이는 아무 말 없이 계단을 몇 번 큰 걸음으로 올라가 3층 복도로 사라졌다.
이 4중은 확실히 자신의 이전 학교와는 비교가 안 되는 곳이었다. 수업종이 울리고 선생님들이 교실로 들어간 지금도 복도에는 여전히 교실에 들어갈 생각이 전혀 없는 수많은 학생들이 난간에 기대어 잡담을 하고 있었다.
2학년 쪽은 전체가 산만했고, 쟝청이 다시 3학년 쪽을 돌아보니 역시나 X같아 보였다. 그는 다시 주의깊게 봤지만 이제 막 올라온 구페이는 보이지 않았다.
라오쉬는 계단 옆의 교실로 들어갔다. 쟝청이 뒤를 따르며 문틀을 올려다보니 팻말이 있었다. 고2(8).
8. 괜찮다. 마침내 그의 마음에 드는 점이었다. 비록 이 8이 그를 부자로 만들어줄지는 모르겠지만.
8반 밖 복도에도 많은 사람들이 서있었다. 그들은 라오쉬가 교실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도 움직이지 않더니 쟝청이 들어가는 것을 보자 아마도 구경하려는 듯 그들도 들어왔다.
교단에 선 라오쉬는 아래로 잠자코 있지 못하는 수십 명의 사람들을 보며 마치 모두가 진정되기를 참을성있게 기다리는 것 같았다.
이 과정에서 쟝청은 줄곧 교단 가장자리에 서서 온갖 시선과 속삭이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상당히 어색했다. 만약 누군가가 그를 쳐다보면 보통 그도 노려보았고, '뭘 봐'는 그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한 반의 수십 명이 모두 그를 쳐다보고 있기에 그는 조금 막연해졌다. 목표가 너무 많아 오히려 목표를 잃고 모든 얼굴이 이어졌다.
초조한 귀신이 몸속에서 꿈틀거렸다. 그는 화를 누르고 라오쉬를 힐끗 보았지만, 라오쉬는 아직도 잠잠해지지 않는 수십 명의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담임 선생님에 대한 판단을 잘못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상냥하지 않다. 그는 학생들에게 전혀 겁을 주지 못하는 그런 물러터진 호인일 것이다.
다시 잠시 후, 이 상태가 전혀 끝날 기미가 없자 폭발 직전이던 쟝청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애들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리세요?"
라오쉬는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동시에 웅성거리던 수십 명의 사람들이 갑자기 마법처럼 모두 조용해졌다.
쟝청은 한번 화가 올라오면 통제하기가 어려워서 보통 화가 나기 전에 통제하려 하지만, 통제에 실패하면 그는 곧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현재 적어도 3분 동안 멍청하게 선 채로 몇 십 명이 지켜보며 자신에 대해 떠들어대는 것을 쳐다보고 있는 상태는 그야말로 폭약을 집어들고 그의 다리 사이에서 터뜨리는 것과 같았다.
알이 다 터졌으니 이 세상에 나는 없다.
"그래, 소개할게요......" 라오쉬는 웃으며 손뼉을 쳤다.
"쟝청, 전학왔어." 쟝청은 차분한 목소리로 그의 말을 끊었다. "자리에 앉아도 될까요?"
라오쉬는 멍해졌다.
교실에 있던 누군가가 휘파람을 불자 갑자기 전체가 고함치기 시작해 소리가 섞여서 시끄러워졌다. "야 쩌는데!"
"그럼 앉아, 넌 그냥......" 라오쉬는 뒤쪽을 둘러보았다. "거기, 구페이, 손 들어 봐."
첫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북을 치듯 고개가 돌아갔고, 쟝청의 시선도 따라서 뒤로 갔다.
맨 마지막 줄에 책상 가장자리에 발을 올려두고 입에는 유탸오 반쪽을 문 구페이가 보였다.
쟝청은 갑자기 그의 몸 안에서 소설을 써야만 한다고 외치는 힘이 느껴졌다. 제목은 <설계의 왕——이 세상 모든 우연은 나의 것>.
구페이는 지극히 형식적으로 손을 들어 주었다.
쟝청은 이전 학교에서도 뒷줄에 앉았었다. 매주 한 번씩 자리를 바꾸어 모든 학생이 앞 줄에 앉을 수 있도록 했지만 그는 매번 혼자서 뒷줄로 되돌아갔다.
그는 조용하고 방해받지 않으며 잠자기도, 뒷문으로 빠져나가기도 쉬운 뒷줄을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 이 뒷줄은 어째선지 그를 불편하게 했다.
책걸상은 모두 어지럽고 줄이 맞지 않은데다 장소도 좁아서 등이 거의 벽에 닿으려 했다. 게다가 조용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잡담을 하는 사람, 휴대폰을 가지고 노는 사람, 그리고 그의 곁에서 느릿느릿 유탸오를 먹는 이 사람.
쟝청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 그의 예전 학교에서 그는 비록 성적 이외에는 선생님을 편하게 해드리지 못했지만, 그래도 어쨌든 진학률과 집중률을 중점고와 경쟁할 수 있는 학교였기에, 이런 종류의 다과회 같은 수업 분위기를 그는 실제로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그는 책을 꺼내서 라오쉬의 수업을 들을 준비를 했다. 자신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눈에 미친놈처럼 보일 것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구페이는 오히려 잡담도 하지 않고 잠도 자지 않았다. 다만 고개를 숙이고 이어폰을 끼더니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앞 책상에 있던 남학생이 책상을 뒤로 떼밀더니 얼굴을 돌려 불렀다. "다페이."
책상이 흔들렸다.
"다페이."
책상이 흔들렸다.
"헤이, 다페이."
책상이 흔들렸다.
"다페이?"
쟝청은 책에 적힌 글자를 노려보며 이 사람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칠지 책으로 칠지 고르다가 결국 손을 뻗어 구페이의 이어폰을 잡아뽑았다.
구페이가 그를 쳐다보았고, 그는 말없이 구페이를 노려보았다.
"다페이, 헤이, 다페이." 앞 자리 사람이 또 책상을 밀쳤다.
"응." 구페이는 여전히 쟝청을 바라본 채 대답했다.
쟝청도 개의치않고 그를 마주보고 있었다.
"나 카메라 좀 빌려줘. 내일 돌려줄게." 앞자리 사람이 말했다.
"안 빌려줘." 구페이가 고개를 돌렸다.
"젠장, 짜게 굴지 마. 그냥 사진 두 장만 찍을게." 그 사람이 말했다.
"꺼져." 구페이는 간단히 말을 끝낸 뒤 다시 이어폰을 꽂고 계속해서 음악을 들었다.
"그냥 하룻밤만 쓸게." 그 사람은 또 책상을 밀쳤다. "내일 아침 일찍 돌려줄게."
책상이 흔들렸다.
"아 진짜, 다페이, 다페이......" 그 사람은 계속해서 책상을 밀쳤다.
쟝청은 왜 이 일이 수업 중에 이야기 되어야 하는지, 왜 책상을 흔들며 말해야 하는지, 왜 거절당했는데도 이렇게 집착하는지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또 구페이는 왜 카메라를 빌려주기 싫어하는지, 왜 이렇게 까다로운지, 왜 책상이 지진난 걸 참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다리를 들어 앞에 있는 그 사람의 의자를 호되게 걷어찼다.
움직임이 아주 커서 쾅 소리가 났다.
그 사람은 발에 차여 앞쪽의 책상에 부딪혔다.
"씨발?" 그가 고개를 홱 돌렸다.
주위의 학생들도 모두 쳐다보았다.
"책상에 부딪치지 말아줘." 쟝청은 그를 보며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 "고마워."
그 사람은 아마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지,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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