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24. 22:17ㆍ진행중/《살야撒野》巫哲,2017
제10장
"시발, 너 뭘 맘대로 찍고 지랄이야!" 쟝청이 욕을 했다. 지금은 구먀오 어린이가 없었기 때문에 그도 교양이 필요 없었다.
구페이는 아무 말 없이 그를 향해 또 몇 차례 찰칵 소리를 냈다.
쟝청은 아마도 자신의 그다지 아름답지 못한 표정이 포착됐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묻고 있잖아!" 그는 카메라를 가리려고 손을 내밀며 구페이에게 다가갔다.
구페이는 재빨리 카메라를 뒤로 옮겨갔다. "267세."
"뭐?" 쟝청은 멍해졌다. "무슨 이백육십...... 몇?"
"이백육십칠." 구페이가 한 번 더 반복했다.
"무슨 이백육십칠세야?" 쟝청이 물었다.
"샤오밍의 할아버지." 구페이가 말했다.
쟝청은 족히 30초 동안 그를 쳐다보았다. 자신이 어이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웃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싶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결국 그는 구페이의 카메라를 가리켰다. "나한테 줘, 아니면 바로 삭제하든가."
"너 먼저 볼래?" 구페이가 카메라를 건네주었다.
카메라를 받아든 쟝청은 긴장으로 조용해졌다. 자칫하면 땅바닥에 내동댕이칠 것 같았다. 그 다음엔 카메라에 가득한 버튼을 보고 조금 혼미해졌다.
삭제는 커녕 사진만 보려고 해도 어디를 눌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여기." 구페이가 손을 뻗어 카메라 위를 누르자 화면에 사진이 나타났다.
총 네 장, 쟝청은 조용히 한 장씩 확인했다.
그는 줄곧 사진을 찍는 데 관심이 없었다. 자신이 풍경을 찍든 타인이 자신을 찍든 그는 차라리 눈으로 보는 것이 나았다.
평소에는 자신이 꽤 잘 생겼다고 생각하지만 카메라 앞에 서면 늘 겁이 났는데...... 구페이의 카메라 속 자신이 이럴 줄은 몰랐다.
상당히 멀쩡하잖아, 응?
그가 우려했던 것만큼 흉한 표정은 아니었지만 조금 짜증나보인다.
첫 번째 사진은 의외로 꽤 그의 마음에 들었다.
혼란스럽고 쓸쓸한 배경은 아웃포커싱되어 희미하게 서글픈 느낌을 띠고 있었고, 그의 머릿속에 영문도 모른 채 한 마디 말이 떠오르게 만들었다——또 다른 고향.
그리고 석양빛을 지고 걸어오는 자신의 모습은 긴 말 할 필요 없이 멋이란 것이 폭발했다.
그의 자신의 사진 몇 장을 두어 번 넘겨본 후 무엇을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오른쪽 하단에 있는 게 삭제 버튼이야." 구페이가 말했다.
"알아." 쟝청이 조금 어색하게 대답했다.
삭제하겠다고 말한 건 자신이었지만, 사진을 본 뒤 삭제하고 싶지 않은 것 또한 자신이었다. 어쨌거나 그는 이런 느낌이 드는 사진을 찍어 본 적이 없었다.
작년 설에 온 가족이 스튜디오에 가서 가족사진을 찍었는데, 잘 나왔을 줄 알았더니 사진을 봤을 때 그는 하마터면 찢어버릴 뻔했다. 이 일로 부모님과 다투고 나와 이틀 동안 집에 들어가지 않았었는데......
그는 생각이 조금 멀어진 것 같아 방향을 되돌리고 구페이를 쳐다보았다.
"너 꽤 사진을 잘 받아." 구페이가 말했다. "너만 괜찮으면 남겨두고 싶어. 난 우리 반 애들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전부 보관해뒀거든."
구페이의 이 실마리는 매우 시의적절했고, 쟝청은 몇 초 머뭇거렸다. "그렇게 많은 인물 사진을 찍어서 뭐해?"
"재미있어." 구페이가 말했다.
"...... 오." 쟝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구페이가 매번 완벽하게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게 만드는 스킬에 감탄했다. "사진 애호가."
"내가 나중에 친구 추가할게." 구페이가 휴대전화를 꺼냈다. "사진 보정하고 너한테 보내줄까?"
쟝청은 굉장히 거절하고 싶었다. 난 그런 거 쓸모없어.
하지만 입을 열었을 때 그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오."
오를 끝낸 그는 카메라를 쥔 채 또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구페이도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고, 마치 이런 종류의 침묵에 완벽히 적응한 것처럼 보였다.
"다른 사진 봐도 돼?" 쟝청이 물었다. 그는 여전히 이 굉장한 전문가용 카메라와 구페이를 연결시킬 방법이 없었다.
"봐." 구페이가 말했다.
대부분의 사진은 다리와 석양이었다. 빛을 보니 구페이가 거의 오후 내내 이곳에 머무른 것을 알 수 있었다. 많은 사진을 찍었는데, 풍경도 있고 다리를 건너는 사람도 있었다.
쟝청은 사진 찍는 법은 몰라도 사진이 보기에 좋은지 나쁜지는 구분할 수 있었다.
구페이의 사진은 굉장히 프로페셔널했다. 구도와 색조 모두 따뜻한 분위기를 풍겼고 만약 지금 사람이 이곳에서 북풍을 맞으며 서 있는 게 아니었다면,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라디에이터 가장자리에 앉아 온기를 쬐는 것처럼 편안했을 것이다.
다시 앞으로 넘기니 사진은 오늘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 거리의 풍경을 찍은 것이었다.
나무와 낡은 건물, 눈 더미와 유기견, 낙엽과 지나가는 행인의 발...... 더 이상 평범할 수도 없을 만큼 평범한, 매일 보고 있으면서도 인식하지 못하는 것들.
그가 이런 사진이 구페이의 사진 스타일이라고 여길 때쯤, 구먀오가 환한 햇살 아래서 허리를 굽혀 스케이트보드를 쥐고 공중으로 도약하고 있는 역광 사진이 그로 하여금 '아' 소리를 내는 것을 참지 못하게 만들었다.
"응?" 다리 난간에 엎드려 담배를 피우던 구페이는 그의 움직임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
"이 사진 진짜 느낌 있는데, 구먀오가 완전 멋있어." 쟝청이 구페이를 향해 사진을 돌렸다. "피터팬."
구페이는 웃음을 지었다. "걔가 수십 번을 날아서 한 장 나온 게 이거야."
쟝청은 그를 여러번 쳐다보았다. 구페이는 요약하기 쉽지 않다. 그는 평소 내 알 바 아님, 천상계 신선, 화제 종결자로 보이지만, 구먀오가 함께 있을 때 혹은 구먀오의 얘기를 꺼낼 때면 그는 매우 온화해 보였다.
굉장히 자상하다.
쟝청은 구먀오의 털모자를 떠올렸다.
자애로운 형, 손 안에는 털실......
이 장면에 뜻밖에도 실제로 배경음악이 있었다.
Wake up and make love with me,wake up and make love......
하지만 배경음악이 약간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너 전화 울리는데." 구페이가 말했다.
"오." 쟝청은 카메라를 돌려주고 다소 어색하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냈다. Wake up and make love with me......
"청청아?" 맞은편에서 폭탄이 터지는 듯한 리바오궈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 날 뭐라고 불렀어요?" 쟝청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구페이는 아마도 듣고 있었는지, 재빨리 고개를 돌렸지만 쟝청은 그의 스치는 옆얼굴에서 웃음을 보았다.
Fuck.
"너 집에 다 와가냐?" 리바오궈가 말했다. "서둘러 돌아와라, 네 형님 누나들이 모두 돌아와서 너랑 밥먹으려고 기다리고 있으니까."
"오," 쟝청은 갑자기 답답해졌다. 단지 만두를 먹으려던 계획이 실패해서가 아니라 다시 현실로 끌려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삶에서 교집합을 갖기가 거의 불가능했던 사람이 이제는 가족이 되었다는 것을 마주하니 곧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알았어요."
"돌아가야 해?" 구페이는 카메라를 잘 정리해 넣은 뒤 물었다.
"응." 쟝청이 대답했다.
"같이 가, 나도 집에 가야 해." 구페이가 말했다.
"자전거 타?" 쟝청이 물었다.
"...... 난 걸어왔어." 구페이가 그를 쳐다보았다.
"오." 쟝청은 몸을 돌려 되돌아갔다.
해가 지자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다. 그들 둘은 오랫동안 북풍에 맞서며 되돌아갔다.
잠시 걸어서 몸이 조금 녹은 쟝청은 고개를 돌려 구페이를 쳐다보았다. "너 리바오궈 알아?"
"그 거리 사람들은 거의 서로를 알고 있어." 구페이가 말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이모, 형, 누나...... 다 오랜 이웃이지. "
"오, 그럼...... 그는 어떤 사람이야?" 쟝청이 물었다.
구페이는 모자를 당겨쓰고 얼굴을 돌렸다. "그는 너와 무슨 사이야?"
쟝청은 조금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턱에 쓰고 있던 마스크를 올려 얼굴을 반 이상 가리고 나서야 조금 느긋해진 느낌이 들었다.
"내...... 친아버지." 그가 말했다.
"응?" 구페이는 상당히 뜻밖이라는 듯 눈썹을 들어올렸다. "친아버지? 리바오궈 아들이 둘이었어? 그런데 이렇게 얘기하고 보니...... 리후이(李辉)랑 정말 좀 닮았네."
"나는 몰라." 쟝청은 짜증스럽게 말했다. "아무튼 그렇다고 하니까...... 난 너한테 사람이 어떤지 물어본 건데, 거기에 대답해줄 순 없어?"
"베테랑 노름꾼." 구페이는 이번에는 아주 명쾌하게 대답했다. "주정뱅이 10단."
쟝청의 발걸음이 잠시 멈칫했다.
"더 들을래?" 구페이가 물었다.
"뭐가 더 있어?" 쟝청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가정폭력, 아내를 때려서 내쫓았어." 구페이는 잠시 생각했다. "중요한 건 이 정도."
"그만하면 충분해." 쟝청은 눈썹을 찌푸렸지만 망설이다 다시 구페이를 쳐다보았다. "이게 다 믿을 만한 거야?"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해?" 구페이가 웃었다.
"이런 동네 소문은 조금......" 쟝청은 말을 끝내지 않았다. 동네 사람들은 네가 네 아버지를 죽였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무슨 속사정이든 간에 구페이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은 사실이다 .
"이것들은 그런 소문이 아니야." 구페이가 말했다. "네가 매일 집에 돌아가면 그가 마작하고 있는 걸 알잖아."
"응." 쟝청은 갑자기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
길목까지 침묵하며 걸어간 구페이는 그의 집 방향의 길로 떠났다. 쟝청은 작별 인사를 할 기분이 아니었지만, 구페이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는 마스크를 끌어올리고 리바오궈의 집을 향해 걸어갔다.
저 멀리 앞쪽에서 누군가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흉악하게 떠들어대는 남녀가 뒤섞인 패싸움이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리바오궈의 집 옆 건물이었는데, 아래층에 남녀가 한 명씩 서 있었고, 2층 창문에도 남녀가 한 명씩 있었다.
싸움의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양측 선수 모두 또렷한 발음으로 심하고 진지하게 욕하고 있었다.
각종 생식기와 형언할 수없는 장면이 뿜어져 나오며, 일부 단어는 수시로 반복순환되어 듣는 쟝청이 그들 대신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아래층에 도착했을 때 2층에 있던 남자가 갑자기 대야를 들고 창가에 나타났고, 쟝청은 보자마자 재빨리 옆으로 두 걸음 물러났다.
곧바로 채소 잎이 담긴 물 한 대야가 쏟아져 내렸다.
비록 머리에 맞지는 않았지만 온몸에 물이 튀었다. 그는 갑자기 구역질이 나서 마스크가 곧 날아갈 것 같았다.
"병 있지, 이 멍청이들아!" 그가 고함쳤다. "나가서 싸워! 스킬 포인트는 시발 전부 바가지 긁는데 투자했냐! 머저리들아!"
소리친 그는 옆에 있는 사람은 보지 않은 채 몸을 돌려 복도로 들어갔다.
그 싸우던 몇 명이 그가 외친 소리에 놀란건지, 뭐라고 외쳤는지 이해를 못한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쌍방이 볼륨을 낮춰 몇 마디 욕을 한 후 이렇게 싸움은 갑자기 중지 되었다.
쟝청은 몸의 물을 탁탁 털었는데, 손톱만한 채소 잎도 몇 개 있었다. 시발!
열쇠를 꺼내자마자 리바오궈의 집 문이 열리더니 리바오궈가 웃는 얼굴로 머리를 내밀었다. "방금 너였냐?"
"네?" 쟝청은 언짢은 목소리로 물었다.
"욕 잘 했다." 리바오궈가 웃으며 말했다. "내 아들다워."
쟝청은 말을 잇지 않고 집으로 들어갔다.
집안은 여전히 너무 낡았지만 오늘은 약간 생기가 있었다.
음식을 차린 식탁과, 두명의 남자와 두명의 여자 외에도 세 명의 어린 아이가 둘러싸고 앉아 작은 응접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자, 청청." 리바오궈가 문을 닫고 다가와 그의 어깨에 다정하게 팔을 얹었다. "내가 소개해 주마."
쟝청은 잘 모르는 사람이 어깨를 짚거나 등을 치는 걸 몹시 싫어했지만 이를 악물고 그를 뿌리쳐 떼어내지 않았다.
"여긴 네 형 리후이, 첫째." 리바오궈는 스물 예닐곱 살의 남자를 가리키며 말한 후 옆에 있는 젊은 여성을 가리켰다. "여기는 네 형수님, 저 둘은 네 조카...... 와서 삼촌 해봐"
옆에서 TV를보고 있던 두 남자아이는 함께 이쪽을 한 번 보더니 마치 못 들었다는 듯 다시 고개를 돌렸다.
"헤이! 곰자식들아! 너희들 삼촌이라고 불러보라니까!" 리바오궈가 소리를 질렀다.
그 두 아이들은 이번에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너희들......" 리바오궈가 그쪽을 가리키며 무언가 더 말하려 했지만, 또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는 듯했다.
"괜찮아요, 익숙하지 않을테니." 쟝청이 그의 팔을 툭툭 쳤다. 그는 단지 되도록 빨리 리바오궈의 목소리와 침방울, 그리고 그의 온몸을 뻣뻣하게 만든 어깨 위의 팔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너희들과는 잠시 후 계산을 끝낼 거다!" 리바오궈는 또 다른 여성을 가리켰다. "이쪽은 네 누나, 리첸(李倩), 이쪽은 네 형부...... 네 생질, 외삼촌이라 부르거라!"
"외삼촌." 옆에서 아마 너다섯 살쯤 되어보이는 소녀가 그를 외삼촌이라 불렀는데, 목소리가 너무 낮은 게 마치 겁을 먹은 듯했다.
"안녕." 쟝청은 웃음을 쥐어짜냈다.
리바오궈는 마침내 그를 놓아 주며 옷을 갈아입으라고 했다. 그는 재빨리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문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그가 들어올 때부터 이 집에 있는 사람들은 리바오궈를 제외하고는 누구 하나 웃지 않았다.
리바오궈가 그에게 하나씩 소개해 주었을 때 그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일 뿐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쌀쌀함은 그를 반기지 않거나 어떤 불만이 있는 게 아닌 천연적인 것으로, 날 때부터 갖고 태어난 흐리멍텅한 무감각이었다.
훨씬 무섭고 무거웠다.
불과 1~2분의 짧은 시간 만에 쟝청은 숨을 쉴 수 없다고 느꼈다.
그는 외투를 벗고 벽을 괸 채 몇 차례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뱉었다가 다시 들이마시고 또 천천히 내뱉었다. 그 후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요 며칠간 얼마나 한숨을 많이 쉬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는데, 손님을 맞아 환영 풍선을 불어 날리기 충분할 것이다.
몇 분 동안 방에 있었더니 밖에서 리바오궈가 그를 큰 소리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는 별 수 없이 얼굴을 비비고 문을 열고 나갔다.
집안에 있는 모든 사람은 이미 식탁에 앉았고, TV만 보던 곰 두 마리도 제대로 앉아 있었다. 앉았을 뿐만 아니라 이미 밥도 먹기 시작해 접시에서 직접 갈비를 집어다 물어뜯고 있었다.
"먹자." 리첸이 한 마디 하며 손을 뻗어 그의 앞에 있는 그릇을 가져갔다.
"고맙습니다, 제가 직접 할게요." 쟝청은 재빨리 그릇을 집어들었다. "먼저 드세요."
"걔더러 푸라고 해라." 리바오궈가 옆에서 말했다. "이런 일은 여자들이 해야지."
쟝청은 어리둥절해졌다. 리첸은 그의 손에서 그릇을 가져가 옆에 있는 솥에서 밥을 담아 주었다.
"자, 오늘은 좋은 술을 마셔야겠다." 리바오궈는 바닥에서 술 두 병을 집어들었다. 아마 리첸이나 리후이가 가져온 것 같았는데 쟝청이 어떤 술인지 알아채기도 전에 그는 이미 옆의 캐비닛에 술을 집어넣고 병 하나를 꺼냈다. "이건 내가 직접 담은 가시과주다."
"리첸이 가져온 술 두 병만 마시면 돼요." 리후이는 조금 달가워하지 않았다. "항상 이딴 술을 보물인척 내놓는데, 냄비 씻은 물 맛이에요."
"야," 리바오궈는 술병을 식탁 위에 올려 놓았다. "너 이 몸의 술이 마음에 안 드냐? 싫으면 네가 갖고와라, 빈 손으로 나타나서 뭘 고르고 있어?"
"아버님, 무슨 말씀이세요?" 형수가 불쾌함이 가득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아들이 돌아올 때마다 뭘 가져왔는지 안 가져왔는지만 쳐다보고 계시죠!"
"닥쳐!" 리바오궈가 눈을 부릅떴다. "우리 집에서 언제 여자가 말할 차례가 됐어!"
"여자가 왜요!" 형수는 목소리를 높였다."나라는 여자 없이 손자 두 명을 가질 수 있었겠어요? 당신 따님이 손자를 낳아줄까요? 외손자도 못 낳잖아요!"
쟝청은 약간 충격을 받았다. 가족이 아무렇게나 내뱉은 단 두 마디만에 다투는 것에 놀랐고, 가족 간 최소한의 친목을 다져야할 이런 식사 자리에서 싸우는 것에도 놀랐고, 침묵을 지키고 있는 리첸 부부를 보고 더욱더 놀랐다.
"내게 손자가 있는 건 아들이 있기 때문이야!" 리바오궈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그의 머리 위 등을 깨뜨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난 이제 아들 하나가 더 생겼으니 손자를 원하면 언제든 가능해! 리후이, 넌 남자가 돼서 마누라가 이 꼴인데 찍 소리도 안 하는거냐!"
"시끄럽게 왜 이래!" 리후이가 젓가락을 내던지고 일어섰는데, 리바오궈를 향한 말인지 그의 아내를 향한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왜 시끄러운지 나한테 묻는 거야? 왜 시끄러운지 당신은 모르겠어?" 형수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이 목소리에 반찬을 손에 쥐고 있던 곰 두 마리가 동시에 고개를 들고 울기 시작했다. 마치 사이렌이 울리는 듯했다. 두피가 조이고 시큰거렸다.
쟝청은 일어나서 그의 방으로 돌아와 문을 닫았다.
밖은 여전히 남자의 외침, 여자의 고함, 아이들의 울음 소리로 시끄러웠다. 이 낡은 문으로는 절망적인 소리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었다.
얇은 널빤지 뒤에 있는 것이 바로 그의 진짜 가족이다. TV 드라마에서 보던 사람을 심란하게 만드는 가족은 그가 늘 경멸하던 종류였다. 아니, 경멸조차 하지 않았다. 그가 이제껏 알아채지도 못한 그런 종류의 인간이었다.
만약 이 십몇 년 동안 그가 이곳에서 자랐다면 그들과 똑같았을까?
자신의 건드리면 불이 붙는, 반항기가 초과돼버린 성격도 유전일까?
그의 유전자에 기록되어 있는 걸까?
반항기? 어쩌면 애초에 반항기가 아니었을 것이다.
이는 그의 끔찍한 본질이다.
등 뒤의 문이 가볍게 몇 번 두드려졌다. 밖에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시끄러웠다. 그는 심지어 누군가가 의자를 걷어차는 소리도 들었다. 그가 문에 기대고 있지 않았다면 그는 이 작은 노크 소리를 들을 수 없었을 것이다.
"쟝청?" 밖에서 들리는 리첸의 목소리 역시 똑같이 가늘었다.
그는 몇 초 동안 망설이다가 돌아서서 문을 열고 밖에 서서 조금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리첸을 바라보았다.
"너 괜찮니?" 리첸이 물었다.
"괜찮아요." 쟝청이 대답했다.
너 괜찮니? 이 말은 리첸에게 묻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저기......" 리첸은 방안의 혼탁한 공기를 둘러보았다. "내가 음식을 좀 가져다 줄게. 방 안에서 먹을래?"
"아니요, 감사합니다" 쟝청이 말했다. "저는 정말...... 못 먹겠어요."
리첸은 더 이상 말이 없었다. 그는 문을 다시 닫고 안에서 잠갔다.
한참동안 방 안에 서 있던 그는 창가로 걸어가 창문 손잡이를 잡고 두어 번 비틀었다.
창문은 움직이지 않았다.
처음 온 날부터 그는 창문을 열어보려 했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창문은 마치 용접된 것처럼 빈틈없이 굳게 닫혀 죽어있는 것 같았다.
쟝청은 손잡이를 붙잡고 다시 강하게 몇 번 비틀었다가 이어서 밀기 시작했다.
땀이 나도록 용을 썼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창문을 노려보면서 바깥의 혼란스러운 소리를 듣던 그는 몸 속에서 무언가가 폭발할 것만 같았다.
그는 손을 돌려 뒤에 있던 의자를 잡고 창문을 향해 강하게 휘둘렀다.
창문 유리가 거대하고 또렷한 소리를 냈다.
이 소리에 쟝청은 매우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온 몸의 모공이 순식간에 깨어난 것 같았다. 그는 다시 한번 의자를 내리쳤다.
유리가 깨져 와르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가 치는 소리에 거실의 다툼 소리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로 바뀌었다. 그는 듣기 귀찮았다.
창문 유리가 모두 깨진 후 그는 빈 창틀을 걷어찼다.
창문이 열렸다.
문 밖에서 열쇠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손으로 창턱을 짚고 곧장 밖으로 뛰어나갔다.
친생은 얼어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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