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야 제7장 / 박수 한번 쳐보든가! 짝짝짝! 어서!

2021. 1. 18. 20:47진행중/《살야撒野》巫哲,2017

제7장



  구페이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이어폰을 빼고 고개를 기울여 쟝청을 바라보았다.

  이 녀석은 정말 가시돋힌 놈이었다. 온몸에 가시가 돋은 채 낯선 곳에 와서 새로운 환경에서도 신중한 기색이 전혀 없다.

  그는 꽤 흥미가 생겨 다시 앞의 저우징(周敬)을 보았다. 저우징은 여전히 놀란 얼굴로 입을 벌린 채였다. 만약 달걀을 이미 먹어버리지 않았다면 그는 계란을 입에다 집어넣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쟝청의 발차기는 사람을 도발한 셈이었고, 저우징은 성질이 나쁘고 다루기 번거로운 소년이라, 이 발차기가 교환된다면...... 구페이가 오른쪽을 한번 훑어보았다. 그렇다면 이제 싸움이 일어날 것이다.

  "왜? 무슨 일이야?" 라오쉬는 교단을 두드렸다. "수업 중인데 구페이, 너 뭐하는 거야?"

  어리둥절해진 구페이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 "나?"

  "네가 아니면!" 라오쉬가 말했다. "너 아침 식사 끝나서 할 짓이 없을 거 아냐!"

  주변 몇 자리의 사람들이 웃기 시작하자 구페이도 참지 못하고 웃으며 고개를 틀어 쟝청을 쳐다보았다.

  "넌 그가 어떤지 좀 봐." 라오쉬가 그를 가리켰다. "그의 성적이 너희들의 팔백칠십사 배는 될 거다!"

  "오——" 반에서 바로 함성이 터져나왔다.

  "학——패——"*

  "라오쉬가 중점 육성 대상을 찾았네——"

  구페이는 한숨을 쉬었다. 라오쉬의 지능지수는 마치 미숙아 반에 한 번도 가르친 적 없이 첫 실습을 나온 교사 같았다. 이 한 마디로 쟝청이 이 반에 융합되는 데에 세 자 높이의 벽을 두를 수 있었다.

*학패공부를 매우 잘 하는 사람을 의미. 우리 표현 중에 공부의 신과 비슷. 반대말은 학사学渣이며 는 부스러기, 찌꺼기라는 의미. (눈물)

 

  쟝청은 라오쉬를 보며, 이 남자가 어머니가 그를 비밀리에 괴롭히기 위해 보낸 스파이라고 진심으로 의심했다.

  그는 비록 온갖 도발을 두려워하지 않고 교실에 들어온 현재도 성질을 억누르지 않았지만, 이런 한눈에 보기에도 혼란한 반에서 담임 선생님에게 성적으로 칭찬을 받고 싶지도 않았다.

학패라는 단어는 그야말로 풍자적이다.

  "됐어." 라오쉬가 목을 가다듬었다. "수업을 계속하자...... 우리가 방금 얘기한 게......"

  조금 전 라오쉬가 교단에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 듣지 못했는데, 지금은 더 듣기가 싫어져서 쟝청은 책상위에 엎드려 휴대전화를 꺼내들었다.

  이전 학교에서는 수업 시간에 휴대폰으로 게임을 할 때마다 매번 벨소리와 미디어를 음소거하고 이어폰 줄은 소매 속을 지나 귀에 꽂아서 도둑처럼 들어야 했다.

  담임 선생님의 서랍에는 중고 휴대폰을 모으는 가판대처럼 압수된 휴대폰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4중은 달랐다. 쟝청은 구페이 쪽을 한 번 훑어보았다. 그는 이미 휴대전화를 책상 위에 거치대로 받쳐놓은 뒤 귀에는 확실히 이어폰을 꽂은 채 의자에 기대어 영상을 보고 있었다.

 

  쟝청은 책상위에 엎드렸다. 교단 위의 라오쉬는 독경 중인 것 같았고, 주위 사람들의 잡담도 독경으로 들렸다. 그는 수업 절반을 너무 졸리고 몽롱한 채로 있다가 휴대전화를 열어 판즈에게 메시지 한 통을 보냈다.

  -손자.

  판즈의 답이 빠르게 돌아왔다.

  -할아버지, 무슨 수업이길래 시간이 있어?

  -국어, 너는?

  -영어, 늙은 당나귀의 기습 시험이야. 난 죽었다.

  -정식 시험도 아닌데 죽기는

  -난 한 문제도 모르는데, 늙은 당나귀가 무슨 내막을 알아보겠다는 둥, 나한테 무슨 음모라도 있는 것 같잖아!

  판즈의 이 메시지에는 사진 한 장이 첨부되어 있었다. 쟝청은 그것을 힐끗 보고 한숨을 쉬었다. 이는 객관식 질문 페이지였다. 촬영 각도가 매우 고난이도라 언뜻 보기에는 여름방학 때 다시 만날 각오를 하고 몰래 찍은 것 같았다.

  그는 시간을 보고, 사진을 확대하여 문제를 보면서 펜을 쥐고 빠르게 공책에 답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 두 가지 질문에 답을 다 쓰기도 전에 판즈는 세 장의 사진을 연속해서 보냈다. 그는 한 번 보고 어이가 없었다. 미친, 이것은 문제지에 있는 모든 객관식 질문을 찍어서 보낸 것이었다.

   -기다려.

  그는 판즈에게 한 마디 회신한 후 줄곧 문제를 보았다.

  사실 어려운 것도 아니고, 추측해도 거의 맞힐 수 있는 문제였다. 판즈가 왜 한 문제도 못 풀었는지 알 수 없었다.

 

  주변은 여전히 ​​시끄러웠다. 쟝청은 라오쉬의 인내력에 조금 탄복했다. 아마도 꼴통 반을 가르치는 데 익숙해 인내심이 강해졌을 것이다.

  그는 고1 때 그들 반의 화학 선생님의 수업이 별로 흡인력이 없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수업 중에 수다를 떨면, 그들의 목소리는 지금 들리는 이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는데도 그녀는 화가 나서 울 수 있었다. 이곳이었다면, 그녀는 한 송이 투명한 유리꽃처럼 울 것이다.

  인간 라오쉬는 얼마나 쩌는지 보라.

  쟝청은 답을 쓰면서 라오쉬를 쳐다보았다. 당신이 잠을 자든 수다를 떨든, 일어나서 춤을 추지 않는 한 그는 줄곧 멈춰세우지 않을 것이다.

  쯧쯧.

  판즈가 객관식 문제만 보내와서 그는 얼마 안 돼서 다 끝냈다. 채팅창에 답을 입력하고 판즈에게 보내며 시간을 확인해보니 아직 수업이 끝날 때까지 몇 분이 남아 그가 베낄 시간은 충분했다.

  다른 문제라면...... 판즈는 원래 쓰기를 안 좋아해서 베끼기도 귀찮아 한다는 점이다.

  메시지를 보내고 따분해진 그는 휴대전화를 들고 친구그룹을 열어 천천히 아래로 스크롤했다. 하다보니 쟝이(蒋轶)군...... 그의 친애하는 남동생이 어제 셀카 한 장을 올린 게 보였다. 가족이 외식을 한 듯, 뒤에는 아빠와 엄마, 세 식구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띠고 있었는데, 그는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기이한 구토감이 들었다.

  그는 세 명의 가족을 모두 차단한 후 휴대전화를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가 머리를 든 바로 그때 뭔가가 그의 머리 위에 떨어지더니 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또 한바탕 떨어졌다. 마치 돌멩이 한줌이 머리 위에 던져진 것 같았다. 

  곧이어 그는 하얀 석회 한 조각을 보았고 동시에 회벽 냄새를 맡았다.

  "씨발?" 그는 약간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책상 위에는 벽에서 떨어져 나온 회백색의 덩어리와 크고 작은 조각이 널려 있었다.

 

  쟝청은 다른 것은 신경쓰지 않고, 첫 반응으로 먼저 머리를 두드려 턴 뒤 옆에 있는 구페이의 머리를 쳐다보았다.

  구페이의 휴대전화는 아직 책상 위에 있었는데, 화면에 띠워뒀던 뭔지 모를 영상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벗겨진 석회가 떨어져 그의 머리와 얼굴에 가득했지만 그는 여전히 이전의  팔짱을 낀 자세를 유지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안색은 썩 좋지 않다.

  쟝청이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니 머리 위의 벽은 이미 벗겨지고 없었다. 그것들은 모두 그들의 몸과 책상 위에 있을 터였다. 겉으로 드러난 목재는...... 정말이지 오래된 건물이다.

  그의 시선이 책상으로 돌아왔을 때 책상 구석에 회벽의 일부가 아닌 검은 색 돌덩어리가 놓여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마침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렸고 라오쉬는 교과서를 덮었다. "좋아, 수업 끝...... 벽이 또 벗겨졌어? 오늘 당번 누구야? 쓸어내버려."

  라오쉬가 나가자마자 교실 안은 왁자지껄 시끄러워지기 시작하더니 모든 사람이 맨 뒷줄을 바라보았다.

  쟝청은 이 때 순식간에 판단해냈다. 그 작은 돌덩어리, 구페이의 어두운 안색, 그리고 종이 울리자마자 일어나서 이곳을 보는, 얼굴에 '좋은 구경거리 시작'이라고 씌인 사람들...... 벽면은 평소 저절로 벗겨지지만, 오늘 이 한 번은 분명히 저절로 벗겨진 것이 아니다.

  그는 가만히 앉아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어 천천히 책상 위의 석회를 바닥으로 쓸어냈다.

  이런 종류의 목표 없는 상황에서 그는 오히려 쉽게 자신의 화를 다스릴 수 있었다.

 

  구페이는 책상을 밀치고 일어나 외투를 벗어 몇 번 털어낸 뒤 눈을 들어 왕쉬(王旭)를 쳐다보았다.

  "다페이, 미안." 왕쉬는 일찌감치 일어나 그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그의 외투를 두드리고 있었다. "가자, 매점에 가서 음료수 사줄게."

  구페이는 그의 팔을 뿌리친 뒤 외투를 입고 교실 뒷문으로 나갔다.

  왕쉬는 재빨리 따라나가 계단을 내려가는 그와 나란히 걸었다. "에이, 다페이, 진짜 실수였어."

  "응." 구페이가 대답했다. 그는 왕쉬와 많은 말을 하기 귀찮았다. 머리의 석회는 그를 아주 불쾌하게 만들었고 눈앞을 흐리게 했다.

  "나는 그 망할 자식 군기 좀 잡으려고 한 것 뿐이야." 왕쉬가 말했다. "전학 온 첫 날부터 이렇게 나대는데, 이렇게 손봐주지 않으면 어디에든 규칙이 있다는 걸 모를 거라고!"

  구페이는 아무 말 없이 1층으로 내려간 직후 왼쪽으로 돌아갔다.

  "어, 매점," 왕쉬가 말했다. "너 어디 가냐?"

  "쉬하러." 구페이가 말했다.

  "넌 오줌 싸러 교사 화장실까지 가냐? 그렇게 먼데." 왕쉬가 말했다.

  "사람이 적어." 구페이가 말했다.

  "오줌 싸는데에 이렇게 까다롭다니...... 그럼 이따가 내가 밀크티 한 병 갖다 줄게." 왕쉬가 말했다. "아삼 괜찮아?"

  "너나 마셔." 구페이가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그럼 아삼으로!" 왕쉬가 말했다.

  구페이는 한숨을 쉬었다.

 

  운동장에 있는 화장실은 교사 집무실에 가까워서 학생들은 보통 오는 것을 꺼렸다. 사실 집무실에 화장실이 있어 교사들도 별로 오지 않기에 이곳은 매우 깨끗했다.

  구페이는 주머니를 더듬어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한 모금 빨아들이자 마자 옆에 있는 문이 열리더니 라오쉬가 나왔다.

  "쉬총." 구페이는 담배를 입에 문 채 웅얼거렸다.

  "넌 담배를 피우러 굳이 교사 화장실로 와야 해? 대체 뭐가 문제야!" 라오쉬는 그를 손가락질하며 억눌린 목소리로 말했다. "너 시위하는 거지! 누구 보라고 시위하는 거야?"

  "담배 한 대로 무슨 위세를 떨친다고." 구페이는 웃으면서 소변기 앞에 섰다. "이제 위세를 떨칠텐데 무서우신가요?"

  "너한텐 손들었다." 라오쉬는 나가면서 손가락으로 그의 담배를 가리켰다. "꺼!"

  구페이가 지퍼를 열고 자신을 꺼내 오줌을 싸기 시작하자 라오쉬는 또 갑자기 멈춰서서 말했다. "저 쟝청......"

  거리가 조금 멀어진데다 라오쉬의 목소리가 매우 컸기 때문에 화장실 안에서 기세좋게 울렸다.

  "아 씨발......" 구페이는 벽을 받친 채 라오쉬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하마터면 신발에 오줌을 쌀 뻔했다. "쉬총, 잠시만 기다려줄 순 없을까요!"

  라오쉬는 밖으로 걸어나갔다.

  구페이는 지퍼를 잠그고 다시 담배에 불을 붙여 아무 칸에나 들어가 문을 잠그고 담배를 피웠다.

  그가 이곳에 오길 원하는 이유는 깨끗한 것 외에 또 하나 중요한 원인이 있었는데 바로 냄새가 적다는 점이었다.

 

  라오쉬는 사실 뼛속까지 진지한 선생님이었지만 불행히도 수업이 쓸모가 없었다. 아무도 그의 수업을 듣고 싶어하지 않았다. 담임 선생님으로서의 정을 따져보아도 물의 반도 채울 수 없어 그와 학생들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그를 사주는 사람은 없었다.

  구페이는 때로 그를 대신해 지치곤 했다.

  그가 화장실에서 나가니 라오쉬가 바깥의 눈밭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면 그에게 다른 자리를 찾아주세요." 구페이가 옷깃을 당겼다.

  "그와 짝인 게 싫어? 아니면 아니면 같은 책상인 게 싫은 거야?" 라오쉬가 그를 쳐다보았다. "구페이야, 너 계속 이렇게 단체 생활을 피하는 건 좋지 않아."

  "저를 분석하지 마세요." 구페이가 말했다. "2년을 분석해도 맞히지 못했으면서."

  "조금만 더 적응해 봐. 이제 겨우 첫날이잖아." 라오쉬는 미소를 지었다. "이 쟝청은...... 학업 성적이 정말 좋아서, 그와 같은 책상을 쓰다보면 네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거야."

  구페이는 조금 전까지 수업 내내 엎드려서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던 쟝청을 회상하며 라오쉬의 이 '좋은 성적'이라는 결론을 그다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곧 수업 시간이에요." 구페이가 말했다. 

  "교실로 돌아가자." 라오쉬가 말했다. "다시 얘기해."

 

  구페이는 교실로 돌아오면서 3층 계단 꼭대기에서 왕쉬를 만났고 밀크티 한 병을 받았다.

  "고마워." 구페이는 밀크티를 가지고 교실로 갔다.

  오늘 2교시는 영어였다. 영어 선생님은 성미가 급하고 목소리가 컸다. 그는 라오쉬와 마찬가지로 학생들 사이에서 명성은 없지만, 욕을 할 수 있었다. 종류도 다양해서 욕을 시작하면 반 시간 동안 가능했다. 그리고 학생들과 싸우기도 했는데, 어떤 까다로운 일에도 움츠러들지 않고 용감하게 대응했다. 따라서 특별히 그와 대적할 피가 끓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보통 그를 건드리지 않았고, 예비종이 울리면 교실로 들어갔다.

  책상은 이미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는데 쟝청 혼자 치운 것은 아닐 것이다. 구페이가 왔을 때, 그는 마침 이징(易静)이 걸레를 갖고 떠나는 것을 보았다.

  "고마워." 구페이가 말했다.

  "별 거 아니야." 이징은 머리카락을 모으며 미소를 지었다. "내가 오늘 당번이라서."

  구페이는 자리로 돌아와 앉아서 쟝청을 보았다. 쟝청은 차분하게 의자에 기대어 칠판을 보고 있었다.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조금전에 다 보지 못했던 영화를 찾아서 마저 볼 준비를했다.

  영상이 재생되자 쟝청이 갑자기 일어났다.

  이어서 의자를 빼내고 다른 손에는 긴 빗자루를 쥐었다.

  구페이는 어리둥절하다가 또 재빨리 왕쉬(王旭) 쪽을 쳐다봤다. 왕쉬는 이제 막 자리에 앉아 짝과 웃으며 떠들고 있었다.

  그는 눈썹을 찌푸렸다. 이건 직접 손을 쓰려는 것인가?

 

  왕쉬라고 불리는 이 사람은 구페이 외에 쟝청이 이 반에서 기억한 두 번째 이름이었다.

  왕쉬의 자리와 그의 자리 사이에는 책상 하나가 있었다. 교실의 책걸상 배치가 매우 촘촘해서 철제 의자를 들고 왕쉬의 곁으로 가려면 교단으로 돌아서 가야 했기에 조금 번거로웠다.

  그래서 그는 의자를 내려 놓고 곁의 책상에 있는 두 사람에게 한 마디 했다. "좀 지나갈게."

  두 사람은 영문도 모른 채 그를 쳐다봤지만 곧 일어서서 그의 뒤쪽을 비집고 들어가 지나가게 해주었다.

  지나간 후 그는 그들 중 한 사람의 의자를 빼냈다.

  "에! 너 뭐하는 거야!" 그 사람이 소리쳤다.

  쟝청이 그를 뒤돌아보자, 그 사람은 2초 동안 그를 쳐다보더니 다시 말하지 않았다.

  반 전체가 쳐다보니 왕쉬도 이 일이 자신을 향한 것임을 깨닫고 오만한 태도로 일어섰다. "이야, 내 대가리라도 깨려고? 와봐와봐와봐, 학패가 우리를 개안시켜주......"

  쟝청은 아무 말 없이 의자를 쾅 소리가 나도록 그의 자리 옆에 내려놓고 뒤로 천천히 몇 걸음 물러서더니 긴 빗자루를 든 손을 휘둘렀다. 빗자루는 창처럼 천장을 향해 날아가 정확하게 왕쉬의 머리 위 천장을 찔러 구멍을 뚫었다.

 

  왕쉬는 쟝청이 손을 휘두를 때 이미 반응했지만, 돌아서서 자리를 떠나려 했을 때 다리 옆에 놓여 있던 의자에 가로막혔고, 의자를 걷어차고 싶었지만 이미 빗자루와 벽 조각이 부서져내렸다.

  머리와 책상이 순식간에 석회로 뒤덮였다.

  교실에서는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동시에 비명과 웃음소리가 터져나왔고 누군가 책상에다 발을 굴리기도 해 곧바로 난장판이 되었다.

  "니X씨발!" 왕쉬는 고함치며 의자를 박차고 나왔다.

  쟝청은 피하지 않고 선 자리에서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 이 앞이 활짝 열린 자세는 조준도 필요없이 주먹 한 방에 코피를 낼 수 있었다.

  "무슨 짓이야!" 교실 문에서 갑자기 포효 소리가 들렸다.

  이 포효는 아마도 쟝청이 평생 들은 것 중 가장 충격적인 포효였을 것이다. 하늘을 뚫을 것 같은 기세에 놀라서 그는 하마터면 왕쉬에게 달려들 뻔했다.

 

  "무슨 짓인데, 뭔데!" 한 중년 남자 교사가 교편을 휘두르며 달려왔다. 교편은 먼저 쟝청을 가리켰다. "너 어느 반이야! 뭐 하러 왔어!"

  쟝청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의 교편은 또 왕쉬의 얼굴 방향을 찔렀다. "너! 귀가 겨드랑이에 붙어있나 보지! 수업종이 울렸는데 못 들었어? 들었어 못 들었어! 귀먹었어? 내가 지금 이렇게 말하는 건 제대로 들려? 들려 안 들려! 들려 안 들려!"

  이어 그는 왕쉬가 입을 여는 것도 기다리지 않고 교편으로 주위 사람들을 한차례 가리켰다. "전부 공연 구경만 기다리고 있지! 내가 너희 앞에서 연기 한번 할까! 박수 한번 쳐보든가! 짝짝짝! 어서!"

  이 한 바탕 포효 이후 교실 사람들이 조용해지자 왕쉬도 눈만 한 번 부릅뜬 후 계속 이어갈 뜻은 보이지 않았다. 쟝청은 조금 걱정이 되어 고개를 들고 천장을 보았다. 이 선생님이 다시 한 번 포효한다면 천장 전체가 무너져내릴 것만 같았다.

  "전부 자리로 돌아가!" 선생님이 다시 소리쳤다. "누가 들어다 주길 기다리는 거냐! 누가 가서 문짝 좀 뜯어와봐, 내가 들어 줄테니까!"

  교실 안은 낮은 웃음소리와 불평이 가득했다. 쟝청은 몸을 돌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너!" 선생님이 그를 불러세웠다. "너 어느 반이야?"

  "새로 전학 온 학패——" 알 수 없는 누군가가 말했다.

  선생님은 조금 놀란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고는 그를 위아래로 한참동안 살펴보았다. "돌아가서 앉아! 누가 업어주길 기다리냐?"

  쟝청은 그의 호통 소리에 화낼 기운도 모이지 않아서 그를 힐끗 쳐다보고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수업!" 선생님은 소에 쥔 교편으로 교단을 한 번 쳤다. "Good morning아everyone!"

  쟝청은 멍해졌다. 이 방언을 띤 영어 문구에 그는 하마터면 참지 못하고 웃음 소리를 낼 뻔했다.

 

  선생님이 수업을 시작하자, 앞 자리 그 분이 또 뒤쪽 책상에 양팔을 짚더니 이번에는 구페이를 찾는 대신 고개를 돌려 쟝청을 불렀다. "어이, 학패, 너 정말 대단한데, 이렇게 함부로 왕쉬를 건드리다니."

   쟝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꺼져." 구페이가 옆에서 말했다.

  "미친?" 그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 너한테 말한 거 아니야, 너 나만 보면 습관적으로 그 대사 말하는 거 아니야?"

  "맞아." 구페이는 책상 위에 휴대전화를 거치해 놓았다.

  "너 귀찮게 됐어," 그는 고개를 돌려 교단에 있는 선생님을 힐끗 보고 다시 고개를 돌려 쟝청을 향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왕쉬는 너랑 끝도 없을 거야. 우리 학교 뒷문 있는 건 너 알고있......"

  "너 이름이 뭐야?" 쟝청이 그의 말을 끊었다.

  "저우징." 그가 말했다.

  "고마워." 쟝청이 말하고 또 그의  의자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다시는 책상 치지 마."

  "...... 오." 저우징은 잠시 멍해졌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쟝청은 고개를 숙이고 책을 펼쳐서 보았다.

  저우징은 잠시 얼굴이 굳어 있다가 다시 몸을 돌렸다.

 

  쟝청은 자신의 새 학기의 시작이 정말 멋지다고 느껴 평소 일기를 쓰는 습관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

  그는 왕쉬가 자신과 끝을 볼지 말지는 애초에 신경쓰지 않았고, 지금은 그저 매우 답답할 뿐이었다. 그 친구그룹, 그가 사라짐으로써 온화함으로 가득해진 가족의 셀카를 보자 그는 갑자기 모든 중력이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가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 그를 신경 쓰지 않는 것은 논리에 맞다.

  하지만 여전히 우울하다.

  그는 교과서를 보고 있었다. 종이와 잉크 냄새 사이로 희미하게 우유 냄새가 났다. 그는 갑자기 조금 배가 고픈 것 같았고 그제서야 자신이 아침을 먹지 않은 것이 떠올랐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영상을 보면서 우유 사탕의 껍질을 까고 있는 구페이가 보였다.

  그와 눈이 마주친 구페이는 잠시 멈추더니 주머니에 손을 넣어 사탕을 꺼내 그의 책에 올려놓고 시선을 다시 휴대전화 화면으로 되돌렸다.

  쟝청은 책 위의 사탕을 보고 조금 설명 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지만, 구페이에게서 풍겨오는 우유 향에 배가 곧 울부짖을 지경이었다.

  몇 분 망설이던 그는 그 사탕을 집어들고 껍질을 벗기려 했다.

  ...... 뜻밖에도 우유가 아니었다!

  과일 사탕이다!

  그는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구페이를 다시 바라보았다.

  구페이는 그의 손에 든 과일 사탕을 힐끗 보더니 고개를 숙여 주머니 속에서 사탕 한 줌을 쥐어 그의 책상 위에 올려 놓았다. 각양각색의 포장과 맛으로 열 몇 개는 되었다.

  "직접 골라." 구페이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