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야 제8장 / 구페이는 고개를 들고 뒤에 있는 벽에 기댄 채 휘파람을 불었다.

2021. 1. 22. 13:34진행중/《살야撒野》巫哲,2017

제8장



쟝청은 초등학교 때 이런 식으로 사탕을 골라본 적이 없었다. 기본적으로 집에서 사탕을 먹지 못하게 했고, 간식과 음료수도 금지였다. 그는 줄곧 자신이 도를 닦으며 지낸다고 여겨 지금까지도 간식이나 사탕 따위를 잘 먹지 않았는데, 매번 판즈가 무언가를 먹어보고 맛있다 싶으면 그에게 한 무더기 안겨주곤 했다.

  지금 구페이가 사탕을 책상에 올려두고 직접 고르게 하니 그는 갑자기 아주 신선한 기분이 들었다.

  커피 사탕, 우유 사탕, 박하 사탕, 과일 사탕...... 거기다 연한 것과 딱딱한 게 나뉘어 있었다. 그는 한참 쳐다보다가 마침내 우유 사탕을 집어들었다.

  껍질을 벗기자마자 구페이가 다시 손을 뻗어 나머지 한 줌을 모두 가져갔다.

  "시발?" 쟝청은 멍해졌다. 생각해보니 구페이가 말한 것은 '직접 골라'였지, '다 줄게'가 아니었다. 논리는 아주 치밀했다. 그는 즉시 진심으로 탄복하여 그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너 이렇게 인색해서야 내일 당장 왕젠린*이 네 허벅지를 끌어안는 거** 아니야?"

  구페이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은 채 손에 든 사탕을 내려다보더니 다른 우유 사탕 두 개도 꺼내서 그의 앞에 놓고 나머지는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 미친놈!

  쟝청은 우유 사탕 세 개를 전부 까서 입 속에 밀어넣었다. 정말이지 무슨 다른 표현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중국 대기업 회장 **중국에서 허벅지를 끌어안는다는 표현은 강자의 비위를 맞춰 이득을 얻음을 뜻함

즉, k패치를 하자면 '내일 당장 이재용이 너더러 형님 하는 거 아니야?'

 

  영어 교사 루(鲁) 씨는 라오쉬보다 수업시간에 주의가 더 집중되고 닭처럼 조용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소리를 지를 수 있는데다 교실 효과가 라오쉬보다 좋기 때문이었다.

  쟝청은 오늘 본 선생님이 이전의 선생님들과 비교가 안 된다고 느꼈지만 루 선생님은 수업시간 내내 의욕이 넘쳐, 누군가가 근질근질해 하면 그는 교편을 휘두르며 그가 긁는 걸 도와줄까 물었다. 쟝청은 이런 식으로 정신을 집중해서 수업을 받은지 오래라 정신을 놓으면 곧 혼이 빠져나갈지도 몰랐다.

  수업 종료벨이 울리자 교실 안은 순식간에 왁자지껄해져서, 마치 숨을 참고 있었다는 듯 누군가는 기지개를 켜거나 몇 차례 울부짖기도 했다. 

  "너!"루 선생이 갑자기 교편으로 교실 뒤쪽을 가리키며 지시했다. "나와 함께 가자."

  이 '너'와 이 손가락은 넓은 범위를 가지고 있었다. 모두의 머리가 다시 한 번 북을 치며 꽃을 피우듯 돌아갔다. 쟝청은 전혀 눈길조차 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새로 전학 온 학생이라 이름도 알지 못하는데......

  "구페이!" 루 선생은 다시 포효했다.

  "...... 어," 구페이가는 휴대전화를 내려다보다가 그의 포효에 바로 떨어뜨리고 고개를 들어 루 선생을 쳐다보고 옆에 있는 쟝청을 향해 고개를 기울였다. "너 부르네."

  "응? " 쟝청은 어리둥절해졌다. "날 불러?"

  "그래 너! 구페이의 짝!" 루 선생이 다시 교편으로 가리키자 교편 아래 있던 머리 몇 개가 빠르게 피했다.

  쟝청은 별 수 없이 일어섰다. 영어 선생이 무슨 일로 자신을 찾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가 교실 문으로 걸어가며 왕쉬를 돌아봤더니 그 쪽도 일어나는 게 보였다. 아마 선생님이 그를 부르지 않았다면 둘은 지금쯤 전쟁을 벌이고 있을 것이다.

 

  "쟝청이라고 했지?" 루 선생은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응." 쟝청은 대답하고 그를 따라갔다. "저한테 하실 말씀 있으세요?"

  "너희 쉬총이 나만 보면 하루종일 자랑을 해대는데, 진 닷 학패가 왔다고......" 루 선생이 말했다.

  "네? 진 닷?" 쟝청은 알아듣지 못했다.

  "진, 닷, 학패." 루선생은 그를 바라보았다. "너 이것도 이해가 안 가?"

  진·학패.

  "...... 이제 알겠어요." 쟝청은 누군가는 이것을 점까지 읽는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우리 학교는 예전에는 일반 고등학교였다가 직업 고등학교로 바뀐 뒤 다시 일반 고등학교로 바뀌었는데," 루 선생이 말했다. "그래서 네 이전 학교와는 비교할 수없는 수준이다. 예전에 어떻게 배웠든 지금 어떻게 배우든 영향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오." 쟝청은 자신이 이전에 어떻게 배웠는지 떠올렸더니 선생님이 자신에 대해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쉬나 구페이 같은 것들은 다 되는대로 장난처럼 지내는 놈들이니 건드릴 필요없어." 루 선생이 말했다. "내가 널 불러내지 않았으면 지금쯤 그는 널 찾아내서 귀찮게 했을 거다. 처벌을 하지 않고 나온 건 해야 할 일을 안 한 게 아니라 그는 이미 기록이 남아있어서야."

  "...... 오." 쟝청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루 선생도 꽤 학생들을 신경쓰는 것 같았다.

  "안 고마워 해?" 루 선생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감사합니다." 쟝청이 말했다.

  "네 영어 점수가 아주 좋으니 우리 반 대표가 되면 어떻겠어?" 루 선생은 곧바로 더 말했다. "너희 반 현재 영어대표는 이징인데, 반장과 국어 대표를 동시에 맡고 있어서......"

  "응?" 쟝청은 잠시 멍했다가 곧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아뇨."

  "왜 아니야," 루 선생은 조금 의외였다. "라오쉬가 너 이전에도 반장이랬는데, 과목 대표가 더 피곤한 일이라는 소린 아니지?"

  "반장도 한 학기 만에 그만뒀어요." 쟝청이 말했다.

  "왜?" 루 선생이 물었다.

  쟝청은 그를 쳐다보았다. "싸움이랑 무단결석."

  루 선생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럼 전 교실로 돌아갈게요." 쟝청이 말했다.

  "너...... 잠깐." 루 선생은 잠시 생각했다. "언제 나를 도와서 수업자료 좀 만들어줄래?"

  쟝청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자신은 지금 컴퓨터가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또 이 루 선생은 꽤 괜찮았기에 다시 거절할 수 없어서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루 교사는 웃음을 지었다. "교실로 돌아가라."

 

  "시발, 이렇게 오래 돌아오지 않다니," 왕쉬는 쟝청의 책상 위에 앉아 있었다. "이 몸을 피하는 거지? 피할 수 있을 것 같냐!"

  "라오루가 볼일이 있어 불러갔어." 저우징이 말했다.

  "볼일은 개뿔, 너 라오루가 누구한테 볼일 있는거 몇 번이나 봤냐! 그냥 새로 와서 상황을 물어보는 것 뿐이야, 질문이 끝나도 교실로 돌아올 엄두가 안 나겠지!" 왕쉬가 말했다.

  "너 여기서 해결할 거야?" 줄곧 말없이 모바일 게임을 하던 구페이가 한 마디 물었다.

  "헛소리!" 왕쉬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 고개를 숙이고 또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시발!"

  구페이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 그렇지 않으면 어디서 해결해." 왕쉬는 조금 머뭇거렸다.

  "내가 참견하자면," 구페이가 말했다. "내 자리에서 소란피우면 귀찮지않겠어?"

  "아니면 계산 끝내." 저우징이 말했다. "너희 둘이서 한 명이 한 번씩 이미 비겼잖아."

  "비기긴 네 할아버지랑 비겼다!" 왕쉬는 고개를 돌려 저우징을 노려보았다.

  "아니면 운동장이나 학교 밖에서 해," 구페이는 계속해서 게임을 했다. "내 옆에는 있지 마, 귀찮으니까."

  "걔 돌아왔어." 저우징이 한 마디 했다.

  구페이가 눈을 들어 그의 앞을 둘러보니, 쟝청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어슬렁어슬렁 들어오며 눈으로는 왕쉬를 보고 있었다.

  "날 피하더니?" 왕쉬가 냉소를 지었다. "감히 수업 종이 울리기 전에 돌아와?"

  "세 가지 일이 있어." 쟝청이 말했다.

  왕쉬는 그를 보면서 무슨 말을 하는지 반응하지 않는 듯했다.

  "하나, 내려와." 쟝청은 손가락 하나를 펼치며 말했다. 그리고 나서 두번째 손가락을 펼쳤다. "둘, 먼저 건드리는 놈은 하수야."

  정신이 되돌아온 왕쉬는 곧 눈을 부릅뜨고 말하려 했지만 세번째 손가락을 펼친 그에게 가로막혔다. "셋, 어떻게 해결할지 네가 말해봐. 단, 말로만 해야 나는 패배를 인정할 거야."

  그가 말을 마친 후, 터져나올 화를 구경하기 위해 반아이들은 침묵으로 기다렸다.

  모두가 왕쉬의 반응을 보고있었다.

  구페이는 고개를 들고 뒤에 있는 벽에 기댄 채 휘파람을 불었다. 

  쟝청의 이 말과 말을 할 때 그의 기세, 그간 수많은 팝콘을 먹어온 사람들의 경험으로 볼 때 솟아올랐던 왕욱의 대장의 길은 대번에 한풀 꺾였을 것이다. 

 

  왕쉬의 얼굴 표정은 조금 예측할 수 없어 쟝청은 자신의 생각을 판단할 수 없었지만 구페이 쪽을 본 순간 쟝청은 분명히 알아차렸다.

  왕쉬는 구페이를 두려워한다. 혹은 무의식적으로 구페이를 뒷배로 간주했을 것이다.

  그는 구페이의 가게에서 양아치들을 보았을 때부터 구페이의 온화하고 예의바른 '모두 나와 관계없는 일'이라는 상태는 단지 허상일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쯧.

  무슨 세상을 방관하는 늙은 신선인 척이냐.

  "정오에 학교 마치고 기다려." 왕쉬는 책상에서 뛰어내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더니 또 고개를 돌려 그를 가리켰다. "그땐 도망치지 마."

  "응." 쟝청은 대답하고 앉았다.

  잠시 생각한 그는 또 고개를 돌려 구페이에게 한 마디 물었다. "저게 너희 반 짱이냐?"

  이때 그는 갑자기 구페이의 왼쪽 두피에 있는 쉼표가 3분, 32분 쉼표라는 것을 알아 차렸다.

  "비슷해." 구페이가 말했다.

  "비슷하다니?" 쟝청이 말했다.

  "누가 그가 아니라고 하면 싸우는 거지." 구페이는 여전히 휴대전화를 쳐다보며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였다.

  쟝청은 그가 하는 게임이 뜻밖에도 애니팡(爱消除) 종류의, 그가 중학교에서 정말이지 할 일 없이 시간을 죽여야 할 때 하기 좋았던 미니게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페이는 의외로 영상을 보는 것 말고도 이 게임에 이렇게 몰두한다. 유치하다.

  "아직 이 게임을 해?" 쟝청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

  "응, 머리 안 써도 돼서," 구페이가 말했다. "난 학패도 아니니까."

  쟝청은 오늘 아침 뭐 하나 마음에 드는 일이 없었기에 이 한 마디에 하마터면 주먹으로 삼십이분 쉼표를 내려찍을 뻔했다.

  이를 악물고 손을 쓰지 않은 것은 첫번째로 그가 기절했을 때 구페이가 도와주었기 때문이었고, 두번째로 방금 구페이에게 우유 사탕 세 개를 얻어먹었기 때문...... 그런데 이것도 이유가 되나?

  "자신의 물렁한 뇌를 직시할 수 있는 것도 일종의 용기인 셈이야." 그가 말했다. "내가 보기에 네 전망은 아주 밝구나."

  구페이는 얼굴을 돌려 그를 쳐다 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없었지만 말투는 상당히 안 좋았다. "점심 때 파이티잉."

  잉은 니 할아버지네 누렁이한테나 해!

  염병.

 

  이후의 수업은 쟝청은 별로 듣지 않았다. 마음 속이 답답했다. 세 명의 가족을 차단한 이후 그는 또 참지못하고 줄곧 들어가서 보고싶었다.

  관계는 정말 좋지않고 긴장되어 있었지만, 그것은 그가 십수 년 동안 머물렀던 '집'이고, 그가 매일 볼 수 있어 기억에 새겨진 '가족'이었다. 이런 종류의 감정을 그는 잠시도 버릴 수 없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부재, 심지어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점에도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는 것 같아...... 어쩌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걸까?

  이런 종류의 평온함을 마주하는 것이 그가 십 년 이상 머물렀던 집에서 쫓겨난 것보다 더 허탈했다.

  그는 책상에 엎드려 모자를 이마까지 푹 눌러쓴 뒤 눈을 감았다. 됐다, 좀 자자. 그는 잠자리를 가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온 후로 줄곧 마음 편히 잠을 잔 적이 없었다.

  리바오궈의 집은 너무 낡은데다 이 사람이 워낙 지저분하게 사는 바람에 바퀴벌레와 거미뿐 아니라 쥐도 있었다. 밤새도록 집안에서 쥐가 헤집고 다니는 소리를 들으면 쓰레기장에서 자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4중의 선생님은 원래 학교 선생님보다 훨씬 이해심이 많은 것 같았다. 그가 수업시간 내내 고개도 들지 않고 대놓고 잠을 자는데도 방해하러 오는 선생님이 한 명도 없었다.

  마지막 수업의 종료벨이 울리고 왕쉬가 손바닥으로 책상을 치자 그는 비로소 하품을 하며 몸을 똑바로 세워 앉았다. 허리가 시큰거렸다.

  "가자." 왕쉬가 그를 곁눈질했다.

  쟝청은 아무 말 없이 교과서 따위를 책상에 쑤셔넣은 뒤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왕쉬는 매우 멋있게 몸을 돌려 교실 뒷문으로 걸어 갔는데, 만약 그가 입은 것이 패딩이 아니고 또 바람이 없었다면 꽤나 일인자의 아우라가 풍겼을 터였다.

  그의 곁에는 서너 명 정도가 따르고 있었는데 흥분된 모습을 보아 그의 딱가리인 듯했다. 그 현장을 보고 싶은 다른 사람들은 미처 따라잡을 시간이 없었다.

  "어이." 쟝청이 그의 뒤에서 그를 불렀다.

  "쫄았냐?" 왕쉬는 즉시 대답했다.

  "너 팀원을 데려가는 거냐, 아니면 치어리더냐?" 쟝청이 물었다.

  왕쉬는 옆에 있는 사람을 보고 또 쟝청에게 눈을 부라렸다. "왜, 무섭냐?"

  "치어리더는 상관 없어." 쟝청은 그들을 훑어보면서 앞으로 걸어 가며 말했다. "손을 쓰고싶다면 너희끼리 순서를 정해야 해."

  "너희는 따라오지 마." 왕쉬가 손을 흔들었다.

 

  "보러 가?" 저우징이 책상을 에워쌌다.

  구페이는 아직도 학패의 두뇌가 아니라도 할 수 있는 애니팡을 하다가 지금 하던 판을 끝내고 나서야 비로소 일어섰다. "안 가."

  "가보자, 너 무슨 일 생길까봐 걱정 안 돼?" 저우징이 말했다.

  "무슨 일이 생긴들 나한테까지 영향을 줄까?" 구페이는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몸을 돌려 나갔다.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왕쉬의 친구들이 뒷문을 향해 두리번거리고 있었고, 쟝청과 왕쉬는 이미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다페이......" 누군가가 그를 보더니 곧바로 다가왔다.

  "쉿," 구페이가 검지 손가락을 세워 입가에 댔다. "날 귀찮게 하지 마."

  오늘 초등학생들은 아직 개학 전이니 구먀오는 분명 한 시간 전부터 문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왕쉬가 구타당하는 것을 볼 시간이 없었다.

  그렇다. 그는 왕쉬가 쟝청과 맞선다면 분명히 구타당할 운명이라고 독단적으로 판단했다.

  쟝청의 눈빛에 담긴 무심함은 왕쉬에겐 없는 것이다. 거기다 그의 온몸을 둘러싸고 있는 불쾌하고 불쾌하고 불쾌하고 불쾌함은 그야말로 놀라 죽을 만큼 밀집되어 있어, 만약 최근에 무슨 우울한 일을 당한 것이 아니라면 이 사람은 오랫동안 정신적으로 온전치 못했을 것이다. 

  왕쉬 같은 강호의 꿈을 꾸는 중2병 환자가 어떻게 기분이 좋지 않은 미친 놈을 상대할 수 있겠는가.

  그가 교문을 나서자마자 초록색 머리가 바람처럼 그의 앞을 지나갔고 주변에서 '와——' 하는 감탄이 들려왔다.

  구페이는 자전거보관소로 가서 자전거를 가져왔다. 그가 오자마자 구먀오가 다시 바람처럼 그의 곁에 도착하더니 2초만에 그의 주머니에서 사탕 한 움큼을 꺼내갔다.

  그가 자전거를 타고 길목에 도착하니, 구먀오는 길가에 서서 사탕 종이를 벗기고 있었다. 그녀가 고른 것은 과일 사탕이었다.

  "내가 태워다 줘?" 구페이가 물었다. "아니면 네가 따라올래?"

  구먀오가 스케이트보드를 안고 뒷좌석으로 오르려 할 때 그가 멈춰 세우더니 구먀오의 아래턱을 쥐고 눈가의 작은 찰과상을 쳐다보았다. "쓸린 거야, 싸운거야?"

  "쓸린 거," 구먀오가 말했다.

  "타." 구페이는 더 묻지 않았다.

  구먀오는 스케이트보드를 안고 뒷좌석에 앉아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쓸렸든지 남들과 싸우다 다쳤든지 어쨌든 이 여자애는 죽도록 고집이 세서 물어봐도 소용없고 참견할 수도 없었다. 그녀의 일은 그녀 스스로가 처리해야 하고 얻어맞더라도 납득해야하는 것이다.

  "장갑 한 켤레 사러 가자." 구페이는 자전거에 발을 굴렀다. "너 지난번에 그 가죽장갑 갖고싶댔지?"

  구먀오는 재빨리 더러운 패딩장갑을 벗어던지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워 보였다.

 

  4중 뒷문은 신기하게도 정문보다 더 번화한 모습이었다.

  뒷문은 골목이 좁아서인지 관리가 다소 엉망이었는데 각종 방풍 천막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고 주로 먹을거리를 파는 곳이 인기가 많았다.

  왕쉬를 따라 각종 음식 냄새 사이를 뚫고 지나가던 쟝청은 왕쉬에게 거의 말할 뻔했다. 아니면 내가 우선 너에게 먹을 걸 좀 사줄게......

  하지만 왕쉬의 얼굴은 분노한 채였고 눈빛은 의연했기에 인간미에 울어버릴까봐 걱정되어 그는 입을 열지 못했다.

  우선 구경해두고 나중에 다시 먹으러 오자.

  먹고싶은 것이 꽤 많았다. 각종 바비큐, 차돌박이, 삼겹살, 양고기, 양허리, 힘줄.

  쟝청은 침을 삼켰다.

  뒷골목을 지난 이후 냄새도 자취를 감췄고 왕쉬는 어디로 가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우리 둘이 하이킹 가는 거냐?" 그는 배고픔에 짜증이 나서 물었다.

  왕쉬는 그를 무시했지만 앞으로 몇 걸음 더 걷다가 갑자기 멈춰서 앞을 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쟝청은 앞을 흘끗 보았다.

  그들과 몇 미터 떨어진 길가에 세 사람이 주머니에 양손을 넣은 채 서 있었다. 그들 몇 명은 그와 왕쉬가 지나가는 것을 전부 본 이후 천천히 걸어왔다.

  왕쉬의 손이 주머니 속을 더듬었다.

  "왜 그래?" 맞은편에는 십 년은 굶은 것처럼 마르고 키만 큰 멀대가 웃고 있었다. "구페이한테 전화하게? 이제 막 여동생이랑 같이 돌아가던데, 내 생각에 너 신경써줄 틈은 없을 거 같아."

  "뭘 원해!" 왕쉬는 거친 목소리로 견디지못하고 물었다.

  "아이고," 멀대는 과장되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늘은 꽤 버티는데, 도망 안 가?"

  또 쟝청의 얼굴을 훑어 보았다. "새로운 친구야? 분명 쩌는 놈이겠지, 그가 있어서 도망갈 필요도 없나보네."

  "하지만 예전에 도우러 왔던 놈들은 쌩하니 바람을 일으키며 도망갔는데." 멀대 뒤에 있는 사람 하나가 웃으며 말했다.

  멀대는 놀리는 듯한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아니면, 내가 셋을 셀테니 너희들은......"

  쟝청이 그의 콧등에 주먹을 날렸다.

 

  이 주먹은 그의 말을 깨부수었을 뿐 아니라 양쪽 일행 모두를 깨부수어 혼미하게 만들었다.

  쟝청은 멈추지 않았다. 이런 종류의 일은 속전속결이 중요했다.

  주먹 한 방 이후 그는 모자를 쓴 멀대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아래로 잡아당겨 코를 다시 무릎으로 찧었다.

  두 번의 힘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쟝청의 경험에 따르면 코피가 뿜어나와 토마토케첩을 한입 제조한 효과는 있지만 콧대는 괜찮을 것이었다.

  과연 그가 손을 떼고 멀대를 모질게 밀어내자 코피가 솟아올랐고 그는 의식적으로 문질렀다......

  쟝청은 왕쉬를 힐끗 보고는 아마도 칼을 꺼내려는 듯한 다른 쪽 팔에 어깨를 부딪히고 또 머리를 그의 코에 찧었다.

  그 사람은 '으악' 소리치며 코를 가렸다.

  "도망가, 바보야!" 쟝청은 왕쉬에게 소리치고 다리를 들어 앞으로 달려갔다.

  왕쉬는 잠시 멍했지만 곧 서둘러 그를 쫓아갔다.

  "이쪽." 길목까지 달려갔을 때 왕쉬가 왼쪽을 가리켰다.

  쟝청은 그를 따라 꼬불꼬불한 골목으로 들어가, 또 여러 개의 모퉁이를 돌아서야 여러 인가의 뒷마당 벽으로 둘러싸인 작은 공터에 멈추었다.

  "여긴 뭐하는 곳이야?" 쟝청은 주변을 둘러 보았다. 이곳은 막다른 골목으로, 삼면은 모두 남의 집 너덜너덜한 담장이었고 바닥엔 눈더미와 나뭇가지, 온갖 쓰레기가 쌓여있었다.

  "여기는......" 왕쉬는 잠시 숨을 골랐다. "내가 사람들과 약속잡는 곳이야."

  "취향이 꽤 특이하네." 쟝청이 말했다.

  "저기," 왕쉬는 그를 바라보며 한참동안 머뭇거리다 한 마디 했다. "아까...... 고마웠어."

  "고마울 게 뭐 있어." 쟝청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내가 널 도우려고 한 것도 아닌데."

  왕쉬는 그를 노려봤다. "시발, 너 진짜 학패 맞냐?"

  "문제 해결을 하자." 쟝청은 시간을 보았다. "배고파, 난 빨리 일 끝내고 밥을 먹어야겠어."

  "해결됐어." 왕쉬는 옆에 놓여 있던, 낡아서 마치 유령의 집 소품 같은 다리가 세 개인 의자에 앉았다. "우리 사이엔 아무 문제 없어. "

  쟝청은 쯧 소리를 냈다. "그럼 난 간다." 

  "잠깐 기다려." 왕쉬가 그를 불러세웠다. "원숭이가 아직 여기 있을 거야. 사람이 많아서 나가면 분명 마주칠 걸."

  쟝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말이야, 방금 본 건 세 명 뿐이었지만 네가 원숭이를 때려 피를 냈으니 다시 만나면 분명 세 명이 아닐 거야. 내가...... 도와줄 사람을 부를게." 왕쉬는 휴대전화를 꺼내들었다.

  쟝청은 멀대의 말을 떠올리며 눈썹을 꼬집고 물었다. "누굴 부르는데?"

  "다페이." 왕쉬가 말했다.

  "시발? 구페이?" 쟝청은 갑자기 체면이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