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2. 12:39ㆍ시식코너/《공생共生》你爸爸,2017
제2장 소년의 속내
차이동동은 거실에서 물 한 잔과 함께 자른 수박 한 접시를 가지고 들어왔다. 루쥬는 이미 자신의 침대에 앉아 있었다. 그는 침대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무언가 들으려는 듯이 고개를 작게 갸웃거리고 있었다.
차이동동은 손에 물건들을 들고 그의 앞으로 다가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샤오쥬, 아주머니가 수박 반을 잘라 주셨어." 그는 웃었다. "내가 자른 다음 가져다 줄게."
루쥬는 차이동동 쪽을 향해 눈을 구부리며 웃었다. "차이동동, 넌 정말 착해."
차이동동은 하하 웃고 일부러 겸손한 모양으로 말을 이었다. "당연한 일인 걸."
이에 루쥬의 눈이 다시 구부러졌다.
차이동동은 허리를 굽혀 루쥬의 손등에 물컵을 부딪히며 부드럽게 말했다. "자, 샤오쥬, 물 마셔."
루쥬가 손바닥을 움직이자 물잔이 차가운 감촉과 함께 손 안으로 가볍게 들어왔다. 그는 잔을 단단히 움켜쥐고 손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내려놓자 마자 차이동동의 부드러운 손길이 다시 자신의 손등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루쥬는 고개를 작게 기울여 감각에 의존해 차이동동 쪽을 바라보았다.
차이동동은 곧 루쥬의 손을 잡고 수박을 꽂은 꼬챙이를 집어 들고 속삭였다. "샤오쥬, 수박 먹어."
루쥬는 양손으로 가늘고 긴 꼬챙이를 아주 한참동안 들고 있더니, 그는 약간 눈살을 찌푸리며 매우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그런데 난 수박 먹는 게 싫어, 차이동동."
차이동동은 잠시 주춤하더니 하하 웃었다. "그럼 먹지 마." 말을 하고 그는 또 크게 웃었다. "마침 나는 좋아하니까 나 혼자 먹을 거야. 너는 이 행복을 모르는구나, 샤오쥬." 그가 말했다. "수박 없는 여름을 어떻게 여름이라고 하겠어!"
루쥬는 입술을 오므리더니 갑자기 물고기를 훔쳐먹은 고양이처럼 뾰족한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는 천천히 조롱조로 말했다. "방금 누군가가 여름이 전부 나라고 했는데, 이제 수박도 없고 여름도 아니구나."
차이동동은 입에 수박 한 덩이를 집어넣고 있다가, 말을 듣고 목이 멨다. 그는 기침을 몇 번 하고 아마 정말 할말이 없었는지 반쯤 숙인 표정으로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좋아, 너한테는 말로 당해내질 못하겠어. 나는 너랑 말 안 할래."
루쥬는 다시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손을 내밀어 자신의 옆자리를 두드리며 속삭이듯 말했다. "차이동동, 나한테 학교 얘기 좀 해 줄래?"
차이동동은 수박이 담긴 접시를 받쳐들고 몸을 움직여 곧장 침대 위로 올라갔다. 그는 루쥬를 마주보고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두 눈으로 진지하게 루쥬를 바라보았다. 한참 후 그는 또 수박 한 덩이를 입 안에 집어넣고는 불명확한 발음으로 말했다. "학교는 별 거 없어. 짜증나 죽겠어." 그는 몇 번 끙끙거렸다. "매일 수업, 수업, 입시, 입시, 이건 네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네 뭐네, 짜증나. 지겨워 죽겠어."
루쥬는 침대 머리에 등을 기대고 천천히 자신의 몸을 쭉 뻗었다. 그의 발이 차이동동의 무릎에 닿자 잠시 멈추더니, 아예 차이동동의 허벅지에 직접 올려 놓았다.
차이동동은 루쥬가 발로 걷어차 수박 접시를 쓰러뜨리는 것을 막기 위해 서둘러 손을 들어올렸다. 그는 루쥬를 바라보았다. 루쥬의 표정은 아주 차분했고 초점이 모이지 않는 그의 눈은 가볍게 앞을 보고 있었다. 차이동동은 조용히 숨을 내쉬며 천천히 손을 내리고 손과 함께 접시를 루쥬의 발목에 살짝 얹은 뒤 학교의 각종 잘못에 대해 다시 불평하기 시작했다.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듣던 루쥬는 듣던 중 갑자기 끼어들었다. "차이동동은 농구를 많이 좋아해?"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수업이 끝나고 나를 찾아올 때마다 항상 운동하고 온 것 같아."
차이동동은 갑자기 흥이 올라 자신이 농구를 좋아하고, 코비를 좋아하고, 제이미를 좋아하며, 코트에서 땀을 비오듯 흘리는 느낌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잠시 침묵하던 루쥬는 홀연히 말했다. "학교의 여자애들은 다 농구를 잘 하는 남자애를 좋아하지?"
차이동동은 깜짝 놀랐다. 그는 눈을 들어 잠시 루쥬의 표정을 살펴보고는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꼭 그런 건...... 아니야."
루쥬는 눈을 가늘게 떴다. 순전히 호기심을 가진 듯했다. "그럼 너 좋아하는 여자애는 없어?"
차이동동은 잠시 망설이다 갑자기 목소리가 모호해지며 소년 특유의 수줍은 모양으로 난감해했다. "없어." 그는 확실한 말투로 반복했다. "어떻게 있을 수 있겠어!"
루쥬는 가볍게 웃었다. 그의 웃음은 매우 가벼웠지만, 솜털처럼 차이동동의 귀를 간지럽혔다. 무언가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알게 된 것처럼, 차이동동의 뺨에 붉은 빛이 살짝 떠올랐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수박을 찔렀다. 마치 무언가를 감추려는 것 같았다.
그는 루쥬가 볼 수 없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루쥬는 분명히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한참 후 루쥬는 차이동동의 다리에 얹고 있던 발을 거두고 똑바로 앉더니 갑자기 몸을 차이동동의 방향으로 움직여 가까이 다가갔다. 더듬던 그의 손이 차이동동의 가슴에 닿았고 그의 얼굴은 차이동동의 얼굴 앞 손가락 하나 거리에 있었다.
차이동동은 그가 갑작스레 다가온 거리에 깜짝 놀라 몸을 뒤로 젖혀서 가까운 거리에서 벗어나려 했다. 이 거리에서 그는 루쥬 얼굴의 모공과 살짝 휘어져 들린 속눈썹, 루쥬의 입가에 자란 희미한 솜털까지 볼 수 있었다.
루쥬의 손은 그의 어깨를 눌렀다. 힘은 많이 쓰지 않았지만 그는 갑자기 도망칠 수 없게 되어 어물거리며 말했다. "샤오쥬, 왜 그래?"
루쥬의 한 쌍의 말간 눈은 차이동동의 얼굴을 한참 동안 마주하였다. 루쥬는 눈을 구부리며 웃기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는 얼굴을 스치는 봄바람처럼 웃음기를 띠고 있었다. "차이동동, 여자애는 어떤 모습이야?"
차이동동은 멍해졌다.
루쥬는 미세하게 고개를 갸웃하였다. 지나치게 하얗고 깨끗한 얼굴은 순진해 보이기까지 했다. "차이동동, 여자애를 데리고 나한테 놀러올 수 있니?" 그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나는 여자애가 어떤 모습인지 알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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