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 제3장 소녀의 내음 (상)

2021. 2. 4. 03:58시식코너/《공생共生》你爸爸,2017

제3장 소녀의 내음 (상)

 

  차이동동은 기말 고사가 끝나면 그의 친구들을 데리고 루쥬의 집에 놀러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함께 농구를 하는 형동생 몇 명과 평소 그들을 응원하는 여학생들을 데리고 오겠다고 했다.

  루쥬는 매우 기대했다. 어떻게 기대되지 않겠는가.

  그는 이미 수박 주스와 CD 플레이어, 콘솔 게임을 준비해두었다.

 

  차이동동이 네다섯 명을 데리고 그의 방문에 들어섰을 때, 그는 책상 앞에 앉아 이전에 차이동동에게서 가져온 장식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차이동동이 그의 이름을 부르자 그는 고개를 돌렸다. 문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떠들썩한 것이 분명 차이동동 혼자가 아닐 터라 루쥬는 눈을 구부리며 웃었다. "얘들아, 반가워."

  문 앞에서 많은 목소리가 인사를 했다. 그중에는 한 여자 아이의 목소리도 있었다.

  여자 아이의 목소리는 아주 듣기 좋았고, 여름 냄새를 띠고 있었다.

  책상을 지탱하고 의자에서 일어난 루쥬는 가능한 한 큰 열의를 보이려 했다. "밖이 많이 덥지? 내가 냉장고에 수박 주스를 넣어뒀어." 그는 잠시 멈추고 장난스런 말투로 말했다. "차이동동, 네가 좀 들고 와줘."

  그는 차이동동이 대답하는 것을 듣고, 수많은 목소리가 그에게 고마워하는 것을 듣고, 차이동동이 돌아서서 밖으로 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루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말했다. "너희 게임 좋아해? 우리집엔 게임팩이 많아." 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영화나 만화 볼까?"

  그는 한 남학생이 하하 웃은 뒤 쿨하다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시끄러운 소리 속에서 가벼운 발소리가 들렸다. 그 발소리는 자신의 옆에서 멈춰 서더니 그의 귓가에 대고 소리를 내어 말했다. "이건 차이동동 거야?"

  루쥬는 머뭇거리며 손을 들어올리고 말했다. "이거?"

  소녀가 대답했다.

  루쥬는 미소를 지었다. "차이동동이 나에게 줬어."

  소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이동동이 밖에서 수박 주스를 들고 들어 왔는데, 아마 수박 주스를 나누어 담은 듯했다. 그는 루쥬의 방향으로 걸어오며 소년 특유의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덩원샤오(邓雯晓), 수박 주스 마실래?"

  그 여학생이 말했다. "아니."

  루쥬는 장식을 손 안에 쥐고 고개를 차이동동의 방향으로 돌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거실에 가서 친구들이랑 콘솔 게임 하고 놀아도 돼, 차이동동."

  차이동동이 대답하고 물었다. "그럼 너는?"

  루쥬는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나? 난 마저 읽어야 할 책이 있어. 좀 이따 널 부를게."

  차이동동은 사람들을 데리고 그의 방에서 나갔다.

  방에서 소란함이 갑자기 사라지자 에어컨 소리를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 루쥬는 서랍을 열고 장식을 집어넣었다.

  그는 잠시 의자에 조용히 앉아있다가 손을 뻗어 책을 꺼내어 눈앞에 펼쳐놓고 손을 내밀어 페이지에 있는 문자를 더듬었다.

  누군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

  그 사람의 목소리는 건조하고 더운 여름에 곧 쏟아질 것 같지만 아직 내리지 않는 폭우처럼 답답했다. "실례지만 들어가도 될까?"

  루쥬는 책을 덮고 목소리의 방향을 향해 몸을 돌렸다. "실례기는, 난 좋아."

  소녀는 키득키득 웃었다. 그녀는 루쥬에게 다가가 잠시동안 살피는 듯하다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너...... "  그녀가 말했다. "정말 보이지 않아?"

  루쥬는 고개를 기울이고 웃었다. "맞아."

  여학생은 마치 유감이라는 듯 아 소리를 내며 약간의 동정심을 띤 목소리로 물었다. "태어날 때부터 보이지 않는 거야?" 여학생이 말했다. "이 세상을 본 적이 없어서 얼마나 아쉬울까."

  루쥬는 조용하고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아니, 10살 이전에는 눈이 괜찮았어." 그는 웃었다. "적어도 이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본 적이 있으니 아쉽진 않은 셈이지."

  잠시 침묵한 여학생은 마치 자신이 말한 것이 조금 나빴다는 것을 느낀듯 어물거리다 말했다. "미안해."

  루쥬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입을 삐죽이며 애교 섞인 불평을 했다. "왜 그래, 네 잘못도 아닌데." 그는 웃었다. "사실 나는 볼 수 있어." 여학생이 작게 경탄하는 중에 그는 계속 말했다. "나는 귀로 보고, 몸으로 느낄 수 있어." 루쥬는 손을 뻗어 여학생의 옷자락을 만졌다. 그는 아주 조심스럽게 받쳐들다 소녀의 팔이 만져지자 웃음을 지었다. "봐, 이건 네 손이야." 말을 한 그는 천진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내가 널 만져봐도 될까?"

  여학생은 몇 번 아 소리를 내더니 아마 조금 당황해서인지 손을 뒤집어 직접 그의 손을 잡았다.

  루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여학생은 응응 소리를 내더니 아마도 어떻게 대꾸해야 할지 알지 못하는 듯하여 루쥬는 곧 제 맘대로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내가 차이동동에게 너희들을 데리고 놀러오라고 했어." 그는 말했다. "나는 학교에 다닐 수 없어서, 친구가 별로 없잖아." 그는 웃었다. "그래서 그에게 학교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나와 놀아달라고 했지."

  여학생은 멈칫거렸다. "너랑 차이동동은 어릴 적부터 아는 사이야?"

  루쥬는 웃었다. "그렇진 않아." 그는 말했다. "8, 9살 때쯤 그를 알게 됐어." 그는 마치 무언가 흥미로운 생각이 떠오른 듯했다. "차이동동은 어렸을 때 골목대장이었어." 그는 물었다. "그는 학교에서도 인기가 많지?"

  여학생은 키득키득 소리내 웃었다. 무슨 재미있는 일이 생각났는지 루쥬가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바닥을 쥐고나서야 반응했다. 그녀의 눈에는 즐거운 빛이 반짝였고 소녀의 마음은 온 세상이 알아볼 수 있었다. "피, 우리 반 여자애들이 얼마나 그를 짜증스러워 하는데, 매일 그를 때리고 싶어하는 걸."

  루쥬는 천천히 오 소리를 내고는 잠시 멈추었다가 말했다. "너무 즐겁겠다. 너희들은 새로운 친구도 사귈 수 있고, 또......" 그는 잠시 멈췄다가 갑자기 웃었다. "또 연애도 할 수 있고."

  여학생은 에 소리를 내며 루쥬의 손 안에서 손을 빼내었다.

  루쥬는 천진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나도 정말 그러고 싶어."

 

  여학생의 얼굴이 확 붉어지더니 소리를 반쯤 참았다. "뭐야, 곧 고3인데 공부가 더 중요하잖아."

  루쥬는 눈을 구부리며 웃었다. "고등학교 때 연애하지 않으면 큰 손해 아니야?" 그는 말했다. "이런 좋아하는 마음은 분명 겉으로 표현하고 싶을 것 같아."

  여학생이 말했다. "이상해, 누가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 거야, 어쨌든 나는 내 공부가 더 중요해!"

  루쥬는 또 천천히 대답하고, 한참 후 고개를 옆으로 기울여 여학생 쪽을 향해 작게 물었다. "그럼 너 앞으로 차이동동이랑 자주 놀러와줄래?" 그는 조용히 간청했다. "나는 아주 조용해서 네 공부를 방해하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