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 제3장 소녀의 내음 (하)

2021. 2. 5. 10:12시식코너/《공생共生》你爸爸,2017

제3장 소녀의 내음 (하)

 

  보이지 않는 소년의 진지한 부탁을 누가 거절할 수 있을까?

  아무튼 덩원샤오는 아니었다. 그녀는 여름 방학이 시작되자 자주 루쥬의 집에 나타났다. 때로는 숙제를 가져와서 했고, 때로는 그저 루쥬의 방에 틀어박혀 그와 잡담을 나누기도 했다.

  처음에는 여전히 차이동동과 함께 왔는데, 여름방학이 대부분 지나가자 그녀는 이미 루쥬의 방에 들어가는 것에 완전히 익숙해져서, 루쥬와 잡담하거나 단지 방안에 함께 틀어박혀 있곤 했다.

   농구를 하고 땀을 줄줄 흘리던 어느 날, 차이동동은 자신이 루쥬를 데리고 바닷가에 바람을 쐬러 가기로 했던 것이 떠올라 농구공을 안은 채 온몸이 땀범벅이 되어 루쥬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의 움직임은 매우 거칠었고 소리도 매우 컸다. 그는 건물 아래에서부터 이미 루쥬의 이름을 소리쳐 불렀다. 약한 매미 울음 소리와 그의 목소리가 덥고 건조한 여름 공기 중에 넘실거렸다.

  그는 농구공을 던져두고 무턱대고 루쥬의 방 문을 밀어열었다.

 

  침대에 앉아 키스하던 두 사람의 몸이 홱 떨어졌다. 그는 소녀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보았다. 소녀는 벌떡 일어나 집에 일이 있어 먼저 가겠다고 외치며 황급히 방을 뛰쳐나갔다.

  그녀가 차이동동의 곁을 지나갈 때 한바탕 희미하게 바람이 불었다.

  차이동동은 아 소리를 내더니 참으로 뒤늦게서야 깨닫고 어쩔줄 몰라했다.

  루쥬는 고개를 기울여 그의 방향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어떡하지, 차이동동. 나 연애하는 것 같아."

  차이동동의 마음은 말도 안 되게 굳어버렸다. 방안에 있는 에어컨의 냉기에 그는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럼 잘 된거네, 축하해, 샤오쥬."

  8월 중순, 고3은 이미 보충수업을 시작했다. 차이동동은 자신이 좋아하는 농구를 포기해야 했다. 그의 어머니는 며칠에 한 번씩 집에서 닭고기탕을 끓여 고생하는 고3을 보양한다는 미명 하에 그에게 주었다.

  이를 먹은 사람은 살이 꽤 붙었고 원래 농구를 함께 하던 형제가 살펴보고는 한바탕 탄식을 토하기도 했다.

  날씨가 조금 쌀쌀해졌을 때 그는 교문 앞에서 루쥬를 보았다. 루쥬는 고요하게 교문 앞에 서 있었고, 그의 운전기사는 차를 그늘에 주차해놓고 있었다. 그는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샤오쥬......" 말이 끝까지 나오기도 전에 옆에서 익숙한 여자의 기쁜 목소리가 들렸다. "루쥬 너 어떻게 왔어?"

  그는 루쥬가 고개를 기울이고 눈을 구부리며 웃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 "내가 너 데리러 왔어."

  차이동동은 손을 뻗어 자신의 뒤통수를 긁적였다. 루쥬는 또 얼굴을 돌려 매우 행복한 모양으로 웃었다. "차이동동, 우리 같이 집에 갈래?"

  차이동동은 발걸음을 끌며 두 사람의 뒤를 따라 걸었다. 두 사람의 웃음 소리와 작은 이야기 소리가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며 자신의 귀 속으로 퍼졌고, 이미 떠난 여름의 잔열과 뒤섞여 가슴을 틀어막았다.

  석양이 두 사람의 그림자를 자신의 발 밑으로 끌어당겼다. 포니테일을 한 그림자가 손을 뻗어 옆의 그림자의 팔에 걸쳐놓았다. 두 그림자가 한데 달라붙어 마치 갑자기 한 몸이 된 것 같았다.

  차이동동은 마음 속으로부터 소리를 잘라내고, 고개를 돌려 큰 길을 건너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나뭇잎이 그의 뺨에 비치는 햇빛을 작은 조각으로 갈라내었다.

  그는 생각했다. 엿먹어, 전구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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