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거리 2화 [287km!]

2021. 4. 19. 08:55시식코너/《너의 거리你的距离》公子优, 2019

287km!

 

월요일 오전 9시 45분, 바이창이柏昌意는 제시간에 Robotik의 첫 수업을 마치고 라이프치히로 날아가 한 학술발표회에 참석했다.

학계 동료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 후, 그는 호텔 화원에서 멍위룽孟雨融을 기다렸다.

"헤이." 멍위룽이 그의 뒤에서 다가와 몸을 돌려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오랜만이야."

바이창이는 손을 들어 웨이터에게 Cuba Libre 두 잔을 주문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멍위룽은 그의 말을 끊고 웨이터에게 Cuba Libre 한 잔을 홍차로 바꿔달라고 했다.

그러자 바이창이도 Cuba Libre 대신 디카페인 커피로 변경했다.

웨이터가 떠나자 바이창이가 말했다. "입맛이 변했네."

멍위룽이 말했다. "임신에 알코올 음료는 적합하지 않지."

바이창이는 가느다란 금속 무테 안경을 사이에 두고 멍위룽의 스틸레토 힐을 힐끔 쳐다보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멍위룽이 말했다. "창이, 당신 입맛도 변했어."

바이창이가 말했다. "나는 줄곧 술이나 설탕이 든 음료를 좋아하지 않았어."

멍위룽은 조금 멍하다가 재빨리 웃으며 말했다. "네 스타일이네. 싫어하는 것도 평생 마실 수 있지."

바이창이가 말했다. "좋아하고 말고는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야."

"알아, 책임이 제일 중요한 거. 그렇지? 당신 여전히 고집이 세구나." 멍위룽은 무의식중에 약지의 새로운 결혼반지를 만지작거렸다. 이 위치는 일찍이 다른 반지가 차지하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바이창이가 산 포르노 잡지 속 남자의 사진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지금도 바이창이는 그녀의 완벽 한 남편이었을 것이다.

"남자 친구 생겼어?" 멍위룽이 물었다.

바이창이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는데, 이 표현에 좀 적응하지 못한 듯했다. 웨이터가 커피와 홍차를 내오자 그는 잔을 들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아니."

"그거 알아?" 멍위룽은 쟁반 위에 있는 작은 우유 주전자를 들어 신선한 우유가 홍차 위에 번지게 하였다. "그는 외모가 당신보다 못하고 머리도 당신보다 못하고 심지어 당신처럼 그렇게 자상하고 가정에 대한 책임감이 있지도 않아. 하지만 그와 함께 있으면 난 모든 것이 옳다고 느껴. 정말 이상해, 어떤 점이든 당신이 더 좋은데, 나는 늘 뭔가 부족하다 느꼈고, 어딘가 잘못된 기분이었어."

바이창이는 잠시 입꼬리를 구부렸지만 금방 다시 되돌리고 말했다. "당신이 좋다고 느끼면 된 거야."

"그럼 당신은?"

"내가 뭐?"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난 급하지 않아."

"만약 당신이 결혼 전에 남자를 더 좋아하는 것을 알았다면 나와 결혼할 수 있었을까?"

바이창이는 아무 말 없이, 침묵으로 예의를 지켰다.

멍위룽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찻잔을 들어 홍차를 한 모금 마셨다. 우유와 차가 입술에 묻었는데도 그녀는 자각하지 못했다.

바이창이는 상의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멍위룽은 손수건을 받아들었다. 검푸른 색 손수건에 하얀색으로 수놓아진 "Bai"를 보자 갑자기 눈물이 떨어졌다. 바이창이는 바로 이런 사람이다. 약속 시간에 먼저 도착하고,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며, 적절히 침묵을 지키지만, 그가 침묵과 동시에 당신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만든다. 그녀는 이런 생각이 들자 방울방울 떨어지던 눈물이 뒤이어 얼굴 가득 흘러내렸다.

"나——" 멍위룽은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끊임없이 손수건으로 눈을 닦아서 눈 밑이 빨개질 수밖에 없었다.

바이창이는 눈을 내리깔고 그녀의 다소 난처한 얼굴을 보지 않으며 이유도 묻지 않고, 단지 말했다. "호르몬 영향이야. 이해해."

"...... 아니야." 멍위룽은 고개를 흔들었다. 목소리를 낮추어 옆에 다른 중국인이 없는데도 아무도 못 듣게 하고싶어 무의식중에 말을 똑바로 하지 못했다. 듣기에 좋지 않은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는 바람을 피웠어...... 내가 임신한 후에 그는 바람을 피웠어."

바이창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약간 앞으로 기울여 멍위룽이 소리를 더 낮출 수 있게 했다.

멍위룽은 눈물을 흘리며 소리를 낮춰 전후 사정을 이야기했다.

정원에 바람이 불자 멍위룽은 재채기를 하고 코를 훌쩍였다. 바이창이는 수트 재킷을 벗어 그녀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멍위룽은 참지 못하고 옷을 걸쳐주는 손을 쥐고 고개를 돌려 바이창이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는 모든 것이 정상이고, 부족한 것도 없어...... 그런데, 그는 왜 안 될까, 왜 그는 당신 같을 수 없는 거지? 당신은 남자를 좋아한다는 걸 알아도 바람을 피우지 않을 수 있는데...... 왜 그는 안 돼?"

바이창이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말했다. "사람 따라 다른 거야. 그것 외에는 나도 별다른 장점은 없어."

"아니, 당신은 아니야...... 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이야. 정말로. 난——" 멍위룽은 겨우 눈물을 닦았다. "난 가야겠어. 더 있다간 무슨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할까 봐 걱정돼. 그럼 난 사람도 아니야."

바이창이는 그녀가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녀는 자칫하면 바이창이와 다시 합치고 싶다고 말할 것을 걱정했다.

멍위룽은 등나무 의자의 팔걸이를 짚고 일어났다. 바이창이는 그녀를 부축하며 가느다란 하이힐에도 발목을 접지르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손을 놓았다.

"데려다줄게." 바이창이가 말했다.

멍위룽는 붉은 눈으로 웃으며 차 열쇠를 바이창이에게 건네주었다. "이렇게 자상하다니까."

바이창이가 말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야."

차 안에서 멍위룽이 말했다. "남자 친구 좀 만들어."

이날 두 번째로 이 말을 들어서인지 바이창이는 더 이상 아까의 어색함이 없이 말했다. "적당한 사람이 있으면."

멍위룽이 말했다. "빨리 찾아. 나한테 기회를 주지 마."

바이창이는 운전을 하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빨간불이 켜져 차를 멈추고 나서야 말했다. "그래."

멍위룽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창이, 사람이 무언가를 고른 뒤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바이창이가 말했다. "그럴 거야."

그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멍위룽에게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멍위룽이 말했다. "그럼 당신은 후회한 적 있어?"

바이창이는 어려운듯 3초 동안 고심하는 모습을 보이고 말했다. "응, 그날 포르노 잡지를 산 걸 후회해. 사실 안에 있는 남자들도 별로였거든."

멍위룽은 울음을 그치고 웃었다. 그녀는 바이창이가 그녀를 즐겁게 하려는 것임을 알았다.

"빨리 남자 친구를 만들어." 그녀는 또 약지의 결혼반지를 만졌다. "지금은 SNS가 이렇게 발달해서 아주 쉬워."

"쉬운 거 알아." 또 빨간불이 켜지자 바이창이는 조금 답답해져서 손을 뻗어 넥타이를 느슨하게 당겼다.

멍위룽은 바이창이의 휴대전화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그는 바이창이가 휴대전화의 잠금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았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바이창이는 멍위룽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무엇을 하는지 신경쓰지 않고 운전에 전념했다. 먼저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준 뒤 택시회사에 전화해서 차를 불러 자신의 호텔로 돌아갔다.

호텔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그는 샤워를 하고 가운을 갈아입은 뒤 안경을 쓰고 읽지 않은 메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학교의 메일, 논문 저널의 메일, 학술지원기관의 메일, 학생의 메일......

요즘 학생들은 어떻게 병결 메일을 쓰는데도 문법 오류가 있는가?

바이창이는 첨부파일을 클릭하여 병결 확인서를 한번 훑어보았다. 감기, 어지러움은 가정의학과 의사들이 가장 좋아하는 병결 사유이다. 그는 학생의 이름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TING Shung은 오늘 아침에 유일하게 결석한 중국인 학생이었다.

바이창이 역시 학생이었다. 당연히 학생들이 어떤 수작을 가장 좋아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예의바르게 1교시 수업을 들어본 적이 없는 학생은 다음 수업을 이해할 능력이 없을 것이며, 따라서 내년 4월에 다시 수강하길 권하고 마지막으로 상대방의 쾌유를 바란다고 써서 회신했다.

메일을 다 처리하고 나서도 머리카락이 마르지 않아 바이창이는 머리를 말리고 잠을 청하려고 했다.

이때 휴대전화가 갑자기 흔들리더니 화면에 알림이 떠올랐다.

【Distance】 방금 9명이 당신에게 "좋아요"를 주었어요. 누구인지 빨리 확인해 보세요!

바이창이가 눈살을 찌푸리고 이 소식을 터치하니 화면이 Distance의 응용 화면으로 전환됐다.

이걸 언제 깔았지? 바이창이가 소프트웨어 구매 기록을 확인해보니 바로 오늘 다운로드해서 설치한 것이었다. 그는 또 몇 분을 연구하고 나서야 동성 교제 앱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개인 정보 인터페이스에 들어가자 이미 등록되어 있었고, 프로필 사진은 멍위룽이 조금 전 차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이름은 Cycle이었다. 왜 Cycle이지?

그는 예전을 떠올렸다. 멍위룽이 휴대전화를 들어 그에게 보여주었다. "창이, 봐봐. 내가 당신 이름을 너무 많이 눌러서, 이제 내가 cy만 치면 연관어에 자동으로 창이가 나와."

여기까지 생각한 바이창이가 휴대전화 키보드에 cy를 쳐봤더니, 평소 자신의 중국어 이름을 자주 입력하지 않아서인지 자동 연관어로 Cycle이 나왔다.

바이창이는 조금 웃겼다.

그는 오늘 차에서 멍위룽에게 사귀겠다고 약속했던 것이 생각나서 이 앱을 대충 살펴보다 빠른 매칭 화면을 발견했다.

사진 한 장, 한 장을 보던 그는 모두 기괴한 복장을 한 요괴들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소프트웨어를 탈퇴 하기로 결정했을 때, 매우 정상적인 사진 한 장이 보였다. 사진 속 사람은 얼굴이 또렷하지 않았는데, 심플한 흰 티셔츠에 청바지만 입고 있어 잘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앉아있는 모습이 조금 눈길을 끌었다.

청바지 밑에 드러난 발목의 굵기도 딱 좋았다.

바이창이는 이 사람의 프로필을 보러 갔다.

이름 : F****

속성 : 0.5

나이 : 24

신장 : 182cm

체중 : 70kg

감정상태 : 솔로

현재 거리 : 287km

24세,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은 것 같다.

바이창이는 "생각 없음"도, "좋아요"도 누르지 않고 바로 나가 머리를 말리고 잠을 청하려 했다.

그가 화면에서 나가려고 할 때, 젖은 머리끝에서 마침 물 한 방울이 떨어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톡 소리를 내며, 그 물방울은 마침 휴대전화 화면의 "특히 좋아요" 위치에 떨어졌다.

바이창이가 미처 다른 조작을 하기도 전에 Distance의 화면이 바뀌더니 두 개의 커다란 분홍색 단어와 함께 수많은 하트가 쏟아져나왔다——

Perfect Match

이어 화면에 한 줄의 글자가 또 튀어나왔다 : Cycle, 축하해요, Frost와 완벽한 커플이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