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2. 23:02ㆍ시식코너/《너의 거리你的距离》公子优, 2019
506m???
팅솽이 일어났을 때 주원쟈는 커피머신 옆에서 커피를 기다리고 있었다.
팅솽이 말했다.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웬일이야.".
"커피 마시고 잘 거야."
"밤새 게임했어?" 팅솽은 다가가서 주원쟈의 커피를 들고갔다. "마시지 말고 자."
주원쟈는 또한 잔을 받으며 말했다. "형은 또 수업 가?"
"또는 무슨? 난 매일 수업하러 가."
주원쟈는 수업에 관심이 없어 커피를 몇 모금 마시더니, 곁눈질하며 물었다. "C선생은 어때?"
"뭐가 어때."
"에이, 또 나한테 멍청한척한다. 얘기해보니 좀 어때? 사진 보냈어? 아니면 영상? 잘생겼어?"
"그렇게 빠르지 않아. 사람은 꽤 차분한 것 같아."
"사람이 그렇게 오래 살면서 차분하지 않을 수도 있어? 차분한건 소용없어, 형은 남자를 찾는 거지, 아빠를 찾는 게 아니잖아. 그는 뭐하는 사람이야?"
"안 물어봤어. 남의 사생활을 함부로 묻고 싶지 않아. 그만 얘기해, 난 메일 확인 좀 해야겠어. 넌 빨리 자."
메일함을 열 번 넘게 새로고침했지만 Prof.Bai는 여전히 답장하지 않았다. 팅솽은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갈 수밖에 없었다. 그가 어제 Cycle에게 말한 것처럼 직접 가서 사정해야겠다.
Cycle의 프로필이 정장 차림인 탓인지,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는 도중 정장을 입은 남자만 보면 속도를 늦추고 몇 번 더 보게 된다. 그들이 사는 곳 사이에는 4.8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아침 출근 시간대에는 길에서 만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몇 사람을 보더니 그는 또 그 프로필 사진이 차에서 찍힌 것이라는 게 떠올랐다. Cycle은 차를 몰고 출근할 가능성이 높으니, 길 가는 사람은 그만 쳐다보고 일찌감치 강의실에 가서 교수를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
Robotik의 수업시간은 8:15, S17 강의실이다.
팅솽이 S17에 도착한 7:45, 강의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8:02 송신이 와서 그의 옆에 앉아 물었다. "교수님이 회신하셨어?"
팅솽은 고개를 저었다.
송신은 마음속으로 팅솽을 향한 동정의 눈물을 흘렸다 : 이 친구가 실망이 크구나.
8:10 강의실이 다 찼는데 교수는 아직 오지 않았다. 팅솽은 긴장으로 수업하기 전에 교수에게 말을 제대로 못 할까 봐 옆에 있는 송신에게 말했다. "나 담배 좀 빌려줘, 나가서 피우고 와야겠어."
송신은 강의실에 있는 벽시계를 보고 말했다. "빨리 피워."
팅솽은 강의동 문 앞까지 내려와 쓰레기통 옆에 서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 피우면서 휴대전화로 시간을 보았다. 화면의 시간이 8:14로 바뀌었을 때 그는 다 피우지 못한 담배를 끄고, 재빨리 강의실로 돌아갔다.
강의실 문이 닫혀 있다.
팅솽이 문 손잡이를 잡고 문을 안쪽으로 밀자 저항감이 밀려왔다--
좋지 않다!
사람을 들이받았다.
팅솽은 재빨리 문을 조금 뒤로 당기고 독일어로 미안하다고 말했다.
사람과 부딪히고 난 후 그 몇 초는 마치 무한히 늘어난 것처럼, 팅솽은 먼저 부딪힌 사람의 뒷모습을 보았다. 아래에서 위로, 구두 뒤쪽, 정장 바지, 바짓단이 곧고, 정장 상의는 허리 양쪽이 뚜렷하게 들어가 있지 않아 여유가 있었고 넓은 어깨의 옅은 파란색의 셔츠 깃은 회색 정장 칼라 속에서 일부 뻗어 있었다. 목 윗부분과 뒤통수를 이어주는 부분의 머리카락은 가지런하게 다듬어져 있고 가장자리가 깔끔하다.
팅솽은 또한 이 사람의 뒷목에는 반짝이는 금속 체인이 걸려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뒷모습만 볼 때 그것이 목걸이인 줄 알았는데, 그가 몸을 돌릴 때 비로소 안경테 아래에 걸려있는 안경줄임을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은 무테안경을 쓰고 있었고 렌즈가 길다란 눈 앞을 막고 있었다. 안경 위로 두 눈썹이 곧게 양쪽 살쩍으로 반듯하게 펴져 있고 잡털이 없어 머리카락 만큼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안경테 아래 콧대가 오똑하다. 코 아래의 입술색은 조금 옅고 수염을 기르지 않았다. 턱선은 온화한 느낌을 준다.
동양적인 얼굴.
성숙하고, 금욕적이고, 사람을 끌어당긴다.
팅솽은 멍하니 상대를 바라보며 무의식적으로 중국어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강의실 안에서 호의적인 웃음 소리가 터졌다.
부딪힌 사람의 시선이 아래로 향하더니 팅솽을 보고 웃으며, 유머러스하게 독일어로 빈정거렸다. "나는 내가 영원히 강의실에 마지막으로 도착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안에서 또 한바탕 웃음소리가 났다.
팅솽은 얼른 고개를 숙이고 여러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향해 달려가 앉았고, 비로소 손에 땀이 난 것을 알았다.
송신은 낮은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설마 교수님인지 몰랐던 건 아니지?"
"그럴 리가 있어?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멍청하지" 팅솽은 아무 일도 없는 듯이 만년필을 꺼내 두어 번 돌리며 생각했다. 젠장, 그는 그 사람이 교수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멍청했다!
팅솽은 심호흡을 몇 번 하고 긴장된 마음을 가라앉힌 뒤 연단을 쳐다보았다.
교수는 수업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인사를 한 뒤 이미 강의 내용을 판서중이었다.
이 Prof.Bai를 실제로 만나기 전 팅솽의 상상 속에서 이 수업은 매우 지루할 것이며, 교수님은 엄숙하고 학생들과 아무런 교감도 없이 혼자 90분 동안 답답하게 강의를 마쳤고, 강의실에 있는 학생들은 모두 학점만을 위해 온 것이었다.
Prof.Bai가 수업시간 내내 사람을 크게 끌어당기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먼저, 그는 표준 독어를 구사하는데 말의 속도가 적당하고 중점을 강조한다. 다음으로, 그는 쓰면서 강의하는 교수에 속하는데 기본적으로 중점은 칠판에서 대부분 찾을 수 있고, 그림 기법이 완벽하다. 끝으로 그는 학생들의 반응을 주시하며 실례를 토론하고,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농담을 했다.
팅솽이 수업을 들을수록 이 교수님은 전혀 그렇게 변태 같지 않다...... 수업이 끝난 뒤 따라가서 잘 얘기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내 생각엔 이 수업, 전설처럼 그렇게 킬러도 아닌 것 같아. 난 절반은 알아들을 수 있어. 수업 후에 복습만 잘 하면 패스할 듯." 수업이 후반에 이르자, 팅솽이 목소리를 낮추어 송신에게 말했다.
송신이 말했다. "너는 그가 너에게 1더하기 1이 2라고 가르친 다음 2더하기 2가 몇인지를 가르쳐줄 거라고 생각해?"
"설마 4더하기 4를 가르치는 거야?"
"허허, 그는 너에게 1더하기 1은 2라고 가르친 다음 58467 곱하기 169324는 몇이냐를 가르칠ㄹ 거야."
팅솽 : ?
"내가 지난번에 필기를 다 못했다고 했잖아, 내가 판서도 다 못 베끼는 줄 알아? 이 수업의 판서는 곧 뼈대와 같아. 넌 뼈대를 파악해야 살을 이해할 수 있지. 하지만 교수는 뼈대를 시험에 내는 법이 없어."
"...... 그럼 바로 살을 이해하면 되지."
"그는 살도 시험에 내지 않아. 그는 머리카락을 시험치고, 손톱 사이사이를 시험치지. 네가 복습하지 않은 모든 것이 포함될거야."
바이창이가 이쪽을 힐끗 보자 송신은 입을 다물고 필기에 몰두했다.
팅솽은 또 긴장되기 시작했다.
9:40, 수업이 끝날 때까지 5분 남았다. 바이창이는손을 깨끗이 씻고 명부를 꺼내 출석을 부르기 시작했다.
강의실 안은 대부분 독일 학생이지만 다른 나라의 유학생도 적지 않다. 바이창이는 다른 교수들처럼 유학생의 이름을 잘 읽지 못하기 때문에 그는 유학생들의 모국어 발음에 따라 그 이름을 부르고 만약 확실하지 않은 것이 있으면 그 학생에게 다시 한번 읽어달라고 부탁한다.
팅솽은 교수가 모든 사람의 이름을 부른 뒤 수업을 끝낼 때까지 한참을 기다렸지만 교수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모두들 짐을 챙겨 속속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바이창이도 두 학생의 질문에 답한 뒤 책상 위에 있는 강의안을 챙겨들었다.
송신이 말했다. "너 어떻게 할 생각이야?"
팅솽은 연단에 있는 사람을 보며 말했다. "너 먼저 가."
송신은 동정의 말을 했다. "Viel Glück.①"
팅솽은 건성으로 "응" 소리를 냈다.
송신도 떠났다.
강의실 안에는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바이창이와 곧 형장에 오르길 앞둔 기분의 팅솽만 남았다. 바이창이가 강의실에서 나가는 것을 보고 팅솽은 가방을 뒤로 젖히고 큰 걸음으로 쫓아가며 외쳤다. "Professor."
바이창이는 걸음을 멈추고 강의실문 앞에서 팅솽을 기다린다.
"교수님...... 방금 출석 부르실 때 제...... 제 이름을 못 들은 것 같아서요."
"학생 이름이 뭐죠?"
"팅솽. Ting은 성이에요."
"OK. Ting, 월요일 오전 첫 수업에 참석하지 않았군요."
"네, 몸이 아파서, 메일을 보내드렸습니다."
바이창이는 안경 너머로 팅솽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제 답장 또한 받았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팅솽은 순식간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교수는 그에게 사정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
그러나 내년에 재수강을 하려면 졸업은 미뤄질 수밖에 없다. 팅솽의 해외 유학비용의 일부는 학부 때 저축한 것이고 일부는 독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은 것이다. 그는 유학생 비자를 받아 일주일에 최대 20시간까지 합법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는 그의 모든 지출을 부담할 수 없었다. 졸업 연기의 가장 큰 문제는 다음번 연장 서명 때 그의 은행 계좌에 유학 보증금이 모자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고, 그러면 그는 비자를 받지 못할 것이다.
불과 몇 초 사이에 팅솽은 생명등식을 도출해냈다--
재수강 = 강제송환
어떤 일이 있어도 재수강은 할 수 없다.
팅솽은 침을 삼키고 고개를 살짝 들어 바이창이의 얼굴을 쳐다보며 그다지 유창하지 못한 말을 했다. "교수님이 저에게 재수강을 시킨 이유는...... 첫 시간에 결석하면, 제가 이후로 수업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셨죠. 하지만 저는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교수님의 수업을 이해할 능력이 없다고는."
바이창이는 줄곧 팅솽을 내려다보며 인내심을 가지고 그의 말을 다 들은 다음에 말했다. "그렇다면 수업에 대해 이해한 걸 말해보세요." 말이 끝나자 그는 "시작"이라는 손짓을 했다.
"오늘...... 이 수업에서......" 팅솽의 머릿속이 갑자기 하얘졌다.
그가 생각한 사정은 말 그대로 인정을 구하는 것이지, 교수님에게 한참동안 빌어서 기말시험을 한 학기 앞당겨 구해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지금 그는 복습할 시간조차 없다.
바이창이는 1분 기다린 후에야 말했다. "Ting?"
"저는......" 팅솽은 더듬더듬 전공어를 몇 개 말했지만, 도저히 수업에 대한 이해가 떠오르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조급한 마음에 오늘 수업의 중점도 잊어버렸다. 머릿속에는관련 개념이 중영독 3개 언어로 마구 맴돌았다. 그는 한참을 몸부림쳤지만 마땅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팅솽은 고개를 떨구고 더 이상 바이창이의 눈을 마주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바이창이의 목소리가 위에서 들려왔다. "당신의 두 번째 메일에 대한 답변은 이미 다 나온 것 같군요."
발걸음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뒤이어 멀어졌다.
오직 팅솽만 제자리에 서 있었다.
이번에 그는 교수가 변태라고 탓하지 않았다. 그 자신이 무능한 것이다.
그는 한참을 서 있다가 커피 바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는 아직 아침을 먹지 않았다. 커피 바에 도착하자 붉고 하얀 소시지들, 포크 커틀릿, 칠면조 스테이크, 빵이 보이는데...... 그는 비로소 아무런 입맛도 없는 것을 깨닫고 커피 한 잔만 사들고 바깥의 풀밭에 앉아 햇볕을 쬤다.
량정쉬안과 헤어지는 것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자신의 무능함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마 가장 어려울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거나 외부로부터 부정당하고 지지받지 못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
갈수록 뜨거워지는 태양이 내리쬐어 현기증이 났다. 그러나 이런 어지럼증 속에서도 팅솽의 뇌는 교수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막연하게 떠올리는 것을 억누를 수 없었다. 사람의 머리는 이렇다. 답안지를 제출하고 시간이 지났는데도 머릿속에서는 포기하지 않고 이미 쓸모없는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바지 주머니가 갑자기 흔들리면서 팅솽의 사고가 중단되었다. 그가 휴대전화를 꺼내보니 메시지 알림 하나가 떠 있었다.
【Distance】 방금 7명이 당신에게 "좋아요"를 주었어요. 누구인지 빨리 확인해 보세요!
팅솽은 이 일곱 명이 누구인지 알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갑자기 Cycle이 떠올랐다. Cycle이 학교 다닐 때도 이런 일을 겪었을까? 아니면 그 혼자만 이런 폐물인가?
그는 Distance를 켜고 Cycle에게 음성메시지를 보냈다. "당신은 직장에 다니나요? 시간 없으면 답장 하지 않아도 돼요...... 나는 오늘...... 에이, 난 왜 이렇게 쓸모없을까, 사람 같은 말 몇 마디도 제대로 못하고...... 교수님이 기회를 주셨는데도......"
이 메시지가 전송된 후, 팅솽은 Cycle의 프로필 사진을 한참 쳐다보았는데, 갑자기 그와 Cycle의 현재 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506m.
506......
m!
그와 Cycle 사이의 거리는 이미 km 단위가 아니었다.
팅솽은 갑자기 섬뜩해졌다. 그는 벌떡 일어나 주변의 강의동, 실험실, 도서관, 식당, 광장, 녹지 등을 둘러보았다.
Cycle은 바로 그의 학교 안에 있다.
작가의 말 :
① Viel Glück, 행운을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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