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25. 11:50ㆍ시식코너/《해약解药》巫哲, 2018
제2장
청커는 디제잉하는 사람을 십 초 가까이 보다가 이를 악물고 다가갔다.
허리를 구부리고 돈을 주우려 할 때 뒤에서 누군가 외쳤다. "에이!"
청커는 돌아보지 않았다. 엔진 소리를 들은 그는 머리를 아래로 처박고 싶어 졌다.
집중해서 그런지 차가 와서 멈췄을 때까지도 주의하지 않았는데, 이 소리는 정말 그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이 목소리는 매우 자성이 있어 그는 듣고 방금 그 칼자국임을 알아차렸다.
"너 정말 백 위안 때문이야?" 칼자국은 목소리에 즐거움을 띠고 있었는데, 돌아보니 역시 그의 얼굴에 웃음이 걸려 있었다.
"주워, 빨리." 칼자국이 말했다. "조금 더 꾸물거렸다간 다른 사람이 주워갈 거야."
청커는 허리를 펴고 몸을 돌렸다. "그냥 더 필요한 사람을 위해 남겨두려고."
"응?" 칼자국은 차창에 기대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우러 가." 청커가 말했다. "괜히 헛걸음하지 않게."
칼자국은 웃기 시작하더니 담배를 꺼내 물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안에 또 지갑도 하나 있었는데, 네 거지?"
청커는 말이 없었다.
"널 넝마주이로 여기지 않아, " 칼자국은 가늘게 연기 한줄기를 내뿜었다. "얘기하는 사이에 주웠으면 벌써 끝났겠다."
"줘." 청커가 말했다.
"뭐?" 칼자국이 그를 쳐다보았다.
"라이터." 청커가 말했다.
칼자국은 어리둥절한 채 손에 들고 있던 라이터를 내밀었다. "돈을 태우는 건 불법이야. 게다가 그거 한 장 태워봤자 별 위엄도 없어."
청커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자연스럽게 라이터를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칼자국이 그의 주머니를 보고 있었다.
"고마워." 청커는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칼자국은 별말 없이 자신의 주머니를 잠시 더듬더니 또 카드 한 장을 내밀었다. "수난을 겪고 있지? 이 도련님아, 이건 내 명함이야. 필요하면 전화해."
청커는 가만히 서 있었다.
칼자국이 다시 말했다. "난 쟝위둬야. 삼형이라고 부르면 돼."
쟝위둬? 삼형?
청커는 여전히 가만히 서 있었다.
"아오, 너 이 사람 눈치가 없냐, 이거 삼형이야! 이 지역은 삼형의 지반이라고!" 운전하던 그 사람이 몸을 내밀어 그를 가리켰다. "삼형이 이렇게 말하는데 너 이 자식 무슨 도도한 척이야!"
지반?
청커는 조금 전에 그와 이 삼형이라는 분이 일대일로 싸우던 걸 떠올렸다. 사람을 때리면서 쓰레기통 위를 뒹구는 큰 형님의 지반?
이곳에 있는 칠칠사십구 개의 쓰레기통을 관장하는 것인가? 그중 한 개는 방금 전까지도 큰 형님이 직접 눌러서 찌그러뜨렸는데.
청커는 참지 못하고 이 쟝위둬라는 이름의 삼형을 진지하게 살펴보았다.
지금은 모자를 쓰지 않았는데 딱 봐도 20대 초반이고 보통의 잘생긴 남자일 뿐이다. 하지만, 얼굴에 어렴풋이 배어 있는 원인모를 살기에 조금 경계하게 되는데 아마도 그 칼자국이 더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가져가." 쟝위둬는 카드를 낀 손가락을 그를 향해 흔들었다. "모든 일에는 여지를 조금 남겨두는 게 좋아."
청커는 몇 초 머뭇거리다가 그의 수중으로부터 그 카드를 받아 들었다.
고개를 숙이고 보려고 할 때 쟝위둬는 차창을 닫았고 차는 떠나갔다.
청커는 카드를 보더니 고개를 번쩍 들어 차가 가는 방향을 한참 동안 노려보았다.
이 사람 정말 미친놈 아니야?
그는 참지 못하고 다시 고개를 숙여 손에 든 카드를 보았다.
그는 수많은 명함을 받아봤는데, 정교한 것, 자유분방한 것, 비즈니스 스타일, 엘리트 스타일, 의식의 흐름 스타일...... 담뱃갑 스타일은 생전 처음 받아보았다.
쟝위둬가 그에게 준 "명함"은 담뱃갑을 잘라낸 것, 아니, 정확히 말해 찢어낸 것으로 단단한 종이 한 장이다.
위에는 볼펜으로 세 글자가 적혀있다. 쟝위둬.
다음은 휴대전화 번호.
이 등급! 이 규격!
딱 봐도 더할 나위 없는 소매점 사장님의 외상 가격 기록 도구인데, 삼형이라고? 그의 지반이라고? 아마 칠칠사십구 개의 쓰레기통도 그의 어머니 지분이 20%는 될 것이다!
"삼형, " 천칭이 운전을 하며 고개를 돌려 쟝위둬의 얼굴을 보았다. "너 괜찮아? 물건을 빼앗지도 않고, 돌아가서 뭘 한 거야?"
"보러 간다고 했잖아." 쟝위둬가 말했다.
"...... 뭘 봐?" 천칭은 이해할 수 없어서 생각해 보더니 또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판단력을 연습하려는 거구나. 내가 이제 막 자세히 살펴보니 이 사람 확실히 넝마주이는 아니더라. 옷도 깔끔하고, 잘 생겼고......"
"길을 봐." 쟝위둬는 그의 말을 끊었다.
"넵." 천칭은 고개를 돌려 앞을 주시했는데, 쟝위둬가 그에게 주의를 주려고 할 때 그는 이미 빨간 신호등을 머리에 이고 지나간 뒤였다.
"내가 너한테 20위안을 줄테니까, " 쟝위둬가 미간을 찌푸렸다. "너 가서 머리 검사 좀 받지 않을래?"
"20위안으로 무슨 머리 검사를 받아." 천칭이 말했다.
"빨간불도 못 알아보는 네 이 머리 따위!" 쟝위둬는 손바닥으로 그의 뒤통수를 때렸다. "15위안이면 충분히 볼 수 있어!"
"시발!" 천칭은 목청을 높였다. "미처 못 봤어!"
쟝위둬는 또 그의 뒤통수를 한 대 쳤다. "내가 시발 너한테 아침 값 5위안 더 주는 거야!"
"괜찮아." 천칭은 잠시 생각했다. "차는 양귀신 거니까, 그한테 내라고 해. 그는 어쨌든 매일같이 법규를 위반해서 곧 신년 카드를 만들 테니 기억을 잘 못 할 거야."
쟝위둬는 한숨을 쉬었다.
"그냥 가?" 천칭이 물었다. "내가 너 데려다줄 테니까 그 김에 누나한테 들러서 몇 판 해."
"응." 쟝위둬가 대답했다.
"고양이는?" 천칭이 또 물었다. "이렇게 작은 건 맛도 없는데, 일단 키워야 되겠네."
"내가 시발 어떻게 너랑 같이 자랐을까?" 쟝위둬는 그를 쳐다보았다. "너한테 요절하라고 하지 않고?"
"우리 둘 완전 절친이잖아." 천칭은 웃기 시작했다. "그때 네가 날 강에서 건져 올리지 않았더라면 난 틀림없이 요절했을 거야."
쟝위둬는 말없이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방금 그 도련님, " 천칭이 말했다. "너 구해주고 싶은 거지, 나중에 이득 좀 보려고?"
쟝위둬는 여전히 말이 없다.
"맞잖아, 어차피 그 꼴 보니 누가 너 귀찮게 하려고 보낸 것도 아닌 것 같고." 천칭은 그의 대답도 필요 없이 저 알아서 분석했다. "그런데 넌 그의 이름도 안 물어보고, 지금 무슨 상황인지...... 아니면 내가 몇 사람 불러서 따라가라고 해?"
"너, 아니면 그냥 네가 직접 가서 그에게 알리지 그래." 쟝위둬는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천칭은 웃기 시작했다. "그래, 알아들었어. 그렇게 티 내면 안 되지."
청커는 자신이 생활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체면을 깎는 방식으로 말을 바꾸면 매우 폐물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신상에 일시적으로 백 위안짜리 지폐와 신분증 한 장만이 있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맥도날드에 멍하니 앉아있는 것 외에 그는 도저히 두번째 방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나쁘지 않은 게 맥도날드 안은 지금 사람이 많지 않았다. 짐을 가진 몇 명 여행객들과 삼삼오오 테이블 위에 엎드려 문제를 풀며 공부하는 학생은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아서 아주 편안하고 따뜻했다.
청커는 자신의 앞에 놓인 커피 한 잔을 바라보며 하품을 했다.
졸리다.
이전에 이미 두 번이나 세수를 했는데, 첫 번째는 쟝위둬에게 얼굴을 맞아서 생긴 한줄기 상처를 씻은 것이었고, 두 번째는 난방을 쬐다 현기증이 나서였다.
청커는 눈가를 만지작거렸다. 상처가 작지 않았다. 그는 아픈 것은 별로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릴 때 청이와 싸우다가 청이가 의자로 머리를 내리치는 바람에 몇 바늘 꿰맸지만, 그는 꾹 참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지금까지 그는 얼굴에 난 이 상처가 아프다고 느끼지 않았다.
이는 통증을 참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아마 그는 주먹에 맞아 안면이 마비됐을지도 모른다.
청커는 고개를 숙이고 커피를 향해 피식 웃고는 테이블에 엎드렸다.
어쩌면 무슨 다른 일, 얼굴에 난 이 보잘것없는 상처를 덮어버리는 다른 아픔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청커는 침실이 아닌 곳에서 이런 자세로 자려고 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잠들기까지 했다.
잠든 것뿐만 아니라 꿈도 꾸었다.
먼 기억 속 아버지의 그 "공경, 근신, 이것이 각恪 자의 의미"라는 말부터 시작해 파란색 볼펜으로 쓴 "쟝위둬"에 이르러 끝났다.
본래대로라면 긴 꿈일 텐데, 제목을 짓자면 《나의 작은 반생》이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하지만 중간에 적지 않은 줄거리가 과하게 반복되면서 의미 없는 장면들이 무자비하게 잘려나가 아주 짧은 몇 컷 만에 끝난 기분이 들었다.
청커는 눈을 떴을 때 감개를 금할 수 없었다. 자신의 20년 넘는 인생이 뜻밖에도 이렇게 시시할 줄이야 그는 생각도 못했다.
주변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식판을 들고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청커가 고개를 들었을 때는 순식간에 여러 개의 못마땅하다는 듯한 시선을 받았다.
그는 시간을 한 번 보았다. 이런 상황, 이런 환경, 이런 자세에서 뜻밖에도 오전 8시가 넘도록 잠을 잘 수 있다니, 이것을 일종의 이능력이라고 쳐도 될지 모르겠다.
그는 일어나서 테이블을 떠나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고 나왔지만 여전히 온 사람이 정신이 들지 않은 채 조금 흐리멍덩하고, 걸음걸이도 펄렁거려서 아직 그 무색무취의 꿈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듯한 착각이 들었다.
문을 나서도 방향이 잡히질 않자, 맞은편에 있는 조그만 슈퍼마켓에 들어가 가글액을 사서 다시 맥도날드로 돌아왔다.
사실 길가에서 아무렇게나 양치를 하면 되지만 그는 아직 자신을 노숙자와 조금 차별화하려고 했다.
다시 밖으로 나왔을 때는 정신이 제법 맑아져 있었다.
청커는 길가에 서 있다가 갑자기 또 어젯밤의 막막함이 느껴져 한참을 멍하게 있었다.
그는 가서 은행카드를 재발급받아 돈을 찾고, 휴대전화를 사서 번호를 재발급받으려 했는데..... 사실 그는 은행 카드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잘 몰랐다. 어차피 쓸 때는 항상 돈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확실히 무슨 큰 지출은 없어서, 밥을 먹고 옷이나 몇 벌 사는 정도였다.
청커는 갑자기 조금 자신이 없어졌다. 만일 그 안에 든 게 딱 밥 먹고 옷 몇 벌 살 수 있는 만큼이라면?
아니아니아니, 그럴 리 없다. 그는 비록 폐물이고, 온 가족의 눈에 그는 심지어 청이의 새끼손톱만도 못하게 여겨졌지만, 그는 수입이 있었다.
얼마 안 되지만......
청커는 길목 쪽으로 돌아서 아무 은행이나 찾아가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려 했다.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마주 오는 사람과 어깨가 심하게 부딪혔다.
"너 시발 눈이 멀었지!" 그 사람은 욕을 했다.
청커의 "미안합니다"라는 한마디가 그의 귀를 향해 들려오는 이 구절에 목구멍에 걸렸다.
그는 아무 소리 없이 그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고 곧장 앞으로 걸어갔다.
어제 이전이었다면, 이 한마디 말을 이 사람은 끝까지 할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그는 지금 전혀 감정이 일지 않았다. 싸우고 싶지도, 겁을 먹지도 않았다. 그는 단지 먼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고 싶다. 돈을 찾고, 휴대전화를 사고. 그가 현재 가장 절실한 것은......
오른쪽 어깨에 누군가 뒤쪽에서 심하게 부딪혀 왔다.
휴대전화이다.
청커는 앞으로 두세 걸음 비틀거리다가 멈췄다.
뒤를 돌아보니 네 명이 서 있는 것이 보인다.
아마 술이 아직 덜 깬 듯, 이렇게 멀리서도 술집 뒷문 쓰레기통 같은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청커는 어깨를 툭툭 털고 몸을 옆으로 돌려 떠나려는 자세를 취했다.
그 몇 사람은 과연 그의 예상대로 덤벼들었고, 그는 자세를 거두고 오른손을 돌려 맨 앞사람 얼굴에 주먹을 휘둘렀다. 그는 옆으로 몇 걸음 비틀 거리 고나서야 비로소 똑바로 섰다.
아주 건장한 사람이라 때리기가 무거워 청커는 주먹 한 방에 손목이 시큰거릴 정도로 아팠다.
그는 성가신 일을 만드는 걸 좋아하지 않았는데, 평소 그런 "장래성 없는 술친구" 무리 활동 중에는 진짜 무슨 성가신 일이 생겨도 그 혼자 마주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요 며칠 어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다. 번잡하고 재수 없는 일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녀서 몸만 돌리면 가시를 밟았다.
그가 주먹을 휘두른 것은 기본적으로 화풀이였다.
어제 쟝위둬와 한바탕 지렁이처럼 구르며 육탄전을 할 때 그는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얼굴이며 몸에 여러 군데 상처를 입었는데, 지금 이 주먹은 실로 통쾌한 한 방인 셈이다.
그러나 이런 충동적인 화풀이의 결과는 결국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 상대방 네 명중 세 명이 주머니에 손을 넣어 뒤지기 시작했는데, 꺼낸 것이 무엇이든 그는 확실히 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
청커는 이 0.1초의 시간에 과감하게 손을 털었다.
그는 몸을 돌려 바로 길목 쪽으로 달려갔다.
지금은 출근하는 사람이 꽤 많아서 몇 걸음 안 가서 달리는 길에 제동이 걸려 그는 방향을 바꾸어 사람이 조금 적은 곳으로 뛰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도망가는 것은 그의 장기가 아니었고, 뒤에 있는 몇 사람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한참을 미친 듯이 달린 후 청커는 매우 답답해졌다. 술이 덜 깬 몇 사람이라 과소평가했더니 사소한 일에 이렇게 끝까지 쫓아온다.
그들은 이 동네 지형을 잘 아는 것으로 보였다. 청커가 세 개의 모퉁이를 돌아 작은 샛길로 뛰쳐나갔을 때 뜻밖에도 앞에서 두 명이 포위해오고 있었다.
"시발?" 청커는 숨이 턱까지 차올라 뒤를 돌아보았다. 이 네 명이 어느새 둘로 나뉘었는지 알 수 없었다.
청커는 자신이 사실 유난히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이고 어떤 사소한 좌절에도 한순간에 맥이 빠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 이 상황에도 그의 머릿속에는 곧 도망가지 않고 싶었고, 그들에게 맞지 않을 방법이 도저히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눈가에 3미터 앞에 있는 아파트 두 동 사이에 있는 통로가 스쳐갔다.
마지막으로 한 번 도망치는 것을 포기하지 말자.
청커는 이를 악물고 통로로 뛰어들어갔다.
통로 쪽은 여전히 두 채의 건물이 있었고, 또 같은 모양의 통로가 있어서 그는 계속 앞을 향해 달렸다.
다시 뛰어 나갔을 땐 멍해졌다.
이곳은 몇 채의 아파트 뒤편에 있는 개방형 골목의 작은 정원으로 평소 아주 평범한 장소이다. 낮에는 어슬렁거리며 산책을 하고 밤에는 광장무를 추는 그런 평범한 장소.
하지만 지금은 평범하지 않다.
그와 바로 마주한 화단 가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앉거나 서 있었는데 한눈에 적어도 스무 명은 넘어 보였고, 가운데 담배를 물고 앉아 있는 것은 쟝위둬였다.
그가 이번에 뛰어나오자 무리는 전부 고개를 돌려 일제히 그를 응시했다. 그는 거의 그 눈빛들이 한 목소리로 외쳐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들은 빌어먹을 좋은 사람이 아니야.
유일하게 다른 것은 쟝위둬, 그는 표정이나 눈빛이나 모두 담담했다. 청커는 처음부터 그가 입가에 웃음을 띤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어색한 대치 속에 뒤에 있던 추격병이 달려왔다.
맨 앞에 달리던 그분은 나오자마자 앞으로 몸을 날렸는데 청커가 피하는 바람에 이 사람은 허탕을 쳤다.
가만히 앉아 있던 쟝위둬가 이때 드디어 팔을 들어 올려 기지개를 켰다.
그의 주변에 있던 한 무리의 사람들은 마치 호령을 받은 것처럼 펄쩍 뛰어 전부 돌진해왔다.
청커는 순간 자신의 전후좌우상하 모두가 사람인 것처럼 느꼈다. 심지어 어느 방향에서 오는지도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느낌은 금방 사라지고 그 네 명과 그 무리들은 불과 몇 초 사이에 모두 사라졌다.
현장에는 그와 쟝위둬만이 남았다.
"이렇게 공교로울 수가." 쟝위둬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꺼내 들고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청커는 쟝위둬가 밤에 비해 낮에 더 보기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얼굴에 이런 종류의 자상한 미소는 정말이지 어울리지 않았다.
그는 목을 가다듬고 고개를 돌려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멀리서 누군가 욕하는 소리가 들렸다. 맞붙은 건지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은......" 청커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가리켰다.
"이 까탈스러운 놈, " 쟝위둬가 말했다. "어쩌다 그들을 건드렸어? 또 쓰레기통 뒤지다가 싸운 거냐?"
청커는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없었으면, " 쟝위둬는 담배꽁초를 바닥에 눌러 껐다. "오늘 너는 여길 못 벗어났을 거야."
"...... 고맙다." 청커는 머뭇거리며 감사의 말을 했다. 비록 방금 뛰쳐나간 사람들이 쟝위둬의 명령을 받아 그를 구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사적인 원한이 있었는지 판단할 수는 없었지만.
"귀찮은 일이 생기면 날 찾아도 된다고 말하지 않았어?" 쟝위둬가 말했다.
"오." 청커는 무의식적으로 주머니를 만졌지만 쟝위둬가 준 담뱃갑은 주머니 속에 없었다.
"명함 잃어버렸어?" 쟝위둬가 물었다.
"...... 너 그 장난감을 뭐라고 부른 거야?" 청커는 참지 못하고 되물었다.
"괜찮아, " 쟝위둬는 엉덩이 아래에서 납작하게 눌린 담뱃갑 한 장을 꺼냈다. "다시 한 장 줄게."
"필요 없어." 청커는 얼른 손사래를 쳤다. "진짜야, 됐어. 고마워."
쟝위둬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고, 얼굴 표정이 조금 예측하기 어렵게 변했다.
"고마워." 청커는 두 걸음 물러나 큰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사람은 왜 낯선 사람에게 담뱃갑을 뜯어주는 것에 열심인지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다. 그는 단지 쟝위둬가 줄곧 입가에 걸고 있던 웃음이 그가 명함 받기를 거부하자 사라졌다는 것만 알았다.
정말로 쓰레기통을 관장하든지를 막론하고, 이 사람은 기지개를 켜면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달려들게 만드는 큰 형님이다. 관건은 그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여전히 남아 있기에 청커는 더 이상 말썽을 일으키지 않고 싶었다.
돈을 찾고, 휴대전화를 사자.
그는 자신이 이 두 가지 일에 대해 이렇게 목을 매게 될 줄은 몰랐다.
"사람 불러서 저 녀석 따라가게 해." 쟝위둬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막 달려온 천칭에게 말했다.
"어느 녀석?" 천칭이 물었다.
"네 아빠." 쟝위둬는 눈살을 찌푸렸다.
"알았어, 예거, " 천칭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쫓아갈게, 진정해." 1
쟝위둬가 아무 말이 없자 천칭은 자신 있게 몸을 돌려 팔을 내저으며 가버렸다.
"오른쪽." 쟝위둬는 한숨을 쉬었다.
"응?" 천칭이 그를 돌아보았다.
"그 자식 오른쪽으로 갔다고!" 쟝위둬는 고함을 치며 그를 가리켰다. "3초 줄게. 3초가 지나면 내가 널 시발 입에 게거품을 물도록 패줄 거야."
"마침 내 차가 저기 서 있네......" 천칭은 곧바로 오른쪽으로 미친 듯이 내뺐다.
쟝위둬는 화단가에 앉아 담배를 다 피운 뒤 일어나서 정원을 떠났다.
매일 아침 무엇을 먹느냐, 이는 매우 고민스러운 일이다. 쟝위둬는 길모퉁이에 있는 청복주점의 아침 식사를 매우 좋아하지만 시간이 이미 지났을 뿐만 아니라 이미 보름 동안이나 연달아 먹어서 정말이지 먹을 만한 것이 없었다.
"삼형!" 누군가 뒤에서 그를 불렀다.
쟝위둬는 주머니에 넣어둔 손으로 무의식적으로 칼을 먼저 쥐고 나서야 고개를 돌렸다.
"아침 먹었어?" 말라깽이라고 불리는 녀석이 달려왔는데, 상당히 팔랑거려서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면 제자리걸음으로도 달리는 효과를 낼 수 있었다. "같이 먹을까?"
"더우쟝이랑 유탸오?" 쟝위둬가 불쾌하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어찌 그러겠어, 적어도 소고기 조림이지." 말라깽이가 말했다. "삼형에게 아침을 사주는 데 어찌 고기를 빠뜨리랴!"
쟝위둬는 말라깽이를 따라 옆에 새로 연 아침 식당에 들어가 말라깽이가 골라온 한 무더기의 먹을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너 시발 또 누굴 따라 밤 거리에 나간 거야?"
"아니야!" 말라깽이는 다급했다. "난 네 말을 듣고 PC방 직원으로 일했잖아! 어제 월급 받았어! 이렇게 곧바로 널 찾아왔더니만......"
"알았어." 쟝위둬는 젓가락을 들었다. "그만 가져와, 너 한 달 월급 전부 여기 들어갔지?"
"그럴 리가." 말라깽이는 기분 좋게 주머니를 두드렸다. "아직 있어."
두 모금도 빨기 전에 쟝위둬의 휴대전화가 울렸는데 천칭이 걸어온 것이다.
"아침 먹으러 와." 쟝위둬가 전화를 받았다.
"예거가 은행에 들어갔어, " 천칭이 말했다. "로비 매니저랑 한참을 얘기했는데, 목돈 뽑으려는 거 아니겠어? 몇 명 불러서 그가 나오길 기다렸다가....."
"넌 지금 만두 몇 개부터 사와." 쟝위둬가 말했다.
"아?" 천칭은 어리둥절해했다.
"맨날 아침을 안 먹으니까 지능이 떨어지지." 쟝위둬는 전화를 끊었다.
이 곤란에 빠진 도련님은 확실히 문제가 좀 있다. 어제 전쟁터에서 그는 이미 이 도련님의 몸에 있는 모든 주머니를 만져보았는데, 담배 반 갑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백 위안을 주워도 백 위안과 담배 반 갑이 다인데 이렇게 은행을 갔다고?
쟝위둬는 눈썹을 찡그렸다. 매우 문제가 있다.
- 본래 积家(예거 르쿨트르)라고 부르는 건데 너무 길어서 예거로 표기하겠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