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약 제3장

2021. 6. 25. 11:52시식코너/《해약解药》巫哲, 2018

제3장

 

아침을 먹고 쟝위둬는 큰돈을 번 척하는 말라깽이더러 다 먹지 못한 음식을 포장해가라고 강요했다.

"먹을 걸 이렇게 잔뜩 들라니......" 말라깽이는 내키지 않았다. "난 아직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싶은데, 아니면 삼형......"

"난 싫어, 나 다이어트 해." 쟝위둬는 손을 내저었다. "밥 필요한 애들 있잖아, 길고양이니, 개니, 쥐니, 만나는 놈한테 줘."

"그래." 말라깽이는 한숨을 쉬었다. "그럼 나 간다, 삼형."

"빨리 꺼져." 쟝위둬가 말했다.

말라깽이가 물건을 들고 떠나니 쟝위둬는 방금 사람들과 싸운 건달 꼬맹이들이 어떤 상황인지 보러 가려고 했다. 몇 걸음 떼자마자 휴대전화가 또 울렸다.

천칭은 아주 좋은 사람이다. 머리는 아무래도 잘 안 돌았지만 그래도 지하 세계 제패의 위대한 꿈을 품고 있었다. 쟝위둬가 휴대전화를 꺼냈다. 가끔은 유난히 그를 한 대 때리고 싶은데, 직접 때려서 바보로 만들어버리면 많은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그를 따라가, 이따 내가 전화할게." 쟝위둬는 전화를 받고 한마디 했다.

"...... 라오산老三, 너 좀 하는데."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건 천칭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이제 나한테 심부름을 막 시키네?"

쟝위둬가 휴대전화를 눈앞에 들고 보니 발신자는 장다치张大齐였다.

 

"무슨 일이야?" 그가 물었다.

"모르는 척하지 마, 무슨 일인지 너 스스로 몰라?" 장다치는 몹시 불쾌한 듯 찢어진 목소리를 냈다.

"나 기억상실이야." 쟝위둬가 말했다.

"내가 라오산 너한테 말해주지!" 장다치가 한차례 고함을 쳤다. "빌어먹을 네 졸개들 잘 좀 단속해, 온종일 나한테 와서 귀찮게 굴지 말고! 내가 네 체면을 세워주려니까 너는 정말로 자신이 무슨 물건이라도 되는 것 같나 보지!"

"몇 번을 말해, " 쟝위둬는 조금 성가셨다. "네 체면이나 챙기고, 내 체면은 챙겨줄 필요 없다고. 난 그렇게 많은 체면도 필요 없어."

"니X시발......" 장다치는 한바탕 욕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다치 아재, 네 그 술집은 어찌 됐든 장사도 잘 되는데, " 쟝위둬는 그가 곧 시작할 욕설 연설을 차단했다. "삼천 위안 돈을 아직도 몇 달이나 안 갚고 있으면서 여기서 나한테 이렇게 고함치는 게 부끄럽지도 않아?"

"너랑 상관없어! 네가 걔 애비야, 애미야! 너는 시발 복지원이라도 열었냐?" 장다치가 말했다. "말해두는데, 너희 사람들 내일 다시 나한테 와서 앉아 있으면 내가 하나하나 다 패서 돌려보낼 줄 알아!"

"그래, 내가 걔들 내일은 가지 말라고 할게." 쟝위둬는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였다. "내일은 나 혼자 갈게."

장다치가 다시 말을 하기 전에 그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신분증을 갖고 계좌 개설 은행에 가셔서 분실 신고 후 재발급받으셔야 해요." 로비 매니저가 미소를 띠며 말했다.

"개설 은행?" 청커는 5초 동안 열심히 생각했다. "어느 은행에서 개설했는지 모르겠는데......"

"카드 번호로 찾으실 수 있어요." 로비 매니저가 말했다.

"카드번호를 몰라요." 청커는 매우 우울했다. "제 신분증으로 번호를 알아낼 순 없어요?"

"불가능합니다." 로비매니저가 말했다. "하지만 저희 은행에선 안 돼도 자주 가시던 은행에서는 시도해보실 수 있을 거예요."

청커는 입을 벌린 채 뭐라고 더 말하고 싶었지만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결국 "고맙습니다" 한마디만 하고 몸을 돌려 은행을 나왔다.

"혹시 모바일 뱅킹 사용 중이시면 접속하셔서......" 로비 매니저는 그의 뒤에서 말했다.

난 시발 휴대전화가 없어요. 휴대전화가 있어도 모바일 뱅킹이 없어.

청커는 은행 입구의 한 나무 밑에 섰다. 그는 아주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하려니 뜻밖에도 시작부터 진행이 안 된다.

그는 휴대전화 하나가 필요하다. 누굴 찾든, 어딜 가든 그는 최소한 머물 곳이 있어야 다시 신분증을 갖고 집 근처 은행을 한 바퀴 돌며 도대체 시발 어디에서 개설했는지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 택시 탈 돈도 모자라다.

그는 주머니를 뒤져 담뱃갑과 라이터를 꺼냈다. 담배를 집어 들 때 단단한 담뱃갑 종이가 바닥에 떨어졌다.

주워서 보니 볼펜으로 글씨가 적혀 있었다.

쟝위둬.

 

일이 있으면 삼형을 찾아.

청커는 담배 종이 위의 그 전화번호를 노려보았다.

한참을 쳐다보다가 자기가 이 번호를 다 외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나서야 그는 머리를 들어 사방을 둘러보았다.

이 시대 사람들은 아직도 공중전화가 무슨 장난감인지 아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휴대전화가 없는 상황에 청커는 이 번호를 가지고도 뭘 할 수 있을지 알지 못했다.

시선을 거두었을 때 그에게서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나무 옆에 한 사람의 그림자가 흔들렸다.

청커는 한눈에 깜짝 놀랐다. 그와 눈이 마주친 상대는 조금 난처한 사람으로, 바로 어젯밤에 쟝위둬를 도와 고양이를 찾아준 그 운전기사였기 때문이다.

"너!" 청커는 서둘러 그 사람에게 손가락질했다.

그 사람은 빠르게 얼굴을 바꾸더니 진·행인의 표정으로 그의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려 뒤를 쳐다보았다.

"거기 너 말이야." 청커는 그를 향해 다가갔다. "너 쟝위둬의 운전기 사지?"

"호법." 그 사람은 즉시 그의 말을 바로잡았다.

"...... 오, 좌호법이야 우호법이야?" 청커가 물었다.

"총, 총호법." 그 사람은 자신을 가리켰다. "상하좌우 전부 나야."

"아, " 청커는 그를 바라보았다. 이 미친놈의 풍격은 확실히 쟝위둬 계통의 사람이었다. "휴대전화 있어? 나 좀 빌려줘."

"있어." 총호법은 매우 우호적으로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누구한테 전화해?"

"전화 안 해, " 청커는 휴대전화를 받아들었다. "빌려서 위챗 좀 쓸게. 친구한테 연락하려고."

"오, " 총호법이 반응했다. "나 휴대전화 데이터가 없어."

"뭐?" 청커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아니면 내가 널 삼형에게 데려다줄게, 그의 전화는 데이터가 있어." 총호법은 손을 흔들었다. "가자."

"어디 가?" 청커는 경계심을 가졌다.

"삼형 찾으러, " 총호법이 말했다. "그의 집은 바로 이 빌딩 뒤에 있어. 지금쯤 분명 아래층에서 어슬렁대고 있을 걸."

"됐어." 청커는 현재 있는 곳이 아닌 다른 어떤 거리로 들어가길 거부했다. 그가 휴대전화의 다이얼을 눌러보니 총호법이 5분 전에 막 삼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내가 그에게 전화할게."

 

"또 뭐야?" 저쪽에서 쟝위둬가 전화를 받았다.

"안녕, " 청커가 말했다. "쟝위둬야?"

"누구." 쟝위둬의 목소리가 확 식었다.

"난 청커야." 청커는 갑자기 어색해졌다. "이제 막......"

"난 그래, 빌어먹을 운전기사야, " 쟝위둬는 그의 말을 끊었다. "천칭은!"

청커는 미간을 찌푸리며 대화가 조금 이어지지 않자 결국 휴대전화를 총호법에게 건넸다. "그가 천칭을 찾아."

"그게 나야." 총호법은 고개를 끄덕이고 휴대전화를 받았다. "삼형, 나 여기 있어, 방금 말한 건 그 예거야."

청커는 어리둥절해져서 그를 바라보았다.

 

"너......" 쟝위둬는 이를 갈았다. 천칭이 만약 그의 곁에 있었다면 이때 분명히 그를 걷어찼을 것이다. 그는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뱉으며 자신의 말투가 최대한 차분해지도록 했다. "그의 면전에서 그를 예거라고 부르지 마."

"그럼 난 그를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어." 천칭이 작게 말했다.

"그가 이제 막 그의 이름이 빌어먹을 승객[각주:1]이라고 했잖아!" 쟝위둬는 참다못해 고함을 쳤다. "전화 그에게 넘겨!"

"여보세요." 저쪽에서 또 승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성이 청이지?" 쟝위둬가 물었다.

"응, 청커, 각수[각주:2]의 커." 청커가 대답했다.

"나한테 무슨 볼일 있어?" 쟝위둬가 또 물었다.

"나는...... 네 휴대전화 좀 빌리고 싶어." 청커가 조금 힘겹게 말했다. "네 총호법이 자기 전화엔 데이터가 없대서."

쟝위둬는 아무 말이 없었다.

휴대전화를 빌려?

이게 무슨 지능 떨어지는 핑계야?

이 사람은 분명 문제가 있다.

쟝위둬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내가 갈게, 네가 천칭더러 널 길목까지 데려다 달라고 해."

"너 이 은행 입구로 올 수 있을까?" 청커가 물었다.

"아니." 쟝위둬는 전화를 끊었다.

 

청커는 천칭의 뒤를 따라 옆 길목으로 걸어가다가 문득 영문을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고, 길목에 섰을 땐 생각하면 할수록 찜찜했다.

그는 단지 휴대전화를 찾아 친구 몇 명에게 아무렇게나 연락하고 싶었을 뿐인데, 어째서 지금 무슨 가짜 증명을 만드는 것처럼 됐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쟝위둬가 두 사람을 데리고 옆 골목에서 빠져나왔을 때 청커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발길을 돌렸지만, 이미 늦어 있었다. 

천칭이 바싹 다가와 그의 앞을 가로막았고 그가 천칭을 밀치기도 전에 뒤에서 쟝위둬가 데려온 두 사람이 이미 좌우로 포위하고 있었다.

이런 장면에서 청커는 긴장조차 하지 못하고 온몸에 충격과 어이없음 뿐이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쟝위둬를 보았다. "무슨 의미야?" 

"따라와." 쟝위둬는 그를 바라보았다. "도망가면 내가 길거리에서 널 찔러버릴 거야"

"그럼 찔러." 청커가 말했다.

쟝위둬의 손이 주머니에서 빠져나왔다. 청커가 그의 손에 들린 비수를 똑똑히 보았을 때, 이 비수는 이미 그의 허리 오른쪽 옷을 타고 들어가 있었다.

칼끝이 그의 외투를 꿰뚫고 안에 있는 티셔츠를 뚫더니 칼날이 그의 허리를 그었다.

쟝위둬가 비수를 뽑아냈을 때 청커는 옆구리에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다.

어제 싸울 때는 이 사람이 왼손잡이인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청커는 어릴 때부터 어른이 된 후까지 이런 일을 당한 적이 없었다. 친구들과 놀러 다니며 술을 많이 마시고 난동을 부리는 것은 모두 목표 없이 사람들을 마구 때리는 패거리일 뿐, 그는 두렵지 않았지만 직접 부딪히는 일은 드물었다.

오늘 이렇게 얼굴을 마주한 데다 한칼에 옷이 뚫리자 그는 갑자기 모든 것이 현실성 없게 느껴졌다.

이 칼이 만약 쟝위둬가 빗나간 것이 아니라면 이 사람은 칼을 다루는 데 상당히 능숙한 것일텐데, 쟝위둬의 눈빛을 보니 청커는 후자쪽으로 맘이 기울었다.

"가자." 쟝위둬가 말했다. "나한테 깝죽거리지만 않으면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청커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여 자신의 외투에 난 구멍을 힐끗 보고는 쟝위둬를 따라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골목은 매우 짧아 몇 걸음도 가지 않아 끝에 도착했다. 그곳은 주거 단지였다. 몇 년은 돼 보였는데, 청커는 이전에 늘 이쪽에 와서 술을 마시곤 했지만 이 빌딩숲 뒤에 이렇게 많은 건물이 있는지는 정말 몰랐다.

몇 개의 건물 사이를 걸어가는 동안 청커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대부분 셋집이었지만 창에는 간판이나 LED 광고판 여러 가지가 걸려 있었다. 미용실, 기원, 양생관, 한눈에 봐도 사기 같은 각종 XX교육......

쟝위둬가 한 복도로 꺾어 들어가자 천칭과 그 두 사람은 멈춰 섰다.

"들어와." 쟝위둬는 청커를 돌아보고 고개를 까딱였다.

청커는 양 옆을 둘러보고 복도로 들어갔다.

솔직히 말해 이 환경은 매우 뒷골목스럽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더럽지도 어지럽지도 않아 살인사건이 발생할 지점으로 보이진 않았다.

 

쟝위둬가 1층의 문을 열었다.

청커가 안을 들여다보니, 지극히 평범한, 평범한 사람의 집이었다. 꾸미지 않은 인테리어에 하얗게 스크래치가 난 바닥 타일, 탁자와 의자, 소파는 제각각 서로 십만 팔 천리나 떨어져 있는 그런 기질을 띠고 있다.

하지만 깔끔해 보였고, 청커는 심지어 은은한 꽃향기도 맡았다.

"들어와." 쟝위둬는 문을 잡고 있었다.

청커는 걸어 들어가서 또 집안 구조를 둘러보았다. 거실 둘에 침실은 문이 열려 있어서 건너편에 아주 작은 뒤뜰이 보였다.

"괜찮은데." 그는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이 와중에 마당도 있네."

"볼래?" 쟝위둬가 물었다.

"좋아." 청커가 고개를 끄덕였다.

쟝위둬는 그를 끌고 뒤뜰로 갔다.

아주 작은 뜰 하나로 아마 10평방 미터를 넘지 않을 것이다. 담장이 높아 밖이 보이지 않았고, 담장 주변엔 이름 모를 식물을 심어놨는데 지금은 잎이 다 떨어져 약간 쓸쓸해 보였다.

막 보고 있는데 바짓단에 뭔가가 부딪혔다.

 

쥐!

이 신기한 첫 반응에 청커는 순간적으로 펄쩍 뛰었다.

그러나 오른쪽 다리는 땅에 떨어지기 전에 쟝위둬가 뻗은 다리에 놓여 공중에 떠 있었다.

"내 고양이야." 쟝위둬는 그를 바라보았다. "밟으면 너는 죽어."

청커가 아래를 내려다보자 손바닥만 한 고양이가 그의 다리 곁을 지나더니 어슬렁어슬렁 섬돌을 내려가 뜰로 나갔다.

이 고양이를 본 청커는 갑자기 자신과 쟝위둬의 진정한 관계, 그리고 그가 이곳에 온 신기한 원인을 떠올렸다.

심지어 2초 만에 그는 또 허리가 화끈화끈 아파오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뜻밖에 이런 상황에서 쟝위둬와 함께 이곳에 서서 그의 집 마당을 구경하고 있다니?

 

쟝위둬는 그와 같은 마음인지 몰라도 그의 다리를 괸 채 몇 초 침묵을 지키다가 집안으로 돌아섰다.

"말해." 쟝위둬는 거실로 돌아가 소파에 앉아 팔을 등받이에 올렸다.

"뭘 말해?" 청커가 물었다.

"네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 말해." 쟝위둬가 말했다.

"쓰레기 주워서 왔지." 청커가 말했다.

쟝위둬는 말없이 고개를 기울여 그를 바라보았다.

"삼형, " 청커는 옆에 있는 의자에 다리를 걸치고 앉아서 소통이 편하게 하기 위해 이 호칭을 사용해 존중을 표시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여길 오려고 한 게 아니라 지나가는 길인데 네가 억지로 날 못 가게 했고, 난 그냥 휴대전화를 빌려 쓰고 싶은 것뿐이야. 빌려주려면 빌려주고, 안 빌려줄 거면 빌려주지 말고. 이 놀이를 어떻게 끝낼 거야?"

"네 전화는 어디 갔어?" 쟝위 둬가 물었다.

"집에 던져둔 걸 안 갖고 나왔어." 청커가 말했다.

"오, " 쟝위둬는 냉소를 지었다. "왜 집에 돌아가지 않아?"

"택시 탈 돈이 없어." 청커가 대답했다.

"백 위안이 택시 타고 집에 돌아가기에 모자라?" 쟝위둬가 계속 물었다.

"다 썼어." 청커가 말했다.

쟝위둬는 말이 없었다.

"백 위안, " 청커가 손가락 하나를 세웠다. "천 위안이 아니야."

"네 몸에 시발 백 위안밖에 없으면 왜 바로 택시 타고 돌아가질 않았어?" 쟝위둬가 갑자기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눈 깜짝할 사이에 그의 눈앞에 다가오더니 팔로 그의 등 뒤의 벽을 받쳤다. 코끝이 곧 그의 얼굴에 닿을 것 같았다.

청커는 뒤로 기대어 쟝위둬의 코끝과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그의 뒤에는 의자 등받이가 있어 실제로 거리가 얼마 벌어지지 않아 눈빛만 엇갈릴 수밖에 없었는데, 오히려 또 쟝위둬의 옷깃 안으로 쇄골 위에서 아래쪽으로 어디까지 뻗어있는지 모를 기다란 흉터가 보였다.

그는 눈썹을 찡그렸다.

"돈이 없으면 먼저 택시 타고 집 앞까지 가서 기사한테 돈을 줘도 되잖아?" 쟝위둬는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계속해서 물었다.

청커는 눈을 들어 그를 보았다.

 

요 며칠은 정말이지 빌어먹을 꿈만 같다. 잠시 몸을 둘 곳이야 없으면 그만인데 영문도 모른 채 이런 장난감을 만나게 되었다.

청커는 지금에 와서 쟝위둬가 그의 눈앞에 다가와 이렇게 한마디 한마디 캐묻고난 뒤에야 비로소 조금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말해!" 쟝위둬는 그의 귓가에 대고 고함을 쳤다. "누가 널 보냈어!"

청커는 자신의 심장이 이 큰 소리에 놀라 사방팔방 뛰는 것을 느꼈다. 입을 다물고 있지 않았다면 입으로 튀어나왔을 것이다.

그는 생각지도 않고 팔꿈치를 번쩍 들어 쟝위둬의 갈비뼈를 찍었다.

쟝위둬가 아픔에 허리를 굽히자 그는 팔꿈치로 다시 쟝위둬의 아래턱을 매섭게 쳐올렸다.

"...... 시발." 쟝위둬는 한 손으로 턱을 짚고 다른 손으로 갈비뼈를 짚은 채 몇 걸음 물러나 소파 위에 쓰러졌다.

청커는 달려들어 그의 어깨를 잡고 소파 위에 누르고는 무릎을 구부려 두 다리 사이로 들이밀었다.

"움직이기만 해, 내가 네 알을 터뜨릴 거니까!" 청커가 그를 손가락질했다.

"3초 안에 날 놔주지 않으면, " 쟝위둬가 그를 바라보았다. "넌 다시는 이 문 밖으로 못 나갈 줄 알아."

"하나, 둘, 셋." 청커가 말했다.

쟝위둬는 그를 쳐다보다가 다시 눈꺼풀을 떨궈 청커의 무릎을 바라보았다. "더 이상 안 떨어지면 깃발이 올라갈 거야."

"뭐라고?" 청커는 깜짝 놀랐다.

"하나, 둘, 셋." 쟝위둬는 말을 끝내고 허리를 들어 올렸다.

"미친 새끼!" 청커는 손을 풀고 몇 걸음 떨어져 나갔다.

 

쟝위둬는 웃으며 일어나 앉아 느릿느릿 담배를 꺼내 물었다. "말하기 싫어도 상관없어. 가고 싶든 휴대전화를 쓰고 싶든."

청커는 그를 노려보았다.

"앞으로 추적해서 목표물에 접근할 땐 조금만 신경 쓰도록 해. 그렇게 뻔한 이유를 대지 말고, " 쟝위둬가 말했다. "다음에 나한테 걸리면 더 이상 행운은 없을 거야."

청커는 쟝위둬가 무슨 외국어를 하는 건 아닌지 강하게 의심했다. 그는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휴대전화 쓸 거야?" 쟝위둬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어 흔들어 보이고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이 말은 알아들은 청커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필요 없어."

"봐봐, " 쟝위둬의 입가에 웃음이 떠올랐다. "아까 날 불러서는 휴대전화를 빌리겠다더니, 이제 휴대전화를 주려고 하니까 넌 또 필요 없다고 그래. 20분도 안 됐는데 말이 안 맞잖아."

청커는 또 한 번 놀랐다.

3초 뒤 그는 다가가 탁자에 있는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쟝위둬의 휴대전화는 잠금을 풀 필요가 없어 두어 번 헤집으니 바로 열렸다. 그는 재빨리 위챗을 찾아냈다. 잠금을 풀 필요는 없지만 위챗은 로그아웃 된 상태라는 것을 알고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바로 들어갈 수 없었다면 그는 이 뇌에 주름이 없는 사람이 그가 훔쳐봤다고 말할까 봐 두려웠다.

그는 로그인 인증에서 음성 인증을 선택했다.

우리는 당신의 목소리를 검증해야 합니다. 버튼을 눌러 아래의 숫자를 읽어 주십시오.

청커는 자신이 오늘 감기에 걸리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다. 비록 이 검증 방식은 보기에 조금 어색하지만...... 그는 버튼을 누르고 목을 가다듬었다. "칠, 사, 일, 이, 구, 육, 오, 팔."

쟝위둬는 혀를 차며 소리 내어 웃었다.

 

위챗에 여러 개의 메시지가 와 있었지만 그는 자세히 볼 겨를도 없이 재빨리 류톈청의 대화창을 열고 타이핑도 귀찮아서 음성 연결을 눌렀다.

하지만 자동으로 끊어질 때까지 류톈청은 받지 않았다.

청커는 눈썹을 찡그렸다. 곁눈으로 쟝위둬가 흥미진진하게 소파에 기대어 그를 보고 있는 게 느껴져 매우 심기가 불편했다.

그는 결코 특별히 체면을 따지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 정도로 체면이 서지 않는 것은 또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다시 쉬딩许丁의 대화창을 열었다. 어제 쉬딩이 그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나올래?

쉬딩은 어제 그가 이미 갈곳 없이 떠돌게 된 것을 몰랐던 것 같다. 아마 평소 왕래가 잦지 않아서인지 청이는 그의 술친구들을 "정리"할 때 쉬딩을 빠뜨렸다.

"왜 그냥 전화를 하지 않고?" 쉬딩이 음성을 받았다.

"secret 입구에서 기다릴게." 청커가 말했다. "바로 와줘."

"...... 나 시내에 없어." 쉬딩이 말했다. "이제 막 출장 나왔는데 아마 3일 후에 돌아갈 거 같아."

"그럼 됐어." 청커는 자신이 쉬딩과 어느 정도 친한지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내가 네 로마 가든 그 방에 며칠 머물게. 열쇠 남겨뒀어?"

쉬딩은 어리둥절해졌다. "있어, 부동산에. 내가 그들에게 전화해서 너한테 주라고 할게."

"고마워." 청커는 음성을 끊고 로그아웃 후 계정을 삭제한 뒤 휴대전화를 탁자에 다시 놓아두었다.

 

쉬딩의 열쇠가 생기자 청커는 온몸이 홀가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적어도 잠시 조용히 머물며 카드든 휴대전화든, 그가 생각지 못한 이른바 미래의 일이든 그는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나 이제 가도 돼?" 그는 쟝위둬를 바라보았다.

"그냥 이렇게 가게?" 쟝위둬는 담배를 물었다. "내가 널 살려줘, 휴대전화도 빌려줘, 집에 와서 쉬게까지 해줘......"

"난 그냥 묻는 거야." 청커는 그의 말을 끊었다. "내가 가도 되겠어?"

"가라." 쟝위둬가 말했다. "이런 일들은 내가 기억해둘게."

"됐어." 청커는 손에 차고 있던 시계를 홱 잡아당겨 쟝위둬에게 던져주었다. "계속 염두에 두고 있었지? 충분해?"

쟝위둬는 그를 힐끗 보고는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청커는 문을 열고 걸어 나갔다.

천칭과 그 두 명의 동료가 입구에 있다가 그가 나오는 것을 보자마자 천칭이 바로 안을 향해 외쳤다. "삼형?"

"가라고 해." 쟝위둬가 안에서 말했다.

천칭은 한쪽으로 물러났다.

 

쟝위둬는 시계를 들고 살펴보았다. 시계는 아직 새것이어서 아마 오래 차고 다니지 않은 듯했다.

청커가 시계를 던졌을 때는 매우 시원스러웠다. 마치 이게 가품이라는 듯이......

쟝위둬는 눈을 가늘게 뜨고 다시 시계를 들어 올렸다.

"이렇게 그냥 보내는 거야?" 천칭이 방으로 들어왔다.

"아니면?" 쟝위둬가 말했다.

"...... 그거 그 시계 아니야?" 천칭이 다가왔다. "와우, 이거 뺏은 거야?"

쟝위둬는 손가락을 눌렀다. 손가락 마디에서 뚝 소리가 났다.

"아니지, " 천칭이 반응했다. "이건 그가 너한테 보답하기 위해 준거겠네!"

쟝위둬는 잠시 청커가 시계를 던져줄 때의 분노와 혐오를 띤 표정을 떠올렸다. "비슷하지."

"지독하다." 천칭이 말했다.

"사람 찾아서 진짠지 확인해봐." 쟝위둬는 시계를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천칭이 물었다.

"팔아." 쟝위둬가 말했다.

"좋아." 천칭은 시계를 들고 몸을 돌려 문을 나섰다.

 

쟝위둬는 문을 꼭 닫고 또 창가로 걸어가 커튼을 친 다음 한쪽 귀퉁이로 밖을 내다보았다. 밖은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 시간이었고 이따금 할아버지 할머니가 지나갔다.

그는 고양이 캔 하나를 집어 들고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새끼 고양이가 즉시 방 안에서 달려 나왔다. 어제 먹이면서 손가락 끝으로 소리를 냈더니 뜻밖에도 조건반사가 가능해졌다.

고양이가 숟가락을 끌어안고 핥아먹을 때 천칭이 전화를 걸어왔다. "삼형, 이 사람은 진짜 노숙자가 아니었어!"

"응." 쟝위둬는 고양이 귀를 만지작거렸다.

"팔까?" 천칭이 물었다. "다빙大饼 말로는 박스랑 인증서 없이도 많게는 만 오천까지도 준다는데."

"가져와." 쟝위둬가 말했다.

"그래, 네가 써." 천칭이 말했다. "예쁘긴 해."

"쓰기는 개뿔." 쟝위둬는 기지개를 켰다. "그가 다시 올 거야."

 

 

 

 

 

 

[진강문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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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얼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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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승객'의 발음도 청커이다. [본문으로]
  2. 恪守(kèshǒu) 1.준수하다. 엄수하다. 충실히 지키다. (=恪遵)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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