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4. 15:51ㆍ시식코너/《해약解药》巫哲, 2018
제5장
쉬딩의 이 집 안에서는 아마 소파가 제일 편안할 것이다. 청커는 며칠을 소파에서 잤는데 집에 있을 때보다 오히려 더 푹 잤다.
집에 있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는 이전에 맥도날드에 엎드려서도 아주 달콤하게 잤었다.
그는 소파에 앉아 얼굴을 문지르고 침실쪽을 한번 살펴보았다. 침대 위에 이미 사람이 없었고 쉬딩의 짐도 이미 치워져 있었다.
"쉬딩!" 그가 소리쳐 불렀다.
쉬딩이 이 집 안에 없음이 확실해지자 그는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고 느릿느릿 욕실로 들어갔다.
욕실 안에는 이전에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래도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았고, 평소 시간제 직원이 주기적으로 와서 치웠던 곳이었다. 하지만 청커가 산 물건은 확실히 조금 많았다.
그는 생활용품을 거의 사지 않고, 보통 다 쓰면 어머니가 바꿔주곤 했었다. 뭘 사용했는지, 뭘로 바꿨는지도 그는 잘 몰랐고, 사용감도 전혀 구별할 수 없었다.
이번에는 직접 마트에 가서 큰 병을 골랐고, 또 각종 사은품도 있어 비교적 수지가 맞는 것 같았다.
사실 조금 영문을 알 수 없었는데, 지금 보니 쉬딩이 한마디 물어본 것도 당연했다. 쉬딩이 자신이 이곳에서 나가지 않길 바란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다.
청커는 휴대전화의 시간을 보고 중개인에게 전화를 걸어 한 시간 후 만나서 집을 둘러보기로 했다.
또한 그는 먼저 나가서 아침 식사를 해야 했다. 어제저녁을 먹지 않아서 지금은 정말 배가 고파서 조금 견디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배가 고파도 그는 자신이 뭘 먹고 싶은지 몰랐다.
집 밖으로 나와 단지 입구 거리를 몇 번 왔다 갔다 한 그는 결국 작은 피자 가게로 들어갔다.
커피 한 잔과 해물 피자를 주문했다.
그는 밖에서 아침을 먹은 적이 거의 없었다. 그의 기억에는 매일 아침 일어나면 식당에 아침식사가 가지런히 차려져 있었고, 기본적으로 보름 동안은 메뉴가 중복되지 않았다.
하지만, 전부 그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다. 중복 되진 않더라도 거의 양식 위주였다. 그는 자신이 사실 또우장이나 유탸오, 순두부를 더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청커는 눈앞의 커피와 피자를 보며, 자기가 왜 이런 메뉴를 골랐는지 알 수 없었다.
중개인은 정확한 시간에 차를 몰고 와서 그의 옆에 세웠다. "청 선생님이죠? 저는 중개인 샤오장이에요."
"음." 청커는 고개를 끄덕였다.
샤오장은 아래위로 그를 몇 번 훑어보았다. "타세요, 제가 모시고 갈게요. 방이 세 개 있으니 골라보세요."
"고맙습니다." 청커는 차에 탔다.
차에서 냄새가 났는데, 이론상으로는 향기였지만 너무 진해서 청커는 거의 알코올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는 차창 한쪽을 열었다.
이는 그가 폐물로서 집을 나와 처음으로 당한 나들이의 인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에 생각하신 가격을 여쭤봤는데, " 샤오장이 운전을 하며 말했다. "대략적인 개념이 없으신가요? 오늘 볼 세 군데는 가격대가 달라서, 요구하시는 것에 제일 가까운 곳부터 가볼 수 있어요."
"아뇨." 청커는 매우 성실하게 대답했다. "그냥 집을 요구할 뿐입니다."
"...... 그래요." 샤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집에 대한 요구는 있으신가요?"
"크고, 깨끗하고, 교통이 편리하고, " 청커가 말했다. "주변 환경이 좋은 곳이요."
"그 정도면 비용이 만만치 않으실 거예요." 샤오장이 말했다.
"네." 청커가 대꾸했다.
그는 샤오장에게 그가 셋방에 대해 전혀 개념이 없으며, 어떤 모양의 집이 대략 어떤 가격인지 모른다고 몹시 말하고 싶었다.
첫 번째 집은 투룸으로, 동네 환경과 교통이 괜찮은 편이었지만, 청커가 들어가 보니 불편한 느낌이고 건물 간격이 너무 좁아서 창가에 서면 그는 맞은편 침실의 베개가 무슨...... 촌스러운 무늬인지까지 알아볼 수 있었다.
별로 새 집도 아니었고 벽면에 벽지도 발려 있었다. 그는 흰 벽을 선호했다.
"어떠세요?" 샤오장이 물었다. "이 집은 잘 맞으실 것 같은데......"
"여기보다 더 새집이 있나요?" 청커가 물었다.
"이 집도 겨우 2년 밖에 안 됐는데, " 샤오장이 물었다. "그래도 낡아 보이시면, 거의 신축이 한 곳 있어요."
"응, " 청커는 입구로 걸어 나갔다. "그럼 신축 집을 보러 가죠."
"그래요, " 샤오장은 손뼉을 쳤다. "청 선생은 어떤 일을 하시죠?"
청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이런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가 평소 가장 많이 교제하는 것은 그 술친구들이고, 새로운 사람을 데려오더라도 서로에 대해 묻지 않았다. 모두 그와 같이 한가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자리를 갖고 있지도 않았다.
그는 몇 초 망설인 끝에 침묵하기를 택했다.
"다른 뜻은 없어요, 청 선생." 샤오장이 그를 데리고 계단을 내려가며 말했다. "이건 그 집주인이 물어보길 원하는 건데, 이 새집은 세입자에게 요구 사항이 꽤 많거든요."
"오, " 청커는 잠시 생각해보더니 자신이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작업"을 꺼내놓는 수밖에 없었다. "모래 그림."
"모래 그림, " 청커가 설명을 덧붙였다. "모래로 그림을 그리는 거예요."
"오! 모래 그림! 알죠, 알죠!" 샤오장은 한바탕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예술가이신 거네요, 모래 그림이라니 진짜 특출 나요."
청커는 웃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좀 아쉽겠어요." 샤오장이 말했다. "반나절을 그려도 손으로 쓸어내면 없어지잖아요."
"응, " 청커는 차에 올라타고 화제를 바꾸었다. "집주인이 또 무슨 요구를 했어요?"
"정당한 직업, " 샤오장이 말했다. "깨끗하고, 생활이 규칙적이고, 아무나 초대하지 않는 거예요. 커플에겐 임대하지 않고, 결혼은 가능하지만 아이가 있으면 안 되고요."
"...... 오, 전 혼자예요." 청커는 이런 요구들이 특이한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마 그는 적합할 것이었다.
집을 보았을 때 청커는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 들어 세 번째 집은 가 볼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집은 펜트하우스였고 테라스가 있으며, 테라스가 단지 내 화원을 마주하고 있었다. 인테리어도 매우 심플했다. 목재마루에 하얀 벽, 심플한 가구들.
유일하게 청커를 불쾌하게 한 것은 이 집이 불과 며칠 전 그가 영문도 모른 채 쓰레기통에 뒹굴고 칼에 찔린 장소와 두 블록밖에 떨어지지 않은 것이었다.
그가 조금 망설이는 것을 발견한 샤오장은 한바탕 추천사를 늘어놓았다. 번화가에 각종 백화점이며 마트가 있고 밤 생활도 풍부해 식당이며 술집, 클럽 등 전부 갖추고 있다.
"교통은 말할 것도 없죠. 지하철 입구가 바로 옆에 있고 버스 노선도 많아서 어디를 가든지, " 샤오장이 말했다. "전부 갈 수 있고......"
"여기로 할게요." 청커는 샤오장의 말을 끊었다. 샤오장은 입을 도저히 멈추질 않아 그는 이미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요. 그럼 이제 구체적인 걸 말씀드릴게요." 샤오장은 계속해서 줄줄 이어 말했다. "집에 새 가구나 전자기기를 들이려면 집주인과 미리 상의하셔야 하고요, 동물을 키우면 안 되고, 자물쇠를 직접 바꾸면 안 되고, 물건이 망가지면 직접 고쳐선 안 되고 집주인에게 말을......"
청커는 자신의 머리가 무거워진 기분이 들었다. 소파에 앉아서 들어도 샤오장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잘 알아듣지 못했다. 샤오장이 짜증 나는 건지 집주인이 짜증나는건지 몰라도 그는 단지 "음"으로만 상대했고, 마지막으로 샤오장은 "압삼부일押三付一"이라는 안내로 끝을 맺었다.
"그게 무슨 뜻이죠?" 청커가 물었다.
"...... 석 달치 임대료를 보증금으로 내고, 이후 매달 한 번씩 월세를 내시는 거예요." 샤오장이 말했다.
"오, " 청커는 잠시 생각해보고 말했다. "저는 바로 몇 개월이나 반년 치 정도 내도 돼요."
"안 돼요, 집주인이 월세를 원해요." 샤오장이 말했다.
"왜요?" 청커는 어리둥절해졌다.
"임대료를 올리기 편하거든요." 샤오장은 매우 솔직하게 대답했다. "세를 놓고 싶지 않을 때 처리도 편하고요."
"...... 오, " 청커는 여전히 조금 멍했다.
쟝위둬는 담배를 물고 창가에 기대어 루첸이 손에 든 패를 바라보았다. 루첸은 오른쪽 패를 하나씩 만지작거렸지만 어느 것을 낼지 결정하지 못했다.
결국 이만 패를 던졌고, 쟝위둬는 그녀의 등받이를 걷어찼다. "돈 줘."
"아니, 라오산, 너 무슨 의미야?" 루첸의 아랫집에 사는 류 형은 매우 불쾌한 듯 테이블을 쳤다. "필요하면 입 닥치고 직접 나와서 치든가, 여기서 무슨 훈수질이야!"
"내가 직접 나서면 너희 집은 나한테 80번은 넘게 졌어." 쟝위둬가 말했다.
"진짜 군자는 장기 둘 때 훈수를 두지 않는다는 거, 너 알아 몰라?" 류 형이 그를 노려보았다.
"도박하고 있을 뿐이면서 그렇게 고상하게 말하지 마." 쟝위둬가 피식 웃었다.
"에이, 그래! 도박인 거 알아서 좋겠다!" 류 형이 소리쳤다.
"됐어됐어, " 루첸은 류 형의 어깨를 두드리며 고개를 돌려 쟝위둬에게 손짓했다. "너 여기서 훈수 두지 말고 나가서 좀 돌아다녀."
"갈게." 쟝위둬는 기지개를 켜고 입구로 걸어가면서 류 형을 지나칠 때 그의 손 옆에 담뱃갑을 집어 던졌다. "류 형, 돈 많이 벌어."
"너 이 자식, 맨날 이러지!" 류 형은 담배를 품 안에 집어넣었다. "이미 화가 풀린 사람을 달래."
"그럼 내가 달래야지, " 쟝위둬는 손을 뻗었다. "내가 달래주는 게 싫으면 돌려줘."
"놀러나 나가!" 류 형이 탁자를 쳤다.
쟝위둬는 웃으며 문을 열고 나갔다.
그는 평소에도 루첸이 마작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이렇게 여러 해 동안 마작을 했지만 조금도 발전하지 않아서 순전히 돈을 뿌리는 것이 불과했던 것이다.
오늘 그는 원래 1호 건물을 돌아봐야 했는데, 그날 2층의 한 집 사람이 눈물을 흘리며 한 달만 더 집세를 미루겠다고 부탁했다. 실제로 돈이 없어 쟝위둬는 동의했지만, 오늘은 경고 삼아 한 바퀴 돌아야 한다.
사실 그의 습관을 따랐다면 그는 한 달을 늦추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아마 동정심이 없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생활고로 허덕이는 사람을 보면 그는 때로 짜증이 났다.
어쩌면 그가 과거를 떠올리게 해서인지도 모른다. 누구든 누군가보다 더 비참하며, 영원히 네가 생각지도 못 한 방식으로 더 비참하게 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루첸의 집이기에 루첸의 생각에 따라야 한다. 루첸은 칼 같은 입에 두부 같은 마음을 가졌다. 이전에 어떤 사람이 월세를 8개월이나 미루고 끝내 도망가면서 책상까지 이고 갔었는데, 루첸은 사흘 동안 욕을 하며 구구절절 흙을 깎듯이 쇠를 깎았지만 누군가 세를 미루면 루첸은 웬만해서는 연장을 해주었다.
처음에 그가 안 가겠다고 버티고 있을 때 루첸은 악질 토호처럼 가진 일을 모두 그에게 던져주어서 너무 피곤해서 죽을 지경이었지만, 결국 그를 쫓아내지 않은 데다가 돈까지 줬다......
휴대전화의 벨이 울려 쟝위둬의 회상을 끊어버렸다.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보았다. 낯선 번호였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먼저 사방을 한 바퀴 둘러본 후 등을 벽 쪽으로 향하고 나서야 전화를 받았다.
"쟝 선생?" 저쪽에서 남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누구." 쟝위둬가 물었다.
"중개인 샤오장이에요. 이전에 저희 쪽에 집을 내놓으셨죠." 샤오장이 말했다. "지금 좀 오실 수 있으세요? 임대를 원하는 세입자가 있어서요. 계약하러 오시겠어요?"
"내일 하죠." 쟝위둬가 말했다.
"그렇군요. 이 분이 좀 급하셔서, 오늘 저녁부터 들어오고 싶다고 하거든요. 이렇게 시원시원한 세입자는 보기 드물어요." 샤오장이 말했다. "선생님 쪽 요구도 적지 않으신데, 이 분은 가격도 전혀 낮추지 않고 동의를 하셨어요......"
쟝위둬는 눈썹을 찡그렸다. "그 사람, 조건에 부합해요?"
"예술가, 싱글, 보기에 굉장히 깔끔하고 단정하세요." 샤오장이 말했다. "20대시고요."
쟝위둬는 계속해서 눈썹을 찡그렸다. 남자? 이렇게 급하게 들어온다고? 지금 계약을 하고 싶고? 내일까진 못 기다리고? 듣기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쟝 선생?" 샤오장이 저쪽에서 그를 불렀다.
"알았어요, 기다리세요, 지금 갈게요." 쟝위둬는 전화를 끊고 다시 천칭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 지금 차 있냐? 누나네 그 신축 집으로 좀 데려다줘."
"있어, 그런데 카이엔이라 별로 크지 않은데, " 천칭이 말했다. "아니면 트럭을 구해갈까?"
쟝위둬는 아무 말 없이, 천칭에게 소리를 지르기 전에 그가 말한 두마디의 뜻을 이해하려 애썼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그는 애써 말투를 조절하여 자신의 목소리가 평화롭게 보이도록 애썼다. "너 시발, 무슨 소리야?"
"이사하려면 짐을 싸야 하잖아? 짐 더미를 카이엔에 어떻게 실어." 천칭이 말했다.
쟝위둬는 길거리에서 아무나 잡아다 한 대 패주고 싶은 충동이 들어 이를 악물었다. "아니, 너 일단 와, 카이엔이면 돼. 난 마작방 아래층에 있어."
"알았어." 천칭은 시원하게 대답했다. "바로 갈게."
빠른 속도의 카이엔 한 대가 길목을 돌아 들어와 쟝위둬의 곁에 멈추었다.
천칭이 차 문을 열기도 전에 쟝위둬가 달려들어 운전석의 문을 열더니 천칭의 팔을 잡아당겨 그의 등을 손바닥으로 몇 대 때렸다.
"무슨 이사를 가?" 쟝위둬는 그의 귓가에 대고 소리쳤다. "무슨 차를 운전하겠다고! 이삿짐센터로나 출근해!"
"시발!" 천칭은 귀를 막았다. "네가 첸 누나네 신축 집으로 간다며! 나한테 차 끌고 오라고! 지난번에 네가 이사 간다고 말했었잖아!"
"월세 계약하러 간다!" 쟝위둬는 그의 손을 낚아채 또 한 번 소리를 질렀다.
"알았어, " 천칭은 핸들에 엎드려 귓구멍에 손가락을 찔러 넣었다. "삼형, 좀 살려줘."
"네가 날 좀 살려줘." 쟝위둬는 차에 올라 조수석에 앉아서 안전벨트를 매며 한숨을 내쉬었다. "매일매일 똑같은 시공간에 있으면서 말하는 건 채널이 맞지를 않아."
"집 나갔어?" 천칭은 차를 출발시켰다.
"응, " 쟝위둬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예술가라던데."
"그럼 돈 많겠네." 천칭은 고개를 끄덕였다. "임대료 안 밀리겠다."
쟝위둬는 말이 없었다.
"꼭 그렇지도 않지, " 천칭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 예거, 그렇게 잘 차려입고 10만 위안이 넘는 시계를 차고는 쓰레기통을 뒤졌으니까. 행위 예술인가?"
"닥치고 신호 봐." 쟝위둬는 라디오를 켜고 소리를 키웠다.
천칭은 아마 청커가 쓰레기통을 뒤지는 노숙자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 쟝위둬는 청커를 대신해 억울할 지경이었다.
청커를 생각하니 그는 조금 막막했다. 이 사람은 뭘 하러 온 것인가?
최근에는 자신을 따라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유일하게 의심스러운 것이 청커였다. 하지만 청커는 딱 봐도, 또 실제로도 무슨 능력이 있을 것 같진 않았다.
요즘 고용인은 고퀄리티의 멍청한 미남이 유행인가?
하지만, 지금 방을 구하는 이 사람은 청커에 비해 오히려 더 수상하다.
쟝위둬는 고개를 돌려 천칭을 보았다. "최근에 우리 쪽에 무슨 일 없었지?"
"없어." 천칭은 고개를 저었다. "아주 조용해. 다 자질구레하고 시시한 일인데, 장다치 그게 아직 개한테 돈을 안 줘서 개가 매일 답답해해."
"내가 내일 다녀올게." 쟝위둬가 말했다. "개도 참 발전이 없지, 삼천 위안에 한 달을 잠도 못 잘 수가 있다니."
"그렇지, 너랑 같을 수 있겠냐, 네가 수중에 가진 돈이랑 그가 가진 거랑, 그는 가족도 전부 챙겨야 하고, 너는......" 천칭은 침을 삼켰다. "내일은 내가 갈게, 이 일은 너한테 안 맞아. 장다치의 이런 작태에 네가 직접 나서는 건 안 어울려."
쟝위둬는 대꾸한 뒤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얼마나 걸리죠?" 청커는 소파에 앉아 무료하게 휴대전화를 켰다가, 다시 껐다가, 다시 켰다가......
그의 휴대전화는 텅 비어서 시간을 때울 만한 미니 게임도 없었다. 하지만, 원래 쓰던 휴대전화도 비슷했다. 그는 휴대전화를 전화를 받는 것 외에는 가끔 결제할 때나 쓸 뿐, 다른 시간에는 존재감이 별로 없었다.
결국 요즘처럼 이렇게 낯선 사람이랑 멍하니 있을 때가 많지 않았다.
"곧 도착할 거예요." 샤오장이 말했다. "거리가 멀지 않아요."
이 말을 하자마자 문밖에서 엘리베이터가 한 번 울리더니 누군가 걸어 나왔다.
청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일어서려다가 먼저 고개를 들고는 멍해졌다.
"빨리 하죠, 나는 또 볼일이......" 쟝위둬가 방으로 들어와서 샤오장의 얼굴에서 시선을 돌리자 그도 멍해졌다. "있어요."
"시발? 예거?" 뒤에서 따라 들어온 것은 총호법 천칭이었다. 청커를 본 순간 그는 이 영원히 잊지 못할 브랜드를 소리 높여 발표했다.
"아는 사이예요?" 샤오장도 깜짝 놀랐다.
"몰라요." 쟝위둬가 말했다.
청커는 그와 동시에 입을 열었다. "몰라요."
"아, " 샤오장은 어색한 듯 몇 번 소리 내 웃더니 손을 비볐다. "그럼...... 이제 다 같이 계약서부터 먼저 보고, 그다음에 서명할까요?"
"안 봐도 됩니다." 청커는 오직 눈앞의 상황을 빨리 끝내고 싶었다.
"그러죠." 쟝위둬는 의자를 빼서 탁자 앞에 앉았다.
"...... 그래." 청커는 샤오장이 가져온 계약서를 건네받았다.
사실 쟝위둬를 본 그 순간 그는 매우 달아나고 싶었다. 머리를 두고 나가도 되돌아오고 싶지 않을 만큼.
하지만 결국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는 이 집에 매우 만족해서 바로 자신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쟝위둬는 그에게 아직 칼 한 방을 빚졌다.
"이 계약은 두 분이 직접 하는 거고, 우리 중개인은 증인 역할을 해요." 샤오장이 말했다. "저희는 합법적인 업체니 두 분 안심하시고요."
청커는 묵묵히 계약서를 들고 열심히 쳐다보았지만 한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요구 조건은 다 알려줬어?" 쟝위둬가 물었다.
"그럼요." 샤오장이 말했다.
"무슨 요구요?" 청커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
쟝위둬가 고개를 돌려 샤오장을 바라보자 샤오장은 잠시 긴장해서 말을 더듬었다. "청 선생, 바, 방금 제, 제가 말씀드린 것들요."
"오, " 청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죠."
"이 집엔 너 혼자만 살 수 있어. 꽃, 새, 물고기, 벌레, 고양이, 개랑 너 이외의 사람, 전부 안 돼." 쟝위둬가 말했다. "이 집안에서 어떤 물건이라도 움직이려면 나한테 먼저 말해야 하고......"
"됐어." 청커는 계약서를 탁자 위에 놓고 펜을 들어 자신의 이름을 써넣은 뒤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나 바빠."
쟝위둬는 그를 잠시 쳐다보다 샤오장을 돌아보았다. "내가 내 서명을 해, 아니면 집주인 걸 해?"
"쟝 선생 거면 됩니다." 샤오장이 말했다. "이전의 집주인 위임장이 있어요."
"응, " 쟝위둬는 펜을 쥐고 서명을 한 뒤 계약서를 샤오장에게 돌려주며 또 청커를 바라보았다. "너 거기 내 전화번호 있지?"
"아니." 청커가 대답했다.
쟝위둬가 고개를 기울이자, 줄곧 굳은 얼굴로 그의 뒤에 서서 마치 경호원처럼 보이던 천칭은 곧 주머니에서 담뱃갑 종이 한 장을 꺼내 그의 앞에 놓았다.
청커는 눈앞의 쟝위둬 세 글자와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를 보면서,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옆에 있는 샤오장의 놀라는 눈빛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그 "명함"을 집어 주머니에 넣었다.
계약을 끝내고 3개월 치 돈 지불도 끝나자 쟝위둬는 "교체 불가"라는 자물쇠의 열쇠를 그에게 넘겨주었다. 청커는 이제 다들 일어나 각자의 길을 가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쟝위둬는 여전히 탁자 맞은편에 앉은 채 그를 쳐다봤다.
천칭도 여전히 굳은 얼굴로 뒤에 서서 함께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샤오장이 아직 옆에 있어 청커는 그와 앞의 두 사람이 같은 정신병원에서 도망 나왔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목을 가다듬고 뭔가 작별의 말을 하려 했다.
"너는 가." 쟝위둬가 먼저 입을 열더니 샤오장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고생했어."
"그......" 샤오장은 머뭇거렸다.
천칭은 직접 나서서 그를 문밖으로 내보낸 뒤 문을 닫았다.
"내가 솔직히 말할게, " 쟝위둬는 청커를 바라보았다. "네가 도대체 무슨 목적인지 모르겠지만 이 집을 빌리고 싶지 않다면 지금 후회해도 늦지 않았어."
"그럼, 나도 솔직히 말할게. 네가 무슨 병에 걸렸는지 모르겠지만, 이 집은 내가 임대하겠다고 했고, " 청커는 허리에 난 상처를 눌렀다. "난 임대를 마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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